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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절의 여왕 5월은 왔지만… 지면기사

    새 해인가 싶더니만 벌써 5월이다. 천지가 푸르다 못해 찬란한 빛을 발하는 5월은 자연 그대로의 축복임을 느끼게 한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은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래서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던가. 대학가에서는 봄 축제가 펼쳐진다. 땅 속에서 솟아오르는 기운이 온 천지를 흔들어놓는 듯하다. 꽃을 시샘하는 꽃샘 추위의 봄과 지루한 여름의 사이에 있는 달이니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이다. 5월은 우리말로 '다섯'이니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닫고 서다(閉, 立)'의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인의 날 등 좋은 날이 많다. 그래서 5월을 또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반면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깐깐 5월, 미끈 6월,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 하면서 5월을 깐깐하다고 했다. 음력을 얘기하는 것이지만 어떻든 농촌에서의 5월은 이것 저것 챙길 것이 많은 달이다. 보리는 파랗게 익어가는 보릿고개인데다 모판에는 볏모가 푸른 빛으로 자라 가뜩이나 부족한 일손을 기다린다. 눈코뜰 새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얼마 있으면 라일락과 아카시아 꽃의 향기는 이제 콧 속을 마비시킬 기세다. 봄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한 불우헌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이라도 흥얼거리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산과 들로 뛰쳐나가 마음껏 봄의 계절을 만끽하고 싶은 게 모두의 심정이다.그런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5월이 왔지만 주변의 상황은 영 봄같지가 않다. 봄이 왔나 하고 외투를 벗어놨다가 다시 주워 입곤 하는 변덕스런 날씨랄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것 같다. 봄은 왔으되, 봄같지 않은 요즈음이다. 대학가에는 지난 해에 이어 어김없이 축제가 이어지지만 학교 밖에서는 청년실업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달 통계청이 집계한 3월의 20대 취업자 숫자가 작년에 비해 10만명 이상 줄어들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20대가 학교나 학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청년실업의 악순환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층의 취업이 3월에

  • 우리 내부의 비무장지대를 만들자

    우리 내부의 비무장지대를 만들자 지면기사

    뉴스를 생산하는 입장에서도 요즈음 신문 읽기는 고통이다. 좋은 소식이 별로 없다. 가까스로 내각을 구성한 박근혜 정부는 국제외교의 시험대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다.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지만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한 미국측의 입장은 완고하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인정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정색을 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일본은 엔화를 무차별로 쏟아부으면서 한국의 수출경제를 목조르는 것도 모자라 각료와 의원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보란듯이 참배해 대한민국을 모욕했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결렬되고 한·중·일 정상회담도 불투명해졌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조정결과를 지켜보며 사태를 관망중이지만 수틀리면 언제든지 한반도 긴장조성에 나설 것이다. 중심을 잃고 헤매다간 우리 뜻과는 상관없는 우발적 위기가 언제 한반도를 강타할 지 모르는 형세다.국내로 시각을 돌려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창조경제는 원론 수준을 맴돌 뿐 각론 진입이 요원하다. 한 시사평론가는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정치, 김정은의 생각을 아무도 모르는 세가지"라 농을 던졌다. 박근혜정부의 경제 철학이 벌써 희롱의 대상이 됐다니 이만한 낭패가 없다. 문제는 우리 경제에 창조적인 기운 대신 모든 경제주체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거나 관망하거나 규탄하는 이기적 기운이 싹트는데 있다. 재벌들은 계열사간 거래규제에 반발하거나 자세를 낮추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지하세원 발굴 의지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청년 백수들은 정년연장 추진에 울화통을 터트린다. 6억 이하 집 한채 못팔아 안달이던 사람들은 한숨 돌렸지만, 그 이상인 사람들은 "6억원으로 떨어질 때 까지 손가락 빨고 살아야 하느냐"고 원망이 늘어진다. 아파트 한채로 중산층이라 자위했던 세월들이 허망할 뿐이다.안팎의 불안한 기미 탓인가. 모두 제 앞가림에 급급하다. 대기업들은 대통령 앞에서 대규모 투자를 운운하지만 실제 금고 안에 쟁여 넣어 둔 현금을 선뜻 풀 태세는 아니다. 오히려 엔화 공습에 대비해 국내 투자 보다는 해외 투자로 자금을 돌릴 것이란 예측이 지배

