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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의 지지율

    대통령의 지지율 지면기사

    박근혜 정권 출범이후 처음으로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에서 부정이 긍정을 능가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지율은 이슈와 현안에 따라 등락이 교차한다. 그러나 국정수행에 대해 부정평가가 긍정을 앞섰다는 의미는 단순 지지율 하락의 함의와는 다르다. 지난해 정권 초 인사 실패로 지지율이 하락할 때도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질렀다는 것은 정권이 신뢰를 상실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진대 그 소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라고는 하지만 국민들은 정권에 대한 지지율로 받아들인다. 최고집행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권력의 수입이다. 정책집행을 권력의 지출이라 한다면 권력을 추동하는 원천이 되는 수입은 지지율이다. 대통령이 임기동안 국회의석에 관계없이 주어진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권력구조적 관점에서 대통령제의 가장 큰 장점은 정치안정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를 지탱하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권력누수현상은 불가피한 것이 대통령제의 숙명이기도 하다. 이러한 레임 덕은 대체로 임기 말 측근과 친인척에서 유래하는 것이 역대 정권에서 경험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지 1년4개월여를 맞는 시점에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본 동 시기의 지지율은 결코 좋은 성적이 아니다. 세대로는 50대 후반, 지역적으로는 영남, 이념적으로는 보수 성향 유권자의 강고한 지지가 있다 하더라도 민심은 바로미터의 역할을 한다. 바로 그 결과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상승이다.결정적 요인이 인사난맥이다. 이는 시민사회, 국민과의 소통 부재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권력 핵심과 시민사회 인식의 간극이 벌어지는 것은 시대정신에 대한 성찰 부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명의 총리후보자 낙마가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책임성과 대표성이다. 국정의 최고 집행권자가 국민에 대해

  • 침묵의 소리

    침묵의 소리 지면기사

    '대학을 밟지 마시오'.서울 모 대학 학생들이 만드는 교양지 '중앙문화' 최근호의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운동권 학생 K씨의 '정의가 없는 대학은 대학이 아니기에 학교를 그만 둔다'는 대자보 내용이 핵심이다. 대학의 가치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유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내투쟁과 함께 구성원들의 동참을 호소했음에도 반향 없는 현실에 실망했던 탓이다. 자퇴생 K씨는 물론 그를 외면하는 동료 학생들과 이 문제를 다루는 학생기자 모두의 '안녕하지 못한' 실상이 간취되었다. 이 땅의 절대다수 젊은이들 또한 이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7080가수 사이먼 앤 가펑클의 감미로운 '침묵의 소리' 멜로디가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졸업'의 장면들과 오버랩 되어 뇌리를 스친다. '졸업'은 미남청년 벤이 부모 친구인 로빈슨부인 및 그녀의 딸 엘레인과 동시에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을 묘사한 작품으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대학졸업과 함께 백수가 되는 설정도 당시엔 생경했거니와 사회규범의 허용치를 크게 넘어선 주인공 벤의 일탈 때문이었다.1950~60년대의 미국인들은 부지런히 일해서 초유의 황금시대를 맞이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청년들의 대학진학률이 급격하게 높아져 1960년 400만명도 못되던 대학생수가 1975년에는 무려 1천만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오일쇼크에서 비롯된 스태그플레이션이 수많은 대학생들을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로 전락시켰다. 풍요로운 유소년 시절을 보냈던 다음 세대들이 성년이 되어 벼락을 맞은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아메리칸 드림도 깨졌다. 근면성실해도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과 고물가에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1960~70년대의 미국은 마피아, 마약과 히피, 로큰롤과 헤비메탈, 펑키음악, 청바지 등의 시대로 기억된다. 이 무렵 사회에 진출한 젊은이들을 '비트제너레이션'으로 불렀다. '패배의 세대'라는 의미로 현대산업사회로부터 이탈해서 개성의 해방을 부르짖는 무정부주의 경향의 집단을 의미한다. '호밀밭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코필드는 붉은 베레모를 삐딱하게 쓰고 시

  • 승리하는 조직의 비결, 상하동욕(上下同欲)

