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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논단]판문점 선언과 문학의 자리

    [월요논단]판문점 선언과 문학의 자리 지면기사

    전쟁참상 고발 베트남 작가 바오닌"분단 넘어서려는 전쟁 안된다" 강조"영웅이 왜 소설로 고생하나" 질문에"영웅은 그들이 만든거고 난 글쓸 뿐"문학이란 공간 환하게 드러나는 순간둥근 삼각형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정의로운 전쟁이란 개념도 성립하지 않는다. 어떠한 명분을 내걸었든 전쟁은 그 자체가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군들 피로써 피를 씻어낼 수 있겠는가. 증오로써 증오를 해소시킬 수 있겠는가. 그러함에도 피와 증오를 발판 삼아 자신의 입지를 공고하게 다지는 세력은 어느 시대에나 출현하였고, 그네들의 흐름이 단절되지 못하고 이어질 때 나름의 역사가 구축되기도 하였다.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대충만 훑어봐도 이는 금세 드러난다. 일제가 벌인 침략전쟁을 '성전(聖戰)'이라 칭송하며 조선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던 조선인들이 있었다. 해방이 되었어도 이들 친일파는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다. 청산되기는커녕 반공주의로 재무장함으로써 정치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는데, 이들이 지상과제로 공공연히 주장했던 것이 북진 통일이었다. 군사정권이 퇴출된 지 사반세기 지났어도 이러한 견해는 여전히 공공연하게 주창되고 있다. 북의 주석궁을 탱크로 밀어 버리고 그 자리에 태극기 꽂는 것이 진정한 통일이라는 목소리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정의로운 전쟁을 강변하는 이들의 유구한 역사 반대편에서는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을 해체하려는 이들의 저항 또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이 채택한 '판문점 선언'은 후자의 노력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얻어낸 결실이라 할 수 있겠다. 한반도 비핵화 및 정전(停戰) 상태에서 평화­체제에로의 전환, 경제·사회·문화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겠다는 합의는 한반도의 전쟁­체제에 맞서왔던 이들의 흔들리지 않는 숙원이었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은 전쟁 발발의 위기 국면을 극적으로 돌파하여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간 유의미한 사건으로 기록될 터이다.한반도가 평화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나라를 통째로 넘기겠느냐고 따지고 있다. 전쟁 체제에 근거한 기반 자체가 속절없이 허물어지고

  • [월요논단]김정은과 재벌 3세 쇼크

    [월요논단]김정은과 재벌 3세 쇼크 지면기사

    세습, 돈·권력향유·갑질수단 안돼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역할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립 필요국민행복·사회보탬 안된 기업·국가사멸했던 역사적 교훈 직시해야김정은 위원장과 재벌 3세. 세습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12시간 만에 장안의 화제로 등장했다. 하지만 재벌 3세에 대한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후 그는 3세 세습이라는 비난과 조롱 속에 등장했다. 자칭 북한 전문가들은 그와 함께 북한체제도 바로 붕괴할 것이라는 예언과 희망을 쏟아냈다. 그가 핵을 내세워 북한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마다 악의 축으로 낙인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한반도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어두운 전망들이 난무했다. 그랬던 그가 문재인 대통령의 결기어린 한반도 평화정착메시지를 수용하면서 단숨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에 대한 평가가 극적으로 바뀐 데에는 생방송과 신문의 위력이 컸다. 동시에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문 대통령의 결단 그리고 남북한의 교류와 평화통일을 희망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함께 기여했다. 돌이켜 보면 북한과 지도자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때로는 일방적이었다. 북한 자체의 정보도 대부분 가공된 것이었다. 김정은의 실체 역시 국민들이 직접 접해본 적이 없었다. 세습과 핵무장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이 가능했던 이유다. 온갖 부정적인 대명사의 상징이었던 그가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 준 파격적인 행보가 일종의 신선한 쇼크로 다가왔다. 그것은 베일에 덮여 있던 것이 드러날 때 오는 극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1983년 1월 태생에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한 것 이외에 알려진 것이 별로 없었다. 그가 세습한 북한의 체제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멸망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북한의 3세 후계구도는 김정일 위원장이 개정한 북한 헌법 제 11조에 이미 명문화되어 있다. 외형적으로는 당이 주도하는 선군정치이지만 의무교육과 비밀경찰 등으로 유지되는 통치시스템이다. 각종 제재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세습체제

