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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인하대 '논문 없는 석사학위'

    [참성단] 인하대 '논문 없는 석사학위' 지면기사

    인천의 인하대학교가 올해 1학기부터 논문 대체 창업트랙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창업활동을 평가해 석사학위를 수여한다는 것이다. 석사 학위에 한해 학칙에 따라 학위논문을 대체할 수 있는 법을 적용한 국내 최초 사례라 한다.논문은 학문의 세계에서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논문을 쓴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내가 볼 수 있는가 내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방법') 학자는 자신의 학문적 능력을 논문으로 인정받고 유지하고 전수한다. 논문의 생명은 정직이다. 표절과 조작은 죄악이다. 학자에게 논문은 성경만큼이나 신성하다.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논문은 표절과 조작의 상징이 됐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사태가 결정적 계기였다. 줄기세포 연구로 젖소 영롱이를 복제했다는 황씨를 나라와 국민은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로 확신하며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하지만 2005년 인간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조작으로 밝혀지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황우석 사태로 대학과 학계는 논문 표절, 조작에 대한 검증을 강화했다. 전문적인 논문 표절 검사 프로그램(카피 킬러)도 등장했다. 유탄이 엉뚱하게 정치권으로 튀었다. 표절로 얼룩진 석·박사 정치인들의 논문들이 속속 적발된 것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논문 표절 시비를 피해 간 후보자들이 드물 정도였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김명수 전 사회부총리도 표절 시비에 걸려 취임 직후 사퇴했다. 논문 표절로 망신을 당한 정치인, 공직자, 학자들을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다.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2005년 행정학 석사 논문 '지방정치 부정부패의 극복방안에 관한 연구'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이 후보는 표절을 인정하며 해당 대학에 "제발 (논문을) 취소해 달라"고 사정했다. 민주당은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부인 김건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으로 맞불을 놓았고, 논란은 진행형이다.인하대의 '논문 대체 창업트랙'은 엄격한 심사를 통과할 정도의 창업계획이라면, 해당 분야의 석사급

  • [참성단] 현대판 환곡 아파트 대출금

    [참성단] 현대판 환곡 아파트 대출금 지면기사

    아파트는 공동주택의 대명사다. 오늘날 아파트 같은 대형 공동 주택의 역사는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슐라(insula)라고 해서 다층 다세대 주택이 있었던 것이다. 인슐라는 1층에는 상점이 들어섰으며, 2층에는 귀족 등의 부유층이 그리고 3층과 4층에는 돈이 없는 가난한 이들이 살았다. 심지어 인슐라보다 앞선 공동주택의 흔적이 발견되는데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가 그것이다. 신전인 지구라트는 거대한 계단형 탑으로 조성되었는데, 여기에도 주거형태가 있기에 지구라트를 아파트의 기원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아파트의 활성화는 도시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1839년 미국 뉴욕에 이민자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지은 테너먼트(tenement) 같은 다층 다세대 임대 주택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들어선 것은 1932년 일제강점기 때인데, 서울 충정로에 5층 규모로 지어진 유림아파트가 이 땅에 들어선 최초의 근대식 아파트였다. 이와 비슷한 시기 목조아파트도 있었는데, 총독부가 지은 4층짜리 목조건물인 풍전아파트도 있었다. 해방 후 우리 손으로 세운 최초의 아파트는 1956년 을지로 4가와 청계천 4가 사이에 들어선 중앙아파트다.주택으로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서울이 62.4%로 가장 높고, 전국적으로는 우리 국민 61.4%가 아파트에서 산다. 아파트는 작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야 하는 대도시 중심의 현대사회에 최적화한 주거 방식이다. 편리성과 보안 그리고 관리의 측면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최근 고금리에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아파트 시세가 급락하고 있다. 연말 기준 세종시가 16.74%, 대구시가 11.91%, 인천시가 11.81%, 경기도가 9. 61%, 서울시가 7.2%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파트가 재산의 거의 전부인 서민들 입장에서는 아파트값이 폭등해도 문제고, 너무 떨어져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세심하고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이 필요하다. 삼정이 문란하던 시대 옛날 우리 조상들은 환곡(還穀)으로 평생을 시달렸다. 오늘날

