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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2023 춘래불사춘

    [참성단] 2023 춘래불사춘 지면기사

    지난 4일이 입춘이었다. 봄이다. 겨울이 꽃을 시샘해 심술을 부릴지라도 이미 온 봄을 막을 도리가 없다. 웹사이트를 뒤져보니 우리 말 '봄'의 어원 설명이 다양해 "이거다"하고 딱 하나 인용할 자신이 없다. 한자어 '춘(春)'의 상형 기원도 '짝짓기 하는 날'이라거나, '풀이 돋아나는 형상'이라고도 하니 단정하기 힘들다. 차라리 영어 'spring'이 직관적이다. 만물이 용수철처럼 튀어 솟는 계절이 '봄'이다.이제 곧 벚나무는 겨울을 온전히 이겨낸 힘으로 꽃을 피울 테고, 봄의 캐럴 '벚꽃 엔딩(버스커 버스커)'이 전국에 울려 퍼질 테다. 봄이 사라진 세상이 오면 봄을 설명하는 대신 '벚꽃 엔딩'을 들려주면 된다니 아티스트에겐 최고의 찬사이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꽃비 내리는 거리를 거니는 연인들, 그 자체로 봄이다.손 잡은 연인이 사랑을 키우듯, 햇살은 얼음을 녹여 물길을 만들고, 물 먹은 대지는 포슬포슬 풀어질 테고, 농부는 흙을 어루만지며 씨앗을 뿌릴 것이다. 하늘은 새들의 구애 비행으로 어지러울 것이며, 땅에서는 동물들이 짝짓기에 여념이 없을 테고. 사람들도 '고생 끝 행복 시작'의 기운으로 넘치는 봄맞이에 설렌다. 이래야 봄 다운 봄이다.봄 같지 않은 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019년 입춘 직후 참성단 '제목'이다. "인세(人世)의 형편과 시세(時勢)의 기운이 각박하면 봄은 잔인한 계절이 된다"고 했다. 경제, 정치, 외교 환경을 거론하며 "나라와 국민의 기운이 겨울을 벗어났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올해 봄, 겨울의 잔영이 유난히 짙을 것 같다. 개구리보다 물가가 더 높이 뛰어오를 기세다. 3고 경제위기로 수익이 줄어든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일자리를 줄이고 나섰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탓으로 영끌족들이 이자에 죽어나가는 동안 은행들은 돈을 주체하지 못한다. 야당은 이재명 살리기에 눈이 멀었고, 여당은 윤석열 심기 경호에 귀를 닫았다.이상화는

  • [참성단] 출판기념회

    [참성단] 출판기념회 지면기사

    국민의힘 당 대표에 도전하는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이 1일 출판기념회를 했다. 저서 '더 플레이어'는 뒷전이고, '세(勢) 과시'가 관심사였다.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김병찬 아나운서 사회로 열린 기념회 자리는 지지자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언론은 전했다.행사장 출입구엔 검은색 아크릴 상자 두 개와 방명록 세 권이 놓였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줄을 서 기다리다 흰 봉투를 상자에 넣고 저서를 받아갔다. 정우택 국회 부의장은 "(이왕)오셨으니까 한 권만 사지 말고 지갑 털어서 많이 사서 주변에 책을 나눠드리시라"고 했다. 정치적 동지들의 정겨운(?) 품앗이 현장이다.행사는 오후 2시부터 4시간으로 예정됐는데, 2시45분께 준비한 책이 동났다고 한다. 늦게 온 참석자는 나중에 책을 받을 주소를 방명록에 적거나 명함을 남기고 후원금 봉투를 상자에 넣었다고 취재기자가 전했다. 1천명 넘는 인파에, 조기 완판으로 윤 의원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사전적으로 '출판'은 지식이나 글을 작성한 도서, 사진, 이미지와 같은 미술작품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서적이나 회화와 같은 저작물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하는 행사가 출판기념회다. 그런데 정치영역에선 의미가 달라진다. 선거 출마를 위한 출정식이자 정치후원금을 걷는 수단으로 변질하는 것이다.중앙선관위는 2014년 출판기념회 제도 전반을 손보기로 했다. 정치자금 통로란 오명을 씻고 부정여론을 돌려놓자는 의도에서다. 도서 정가 판매만 허용하고 일체의 금품 모금행위를 금하는 안이 논의됐다. 개최횟수를 제한하고 모금액 상한선을 정해 총액과 고액기부자 명단을 신고하는 안을 심의했다. 결과는 용두사미다. 횟수를 제한하지 않았고, 모금액을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관행을 어물쩍 넘겼다.정치인 출판기념회는 모금 한도가 없고, 수익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뇌물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폐습이란 비판과 함께 폐지돼야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해 말 검찰이 자택에서 수억 원 현금 뭉치를 발견하자 출판기념회와