  • 누가 전쟁괴담을 만드나

    누가 전쟁괴담을 만드나 지면기사

    이런 지긋지긋한 봄날이 또 있었을까. 지천에 꽃은 흐드러지게 피었건만 향기가 없고 향기가 없으니 벌도 나비도 찾아보기 힘들다. 봄이 온 것을 눈치 챘는지 어제 사무실 안에 파리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제비가 사라진 후 파리가 봄을 알린다'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무실 안을 왱왱거리며 날아다니는 파리에 신경이 쓰였다. 사람의 심리란 참 묘하다. 신경을 쓸수록 파리 소리가 점차 헬리콥터 소리보다 더 우렁차게 들리니 말이다. 시중에 떠도는 전쟁 괴담도 그렇게 조그맣게 시작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을 것이다. 한 시간 만에 파리는 내 손에 잡혀 죽었다.지난 대선기간 종편, 이른바 종합편성채널들이 대목을 맞았었다. 선거 6개월 전부터 종편들이 대선바람을 잡기 시작하더니 선거 100일 앞두고 4개의 종편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아리아리한 '정치평론가'들을 총망라해 앞다퉈 방송에 출연시켰다.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을 수 있고 출연자의 발언이 강할수록 시청률이 높다는 것을 종편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특정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등 일부 종편은 공정성을 포기한 듯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치우쳤다. 급기야 어떤 종편은 선거 당일 그동안 출연한 출연자들을 모두 불러 놓고 누가 대통령이 될지 묻는 등 위험천만한 프로를 만들기도 했다. 선거가 종료되려면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도 말이다. 분명 선거법 위반 같은 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거가 끝난 후 종편은 물론이고 그 어떤 출연자도 자신의 빗나간 예측에 사과하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종편들도 마찬가지다. 종편들의 이런 태도가 비난받는 것은 당연하다.그런 종편이 요즘 또 대목을 맞았다. 북한위기 때문이다. 4개의 종편이 하루종일 경쟁하듯 쏟아내는 방송의 양이 지난 대선 못지않다. 하지만 문제는 정확성이다. 태양절인 15일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예측했지만 북한은 잠잠했다. 호들갑 떨던 종편들은 머쓱해 하기는커녕 '조용히 지나간 북한의 속셈은?'이라고 제목을 바꾸고 방송을

  • 벤처신화 부활할까

    벤처신화 부활할까 지면기사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지난 3월 한 달 외국인 순매수액이 9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코스닥 지수는 올 들어 12%나 상승, 미국 나스닥의 8.2%를 능가했다. 경쟁국들의 양적 완화와 북한변수로 코스피시장이 갈수록 활력을 잃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미국 실리콘벨리를 비롯한 글로벌 기술투자붐이 주목되는데 특히 기술력 있는 국내 벤처기업들이 포진한 코스닥시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을 끈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벤처붐이 또다시 불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정책은 또 다른 호재였다. 창조경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육성하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여서 예단은 금물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내내 '중기대통령'을 표방, 지난 3일에는 드디어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착한 천사투자를 활성화하고 대기업들의 기술탈취문제를 근절하며 공공조달에서는 신제품이 역차별 받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할 것을 관계기관에 지시한 것이다. 벤처기업가들의 가장 큰 애로인 투자자금의 조기회수 관련 세제지원도 언급했다.근래 들어 고용없는 성장이 고착된 국내 실정을 감안할 때 중소벤처 창업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가 주목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벤처시장이 다시 가열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낙관은 금물이다. 그동안 국내 벤처생태계가 형편없이 나빠진 것이다. 벤처펀드 출자 등을 목적으로 적립할 때 감세혜택을 제공하는 '기술개발준비금 손금산입'과 '투융자손실준비금 손금산입'이 2007년에 없어진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2000년 벤처붐 당시에 마련했던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대상도 대폭 축소되었다. 덕분에 은행과 증권사 등은 벤처에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다. 벤처기업이나 벤처펀드에 출자할 경우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출자액 소득공제' 비율도 엔젤투자를 뺀 나머지는 당초 30%에서 10%로 크게 축소되었다. 개인이 벤처캐피털에 출자해 확보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규정마저 2009년에 없앴다. 정부가

