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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山의 해 지면기사
2002년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산의 해'다. 다음 글은 유엔이 발표한 선언문의 일부다. 유엔이 왜 '산의 해'를 선포했나 그 이유를 알수 있다. “산은 바다만큼 생명으로 가득차 있으며 적도의 밀림만큼 우리 복지에 필수적이다. 산에서 물을 얻어 작물을 기르고 전기를 생산하고 음용수를 마신다. 산은 또한 갖가지 동식물들이 사는 곳이다. 산은 문화적 다양성이 가득한 곳으로 언어의 수호자이며 전통의 저장고다….”산은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를 우리에게 주고 또한 식량과 에너지원의 보고다. 생물의 다양성과 함께 휴식과 레저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귀중한 산이 우리 국토에는 도처에 산재해 있다. 스위스나 네팔같은 산악국가는 아니지만 어느 곳에서나 사방을 둘러보면 산들을 볼수있다. '준 산악국가'라 할수있다. 이러한 산의 다양한 가치를 재발견하고 산의 보전과 개발이 어떻게 하면 조화를 이룰수 있나를 우리는 올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한다.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등산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등산이 유행을 이루고 있다. 봄, 가을 등산철이면 유명한 산에는 등산로마다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크게 붐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등산로가 번잡한 대도시의 큰 길처럼 변한다. 산길을 오가기가 힘들때도 있다. 이러니 산들이 몸살을 앓고 병이 들지 않을수 없다. 등산객들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지만 정작 산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해 한국환경생태학회에 의뢰해 전국 국립공원 등산로의 훼손실태를 조사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전체 등산로 1천143㎞의 75%인 857㎞가 크게 망가졌다. 등산객들의 발길에 등산로는 넓혀지고 파헤쳐졌다. 등산로 폭이 평균 4m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등산로 폭 1.5m보다 배이상 넓어졌다. 등산로 주변에 나무뿌리가 그대로 드러난 곳도 많았다. 등산로 주변을 복구해야할 면적이 약 65만평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구비용도 2천700억원 이상 들어간다고 한다.이러한 피해의 대부분은 등산객들이 과도하게 몰려든 탓으로 보고있다. 북한산 국립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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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 문제다 지면기사
반칙 없는 축구가 재미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깊숙한 태클, 거친 몸싸움이 없는 '범생이 축구'에 무슨 박진감이 있을까. 반칙이 너무 많아 경기흐름이 자주 끊겨도 맥빠진 경기가 되지만 몸을 던지는 투혼이 없는 경기 또한 축구팬들을 실망시키게 마련이다. 반칙도 이제는 현대축구의 한 작전 아니겠는가.그라운드의 신사들은 이런 솔직함에 강하게 어필할 지도 모른다. 그러면 차라리 격투기를 보러 가라. 그런 비난을 들어도 싸다. 야성을 빙자한 가학성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을지도 모르므로…. 하지만 하고 싶은 얘기는 그게 아니다. 어차피 승리를 향해 뛰고 있는 선수들이라면 몸을 사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룰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야생마처럼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월드컵이 세계적인 단일 스포츠축제가 된 이유도 이런 역동성에 있지 않을까.심판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에겐 선수들의 지나친 행동을 제재하면서도 경기의 맥을 이어가는 '조율사' 역할이 주어져 있다. 물론 하석주에게 가혹한 퇴장명령을 내린 것도 심판이고, 마라도나가 손으로 골을 집어넣는 걸 잡아내지 못한 것도 심판이다. 그래도 심판은 중요하다. 심판이 있기에 우리는 그나마 공정한 경기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그런데, 축구경기에서만 심판이 중요할까. 우리 사회의 '심판들'은 제구실을 하고 있는 걸까. 지난주 이 문제를 다시한번 떠올리게 하는 소식이 있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윤리의식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가슴 답답한 내용이지만 또 들여다 보자.'반부패국민연대'에서 중고생 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 보았더니 90%가 '한국은 부패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잠시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새로울 게 전혀 없는 얘기다. 매일매일 뭔 게이트다 뭔 리스트다, 그것도 모자라 각계각층 '선수'들이 꼬리를 물고 잡혀들어가는 나라에서 그런 결과가 안나오면 되레 이상한 것 아닌가.오히려 '부패하지 않았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뉴스도 안보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인터넷에서 설문조사 내용을 다운받아 살펴보니,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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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지금 몇시인가 지면기사
