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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철 지난 유행가, 분도론(分道論) 지면기사
전국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재결합 바람'"의기투합 수도권 넘어서자" 당찬 목소리천년역사 쪼개자는 것은 '실사구시'보다'위인설관' 앞서는 주장… 세상이 달라졌다중국 당나라는 왕도(王都) 주변을 경현(京縣)과 기현(畿縣)으로 나눠 통치했다. 이후 경기(京畿)는 수도 인근 지역을 뜻하게 됐다. 고려 현종은 1018년 개성부를 폐지하면서 주변 12현을 '경기'로 구획했다. 천 년 경기의 시발이다. 충청(충주+청주), 전라(전주+나주), 경상(경주+상주), 강원(강릉+원주)이 지명에서 유래한 것과 다른 연유다.의정부지역 국회의원이 '경기도를 남북으로 갈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행정안전위의 경기도 국감장에서다. 북도 설치 관련 여론조사에서 찬성(46%)이 반대(33%)를 앞선다며 "도민의 이익은 도민이 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도지사는 '현 단계에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을 뺐다. 직설을 피한 화법(話法)은 여당 의원에 대한 예의와 존중일 것이다.경기 분도는 도세(道勢)가 급성장한 1980년대 후반 주창됐다. 한수(漢水) 이북에 대한 차별과 홀대론이 발원이다. 1992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후 선거철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으나 30여 년 지나도록 별 진척이 없다. 경제·사회·정치 비용에 상응하는 수익 창출에 회의와 의문이 여전한 때문이다.북부에서 철 지난 유행가를 부르는 사이, 인천에서는 서부 지역을 합치자고 한다. 부천·시흥·김포시를 통합해 500만 명 인구를 가진 제1 광역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발상이다. 분도론에 휩싸인 때에 통합을 실현하지 못하면 도시통합은 영영 불가능하다고 불을 지른다. 분열의 틈새를 파고들어 반사이익을 챙겨보자는 속셈이다.도의 변방 인천은 1980년 '직할시(현 광역시)'로 승격했다. YS의 가신(家臣) 최기선 시장의 주도로 강화군과 김포 일부가 인천으로 강제 편입됐다. 지역민들의 의사를 묻는 변변한 여론조사도 없었다. 강화 출신 기업인은 요즘도 '왜 우리가 인천이냐'고 한다. 잊을 만하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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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영웅서사와 사회심리 지면기사
노력없이 일확천금 바라는 심리 경계하듯영웅신화 같은 대이변 기대하는것 비정상암울한 현실 영웅환상 기대 '비극의 맹아'퇴행적 심리이용 또한 '몰역사적 기만행위'위대한 신과 영웅의 이야기인 신화도 생로병사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신화의 대표적인 양식은 영웅의 일대기를 담은 영웅서사(Heroic narratives)이다. 영웅은 비범하게 태어나 성장하며 위기와 고난을 극복하여 마침내 부족이나 집단의 염원을 성취하는 인물이다. 이 영웅서사는 특수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기반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지역을 넘어 확산되기도 하고, 뼈대만 남아 앙상해지는가 하면 가뭇없이 사라지기도 한다.신화는 상상력의 소산이지만 실은 스토리텔링의 산물이다. 고려의 건국영웅신화는 왕건의 선조 6대들의 내력과 자취를 다루고 있는데 대부분 기존의 전래 설화들을 개작한 것이다. 2대조인 작제건 신화의 핵심모티브는 괴물퇴치담, 용녀혼인담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이야기는 인천 백령도 배경의 거타지 설화를 주인공만 작제건으로 바꾼 이야기이다. 조선의 건국신화에 해당하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역시 조선왕조 건국의 정당성을 찬양하기 위해 세종의 여섯 할아버지들의 행적을 중국의 고공단보를 비롯한 건국 영웅들의 고사와 비교하여 찬양하는 서사시이다. '용비어천가'는 훈민정음으로 쓰여진 최초의 책이라는 언어학적 의의가 크고 경천근민(敬天勤民)의 주제의식, 비유와 상징과 같은 문학적 구성요소는 주목할만하나 신성성이나 경이감을 주는 이야기로 회자되지는 않는다.신화는 공동체의 기원과 운명, 혹은 신비로운 자연현상이나 환경을 초월적 존재에 의거하여 설명하려는 고대인의 상상력이 낳은 담론체계이지만, 과학기술이 진보한 근대에서도 '신화적' 이야기는 만들어지며 또 '신봉'되기도 한다. 임경업 장군(1594~1646)은 병자호란 때의 실존 인물이지만 청나라를 치기 위해 바다를 건너다 식량이 떨어지자 가시나무 어살(漁箭)로 조기를 잡는 기적으로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의 어민들에게는 조기잡이의 신으로 숭배되었다. 어살은 임경업 장군이 고안한 것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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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라면의 기억 지면기사