    승리하는 조직의 비결, 상하동욕(上下同欲) 지면기사

    인천시 정권이 바뀌면서 인사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한편으론 새 시장에게 공정한 인사를 바라는 희망 메시지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새 권력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권력은 마치 왁자지껄한 시장(市場)과 같다. 권력자 주변은 시장 바닥처럼 항상 사람들로 들끓게 되며, 사람 장막에 갇힌 권력자는 환상에 도취된다. 또 권력이 사라지는 날 시장 사람들은 새 권력에 붙어 버린다. 이것이 역사 속에서 반복됐던 권력자 주변의 모습이었다. 모든 조직원은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데, 공무원 조직은 특히 그렇다. 그들은 권력의 도움으로 조직 위계질서 사다리의 상단부로 올라가고 싶어 한다. 그것이 공무원의 본능이다. 오죽하면 공무원에게 왜 사냐고 물으면 승진하기 위해 산다고 답한다고 한다.이런 공무원 조직을 이끌고 성공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손자병법은 그 최고의 비책으로 '상하동욕(上下同欲)'을 말한다. 즉, 최고 장수에서부터 말단 병사까지 모두가 같은 꿈을 꾸는 군대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최고위층부터 말단 조직원까지 같은 꿈을 꾸는 조직은 인화(人和)와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천시(天時)와 지리(地利)가 좋아도 인화가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 인천시 조직에서 '상하동욕'이란 유정복 당선자의 비전이 전 조직원에게 공감되는 상태를 말한다. 모든 공무원들이 시장(市長)과 같은 마음으로 신나게 움직여준다면 성공할 수 있다. 유능한 지휘관이 병사들로부터 공감을 얻으려면 자신부터 진정한 헌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즉, 진정성이 없는 소통은 공감이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오랫동안 '의리'를 외쳐온 연예인 김보성이 최근 진정성의 화신(化身)으로 등극한 사례도 그것을 말해주는 교훈이다. 새 권력이 들어서면 조직은 표면적으로 응집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소명의식을 공유하지 않는 응집력은 의미가 없다. '이 사회에 무엇을 공헌할 것인가'라는 소명의식이 없다면 응집력이 높아질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조폭 조직을 응집력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다. 응집력은 '같이 뭉쳐 있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정한 응집력은 소명의

  • 개방성과 미래 도시

    개방성과 미래 도시 지면기사

    개방성(openness)은 도시가 추구해야 할 주요한 가치이다. 제국주의의 시대였던 19세기와 세계대전과 냉전으로 점철된 20세기에 개방성이나 국제주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북한이나 쿠바 같은 체제 수호를 위한 농성(籠城)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와 규모가 큰 도시들은 저마다 글로벌 국가, 글로벌 시티를 표방하며 개방성을 강조한다. 지식과 정보 역시 개방될수록 더 많은 은총을 내린다. 누리꾼들이 만들어 가는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은 공유된 정보를 재가공하거나 보완하면서 다중(多衆)의 집단지성을 실현해 나간다. 개방성의 확장은 사회 발전의 주요한 방법이자 결과이다. 사회의 민주화도 시민의 참여와 수평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므로 개방성의 구현인 셈이다. 개방성은 문화 정책에서도 중요하다. 문화 분야에서 개방성이란 시민들이 문화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시설의 운영 및 정책수립 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이는 향유 가능성 측면에서의 접근성, 과정과 절차라는 측면에서의 공정성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가치이며, 단순히 물리적 공간에 대한 접근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사업에 대한 접근성, 시설운영에 대한 접근성, 운영 방식과 의식 등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시민들이 정보의 제약이나 시·공간적 한계, 경제적·심리적 부담 등으로 인해 문화향유에 어려움을 느끼는 환경이라면 개방성이 담보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개방성은 시설과 공간은 물론 프로그램, 조직운영에 이르기까지 관철되어야 할 미션이라 할 수 있다.도시공간도 개방성을 지향해야 한다. 고층화 밀집화 현상은 현대도시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환경과 교통, 안전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도시인들은 고층빌딩이 밀집된 시가지에서 일과를 보내며 주택도 고층아파트인 경우가 많다. 도시인들의 영혼은 위압감과 폐쇄감 속에서 일상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주말이면 교외로 탈출하는 도시인들이 주로 찾는 곳은 산이나 들판, 해변, 옛 마을이나 유적들이다. 이들 장소의 공통점 중 하나