2002년 월드컵축구의 경제효과 극대화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불과 월드컵개막 5개월을 남겨놓은 시점에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위원장자리를 놓고 관계자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여 꼴불견이다. 과연 지구촌축제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상품사업 라이선싱 업체인 CPP코리아의 운영과 지분을 둘러싼 갈등으로 월드컵상품 판매사업이 중단됐으나 마땅한 해결책없이 표류하고 있다.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고 했다. 지금 월드컵조직위원회가 속담처럼 공동위원장체제하에서 겪는 갈등이 바로 그 형국이다. 지난해 10월 공동위원장 출범당시 정부가 '쌍두마차론'을 내세워 정몽준위원장은 국제, 이연택위원장은 국내업무를 맡길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한마리보다는 두마리가 끄는 마차가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는 미명하에. 그 논리대로 과연 월드컵 준비가 원활하게 추진되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공동위원장들은 업무분담과 결재절차 등이 명확하지 않은 채 사사건건 부딪히더니 끝내 두패로 나눠졌다. 공동위원장체제의 상승효과를 은근히 기대했던 모양인데 그것이 애시당초 얼마나 잘못된 계산이며 실현불가능한 발상이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꼴이다.스포츠분야는 그 어느 집단보다도 보수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정부가 지나치게 간과했다. 이 집단의 구성원들은 가부장적인 리더십에 익숙해 있고 가족적인 멤버십을 선호한다. 월드컵조직위도 이러한 특성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한 지붕아래 두 아버지'가 버티고 있는 한, 가족간의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이를 계기로 스포츠계에 더 이상 정치논리를 적용하지 않기를 당부해둔다. 그동안 정치가 스포츠를 얼마나 오염시켜왔는지 대다수의 국민들도 눈치챈지 이미 오래다. 때문에 정치적 야심이 만만치 않은 정위원장에게 단독으로 맡기면 그가 너무 뜰 것을 우려했다는 풍문이 설득력을 얻어갈 뿐이다. 스포츠와 정치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입증되지만 그 관계를 최소화하는 국가가 선진반열에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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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구나, 똑같아 지면기사
최근 ‘모래시계'를 다시 보았다. 귀에 너무 익은 서글픈 주제곡, 빠른 장면 전환, 의미심장한 대사 한마디 한마디, 95년에 방영된 드라마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들이 신선하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보다 일곱살이나 젊은 배우들의 앳된 모습을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말없는 젊은 오빠 이정재, 카리스마가 넘쳐나는 최민수는 여전히 멋있고,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었다는 고현정의 젊음이 눈부시다. 대쪽 같은 검사 역을 맡은 박상원의 연기도 전혀 나무랄 데가 없다.태수, 우석, 혜린, 재희 이름 하나 하나가 전혀 낯설지 않다. 70년 말부터 80년 중반까지 한국의 격동사를 다룬 드라마. 쉬쉬했던 80년의 광주와 삼청교육대가 부활하고, 한국정치이면사에 도사리고 있는 조직폭력배의 세계를 다루었다고 해서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 그래서인지 불과 1년전 방영된 드라마 재방송을 보아도 어색하고 부자연스럽지만 다시 보는 모래시계는 지금 막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처럼 펄떡거린다. 왜 그럴까. 왜 이상하지도 어색하지도 촌스럽지도 않을까. 그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왜 다시보는 모래시계에는 낯설음이 전혀 없는가. 답은 아주 간단하다. 시기만 틀릴 뿐 판박이 찍듯 지금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과 전혀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모래시계를 보면 지금의 우리 사회를 거울속 들여다 보듯 한눈에 들어온다. 모래시계가 끝난 7년후 지금의 대한민국.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하지만 작금의 상황이 모래시계를 그대로 재현한 모습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그냥 가슴에 묻어둘걸 괜히 보았다는 후회감과 탄식이 쏟아져 나온다.자식처럼 키운 재산을 놓치기 싫었던 카지노의 대부 윤회장. 권력에 엄청난 로비자금을 쏟아 붓고도 정권에 대항한다는 이유로 몰락하는 그가 요즈음 인구에 회자하는 ‘○○○게이트'와 어쩌면 그렇게 똑 같은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윤회장이 만든 이른바 ‘윤회장리스트'도 지금 온통 세상을 들쑤셔 놓고 있는 ‘진승현리스트'와 너무나 꼭 빼 닮았다. 카지노를 두고 조직폭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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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잘못지었나 지면기사