학창·군대·기자 시절 맛있게 먹었던 추억배고픔·결핍 채워주는 가장 원초적인 마법인천 어린형제에겐 치유하기 어려운 '악몽'어른들의 잘못 '일생의 트라우마' 어쩔건가해운대에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다녔다. 자주 물난리가 났다. 도시의 배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였다. 만조와 집중호우가 겹치면 시장통과 주변 일대가 물에 잠겼다. 학교에선 수재의연금을 모았다. 우리 반도 성금으로 라면 세 박스를 샀다. 가장 피해가 컸던 아이가 그날 이후 등교하지 않았다. 남은 라면 한 박스를 우리 집 다락에 보관했다. 전기공사업 면허를 따내겠다며 어른들이 밤낮없이 출타 중인 까닭에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가 많았다. 아무도 급장의 비밀을 몰랐다. 아주 오랫동안, 다락의 그 수재의연금 라면까지 포함해 정말 지겹도록 라면만 먹었다. 맛있는 음식도 질릴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서울로 전학했다. 결혼한 큰누나 집에 얹혀산 지 삼년만이었다. 보광동 비탈진 동네에 어른들이 살고 계셨다. 서울 학생들은 까만 운동화나 구두를 신고 다녔다. 궁리하다 신고 있던 청색 운동화에 검정색 페인트를 칠했다. 덧칠하고 연탄아궁이에서 말리길 서너 달 했더니 끝내 '킹콩' 가죽신이 됐다. 깔깔 놀려대던 친구들과 함께 야채튀김을 얹은 라면을 사 먹었다. 지금의 서울지하철 4호선과 경의중앙선 이촌역 부근이었다. 배를 채운 우리는 삼각지를 지나고 남영동을 거쳐서 남산 소월로를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라면으로 바꿔먹은 버스회수권의 대가가 너무 컸다. 라면은 우정이란 걸 그때 처음 알았다.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했다. 왕십리의 후배 자취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해를 넘겼다. 2·12 총선을 앞두고 DJ가 귀국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국내에선 YS가 신군부정권에 홀로 맞서고 있었다. 휴학 중인 대학생들이 1월에 대거 입영통보를 받았다.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은 기표한 용지를 일일이 중대장에게 보이고 투표함에 밀어 넣어야 했다. 그곳에서 증기로 익힌 라면을 처음 맛봤다. 밥 찌는 기계에 라면사리를 차곡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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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복비 손질 불가피한데… 지면기사
복덕방은 주역의 '생기복덕'에서 유래했다풍수지리따라 주거 정해야 복·덕 믿음때문요즘 11억원 아파트 중개수수료만 1천만원집값연동 탓 폭등세… 요금체계 개편 절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다 보니 익숙하던 풍물과 풍습들이 사라져도 놓치기 십상이다. 동네 어귀 혹은 후미진 골목길을 지키던 복덕방이 그중 하나이다. 마을 어르신들의 봉놋방이었으나 외지에서 온 나그네들의 길잡이이자 어두운 밤길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이었다. 반투명의 얇은 양면괘지 사이에 먹지를 대고 작성한 부동산 거래계약서는 새털처럼 가벼웠지만 은은한 묵향(墨香)이 한층 가치를 더했다.우리 조상들은 집터와 묏자리를 정하는데 유난히 신경을 많이 썼다. 이사 날짜는 무조건 '손 없는 날'로 정하는데 이날은 사방에 잡귀들이 없어 아무 곳으로 가도 탈이 없기 때문이었다. 가옥을 소개해 주고 구전을 받는 복덕방(福德房)은 주역(周易)의 생기복덕(生氣福德)에서 유래했다. 풍수지리에 따라 주거를 정해야 복(福)과 덕(德)을 얻는다는 믿음의 소치이다.언제 복덕방이 출현했는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송종복 (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은 조선일보의 종합잡지 '조광(朝光)' 1937년판을 근거로 구한말에 몰락한 3명의 노인들이 생계유지 목적으로 가옥중개업을 시작한 것이 효시라고 주장했다. 조선후기 서울에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택거래가 빈번해지고 이를 계기로 가옥매매를 알선하는 복덕방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던 것이다.최근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들이 잇따르고 있다. 손님들은 "등기확인에다 집 보여주고, 계약서 날인에 입회하는 것이 고작인데 수수료가 보통 몇 백만원"이라며 소태 씹은 표정이다. 서울에서 11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하면 중개수수료만 1천만원인 것이다. 이 아파트를 2017년에 구입했더라면 중개료는 200만원이었다. 당시 시세는 5억5천만원으로 수수료율이 0.4%였으나 지금은 시세가 급등해 0.9%(9억원 이상)로 높아진 때문이다. 복비가 3년 만에 무려 5배나 폭등한 사례이다. 수수료가 집값에 연동되는 구조인 탓이다.10억원이 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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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한국정치와 나훈아 지면기사