  • [참성단] 작심삼일(作心三日)

    [참성단] 작심삼일(作心三日) 지면기사

    작심삼일은 맹자(孟子) 등문공(騰文公) 하편, '작어기심(作於其心)'이란 말에서 유래됐다고 하나 정확하지 않다. 문헌엔 작어기심, 작어기사(作於其事)란 표현은 있으나 삼일(三日)이란 말이 없다. 후대에 '어떤 연유로 무엇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수일이 지나면서 돌연 (마음이) 바뀌게 됐다'는 의미로 변환됐다는 설에 무게가 실린다.조선 선조 때 좌의정 류성룡이 역리(驛吏)에 명해 전국 고을에 공문을 보내라 했다. 역리는 며칠 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화가 난 류성룡은 이를 꾸짖으며 이유를 물었다. 역리가 답했다. "우리 속담에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이란 말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위에서 저희에게 많은 업무를 지시합니다. 그리고는 며칠이 안 돼 취소하곤 했습니다. (중략) 이번에도 저희는 사흘 후에 고칠 것을 예상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선 중기 유몽인(1559~1623)이 지은 민담서 '어우야담'에 실린 일화다. 세종실록에 나오는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도 작심삼일과 같은 의미다.새해가 되면 누구나 마음을 새롭게 한다. 지난해를 허비했다고 자책하면서 올해는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헬스클럽, 필라테스, 다이어트, 금연, 금주, 건강관련 업종이 정월에 반짝 특수를 누리는 배경이다.'연초 랠리'는 주식시장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해당연도의 시작이기도 하고 제도가 달라지기도 해 주가변동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1월엔 대체로 제약사들의 주가 흐름이 양호한 까닭도 다르지 않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만큼 건강을 더 챙기겠다는 심리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새해를 맞아 헬스클럽에 다녀보자고 결심했다면 얼마간 미뤄야 한다. 처음 며칠은 열심히 오가겠으나 보름을 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일단 1개월만 등록하기를 권한다. 덜컥 3개월이나 연간 회원증을 끊는다면 후회만 더 키울지 모른다.작심삼일은 인간의 나약한 의지를 꼬집는다. 중국 일본에도 비슷한 속담과 경구가 있다. 설계도가 거창하면 부담만 커지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 법이다. 일찍

  • [참성단] '펠레'

    [참성단] '펠레' 지면기사

    베이비붐 세대가 악동이던 시절, 축구공 하나면 아이들은 행복했다. 가죽 공이 귀했던 시절 고무 공을 차면서도 축구엔 진심이었다. 발 재간이 좋은 아이들은 펠레와 유세비오(에우제비오) 시늉을 내며 단독 드리블에 열중했고, 골키퍼를 보던 아이들은 야신을 흉내냈다. 브라질, 포르투갈, 소련이라는 나라는 몰라도 이름만으로 선망의 대상이었던 축구 전설들이다. 그 중에서도 펠레는 차원이 달랐다. 축구가 펠레였고, 펠레가 축구였다.축구 황제 펠레가 별세했다. 예고된 임종이었지만 조국 브라질은 슬픔에 잠겼다.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도 국가색인 황금빛 조명으로 갈아입었다. 상징이 상징을 추모하는 야경은 숙연하고 장엄하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펠레'는 브라질 자체였던 펠레를 보여준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17세 펠레가 조국에 우승컵을 안기자, 브라질은 잡종견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비로소 브라질이 됐다고 한다. 펠레 자체가 국가를 상징한 기관이었다는 증언도 인상적이다.비판도 있었다. 펠레가 세 차례 월드컵 우승을 이끄는 동안 브라질은 군부 독재로 신음했다. 인종탄압에 저항하고 반전 운동에 앞장섰던 무하마드 알리처럼 펠레가 군부 독재에 맞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화 세력에게 펠레는 독재 정권이 두려워한 유일한 문민권력이었다. 하지만 펠레는 정치와 거리를 두었고, 독재자는 펠레를 능수능란하게 이용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을 앞두고 펠레와 갈등했던 감독을 교체한 것도 독재 정권이었다. 그래도 브라질 국민은 펠레의 침묵을 비판하면서도 펠레의 축구는 열렬하게 사랑했다.축구사에 숫자로 남긴 펠레의 업적 보다도, 지구촌을 축구로 묶어 낸 펠레의 시대가 더 위대하다. 조국 브라질은 축구로 나라를 세운 국부(國父)로, 세계는 20세기 최고의 스포츠인으로 펠레를 기억하고 추모한다.1974년 은퇴 경기 직후 펠레가 관객들과 함께 연호한 "러브 러브 러브(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라)"가 인스타그램에 그의 유언으로 올랐다. 1940년 브라질 사람으로 태어난 '에드송 아란치스 두 나시멘투'가 2023년 새

