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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 이상한 나라네요" 지면기사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요. 아파트를 짓기위해 공장을 부수다니요. 참으로 이상한 나라네요.”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는 영국의 한 공무원이 화성시 동탄면 일대를 둘러보면서 한 말이다. 그는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는지 “저 플래카드에 적힌 말들이 무슨뜻인지. 주민들이 왜 정부를 마구 욕하는지. 정부는 꼭 이래야만 하는 것인지.” 그는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들을 한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기자는 (마음속으로) 그래, 맞다. 네말이 옳다. 우리가 무엇을 가졌다고 공장을 내쫓고 아파트를 짓는단 말이냐. 이미 수원 안양 부천 등지에서 헐리고 뜯겨나간 수십곳의 공장터가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둔갑돼 폭발직전의 과밀현상을 재촉하고 있는데 말이다. 해외로 떠나는 우리기업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 3월이후 7개월째 월 평균 마이너스 13.4%의 속도로 줄고 있다. 상반기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도 마이너스 9.4%를 기록했다. 결국 한국은행과 KDI도 올 경제성장률을 2~2.5%선으로 하향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 상황에서 대폭적인 조세환급이나 설비투자에 대한 감가상각확대 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 악순환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이다. 기업들은 고립무원의 외톨이가 되어 생존을 위한 위기경영에 돌입했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국내외의 경영환경 악화로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각하건만 정부는 아무런 전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업마다 '경제의 상대성 원리'에 따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곳으로 떠나고 있다. 중국이나 말레이시아는 물론 멕시코 인도 유럽 남미 등 전세계로 '살아남기 위한 대탈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글로벌 경제시대의 필연적 현상이라고 치부만 할 것인지. 정부가 내세우던 '외자유치'의 약발도 떨어졌으니 속수무책인가. 중국이나 영국 등 선·후진국 가림없이 외국기업유치에 혈안이다. 아니, 숱한 전략과 전술을 동원하여 자기나라로 끌어들이고 있다. 저렴한 땅값은 기본이요, 세제혜택과 완벽한 기반시설을 갖추고 우리기업들에게 애절한 구애의 손길을

  • 아니다, 그렇지 않다 지면기사

    요즘 새로운 특징 하나. 눈부시게 푸른 가을하늘 아래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기라곤 전혀 볼 수가 없다. 가을의 풍요로움과는 달리 표정은 몹시 화가 난 사람들 같다. 신호등에서 정차한 버스. 버스안 승객들 역시 무표정이다. 열명이면 열명 모두 정지된 화면처럼 아무런 표정이 없다. 멍하니 거리를 쳐다보거나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고뇌하는 표정. 더러는 허둥대기도 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조폭과 관련된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안. 폭소가 여기 저기서 터진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면 마치 약속이나 한듯 극장문을 빠져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있다. 불과 1분전만해도 포복절도하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 어두운 공간에서 빠져 나오는 순간, 그들은 일상의 무표정으로 돌아온다.누가 이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을까. 비단 얼굴뿐만이 아니다. 열어보지 않아도 그들의 가슴이 말못할 여러가지 이유로 시퍼렇게 멍들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치판은 짜증나게 만들고, 경제는 어렵고, 주식에서 깡통차고, 경마장에서 돈 날리고, 아이들의 성적표를 보면서 울화가 치밀고, 신문을 보고 뉴스를 들어도 기쁨이라곤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는, 그래서 짜증이 나고 화만 치미는 그들의 모습, 그것이 바로 답답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모두가 예스할 때 노 할 수 있는 사람. 모두가 노할 때 예스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는 그리 많지 않다. 오죽했으면 광고 카피로 이 구절을 써 먹었을까마는 이 광고를 접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순진한 국민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소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간다는 특권층이 최소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예스와 노를 분명히 했어도 국민들이 이토록 우거지상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분명 잘못된 길을 가는 줄 알면서도, 나라의 기강이 흔들릴 정도로 그릇된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아니다. 그렇지 않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우리에겐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정치, 경제, 심지어 공무원의 세계에서도 이런 소신이 뚜렷한 사람

