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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 민주주의에 대한 경계

    사법 민주주의에 대한 경계 지면기사

    헌재, 권력 본래목적 뭔지 스스로 염두에 둘 필요사법부가 지나친 정치개입은 정치권 잘못도 커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떠넘겼기 때문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서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눈에 띄게 중요해지고 있다. 권위주의 시절 행정부의 힘에 눌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헌재가 민주화 이후 특히 2000년대 들어 행정부와 입법부의 결정에 반하는 판결을 종종 내놓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의 민주정치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표적 예로 2004년 5월 노무현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기각 결정과 동년 10월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위헌결정이 있다. 보다 최근으로는 2014년 10월 선거구제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12월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이 있었다.이러한 헌재의 영향력과 독립성 증대는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민주주의의 원칙중 하나인 3권 분립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며, 나가 입헌주의 원칙 아래에서 헌법의 절대성을 수호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의 지나친 영향력과 그에 따른 소위 '사법민주주의'가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 또한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법을 대표하는 입헌주의와 정치를 대표하는 민주주의와의 잠재적 갈등은 분명히 존재한다. 헌재를 포함한 사법부 인사들은 정치적으로 선출되지 않고 정치적 책임도 직접 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에게 막강한 정치적 권한을 부여함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을 비롯해 미국·독일 등 일부 현대 민주주의 국가가 사법부에게 행정부와 입법부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위헌심사권을 부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주주의가 기반하고 있는 다수결 원칙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다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다수결 원칙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자칫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헌법에 명시돼 있는 소수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헌법을 다수결 원칙의 상위에 두는 것이다.모든 권력은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헌재의 권력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헌법은 추상적이라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

  • 행복한 왕자가 불행하게 울고 있다

    행복한 왕자가 불행하게 울고 있다 지면기사

    타인의 성공·불행이 나에겐 정반대로 가고 있어우리사회 사라져 가고 있는 이타주의 안타까워남을 위해 희생한 왕자와 제비가 몹시 그립다지난 주 종강을 했다. 여름방학과 달리 겨울방학 캠퍼스는 눈 내린 산사(山寺)처럼 적요하다. 나는 이제 몇 달동안 내 나름의 동안거에 들어간다. 먼 훗날 서울거리 어디에서 문득 만나게 되겠지만 그래도 졸업을 앞둔 제자들과의 마지막 강의는 헤어짐으로 인해 묘한 느낌을 준다. 해마다 종강 날에는 나는 짧은 동화 '행복한 왕자'로 작별의 인사에 가름한다.어느 늦가을 저녁, 따뜻한 남쪽을 향하던 제비 한마리가 행복한 왕자의 동상 발등에서 잠을 청한다. 순간, 행복한 왕자가 흘리는 눈물에 놀라게 된다. 살아생전 불행을 몰랐던 왕자는 죽어 동상이 되어 높은 곳에 자리잡게 되자 세상의 온갖 슬픈 일을 지켜보게 된다. 왕자는 제비에게 부탁해 자신의 몸을 치장한 수많은 보석을 떼내어 그들에게 나눠주게 한다. 왕자를 장식한 모든 보석을 가난한 이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제비는 남쪽으로 가는 것을 포기한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남과 동시에 얼어 죽는다. 봄이 오자 마을 사람은 한때 마을의 자랑거리였던 멋진 동상이 보석이 사라진 흉측한 무쇠덩이로 변해 있자, 창피하다며 부숴버렸다. 이 모습을 지켜본 하느님이 천사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가지 즉, 제비와 왕자의 심장을 가져오게 해 하늘나라에서 다시 행복하게 살게 했다는 줄거리다.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1854~1900)가 쓴 동화다. 19세기 말 산업혁명과 함께 불어 닥친 당시 영국사회의 이기주의·물질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타인에 대한 사랑의 존귀함을 호소하고 있다. 당대를 주름잡던 유미주의자이지만 당시 영국의 지배를 받던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와일드는 아일랜드출신의 다른 저명 작가인 예이츠나 버나드 쇼 등과 마찬가지로 경계인의 삶을 살았다.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이래 빼어난 작품으로 일약 유럽의 명사가 되었다. 하지만 30대 중반 16세 연하의 옥스퍼드 대학생 알프레드 더글러스 경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 동네 주민들과 함께하는 환경교육