  • [참성단] '케렌시아(Querencia)'

    [참성단] '케렌시아(Querencia)' 지면기사

    500㎏ 넘는 황소가 미친 듯 날뛴다. 날렵한 투우사의 하체가 리듬을 타고, 흥분한 관중은 괴성을 지른다. 피로 얼룩진 광기(狂氣)는 절정으로 치닫고, 창칼에 찔린 등은 검붉게 물든다. 성난 소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투우사를 향해 재돌진한다. 목표물은 희미해지고, 본능적 공포에 몸서리친다. 기진(氣盡)한 숨, 풀 죽은 기색에 투우사는 더 맹렬해진다. 예봉을 꺾고 희롱하며 쉴새 없이 찌르고 헤집는다.한발 물러선 소는 숨을 고르며 전열을 가다듬는다. 생과 사를 가를 마지막 합을 잠시 미루고 휴식을 취한다. 대개는 자신이 뛰쳐나온 출입구 주변 공간에서다. 벽을 등지고 다시 상대를 노려본다. 짧은 안식으로 힘을 낸 투우는 앞발을 박차고 맹렬한 기세로 나아간다. 그리고 최후를 맞는다. 안식처(安息處) 또는 피난처를 뜻하는 스페인어 '케렌시아'는 죽음을 앞둔 투우의 슬픈 노래다.젊은 시절 스페인을 찾았던 작가 헤밍웨이는 투우에 푹 빠졌다. 전역을 돌며 경기를 보고, 유명 투우사와 교유했다. 어느 날 칼에 급소를 맞은 소가 죽기 전,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정한 공간을 찾아 숨을 고르는 것이다. 그의 작품 '오후의 죽음'은 투우, 투우사, 그리고 투우마니아(Mania)의 세계다.시간을 쪼개는 건 인간만이다. 연말, 연시는 본디 다를 게 없는데 자못 비장한 얼굴들을 하고 제야를 맞는다. 전날은 일몰을 보고, 다음날엔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빈다. 마치 다른 태양신을 영접하는 것처럼.연말엔 피로가 쌓이기 마련이다. 한해 고생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시·공간이 필요하다. 번잡해도 고향 마을, 휴양·관광지를 찾아 나서는 까닭이다. 심신(心身)을 내려놓을 안식처라면 어디든 상관없다. 빼어난 경치는 눈을 맑게 하고, 낯선 땅에서의 조우(遭遇)는 마음을 들뜨게 한다. 뭉친 근육, 쌓인 응어리를 풀어내야 새해가 가볍다.임인년을 보내고 계묘년을 맞는다. 유례없는 물가 폭등, 고금리, 한파로 겨우살이가 힘겹다. 동트기 전, 가장 어둡다. 섣달 냉기가 한여름 폭염(暴炎)을 잉태한다. 겨울 한파는 삼복더위가 뱉어냈