  • 의병장의 손자 한민구 국방장관 내정자 지면기사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한민구 전 합참의장을 국방장관으로 내정하고 인사청문요청서를 5일 국회에 제출했다. 육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 시절부터 한봉수 의병장의 손자로 널리 알려진 분이다. 한 의병장은 충북 청원에서부터 의병을 일으켜 충청지역은 물론 평택 장호원, 심지어 강원도 횡성까지 종횡무진하며 일본군을 무찌르는 등 유격전술의 명장으로 '번개대장'으로 불린다. 항일 독립운동가의 피가 흐르고 있는 손자 한민구 장군이 국방장관에 내정된 1일은 제4회 의병의 날이자 호국보훈의 달이 시작되는 날이어서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박 대통령은 요청서에서 "한 후보자가 40여년간의 군 복무 기간 국방부 정책기획관, 수도방위사령관, 육군참모총장, 합동참모의장 등을 두루 역임하면서 국방정책의 발전과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해온 전문가로서 위중한 안보상황 아래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방태세를 튼튼히 할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민구 내정자는 합참의장 재임 시절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대응과 '아덴만 여명 작전'을 직접 지휘했던 경험이 있는 데다 항일 독립투사의 후손이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훌륭했던 할아버지 못지않게 손자 또한 비범한 사람이었다. 지금으로부터 꼭 35년 전(1979~82년) 사병으로 근무할 때 나는 한민구 대위를 중대장으로 모시게 됐다. 당시만 해도 시설이나 장비가 열악한 데다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문화가 자리잡은 어려운 시절이었으나 사병들을 마치 동생처럼 대해주던 인자한 분이었고, 소대장과 선임하사들 모두 한 가족과 같이 그를 따랐다.전투지원중대의 특성상 장비가 많고 훈련 또한 다른 부대보다 잦았다. 형제처럼 뭉쳐진 부대 분위기는 연대전투단훈련 사단기동훈련 팀스피리트 보전포합동훈련 등에서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했다. 한민구 중대장은 육사와 서울대에서 전사학을 공부해 각종 전투 상황에 따라 탁월한 전술능력을 갖춘 지휘관이었다. 유창한 영어실력은 미국의 고위 장성들이 대전차방벽을 방문할 때마다 브리핑을 도맡게 했다. 문무를 겸비했다는 세간의 평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결혼식을

  • 법으로도 '전관예우'를 막을 수 없다면

    법으로도 '전관예우'를 막을 수 없다면 지면기사

    현재 TV에서 방영중인 '개과천선'은 대형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를 다룬 드라마다. 거대 로펌 에이스 변호사 김석주. 재판에 이기기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그가 우연한 사고로 기억을 잃은뒤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되돌아보고 건전한(?) 변호사가 된다는 법정드라마다. 거기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로펌대표 차영우는 능력이 출중한 판사 전지원을 자신의 로펌으로 스카우트 하기 위해 협상을 벌인다. 지원이 고집을 꺾지 않자 "변호사 출신 대법관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정확히 15년 뒤 그자리(대법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 각서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대형 로펌 대표가 공직을 움직일 정도로 막강하다는 뜻이다. 비록 드라마지만 이 부분에서 등골이 오싹했다. 실제 대한민국 대형 로펌의 힘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대형 로펌의 힘은 이제 누구도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커졌다. 다른 말로 하면 대한민국은 이미 '로펌공화국'이 된지 오래다. '법과 원칙'의 상징이었던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조차 서 보지 못하고 낙마했다. 검사 시절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맡아 여·야 현역 의원들은 물론이고 당시 정권의 실세들까지 감옥에 보내는 강단을 보였던 그였다. 검사와 대법관 시절 재산 공개때마다 항상 최하위권을 기록해 '안대희 그 자체가 청렴'이라는 평도 들었다. 그러나 '전관예우'의 관행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전관예우. 그리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한 대학을 나오고 평범한 직장을 다니다가 평범하게 회사를 관둔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대한민국은 오래 전부터 '전관예우 공화국'이었다. 평범한 국민들만 몰랐을 뿐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공직에 전관예우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 전관예우의 고리를 끊기 위해 대통령도 나섰지만 과연 그 튼튼한 연결고리가 끊길지는 비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어느 누구보다도 관료·검사·법관 출신 중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 정홍원, 법무부장