    동네 주민들과 함께하는 환경교육 지면기사

    작은단위 전문 기관·단체 적극 양성해야조사·평가 직접 할 수있게 행·재정 지원도생활문제점 해결 프로그램으로 발전 시켜야이번 학기 전공과목에서 '주민들이 생각하는 동네환경'이라는 팀 과제를 학생들에게 냈다. 학생들은 동네의 공기질과 하천수질·소음·쓰레기처리 등 생활환경과 공원이나 하천·호수·야생동물 등 자연환경에 대한 만족도, 보행친화도, 주민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해 주민을 만나 인터뷰했다.과제 발표를 마친 후 학생들로부터 주민과 인터뷰하면서 느꼈던 점을 들었다. 학생들의 소감은 다양했지만 '몇 년 동안 살고 있는 동네인데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동네환경에 대해서 너무 모르거나 무관심하다'는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이 같은 소감은 '내가 그동안 시민들을 대상으로 국가와 지구적 차원에서 발생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와 멸종위기종의 증가, 자연자원 고갈과 에너지 문제를 주로 다루었던 강의가 과연 의미있는 환경교육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지게 했다.매일같이 가족·친구·이웃들과 함께 숨 쉬고 살아가고 있는 동네 환경부터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고 깨끗하게 가꾸어 가는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촉매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보다 가치 있는 환경교육이겠다는 결론을 내렸다.지난 2008년 9월 제정된 환경교육진흥법은 환경교육을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발전을 목표로 국민이 환경을 보전하고 개선하는데 필요한 지식·기능·태도·가치관 등을 배양하고 이를 실천하도록 하는 교육'으로 정의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 법을 근거로 2010년 9월 '학습과 실천을 통한 지속가능한 녹색사회 구현'을 비전으로 하는 제1차 환경교육종합계획(2011~2015)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 11월 1일 수원시는 2018년까지 45만 전 가구가 환경교육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환경교육 시범도시'를 선언하는 등 지자체 수준에서도 환경교육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국가와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환경교육 정책·계획, 프로그램에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이것은 단지 행정기관과 교육을 담

  • 저무는 한 해를 바라보며

    저무는 한 해를 바라보며 지면기사

    경쟁에서 빠른 디지털족과 뒤처지는 아날로그족불안하다는 배회족… 행복하지 않다는 질주족짧아지는 젊음의 그림자… 소중한건 오직 지금뿐어느덧 12월이다. 한 해가 또 이렇게 저문다. 거리에 구세군 종소리가 들리고 성탄트리도 반짝인다. 예전에 그 많던 크리스마스카드와 캐럴송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구두닦이 소년과 엿장수 아저씨와 연하장 그려 팔던 예쁜 소녀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가수 이선희가 부른 '아, 옛날이여'마저 노래방기기나 스마트폰으로 만나는 시대. 디지털기기 속으로 들어간 게 어디 한 둘이랴. 세상 참 빠르게 변한다. 손 안의 스마트폰 속으로 세상은 몸을 꾸기며 들어간다. 잠깐 사이에 세상은 천지개벽하고 우리는 어리둥절해진다. 변화의 속도가 가속되기 때문이다. 인류의 지식총량은 73일마다 두배씩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너무 빠르다. 디지털종족들은 생존가능성이 높지만 아날로그종족들은 생존경쟁에서 뒤처지게 마련이란다. 승자와 패자, 강자와 약자의 논리가 디지털 진화론을 만든다.그래도 오늘은 잠시 아날로그식 삶이 그립기도 하다. 회룡고조(回龍顧祖). 먼 길 달려온 산줄기가 제 온 곳 돌아보듯 잠시 지나온 시간 생각해 본다. 조금 있으면 언론들은 올해의 10대뉴스를 경쟁하듯 발표할 것이다. 그러면 시민들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생각하면서 자신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시간 열차속에 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지나간 사건의 풍경들은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내게서 떠나 허공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럴수록 '오직 지금'만이 존재의 빛나는 전제임이 절실해진다. 연말이라는 추상적 '끝'이 안개 진군하듯 다가오는 시간에.가만히 내게 물어보니 내 삶의 진짜 주인은 속도로구나. 무리지어 달리는 말처럼 나 역시 그 대열에 끼어 질주해 왔지. 시간의 바람은 무서운 속도로 휙휙 지나가고 붙잡아달라는 손들 이루 다 잡을 수 없었네. 그렇게 됐어. 갑오년 올 한해, 바쁘다는 말 입에 달고 살아온 건 분명하다.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니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이 땅의 허망한 죽음들이며 숨가쁜 삶들은 망각의