  • [참성단] 민선 7기 경기도 대북사업

    [참성단] 민선 7기 경기도 대북사업 지면기사

    2018년 한해, 남북 평화무드가 한껏 고조됐다. 4월에 남북정상이 판문점 도보다리를 거닐었고, 6월엔 역사적인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으며, 9월엔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당연히 접경지역인 경기도에도 훈풍이 불었다. 파주 도라산역이 남북 교류의 관문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도내 접경 시·군은 남북교류의 수혜지역으로 떠올랐다.그런데 정작 접경지역 경제웅도인 경기도의 당시 이재명 도지사는 평양정상회담 수행단에서 제외됐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만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당내 경선 앙금이 거론됐지만 확인할 도리는 없었다. 하지만 역시 이재명이었다. 그해 11월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1차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개최한다. 북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 일행이 참석한 행사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당시 이 지사와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북한 귀빈을 극진히 영접했다. 그 덕분인가, 이 부지사가 "북측에서 여러 차례 이 지사의 방북 초청 의사를 밝혔다"고 브리핑했다. 이 지사가 '육로로 가고 싶다'고 하자 리종혁은 '다른 경로로 좀 더 일찍 오는 게 좋지 않겠냐'고 답했다는 환담 내용도 밝혔다. 이 지사는 북한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중앙정부에서는 큰 방향을 잡지만 잔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방북 의사를 강력히 희망한 것이다.결과적으로 도지사 이재명의 방북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 부지사가 2019년 필리핀에서 열린 2차 국제대회에서도 경기도와 북한 교류를 위해 애썼지만, 하노이 미북 2차정상회담에서 망신당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또 다시 국경을 폐쇄했다.2023년 현재 민선7기 경기도 남북교류사업 결과는 참혹하다. 쌍방울그룹의 법인카드를 썼던 평화부지사는 감옥에 갔다. 이 부지사와 경기도의 대북교류를 배후에서 지원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은 총 800만 달러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광물 채굴권 확보를 위한 로비자금이라는데, 이 중 300만 달러는 전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위한 비용

  • [참성단] 난방복지

    [참성단] 난방복지 지면기사

    '옥스포드 영어사전'에는 한글·김치·막걸리·온돌 등 상당수의 우리말이 등재돼 있다. 한글과 김치 등은 그렇다 해도 온돌이 들어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 보일러가 대세인 지금 온돌방은 우리에게도 귀하기 때문이다. 한 세기 전 지리학자이며 여행가였던 이사벨라 비숍(1831~1904)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에도 온돌 얘기가 나온다. 비숍과 그 일행은 침대가 아니라 난생 처음 경험하는 온돌방에서 자다가 타죽거나 화상을 입을 뻔했다고 적고 있다.우리 온돌은 러시아의 페치카, 중국의 캉(坑)과 함께 인류사회의 대표적 난방 장치다. '구당서(舊唐書)'에도 장갱(長坑)이란 이름으로 우리 온돌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며, 우리의 기록으로 '세종실록' 을사년(1425) 7월조에 온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고학적으로 보면 온돌은 청동기, 철기시대는 물론이고 심지어 석기시대의 유구들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온돌의 분포도 매우 흥미로운데 온돌의 북방한계선은 몽골 이남이며, 남방 한계선도 화북지역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온돌이야말로 고대 우리 한민족의 강역(疆域)과 활동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 성황을 누렸던 찜질방은 침대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온돌에서 살아왔던 문화유전자가 남아있기 때문에 생겨난 문화라 하겠다. 아무리 침대가 좋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따끈한 온돌방에서 자거나 휴식을 취해야 몸이 풀리고 개운해진다. 산후조리에도 뜨끈한 온돌방은 최고의 회복 방법이다.대한을 지나 주말(4일)이면 벌써 입춘이다. 격렬했던 맹추위가 조금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춥다. 그러나 난방비 폭탄으로 따끈하게 겨울나기가 부담스럽다. 벌써 38.5%나 오른 주택용 도시가스요금도 그러하려니와, 액화천연가스 가격이 69.3달러까지 치솟다 최근 35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지만, 재작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 현물가격기준으로 100만Btu당 2달러 정도였다. 여기에 전기요금마저 계속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보일러 고장으로 한번 고생하고 나니 추위가 얼마나 고통스

