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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광장]가정폭력·데이트폭력 어디까지 왔나

    [수요광장]가정폭력·데이트폭력 어디까지 왔나 지면기사

    상대방을 맘대로 다뤄도 되는소유물로 여긴다는 공통점초기대처 제대로 못해 재발 높고피해자 자존감 심각하게 훼손가정폭력에 오래 노출된 아이들성인되면 대물림 가해자 되기도"변호사님, 저는 남편이 술 마시고 늦는 날에는 청바지를 입고 자요. 신발은 담장 밖에 숨겨놓고요. 언제든지 도망치려면 그렇게 해야 해요." 가정폭력 피해자다. 남편이 술에 만취할 때마다 괜한 시비를 걸면서 폭행을 하자 그 여인은 처음엔 동네 창피하여 숨소리도 못 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점점 폭행 강도가 심해지다 보니 만신창이가 되는 것보다는 맨발로라도 뛰어 도망가야 했던 한 여인의 절규다. 팔, 다리뿐 아니라 눈과 코가 부어 오른 피멍든 사진은 차마 평정심을 가지고 보기 어려워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흐린 날인데도 상담실 안에 들어온 후, 문이 닫혀야 겨우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선글라스를 벗는 손님의 눈 주위도 빨갛다. 가정폭력은 아직까지도 이혼 소송의 주된 이유이다. 대부분은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는 경우지만 요즘은 여성도 남성을 폭행하는 경우도 있고, 시부모가 며느리를, 장인 장모가 사위를 폭행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대부분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처음 폭행을 당했을 때 112신고를 하기보다는 친구나 부모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혼자 삭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폭행은 처음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후 지속될 수도 있고, 근절될 수도 있어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정서는 아직도 가정 내의 폭행을 생판 모르는 타인으로부터 맞은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대부분 신고를 꺼려한다. 처음이 어렵지 두세 번째가 되면 가해자는 죄책감을 찾기보다는 합리화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가정폭력이 상습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통상은 112신고를 하면 경찰이 수분 내로 출동하여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한 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어떤 가해자는 경찰이 도착 전 자리를 피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가정일에 웬 간섭이냐고 큰소리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경찰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 [수요광장]대입 수능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쟁점

    [수요광장]대입 수능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쟁점 지면기사

    찬성입장은 사교육 줄이고 지나친 입시과열 현상막아보자는 취지이지만변형된 대학별 자체 시험 부활사교육 비중 되레 커질수 있다는우려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교육부는 며칠 전 '대입 단순화 및 수능개편 추진 태스크포스팀'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번개편안의 최대 쟁점은 대입 수능 절대평가 도입과 적용범위로 요약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이미 과도한 입시경쟁을 줄이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수능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역시 인사청문회 및 취임식에서 수능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제도의 첫 적용 대상은 현재 중학교 3학년생이고, 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내년부터 도입될 '2015 개정 교육과정'에 근거해 이루어질 전망이다. 새 교육 과정의 핵심은 '문·이과 통합 과정' 교육이다. 요약해 보면, 1학년 때에는 공통과목(국어·영어·수학·한국사·통합사회·통합과학·과학탐구실험)을 이수하고, 2·3학년 때에 문·이과 구분 없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선택과목(일반선택·진로선택)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2021년 대입에서 절대평가 제도가 본격적으로 선 보이게 될 예정인데, 수능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수능 절대평가를 긍정적으로 본 이유로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가 가장 많았고, '학생들 입시부담 완화', '다양하고 내실 있는 교육활동이 가능해짐', '사교육비 경감'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부정적인 생각을 밝힌 응답자들은 '변별력 확보가 어려움'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고, '변별력 확보를 위한 대학별 새 전형방법 도입 우려', '내신이 불리한 학생의 대학진학 기회 축소', '정시모집 위축 우려' 순이었다.찬성의 입장을 정리해 보면, 현재 고교 교육이 수능에 맞춰져 있기에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없으므로, 수능 부담을 줄여야 학생이 진학하고 싶은 학과와 진로를 탐색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대 입장의 경우