  • 사람잡는 리스트 지면기사

     리스트는 사람들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적은 명부를 말한다. 리스트라면 연쇄반응식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 '쉰들러 리스트'. 미국의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92년말 개봉되자 전세계에 큰 충격과 감동을 주었다. 쉰들러 리스트는 2차대전중 나치독일의 유태인 학살 과정에서 쉰들러가 구해낸 유태인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말한다. 2차대전중 독일 점령하의 폴란드에서 독일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는, 나치가 어린이까지 무참히 학살하는 장면을 보고 유태인들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쉰들러는 독일군에게 뇌물을 주고 유태인들을 자신의 군수공장에 위장취업시켜 1천300여명을 구해낸다. 이들에게 쉰들러의 군수공장 취업자 명단에 이름이 오르는 것은 곧 생명을 보장 받는거나 마찬가지였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우리나라에도 수입, 상영되어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영화였다. 이 영화가 소개된 이후 우리나라에는 리스트라는 말이 빈번히 매스컴에 오르내리게 됐다. 쉰들러 리스트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6·25동란을 겪은 우리에게 각별한 감동을 주는 '존슨 리스트'도 있다(리더스 다이제스트 97년 3월호 소개). 1950년 7월 한국전에서 북한군의 포로가 된 미군병사 웨인 조니 존슨이 수용소에서 목숨을 걸고 죽은 전무들의 이름을 적은 명단이다. '존슨 리스트'에는 수용소에서 죽어간 496명의 죽은 장병들의 이름과 부대명, 사망일자까지 기록돼 있다. 존슨은 북한 경비병들이 버린 담뱃갑이나 학교건물 벽에서 뜯어낸 벽지에 몽당 연필로 3년여에 걸쳐 이름들을 기록했다. 갖은 우여곡절과 위기를 넘기고 존슨은 이 명단을 숨겨 갖고 포로교환을 통해 귀국했다. '존슨 리스트' 덕분에 실종자로 처리돼온 많은 장병들의 정확한 사망장소와 날짜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군당국이나 유족들에게 말할 수 없는 많은 도움과 고마움을 준 리스트였다. 이처럼 외국에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리스트가 많다. 그런데 우리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리스트는 부정과 비리에 연관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권력형 비리사건이 터질때마다 리스트가 문제가

  • 조폭 닮은 사회, 사회 닮은 조폭 지면기사

     경찰은 '때가 되면' 한번씩 조폭소탕작전을 벌인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우리나라 조폭은 199개파 4천153명이다. 고작? 그러나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뒷골목 조무래기 주먹은 빼고, 이름이 알려진 큰 주먹만 그렇다는 것이다. 산술평균으로만 따지자면 아무리 작은 도시에도 2, 3개의 유명 폭력조직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적은 숫자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조폭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8년 경찰 통계상으로는 조폭이 99개파 2천여명 수준이었다. 단 3년새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왜 이렇게 급증했을까. 통계의 실수가 아니라면, 조폭은 그만큼 수지맞는 '장사'라는 의미다. 그렇지 않고서야 경찰이 단단위까지 어깨 숫자를 세고 있는 터에 이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겠는가. 물론 그동안 사회가 매우 어지러웠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조폭이 존재하는 이유) 하여튼 조폭은 어느샌가 우리 곁의 존재가 돼 버렸다. '핸드폰으로 삼행시를 지어보겠습니다요, 형님.…폰단폰단 돌을 던지자' 따위 우스개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TV 드라마에서 단골 캐릭터로 설정되기도 한다. '친구' '신라의 달밤' '조폭마누라' 등 빅 히트를 기록한 몇 편의 영화는 조폭을 우리의 친근한 '이웃' 쯤으로 부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심지어 '조폭신드롬'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조폭이 버젓이 '장래희망'이 되는 판이다. 그러나 이 모든 현상이 과연 일각의 주장대로 대중매체들의 '조폭예찬' 때문일까. 분명 그것이 진실의 전부는 아닐 터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대중매체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조폭적 심리', '조폭화 경향'을 예리하게 포착해서 상업적으로 팔아먹고 있다고 보는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이용호게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머니 게임'에 능한 사기꾼이 자신을 비호해 줄 정·관계 실력자들과의 연결고리로 동향출신 조폭을 이용했다. 여운환씨가 로비자금 20억원을 중간에서 꿀꺽했든 안했든 조폭이 '다리'로 나선 사실만은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다. 사이비 기업인-조폭-정치