  • [월요논단]게임 한류, 스타트업 육성에 기반해야

    [월요논단]게임 한류, 스타트업 육성에 기반해야 지면기사

    게임산업, 콘텐츠 수출 53% 차지장르 다양성 위해 아이디어 창출스타트업 발굴과 육성 필수적내달 글로벌 게임쇼 'PlayX4' 개최수출계약 추진 8천만달러 등 기대중국발 게임 콘텐츠의 공세가 매섭다. 십수년간 '대한민국 수출 효자 종목'으로 게임 산업이 회자되어 왔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복기해 보면 그리 녹록치 않다. 게임 매출은 '라그나로크M', '삼국지M', '벽람항로', '드래곤네스트M' 등 중국산 게임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고, 출시를 앞둔 게임들도 상당수다. 반면, 우리나라 게임이 작년 한 해 동안 중국 내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발급 받은 건수는 0건이었다. 대중 관계를 포함, 복합적 환경 요인이 있겠지마는 결론적으로 이러한 상황은 대형 게임사에 비해 경영 여건이 취약한 중소 게임 기업의 존립은 물론 게임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게임 산업은 국내 콘텐츠 수출의 53%를 차지하는 한류 콘텐츠 핵심이다. 영상은 물론 음악, 교육 요소와의 결합, VR/AR(가상/증강현실) 및 인공지능(A.I) 기술 융합이 용이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하지만, 셧다운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 사회 문화적 이슈가 중심이 되다보니 정작 필요한 산업 육성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뒷전이 된 모양새다.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게임 산업 매출의 절반인 49%(약 5조 3천 억 원)를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의 게임 기업육성 방향을 되짚어 봄직 하다.경기도는 성남시를 중심으로 대형 게임 기업인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NHN 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 등이 자리잡고 있고, 관련 업계 종사자 수는 약 2만6천명으로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판교는 연관 산업인 IT(정보기술), BT(생명기술), NT(나노기술) 기업과 공용 인프라가 집적해 대한민국 게임의 중심지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최근 3년간(2013~2015) 성남 소재 게임 기업 수와 종사자 수는 각각 190개, 1만2천명 수준에서 정체를 기록하고 있고, 관련 업종인 판교 내

  • [월요논단]'신문의 날'을 보내면서

    [월요논단]'신문의 날'을 보내면서 지면기사

    객관·공정·전문성, 품격 부정에절독 내몰리는 신문현실 안타까움소셜미디어는 저널리즘아닌 정보각국선 민주주의위해 다양한 지원 우리도 자기노력 전제 관심 절실지난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었다. 신문협회가 주최한 행사가 5일에 미리 개최됐지만 관련된 특집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워 썰렁한 느낌이었다. 신문이 직면한 현실이 보여주는 듯했다. 신문은 저널리즘과 산업의 두 가지 측면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 신문 저널리즘이 처한 현실은 객관성, 공정성, 전문성, 품격이 부정되는 '기레기'란 말로 집약될 수 있다. 최근 진보와 보수를 대표한다는 신문까지도 같은 진영이라는 독자들의 집중적인 비판에 노출되고 심지어 절독에 시달리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신문의 신뢰도가 조금 향상됐다. 그러나 신문의 위기는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종이신문의 경우 1996년에 비교해, 2017년 열독률이 약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1년 조사 이후 증가 추세여서 신문의 영향력을 믿게 해줬던 결합열독률(일주일간 종이신문, PC, 모바일, 일반 휴대전화, IPTV로 신문기사를 이용한 비율)마저 2017년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우리사회가 신문의 위기를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신문의 위기를 방관하지 않고 여러 나라에서 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문자·활자문화진흥법'을 제정해서 신문을 이용한 교육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디지털미디어환경에 적합한 지원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2009년부터 미국 의회에서도 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2월에는 영국에선 처음으로 신문산업의 위기에 대한 국가적인 논의가 시작됐고 이를 위한 전국 실태조사가 추진된다고 한다. 특히 프랑스는 가장 신문 지원의 역사가 오래되고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 중인 나라이다. 프랑스

