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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세이노의 가르침'과 메르의 '1%를 읽는 힘' 지면기사
냉정하게 현실 보게만드는 가르침경험을 통해 '직장인의 자세' 서술내공 없으면 쓸 수 없는 값진 글들사회초년생 큰 도움… 스승같은 책몰랐다면 올해 가기 전에 읽어보길"당신의 삶이 불안의 대상임에도 분노하지 않는다면 이미 당신의 뇌는 썩어 버린 것이다. 차라리 강물에 빠져 죽어 버려라. 하지만 이제라도 삶이 당신을 속인다고 생각되면 그 삶을 던져 버려라. 내동댕이쳐라. 삶은 한 번 뿐이다. 삶에 비굴하게 질질 끌려가지 마라. 명심해라. 당신이 분노하여야 할 대상은 이 세상이 아니다. 당신이 주인이다."2023년 인터넷 '교보문고'와 '예스24'의 종합베스트셀러 1위는 '세이노의 가르침'이다. '세이노'는 필명이다. 말 그대로 (No)라고 말하라(Say)는 의미다. 기존의 통념을 거부하라고 주문한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라고 강조한다. 감상적인 위로 따위는 없다. 환경을 탓하지 말라,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잘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무지와 게으름을 인정하라, 겉보다는 내실이다, 각자의 처지에서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라. 세이노의 가르침이다. 세이노의 본명과 얼굴은 알려지지 않았다. 책값도 7천200원에 불과하다. 책 판매 수익금도 기부한다고 한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저자의 책이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한 것은 이례적이다. 세이노는 중앙일간지에 칼럼을 게재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글은 인터넷 '세이노의 가르침 카페'를 통해 유통되었다. 그리고 입소문으로 퍼져나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오프라인의 책으로 출간되어 1위에 올랐다.메르의 '1%를 읽는 힘'도 종합베스트셀러 50위권에 들었다. 메르 역시 인터넷 필명이다. 블로그의 글만으로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파워 인플루언서다. 인기글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메르 역시 본명과 얼굴을 모른다. 경력도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책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국내외 글로벌 기업에서 투자위험을 분석하는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일한다고 소개되어있다."회사가 망해도 경쟁력이 있는 개인은 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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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밤하늘에 빛나는 숨은 별, 목일신의 동시 지면기사
아버지 가르침 따라 우리말·글로평생 익숙한 아름다운 동시 지어독자는 어린이 보다 '어린이였던'소중했던 기억 일깨워준 사람들어릴적 순간 떠올린 중요한 존재지난 16일 부천에서 목일신 문학심포지엄이 열렸다. 제5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시상식도 함께 거행되었는데, 비교적 규모를 갖춘 학술대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필자도 그 자리에 참석하여 일제강점기의 중요한 아동문학가였던 목일신 선생 탄생 110주년을 함께하였다. 이러한 행사를 펼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그동안 선생의 문학적 유산을 집성하고 알려온 분들의 숨은 노고가 컸다. 목일신문화재단의 양재수 이사장, 시인의 따님 목민정 선생, 그리고 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장 고경숙 시인 등이 그분들이다. 은성(隱星) 목일신 선생이 그야말로 '숨은 별'이었다면, 이분들은 스스로 밤하늘이 되어 그 별이 지상으로 빛을 뿌리게끔 해주었던 것이다.목일신 선생은 1913년 전남 고흥에서 독립운동가 목흥석 목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광주학생독립운동에 가담하여 옥고를 치른 바 있고, 생애를 통틀어 400여 편의 동시와 수필 등을 우리 문학사에 남겼다. 하지만 그분은 오랫동안 문학사의 '숨은 별'이었다. 그러다가 탄생 100주년에 맞추어 나온 '목일신 전집'(2013)과 동시전집 '산시내'(2021)가 그동안 한국 아동문학사에서 놓치고 온 목일신 동시의 시간을 회복해주었다. 그 안의 보석 하나를 꺼내보자. '송이송이 눈송이 하얀 꽃송이/하늘에서 내려온 매화 꽃송이//나풀나풀 춤추며 내려와서는/마른 나뭇가지에 피는 꽃송이//송이송이 눈송이 은빛 꽃송이/하늘에서 내려온 하얀 꽃송이//머나먼 길 오느라 고단하여서/나무숲에 내려와 쉬는 꽃송이'.('눈송이') 이 작품에서 선생은 지상으로 쏟아지는 눈송이들을 천진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마른 나뭇가지에 피는 꽃송이는 메마른 겨울을 환하게 되살려놓는 마법을 건넨다. 은빛 꽃송이는 하늘에서 오래고도 고된 길을 걸어온 나그네가 된다. 아름답고 애틋하고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는다.다음은 목일신의 대표작이다. '찌르릉 찌르릉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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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징계위원회 통보받은 당신이 주의해야 할 점 지면기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후 잦아져회사규칙 내 사유·절차·양정 열람구체적 이유 확인 반론권 보장받고억울해도 출석·해명에 성의 보여야대응 어려울땐 주저말고 전문가 찾길별일 없이 순탄하게 회사 생활을 한다면 참 좋겠지만, 예기치 못한 일은 언제든 벌어질 수도 있다. 