  • [참성단] 빌라왕 연쇄 사망 미스터리

    [참성단] 빌라왕 연쇄 사망 미스터리 지면기사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네는 정환이네 집 반지하층 세입자다. 정환이네도 동룡이네 단칸방에 세들어 살던 처지였다. 장남인 정봉이가 취미로 수집하던 올림픽 복권이 1등에 당첨된 덕분에 2층 양옥집과 전파사를 마련했다. 두 가족은 잠만 따로 잘 뿐 일상을 공유하는 한 가족처럼 지낸다. 형편은 다르지만 음식을 나누고 인정을 나누고 애들은 함께 큰다.'1988'까지는 오랜 세월 덕선이네와 정환이네처럼 가족같이 지낸 집 주인과 세입자들이 많았다. 방 한 칸 내어주고 얻어서 같이 살다 쌓은 정이 그만큼 깊었다. 동네가 재개발되자 덕선이네는 정환이네를 따라 판교 이주를 결심한다. 인정(人情)이 주거복지였던 시대라 가능했던 에피소드이다.이젠 덕선이네와 정환이네를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다. 주거 환경이 집주인과 세입자가 얼굴을 대면하고 사는 구조가 아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인연은 임대차계약서 한 장이 고작이다. 갑을 관계만 남으니 서로 손톱 만큼의 손해에도 양보가 없다. 자연히 갑의 위세에 을의 설움이 깊어진다. 그래도 세입자들은 집 주인들의 갑질이 임대차계약서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믿었다.전세계약서를 신줏단지로 여겼던 세입자의 믿음이 산산조각 났다. 수도권에 빌라와 오피스텔 1천139개를 소유한 40대 김모씨가 최근 숨졌다. 세입자 수백 명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혔다. 한 사람이 1천 채가 넘는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현실이 코미디 같은데, 세입자들의 현실은 악몽이다. 은행 등 채권자들이 경매에 나서면서 엄동설한에 한 푼 없이 쫓겨 날 형편이다.김씨에 이어 인천 미추홀구 등에 역시 빌라·오피스텔 수십 채를 보유한 20대 송모씨도 사망했다. 지난해 7월엔 주택 240여 채를 세 놓은 40대 정모씨도 사망한 사실이 드러났다. 세입자들은 이들을 '바지 사장'으로 의심한다. 실제 사기 설계자들은 모든 책임을 망자에게 떠넘기고 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일은 대통령이 직접 대책을 지시할 정도로 커졌는데, 계약서만 놓고 보면 피해 복구는 요원하다.빌라왕들의 잇단 사망에서 악마의 미소가 감지된다.