추미애 장관 아들사건 편들기·공세적 태도文정부 '기회 평등·공정·정의' 공허한 구호분명한 소명의식·신념… 정치에 대한 갈구'나훈아 평범한 말'에 시민들 주목하는 이유가수 나훈아씨가 추석 특집 공연에서 남긴 메시지는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 그저 한껏 멋을 부리려고 한 말이라고 하기에는 짙은 여운을 남겼다. 그가 공연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는 점과 KBS에 출연하면서도 그 방송에 하는 쓴소리라고 해석될 수 있는 말, "삶의 모가지를 잡고 끌고 가지 않으면 끌려간다" 등의 메시지는 가슴을 울리는 말들이다. 그의 "내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을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는 말에도 한국정치의 구태와 퇴행을 성찰하게 하는 감동과 영감이 묻어 나왔다. 일부 정치인들은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僞政者)가 생길 수 없다"는 말에도 아전인수격 해석과 함께 그에 대한 예찬으로 숟가락을 얹기도 했다. 그의 말에 대한 과도한 유추나 해석이 오히려 그의 진의를 왜곡할 수 있겠지만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특혜의혹사건과 북한에 의한 공무원 피살 사건 등에서 여권 정치인들이 보여 준 발언과 강퍅한 행태는 나훈아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검찰이 추 장관과 아들 서모씨, 최모 전 보좌관에게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지만 사건을 둘러싼 파장은 가라앉지 않는다. 추미애 장관 아들 관련 사건은 지난해 조국 사태와 맞물리면서 사회정치적으로 정의와 공정의 문제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추 장관 측이 받아든 법률적 면죄부와는 별개로 여야의 논란은 국정감사에서 쟁점이 될 게 뻔하다. 추 장관은 인사청문회와 국회에서 아들 휴가와 관련하여 '어떠한 지시나 관여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에 걸쳐 했고, 검찰 수사 결과 보좌관에게 지역대 지원장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아들에게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본인도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전화번호를 알려준 게 지시가 아니라는 추 장관의 말은 상식 영역에서 판단하면 될 문제다. 이번 사건에서 추 장관이 애초에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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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관(官)업(業)이 한통속' 지면기사
수도권 재개발·재건축은 메이저사 각축장그러나 요즘은 '중견건설사 편법'에 딴세상비결은 수십개 자회사 동원 '벌떼 입찰' 탓정부 알면서 허점대책… '3기'에 재연 조짐수원·성남 등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삼성·현대 등 메이저 건설사들의 각축장이다. 대기업 브랜드는 정비조합과 조합원들이 선호한다. 반면 화성 동탄2지구와 고양 향동지구 등 택지개발지구는 딴 세상이다. 대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중흥·호반·반도 등 중견 건설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동탄2신도시에는 B건설사의 아파트 단지가 유난히 많다. B단지가 10개나 된다. 고양시 향동지구는 5개 민영아파트 단지 가운데 3곳(60%)이 H사의 아파트다. 주택 건설사가 수천 개나 되는데, 이상하지 않은가.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택지개발지구의 공동주택용지를 공급하는 방식은 대략 3가지다. 첫째는 최고가 입찰이다. 해당 필지에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다. 토지가격이 높으니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는 것은 필연이다. 정부는 서민들에게 주택을 싸게 공급하겠다는 취지에서 벗어난다며 부정적 시각이다. 다음은 설계 공모다. 땅 크기와 주변 환경, 지역 특성을 반영한 설계 작품을 심사해 선정한다. 시비가 잦고,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마지막은 추첨이다. 일정 자격을 갖춘 업체들이 제한 없이 응모하게 한 뒤 제비뽑기로 임자를 정한다. 어떤 결과라도 시비를 피할 수 있다. LH가 선택한 방법이다.최고가 입찰제는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주도한다. 특정 기업이 많은 사업지를 가져가면 국민 선택권이 제한된다. LH는 공정성과 다양성을 고려하면 추첨제가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특정 업체들의 독식은 더 심화한다. 쏠림을 방지하자는데 몇몇 업체만 잔칫상을 받는다. 비결은 수십 개 자회사를 동원하는 '벌떼 입찰'에 있다.예를 들어 경쟁률 100대 1인 동탄의 공동주택부지가 있다. 특정 건설사가 자회사 40개를 입찰에 참가시켰다면 실제 경쟁률은 2.5대 1로 낮아진다. 타사보다 당첨 확률이 40배나 높아지는 셈이다. 그러니 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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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BTS가 전하는 위안과 교훈 지면기사
