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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광장] 소희는 학생일까, 노동자일까

    [수요광장] 소희는 학생일까, 노동자일까 지면기사

    직업훈련 참여 최저연령 16세 지적고용·교육부 '근로 아닌 학습' 변명실습제도 실상은 '값싼 인력' 취급영화 '다음 소희'처럼 숱한 사고 고려노동자성 인정·애매한 잣대 거둬야특성화고 노동인권교육 강의를 여러번 했다. 처음 출강하기 전날이 떠오른다. '요즘 아이들'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우습지만 퍽 긴장했었다. 모두가 잠들면 어떡하지? 난처한 질문을 하면? 섣부른 고민이 무색하게도 학생들은 높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조는 학생이 없었다고 할 순 없지만 대부분 '노동인권'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아르바이트 휴일수당에 대한 현실적인 궁금증부터, 사회생활에서 갈등을 처리할 때의 딜레마에 대한 고민까지 앳되지만 진지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당연한 일이다. '노동인권'은 그들에게 눈앞에 닥친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과 마찬가지로 졸업 전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그런데 60년대 산업체의 인력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현장실습제도는 그 이후 수십 년간 실습 기간과 규제 정도만 대동소이하게 바뀌었을 뿐,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값싼 노동력'과 '취업률'의 숫자로 여기는 최초의 목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그동안 현장실습은 영화 '다음 소희'의 바탕이 된 콜센터 실습생 홍수현 님의 죽음, 요트 바닥의 따개비를 제거하기 위해 혼자 잠수했다가 숨진 홍정운 님 사건, 자동차 공장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다 뇌출혈로 쓰러진 김민재님 사건, 그 외에도 세상에 기록되거나 기록되지 않은 크고 작은 고통과 상처를 남겼다.한국의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와 일학습병행제도에 대해, 이달 초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권고 적용에 따른 전문가위원회(CEACR)'는 ILO 협약 제138호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협약 제138호 제3조는 '청소년 건강·안전·도덕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경우 취업 최저연령은 18세 미만이어서는 안된다'라고 규정한다. 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한국에서 직업훈련 등에 참여하는 최저연령이 16세

  • [수요광장] 축구선수만 세계 최고? 대한축구협회 수준도 높이자!

    [수요광장] 축구선수만 세계 최고? 대한축구협회 수준도 높이자! 지면기사

    아시안컵 논란 2주간 사회적 쟁점클린스만 감독 선발과정·기준 허술선수 팀워크 관리·보호 책임 부실축구팬·대중 등과의 'PR'도 부족미봉책 마무리… 축구 발전 '요원'2023 아시안컵대회가 1월12일부터 2월10일까지 카타르에서 개최되었다. 우리나라 팀은 본선 4강에 진출했으나 요르단 팀에 지고 4위를 하였다. 1956년부터 시작한 아시안컵은 이번이 18회째였는데 한국팀은 세 번을 제외하고 계속 본선에 진출하여 1956년과 1960년에 우승하고 준우승도 네 번 하였다. 최근 2011년에 3위, 2015년에 2위, 2019년에 5위로 이번 성적이 형편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 7일 4강전을 마치고 지금까지 클린스만 감독 해임과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사임 요구, 팀워크를 해쳤다고 보도된 이강인 선수에 대한 맹비난으로 번지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스포츠경기에서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는 흔하고 그때마다 부진한 선수나 감독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지만 대부분 며칠 지나 사그라든다. 왜냐하면, 스포츠 관람은 하나의 여가활동으로 경기에 몰입할 때는 기뻐서 소리 지르고 화나서 욕도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 당면한 과제에 집중하여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논란은 2주 이상 지속하면서 사회적 쟁점으로 커졌다.이번 논란이 확장된 것은 무엇보다 기대치와 결과치 간의 격차가 커서 실망감이 이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같이 세계 명문 프로팀 선수가 많아지면서 선수 기량이 어느 대회 때보다 높아졌다고 보고, 64년 만의 우승을 기대하였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16강과 8강 모두 연장전에서 겨우 이기고 4강에서 한국 팀(23위)보다 국제축구연맹 순위가 낮은 요르단 팀(86위)을 상대로 졌다. 특히 유효 슈팅 1개도 없이 0대 2로 지면서 아시안컵 참여 역사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어 충격이 컸다. 그래서 축구 관계자, 팬뿐만이 아니라 정치계와 교육계 인사까지 비판과 대책 요구가 빗발쳤다. 필자는 이번 사태에서 감독의 역량 부족이나 선수의 협동성 부족이라는 개

