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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者의 도리 지면기사
최근 신문을 보면 화제성 기사로 부자들 얘기가 심심치않게 나와 눈길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 '부자뉴스'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기사행간에 배어있는 의미를 새겨 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충격을 준 기사는 “심심해서 물건을 훔쳤다”는 어느 부유층 부인의 절도행각이다.이 부인의 집은 서울의 60평짜리 아파트다. 남편은 수십억원대의 부동산을 가진 회사사장이다. 이런 부인이 지난 한해 서울의 백화점 명품관을 돌며 외제 고가품만을 훔치다 네차례나 붙잡혀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3월 또 백화점에서 고가의 수입 실크 스카프를 훔치다 붙잡혔다. 이 부인은 “세상사는 재미가 없을때 명품을 훔치면 위안이 됐다. 그래서 심심하면 백화점에 훔치러 나갔다”고 말했다.부족한 것 없이 남부럽지않게 살만한 중년부인의 상습 절도행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정신적 결함이 있다고 보아야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들어 심심해할 틈이 없는 서민들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일일 것이다. '행복한 부자는 드물다. 그러나 부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 가난뱅이도 없다'는 말이 있지만 부자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삼성금융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의 부자숫자를 추정한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금융연구원이 정의한 부자의 범주는 부동산을 빼고 대략 10억원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이다. 이 정도면 여유있는 삶을 살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이 여러통계를 근거로 계산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1%인 14만 가구가 이 기준에 맞는 부자로 추정했다. 금융자산이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도 많이 소유한 계층일 가능성이 높다.어느 조직이나 구성원 가운데 상위 1%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본인의 능력과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행운도 따라야 한다.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선택받은 존재로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서 말한 중년부인의 단순한 절도행위가 신문에 보도된 것은 부유층 부인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이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쳤다면 뉴스거리가 안된다.이렇게 보면 부자는 공인이라 할수 있다. 뉴스의 대상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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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육감을 뽑을 것인가 지면기사
의왕 정원고가 결국 1학년 없는 학교가 됐다. '이 학교가 싫다'며 등록을 거부해온 학생 가운데 94명에게 지난 4일밤 전학서류가 발급된 것이다. 전체 배정학생 258명 가운데 '먼 곳에 사는' 100여명은 이미 지난달 전학을 갔다. 남은 학생 36명도 곧 전학을 가야 한다. 이제 정원고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수십억원의 특별지원을 받는 한편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로 개편된다. 정녕 이런 해결책밖에 없었을까. 우리 교육의 모순과 끝없는 미봉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가슴이 답답하다.고교 재배정 파동이 시작된 지 두달. 한편에선 사임한 교육감의 후임을 뽑는 선거전이 치열하다. 지난 8일 7명의 후보가 공식등록하기 이전에도 10여명의 자천타천 인사들이 뜨거운 물밑경쟁을 벌여왔다. 오늘(10일) 지역언론이 공동개최하는 후보 초청토론회를 기점으로 각 진영은 막바지 공식 득표전에 돌입하게 된다. 오는 18일 2만명 가까운 선거인단 1차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이틀 뒤인 20일 결선투표를 통해 새 교육감이 선출될 예정이다.비록 선거에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은 아니지만 지역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니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각 후보의 사진과 프로필이 게재된 지면을 다시 들여다 보기도 하고, 교육계에 떠도는 소문을 얻어들어볼까 귀를 세워보기도 하지만 적임자 판단이 쉽지 않다. 경력만 봐서는 여러 후보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데다 후보들의 교육관과 능력을 가늠해 볼만한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인단도 이렇게 답답해 할까.교육감 선거방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걸 보면 아마도 그런 모양이다. 선거기간이 짧고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후보는 후보대로, 선거인단은 선거인단대로 선거공보와 6개 선거구별로 1회씩 열리는 소견발표회, 언론기관 및 단체의 초청 대담·토론회 만으로 어떻게 적임자를 가릴 수 있겠느냐고 불평을 털어놓는다.일각에서는 교육감 선거전이 과열되는 원인을 선거방식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초등교사 출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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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신화 신기루였나 지면기사