  • [수요광장]인공지능시대의 교육

    [수요광장]인공지능시대의 교육 지면기사

    '4차산업혁명' 회의적이지만기술발전이 인간의 기계화와기계의 인간화 점점 촉진할것그때는 생명과 교감하는농사야 말로 인공지능 시대의인문학이 될지도 모른다"손해가 크시겠어요." 연일 오는 큰비가 야속해서 걱정을 하고 있으니 손해가 얼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귀촌해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는데 지금 6월말부터 7월까지가 한창 수확기다. 열매가 달릴 때는 가뭄으로 애를 태우더니, 이제 열매를 따야하는 데 큰 장마가 졌다. 비는 오고, 제 때 따지는 못하니, 베리는 떨어지고, 달린 것은 달린 채로 과육이 물러지고 있다. 하지만 베리를 따지 못하면 '손해'라서 이 장마비가 괴로운 것이 아니다. 이익과 손실로 사물과 사태를 파악하는 것은 투자자의 관점이요 상인의 자세다. 농부들의 심성은 그에 매여 있지 않다. 물론 농부의 경제에도 손익계산서는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이다.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생명을 지키지 못하여 괴로운 것이다. 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열매를 보는 것이 괴로운 것이다. 하나라도 살려보려 애쓰는 것은 그걸 잃어버리는 것이 하늘에 짓는 죄 같아서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들은 '손해가 크겠다'는 소리가 달갑지 않았다. 생명에 대한 감수성보다 무엇이든 쉽게 화폐적 가치로 환산하는 사유방식이 먼저인 것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가뭄에는 물을 대주고, 큰 비가 오면 물을 빼주고, 눈이 오면 어린 가지의 눈을 털어주며 동고동락해온 나무들이다. 내가 나무를 키우기도 하지만 나무도 나를 농부로 키워준 시간. 그 시간성의 관계가 어떻게 손익의 대차대조표로 정리될 수가 있겠는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뺄셈과 덧셈이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고 깊어져가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도.교육도 농사와 같은 일이다. 그것은 상품 생산과는 질적으로 다른, 생명을 돌보고 키우는 일이고, 사람이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니 교육의 장은 시장이 아니라 텃밭과 같은 곳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상품에 대하여 생산자나 판매자는 인격적 관계를 맺

  • [수요광장]부동산투기대책,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수요광장]부동산투기대책,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지면기사

    '수요·공급 불균형' 투기 원인특정 지역·주택에 맞춘 정책 남발정부, 저소득층 문제 해결 총력중산층 이상 시장자율에 맡겨야제도·세제 너무 복잡 불·탈법 조장정책 제대로 만들고 제도 개혁 시급새 정부의 경제부총리와 국토부장관이 취임하자마자 꺼내든 카드가 부동산투기규제다. 지난 몇 년 새 서울 강남 4구의 아파트들이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이들 아파트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뛰어 오르고, 재건축이 완료된 아파트는 놀랄 정도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재건축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변의 아파트는 전세물건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요, 전세가격 마저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서울의 다른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가격이 들썩이는 것을 보다 못한 정부가 뒤늦게 칼을 빼든 모양새다. 부동산투기와 규제의 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대 초부터 불기 시작한 부동산투기열풍은 자그마치 50년이 가까워오고 있다. 그 동안 정부는 때로는 매서운 회초리로 또 때로는 어르고 달래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을 길들여왔다. 88올림픽을 앞두고는 서울시가 나서서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기도 하였으며, 90년대에 들어서는 수도권 신도시개발을 성공시키기 위해 정부는 갖은 사탕발림으로 투기를 부추긴 적도 있었다. 어쨌든 지금까지 정부는 부동산투기를 잡겠다고 모르긴 해도 이 지구상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써보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그때마다 정부가 내놓은 규제와 처방은 약효를 잃어버렸고, 심지어는 부동산투기가 더 극심해진 적도 있었다. 이쯤 되면 정부의 관료나 정책을 수립하는 전문가들은 부동산투기의 원인과 성격을 꿰뚫어보고 있을 법도 한데 왜 똑같은 규제를 재탕 삼탕하고 있는지 참으로 의아스럽고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이번에도 정부는 약 1천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이 주택관련 대출이기 때문에 DTI와 LTV를 강화하고 금리를 올려 주택자금 대출을 억제하고, 분양현장에서의 투기행위를 적발하여 부동산투기를 막아보겠다고 한다. 최근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분양보증발급을 전면