  •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지면기사

    많은 일이 가깝고 먼 곳에서 벌어진 올 한해술에 취해 간신히 혹독한 세상을 버티고있나약해 보이는 누군가에게 상처주진 않았을까…어느 해 가을 잣나무 숲을 지나간 적이 있다. 청설모 한마리가 잣나무 우듬지를 바삐 오가며 잣송이를 따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보통의 경우 청설모는 잣 한송이를 따면 입에 물고 나무를 내려와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행동을 반복하는데 이 녀석은 다른 방법으로 잣을 따고 있었다. 잣을 따서 나무 아래로 떨어뜨린 뒤 어느 정도 양이 쌓이면 내려와 옮기는 방식이었다. 괜찮은 방법이긴 한데 다른 누군가에게 도둑맞을 위험이 다분했다. 아니나 다를까. 술안주로 잣을 좋아하는 나는 가방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녀석이 딴 잣을 담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무 위의 청설모가 반응을 했지만 청설모의 말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나 다름 없었기에 개의치 않고 비닐봉지를 채워나갔다. 녀석은 뭐라고 한참을 씩씩거리다 다른 나무로 옮겨갔다.또 어느 해 가을에는 고향 친구들과 산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그때 누군가 어느 수컷 다람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바람기가 많은 다람쥐였는데, 먹을 것이 풍부한 계절에는 아름다운 첩을 서넛이나 두고 산다는 것이다. 당연 먹을 게 많으니까 첩이 많아도 먹여 살리기가 쉽다. 그런데 이 녀석, 혹독하게 추운 겨울이 닥쳐오면 모두 정리하고 딱 한마리만 남겨둔다고 한다. 그것도 애꾸눈인 다람쥐를. 당연히 왜냐고 물었고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눈이 애꾸면 한겨울 굴속에서 잣이나 도토리를 반밖에 먹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어느새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이다. 올해 역시 많은 일들이 가깝고 먼 곳에서 벌어졌다. 누가 올 한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라면 나는 이렇게 쓸 것 같다.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이었다고. 이것은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이 2000년에 만든 영화의 제목이다. 이라크와 이란의 박해를 받으며 양국의 국경에 사는 평범한 쿠르드인들에 관한 슬픈 이야기다. 소년 가장이 된 주인공이 하는 일은 유일한 생존수단인, 국경을 몰래 오가며 밀수를 하는 것이다. 동생들을

  • '별에서 온 상속자들' 영화 보셨나요?

    '별에서 온 상속자들' 영화 보셨나요? 지면기사

    자신의 힘만 믿고 세상에 군림하려는 '중국'콤플렉스에 가득찬 '무례한 대국' 마뜩찮아세계인들 겁내지만 '존경하는 사람은 드물어''별에서 온 상속자들'이란 영화를 보셨는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상속자들'의 인기에 편승해 중국이 최근 공개한 영화다. 제목이 시사하듯 성공한 두 편의 한국드라마를 적당히 섞었다. 아예 '중국 최초의 합체 드라마'라는 설명까지 덧붙여 인기 한국드라마를 짜깁기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알리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이 영화를 한국에 역수출하겠다고 밝혔다. 상상을 초월하는 행태다. 예능표절은 더 심각하다. 2010년엔 '청춘불패'를 따라한 '우상의 탄생'을 보자. 제목만 다를 뿐 기획부터 시각효과, 배경음악은 물론, 출연자가 입은 옷까지 똑같았다. '모방이 아니라 복사'다. 개그 프로그램 역시 판박이 수준이다. 최근 중국 장쑤위성 TV는 '개그 콘서트'의 핵심코너를 그대로 베껴 KBS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문제는 이 같은 저작권을 침해한 베끼기에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표절에 아예 눈감고 있다. 결국 중국 법원에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지만 실질적인 승소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실상 해결책은 없다. 2006년 이래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베이징에 사무소를 열고 보호활동을 하고 있지만 안하무인격인 중국의 태도에 존재감조차 찾기 어렵다.나는 오늘날 미국으로 상징되는 서양의 가치 못지않게, 중국으로 대변되는 동양의 가치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 관점에서 서양도 매력적이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이다 보니 동양의 무위자연적인 면이 가슴에 와 닿는다. 월리엄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The Sound of Fury)의 난해함보다는, 양귀비를 잃은 당 현종이 베갯잇을 적시며 연리지정(連理枝情)을 노래한 백낙천의 장한가(長恨歌) 한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솔직히 햄버거보다 중국집 짜장면에 훨씬 더 정이 간다.그럼에도 중국의 근래 행태를 보면 문득 문득 나의 이 같은 호의가 빛바래져 감을 느낀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중국인은 예로부터 자신들만이 세상의 중심이자