  • [참성단] 저출산 진풍경

    [참성단] 저출산 진풍경 지면기사

    설 명절에 가족이 모였다. 사촌까지 서른 명이 넘는데, 미취학 아동은 60개월짜리 남아 한 명뿐이다. 가족 구성원을 따져보니 20대 이상이 10대를 압도했다. 부모 세대와 조카 세대 숫자가 비슷했고, 손주 세대는 줄어드는 역 항아리 구조다. 30대 조카 세대 중 기혼은 셋에 불과했고, 여섯은 미혼이었다. 40줄 미혼자도 있다. 결혼을 안 하니 손주는 언감생심 아닌가.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자영업을 하는 50대의 '나 홀로' 식당 순례기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을 즐기며 잠시나마 자유인의 호사를 누리는 모습에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시즌 10까지 방영됐다. 첫 시리즈가 제작된 2010년대 초반엔 일본만의 현상이었으나 우리도 현실이 됐다. 삼겹살을 혼자 굽고, 전골을 따로 먹는 식당이 흔해졌다.페북에 혼술 모임이 있다. 회원들은 홀로 술을 마시는 사진을 공유한다. 둘 이상 여럿이 모인 장면엔 양해를 구한다. 성별 구분 없이 20대 이상 연령층이 게시물을 올리는데, 낮술도 제법 많다. 가끔은 혼술 족이 자주 찾는 업소도 노출된다. 수원 나혜석거리 주점은 두 명 이상 손님은 받지 않는다. 둘만의 자리는 테이블 두 개뿐이고, 나머지 10여 석은 마주 볼 수 없다. 일본식 선술집인데, 주말엔 30분 이상 대기해야 닭꼬치를 맛볼 수 있다.저출산은 대학가 하숙집 풍경도 바꿔놨다. 저렴한 비용이 장점인 2인실이 독방으로 대체된다. 대학들도 기숙사 1인실을 늘리고 있다. 충청권 대학은 아파트를 모델로 해 거실은 공유하되 방은 따로 쓰도록 배려했다. 학생들 상당수가 성장기를 혼자 보냈기에 타인과의 동침이 낯설고 불편한 게다.얼마 전 김건희 여사가 여당 여성의원들을 관저로 초청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연애담 등이 주목받았으나 육아와 비혼 등 의미 있는 대화도 오갔다고 한다. 일부 의원은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주재하면 문제 해결을 위한 여론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둘이 하나도 낳지 않는 초저출산으로 국가가 사라질 위기라는데, 정부도 국회도 한가하다. 저출산·고령

  • [참성단] 법과 눈물

    [참성단] 법과 눈물 지면기사

    법이 인정(人情)에 휘둘리면 법 앞의 평등이 깨진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와 같이 법이 사람을 가리면 법치가 무너진다. 지금 우리 사회가 딱 그 모양이다. 법은 모름지기 추상(秋霜) 같아야 권위가 선다. 하지만 가을서리처럼 냉랭한 법에도 눈물이 있다. 눈물은 사람이면 마땅히 가져야 할 마음, 인지상정이다. 솔로몬은 자식을 포기할지언정 죽일 수 없었던 어미의 인지상정으로 명판결을 남겼다.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법원의 노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는 자비로운 판결로 감동을 주는 법정 영상으로 유튜브 유명인사가 됐다.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경청하고 공감하며 선처하는 재판 과정은 법적 정의와 형평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일말의 인지상정 없이 수많은 장발장을 감옥에 가두는 것이 법적 정의는 아닐 테다.인천지방검찰청이 최근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한 어머니의 1심 판결의 항소를 포기했다. 지난 19일 인천지방법원은 검찰이 징역 12년을 구형한 이 어머니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파격적인 선처였지만, 1주일 시한인 26일을 넘겨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된 것이다.딸을 사망케 한 어머니의 눈물겨운 사연에 법원과 검찰이 공감한 결과다. 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던 딸을 38년간 대소변을 받아내며 오롯이 보살폈던 어머니다. 그 딸이 대장암에 걸려 항암치료로 고통받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나 홀로 죽으면 끝날 형벌 같은 삶이지만, 남겨진 딸을 누가 돌보나 싶어 여기서 같이 끝내자며 무너졌고, 딸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혼자 깨어났다. 그런 어머니가 불쌍해 아들은 장문의 탄원서로 법원의 선처를 호소했다.판사는 "장애인 가족을 돌보는 가족들이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본인을 탓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선처했고, 어머니는 법정을 나와 한 없이 오열했다. 최종적으로 검찰이 재판부의 판결과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항소 포기를 결단했다. 딸의 생명을 빼앗은 죄는 무겁다. 법의 선처에도 어머니는 평