회사에서 징계위원회(또는 인사위원회)에 근로자를 회부하여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통보하면 당사자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후 제도가 활성화되어 사내의 갈등에서 시작해 징계위원회까지 번지는 일이 잦아졌다. 이런 경우 징계위원회 통보를 받은 근로자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첫 번째, 회사의 인사규정(취업규칙)을 확인해야 한다. 징계는 사유, 절차, 양정(징계의 수위) 세 가지가 모두 정당해야 적법하다. 이 세 가지를 포함한 징계에 관한 내용은 회사별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다. 많은 직장인이 평소 취업규칙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하지만, 회사의 상시 근로자가 10인 이상이라면 취업규칙을 정식으로 만들어 근로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없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회사에 비치되거나 그룹웨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취업규칙을 확인하여 통보된 징계 사유 및 징계위원회 구성, 개최 일시 등이 회사 규정에 부합하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두 번째, 어떤 이유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지 파악해야 한다. 회사는 근로자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여야 하며, 통보한 사유에 대해 징계위원회에서 조사 및 판단하여야 한다. 또 근로자는 사전에 통보받은 징계 사유에 대해 나름대로 충분한 근거를 준비하여 반론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따라서 회사가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면서 근로자에게 어떤 이유로 조사하는지 전혀 알리지 않거나, 사실관계를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루뭉술하게 통보하면 절차상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다만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건의 경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신고서 전문이나 소상한 진술을 피신고인(징계 당사자)에게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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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외국인 유입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 변화 절실 지면기사
이주민 노동자 격리·배제한다면긴장 유발 사회비용 증가할 수도삭감된 예산 살려서 정착 도와야 무엇보다 노동력으로 보지 말고'사람 그 자체'로 보는 관점 중요최근 정부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로 외국 노동자 수를 확대하는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1월27일에 정부는 내년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외국인 수를 올해보다 4만5천명 늘어난 16만5천명으로 확정했다. 비전문 취업 비자 발급 대상도 외식업계를 포함한 다른 분야까지 확대했다. 그런데 정부의 확대 정책은 외국인을 사람이 아니라 단순히 '대체 인력'으로만 보는 관점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방증하는 사례는 지난 9월 정부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의 전액 삭감안을 제출한 것이다. 정부가 삭감한 전국 40여개 센터의 예산은 올해 기준 71억800만원이다. 이 삭감안이 제출된 지 2주가 지나서 한국과 비전문 취업 비자 협정을 체결한 아시아 16개 국가 중에 8개국 대사관이 한국 정부에 센터 폐쇄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식' 문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렇게 외국 대사관들이 주재국 정부의 예산안에 단체로 의견을 표시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해서 확대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들어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센터를 없앤다고 한다면 외국인을 '사람 그 자체'로 보기보다 일하는 '인력(사람 노동력)'으로만 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한 사회에 새로운 사람이 이주하여 들어오면 '문화접변(acculturation)' 현상이 발생한다. 문화접변은 서로 다른 두 사회 구성원들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직접적인 접촉 관계에 들어갈 때 그 결과로 어느 한쪽이나 양쪽 사회의 문화에 변동이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문화심리학자인 존 베리(John W. Berry)는 국제이주로 인하여 문화접변이 일어날 때, 외국 이주민이 취하는 전략은 4가지라고 밝혔다. 이주민의 전략 선택에 영향을 주는 첫 번째 차원은 이주민 집단의 문화유산과 정체성 유지이고, 두 번째 차원은 거주국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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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미룰수 없는 유보통합, 관련법안 조속 처리를 지면기사