  • [참성단] 제야의 종

    [참성단] 제야의 종 지면기사

    임인년도 나흘 남았다. 각 지역의 유관기관에서는 새해맞이 타종행사 준비로 여념이 없다. 올해는 그간 중단됐던 타종행사가 다시 재개된다. 서울의 종각을 비롯해서 수원의 여민각에서 일제히 제야의 종 타종행사가 진행된다. 이런 타종행사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가.서울시 주최로 진행된 '제야의 종'이란 이름의 타종행사는 1953년부터 시작됐으나 서울 도심에서 종을 쳐 시간을 알리는 것은 역사가 꽤 깊다. 타종을 통해 시간을 알리는 것은 조선 초기인 태조5년(1396년)부터 시작됐다. 도성의 4대문과 4소문을 여닫기 위해 치는 종을 각각 파루(罷漏)와 인정(人定)이라 했던 것이다. 파루는 새벽녘인 오경삼점(五更三點) 즉 오전 4시경에 치는 종인데 모두 33번을 쳤다. 서른 세번의 타종은 불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제석천이 다스리는 33개의 하늘에 고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반면 밤 10시경에 통행금지를 알리는 종은 인정이라고 하여 모두 28번을 쳤다. 동시대인들은 천상의 28개의 별 즉 28수(宿)가 세상에 영향을 주고 시간을 관장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말하는 수(宿)는 별자리 '수'를 뜻하는데 태양이 지나는 황도 주변의 별자리들을 가리킨다.수도권 지역의 대표적인 타종명소는 서울의 종각과 수원의 여민각 등을 꼽을 수 있다. 타종식이 열리는 종각의 공식 명칭은 보신각(普信閣)으로 고종 32년(1895년)부터 이렇게 명명하고 불렀다. '신(信)'은 유교의 오상(五常)인 '인의예지신'에서 나온 것인데, 방위상으로 정 중앙인 토(土)가 신(信)에 해당된다. 인은 동쪽, 의는 서쪽, 예는 남쪽, 지는 북쪽을 뜻하며 이런 음양오행의 사상을 따라 사대문의 이름을 각각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홍지문이라 지었다.수원의 종각 즉 여민각(與民閣)은 '맹자'에 나오는 '여민동락(與民同樂)'에서 유래한 것으로 백성과 함께하고 즐기겠다는 애민정신과 통치자의 마음가짐을 뜻한다. 수원시, 수원문화재단, 수원문화원이 함께하는 이번에는 타종식과 함께 따끈한 떡국과 각종 부대행사도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송구영신(送舊迎新)

  • [참성단] '바둑 치팅(cheating)'

    [참성단] '바둑 치팅(cheating)' 지면기사

    2019년 7월 프랑스 경찰이 세계정상급 체스선수 '이고스 라우시스'(당시 58세)를 체포했다. 게임 중 부정행위를 한 혐의다. 경찰은 그가 대회장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공개했다. 인공지능(AI) 도움을 받았다는 거다.라우시스는 1992년 체스연맹 최상위선수 칭호인 '그랜드마스터'가 됐다. 수년간 라트비아, 방글라데시, 체코 국가대표를 지냈다. 전성기를 지났어도 경이로운 성적을 이어갔다. 30대 후반이면 쇠퇴기에 접어드는 '에이징 커브(Aging Curve)'를 비웃듯.연맹은 뭔가 이상하다고 봤다. IT기기 활용을 의심하면서 증거 확보에 나섰다. 수개월을 따라다녔고, 인권침해 논란을 무릅쓰고 대회장 화장실에 CCTV를 설치했다. 라우시스는 화면을 지켜본 뒤 두고 온 휴대폰이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했다. 인공지능 체스 프로그램을 이용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그는 선수 생활을 전격 은퇴했다.중국 바둑계가 '치팅 논란'에 휩싸였다. 치팅은 바둑, 장기, 체스에서 인공지능(AI) 도움을 받는 부정행위를 말한다. 발단은 지난 21일 온라인으로 열린 춘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 4강전이다. 세계랭킹 4위 리쉬안하오(27)가 세계랭킹 1위 신진서(22) 9단에 완승했다. 신진서는 무력했고, 리쉬안하오는 실착이 없었다.대국 뒤 중국 국가대표 양딩신(24)이 리쉬안하오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춘란배 8강전에서 리쉬안하오에게 패한 양딩신은 SNS에 "리쉬안하오와 20번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모든 신호가 차단된 대국장에서 화장실에 가면 안 되고, 시간 제한도 없이 하루 한판씩 두자는 게다. "기보를 공개해 평가도 받자"며 "만약 내가 누명을 씌운 것이라면 은퇴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2년 전 중국 랭킹 20위권이던 리쉬안하오는 무서운 상승세로 2위가 됐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실력이 급상승하는 바둑 특성을 거스르는 특이 사례다. 신진서와 대국에서 AI 일치율이 85%나 됐다. 최정상급 선수들 평균이 70%다.물증은 없고, 중국기원은 리쉬안하