  • [수요광장] 심리학이 지운 타인의 '풍경'

    [수요광장] 심리학이 지운 타인의 '풍경' 지면기사

    가족에게 상처받고 눈치보던 시간각자의 고단함과 상황에 대한 이해부정적 감정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한 사람만 피해자 되는 관계란 없어'나' 중심 사고 경계하며 살아가야한동안 가여웠던 '어린 명하'에 경도된 적이 있다. 부모의 과잉 교육열, 그 안에서 상처받았던 순간과 그 상처가 이어져 만든 성격의 불편한 지점, 혹은 고부간의 갈등을 지켜보며 손녀나 딸보다는 며느리와 아내의 감정으로 할머니와 아빠를 대했던 시간. 그 속에서 주눅들고 눈치보던, 온전한 딸과 손녀로 살지 못한 '명하'들이 눈앞에 나타나곤 했다. 그럴 땐 심리학의 테두리 안에서 읽고 들은 대로, 더 이상 무력하지 않기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어른 명하'가 '어린 명하'를 괜찮다고 위로하거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석해 주기도 했다. 드라마틱한 삶의 변화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과거로부터 뒤틀린 감정의 근원을 들여다볼 순 있었다."네 주변 사람에게도 어렵고 상처받은 시간이 있었어. 그 시간을 겪은 그이들도 자신의 삶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너를 키워낸 거야." 내면 여행을 인도한 선배는 매번 이 말을 강조했다. '나'를 중심에 놓고 사고하다 보면 어느 순간 부모, 형제 등 주변 인물을 납작한 풍경으로 만들고 자기 삶의 역사를 온통 피해자로 만들 수 있음을 경계한 말이었다. 서른 초반, 3년을 함께 읽고 대화 나누며 심리학을 공부한 그녀들과의 대화에서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고단했던 이십대, 아빠의 폭력 앞에서 방관자이기만 했던 엄마를 향한 분노, 아들이 아닌 딸로 살아가며 느낀 열패감 등 다양한 스토리가 있었다. 그 시절의 '나'들은 가여웠으나 생계가 어려웠던 가족 모두에게는 각자의 고단함이 있었다는 것, 폭력을 막아낼 수 없었던 엄마의 고통 또한 내 고통만큼 무거웠다는 것, 가족의 기대를 충족할 수 없던 아들의 열패감 또한 그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을 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선배를 통해 우린 막연하게나마 이해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해는 내게 상처를 준 가족이지만 그들에게도 다양한 상황적 맥락과 그에 따른 고

  • [수요광장] 할아버지가 되고 보니

    [수요광장] 할아버지가 되고 보니 지면기사

    '임산부 배지' 코앞에 있는데 무시산후조리원·도우미 가격 천차만별낮은 의료수가 '산과·소아과 기피'1년간 경험… 출산율 복합적 문제곧 총선, 근시안적인 공약은 곤란출산율 저하로 대한민국이 소멸한다는 위기감이 높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저출산 대책을 마련했다. 양육은 물론 교육, 집 장만까지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출생기본소득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증가할지는 의문이다. 작년 봄 외손녀가 태어났다. 지난 한 해 동안 필자가 경험한 사례를 소개한다.#1. 대중교통에 임산부 배려석이 있고 임산부 교통비 지원은 알고 있었다. 부끄럽지만 임신 여부는 육안으로 식별하는 줄 알았다. 임신을 표시하는 분홍색 배지가 지급된다는 것은 딸이 아이를 가진 후에 처음 알았다. 그때서야 그 배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배지를 착용한 임산부가 코앞에 서있는데도 태연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2. 딸이 임신을 하자 선배 엄마들은 산후조리원부터 예약하라고 조언했다. 2주일에 200만원인 곳도 있고 2천만원 가까운 곳도 있었다. 위치와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 요금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 차이가 열배라는 사실은 놀랍다. 능력과 가성비를 고려해서 자신에게 알맞은 조리원을 택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부모의 재력에 따른 차별을 걱정하는 부부는 출산을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3. 산부인과 진찰비는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정부 지원금도 있다. 제왕절개 수술비용도 20만원 수준이었다. 출산 후의 소아과 진료비도 몇백원에 불과했다. 당장 큰 부담은 아니었다. 다행이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하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낮은 의료수가는 산과(産科)와 소아과의 전공의(專攻醫) 지원을 기피하게 만든다. 의사가 줄면 의원도 귀해진다. 산부인과가 없는 기초자치단체가 속출하고 있다. 병원 감소도 저출산의 원인이다. 의료정책도 검토해야 한다.#4. 육아도우미의 일당은 최소 10만원 이상이다.