  • [참성단] 성폭행범과 인권

    [참성단] 성폭행범과 인권 지면기사

    박병화(39)는 2000년대 초 수원에서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을 복역했다. 빌라에 침입해 혼자 사는 20대 여성을 노렸으나 좀체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잽싼 몸놀림으로 '수원 발발이'라 불리면서 수년간 젊은 여성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지난해 10월 만기출소한 그가 화성의 한 원룸에 거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주민들이 퇴거를 요구하며 연일 집회에 나섰고, 시장과 지역 정치인들이 가세했다. 퇴출 움직임이 거세자 집주인은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연쇄 성폭행범은 문을 잠근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박병화가 며칠 전 극단적 선택을 했다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주거지를 방문한 보호관찰관이 "생체반응이 없어 문을 열어야 할 것 같다"고 112에 신고해 화를 면했다. 발견 당시 항우울제를 다량 복용해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고, 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얼마 전 기초생활수급비를 신청한 사실도 전해졌다.성폭력 전과자는 재범 가능성이 높아 출소 뒤에도 관리를 받는다. 미성년자를 노린 흉악범이거나 누범일 경우 경찰이 거주지에 전담 인력을 배치해 관찰한다. 그런데도 초등생을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의 거주지 인근 주민들은 그의 퇴거를 요구하며 2년째 투쟁 중이다. 지난해 출소한 김근식은 의정부시 소재 갱생시설에 입소하려다 극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시장이 도로를 막고 농성하는 모습이 생중계될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받았는데, 추가 성추행 혐의로 재수감돼 충돌을 면했다.정부가 성폭력범의 재발을 막기 위한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소아성애 아동 성범죄자의 치료감호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의결됐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성범죄자 다큐멘터리 두 편을 간부들에게 소개하며 정책 방향에 참고하라고 권했다. 출소한 성범죄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과 형기를 마친 성범죄자들이 별도로 격리된 시설을 다룬 작품이다.출소자의 거주지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흉악범이라도 만기 출소했다면 거주지를 택할 자유가 있다. '자유인'이 된 성폭행범의 인권과 자녀를 걱정하는 불

  • [참성단] 마이크 폼페이오 회고록

    [참성단] 마이크 폼페이오 회고록 지면기사

    영국 해리 왕자의 회고록 '스페어(Spare)'가 지난 11일 발매 하루 만에 140만권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한다. 스페어는 왕가와 귀족 집안의 차남을 뜻한다. 고명딸은 '고명'일 뿐이라는 드라마 대사와 비슷한 맥락의 은유이다. '스페어'는 출간 전부터 해리가 형인 윌리엄 왕세자에게 폭행당했다거나, 아버지 찰스 국왕의 재혼을 반대했다는 등의 일부 에피소드가 언론을 타면서 세인의 관심이 집중됐다. 왕실의 민낯을 예고한 노이즈 마케팅이 베스트셀러의 원동력이 됐다.유명인들이 세속적 회고록으로 떼돈을 버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역사의 현장에서 주역이었던 인물들의 회고록은 그 자체가 역사적 사료가 된다. 사건의 배경과 이면을 밝힌 회고록으로 역사적 장면은 명징해지고, 때로는 새롭게 정의된다. 북한은 지금도 6·25전쟁을 북침이라 우기지만, 구 소련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는 회고록에서 김일성을 전쟁의 장본인으로 증언했다. 덕분에 북한의 억지는 역사에서 추방됐다.최근 역사적인 미·북, 남·북·미 정상회담을 현장에서 지휘한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의 회고록이 화제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비화는 충격적이다. 폼페이오가 "중국 공산당은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김 위원장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한다"고 전하자, 김 위원장은 손으로 탁자를 치면서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외쳤단다. 김 위원장은 오히려 "중국공산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며 "중국은 한반도를 티베트와 신장처럼 다룰 수 있도록 미군 철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문재인 전 대통령도 등장한다. 2019년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때 문 전 대통령이 몇 번이나 전화해 회동에 참여하겠다고 요구했고, 김 위원장은 미·북 정상만 만나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폼페이오는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내줄 시간도 존경심도 없었다"고 회고했다.김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실리적이고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문 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장 밖에서 대기했던 어색한 상황과 하노이 노딜