다이너마이트 '빌보드 차트' 1위는 대이변美 대학들 '성공신화 분석' 연구·강의 봇물이들의 노래에는 주제·가사 보편적 호소력진정성으로 무장 '세대 고민' 희망 메시지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마침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이 뉴스는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뉴스만큼이나 극적이지만, 이번에도 코로나19 때문에, 또 어수선한 국내 정치 때문에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가수가 팝의 본고장인 미국의 빌보드 '핫100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음악사는 물론 문화사적으로도 대이변이다. 그동안 보아와 싸이, 소녀시대와 엑소, 2NE1과 같은 케이팝 그룹이 세계 팝시장을 향한 루트를 꾸준히 개척해 왔다지만, 무명의 케이팝 그룹이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영미권을 평정하고 세계 팝의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공개 24시간만에 조회수 1억 뷰를 기록할 정도로 BTS 팬덤은 확고한 세계적 문화현상이다. BTS 성공신화를 분석하는 BTS 연구도 봇물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과 펜실베이니아대학 사회학과에서는 BTS를 연구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으며, UC버클리에는 방탄소년단 강의가 개설되었다. 한국에서도 문화콘텐츠 분석 차원의 연구가 주로 이어지고 있으나 '보유국'에서의 반응치고는 의외로 침착하다.BTS는 케이팝을 완성하며 케이팝을 넘어서는 임계점에 서 있다. 칼군무라 불리는 고난이도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춤솜씨는 케이팝의 무기이자 BTS의 강점이다. BTS는 이 칼군무에 이야기를 결합시켰다. 노래의 메시지를 몸의 언어로 전달하되 서사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퍼포먼스를 유기적으로 일체화한 것이다. 퍼포먼스 외에도 팬들과의 소통방식도 주목할만하다. 방탄소년단의 일곱 멤버들은 연예기획사가 길러낸 '팩토리 아이돌(factory idol)'이 아니다. 예술적 기량과 자율성을 지닌 멤버들이 자신의 다양성으로 그룹의 정체성(identity)에 참여하는 방식은 기존의 케이팝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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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이재명의 언어 지면기사
여론조사서 1~2위 오르내리는 대선주자시원하고 통쾌한 발언 '사이다' 칭송에도품거나 아우르는 데에는 도무지 쓸모없어국민지지 얻기 위해 통합·치유의 말 써야이즈음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언어에 주목한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대권 주자 순위 1∼2위를 오르내리는 까닭에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언어는 청량한 느낌이 있다. 톡, 쏘는 맛이다. 지지자들이 "사이다"라고 칭송하는 이유가 된다. 대중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내서 시원하게 긁어준다. 그 어느 정치인보다도 대중과의 공감 능력이 뛰어난 언어선택이고 탁월한 말솜씨다.내가 기억하는 그의 첫 언어는 '모라토리움'이다. 파산을 의미하는 이 말을 기가 막히게 생생한 행정현장의 언어로 만들어버린 장본인이다. "판교특별회계에서 LH와 국토해양부 등에 5천200억원을 내야 하지만 현재 성남시 재정으로는 이를 단기간에 갚을 능력이 안 돼 지급유예를 선언한다." 2010년 7월12일 성남시장에 취임한 지 불과 보름도 안 된 시점에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모라토리움을 선언했다. 3년6개월 만에 모라토리움의 성공적 종식을 선언한 이후 "대한민국은 못해도 성남은 합니다!"가 그의 캐치프레이즈가 됐다.그의 두 번째 언어는 '구속'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혼란이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던 2016년 11월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젠 국정 난맥에 따른 자진사퇴 요구가 아니라 탄핵을 해야 할 때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21일에는 "박근혜 퇴로 보장 안된다. 퇴진 후 반드시 구속 처벌해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계속해서 박 대통령의 구속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를 계기로 '박근혜 구속'이 촛불광장의 구호가 됐다. 그 누구도 쉽게 입에 올리지 못했던 '구속'이라는 위험한 단어가 그를 대권주자 반열에 뛰어오르게 한 구름판이 된 것이다.세 번째 언어는 '전쟁'이다. 내가 알기로 그는 이 위기의 단어를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쓰는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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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빚투 열풍 지면기사