  • [월요논단]플라스틱의 반격

    [월요논단]플라스틱의 반격 지면기사

    한반도 면적 15배 이상의태평양 복판 플라스틱 쓰레기 섬심각한 생태계 혼란 인간 위협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이용 등작은 실천으로 지구환경 지켜야중국이 폐자원 수입을 중단하면서 '쓰레기 분리수거 대란'이 일어났다. 쓰레기 대란을 보며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상한 걸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 속에서 플라스틱이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시계의 알람을 끄고,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으며 욕실에 들어가서 플라스틱 칫솔에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는 치약으로 이를 닦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는다. 마트에 한번 다녀오면 종류별로 채소를 담은 비닐봉지, 플라스틱 사각 팩 등의 쓰레기가 나오고, 마트에서 오는 길에 마신 커피 한잔은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뚜껑으로 남는다.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비닐봉지 등은 계속해서 생산되고 쉽게 소비되며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이 편리함 이면에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생산된 플라스틱은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 지구 어딘가에 남아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런데 세계 도처에서 플라스틱 제품은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한반도 면적의 15배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있다고 한다. 바람과 해류를 타고 전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쓰레기가 모여 만들어진 섬이다.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그 양은 더 늘었다고 한다. 이 쓰레기의 90%가 플라스틱이다. 쓰레기가 넘쳐나고 바다를 뒤덮고 있다는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생태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결국 인간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것이다. 커다란 플라스틱이 지구를 떠돌다가 마모되어 미세한 입자로 잘게 부셔지면 해양 생물들은 먹이로 착각해 먹게 되고 그들의 위(胃)는 쓰레기로 가득 차 고통을 받게 된다. 그리고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쓰레기가 우리가 이 세상에 존

  • [월요논단]70주년 맞은 4·3과 내부 식민지로서의 제주 역사

    [월요논단]70주년 맞은 4·3과 내부 식민지로서의 제주 역사 지면기사

    배제·고립된 제주 공동체문화는해방 맞아서도 다른 사람에겐여전히 낯설게만 남아 있었다4·3 일어나기전 美군정·경찰은도민 60~90%가 좌파라고 예단올해는 제주에서 4·3이 일어난 지 70주년 되는 해다. 이를 맞아 동백꽃 배지가 제작되었고, 배지 달기를 독려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4·3과 동백 이미지가 결합하게 된 계기는 강요배의 연작그림 '동백꽃지다'라 할 수 있다. 동백은 질 때 한순간 통으로 툭 떨어지는데, 제주 출신 화가는 4·3 당시 국가폭력에 의해 양민들이 살육 당하는 현장을 한순간 명줄이 툭 끊기고 마는 이미지로 해석해 내었던 것이다.동백을 항쟁과 연관 짓는 제주 민중의 상상력에는 나름의 역사가 있다. 제주에서 동백은 '장두꽃'이라고도 불리는데, 그네들은 아마 지는 동백을 바라보면서 장두의 머리가 베이는 장면을 되새겼으리라. 흔히 장두(狀頭)는 장수(將帥)로 오해되지만, 실은 소장(訴狀)의 첫머리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다. 장두 출현은 중앙정부가 제주를 내부 식민지로 운영했던 정책과 관련된다.몇 가지 굵직한 사건만 보자. 말 산업으로 번창했던 제주 경제는 조선 태종·세종 대에 이르러 파탄을 맞이하고 만다. 말을 국가의 통제 대상으로 묶어 사사로운 매매를 금지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부박한 토질 탓에 제주에서는 농사로써 생계를 이어가기가 어렵다. 호구책을 잃게 된 제주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섬 밖으로 탈출하였는바, 이들 대부분은 한반도 근해를 떠도는 배 위의 유민으로 전전해야만 했다.중앙정부로서는 제주 유민을 막아야 했다. 유민들은 수적(水賊)으로 돌변하기 일쑤였을 뿐만 아니라, 유민 발생에 따라 제주 특산물의 진상이라든가 말의 안정적인 생산·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인조 7년(1629) 출륙금지령(出陸禁止令)이 내려졌고, 이는 순조 23년(1823) 해제될 때까지 200여 년 동안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이 가지는 의미는 고종 34년(1897) 대한제국이 선포되면서 명료하게 드러났다. 남쪽에 '식민지' 탐라(제주)를 거느리고 있으니 '제국'으로서 대한이 성립한