  • [참성단] 한의사와 초음파 진단기기

    [참성단] 한의사와 초음파 진단기기 지면기사

    대법원이 지난 22일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1심과 항소심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의료 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때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으로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한의사들은 환호하고 의사들은 반발한다.한의사협회와 의사협회의 의료용 진단기기 갈등은 의료계의 해묵은 고질병이다. 의사들은 한의사의 첨단 진단기기 사용을 극렬하게 반대한다. 한방 의료행위에 초음파, X레이,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양방 진단기기가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 양방, 한방의 학문적 원리와 의술 방식이 완전히 다르고, 진단기기는 서양의학의 영역에 속한다는 주장이다.한의사협회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현대 한의사들은 한의대 6년 과정을 통해 한의학과 양의학 교과과정을 섭렵한 전문 의료인으로, 진단기기 활용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의사들은 한의학을 침과 뜸, 한약으로 인식하는 정부와 서양의학계의 편견에 진저리친다. 코로나19 대란 때 교육받은 일반인도 가능했던 검체채취, 역학조사에도 한의사 투입을 망설였던 정부를 성토했었다. 의사협회가 진단 시장 독점을 위해 한의학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킨다고 의심한다.체성분을 알려주는 스마트 워치를 비롯해 자가 신체 진단이 가능한 첨단 웨어러블 장비들이 속속 개발되는 시대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진단기기가 간소화되고 필요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대법원이 "의료공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의료행위 기준이 필요하다"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한 배경이다.정부의 적극적인 의료 행정이 절실하다. 오랜 세월 한의사와 의사를 구분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유지한 탓에 의료 시장 자체가 분리됐다. 시장 중심적인 의료 행정으로 인해 양방에서는 소아과, 내과, 산부인과, 외과 의사 씨가 말랐다. 한의사의 진단기기 접근을 막아 한방의료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막는다. 국민에

  • [참성단] 인천시와 하와이

    [참성단] 인천시와 하와이 지면기사

    1902년 12월 22일 월요일, 인천 제물포항에서 승객 121명을 태운 배가 출발했다. 일본 화물선 현해환(玄海丸) 호는 이틀 뒤 일본 나가사키 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다시 '갤릭(Gaelic) 호'로 갈아타고 이듬해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 항에 입항했다. 120년 전, 차마 떠날 수 없어 눈물로 바다가 된 미국 하와이 이민사의 시작점이다.남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초기 이민자들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일했다. 외교적 문제로 인력 공급이 중단된 중국인과 일본인 노동력을 빠르게 대체했다. 당시 정부는 하와이 이민을 장려했고, 혹독한 굶주림과 불안한 정세를 벗어나려는 이들의 도피처가 됐다. 1903~1905년 사이 64회 출항에, 7천415명이 새 삶을 꿈꾸며 배에 올랐다. 1910년 한·일병합 이후엔 이승만 서재필 등 독립운동가들이 한인사회에 합류했다.하와이에 정착한 교민들은 한시도 조국 땅을 잊지 않았다.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이주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인천에 공과대학을 만들자고 제안하자 나라 재건에 보탬이 되겠다며 적극 호응했다. 1954년 개교한 인하대학교는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을 설립하자며 이역만리에서 교민들이 피땀으로 젖은 종잣돈을 모아 보내온 성금으로 지어졌다. 교명인 '인하'는 인천의 '인(仁)'과 하와이의 '하(荷)'를 조합해 탄생한 것이다.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20일 하와이에서 교민들을 만났다. 이민 120주년 기념 '인천의 날' 행사장에서다. 유 시장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기까지 750만 재외동포의 노력이 있었고, 그 가운데 인천이 있었다"며 방문의 의미를 강조했다. 교민과 방문단은 인천 출신 그룹사운드 '사랑과 평화'가 히트곡 '한동안 뜸했었지'를 부르자 함께 박수 치고 소리치며 하나가 됐다.행사장에 온 교민들은 하와이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여론 주도층이다. 하와이 한인회, 하와이 한인체육회,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 한인상공회의소 등 12개 한인 단체는 '재외동포청'을 인천에 유치해야 한다고 지지 선언을 했다. 하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