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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 바다로 가요 지면기사
연극 '등장인물'(신재 연출, 11월 16~20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은 그 제목이 독특하다. 제목 앞에 '아직 등장하지 않은'이라는 작은 글자가 붙어 있다. 그러니까 '아직 등장하지 않은 등장인물'이 정확한 제목이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이라는 제한이 붙어 있는 이유를 짐작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처한 환경을 생각해보면 그 의미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공연 내용은 단순하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직접 가사를 쓴 '시원한 여름'과 '사랑의 마음'에는 그들의 소망과 마음이 담겨 있다. 바다에 가고 싶고, 물놀이도 하고 싶다. 소박하다. 그러나 '바다에 가요'라는 가사가 그들에게 얼마나 힘겨운 숙제인지를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들에게 사랑의 마음은 친구들이 다칠까 봐 도와주는 마음이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줄게요. 마음을 다 주면 그 사람도 알겠죠'라고 노래한다.연극 '등장인물'의 출연자들은 중증발달장애인이다. 출연자가 장애인이라서 공연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장애인 연극이 전무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사업으로 장애인 당사자가 출연하거나 창작하는 여러 작품이 매년 꾸준하게 무대에 올라가고 있다. 연극 '등장인물'이 특별한 것은 그 중심에 해방을 향한 실천이 있어서다. 출연자는 2~3년 전부터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시작했으며, 그중에는 시설에서 38년을 지낸 분도 있다고 한다. 최근 탈시설 운동이 확산하면서 지역사회가 함께 돌보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자립과 의존에 관한 낡은 관점에서 벗어나 상호의존의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자립은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존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세상이 장애인용으로 돼 있지 않으니 장애인은 의존할 수 있는 것이 무척 적습니다. 장애인이 너무 의존하는 게 아니라 의존할 게 부족하기 때문에 자립이 어려운 겁니다. 인간은 약함을 서로 보충하고 의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서 강해졌어요. 장애인만 의존하지 말라는 것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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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세계 4강 K-방산 지면기사
동유럽 국가 폴란드는 6개국과 접한다. 국력이 쇠하면 언제든 주변국 먹이가 되는 운명이다. 18C 이후 독일과 러시아 등 강대국에 치여 수차례 속국이 됐다. 여성 최초 노벨상(화학) 수상자인 마리 퀴리(1867~1934)는 평생 타국을 떠돌아야 했다. 2차 대전 뒤 소련은 자유진영에 맞서는 꼭두각시로 삼았다.'폴란드는 우리가 살아있는 한 아직 죽지 않았으니, 어떤 외적들이 우리를 침략해도, 우린 손에 든 칼로 되찾으리. (후렴) 전진, 전진하라, 돔브로프스키(Dambrowski)여, 이탈리아에서 폴란드까지 그대의 지도 아래 우리 국민은 단결하리'. 폴란드 국가(國歌) '폴란드는 아직 죽지 않았다(Jeszcze Polska nie zgina)' 4절 중 1절이다. 애국 시인 유제프 비비츠키(Jozef Wybicki, 1747~1822))가 1797년 작사했다.폴란드 국가에 이탈리아가 반복 등장하는 역사가 있다. 폴란드는 1795년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3국에 멸망했다. 비비츠키 등 독립운동가들이 프랑스에 집단망명했다. 망명정부는 당시 이탈리아 원정을 떠난 나폴레옹 군단에 병사를 파견해 오스트리아전에 참전토록 했다. 이탈리아에서 출정한 독립군이 오스트리아를 가로질러 조국 영토를 회복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폴란드에 수출한 대한민국 K2 전차와 K9 자주포 초도 분(1차 물량)이 지난 7일 현지에 도착했다.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4문이다. 포·차가 인수된 항구 행사장에 이례적으로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참석했다. 수도 바르샤바에서 4시간 거리라고 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이 장기화하는 위기상황에서 K-무기 도입에 대한 폴란드의 절박함이 어떠한지 짐작된다.폴란드는 올 들어 한국 방산업체들과 대형 수출계약을 맺었다. 120억 달러(15조6천억원) 수준이다. 탄약과 군수지원 물량을 보태면 400억 달러(52조여원)로 추정된다. 2017∼2021년 세계 방산 수출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2.8%로 8위였다. 4위 중국 4.6%, 5위 독일 4.5%, 6위 이탈리아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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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최태원-노소영 이혼 판결 지면기사