  • [월요논단]MB를 위한 변명

    [월요논단]MB를 위한 변명 지면기사

    부패·파렴치 그의 잘못만은 아냐그것을 용납·추종했기에 가능우리는 정치적 무능과 맹목그 안의 욕망·이중성 교정 필요온 몸으로 과제 수행하는 그에게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미래 좌우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였던 사람이 그 나라의 규범에 의해 처벌받는다는 사실은 예외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G. 아감벤이 말하듯이 이 사건은 법률의 힘이 스스로를 무효화하면서 자신의 힘을 발휘하는 예외상황일까. 아니면 그가 대표하던 국가와 그 구성원을 철저히 기만했기에 그 법의 이름으로 단죄 받는 지극히 정상적 상황일까. 어떤 경우라도 이런 상황을 명확히 규명하지 않는다면 그 국가는 어떠한 통치 합리성이나 존립의 정당성도 보증 받지 못할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은 한국이란 국가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위해 반드시 해명해야할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국민 대다수가 그의 구속을 반기는 데 비해 반대로 그들의 정치적 의사를 재현하는 제일 야당에서는 공공연히 정치보복이란 주장을 펼치는 상황은 분명 분열적이며 이율배반적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정치가 한 공동체 내에서의 권력과 이해의 불가피한 상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이라면 그 안에서 삶과 존재를 보증 받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정치는 필연적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대부분은 정치에서 배제되거나 초연해지길 강요받았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정치가 과잉되거나 과소하게 재현된다. 정부수립 이후 우리는 이런 상황을 반복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모두 수감된 현실은 우리 정치의 역동성 못지않게 그 역기능과 이율배반적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시금 우리는 우리 삶과 존재를 위해 국가 내의 정치적 상황을 면밀히, 과잉과 과소함을 넘어 정당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체계화해야한다. 그렇지 않을 때 이런 역기능과 이율배반은 점차 위기를 재생산하고 증폭시킬 것이다. 정치적 분열증이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런 해명과 재건설 작업은 국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의무이며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한 사회가 합의한 법과 법정신을 현저히 침해했을 경우 그가 누

  • [월요논단]6·13 선거와 출판기념회

    [월요논단]6·13 선거와 출판기념회 지면기사

    신인들 정치입문 알리는 장점편법·부작용 불러오는 단점 존재이젠 선거비용 모금방식 바꿔야선거운동도 실현 가능한 공약희망 정책으로 관심 유도 필요우리 삶의 중요한 현안이기 때문'출판기념회'. 선거가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지역의 곳곳에서 다양한 후보들이 출판행사를 개최한다. 형식도 토크쇼에서 노래까지. 다채롭다. 예비후보들이 선거자금도 만들고, 선거운동도 함께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다 보니 현장은 항상 뜨겁다. 하지만 엄격해졌다는 선거법의 뒷문이라는 평가도, 편법과 부작용을 지적하는 비판도 있다. 출판행사를 하지 않고, 깨끗한 선거를 공언하는 후보자들도 있다.대학의 교과서도 안 팔리는 시대. 교수도 출판사도 책 간행을 꺼려하는 출판의 빙하기이다. 그런데도 선거와 연계되어 출판기념회가 성행하는 것은 특이한 정치적 현상이다. 물론 출판계로서는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책은 본인이 직접 쓴 것인가. 개인사나 자화자찬을 책에 담아야 하나. 책에 담은 내용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현실에서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구체적인 실천전략이나 예산은 검토해 본 것인가.구름같이 몰려든 행사장의 시민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 정도면 적당한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지켜보면 참가한 분들의 특이한 행동을 볼 수 있다. 방명록에 사인만하거나 후보자와 눈도장만 찍는 경우도 많다. 때로는 세를 과시하기 위해 동원된 것 같은 대규모 시민들이 함께 입장하기도 한다. 물론 책을 구매할리 만무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출판행사에서 기대이하의 참담한 성과를 거둔 후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현상은 대학가에서도 있었다. 과거 원로 교수님들의 회갑이나 정년퇴임식을 맞이하여 기념논문집을 발간하던 시절이 있었다. 문제는 논문집의 발간과 호텔행사비용이었다. 90년대에도 몇 천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가족들이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후학들이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에서 각종 기념논문집이 안개처럼 사라진 것은 바로 그 비용 때문이었다. 언젠가부터 행사장에 오신 분들이 인사만하고 돌아갔다.책은