  • 쌀이 남아 문제라고? 지면기사

    유난히 놀기를 좋아하던 기자는 유년을 시골에서 자랐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은 아예 툇마루에 집어던지고 마을앞 개울이나 앞산으로 달려간다. 동무들과 놀다 어둠이 깔릴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와 밥상머리에 앉는다. 허기진 배를 정신없이 채우다보면 영락없이 밥알을 떨구기 일쑤다. 워낙 배고프던 터라 그냥 밥을 먹고 있으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이녀석! 상에 흘린 밥알을 버릴 참이야.” 화들짝 놀란 아이는 제대로 씻지도 않은 손으로 얼른 밥알을 주워 먹는다. 행여 아버지의 추상같은 명(?)을 어기면 즉시 밥그릇을 빼앗기고 벌까지 선다. '이까짓 밥한톨이 뭐라고… 아버지는 너무하다'고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며 자랐다.그러던 아버지도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는 그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야단맞고 자랐음을 커서야 알게 된다. 가장이 된 기자도 아들에게 똑같은 주문을 하고 살았다. 기자의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때의 일이다. 사건기자 시절이니 으레 새벽이슬을 맞으며 귀가한 내게 아내가 “○○일보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아이가 상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기자를 닮아서인지 공부도 시원찮고 별 특기도 없는 녀석이 무슨 상을? 의아해하며 다음날 전화를 하던 나 자신, 너무도 기막힌 소식을 듣는다. 전국 초등학생글짓기 대회에서 녀석이 대상을 받게 됐는데, 제목이 '쌀 한톨' 이라고…(중략) 그리고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정부는 내년부터 쌀 증산정책을 포기하고 추곡가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올 연말이면 적정재고량 600만섬을 훨씬 넘는 1천만섬이나 남아돌 전망이기 때문이란다. 여기에 우루과이라운드 합의에 따른 쌀 의무수입 물량은 계속 늘게되어 있고, 2004년에는 WTO(세계무역기구)쌀 재협상에서 개방 폭은 더 확대될게 분명하다.오늘의 상황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정부가 갑자기 충격요법을 동원한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불과 몇개월전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간척사업을 '식량 자급능력부족과 농지감소'를 내세워 강행키로 하지 않았던가. 그러더니 돌연 생산과잉으로 증산정책을 포기한다니, 자가당착인

  • 그날이후... 지면기사

     그날 이후… 자유분방과 낙천적기질 그 자체가 상징이었던 뉴요커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졌다. 맨해턴의 그 아름다운 불빛도 이제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날의 참상을 생생하게 목격했던 자유의 여신상은 여전히 그곳에 서 있겠지만, '자유'라는 이름은 미국의 끓어오르는 분노앞에서 무색해져 버렸다. 참사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이후… 이슬람교는 마치 악의 상징으로 떠 올랐다. 주체할수 없을 정도의 끓어오르는 분노로 가득찬 미국은 뉴욕참사의 배후에 이슬람 원리주의자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면서 그가 은신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 누구도 그가 배후가 아니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속에서…. 전쟁이후 발생할 후유증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는 세계 각국의 시각이 자국의 이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등 자칫 지구촌이 친미세력과 반미세력으로 양분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시간이 흐를수록 종교간의 갈등으로 빚어지는 양상을 띠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의외로 크다. 참사이후 절정에 달했던 테러에 대한 보복에 대해 미국내에서도 그 지지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도 보복이후 발생할지 모를 상상하지 못할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분노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미국의 자제만을 촉구하는 것도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전쟁 이후에 벌어질 갈등의 골이다. 미국이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라덴이 은신하는 지역을 단기간에 분풀이 하듯 폭탄을 쏟아붓는거야 그 누구도 말릴수 없겠지만, 자칫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이슬람국가의 반발, 그로인한 보복의 악순환은 어쩌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할 심각한 모습으로 변질될지도 모른다. 미국에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이라크와 팔레스타인내의 급진세력은 벌써 미국의 아프간 침공에 대해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를 이슬람국가와 서방국가간의 갈등으로 몰고가는 서방언론의 태도는 극히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이슬람국가라고 모두 미국을 적대시 하는 것은 아니다.