최근 TV 채널마다 이혼 남녀들을 등장시킨 관찰 예능을 방영한다. 예전엔 이혼과 함께 조용히 사라졌던 스타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혼을 떳떳하게 밝히고 활약한다. 이혼을 불편하게 바라본 사회적 시선이 완전히 바뀐 덕분이다.이혼을 금기시 했던 봉건적 잔재를 법으로 금지한 지는 오래됐지만, 이혼 자체를 일상으로 수용하는 의식 개혁은 최근의 일이다. 우선 신세대 여성은 남자 중심의 혼인 유지 관습을 인정하지 않는다. 결혼에 집착하지 않는 마당에 이혼을 두려워할리 없다. 구세대 여성도 전근대적인 혼인관계를 더 이상 참지 않고 황혼 이혼을 감행한다. 남녀 모두 세대를 넘어 불행한 일부종사를 인생의 낭비로 본다. 2012년 이후 10년 동안 한 해에 10만쌍 이상이 이혼한다. 바야흐로 '돌싱(돌아온 싱글) 시대'가 활짝 열렸다.이혼에 관대해진 의식 전환의 속도에 비해 사후 관리를 위한 제도는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 자녀 양육문제가 가장 크다. 양육비 지급 약정을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신상을 공개해 이행을 강제하려는 '배드 파더스'라는 익명의 단체는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2020년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는 법이 통과됐지만 실효가 떨어진다니 다시 살펴봐야 한다.이혼으로 경제력을 상실한 배우자의 생계도 해결할 문제이다. 법원의 이혼 위자료 판결이 보수적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지난 6일 법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의 이혼을 결정하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분할 판결로는 역대 최고액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노 관장 요구액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 50%를 요구했는데 평가액이 1조3천억원을 넘는다.해외 슈퍼 리치들의 이혼 재산 분할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는 이혼한 부인에게 수백억,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분할해줬다. 주목할 것은 금액이 아니라 기준이다. 미국에서는 양육비와 생계비 지급을 못한 이혼 배우자들의 파산이 흔한 일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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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AI와 월드컵 지면기사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갈등을 극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는 인류의 기원과 발전에 대한 철학적 통찰과 함께 대사가 거의 없이 대부분 영상과 음악으로 전개되는 독창적인 방식을 보여준다. 1968년에 나온 영화지만, 영화사에서는 여전히 철학적 영화로 또는 SF의 한 하위 장르인 스페이스 오페라의 문법과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원작은 SF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아서 찰스 클라크(A. C. Clarke, 1917~2008)의 동명소설이다. 요즘처럼 장르의 경계가 해체되는 상황에서 이미 두 세대나 앞서 작품과 영화가 거의 동시에 나오는 실험적 시도를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영화는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인류의 기원으로 신비의 에너지체(體)인 정체불명의 검은 돌기둥의 계도를 받아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로 바뀌고 종래에는 현대문명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2부는 목성 미션으로 인류가 인공지능이 탑재된 슈퍼컴퓨터 '할'의 도움을 받으며 목성 탐사를 시작하는 내용이다. 작품 중반부터 인공지능 '할'이 조력자가 아니라 주재자로 바뀌고 주인공 데이브를 제외한 나머지 우주비행사들을 모조리 살해한다. 고투 끝에 데이브는 '할'을 상징하는 붉은 색 카메라를 끄고 여행을 지속한다. 3부는 목성과 무한한 창공 부분으로 데이브의 죽음과 탄생을 동시에 보여주고, 인류의 새 여명을 암시하며 끝난다. 지금 보면 매우 싱거울 수 있지만, 두 세대 전에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화상전화 등을 창안해낸 상상력과 독특한 영상문법 그리고 영화음악 등 모든 면에서 획기적인 영화다.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특징은 오프사이드 판정 등에 AI기술과 비디오 판독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판정시비를 없앤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어느새 AI가 스포츠는 물론 우리 일상에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점이 놀랍고 새삼스럽다. 6일 새벽에 열린 브라질전에서 받은 페널티킥도 AI의 검증을 거쳤다면 어떤 판정이 나왔을까?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축구심판은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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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27번째 멤버' 오현규 지면기사