  • [월요논단]소중한 것을 지키는 용기

    [월요논단]소중한 것을 지키는 용기 지면기사

    불길처럼 번지는 '미투 운동'이대로 사그라들까 걱정소중한 것 지키기 위해 용기있게"ME TOO, WITH YOU" 외쳐야우리들 외침이 법과 정책 바뀌고상처받은 사람들 치유될 수 있길요즈음 우리 사회는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미투 운동(Me Too)'이 확산되면서 연일 언론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투 운동은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Tarana Burke)가 시작한 캠페인이다. 타라나 버크는 유색 인종 여성 청소년을 위한 단체 '저스트 비(Just Be)'를 설립하고 SNS에서 "#Me Too"라는 문구를 쓰도록 제안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2017년 10월 미국 할리우드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트위터를 통해 제안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이런 세계적인 움직임 속에 우리나라의 미투 운동 물결은 지난 1월 현직검사의 검찰 내 성범죄 피해 사실에 대한 폭로를 시작으로 해서 문화계, 연예계, 종교계까지 퍼지고 있다. 미투 운동의 시작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듯, 성범죄 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곳곳에 이미 만연되어 있는 문제이다. 사건이 폭로될 때마다 놀랍고 실망스러운 한편 이것 또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며 우리 사회 깊숙한 어둠이 이제야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까지 뉴스를 통해 접하는 성범죄 사건과 다른 점은 우리가 웬만하면 알만한 유명 인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명한 시인, 유명 극단대표, 인기 배우, 호평을 받고 있는 사진작가 등이다. 각 조직에서 권력(權力)을 지닌 사람들이다. 이전에는 성범죄라 하면 '가해자인 남성과 피해자인 여성'의 구도로만 보았으나 이번에 폭로된 사건들을 보면서 권력구조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기관인 검찰 내부에서의 상하 관계, 교수와 학생, 감독과 배우, 선배와 후배 등등 자신의 권력을 악용해 벌어지는 일들이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오랜 시간 망설이다가 폭로를 하게 되는데 권력 구조 안에서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가 입게

  • [월요논단]어떤 합리성인가?

    [월요논단]어떤 합리성인가? 지면기사

    이재용 부회장 353일만에 석방법의 합리성 정치·경제 이상 중요이 판결은 공동체 정당성 위해 진정 숙고해야할 문제 뭔지 질문그 대답따라 우리 미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2심 선고는 우리 사회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청와대발 국정 농단 사건으로 불거진 의혹은 마침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징역 12년 구형으로 이어졌다. 비록 1심 선고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되었지만 한국 사회의 최고 권력이 관여된 사건인 만큼 2심 선고가 어떻게 내려질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구형과는 확연히 다르게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지면서 그는 구속 353일 만에 석방됐다. 많은 사람들이 이 판결에 거세게 반발했다. 25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이 판결을 내린 정형식 판사에 대한 파면 청원을 청와대에 올리기도 했다. 삼권이 분리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관의 판결을 행정부가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런 일을 했을 리는 없지만 그만큼 이 판결에 수긍할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에 비해 주류 언론들은 대체로 이 판결을 환영하거나, 또는 한국 경제를 위해 받아들여야 할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기도 했다.평창 올림픽이 열리면서 이 사건은 그대로 묻히는 듯 보이지만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성찰하고 분석해야할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고 권력의 내적 연관성이다. 정치와 경제의 최고 권력이 어떻게 결탁되었으며, 그런 내밀한 결탁을 법은 어떻게 다루는지 이 사건은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화국을 표방하는 한국은 민주주의 정치체제이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은 민의에 의해 합의된 법체제이다. 그런데 그 법이 민주공화국의 근본 토대를 위협한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법은 법체계와 그 절차의 합리성에 의해 정당성을 보장받는다. 그런데 과연 이런 외적인 타당성이 법의 전부일 수 있는가. 법적 정당성을 충족시켰다 하더라도 내적 합리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온갖 현란한 말로 판결을 정당화해도 반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