  • [참성단] 세배와 절

    [참성단] 세배와 절 지면기사

    절은 가장 정중한 인사법이요, 예절이다. 절은 혼례·설 명절·수연(壽宴)·제사나 성묘·조문·예불 등의 다양한 상황에서 행하는 인사예절이다. 통상 절은 윗사람에게는 한 번, 돌아가신 분들에게는 두 번, 신에게는 세 번, 왕에게는 네 번, 황제에게는 다섯 번을 한다.절과 관련하여 잘못 알려진 사례도 있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나와 청 태종 홍타이지에게 행한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 세 번 절하고 한 번 절 할 때마다 세 번씩 모두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항복의식)를 역사적 굴욕의 상징으로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절반은 맞고 절반을 틀린 말이다. 이는 청이 특별히 우리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황제를 만날 때 표하는 예법이었던 것이다. 즉 황제를 만날 때 행해야 하는 청나라의 예절이었다.이 같은 청의 전 근대적 예법으로 인해 청-영국의 통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이희진 박사의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삼국지'(2013)에 따르면, 이 같은 예법을 영국이 외교적 관례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청과 영국의 통상이 백년 가량 늦어졌다는 것이다. 황제 앞까지 무릎으로 기어가서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전 근대적 예법을 영국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여러 유형의 절 중에서 새해 첫날 집안 어른들께 드리는 인사가 바로 세배다. 세배도 유형과 등급이 있다. 신하가 임금에게 드리는 새해인사는 조정하례(朝庭賀禮)요, 임금이 천지일월성신에게 풍년을 기원하며 올리는 세배는 기곡축년(祈穀祝年)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밖에는 장유유간(長幼有間)의 인사다. 그리고 절과 관련하여 남자는 양(陽), 여자는 음(陰)이라는 음양의 원리에 따라 보통 남자는 1번, 여자는 2번을 절하는데 큰 의식 때는 여기에 각각 두 곱씩을 더하였으나 요즘에는 남녀차별이라 하여 폐지됐다.세배는 차례를 마치고 차례에 참여했던 가족들이 집안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우리 고유의 풍습이며 몸과 마음을 다잡는 신일(愼日) 의례다. 관점에 따라 이를 전통문화로 또는 전 근대적 예법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 [참성단] '복조리'의 추억

    [참성단] '복조리'의 추억 지면기사

    정월 초하루, 동도 트기 전인데 누군가 '복조리요'하고 어둠을 가른다. 뜀박질이 점차 멀어지고, 집 마당엔 그가 떨군 복조리 묶음이 엎어져 있다. 1970년대, 시골 마을의 설날 아침은 복조리를 돌리는 청년의 외침과 함께 기지개를 켰다.복조리를 던지고 떠난 청년은 같은 마을 이웃이다. 그냥 갔다고 공짜는 아니다. 다음날 혹은 수일이 지나 수금하러 오는데, 정가(定價)는 따로 없다. 물리거나 흥정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집마다 형편에 따라 일정 금액을 손에 쥐어준다. 청년도, 주민도 서로가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아는 사이 아닌가. 이렇게 모인 돈은 마을 청년회나 부녀회 공동기금으로 쓰인다. 복을 받고, 답례하는 미풍양속이다.조리(조籬)는 쌀을 이는 기구다. 뜨물을 이리저리 휘저어 돌과 이물질을 걸러낸다. 대나무를 가늘게 쪼갠 죽사(竹絲)로 엮어 만드는데, 아무나 만들 수 없는 수공품이다. 정초에 새로 장만하는 것을 특별히 복조리라 하였다.'그 해의 행복을 쌀알과 같이 조리로 일어 취한다는 믿음에서 생겨난 풍습으로 보인다. 설날에 조리를 1년 동안 사용할 수량만큼 사서 방 한쪽 구석이나 대청 귀퉁이에 걸어놓고 사용하면 그 해에 복이 많이 들어온다는 민간신앙도 있다. 조리 속에 돈과 엿을 넣어두면 더 좋다고 한다'.(두산백과 참조)설 명절을 앞두고 안성 구메농사마을 주민들이 복조리를 만드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연세 지긋한 아낙 셋이 조리를 엮고 있는데, 작업에 몰두한 표정이 덤덤하다. 수북하게 쌓인 조리 더미를 만드느라 지친 듯한 얼굴이다. 몸은 고되나 며칠 지나면 동네 집마다 정성 가득한 복이 전해질 터이다.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엔 차례를 지낸다. 설빔으로 단장하고 웃어른을 찾아 세배를 드린다. 만두를 빚고 떡국을 함께 먹으며 이웃과 정을 나눈다. 설에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다양한 풍습들이 있는데, 맥이 끊기면서 점차 잊히고 있다. 윷놀이, 널뛰기는 봤으나 문안비, 설그림, 야광귀 쫓기, 청참은 다 뭔가.온라인 쇼핑몰에 복조리 판매대가 즐비하다. 복주머니, 소코뚜레 등을 묶은 패키지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