수원 삼성의 공격수 오현규가 벤투호의 '27번째 멤버'로 카타르 월드컵 여정을 마무리했다. 월드컵을 보름 여 앞두고 '캡틴' 손흥민이 안와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만에 하나 대체될 상황을 대비해 최종명단 26명 밖 예비명단으로 카타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 전 공격수 황희찬의 햄스트링 부상까지 겹쳐 엔트리 교체를 열어둔 국제축구연맹의 규정에 따라 오현규의 대체 합류 가능성이 있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벤투호는 기존 엔트리를 유지한 채 월드컵을 치렀다.오현규의 엔트리 합류 여부를 끝까지 지켜본 건 카타르로 떠난 선수 중 유일하게 그가 경인지역 프로구단 소속 선수이기 때문이었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13골로 팀 내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린 데다, FC안양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팀을 강등 위기에서 구해내며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그였기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었다.비록 월드컵 무대를 직접 밟진 못했지만, 오현규에게 이번 동행은 분명히 뜻깊은 시간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는 대표팀 경기마다 벤치에 앉아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의 움직임을 눈에 담았다. 현지 훈련도 빠짐없이 수행하며 동료들이 출전 의지를 불태우는 것을 보고 다음 월드컵에 대한 내적 동기부여도 확실히 다졌을 것이다. 마침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의 드라마를 썼을 때 잔디 위에서 선수들과 얼싸안고 극적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눈 것도 향후 그의 경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임이 분명하다.오현규는 카타르로 떠나기 전 "월드컵이라는 영광스런 무대에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수원 이병근 감독과 동료들, 수원 팬분들께도 감사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강등 문턱에서 '소년 가장'이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 무게를 견뎌냈던 오현규다. 이제 당당히 팀의 '간판' 공격수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선수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조수현 문화체육레저팀 기자 joeloach@kyeongin.com조수현 문화체육레저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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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베트남 주석의 광주 방문 지면기사
베트남은 열강(列强)들 공동묘지다. 미국 중국 프랑스와 전쟁에서 모두 승리한 이력을 지녔다. 1964년 자작극인 '통킹만 사건'을 빌미로 베트남전을 일으킨 미국은 부녀자에 어린이까지 동원한 게릴라전에 밀려 10년 만에 철군했다. 칭기즈칸의 몽골대제국(원나라)은 아시아 전역과 동유럽을 휩쓸었으나 베트남은 정복하지 못했다. 영웅 쩐흥다오는 수전에 약한 몽골군을 유인해 수장시켰다. 세 차례나 침입을 막아내 무신(武神) 반열에 올랐다. 조선의 이순신과 비교되는 명장으로, 하노이시 곳곳에 그의 동상이 있다.하노이시 중심부에 전쟁·역사기념관이 있다. 미국과의 통일전쟁을 상기하는 기록물과 무기가 전시돼 있다. 잔혹한 장면이 담긴 사진과 유물이 많아 둘러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20여 년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단이 베트남 기자협회 초청으로 하노이를 방문했다. 당시는 베트남전 여운이 남아 한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다. 간담회 자리에서 베트남 공산당 고위 간부가 베트남전에서 맹위를 떨친 한국군과 대한민국에 대한 소회를 내비쳤다. "(한국을) 이해하고 용서합니다. 그러나 잊지 않겠습니다." 가슴 서늘한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국가권력 2위인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오늘 광주시를 방문한다. 수교 3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 초청으로 지난 4일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푹 주석은 이날 관내 다문화가정을 방문한 뒤 방세환시장과 환담한다. 남한산성 아트홀에선 전시회와 양국 합동 공연이 열린다.광주시 등록 베트남인은 1천420명(남 704명, 여 716명)이다. 유학생, 결혼이민자, 기능인 등 거주사유가 다양하다. 