세상에는 비밀은 없다. 아무리 감추려고 발버둥쳐도 언젠가는 모든 사실이 밝혀지는 법이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단 둘이 소곤거려도 벽에 있는 귀를 통해, 바람을 타고 세상에 알려지는게 만고의 이치다. '여인천하'에서 문정왕후와 경빈이 벽에 귀가 있다며 소곤거려도 결국 궐내에 말들의 성찬이 벌어지는 것을 그토록 보아오지 않았던가. 단지 시간이 좀 걸릴 뿐. 결국 모든 진실은 낱낱이 밝혀진다. 세상에는 비밀이란 없다. 최근 마치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벤처와 관련된 추악한 커넥션을 보라. 기업주, 금감원직원, 국책은행관계자, 벤처캐피털 직원, 그리고 약방의 감초로 등장하는 정치인들. 이들이 모여 쑥덕공론하며 마치 떡 주무르듯이 하며 코스닥에 상장해 주가를 조작해도 결국 진실은 밝혀져 이들은 줄줄이 구속되지 않던가.4년전으로 돌아가 보자. 그때는 나라전체가 경제불황으로 자금마련을 하기가 꽤나 어려웠던 시절. 언론사 인터넷에 들어가 기사 검색란에서 한때 잘나간다던 '벤처기업'을 검색해보면 마치 약속이나 한듯 그 회사의 CEO들이 화려하게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4년전이라면 혹독한 IMF이후로 우리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때다. 인터넷 광고 대행업으로 시작했던 G사. 벤처의 신화를 만들었던 기업이다. 대부분기업들이 자금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이 회사는 온라인 공모주 청약을 실시해 10억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했다. 자사의 홈페이지에 실린 기업광고를 클릭하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적립했다가 일정액에 이르면 회원들의 계좌에 입금시켜주는 이 기업은 불과 12억원의 매출액 중 적자는 절반인 6억원을 기록했으나 코스닥 바람이 거세면서 주가는 무려 2천%나 급등했었다. 당시 금감위가 주가 조작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나 결국 무혐의로 처리됐고 기업사장 K씨는 적반하장으로 “주가 조작이란 있을 수 없다. 더 오를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사장의 공언대로 주식은 더 올랐다. 7만8천원이던 이 회사의 주가가 불과 한달 보름만에 30만7천원까지 급등했으니까.기업인수 합병의 전문가라고 알려진 J. 주당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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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질을 장려한다? 지면기사
“소도리 행 댕기지 말라. 들어도 못 들은 척 속심행 다니곡. 속 어신 사람처럼 와리지랑 말고 다니라. 놈덜 싸움 만들곡 이녁 모심만 막아져부러.” 제주도 사투리를 모은 한 사이트에서 퍼올린 글이다. 내용은 “고자질 하지마라. 들어도 못 들은 척 입 다물고 다녀라. 생각없는 사람처럼 부산떨지 말고 다녀라. 남들 다툼 만들고 자기 마음 상한다”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모진 풍파를 겪은 탓인지 제주도 어머니들이 요즘까지 자식들에게 가장 많이 당부하는 말이라고 한다. 아마 고자질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정서를 잘 대변하는 대목인 것 같다.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에 의해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 포상금제가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 제도는 지난 2000년에 쓰레기불법투기 신고 포상금제가 사실상 원조격이다. 그후 교통법규 위반차량신고제, 수입농산물 불법유통신고제, 야생동물 밀렵 및 거래신고제, 노래방 탈법영업신고제, 부동산 중개수수료 과다청구신고제, 심지어 구제역 의심가축신고제까지 이루 열거할 수 없을만큼 다양하다.최근에는 지방 및 대선을 의식한 중앙선관위마저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민신고를 적극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선거범죄 신고포상금을 신고내용에 따라 최고 30만원이던 것을 무려 1천만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또 경기도는 가짜 경기미를 유통시키는 행위자를 신고하거나 검거할 경우 1건당 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조례를 개정, 다음달부터 시행키로 했다.신고 포상금이 이처럼 거액으로 부풀려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겠으나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목 좋은 곳'에서 진을 치고있던 전문 고발꾼들에 의해 적발당한 수많은 운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억울해하면서도 마땅한 항변도 못한 경험이 한두차례씩 있었을게다. 이들의 심사가 어떠했을지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애매한 교통신호체계 앞에서 먹이 감을 집어삼키듯 사진찍는 현실은 취지가 어떻든 웃지못할 우리사회 오늘의 자화상이다.이래서 이 제도를 현정부의 대표적 '고자질 장려정책'으로 꼽는지도 모른다. 단순히 교통사고가 줄어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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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경고 지면기사