보육 예산·인력 교육부 이관정부조직법 개정없인 불가능여야, 국민과 약속 번복 안돼교사들 최소한 노동조건 갖춘영유아교육 정상화 안착돼야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유보통합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및 본회의 통과까지 유보통합을 위한 해당 법안은 조속하게 처리되어야 한다.유보통합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의 대선 공약이었다. 거대 양당이 동일하게 유보통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는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상황이 유보통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수영유아 뿐 아니라 0~5세 영유아 지원에 대한 차별, 열악한 교사노동환경, 수요공급정책 실패로 인한 기관 폐원과 이로인한 학부모의 어려움 등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현장에는 산적했다.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부는 유보통합의 단계적 추진을 위해 2025년 완성되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3년엔 중앙 관리 부처를 교육부로 통합하고, 2024년엔 보육예산 및 인력 등 지방관리체계를 교육청으로 통합, 2025년 3단계에선 유치원 어린이집 통합모델을 현장에 적용해 유보통합을 완성하는 것이다.유보통합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은 이를 위한 첫걸음이다. 영유아보육법에 명시된 보육 주체를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바꾸고, 그 책임을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변경하는 일이다. 그 밖에 어린이집 정책 실행과 관련된 다양한 법령의 주체와 책임의 장을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이관하는 일이다.교육부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안에 보육예산을 이관하기 위해서도, 보건복지부의 보육인력을 교육부로 이관하기 위해서도 어린이집 정책 추진 주체를 교육부로 변경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보육예산과 인력을 교육부로 가져올 방법이 없다.유보통합의 구체안은 정부조직법 개정 이후 유보통합을 위한 통합 법률안에 담겨야 할 내용이므로 정부조직법 개정을 위해 유보통합의 구체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유아교육계의 숙원이었으나 통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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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이강철과 염경엽 지면기사
야구명문 광주일고 선후배 관계엄격한 위계질서 강하기로 유명잠재력 발산토록 하는게 리더십백업경험·후배보좌 명장 밑거름KS 감독으로서 '명승부' 펼쳤다2023년 한국시리즈는 야구인 염경엽과 이강철의 대결이었다. LG의 숙원을 해결할 적임자로 낙점된 염경엽 감독과 신생 kt를 강팀의 반열로 끌어올린 이강철 감독. '염갈량'과 '강철매직'의 별명은 이들의 지략과 리더십, 그리고 뛰어난 경기운영 능력을 말해준다. 수많은 세월을 동료로, 때로는 경쟁자로 살아온 두 감독이 마침내 정상에서 만났다.두 감독 모두 야구명문 광주일고 출신이다. 1966년생인 이 감독은 동국대학교를 거쳐 고향 팀인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선동열 선수와 함께 해태 왕조의 투수진을 이끌었다. 이강철 투수는 기복 없이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10년 연속 10승-100탈삼진'의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통산 152승(112패), 평균자책점 3.29의 준수한 성적은 한국 프로야구 언더스로 투수의 레전드로 손색이 없다. 염 감독은 이 감독보다 두 살 어리다. 고려대학교를 거쳐 인천을 연고로 한 태평양 돌핀스의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선수로서 각광은 받지 못했다. 야구센스와 내야 수비는 높이 평가받았지만 타격이 취약했다. 주로 수비전문으로 활약했다. 통산 896게임에 출전했다. 타율은 0.195로 2할에 미치지 못한 '물방망이' 선수였다.선수 염경엽의 기록은 이강철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러나 지도자로서는 달랐다. 일찍 은퇴한 염경엽은 코치로 빨리 출발했다. 현대, LG에서 선수들과의 소통력, 전략적 사고의 강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40대에 히어로즈 감독으로 발탁되었다. 그때 염 감독이 스카우트한 이가 이강철이다. 코치 이강철은 고교 후배인 염 감독을 보좌했다. 2013년의 일이다. 재정이 어려운 히어로즈는 매년 우수 선수들이 유출되어 시즌 초에는 약체로 평가받았지만 포스트시즌에 꾸준히 진출했다. 권위주의를 버리고 후배의 능력을 존중하는 선배, 필요하면 불편할 수 있는 선배에게도 도움을 요청하는 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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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한국문학의 장으로 들어온 손호연의 단가 미학 지면기사