베트남인들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하다. (사)올프렌즈는 베트남 출신 전도사가 매주 모임을 주선한다. 서문교회에선 일요일 예배와 한국어교육을 한다.푹 주석은 지한·친한파 인사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을 만나 대규모 투자에 고마움을 표했다. 2018년 동남아시아축구대회에서 베트남이 10년 만에 우승하자 선수가 받은 메달을 빼앗아 박항서 감독에 걸어줘 웃음을 줬다. 사흘 여정, 시간을 쪼개 광주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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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지면기사
3일 새벽 대한민국이 흔들렸다. 실낱 같던 희망이 현실이 되는 드라마에 전 국민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한국의 월드컵 16강 기적은 필연과 우연이 동시다발적으로 겹치면서 완성됐다. 반드시 이겨야만 했지만 객관적 전력은 열세였던 한국이 포르투갈을 2-1로 이겼다. 호날두의 등 패스로 김영권이 동점골을 만들고, 손흥민의 절묘한 패스는 수비수 다리 사이로 빠져 황희찬의 오른발에 걸렸다.한국이 투지로 만든 기회를 특급 도우미 가나가 기적으로 완성시켰다. 수비에 집중하고, 선수 교체로 시간을 끌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루과이 골잡이 수아레스의 '나쁜 손' 때문에 8강에서 탈락한 원한을 잊지 않았다. 가나 대통령은 "12년 동안 기다려 온 복수"라 했고, 가나 수비수는 "우리가 16강에 못가면 우루과이도 못가게 막자"고 독기를 뿜었다. 수아레스의 원죄와 가나의 복수가 한국의 행운을 빚었다.워낙 극적이라 기적이라지만,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은 원팀의 투지가 일구어낸 성과이다. 우루과이와 0-0으로 선전했고, 가나엔 0-2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도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우루과이전에서 졌거나, 가나전에서 경기를 포기해 2골을 만회하지 못했다면, 수아레스의 재앙도 가나의 도우미 역할도 소용없었다.가나전 스타 조규성은 16강 진출 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라는 문장이 적힌 태극기를 펼쳐들었다. 원전은 e스포츠의 월드컵이라는 2022 '롤드컵'에서 우승팀을 이끈 프로게이머 데프트(김혁규)의 인터뷰란다. 만년 언더독(약자) 데프트는 "우리끼리만 안 무너지면 이길 수 있다"며 팀플레이를 강조했다. 기자가 이를 '중·꺾·마'라는 제목으로 요약했다. 이 제목에 '심쿵'한 MZ세대들이 월드컵 대표팀 응원에 재활용하자 이젠 국민적 관용구로 자리잡을 태세다.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고 여러분들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손흥민의 인터뷰도 '중·꺾·마'와 같은 맥락이다.근심 많은 나라와 국민에게 월드컵 대표팀의 선전이 보약 같다. MZ세대의 '꺾이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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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유 작가 대 진 교수 지면기사
100세 시대가 됐어도 노화(老化)는 피해 갈 수 없다. 50 넘어 환갑 나이가 되면 신체 변화가 빨라진다. 시력과 청력이 나빠지고, 보고 듣는 게 불편해진다. 젊은이들만 분별 가능한 음역이 따로 있다고 한다. 듣지 못하면 소통에 애를 먹고, 점차 고립된다. 우람했던 근력은 30대의 70~80%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지구력은 30대보다 14% 정도, 순간 대처 능력은 20~30대보다 최고 40%까지 떨어진다. 보험사들은 노령자들이 반갑지 않다.몸과 마음은 같이 늙지 않는다. 소를 그린 화가 이중섭과 동문수학한 화가 김병기(1916~2022)는 장수했다. 2016년 일간지에 회고록을 연재했고, 2019년 103세에 개인전을 열었다. 늦은 나이에 만개하는 예술인이 많다. 몸은 쇠했으나 정신은 야물어진다. 지혜의 샘에 주름진 나이테가 보태진다. 문화예술인들이 말년에 명작, 명화, 명곡을 쏟아내는 연유다."60 지나면 뇌가 썩는다는 가설을 입증하려고 몸소 생체 실험을 하는 것 아닌가". 진중권 교수가 유시민 작가를 맹폭했다. 유 작가가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다. 유 작가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매체에 '조금박해' 등이 유명세를 얻으려 당을 비판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유 작가는 젊은 때 "60대가 되면 뇌가 썩는다. 20대와 60대 인격은 다르다. 뇌세포가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 왜냐면 뇌세포가 너무 많이 죽은 상태에서…"라고 했다. 이 발언을 소환해 진 교수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감싼 유 작가를 비판한 것이다.이순(耳順)이면 무뎌지고 너그러워지기 마련이다. 마음이 번잡하지 않으니 귀도 순해진다. 유 작가도, 진 교수도 60을 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거칠고 사납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유 작가에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라고 했다. 진 교수는 "지금 퇴장해도 아름답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10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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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이름값 지면기사