  • 長官의 예측능력 지면기사

     앞일을 예측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음은 지난 95년 6월초 국내신문들이 보도한 외신내용이다.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4년 크리스마스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전 재무장관 ▲다국적기업 회장 ▲옥스포드 대학생 ▲런던의 청소부 각4명씩 16명에게 앞으로 10년후 경제를 예측하라는 퀴즈를 냈다. 이코노미스트는 10년이 지난 최근 이들이 써낸 경제예측의 정확도를 분석해 보도했다. 퀴즈내용은 △앞으로 10년동안 OECD 국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10년뒤의 유가 △10년뒤의 파운드·달러 환율 등등 몇가지 였다. OECD 국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85~94년 연평균 2.6%였다)에 대해 기업회장 집단이 모두 2~3%로 대답, 가장 정확했다. 10년동안 연평균 물가상승률 예측은 모두 5%(실제 4.4%)를 넘을 것이라 응답, 빗나갔다. 퀴즈를 낼 당시 배럴당 29달러였던 유가가 10년뒤 배럴당 17달러로 떨어질 것을 비교적 근접하게 예측한 집단은 청소부였다. 84년말 1파운드는 1.20달러였으나 94년말에는 1.60달러였다. 환율 예측도 청소부들이 가장 가깝게 맞췄다. 종합채점결과 청소부와 다국적기업 회장 집단이 1위, 전직 재무장관 집단이 최하위였다. 청소부가 전직 재무장관등 전문가보다 한수 위라는 경제퀴즈결과는 예측의 어려움과 엉뚱함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래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갈브레이드교수는 이렇게 썼다. “사실 예측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신뢰할수 없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예측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결코 그 예측을 공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예측의 신뢰성 여부야 어떻든 전문가의 예측이나 투자자문사의 추천을 믿고 주식투자를 해 큰손해를 보는 경우는 허다하다. 무책임한 예측과 추천으로 발생하는 투자손실은 개인적인 문제로 끝날수 있는 일이지만 나랏일을 하는데 예측과 예견이 허술하거나 엉터리인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최근 잇따라 터진 국정혼란 현상 중에는 담당부처 장관들이 예측능력 부족으로 불거진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

  • '성인전용관을 許하라' 지면기사

     오래 전 인류학개론 시간에 들은 얘기다. 아프리카엔 옷을 전혀 입지 않고 사는 부족이 많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수치심을 모르는 것도 아니요, 성적(性的)으로 문란한 것도 아니다. 그 가운데 한 부족은 허리띠 하나만 걸치고 산다. 상체와 하체의 경계에 매고 다니는 가느다란 허리띠가 그들의 유일한 의복(?)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허리띠 푸는 일을 무척 부끄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남들 앞에서 속옷을 홀랑 벗었을 때처럼…. 알몸을 훤히 드러내고 사는 처지지만 허리띠를 하고 있는 한 옷을 차려입었다고 믿는 것이다. 정반대 얘기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프로디테의 허리띠를 들 수 있다. 마법의 띠(케스토스 히마스)라 불리는 이 여신의 허리띠는 음탕의 극치다. 온갖 요상한 그림으로 장식된 이 허리띠를 매고 있는 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남성은 없다. 미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이 마법의 띠를 두르고 숱한 남자 신과 인간을 닥치는대로 후린다. 그녀가 '아프로디테 포르네(음란한 아프로디테)'라고 불리는 근원이 바로 이 허리띠다. '포르노'라는 서양말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요즘 포르노와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더 낯뜨거운지야 알 수 없다. 다만 마법의 띠가 아프리카 부족의 허리띠와는 전혀 다른 구실을 했던 건 분명하다. 수치를 일깨우는 허리띠 지난 주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영화등급보류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9명의 재판관 중 7명이 '등급분류 보류는 행정기관의 검열에 해당하므로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형식상으론 영진법 제 21조 4항이 헌법에 맞느냐 아니냐지만, 내용상으로는 우리나라 영화산업 내지 포르노 필름의 미래와 직결되는, 사회적 파장이 자못 큰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예상대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찬반양론이 뜨겁다. '이제 저질 영화가 극장에 막 내걸리게 생겼다'며 혀를 차는 걱정파와 '어쨌거나 표현의 자유는 100% 보장돼야 한다'는 환영그룹이 갈린다. 걱정파는 내심 못마땅하면서도