  • 고령화 시대와 청소년 친화적 도시

    고령화 시대와 청소년 친화적 도시 지면기사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 누리도록 환경조성 중요정부·지자체, 농어촌·중소도시 많은 지원 필요경쟁·각종 범죄 등 힘겨워하는 미래들 지켜줘야최근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기본법에 의한 9~24세 청소년 인구 비율이 1978년 36.9%에서 2014년 19.5%로 감소했고, 2060년에는 10명 중 1명인 11.4%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2014년 기준 총인구의 12.7%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고, 2026년에는 그 비율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초고령화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지만, 그 시대를 이끌고 살아가야 할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다른 계층과 분야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지방의 농어촌지역과 중소도시일수록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공간과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든 게 지금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된다.불과 10년 정도 뒤에 펼쳐지게 될 초고령화시대에서 사회적·경제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청소년들이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갖고,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개발하고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 즉 청소년 친화적 도시를 만들어 가는 데 국가뿐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유니세프(UNICEF)는 2000년부터 18세 미만의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살기 좋은 'Child Friendly Cities' 구축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천300여개 이상의 도시가 어린이와 청소년 친화적 도시로 인증을 받았고, 우리나라는 서울시 성북구가 2013년 11월 20일 최초로 인증을 받았다. 물론 인증을 받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는 정책적 판단과 관련 사업의 추진은 많은 도시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사례라 하겠다. 유니세프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다양한 활동 장소와 기회

  • 초등학교 1학년 할머니

    초등학교 1학년 할머니 지면기사

    3세대가 함께 다니는 학교 '새로운 실험'어르신·아이 사이 배려·사랑·존경 샘솟아봉암초 사례 흥미 넘어 진지한 연구 필요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에 봉암초등학교라는 곳이 있다. 전교생이 40명도 안 되는 작은 학교다. 이 학교 학생중 70대 할머니가 두 분 있는데 올해 1학년 신입생이다. 할머니들은 왜 칠순을 넘겨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을까. 못다 배운 한글이라도 익혀 까막눈이라도 면해 보고 싶었던 걸까. 최석진 교장은 좀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다. 소수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교육평등과 교육정의, 세대갈등과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학교를 과감하게 디자인하는 중이었다. 온 가족이 함께 다니는 학교, 3세대가 같이 다니면서 문화를 공유하는 학교, 가방은 큰아들이 사주고 조카며느리는 크레파스를 사주는 행복한 공동체 마을, 다문화가정 이주 여성도 그 자녀와 함께 다니게 되는 미래교육의 희망 제작소…. 한국사회의 새로운 교육실험이 시골 작은 마을에서 시도되고 있었다.할머니들은 아침 등교후 정규 교육과정을 익히고 손자같은 동료 학생들과 점심도 하면서 오후 4시40분까지 학교에 꼬박 남아 학습한다. 칠순 할머니가 담임선생님께 얼마나 공손하게 인사하는지 동료학생들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 법도를 따른다. 김치담그는 방법이라든지 지혜로운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성교육도 저절로 된다.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할머니들이 학업진도에 다소 어려움을 겪으면 코흘리개 꼬맹이 학생들이 '할머니 제가 읽어 드릴게요' '할머니, 제가 써드릴게요'라며 도움을 주고 받는다. 학습자들 사이에 저절로 이뤄지는 동료애다. 보다 극적인 장면도 있다. 전주에 있는 1학년 손자가 보내온 편지를 읽는 할머니가 그렇다. 도시의 손자는 시골의 문맹 할머니가 이제는 글을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좋은 책 많이 읽으셔야 해요'라며 제법 어른스럽게 권유한다. 편지읽는 할머니 입에서 동급생 손자 목소리가 살아나온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이보다 따뜻한 가족애가 있을 수 없다. 배려와 사랑과 존경의 선의(善意)가 시골 초등학교 1학년 교실 안에 잔잔히 울린다.봉