사람의 이름을 짓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자식의 이름을 짓느라 애써보지 않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사람 이름뿐만 아니라 상품 이름을 정하는 것도 아주 힘든 일이다. 이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다. 이름이 재수없다든지 객사할 이름이라는 엉터리 점쟁이 소리에 놀라 멀쩡한 이름을 많은 돈을 들여 고치는 사람도 적지않다.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웃 일본에서는 몇해전 갓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아쿠마'(惡魔)로 지어 출생신고를 했다가 시당국이 이를 거절하자 소송을 낸 일도 있다. 아기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충격적이며 기억하기 쉽다고 해서 이같이 지었다는 것. 결국 몇달간 소송을 끌다가 시당국의 개명 권유를 받아들여 아들 이름을 '아쿠'(亞驅)로 바꿈으로써 한동안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악마소동'은 끝났다.1960년대 중반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는 새로 개발한 소형 자동차를 '시보레 노바'라는 이름을 붙여 멕시코 시장에 내놓았다. 그런데 몇달이 지나도 판매실적이 형편없었다. 원인을 조사해본 결과 '노바'(No Va)가 스페인 말로 '가지 않는다'는 뜻임을 알게 되었다.요즈음 우리사회에는 '공적자금' 얘기가 나오면 돈을 떼먹은 몇몇 사람을 빼놓고는 모든 국민들이 열받고 혈압이 올라간다. 그래서 부실 금융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모은 돈에 '공적'자금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 잘못된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다. '공적'자금이라니까 '공돈' '공짜'자금으로 연상하여 임자없는 돈으로 생각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많은 돈을 펑펑 나눠주고 떼먹고 떼이고 했는가 말이다.공적자금이란 외환위기를 맞아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을 형편에 이르자 이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 등 금융기관들마저 위기에 몰리게되자 이들 금융기관들을 살리기 위해 지원된 돈을 말한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들은 부실기업들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을 돕기위해 이돈을 썼다. 이러한 과정에서 몇조단위의 어마어마한 돈이 사라지거나 낭비되고 몇십조 단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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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13일 풍경 지면기사
2002년 6월13일은 목요일이다. 이날 아침 눈을 떴을 때 '평균적인' 한국인은 무슨 생각부터 할까. 코스타리카와 브라질이 수원에서 오후 3시30분에, 터키와 중국이 서울에서 같은 시각에 경기를 갖는다는 것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또 저녁 8시반에는 요코하마에서 에콰도르와 크로아티아가 붙고, 오이타에서는 이날의 빅카드 멕시코 대 이탈리아전이 벌어진다는 것도 아마 잊지 않을 것이다.이미 한국이 폴란드(4일)와 미국(10일)을 꺾고 16강전에 안착한 뒤라 한결 느긋해진 마음으로 오늘의 경기를 기다릴 수도 있고, 내일(14일)의 포르투갈전 결과에 따라 16강이 결정된다면 자신이 히딩크라도 된듯 '필승전략'을 구상해 보느라 마냥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미룰 지도 모른다. 더러 광적인 팬들은 전날 일본에서 치러졌던 아르헨티나-스페인전이나 나이지리아-잉글랜드전의 녹화중계를 밤늦게까지 시청하느라 아예 잠에 곯아떨어졌을 수도 있다. 오늘은 공휴일 아닌가.전국 지방동시선거일의 아침은 아마도 그렇게 밝을 확률이 높다. 상상력이 빈곤한 나만 이렇게 예상하는 걸까. 상당수의 건전한 유권자는 그래도 '축구는 축구, 자치는 자치'라며 투표장으로 갈까. 월드컵 개막과 꼭 겹치는 선거운동 기간동안 중계시간에는 축구에 열광하고, 뉴스와 유세시간에는 향후 정치구도를 살펴가면서 '내고장일꾼'을 결정할까. 그게 정답이겠지만, 세상이 정답대로 돌아갈 것같지 않다는 염려는 지나친 노파심일까.'월드컵 붐'이 일지 않아 노심초사했던 관계자들은 이제 한 숨 돌려도 될 듯하다. 지난 1일 부산의 조추첨 행사는 확실히 월드컵이 개막됐음을 '평균적' 한국인들의 마음에 심어주었다. 지금부터는 이 마음들을 행사준비에 끌어들여 어떻게 에스컬레이트시킬 것인가 궁리하면 된다.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결정적인 고비는 넘어갔고, 마무리만 남은 셈이다. 오히려 지금부터 걱정해야 할 것은 월드컵과 완벽히 겹치는 지방선거가 아닐까.지난 봄 월드컵을 피해 지방선거를 앞당기는 문제가 공론화될 때만 해도 대부분의 시민은 그저 추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세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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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減稅인가 지면기사