  • [수요광장]말과 글은 자신을 드러내고 삶을 반영하는 것

    [수요광장]말과 글은 자신을 드러내고 삶을 반영하는 것 지면기사

    한 사람의 과거 글이나 말이현재의 그를 나타내진 않아언행이 쌓여 명성 만들어지는데한번 잘못 싸잡아 인생 매도 안돼그러나 스스로 되돌아본다면어느직 수행할지는 양심이 알려줘아주 오래전 알게 되었던 한 중년 남성분이 그 당시 자주 "여자들은 이래서 안 돼" "이래서 여자가 문제라니까" 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곤 해서 당황하고 불쾌했던 적이 있었다. 그분은 늘 가부장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부끄러운지도 모른 채 자연스럽게 여성을 하대하는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그분은 아들만 둘 있었는데 만일 그분에게 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딸이 있어야 그나마 아무 느낌도 없이 내뱉는 여성비하 발언이 얼마나 여자들에게 상처로 다가오는지 이해할 수 있지 그렇지 않고는 누구도 그분의 여성관을 바꾸기 어려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꼭 자신의 딸이 아니라도 자신의 어머니, 아내나 여동생의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다면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본인이 막말하는 상대방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어머니이고 사랑스러운 아내이며, 아끼는 여동생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이혼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여성관과 남성관에 대한 부부간의 극명한 입장 차이가 느껴질 때가 많다. 남편은 시부모님 생신이니까 아내가 직접 밥과 국을 해서 챙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장인 장모 생신에 자신이 못 가도 조금의 미안함도 없다. 반대로 시댁행사는 연례행사조차 무시할 정도로 소홀하면서도 친정에는 매주 가야만 하는 아내도 있다. 또한 맞벌이하는 아내는 남편이 '같이' 집안일을 하길 바라지만 남편은 이렇게 많이 '도와'주는데 아내가 매일 불평만 한다고 이야기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사위가 집안일을 많이 하면 딸을 위해주는 착한 사위고, 딸이 복 받아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아들이 집안일을 많이 하면 그 집 며느리는 남편 부려 먹는 나쁜 여자가 된다. 동일한 사람의 동일한 행동이 누구 입장에서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좋게도 때론 나쁘게도 평가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이중 잣대를 여러 곳에 들

  • [수요광장]외고와 자사고 폐지론에 대한 단상

    [수요광장]외고와 자사고 폐지론에 대한 단상 지면기사

    본래 설립목적 준수하지 않으면제도 개선후 폐지해도 늦지 않아일관성 있는 교육정책 위해정권 초월 '국가교육위원회' 같은기구 필요하다는 목소리 높지만신정부에선 논의 안돼 아쉬워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8일 전국단위 자사고인 광양제철고, 민사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등 5개교 교장단은 "자사고의 본질을 편견으로 해석하거나 터무니없이 왜곡한다"며, '자사고에 대한 올바른 이해'란 반박문을 냈고, 전국 자사고 교장협의회는 자사고 폐지 반대 성명을 낼 계획이며,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역시 폐지 반대 성명 발표와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시도교육감 중에서는 가장 먼저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거론한 바 있는데, 경기지역 내 외고와 자사고를 2020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특목고의 폐지는 교육부 동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김상곤 교육부총리 내정자도 같은 입장이어서 폐지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높아졌다. 외고와 자사고의 폐지 논쟁은 2000년대 중반부터 불거진 문제로 이번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고·자사고에 대한 비판은 이들 학교에 우수 학생들이 몰리면서 일반고의 학습 환경이 상대적으로 나빠지는 것은 물론, 이들 학교가 본래의 설립 취지와 다르게 명문대 입학생을 늘리는 입시전문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에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진보성향의 교원 및 학부모 단체에서는 외고·자사고 폐지가 일반고 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외고·자사고 폐지가 '일반고 위기론'을 잠재우고 고교 서열화를 해소할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맞서고 있다. 특히 일괄적인 폐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외고·자사고를 전부 없앤다 하더라도 일반고에 배정되는 인원은 한 학급당 한 두 명 선에 그칠 것이고, 이 정도로 학습 분위기가 나아질 리 없다는 교육 전문가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학생들 간 학업 능력의 격차가 커져 정상적인 교육이 어렵고 하