  • [수요광장]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가 강신재

    [수요광장]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가 강신재 지면기사

    보통의 전후소설 전쟁 낱낱이 기록당시 여성사회참여 등을 다룬 그녀심리 묘사해 독자적 문체미학 건설내적 감정 정밀하게 표현 기념비적실존의지 탐색에 공력 다한 선구자한국전쟁 직후 우리 소설은 참화로 인한 피해의식과 그 결과로 빚어진 이념적 배타성을 한 축으로 삼고, 인간 소외와 불안 현상을 또 다른 한 축으로 삼아 전개되었다. 그 시대 작가들에게 전쟁의 충격은 물리적인 면에서나 정신적인 면에서나 너무도 큰 것이어서, 전후소설은 전쟁 체험을 인간의 가치 상실 과정으로 낱낱이 기록해갔다. 하지만 작가들은 어느새 새로운 질서 회복을 지향해가기 시작했는데, 가령 제한된 사상적, 시간적 조건 속에서도 예술적인 문체 미학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강신재(康信哉)는 그러한 문체 미학 건설의 선두 주자였다고 할 수 있다.1924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여고를 거쳐 이화여전에서 수학한 강신재는 1949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문예'에 단편 '얼굴' 등을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그 후 회화(1958), 여정(1959), 임진강의 민들레(1962), 젊은 느티나무(1972) 등을 펴냈는데 90여편의 중단편과 24편의 장편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녀의 소설은 예술적으로 탄탄한 문장과 서정적 이미지를 결속한 독자적인 문체를 보여주었다. 치명적 근친상간, 성적 타락, 애정 윤리의 파탄, 본질적 소외와 고독 등의 주제를 주로 다루면서도 그녀는 낡은 가치 판단을 부여하지 않고 그러한 양상들을 감각적 문체로 담아냄으로써 객관적 거리를 확보하곤 하였다.그런가 하면 강신재 소설은 정밀하고 인상적인 묘사가 주를 이루면서 외적 행동이 아닌 내적 심리가 주로 제시되는 특징을 보여주었다. 역사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에서도, 그녀는 조선시대의 여성이 남성을 통해서만 사회에 참여할 수 있었음을 여성의 눈을 통해 비판하였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그녀는 옛 시공간 속 인간 심리의 변화, 당대인들의 맹목적 권력 추구와 가족 파멸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줌으로써 남성 중심의 권력 지향성에 대한 비판을 수행한

  • [수요광장] 2024년에 달라지는 노동 정책

    [수요광장] 2024년에 달라지는 노동 정책 지면기사

    시간당 최저임금 2.5% 인상 9860원상여 등 매달 정기지급금 산입 적용중처법,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자녀 생후 18개월내 육아휴직급여6개월간 최대 월450만원으로 상향올해 기업과 근로자가 알아야 할 달라지는 노동 관련 법률, 정책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1. 시간당 최저임금 9천860원,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2024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9천860원으로 2023년 9천620원보다 2.5% 인상되었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로 기준 월급 환산액은 206만740원이다. 최저임금은 세전 급여액을 기준으로 하므로, 4대보험 등을 공제하면 근로자의 실수령액은 이보다 적어질 수 있다.또 올해부터는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현금성 복리후생비(식비, 숙박비, 교통비 등)가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모두 산입된다. 예를 들어 올해 A 기본급이 주 40시간 일하는 근로자에게 월 기본급 190만원, 매월 식비 20만원을 지급한다면 식비를 포함한 금액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므로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다.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업종, 지역, 고용형태,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정치권 일각에서 업종·지역별 최저임금 등을 주장하고 있으나, 반대 의견 또한 강하기 때문에 차등 최저임금제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2. 중대재해기업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올해 1월27일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5인 이상 모든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공사)에 확대 적용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는 법이다. 중대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발생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를 의미한다.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산업재해를 줄이고 사