최근들어 '거품경고'가 자주 나오고 있다. “거품(버블)경제의 위험이 있다” “가계 거품이 문제다” “부동산 버블 경고”등등. 이러한 거품경고의 중심에는 아파트가 있다. 태풍의 핵에 부동산이 있는 셈이다. 거품경고가 나오게 된 것도 집문제 때문이다. 집값 폭등과 아파트 시장의 투기열풍으로 거품경고가 시작됐다.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값은 하늘을 찌를듯이 치솟았다.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1천대 1을 넘는 일이 생겼다. 서울에는 평당 매매가격이 4천만원이나 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지난 3월1일 기준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시세를 조사한 결과 나온 기록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10평형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4억원이나 됐던 것이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될 주공 저층아파트다.이 아파트는 올초만해도 평당 3천만원이었는데 사업승인을 받은 이후 두달만에 1억원이나 오른 것이다. 재건축을 하면 10평 아파트가 몇평이나 더 커지고 가격이 얼마나 뛸지 알수 없지만 일반 서민들은 꿈도 못꿀 엄청난 값에 놀랄뿐이다. 이밖에도 평당 2천만원 이상으로 팔리는 아파트가 서울에는 수두룩하다고 한다.이러한 아파트 시세는 지난 3월6일 정부가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등 부동산 안정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조사된 것이다. 대책발표이후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올지 궁금하다.아파트값이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있지만 두고볼 일이다. 과거에도 아파트값이 폭등할 때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일시적으로 주춤하다가 곧바로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른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어쨌든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의 이상과열 현상이 지속되자 거품경고가 뒤이어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주택가격의 상승률(9.9%)과 아파트값 상승률(14.5%)이 명목 경제성장률(4.3%추정)의 2배를 웃돌았다”고 지적, 거품발생을 경고했다. 금융연구원도 은행의 주택담보 가계대출이 계속 늘어나가다 나중에 담보물 가치가 떨어지면 은행들도 부실채권 증가로 위기를 맞을수 있다고 지적했다.지금처럼 금리가 싸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집을 사거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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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선제라는 실험 지면기사
자칭 반미주의자도 미국정치와 선거의 절차적 민주성만큼은 부러워한다. 민주·공화 양당이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예비선거에서부터 선거인단 투표까지 거의 1년에 걸친 대선과정은 지구상의 가장 흥겨운 정치페스티벌로 비쳐진다. 물론 재작년 부시-고어 대결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은 고어가 선거인단 수에 밀려 재검표 소동 끝에 고배를 마시는 바람에 미국 대선도 어딘가 결함이 있다는 의혹이 널리 고개를 들긴 했지만 말이다.한데, 미국의 역사를 공부해 보면 이렇듯 모범적인 미국의 대선절차가 사실은 '반민주적인'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흥미로운 해석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국독립을 이끈 지도자들, 이른바 '건국의 아버지'들은 주로 지주와 부르주아 계급 출신으로서 신생합중국의 권력이 머릿수에서 압도적인 서민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데 온갖 머리를 짜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지금과 같은 간선제 방식의 복잡한 대통령선거제를 정착시켰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출발이야 어쨌든 미국인들이 지난 200년 동안 자신들의 대통령선거를 대대적인 정치축제로 발전시켜 온 것만큼은 틀림없다. 그 광활한 땅에서, 그 많은 인구가, 그 긴 기간의 선거를 치르는데 적어도 우리같은 추잡한 진흙탕싸움 돈선거 시비는 없지 않은가. 만약 그랬다가는 첫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뉴 햄프셔에서부터 당장 고발당해 이후 레이스에 명함도 못내밀게 된다고 한다.우리도 드디어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제 실험에 돌입했다. 여당인 민주당이 이미 제주와 울산에서 첫 경선을 치렀고, 야당인 한나라당도 준비중이다. 각 당 모두 대선후보 선출 뿐만 아니라 6월 자치단체장 후보도 주민이 참여하는 경선을 계획중인 곳이 많다. 헌정사상 54년만에 주요정당들이 미국식 모델을 본떠 정당의 민주화, 선거의 선진화를 향해 발걸음을 뗀 것이다.물론 국민경선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초장부터 '국민경선제가 잘 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악담까지 등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경선을 앞둔 곳마다 인력동원, 돈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더욱이 상대방의 국민경선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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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점 열풍인가 지면기사