  • [수요광장]'쌍빠삐에', 대학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수요광장]'쌍빠삐에', 대학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지면기사

    '고등교육법' 개정안 2011년 통과세차례 유예끝에 내년 시행 앞둬수많은 강사들 대학서 쫓겨났고교원지위 회복 농성 3500일 넘어이제는 '돌려 달라'… 그래야만고용·임금·차별 문제도 개선 가능늦깎이로 시작한 공부의 길은 간단하지가 않았다. 국솥은 끓고, 업은 아이는 울고, 설거지가 가득 쌓인 싱크대 위에 간장물이 묻은 파르메니데스를 펼쳐 놓고 읽는 나는, 대통령이 선물 받았다는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70년생 김지영'이었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단절된 시간은 반복적으로 경력과 학업을 단절시켰다. 연구원으로, 시간강사로, 시민단체 활동가로,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종종 거리면서 살았던 시간은 한 발만 삐끗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처럼 언제나 위태로웠다. 그러다 어느 날 정말 미끄러져 떨어지고 말았다. 내가 맡고 있던 모든 강의가 모조리 폐지 혹은 미개설로 통고 받은 것이다. 타당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건 그냥 일방적인 해고였고 추방령이었다. 성실하게 공부하고 열심히 가르쳤으니 여기가 내가 발 딛고 설 대지의 일부라 여겼는데, 아니었다. 한국의 대학은 그런 사람이 부적격자가 되고 살아남지 못하는 곳이다. 아니 거기까지만 했으면 그냥저냥 대학에서 버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대학은 기업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고, 대자보를 붙이지 않고, 언론과 인터뷰 하지 않고, 페이스북에 글을 쓰지 않고, 저널에 기고하지 않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지 않고, 동료 강사와 학생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시위하지 않고, 왜 정당한 이유 없이 강좌를 없애느냐고 묻지 않고, 다음 학기든 그 다음 학기든 무슨 강의든 줄 때까지 기다리며 가만히 있었더라면 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해버린 이후에 대학에서 살아남기 힘든 부적응자는 이제 대학에 살려두면 안 되는 추방자가 되었다. 시민이 아닌 자가 시민적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주위를 돌아보니 추방자는 한 둘이 아니었다. 각각의 사안은 달라도, 지금 대학과 싸우고 있는 모든 해직강사들의 공통된 '죄'는, 불복종의

  • [수요광장]도시재생과 미래도시

    [수요광장]도시재생과 미래도시 지면기사

    상당수 지역 좋은 환경 경험없어개념 재정립과 사업 이해 필요골목 치장·겉보기식 개선보다삶의 질 높이고 미래 위해 설계정부 주도 특별사업 민간자본과주민들 자발적 참여로 추진돼야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발표된 도시재생뉴딜정책은 10년 전 노무현정부 막바지에 발표된 도시재생사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도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활성화특별법에 의하면 도시재생사업은 기존의 낙후된 도시환경을 공공의 지원으로 자생적 기반을 확충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동체를 회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도시재생사업은 6개 시범사업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46곳에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번 정부에서는 앞으로 5년 동안 약 5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500개 지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의 지원으로 지금까지 각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막대한 국가예산을 들이게 될 도시재생사업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현행 도시재생특별법의 제도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개념정립과 사업에 대한 이해가 올바르게 되었으면 한다. 도시재생이란 도시의 특정지역이나 시설이 쇠퇴하여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였을 때 이를 회복시키거나 다른 기능으로 대체시켜 그 지역을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되살려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기능을 상실한 조선소를 상업과 쇼핑으로 되살린 런던의 도크랜드나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 21, 쇠락한 탄광촌을 디자인 녹색도시로 변모시킨 독일 에센의 졸버레인, 폐쇄된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 등은 도시재생의 성공적 사례라 하겠다. 이번에 정부에서 제안하고 있는 도시재생뉴딜도 도시재생활성화특별법에 근거한 것으로 그 내용과 방법이 기존의 도시재개발이나 도시정비사업 등과 크게 다르지 않아 개념상 혼동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 [수요광장]경청과 소통