  • [수요광장] 새해, 내 행복의 조건 만들어가기

    [수요광장] 새해, 내 행복의 조건 만들어가기 지면기사

    조지 베일런트 저서 '행복의 조건'스트레스 받을때 긍정적 심리 전환성숙한 방어기제 발달 중요한 요소안정되고 친밀한 유대감 마찬가지'내게 맞는 여가찾기' 에너지 써야새해 첫 달도 벌써 반이나 지나갔다. 우리 모두 새해 계획이 작년보다 더 잘 실현되기를 소망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새해 계획을 말하다 보니 필자가 만난 한 학생이 생각난다. '여가와 삶'이라는 수업에서 수행하는 과제가 있는데 첫째는 일주일간 생활시간을 기록하여 일과 여가생활을 평가하고, 여가활동 습관을 개선하는 계획을 세운다. 둘째는 그 계획을 3주간 실천하여 성찰하는 여가 '습관' 변화 실험이다. 과제에서 여가습관 변화 목표를 써야 하는데 한 학생이 '행복해지기'라고 썼다. '행복'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이다. 그런데 행복한 심리적 상태는 계획 '목표'가 되기보다 계획 실현으로 나타나는 '결과'이다. 필자는 학생에게 어떤 것이 이루어져야 행복한지, 자기 행복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생각하여 목표로 만들어 보자고 조언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소망하지만, 사실 어떤 조건에서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하버드대학에서 졸업생을 포함한 백인 남녀 700여 명을 대상으로 1930년부터 70여 년간 지속한 성인발달연구를 바탕으로 조지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는 저서 '행복의 조건(Aging Well)'에서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에 이르는 일곱 가지 조건을 소개하였다. 첫째 비흡연이거나 짧은 흡연 기간, 둘째 알코올 중독경험 없음, 셋째 안정적 결혼생활, 넷째 규칙적인 운동, 다섯째 알맞은 체중 유지, 여섯째 대학교육 이수, 마지막으로 성숙한 방어기제 발달이다.그리고 이 연구는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의 삶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요인도 밝혔는데 조상의 수명 길이, 부모의 특성, 유년기 성격이다. 다시 말해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이 되는데 조상이나 부모 영향력보다 자기 스스로 노력해서 행복해지는 삶의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 [수요광장] "문제는 경제야"

    [수요광장] "문제는 경제야" 지면기사

    가계부채·건설경기 위기 악순환은정치·이념적 시각으로 해법 찾은 탓美 하원 23% 경제인 포진 대안 전망'민생' '경제살리기'는 이념 등 넘어'잘 아는 전문가' 국회 입성서 출발새해가 시작했다. 누구든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희망을 품으며 한 해를 열심히 살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생활은 연속이다. 작년과 같이 올해도 우리의 삶이 절대 녹록지 않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한국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지난 정부가 소위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생경한 경제적 이론을 내걸고 출발했지만, 결론적으로 실질 성장률, 일자리 창출 등 주요 지표를 개선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 부채의 급격한 증가와 부동산 가격 폭등을 일으키고 디플레이션 현상 속에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을 2~3배 폭등시켰다. 거품(Bubble)은 소득 격차를 크게 만들고 중산층, 서민에게는 무리한 가계부채만 남게 했다.지금 우리에게 놓인 가계부채 약 1천900조원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가계는 지금의 고금리에서 이자를 상환할 능력이 거의 없기에 대부분의 가계는 나락(奈落)하고 있다. 현 정부가 부동산 가격의 연착륙을 위한다고 2023년에 'DSR 만기 50년 대출',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43조의 부채만 추가되었다.지금 건설경기의 위기는 부동산 거품 속에서 자라난 독버섯 같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건설업자-대출회사(은행, 보험, 증권 회사 등)가 만든 거품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초기 90년대 부동산 거품의 문제점을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이들의 끝없는 탐욕에 타격을 받은 것이다. 이 상처 치료에는 아픔이 있더라도 도려내야 한다. 주저하고 지원하려는 움직임은 정치적 고려 때문이다. 경제 정책은 이념적 대립이 아니기에 적절한 처방이 없으면 상처를 더 넓고 깊게 만들며 그 경제적 곤경은 온통 중산층과 서민이 받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의 경제적 행위를 견제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곳은 국회임에도 국회의 대정부 경제 비판은 대안을 제