  • 총리론

    총리론 지면기사

    헌법은 국무총리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다른 조항에서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적고 있다. 이른바 '책임총리'의 근거조항이다. 그러나 역대 총리는 거의 내각의 상징적인 존재로 그치기 일쑤였다. 대통령제의 특성상 불가피하다. 명망가형 총리, 화합형 총리, 관리형 총리, 정무형 총리 등 총리의 출신 배경이나 성향에 따라 붙인 작위적인 분류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정국이 요동치고, 민심이 이반될 때 총리를 포함한 내각에 책임을 묻는 정치적 행위는 민심의 소재에 부응한다는 면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총리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큰 이유이다. 따라서 제한적인 총리의 역할 범위 내에서라도 국민이 납득하고 정서에 부합하며 시대정신에 응답할 수 있는 인물을 써야 함은 불문가지이다.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에 많은 성찰과 뼈저린 회한을 남기고 있다. 정경유착과 민관유착이 대참사를 야기한 구조적인 문제라는 사실에 동의하고 관피아의 혁파 없이는 한국사회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고 있음도 확인했다. 이의 처방으로 공직사회 개혁과 공정한 사회로의 개혁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차분하게 돌아보고 먼 원인과 가까운 원인에 대한 구분 없는 몰아치기식의 진단과 처방은 또 다시 많은 모순을 원점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대참사가 우리 사회에 치열하게 던지고 있는 화두는 한국사회의 총체적이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다. 관료와 민간의 유착은 왜 생겼으며 이념적 간극은 왜 더 벌어지는가에 대한 숙의이다. 부정부패가 왜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됐는가에 대한 진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경제적 근대화는 국가의 압도적 우위를 결과했으며, 시민사회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권위주의 정권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억압했고 산업화의 명분으로 인권은 배제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권과 인간의 가치보다는 자본과 이윤의 논리가 절대시되는 물신주의가 배태되었다. 국가권력과 관료가 주

  • 세금 내기 아까운 나라

    세금 내기 아까운 나라 지면기사

    평범했던 주부 김옥주(53)씨의 인생은 한순간에 엉망진창으로 변했다. 허리디스크와 고혈압에다 공무집행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8가지 죄목으로 올해 초에는 검찰에 기소까지 된 것이다. 2011년 2월 17일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악착같이 모았던 예금 2억원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 화근이다. 돈을 떼인 사람들 대부분이 자갈치시장 인근의 60, 70대 노인들이어서 김씨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사태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결국에는 돈 잃고 몸까지 망친 기막힌(?) 신세로 전락했다. 부산저축은행사태는 이후 26개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등 사상 최대의 금융사고로 비화되었다. 피해자수가 10만명을 넘고 사회적 비용만 물경 27조원에 육박한 것이다. 오너 경영인들의 '벼룩 간 빼 먹는' 악질범죄와 부실한 금융감독이 빚은 합작품이나 '88클럽'규정이 결정적이었다. 노무현 정부 3년차인 2005년에 재정경제부는 "영업활동 규제는 최대한 풀어주되 건전성 감독은 더욱 강화한다"며 98건의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내용의 '제로베이스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88클럽'인데 자기자본비율 8%이상, 고정 이하(연체 3개월) 여신비율이 8%이하의 조건을 충족한 우량저축은행들을 지칭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모든 저축은행에 한 법인에 최대 80억원까지만 대출하도록 강제했으나 '88클럽'조건을 충족한 은행에 한해 대출제한을 풀어주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를 겨냥한 저축은행업계가 정부에 집요하게 로비해서 얻은 결과였다. 저축은행들은 88클럽 가입을 위해 후순위채를 경쟁적으로 팔았으나 부동산거품 붕괴로 막대한 혈세 낭비와 서민경제를 거덜 냈다. 그러나 이 사태와 관련해서 책임지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제도를 고친 지 6년만에 사고가 터졌으나 관련자들 모두는 이미 공직을 떠난 것이다. 지난해 수많은 투자자들을 울린 동양증권 불완전판매사건도 규제완화가 빚은 해프닝이다. 사기나 다름없는 범법행각에 또다시 서민들만 당했다. 세월호 대참사는 압권이었다. 1985년까지 20년으로 묶여있던