  • 진부역

    진부역 지면기사

    천혜의 자연 파괴하며 개최하는 '동계올림픽'마지막역 이름을 '오대산역'으로 정했으면…그게 우리가 훼손한 자연에 대한 '작은 위로'평창 동계올림픽은 2018년에 열린다. 올림픽 유치에 두번 고배를 마실 때부터 시작해서 어렵게 유치한 뒤까지 평창은 여러 방면에서 요동쳤다. 어떤 유명한 연예인은 올림픽경기장 가까운 곳에 땅을 샀다가 언론의 뭇매를 맞고 한동안 활동을 접기도 했다. 그 사람뿐이겠는가. 경기장 근처 알짜배기 땅은 이미 외지인들의 소유가 된지 오래됐다. 비싼 가격으로 땅을 판 사람들이야 행복하겠지만 거기에서 제외된 대다수의 지역민들까지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덩달아 치솟은 땅값 때문에 새 농지를 구입하거나 이사갈 집터를 장만하는 것도 쉽지 않게 돼버렸다. 이래저래 들려오는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않은 까닭은 대관령이 바로 나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고향 풍경과 고향 사람들이 올림픽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따스했던 정을 잃고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평창은 지금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길이다. 어린 시절 마을에는 일제때 개통한 신작로가 유일하게 큰 길이었다. 차가 지나가면 흙먼지 날리고 자갈이 튀던 그 길 옆에 피어나던 코스모스의 벌을 잡으며 우리는 학교를 다녔다. 눈이 1m씩 내리던 겨울이면 인근 스키장에서 나온 스노카가 눈길을 쌩쌩 달렸다. 자동차 꽁무니에 연결한 밧줄을 잡은 스키어들이 대관령에서 줄줄이 내려왔다. 스키어들을 흉내내다 지치면 우리들은 나무스키를 타고 눈덮인 비탈 밭으로 올라가 내리달리다가 밭둑에서 멋지게 점프를 했다. 신작로는 70년대에 포장되고 뒤이어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됐다. 고속도로는 마치 높은 성벽처럼 보여 산골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우리들은 올라가지 말라는 고속도로로 올라가 지나가는 차들을 구경하고 잠시 멈춘 관광버스에서 내린 도회지 사람들을 신기한 듯 훔쳐보았다. 그렇게 시작된 고속도로는 점점 넓어지고 높아지더니 결국 마을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 땅에 살던 사람들 또한 살 곳을 찾아 뿔뿔이

  • 터미네이터 눈물이 나는 두렵다

    터미네이터 눈물이 나는 두렵다 지면기사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의 아픔 '말없는 언어''세월호' 등 올해는 유난히 눈물 마를새 없었다저물어 가는 한해, 세상은 점점 메말라가기만…'스페이스 오딧세이'란 전설적인 SF영화가 있다.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이다. 1968년, 영화 개봉 당시에는 인간이 아직 달에 가기 전이었다. 컴퓨터 그래픽도 없었다. 그러나 영화는 요즘 기준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 사실적인 화면과 영상미를 보여주는 그야말로 걸작 영화다. 장황한 설명이나 대사가 거의 없다. 대사가 아니라 영상과 음향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첫 대사는 영화가 시작되고 25분이 지난 후에야 나오며, 후반 20분에도 대사가 아예 없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강렬한 사운드가 묵직한 느낌을 던져준다. 영화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인공지능 로봇 '할(Hall)'이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기능을 정지시키려고 하자 이에 반항해 인간을 공격한다.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인간의 적이 돼 버린 로봇을 다룬 이야기는 많다.최근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로봇 '페퍼(Pepper)'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초로 사람의 감정을 읽는 로봇이 탄생했습니다" "사장님, 너무 띄우지 마세요. 부담됩니다." 기자 회견장에서 손 사장과 로봇 '페퍼'가 나눈 대화다. 페퍼는 손 사장은 물론이고 기자들과도 얘기를 주고 받았다. 대화 상대의 말을 알아듣고 그에 맞는 대답을 내놨다. 적외선 센서 등을 활용해 사람의 감정까지 측정한다. 가령 눈은 그대로인데, 입만 웃는 모양을 하면 웃지 않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물론 '페퍼'의 감정인식 능력은 아직은 기초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학습기능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감정을 인지하게 된다고 한다. 미래에는 이처럼 인간의 희로애락을 이해하는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아득한 시절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었던 '아톰'처럼 인간과 친구가 되는 로봇 말이다.지난 여름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벤츠 조립공장에서 본 로봇은 충격이었다. 인간 못지않게 복잡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