  • [수요광장] 단지 살아내어 걸을 뿐…

    [수요광장] 단지 살아내어 걸을 뿐… 지면기사

    삶은 때론 절망처럼 느껴지기도재촉·질책에 심지어 거절당한다아침꽃 저녁에 주워야 하는 시절미몽 거둬내면 걸을 길만 눈앞에새로운 한해 다시한번 살아냅시다아침꽃을 저녁에 주워야 하는 시절.'외침'은 루쉰이 서른여덟에서 마흔둘까지 썼던 글이고 '방황'은 그가 마흔넷에서 마흔다섯까지 썼던 글이다. '아침꽃 저녁에 줍다'는 마흔여섯, 1926년에 쓴 글이다. '외침'은 적막에 휩싸여 있던 그가 마침내 적막에서 나와 그동안 못 했던 말을 세상을 향해 외치듯 토해낸 글이고, '방황'은 외침이 그랬듯 세상의 숨결 하나도 바꾸지 못한다는 허무, 적막, 좌절, 그로인한 분노에 대해 쓴 글이다. '아침꽃 저녁에 줍다'는 지금까지의 글과는 달리 외부가 아니라 자신, 현실과 미래가 아니라 과거, 열정과 분노의 뜨거운 감정이 아니라 회상, 애수로 쓴 글이나 평온함 보다는 적막에 가까운 글이다. 1926년의 중국은 제국주의 열강에 대한 반제운동으로 이어진 '여사대 사건', '3·18참사' 등의 사건을 겪었고, 루쉰은 이로 인한 제자의 죽음, 수배로 인한 도피, 문학적 동지이기도 했던 동생 주작인과의 갈등을 겪으며 분노와 열망조차도 꺾인 시절이었다. 이 시기는 신해혁명 이후 더는 이어지지 못한 혁명 앞에서 허무와 적막으로 비문을 베껴쓰던 1910년과도 닮은 시절이었다. 1910년의 그는 외침과 방황을 통해 민중의 정신을 개조하고, 그것이 혁명의 토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문학은 무언가를 바꿀 수 없었고, 가까운 이의 죽음도 막지 못했다. 문학은 공허했다. 1926년의 루쉰은 그것이 분노든, 풍자든, 애도든 문학이 청년의 피를 막아낼 수 없다고 통한했다. 루쉰에게 그 시절은 스스로를 마취시킬 수밖에 없는 시절이기도 했다.아침꽃 저녁에 줍는 시절을 넘어.그러나 1926년의 적막은 1910년과는 달랐다. 1926년의 적막은, 어떤 기대도 없이 자신 안으로 침잠하며 만들어진 적막이 아니라, 다시 문을 열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외칠 준비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떠한 것도 할 수 없

  • [수요광장] '세이노의 가르침'과 메르의 '1%를 읽는 힘'

    [수요광장] '세이노의 가르침'과 메르의 '1%를 읽는 힘' 지면기사

    냉정하게 현실 보게만드는 가르침경험을 통해 '직장인의 자세' 서술내공 없으면 쓸 수 없는 값진 글들사회초년생 큰 도움… 스승같은 책몰랐다면 올해 가기 전에 읽어보길"당신의 삶이 불안의 대상임에도 분노하지 않는다면 이미 당신의 뇌는 썩어 버린 것이다. 차라리 강물에 빠져 죽어 버려라. 하지만 이제라도 삶이 당신을 속인다고 생각되면 그 삶을 던져 버려라. 내동댕이쳐라. 삶은 한 번 뿐이다. 삶에 비굴하게 질질 끌려가지 마라. 명심해라. 당신이 분노하여야 할 대상은 이 세상이 아니다. 당신이 주인이다."2023년 인터넷 '교보문고'와 '예스24'의 종합베스트셀러 1위는 '세이노의 가르침'이다. '세이노'는 필명이다. 말 그대로 (No)라고 말하라(Say)는 의미다. 기존의 통념을 거부하라고 주문한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라고 강조한다. 감상적인 위로 따위는 없다. 환경을 탓하지 말라,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잘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무지와 게으름을 인정하라, 겉보다는 내실이다, 각자의 처지에서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라. 세이노의 가르침이다. 세이노의 본명과 얼굴은 알려지지 않았다. 책값도 7천200원에 불과하다. 책 판매 수익금도 기부한다고 한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저자의 책이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한 것은 이례적이다. 세이노는 중앙일간지에 칼럼을 게재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글은 인터넷 '세이노의 가르침 카페'를 통해 유통되었다. 그리고 입소문으로 퍼져나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오프라인의 책으로 출간되어 1위에 올랐다.메르의 '1%를 읽는 힘'도 종합베스트셀러 50위권에 들었다. 메르 역시 인터넷 필명이다. 블로그의 글만으로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파워 인플루언서다. 인기글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메르 역시 본명과 얼굴을 모른다. 경력도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책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국내외 글로벌 기업에서 투자위험을 분석하는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일한다고 소개되어있다."회사가 망해도 경쟁력이 있는 개인은 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