초등학교 시절, 학교 가는 지름길에 점을 보는 집이 있었다. 그 집을 통해 가야 적어도 10분 정도 학교를 빨리 갈 수 있었지만, 울긋불긋한 천이 걸려 있는 그 집 앞을 지나기가 무서워 일부러 멀리 돌아서 가곤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몇몇이 그 점 집 앞에서 누가 오래 있는지 내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간 큰 녀석이라고 해도 5분을 견디지 못했다. 이상한 글씨가 쓰여 있는 대문 앞에 서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그 집안에서 스멀스멀 풍겨나오는 묘한 냄새가 역겨웠으며 더욱이 누군가 대문을 열고 나와 잡아가지나 않을까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무서웠던 것이다.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초여름의 어느 날로 기억된다. 혼자 점집 앞을 꼭 지나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그 집의 창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겁이 유난히 많았던 내가 그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호기심이 발동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불가사의다. 어쩌면 그 안을 들여다봄으로써 그 결과를 우쭐한 마음으로 애들에게 뽐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침을 꼴깍거리며 까치발로 어렵게 들여다본 나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순간 보였던 방안의 기괴한 그림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 이상한 옷을 입고 있는 그 방 주인과 순간 서로 눈이 마주쳤던 것이다. 며칠동안 꿈속에서 고통을 느껴야했던 그 서늘했던 여름의 기억을 어찌 필설로 다 할수 있으랴. 지금이야 실실 웃음이 나오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친구들이 아무리 ‘겁쟁이’라고 놀려도 난 그 집 앞을 단 한번도 지나가 본 적이 없다.점, 한때는 미신이라고 업신여기던 역술의 열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대략 현재 활동중인 무속인이 20만명, 역술인이 15만명, 운세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1천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점집이 기업화, 대형화되고 있으며 운세관련 700 유료전화서비스가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옛날 골목의 한 귀퉁이 혹은 산 어귀에 은밀하게 숨어있었던 역술집을 대로변에서 보는 것도 이제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유명 역술인의 연 수입이 억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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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민주사회를 향하여 지면기사
민주사회의 기본은 정직하고 투명한 사회, 공정하고 합리적인 틀, 신뢰받는 지도층,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이런 기본 요소들이 우리들 스스로의 무질서와 맹목적인 집단의식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앞서기 보다는 그냥 무덤덤하다. 왜 일까. 약간의 비약일 수 있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우리는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잃은 것도 너무 많다. 이런 사고를 균형감각의 상실로 돌리기에는 왠지 너무나 혼란스럽다. 그러면서도 이런 난제의 해결 과정에서 성숙한 의식이 시민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내면을 느낄 때는 우리도 어느덧 선진 시민사회에 접어들고 있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어 혼란이 기우가 아닌가하는 판단을 하게한다.지난 주말부터 이어졌던 철도, 발전, 가스 노조의 연대 파업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뒤로 하고라도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한 메가톤급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파업이 장기화 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생각할 때 파업이 빠른 시일내에 타결된 것은 그나마 큰 다행이다. 파업 장기화 우려를 씻고 대화를 통해 타협을 이끌어낸 노사 양측의 노력을 높이 살만하다.예전 같으면 공권력 투입에 이은 농성 노조원의 강제해산과 이에따른 폭력 시위등 악순환의 연결 고리가 이번 파업에서는 없었다. 이와 더불어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큰 혼란없이 차분히 대응한 시민들의 말 없는 행동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성급하게도 우리의 의식이 다른 이해 집단의 행동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에 빠져들게 한다. 물론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고 비약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아예 냉소와 체념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돌려 버릴 수도 있다.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김동성선수의 금메달 강탈 사건에 이은 미국 NBC투나잇쇼 진행자 제이 레노의 한국인 비하 발언으로 촉발된 국민의 분노를 삭히는 과정에서 보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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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美감정과 국익 지면기사