지난 7일에는 단가 시인 손호연(1923~2003)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국제 문학포럼과 함께 시비 제막식이 서울에서 열렸다. 그 기념비의 주소는 '서울 필운대로 17 시인의 집 앞'이다. 손호연은 단가(短歌)의 나라 일본에서 탁월한 예술적 성취를 균질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낸 대시인이다. 두루 알려져 있듯이, 단가는 하이쿠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정형 양식이다. 이는 한자문화권의 '한시', 한국의 '시조'와 더불어 동아시아 정형 미학을 이루는 핵심적 구성원이다. 영미문화권에도 '소네트(sonnet)'라는 정형시가 있어서 정형 양식은 민족언어를 가진 문화권마다 최상, 최량의 언어적 결실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 안에서 창작되고 전파된 손호연의 단가는 한국인의 관점에서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공존을 지향해왔다는 점에서 이제 한국문학의 장으로 성큼 들어서고 있다. 日 강점기 억압·정치적 경계 넘어한국문학 아름답게 개척한 '거장' 손호연은 해방 전과 1980년대 이렇게 두 번 동경 유학길에 올랐다. 해방 전에 그는 단가를 배우다가 그쪽 예술의 거장인 단가의 시성(詩聖) 사사키 노부츠나(佐佐木信綱)를 사사하게 된다. 귀국 후에도 열심히 단가를 쓰던 그는 1980년 다시 도일하여 '만엽집(萬葉集)' 연구의 대가인 나카니시 스스무(中西 進) 교수를 만나게 된다. 그분에게서 "더 깊은 단가를 지으려면 부여의 백마강을 보고 오시라. 단가는 오래 전 거기에서 온 것이니"라는 말을 듣는 순간, 손호연은 단가가 이곳 한반도에서 건너간 양식이라는 선언을 접하게 된다. 그 떨림과 울림의 잔영은 크고 깊었다. 한꺼번에 미학적 소명감과 함께 사사키 선생과 했던 약속이 결합하면서 손호연은 일본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단가 시인으로 우뚝 서게 된다.이렇게 일제강점기에 모어를 못 쓰게 한 억압을 넘어, 어쩌면 제국-식민지를 가로지르던 정치적 경계도 넘어, 손호연은 한국 유일의 단가 시인으로 탄생하였다. 그것이 천 년 전 사라진 백제가요를 원형으로 하고 있고, 자신은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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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가족이 없는 자만 성공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지면기사
최근 반가운 뉴스를 봤다. 지난해 5월 노동위원회에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가 도입된 후, 올해 10월 처음으로 성차별을 인정하는 시정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사건의 골자는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 직원(A씨)을 승진에서 여러 번 누락시킨 것이 성차별에 해당하는지였고, 2심 중앙노동위원회는 1심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을 뒤집고 회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차별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A씨는 당초 파트장을 맡고 있었는데, 회사는 A씨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전 부서를 통폐합하며 A씨의 파트장 직위를 해제했고, 복귀한 A씨를 팀원으로 사실상 강등시켰으며 새로운 업무를 부여했다. 이후 A씨는 업무를 수행하며 객관적 승진 점수를 채웠지만, 주관적인 부서장 평가에 따라 세 차례나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승진 누락'에 대하여 시정신청에 나선 것이다. 해당 판정에서 1심과 2심 판정이 갈린 핵심은 육아휴직자 승진 누락이 차별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이 성차별에 해당하느냐'이다. 1심이 '성차별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이유는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과 남성 직원 모두 승진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 해도 그게 성차별은 아니라는 것이다.노동위 '고용상 성차별 시정' 도입후지난달 처음 시정명령 반가운 뉴스육아휴직 승진 누락 여성 불리 인정하지만 2심의 기준은 달랐다. 중노위는 어떤 성별이 육아휴직을 주로 사용하는지, 육아휴직자와 비육아휴직자의 차이에 주목했다. 해당 회사의 직원은 남성이 여성보다 2.5배 많은데,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대부분 기업이 그렇듯이)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보다 거꾸로 2.7배 더 많았다. 그리고 승진까지 소요되는 평균 기간은 비육아휴직자 4.3년에 비해 육아휴직자는 약 6.2년으로 약 2년 더 길었다. 이 회사는 심지어 육아휴직 기간만큼 직원의 기본급을 조절할 수 있고, 육아휴직자를 승진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규정'까지 두고 있었다.이러한 근거로 중노위는 육아휴직자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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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증가하는 외국인과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스포츠 지면기사