  • 창조 경제 DNA를 깨워라

    창조 경제 DNA를 깨워라 지면기사

    '창조'라는 단어가 가장 실감나는 사례는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일 것이다. 한 명의 천재가 내놓은 혁신제품이 기존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실제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내비게이션, mp3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등의 업종은 엄청나게 위축된 바 있다. 이중 mp3 플레이어 산업은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라고 불릴 만큼 강했던 업종인데 그 업체들이 모두 업종 전환을 해야 할 정도로 큰 변화가 발생했다.이처럼 창조적인 작품 하나로 인해 모든 '게임의 법칙'이 바뀌는 세상이 되었다. 이를 창조경제시대라고 칭할 수 있으며, 창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은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너무도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아직까지 어떻게 창조 능력을 키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갖고 있지 못하다. '창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창조 유전자를 단련하는 작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한국경제가 창조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면 이미 관료화 정도가 높은 대기업보다는 작지만 역동적인 벤처형 기업에 기댈 수밖에 없다. 즉, 우리도 이제 바야흐로 '작은 기업 혁신론'이 통하는 상황에 접어든 것이다. 서구(西歐)에서 시작된 '작은 기업 혁신론'은 작은 기업일수록 혁신에 적극적이지만 대기업들은 기존 성공방법을 지나치게 믿어서 혁신 역량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텐슨(Christensen) 교수는 벤처기업의 파괴적 혁신 효과를 2000년대 초반부터 주장한 바 있다.당시 한국경제는 대기업들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소기업 중심의 창조경제를 구상할 여건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자체(in-house) 연구소를 구축하여 창조 능력을 스스로 마련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대기업의 실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제는 기술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도전적인 기업에서 창조 DNA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들어선 것이다.

  • 새로운 여행 문화를 위하여

    새로운 여행 문화를 위하여 지면기사

    여행은 현대인이 가장 선호하는 여가활동이다. 이 현상은 소득 계층이나 성별, 연령과 무관한 분포를 보이고 있어 일반적 취향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인천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지표조사에서 30.7%가 주말의 여가활동으로 관광을 꼽았다. 평일의 여가 활동 중 1순위도 관광이었다. 물론 여행과 관광에 대한 시민들의 욕망은 시간과 비용의 제약 때문에 실현되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시민들의 주말 여가는 '낮잠'(19%)이나 'TV시청'(15%)과 같은 소극적 여가활동으로 대체되고 있다. 여가실태는 다른 도시나 전국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이러한 여가 수요와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 일은 문화정책의 과제이겠다. 농촌 마을과 협력하여 저비용의 가족단위 체험형 여행프로그램, 환경운동단체들이 시도하고 있는 이동거리와 비용을 줄인 친환경 여행 프로그램, 그리고 여행지의 역사, 문학, 예술 테마를 여행과 결합시킨 역사·예술기행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그런데 대안적 여행 프로그램의 개발보다 여행과 관광에 대한 우리의 인식부터 되돌아봐야겠다.'질주하는' 우리의 여행 문화! 여행상품의 숨가쁜 일정표는 물론 길을 나서면 많은 곳을 둘러보고 싶어하는 우리들의 '욕심'이다. 여행지에서 다음 경유지를 향해 출발을 독촉하는 가이드, 다음 경유지를 향해 바삐 발길을 돌리는 한국 관광객들의 여행문화가 외국인들에게 이색적 구경거리이다. 사실 정상 정복에 급급하면 등산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법이다. 일상에서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여유와 사색의 시간이 되어야 할 여행도 성과주의의 강박증이 역력하다. 모처럼의 여행에서 더 많이 보고 듣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주마간산 격으로 경유지를 훑고 지나간다면 오히려 한곳도 제대로 보지 못할 수 있다.길에서 보는 풍경과 풍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길을 떠난 나그네 자신이다. 찾아야 할 것은 바쁜 일상에서 잃어버린 자아이며 회복되어야 할 것은 노동으로 쇠약해진 자신의 영혼이다. 그러고 보면 여행지를 굳이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지 않을