최근 김정희의 호(號) 추사(秋史)가 호가 아닌 자(字)라는 친필기록이 나왔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과천시 추사박물관이 2년 전 한 소장자로부터 구입한 필담집에 김정희가 청나라 사람들과 나눈 필담이 수록됐는데, 자신을 "이름(名)은 정희, 자(字)는 추사, 호(號)는 보담재(寶覃齋)"로 소개했다는 것이다.한자문화권의 지배계층에선 본명을 부르는 것을 꺼리는 피휘((避諱) 관습이 있었다. 이름과 인물을 일치시킨 인식 때문이다. 윗사람은 아랫사람 이름을 불러도 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패륜이다. 그래서 본명 대신 자와 호로 호칭했다. 자는 성년식을 치른 남, 여에게 지어준 이름으로 두 번째 공식 이름이다. 이에 비해 호는 본인과 타인이 자유롭게 지어 편하게 호칭한 별명이었다.중국에선 주로 자를 호칭한 반면 조선 사대부는 호를 앞세워 역사에 기록됐다. 정약용은 다산(茶山) 외에 여유당(與猶堂), 사암(俟菴), 자하도인(紫霞道人), 문암일인(門巖逸人), 철마산초(鐵馬山樵) 등 다수의 호를 남겼다. 한문학자 심경호는 이에 대해 "옛사람들은 본명 외에 호를 지님으로써 '또 다른 나'로 되살아났다"며 "호는 주체의 재생과 부활의 특별한 기호였다"고 설명했다.여하튼 보도내용이 사실로 확정되면 난감해진다. 국어사전에도 김정희의 호로 오른 '추사'의 역사적, 학문적, 문화적 무게가 워낙 무거워서다. 완당(阮堂), 보담재 등 200개가 넘는 김정희의 호 중 하나를 골라 '추사체'라는 명사를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추사'가 자가 맞다면, 호 대신 자로 김정희를 호칭하는 방법이 최선일 듯싶다.이름값이 이렇게 무겁다. 옛 사람들은 부모가 지어 준 본명이 삿된 구설에 오를까 겸양의 뜻을 담은 자와 호를 지어 스스로 경계했건만, 지금 사람들은 졸렬한 이익에 자신의 이름을 더럽힌다. 지지층의 환호에 눈멀어 거짓 폭로에 협업하는 공당의 대변인이나 푼 돈을 노려 남을 저주하는 유튜버들이 그렇다.두 글자 한자 이름이든 순우리말 이름이든, 부모는 세상에 귀한 존재가 되라는 염원을 담아 자식 이름을 짓는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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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가나 전(戰) 지면기사
졌지만 잘 싸웠다. 28일 월드컵 H조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이 가나에 2-3으로 석패했다. 아쉬운 패배였다. 0-2로 끌려가던 후반 14분 벤투호의 비밀병기로 통하는 이강인이 교체돼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가나 선수들의 압박 수비를 벗겨내고 볼을 잘 간수하면서 상대 문전으로 찔러주거나 띄워주는 이강인의 패스는 가히 천하일품이었다. 이강인이 들어오면서 계속 가나의 문전을 위협하더니 K리그 득점왕 출신인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이 잇따라 머리로 두 골을 몰아넣으면서 동점 상황까지 만들었으나 너무 아쉽게 한 골을 더 내주면서 치열한 분전에도 불구하고 승점을 가져오지 못했다.추가 시간을 포함해서 장장 1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경기 내내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분투와 열정으로 인해 졌어도 뿌듯함을 주는 매우 훌륭한 경기였다. 또 선수들의 투혼도 감동적이었다. 부상당한 몸으로 마스크를 쓰고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아야 했던 주장 손흥민도 그러했고, 후반 막판까지 종아리 근육 부상에도 온몸을 던져 가나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내던 김민재나 멀티골을 기록한 조규성 등 우리 선수들 한명 한명의 투혼이 빛나는 경기였다. 그러했기에 '가나전' 주심 앤서니 테일러(44·잉글랜드) 심판의 아쉬운 판정을 두고 국내 축구팬들의 격렬한 항의가 이어졌다. 특히 마지막 코너킥 상황에서 기회를 주지 않고 경기를 종료시킨 것을 두고 분노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경기는 끝났고 이제 우리에게는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 지은 포르투갈 전(戰)만을 남겨놓게 되었다.객관적으로 16강 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우리가 H조 마지막 3차전에서 최강 포르투갈에 승리를 거두고 우루과이가 가나에게 비기거나 이기면 16강행이 가능하다.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열정을 보여준 우리 선수들과 능력이라면 기대를 걸어 봐도 좋을 것이다.그러나 기대를 갖고 응원하되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거나 압박을 주지는 말자. 그리고 모처럼 축구로 인해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됐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