정부는 제1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한 2006년부터 합계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2005년(1.08명)보다 줄어 작년에 0.78명이 되고 OECD 가입국 평균(1.59명)의 절반에 그치고 말았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외국인 인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8월에 고용노동부는 우리나라에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올해 외국인근로자 수를 원래 계획보다 1만명을 추가하여 12만명으로 하고, 내년엔 역대 최대규모로 대폭 늘린다고 발표하였다. 한국에 90일 이상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수는 약 250만명으로 추정하는데 작년 기준 외국인 주민 수 213만명과 불법 체류자 40만여 명을 합친 수치이다. 앞으로 외국인 수는 정부의 외국인 인력 확대 정책으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장기체류 대체 인력 250만명 추정'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인식 필요그런데 정부 정책에는 노동력 확보라는 경제적 측면만 있고, 외국인 증가에 대한 국민 수용 방안과 사회통합 논의가 부족하다. 법무부가 발표한 '제4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는 지금까지 정부 사업이 외국인의 초기 적응을 돕고 한국문화에 동화하도록 유도하여 한국인과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협소한' 사회통합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외국인 수 규모를 고려하여 '포괄적' 사회통합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포괄적 사회통합을 미룬다면 이민자와 갈등으로 사회문제를 겪는 일부 유럽 국가들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포괄적 사회통합을 위해서 무엇보다 외국인을 단순히 '대체 인력'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 보거나 적어도 '친한파 외국인'으로 만든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외국인이 한국에 잘 적응해서 정부가 기대한 대로 국가 성장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가 외국인 문화를 존중하여 '상호문화(cross-cultural)' 이해와 문화다양성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유엔 산하 조직으로 교육, 과학과 문화를 담당하는 유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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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유보통합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촉구 지면기사
인상적인 학생이었다. 학생회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동기는 물론 선후배와의 관계도 편안했다. 성적도 우수했다. 졸업을 앞두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여러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고, 큰 어려움 없이 인지도 높은 기관에 취업했다. 당연히 이후에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골고루 경력을 쌓고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유아교육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역할하리라 기대했다.그러나 그녀는 1년의 교직생활을 끝내고 사무직으로 이직했다. 더이상 교사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담임 교사 한 명으로는 아무리 애써도, 스무명이 넘는 유아로 복작이는 작은 교실의 여러 안전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해도 유아교육을 서비스로 인식하는 각각의 학부모를 만족시킬 수도 없었다. 애정을 갖고 유아를 지도했음에도 민원으로 아동학대가 제기된 선배교사가 겪는 고초도 지켜봤다. 스무명이 넘는 유아의 식사 지도로 정작 교사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어려웠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취업한 다른 동기와 마찬기지로 소화불량은 만성이 됐다. 교실을 대신 맡아 줄 교사가 부재한 상황에서 검진을 받거나 쉬기 위해 병가를 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누적된 피로로 이직하기 전까지 6개월의 시간을 온전히 쉰 뒤에야 서서히 회복되었다고도 했다. 어린이집, 교육부 소속 아닌 이유로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사용 제외 부당 유아교육과에 오는 학생 대부분이 그렇듯 그녀 역시 유아교육에 대한 남다른 포부를 지니고 공부했으나, 그녀에게 1년의 교사 경험은 교직을 버릴 이유가 됐다. 오전 8시30분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한다 해도 점심시간이 따로 없는 유치원의 특성상 일 꼬박 9시간30분을 근무해야 했다. 주당 40시간, 일 8시간 노동 환경은 유아 교사에게는 언감생심이라는 것, 교직임에도 국공립 유치원이나 초중고와는 달리 사립유치원은 사실상 노동법 경계 밖에 존재함도 알았다. 선배들이 왜 그렇게 국공립 유치원 임용고시에 열심이었는지, 그렇다 할지라도 초중고와 달리 유치원의 노동 환경은 공·사립 사이의 차별이 왜 이리 명확한 것인지 답답하다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