    [수요광장]경청과 소통 지면기사

    선입견 없이 바른 태도로 집중눈 맞추고 맞장구 치며 들으면구체적 사례·에피소드 통해배경·배후·인격·인성 등 파악모든 문제해결 출발점은잘 듣고 공감하며 신뢰 쌓는것일을 하다보면 워낙 다양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되니 특별히 상담학을 전공한 적이 없어도 상담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오래해서 얻은 노하우가 있다면 때론 미주알고주알 다 들어야 사건 이면에 있는 비밀까지 알 수 있고 그런 사소한 것이 실마리가 되어 문제해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급함이나 선입견 때문에 미리 결론짓고 속단하는 것을 피하면서 듣는 것을 계속 연습하다보면 주의 깊게 듣는 중에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어 많은 이야기를 끌어 낼 수 있는 "경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경청만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공감하는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소통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의뢰인의 약점이나 단점을 물어보아도 진실한 대답을 들을 수 있고 그래야 제대로 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조언이 가능하다. 굳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가 아니라도 많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경청과 소통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없을 것이다. 역지사지하며 잘 듣다보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으면 상대방을 신뢰하게 된다. 하나만 물어봐도 스스로 열을 알아서 이야기할 만큼 똑똑한 의뢰인도 있지만, 말이 어눌하여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정리해서 말하지 못하거나 핵심적인 증거를 두고도 그것이 중요한지 몰라서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서 이야기하게 할까 고민을 하게 된다. 경청을 잘하는 것은 선입견 없이 바른 태도로 온전하게 집중하여 듣되 적절한 눈 맞춤과 맞장구를 치며 듣는 것일 테고 더 나아가서는 적절한 질문을 하여 구체적인 사례나 에피소드를 들음으로써 일의 배경, 배후, 관계자의 인격, 인성 등을 파악하는 것이 될 것이다. 얼마 전 귀가 어두운 어르신이 찾아오셨다. 토지관련 민사소송 1심 재판에서

  • [수요광장]대통령 취임 초기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은 필요한가?

    [수요광장]대통령 취임 초기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은 필요한가? 지면기사

    감시역할 위해 갈등 필요하지만허위·과장·길들이기 악용 안돼탄핵 정국속 조기대선 치러지고대내외적 어수선할 때 출범한새정부가 제대로 뿌리 내리도록조용히 지켜보는 인내심 필요제19대 대통령 선거일 바로 다음 날이었던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다. 이번 대선은 전임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봄에 치러져 장미 대선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당선과 동시에 임기가 시작되는 특이한 상황을 맞아 취임식은 국회의사당 내에 있는 로텐더홀에서 500여명의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매우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의 취임사 중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 하겠습니다"라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취임사 내용이 그대로 지켜진다면 언론과의 소통 역시 이전의 그 어떤 정권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일반적으로 대통령 취임 초기, 정부와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 이 중요하다고 한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대략 100일 정도 의회와 언론에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주는 관행을 말하는 것인데, 신랑과 신부에게 허니문 기간이 있듯이 새 대통령 역시 정권을 이양 받은 임기 초반에는 서툴 수밖에 없으니 일정 기간 지켜봐 달라는 취지일 것이다. 미국의 대공황기였던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취임 직후 시작된 의회 특별회기 100일 동안 대통령이 의회와 손잡고 많은 경제 위기 극복 법안을 통과시켜 위기 탈출의 토대를 닦았던 것이 '허니문 기간'의 원조라고 한다. 한편, 이번 취임식을 취재했던 국내 주요 언론들의 시각을 보면 신임 대통령과의 허니문 기간임을 확인시켜 주는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신문의 경우 1면에 야권을 직접 찾아간 대통령의 협치 모습, 탕평 인사 실천, 대통령의 신선한 취임사 등을 부각시켰다. 과거 정부는 통상 12월 중순 당선 이후 다음 해 2월 25일 취임식까지 정권 인수위원회를 가동하는 기간 동안 2개월여의 허니문 기간을 거쳐 왔기에 인수위가 없는 이번 정부도 정권 출범 초기 당분간 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