  • 이제 정부만 탓하지 말자 지면기사

     2001년 8월 23일 오전 10시30분 한국은행 총재실….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전철환한국은행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차관 1억1천180만 SDR를 갚는 서류에 서명을 했고, 이 서류는 곧바로 미국 뉴욕 연준(FRB)과 시티뱅크 등의 한국은행 계좌에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그리스 쿠웨이트 등 5개국 중앙은행으로 송금이 됐다. 유럽 4개국 중앙은행에는 유로화로, 쿠웨이트에는 디나르화로 입금됐다. 송금을 확인한 한국은행 국제국은 즉시 “IMF가 지정한 은행계좌에 다음과 같이 총 1억1천180만 SDR를 보냈으며, 이번 상환으로 IMF의 대기성 차관을 모두 갚았음”을 텔렉스로 통보했다. 이를 끝으로 외환위기 이후 IMF의 빚을 당초 계획보다 3년 앞당겨 모두 갚은 것이다. 우리 현대사에 민족최대의 '치욕적인 사건'으로 까지 기록될만한 IMF체제를 졸업했으니 얼마나 기쁜일인가. 온 국민이 다같이 좋아라하며 축제분위기에 휩싸여야 할 이날, 우리는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다시한번 곱씹어 보아야 할 것 같다. 3년8개월 만에 경제주권을 되찾았으니 정부로서는 기념도 하고 자축행사를 가질만한 일인데…. 환란에 의한 IMF신탁국가중 가장 먼저 '졸업장'을 받은 셈이니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질 만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는 IMF 증후군이라 할 만한 최대의 난국에 빠져있는 게 현실이다. IMF졸업을 맞은 상당수 국민들도 깊은 회한과 감회에 젖어보지만 왠지 가슴 답답함을 한없이 느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경제가 워낙 대외의존도가 높은 탓에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나빠지고 환율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몸살을 앓는 취약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적극성과 인내심이라면 이 정도의 위기쯤은 끄떡없이 넘길 수 있다고 본다. 더 늦기전에 우리의 뒷모습을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왜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까?. 직접적인 이유는 물론 외환위기가 금융 및 자본시장에 이어 기업으로 확산되는 연쇄작용을 일으키는 바람에 경제가 곤두박질친 때

  • 나라 망치는 한탕주의 지면기사

     놀랍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마치 나라 전체가 한탕주의에 빠져든 느낌이다. 7, 8월의 경마장, 경륜장에는 찌는 듯한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로 넘실거린다. 환호와 한숨이 교차하는 열광의 도가니. 그들 손엔 예외없이 모두 경마표와 경륜표가 쥐어져 있다. 그곳에서 '건전한 여가선용' 운운했다가는 몰매 맞기 십상이다. 놀라지 마라. 경마장과 카지노를 입장하는 사람들이 무려 연간 1천5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매출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경마의 경우 98년 2조7천억원에서 99년 3조1천억원, 지난해에는 4조2천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조1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공인한 폐광지역 카지노 때문에, 그 오랜세월 듣기만해도 우리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던 '정선아리랑'은 사라지고 '정선카지노'가 그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눈을 감으면 아스라히 떠오르던 굽이치는 강가. 하지만 이제 그곳에 그런 아름다움은 사라져버렸다. 잭팟이 터지고 카드장이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하룻밤에 가산을 탕진해 쪽박 차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도 꾸역꾸역 사람들이 몰려든다. 모두 한탕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왜 한탕주의가 성행하는가 복권판매도 만만치 않다. 한여름 밤의 꿈을 빌미로 너도 나도 복권판매대로 모여든다. 잘만하면 최대 40억원의 대박이 터진다는데 누가 이의 유혹을 외면할 수 있을까. 여러 복권판매대를 돌아다니며 무려 1천만원어치 복권을 사는 사람도 있다. 학교앞 구멍가게. 즉석식 복권을 열심히 긁고 있는 아이들을 볼때면 가슴마저 철렁거린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복권은 모두 14종. 여기에 다음달 부터는 축구복표가 발행되고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환경복권, 바다복권, 보건복지부의 자선복권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출정준비를 하고 있다. 가히 복권천국이다. 어디 이뿐인가. TV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자막으로 지겹게 뜨는 ARS퀴즈. 민간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공영방송에서 조차 무분별한 ARS퀴즈를 내보내고 있다. 얄팍한 상품을 내세워 말도 안되는 '생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