지난 일요일 저녁의 일이다. 모처럼 온 가족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던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을 보고 있었다. 무슨 종목인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미국과 네덜란드 선수가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대학생인 아들녀석과 딸이 박수를 치며 네덜란드선수를 열심히 응원을 하더니 끝내 미국선수를 제치고 우승하자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마치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딴양….올림픽의 기본정신은 페어플레이다. 그래서 선수나 임원 심판 등 모든 참가자들이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겠다는 선서를 한다. 그렇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은 미국민외 전세계 어느나라 국민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우리 김동성 선수가 출전한 쇼트트랙 남자 1천500m 결승전만해도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오심이었다. 전세계 수억명의 시청자가 지켜보았으며 느린 동작으로 반복해 보아도 심판판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이것은 국수주의적 애국심과는 결코 다르며 반미감정만도 아니다.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지켜지지 않은데 대한 항의이며 불만의 표출이었다. 물론 경기에서의 심판판정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심판도 인간인지라 순간적으로 그르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이번 대회의 판정시비는 초반부터 꼬리를 물더니 급기야 공동 금메달수상이 나오고 순위가 뒤바뀌는 물의를 일으켰다. 오죽했으면 김동성 선수와 나란히 승부를 다투던 이탈리아 선수마저 '판정이 잘못됐다'고 했을까. 국제올림픽 위원회의 홈페이지가 우리 네티즌들로부터 쏟아진 항의메일이 폭주하는 바람에 마비됐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특히 이번 대회는 미국의 오만함과 텃세가 판을 쳤고, 심판들의 그릇된 애국심은 담합판정과 오심으로 이어져 되레 나라망신을 자초한 결과를 초래했다. 개막전부터 뇌물스캔들로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9·11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한다는 뜻으로 찢어진 성조기를 들고 나온 것도 그렇다. 결국 세계인의 축제를 자신들만의 안방잔치로 스스로 전락시킨 추악한 선례를 남긴 꼴이다. 그런데도 미국 전역에 방영되는 NBC방송의 토크쇼 진행자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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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이상 우대" 지면기사
설날이 지났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나이야 이미 해가 바뀌면서 싫든 좋든 누구나 한 살씩 늘어났다. 하지만 설날 떡국을 먹어야 나이 먹은 것을 실감한다고 노인들이나 음력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겐 역시 설날이 지나야 한다.특히 이번에 나이를 한살 더 먹은데 따르는 감회가 남다른 계층이 있다. 64세에서 65세가 된 분들이다. 65세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들이 노인층으로 분류하는데 기준이 되는 나이다. 65세 미만이면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생산연령층(15~64세)이고 65세부터는 일단 생산활동에서 제외된 계층으로 간주된다. 이른바 실버세대다. 노인으로 사회적 대접이 달라진다. 정부의 경로연금 수급대상자가 될 뿐아니라 지하철의 무료승차, 국립공원 등산로 입장 무료 등 혜택도 받는다.우리는 고령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의 노익장(老益壯)사례를 들어 새로 노인계층에 합류하게 된 분들을 위로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작곡가 베르디가 명곡 아베마리아를 작곡한 것은 85세때였다. 문호 괴테는 칠순에 파우스트를 완료했으며 아데나워는 88세때 서독의 수상을 지냈다 등등. 그러나 이러한 인물들의 활동은 뛰어난 건강과 정신력, 특출난 능력을 구비한 위대한 인물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다.반면 평범한 노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이 최근 국내에서 자주 들리고 있다. 정책당국이나 노인 복지를 염려하는 사람이면 관심을 가져볼 뉴스다. 청년들의 극심한 구직난 속에 '고령자 구인(求人)'의 새 풍속이 확산되고 있다는 신문보도가 자주 나오고 있는 것이다.서울 창동의 한 마을버스 회사는 운전자 58명중 44명(76%)이 60세 이상이다. 이 회사는 기사모집 공고에 '60세이상 우대'를 명시하고 있다. 할아버지 기사들은 경력이 풍부하고 사고율이 적은 반면 월급은 젊은 기사들에 비해 훨씬 적어 회사측도 만족하고 있다. 서울의 한 '지하철 택배'업체는 28명 직원의 평균 연령이 70세다. 최연소자가 64세, 최고령자가 81세다.경기도에서는 할아버지 주유원 붐이 일고 있다는 소식도 주목을 끈다. 지난해 통계지만 도내 1천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