  • 기업윤리를 다시 생각한다

    기업윤리를 다시 생각한다 지면기사

    시장경제를 믿는 자도 기업인의 과도한 탐욕에는 탄식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시장경제의 제창자인 아담 스미스조차 이득에만 눈이 먼 탐욕을 경계했다. 그는 '도덕 감정론'이란 저서에서 '하느님은 미워하는 사람에게 탐욕을 심어주고 파멸시킨다'라고 말하고 있다. 탐욕만 가진 인간은 무너진다는 경고를 준 것이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인들은 욕심을 조절하지 못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전 국민을 놀라게 한 유병언 전 세모 회장의 무모한 탐욕은 조절장치가 망가진 야욕의 끝을 보여준 셈이다. 자신의 사리사욕에는 너무도 적극적이지만 고객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는 한 치의 배려도 없는 어이없는 윤리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그 낮은 윤리수준이 우리 사회 곳곳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기업윤리의 실상은 이미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구분 없이 윤리와 도덕 점수는 낙제점이 많았다. 대우그룹의 파산에서부터 한보 정태수 회장의 해외 도피, 저축은행의 줄도산, 동양그룹의 파산 등에서 기업윤리의 희망적인 파편을 본 적이 없다. 도대체 왜 이 정도까지 윤리수준이 추락하게 되었는지 안타까움이 너무 크다. 우리는 일본과 미국의 선진기업들을 추월하고자 했지만, 그들이 가꿔온 윤리의식은 따라잡지 못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기업윤리 수준이 높다. 일본 기업은 직원에 대한 배려가 많으며 이윤을 사회에 돌려준다는 의식도 강하다. 일본기업의 강한 윤리의식은 자신들의 영웅인 시부사와 에이치의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그의 책인 '논어와 주판'의 영향이 컸다. 그는 사혼상재(士魂商材), 즉 선비와 같은 절개와 도덕, 그리고 상인으로서의 재능을 겸비하는 것이 기업가의 이상임을 강조했다. 1930년 이전 일본기업들은 시부사와의 영향권에서 탄생했다. 마쓰시타 전기를 비롯해서 샤프와 히타치 등은 시부사와 정신의 계승자답게 사회에 대한 높은 책임감을 보여주었다. 또 이 정신은 현재까지 잘 전수되어 신생 기업들조차 윤리 경영에 적극적이다. 우리가 아직 일본경영을 무시

  • 대학 특성화사업 어디로 가는가?

    대학 특성화사업 어디로 가는가? 지면기사

    수도권 및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의 시행을 앞두고 대학별로 예술관련 통폐합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학특성화사업은 본래 국내 대학들이 학과 설치, 학생 선발, 교육과정 운영 등에 있어서 특성과 차별성이 없고 모든 대학이 전 학문분야에 걸쳐 백화점식으로 학과를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대학 교육의 획일화가 초래되고 있다는 진단에서 출발한 사업이었지만 결점이 한 둘이 아니다. 3월에는 서일대 연극과와 문예창작과 폐지 방침이 알려졌으며 서울시내 사립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예술 관련학과 통폐합을 둘러싼 내부 진통이 심각한 실정이다. 현재 교육부는 '수도권 및 지방대학 특성화사업'을 추진하면서 평가 지표에 정원 감축 가산점을 부여하고, 대학별 졸업생의 취업률을 반영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원 기준은 대학별 구조조정 결과에 대한 가산점이다. 2017년까지 10% 이상 감축시 5점, 7~10% 미만 4점, 4~7% 미만 3점을 반영하는데, 이같은 정원 감축이 사업단 선정의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 재정이 어려운 대부분의 지방 대학은 이 사업에 목을 매달 수 밖에 없다. 대학의 규모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감축 인원만 평가하여 일률적으로 정원 감축만 유도하는 사업이 되고있는 것이다. 이 평가제도는 대학에서 취업률이 낮은 예술계열 학과를 통합 또는 폐과하는 사태마저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예술분야 학과의 평가 기준으로 취업률을 삼는 것은 예술분야의 직업 특성이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문화예술 관련 졸업생들은 상당수가 자유직업인 예술가로 활동하며, 설사 취업을 한다해도 4대보험을 납부해줄 수 있는 규모의 직장은 예술분야에서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술학과 학생들의 취업률을 대학 평가에 반영해 논란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교육부는 2011년 9월 학자금 대출 및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을 선정하는데 취업률을 주요 평가기준으로 삼았고, 예체능 관련학과 비중이 높은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게 돼 반발을 부른 적이 있었다. 대학 특성화가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