  • 국방장관에 비육군 출신 임명? 지면기사

    이미 육사 출신 3명이나 주요 보직에 내정'김병관 불가론' 속 해군·공군 박탈감 고려를박근혜 정부, 군심과 민심 동시에 달랠 '카드'박근혜 정부의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는가 싶더니만 군데 군데서 파열음이 들린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두 아들 병역면제 및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인한 자진 사퇴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도 미래부 기능을 둘러싸고 벌어진 정국 파행을 이유로 전격적으로 내정자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번에는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가 '주식 백지신탁제도'란 복병을 만나 또 사퇴했다. 황철주 후보자의 개인적 실수도 있지만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인선된 3명의 공직후보자가 청문회도 열기 전에 낙마한 것이다.게다가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병관 국방장관에 대해서는 아직 임명조차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조만간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에게 임명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이들의 임명을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특히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김병관 불가론'이 워낙 강해 정부조직법의 여야 합의가 이뤄진 마당에 국방장관만이라도 대통령이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새로운 국방장관은 비육군 출신에서 고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이 같은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정부 권력 핵심부에 이미 육사 출신이 중용됐기 때문이다. 육사 27기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노무현 정부 국방장관, 이명박 정부 여당 비례대표 의원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또 중용됐다. 육사 28기인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은 청와대 경호실장에 발탁됐다. 강창희 국회의장과 육사 동기로 25기인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은 국정원장에 내정됐다. 육사 출신이 국회와 청와대, 정보기관, 군 핵심부에 포진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육사 출신에 대한 신뢰가 아무리 특별하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는 인상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새 정부 주요

  • 박근혜의 미소가 보고 싶다

    박근혜의 미소가 보고 싶다 지면기사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는 숙명적인 배경이 있다. 아버지 박정희와 어머니 육영수의 영향이다. 어느 자식이 부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자식은 부모의 얼굴이자 영혼이다. 부모의 유전자로 구성된 육체와 부모의 양육으로 조련된 인격을 바탕으로 세상에 도전하고 응전하며 그늘을 키워가는 나무와 같다. 자식을 보면 그 부모를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은 동서고금 통용되는 경험칙이다. 박 대통령은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천부적 정치인이다. 짐작건대 그녀가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정치본색인 그녀의 유전자 형질상 다른 일을 하기보다는 평생 칩거를 택했을 것임을 감히 단언할 수 있다.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처음 등장했을 때 대중은 박정희와 육영수의 모습을 동시에 목격했다. 박정희가 누군가.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며 안팎의 정적들과의 대립을 불사하고 철혈의 리더십으로 시대와 맞섰던 인물이다. 산업화의 업적이 창대해 역대 최고의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원칙을 강조하고 약속을 앞세우며 원칙없는 타협을 배격할 때마다 대중은 박정희의 유전자를 확인했다. 반면 육영수는 박정희의 독재를 무마할 정도로 온화한 미소의 주인공이었다.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 낮은 곳으로 내려가 따뜻한 미소만으로 온기를 불어넣을 줄 알았던 퍼스트레이디였다. 박 대통령이 수많은 선거 현장에서 환한 미소를 지을 때면 유권자들은 그 미소에서 육영수를 떠올렸다.물론 박 대통령은 오랜 정치 경험으로 자신만의 리더십을 키워왔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전혀 다른 한국인들이 살고 있는 오늘의 대통령이다. 국정 현안이 그 시대와 다르고 국력과 국격이 그 시절과는 천양지차이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선택한 것은 동시대인 박근혜의 리더십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박정희와 육영수를 대입하는 것은 그야말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뿌리없는 나무가 없고 부모없는 자식이 없다. 대통령 박근혜의 정치적 자산이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를 대행했을 때부터 축적된 것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그래