정부 부동산 대책에 2040세대 '대출 러시'주가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는 묻지마 매수주식 열기 신용융자 잔고 '역대 최고 16조'400년전 '네덜란드 튤립광풍' 떠올라 공포네덜란드의 상징인 튤립 원산지는 남동유럽과 중앙아시아로 16세기 후반 페르시아와 터키를 거쳐 유럽 전역에 퍼졌다. 이색적이고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귀족과 부자들을 매혹시켰던 것이다. 네덜란드 노르트홀란트주의 하를럼과 자위트홀란트주의 레이던 근처에서 대량으로 재배되었다. 오늘날 매년 봄이 되면 전 세계 관광객들이 '유럽의 정원'인 암스테르담의 큐켄호프에서 천국의 꽃밭 같은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정신줄을 놓곤 한다.튤립이 네덜란드의 국화(國花)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한몫 거들었다. 수요가 증가하면서 꽃값이 상승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부나방처럼 화훼시장에 몰려들었다. 전 재산을 팔아 텃밭 한 조각을 사서 구근(球根)을 키우는 사람들이 생기는 등 꽃값이 계속 오르는 동안에는 모든 사람들이 돈을 벌었다. 투기자본이 가세하면서 튤립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 1637년에 유명한 셈페르 아우구스투스종 구근 1개 값이 1만 길더를 기록했다. 당시 웬만한 주택 한 채 가격이었다.천정부지의 튤립 값에 실망한 사람들이 한 둘씩 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하면서 1637년 2월 이후 구근 값이 점차 떨어졌다. 투매가 시작되었지만 구매자는 없었다. 막차를 탔던 사람들부터 파산하기 시작하면서 단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홈리스로 전락했다. 투기는 인생역전을 노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꿈을 먹고 자랐다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유럽역사에서는 이 사건을 '튤립광기(tulipmania)'라 부른다.'빚투족', '동학개미', '병정개미' 등 생경한 용어들이 자주 눈에 띈다. '빚투'는 '미투(me too)'에 빗댄 '나도 빚을 냈다'는 의미이다.정부의 잇따른 부동산대책이 화근이다. 고강도 주택담보 대출억제가 효력을 발하기 전에 서둘러 마이홈을 마련하려는 2040세대 중심의 대출러시가 빚투의 물꼬를 텄다. 신종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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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미래통합당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지면기사
강령과 정강·정책 5·18민주화운동 등 적시보수당으로 상상어려운 변화… 지지율 상승약자·소수배려 일관성·朴 탄핵 반대 사과진전된 역사인식 정립만이 진정성 얻을것 지난 총선의 대참패 이후 미래통합당은 강령과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을 명시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적시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5·18 민주 묘역에서 무릎 꿇고 울먹이며 사과했다. 통합당 계열의 보수정당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들이다. 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은 이러한 현상들을 반영한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통합당의 근본적 인식 전환으로 뿌리내릴 수 있느냐에 있다.한국정치에서 친일과 반공 등에 기반한 이념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균열 중 핵심적 부분은 역시 이러한 역사인식의 차이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한국현대사에서의 진영간의 근본적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의 영역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오에 가까운 대척이 종식되지 않으면 공동체의 발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따라서 역사 갈등 해소를 주도하는 정당에게 궁극적으로 시민들은 지지를 보낼 것이다. 지난 광복절에 김원웅 광복회장의 말에는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의 표현 방식은 현상과 실체로 존재하는 대척세력을 존중함이 없이 적대를 발산했기 때문에 역사인식의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갈등만을 증폭시켰다. 이를 겨냥해서 진영내의 정체성을 통한 입지강화를 의식했다면 이는 더욱 비판받을 일이다.정치영역에서의 역사에 관한 칼날같은 대립은 시민사회의 분열로 이어진다. 그러나 상대의 주장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정치언어들이 중도에 위치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정치세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그들 스스로 포획된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이를 통합당이 주도한다면 중도층은 진화된 통합당에 주목할 것이다. 중도층은 더 이상 소극적 방관자가 아니라, 정치지형을 바꾸는 적극적 참여자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의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지율 변동은 이를 실감나게 한다.통합당이 친일과 반공에서 진전된 역사인식을 보이고,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