올 연말연시에는 값비싼 모피코트에 귀금속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상류사회 부인들의 모습을 호텔이나 골프장에서 유난히 자주 볼것만 같다. 이제 외제차도 싸지고, 양주값도 내리고, 골프도 낮은 값에 즐길 수 있다니 좋기만 하단다. '돈 많은 사람'들이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느라 애써 참아오던 터에 과소비를 해도 좋다는 '정부보증'이 발표되었으니 얼마나 신명이 날까. 약삭빠른 상인들은 기회를 놓칠세라 갖은 방법으로 충동구매를 자극시킬 게 뻔한데, 이 참에 짓눌렸던 졸부들의 씀씀이 행각은 짐작이 안될 만큼 가히 폭발적일 것이라고 본다.특소세 인하소식이 전해지자 자동차 대리점은 물론 가전업계와 귀금속상 모피점에 문의전화가 연일 쇄도하고 있다는 보도다. 더구나 특소세 인하 적용시한이 내년 상반기로 한정돼 그 이후에 구매를 계획했던 수요까지 앞당겨질 판국이다. 자칫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가수요현상마저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감세뿐이 아니다. 소위 재정의 경기 조절기능을 한껏 살려보려는 방안도 있다. 예산을 조기에 집행해 시중에 돈을 풀고 법인세율을 낮춰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이같은 일련의 정책들은 교과서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그러나 곰곰 따져보면 감세 정책이 달콤하다고 해서 덥석 삼켰다가는 비싼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이치를 위정자들은 너무 간과하는 듯 하다. 세금을 덜 내면 국민들로서야 일단 좋다. 하지만 감세의 경기진작 효과가 대단치 않다는 반론은 접어둔채 '우리가 더 세금을 내려준다'는 식의 선심경쟁 기미까지 보이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정의 감세바람은 따지고 보면 야당의 법인·이자소득세율 감세 공세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은게 사실이다. 이제는 아예 정부가 나서 특소세에 이어 법인세와 이자소득세율도 내릴 태세다.건전재정과 재정적자 축소를 외치던 정치권이 갑자기 감세경쟁으로 치닫는 작금의 현상은 표리부동이다. 특히 야당은 내년 세출예산을 줄여야 한다며 정부를 질타하고 대책을 요구하던 모습이 오간데 없어졌으니 이율배반 아닌가. 내년 대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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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에의 푸념 지면기사
일단 끝이라고 생각하면 누구나 대담해지는 법이다.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소심하다는 이유로 여자에게 절교선언을 당한 남자가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헤어지는 그 장소에서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는 꿈같은 이야기는 모두 그런데서 연유된다. 일단 끝이라고 생각하고 떠나는 사람이 무슨 행동이나 말을 못할까.만신창이가 되었던 제일은행의 최고 경영진으로 취임했던 윌프레드 호리에 은행장이 의미심장한 몇 마디를 남긴 채 얼마 전 한국을 떠났다. 잔여임기가 1년6개월이나 되고 무려 421만주의 스톡옵션까지 포기했다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니까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는 떠나는 자리에서 “한국에서 일하다보니 이 나라 장래가 걱정스러웠다. 국회의원, 공무원, 언론 등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던졌다.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책임자로서 참고인 자격으로 국정감사장에 불려갔던 그는 국회의원들이 약속이나 한듯 했던 질문을 또 하고 막상 답변을 하면 의원들이 졸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사업상 바쁜 CEO를 오전 9시부터 저녁7시까지 붙잡아 놓고 농담하듯 별로 중요하지 않은 질문을 하는, 그런 국회의원이 있는 이 나라가 걱정스럽다는 말도 했다.그는 또 한심한 공직자들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기업과 관련한 법과 규제들이 가만히 들여다보면 너무 모호한 부분이 많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라 그런 것들이 모두 규제가 되어 한국 투자에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포 확장을 위해 신규 투자를 할 때마다 공무원들의 까다로운 규제로 애를 먹었으며, 막말로 정부 부처가 없어도 잘 돌아갈 일이 그들이 있음으로해서 안되는 일이 한국에는 너무 많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아프게 꼬집었다.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호적인 인사에게는 한없이 부드럽게 기사를 쓰다가도 비우호적이면 감정이 곁들인 가차없는 비판이 따른다는 뜻이다.그의 마지막 기자회견장에 동석했던 다른 외국기업 CEO들도 호리에의 발언에 공감했던지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는 후문이다. 아마 그들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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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 뭐하나 지면기사