  • 만약에…

    만약에… 지면기사

    '만약에 이랬다면'이라는 가정법은 역사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은밀하고도 매혹적인 물음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디데이 하루 전날인 1944년 6월5일, 유럽 전역에 불어닥친 폭풍우가 갑자기 멈추지 않았다면? 그래서 상륙작전이 실패했다면? 1973년 10월6일 욤 키푸르(대 속죄일)에 이집트와 시리아가 동시에 침공할 것을 알면서도 선제공격하지 않고 침공을 당했던 골다 메이어 등 이스라엘 수뇌부들이 만약 두나라를 선제공격 했다면? 그래서 전 세계로부터 침략국이라는 비난을 받고 결국 미국으로부터 군수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존재했을까?하긴 멀리 외국의 예를 들 필요도 없다. 만약 지난 대선에서 야권이 안철수로 단일화가 이뤄져 안철수가 대통령이 됐다면 지금 정치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터무니 없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만약 민주당이 이번 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을 화끈하게 받아들여 그래서 큰 일 없이 무난하게 새 정부가 출범됐다면 눈치 빠른 안철수 전 교수가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할 수 있었을까? 뭐 그런 식이다. 아니면 말고 식. 그러나 한번 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끔찍한 가정법 말이다.언론계 종사자들의 평균수명이 가장 짧다는 의학계의 정설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갖는다. 지난해 대선이 끝난 후 어찌됐건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큰 정치적 이슈는 없어 좀 무료한 시간을 보낼거라고 생각했었다. 이번 기회에 담배도 끊고, 어디 헬스클럽에 등록해 새록새록 불러오는 저 지방덩어리를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나라다. 남이 편한 꼴을 못보는 독특한 민족성을 갖고 있는 나라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본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왠지 한번쯤 시비를 걸고 싶어하는 게 우리의 빛나는 민족성이다. 정치부 기자들의 편한 꼴을 그들이 봐줄리 없다.담배를 피게 만들고 술을 먹게 만든다. 대선 패배의 책임 때문에 입이 열 개라도 그 입을 다

  • 소탐대실의 부메랑효과

    소탐대실의 부메랑효과 지면기사

    원시시대 특유의 문화 중에 토템신앙이란 것이 있다. 씨족 혹은 부족별로 각각 고유의 수호신들을 섬겼는데 주요 숭배대상은 호랑이나 곰, 사슴, 물고기 혹은 밀이나 보리, 귀리 등과 같은 동식물로서 원시인들의 먹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농사법을 모르던 시절 한곳에 오래 머무를수록 자원이 고갈되어 공동체 전체가 멸종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식량인 동식물 개체수가 줄어들면 다시 풍성해질 때까지 한동안 남획을 금지하고 보호에 만전을 기했는데 이런 관습이 원시사회의 발전은 물론 토템인 동식물이 조상신 혹은 마을지킴이 등으로 승화했던 것이다.바야흐로 봄철로 접어들고 있으나 불사춘(不似春)이다. 각종 생필품 가격인상 도미노는 설상가상이어서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염려되는 지경이다. 금년도 경기전망도 신통치 못하다. 내수가 갈수록 축소되는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비중은 2001년 71.6%에서 2005년에는 60.7%로, 2011년에는 47.9%로 주저앉아 G20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가계와 기업간의 지속적인 소득격차 확대가 결정적 원인이다. 2000년 이후 기업소득의 연평균 실질증가율은 무려 16.4%에 달한 반면에 가계소득 증가율은 2.4%에 불과한 것이다. 가계기업간 소득격차가 OECD회원국들 중 헝가리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세계적으로 매우 유례가 드문 현상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노동시장 유연화에다 기업들의 수익중시경영의 소산이다. 글로벌경영은 새로운 도전이어서 현금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등 안전판을 조기에 확보해야 했다. 오너자본주의에 순응해야하는 것은 또 다른 옵션이었다. 시간도 경제적 약자편이 아니었다. 고임금의 정규직이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빠르게 대체되었으며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대공세에 자영업자들마저 한계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빈곤율은 OECD 평균보다 1.3배나 높으며 빈곤탈출률의 대세하락은 점입가경이다.가계부채 1천조원 시대 도래는 불가항력이었다. 마른 수건을 짜듯 절약을 해도 가계 빚은 눈덩이처럼 커지기만 했던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금리의 장기하향추세에도 이자총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