올해도 입시한파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언제부터인가 대입 수능시험일이면 포근하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자 '입시한파' 또는 '수능한파'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지난주 수능시험일인 7일도 대부분 지역의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예년 기온보다 몇도씩 낮은 추위가 닥쳤다. 신통하게도 '입시한파'가 재현된 것이다.입시한파말고 대학입시철이면 또하나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입시생을 둔 어머니들의 기도와 불공드리는 모습. 전국의 사찰과 이름난 산의 마애불 앞에는 아들 딸이 시험 잘 보기를 비는 어머니들의 지극 정성을 볼 수 있다. 철야기도는 보통이고 백일기도까지 드리는 어머니들도 적지않다.이러한 어머니들의 모습에서 대입 시험의 치열한 경쟁과 절박함을 엿볼 수 있다. 수험생 못지않은 학부모들의 정성을 보고 어느 외국인은 이렇게 평하기도 했다. “미국인의 눈에는 한국의 부모들은 거의 미치기 직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입시철에 한국의 어머니들이 학교교문에 서서 자식이 시험을 잘 치기를 비는 모습은 미국에서라면 극단적인 일로 간주될 것이다.”이렇게 수능시험의 에피소드를 얘기하다보니 얼마전 친구인 T교수와 저녁을 하며 나누었던 화제들이 떠오른다. T교수는 우리나라의 수재들만 모인다는 최고의 명문 국립대에 재직하고 있다. 그런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한 수재들의 엉뚱한 언동을 보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한다.T교수는 몇달에 한번씩 연구실 대청소를 한다. 지난 가을에도 대청소를 하던 날, 몇몇 학생들이 이를 보고 청소를 돕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총채를 든 한 학생이 서가의 먼지를 턴다며 하는 짓이 이상했다. 총채로 터는 것이 아니라 빗질하듯 책위를 총채로 미는 것이었다.어이가 없어진 T교수는 학생에 물었다. “이제까지 총채질하는 것을 못보았나.” 못보았다는 대답이다. 설사 보지못했다 해도 총채를 들면 자연히 털게 마련인데…. T교수는 총채질 시범을 하면서 혀를 찼다.T교수가 또하나 못마땅해 하는 것은 학생들이 인사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른다는 점이다. 연구실에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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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서울? 의정부? 지면기사
지난 봄 서울 예술의 전당이 소송을 하나 제기했다. '의정부 예술의 전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예술의 전당'은 이미 자신들이 상표등록을 한 고유명칭이므로 유사기관에서 같은 명칭을 쓸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2년전 청주시가 시립공연장에 '청주 예술의 전당'이라고 이름 붙였다가 서울측의 항의로 '청주문화예술회관'이라고 간판을 바꾼 전례도 있었다. 그러나 의정부시는 '예술의 전당'은 상표가 아니라 '업종개념'이라고 맞섰다.소송은 잠깐 동안 전국 문화예술계의 화제가 됐다. 누구 말이 맞는가. 한국의 대표적 공연·전시공간 '(서초동) 예술의 전당'의 '독점권'을 인정해야 하는가, 아니면 누구의 전유물도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되는 '문화예술'의 다양한 '전당'들을 장려해야 하는가. '의정부 예술의 전당'은 그렇게 '표절시비로 인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의정부시의 작명논리가 절묘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의정부 예술의 전당은 지난 5년간 520억원을 들여 지어졌다. 지방도시로서는 적지않은 문화예술 '투자'다. 하지만 전국 자치단체들이 '문화의 시대가 왔다'며 서둘러 세운 '그저 그렇고 그런' 행정적 성격의 문예공간의 하나라고 치부될 가능성 또한 없지 않았다. '우리도 문화도시'라고 자랑하고 싶어 겉만 번듯한 건축물을 지어놓았을 뿐, '소프트웨어'를 들여다 보면 '글쎄'라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시설이 어디 하나둘인가. 그러나 의정부시는 이름만 잘 짓는 게 아니었다.의정부시는 초대 관장을 발탁하는 과정에서도 앞서 나갔다. 처음부터 공채를 통해 외부전문가 구자흥(具滋興)씨를 영입한 것이다. 이런 '외곽기관'의 장 영입은 으레 지방의 정치적 역학과 행정적 배려에 의해 '임명'되는 관례는 보기좋게 뒤집어졌다. 구씨는 한국베세토(BESETO)위원회 사무총장이자, 1999년 밀레니엄축제 'DMZ2000-호랑이는 살아있다'와 2000년 아셈경축 한중일 3국합동공연 '춘향전'을 기획한 문화전문가다.구관장의 영입 또한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4월6일부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