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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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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노예 지면기사
한강의 기적을 경험한 우리나라는 급성장과 함께 그 속도와 성취감에 중독된 느낌이 든다. 물론 중독 자체는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속도중독과 성공집착은 우리국가에 대단한 경쟁력을 가져다주며 어마어마한 원동력을 제공해준다. 하나 이에 의한 사회적 부작용도 무시하지 못한다. 부작용의 증상은 세계 자살률 2위와 낮은 행복지수로 뚜렷하게 진단되어 있고 다양한 사회부문에서도 고통의 자국은 선명하다. 딜레마다. 자연자원이 희박한 우리나라로서는 인간자원을 최대로 활용해야 하고 선진국의 문턱으로 들어섰다고는 하나 앞으로 해결해나갈 과제들이 무겁게 우리 어깨를 누르고 있어 긴장을 놓을 틈이 없다. 어떻게 하면 지속적이고 발빠른 발전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행복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사회와 개인의 진화가 동시에 진행돼야 올바른 해법이 나오지않을까 싶다. 만약 지금 나날이 거론되고 있는 사회복지가 사회적 진화의 열쇠라면, 개인적 진화의 핵심은 바로 교육에 있다. 교육은 사회가 축적한 지식, 기술, 습관, 가치관 들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주 엄격한 주입식 방식으로 지식과 기술을 전달해왔고 시험과 성적을 우선시 하며 인재들을 발굴해왔다. 그러나 지식이 전달되는 과정에서의 습관과 가치관, 그리고 인격형성은 고려되고 있는지 궁금하다.우리나라 학생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마다 느끼는 어려운 점이 있다. 질문을 해야할 때 또는 받았을 때 발언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의 발언자체가 두려운 것인지 아니면 틀린 말을 할까 우려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아주 위험한 습관이 될 수 있다. 배움의 장에서 자기 의견이나 질문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은 학생이 갖춰야 할 기본적 태도이며 이런 습관의 연장선에서 토론식 교육이 가능해진다. 동료 앞에서 감정이나 의사를 표현하는 연습은 초등교육 시절부터 진행돼야 하며 그 연장선상으로 중학교 시절부터 토론식 수업이 진행돼야 한다. 토론식 교육의 장점은 주어진 정보를 접했을때 동료들과 다양한 각도의 해석 및 견해를 교환하며 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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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제학도 양보했던 선비정신 지면기사
조선왕조 500년은 선비정신으로 버텼던 나라였다. 여러 차례 국난을 당했었고, 임진·병자의 양란에는 사실상 국가가 망하기 직전에 이른 참혹한 형편의 나라였다. 그러나 망하기 직전의 나라는 다시 살아나 무려 500년의 긴긴 세월을 견뎌냈었다. 그렇게 버텨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여러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하나만 든다면 바로 조선민족의 선비정신이었다. 국난에는 기꺼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나라를 건져내야겠다던 선비정신, 자신의 몸보다는 국가가 더 중요하다는 선비정신, 못 먹고 못 입고 못 살아도 한 가닥 양심과 도덕성만은 버리지 못한다던 선비정신, 모두 함께 살고 기쁨과 슬픔도 남과 함께 나누자던 선비정신이 조선을 동방예의지국으로 만들었고 나라가 그만큼이라도 버틸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그때라고 모두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상류층의 지성인들은, 오늘처럼 돈만을 위해서, 권력만을 위해서 염치고 뭐고 없이 자기가 제일 잘났고 자기만이 제일 훌륭하다고 여기지 않은 사람이 많았었다. 자기만이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 하고, 자기만이 가장 훌륭하다고 떠들면서 남은 모두 자기 아래로 보는 그런 몰염치한 사람이 오늘처럼 많지는 않았었다. 자기보다 학식이 높고, 인격이 훌륭하고 덕행이 높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큰 벼슬이나 이권이라도 기꺼이 양보할 줄 아는 선비정신을 지닌 인물들이 상당히 많았었다. 자기만이 대통령감이라고 떠들면서 추호라도 양보하면 정치인의 자격이 없다고 매도당할 정도의 그런 몰상식한 세상이 그때는 아니었다. 상대방을 깎아내려야만 자기가 올라가고, 상대방을 조금이라도 칭찬하면 자신이 추락된다는 요즘의 그런 논리를 지니지 않은 선비들이 그때는 그래도 있었다. 그것이 조선의 힘이었다. 조선시대의 그때로 가보자. '조선왕조실록'의 '선조수정실록'에 나오는 기록이다. 선조 원년(1568) 8월 초하루의 기사에 퇴계 이황이 홍문관 겸 예문관 대제학에 제수되는 기록이 있다. "이황이 홍문관과 예문관의 대제학을 겸하게 하다. 이때 박순이 대제학이 되자 이황은 제학으로 있었는데, 박순이 사양하면서 말하기를 '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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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 데이즈(Dog days-삼복 더위 때) 지면기사
서양에서 '도그 데이즈(dog days -직역-개같은 날들)'는 여름 중 가장 덥고 습기가 많은 날을 뜻한다. 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잠자리에서 일어나 맞는 아침 그 자체가 고통과도 같다. 어떤 일도 하기 싫을 정도의 고통스런 열기와 높은 습도 때문에 온 몸의 힘과 에너지가 쏙 빠져나갈 정도다. 이런 날씨와 맞서기 위해선 에어컨을 켜고 사는 일이 상책인 듯하다. 아니면 산으로 여행을 떠나 시원한 개울가 다리 밑에 눕거나 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개고기를 먹는 일로도 더위를 대신할 수도 있겠다.그래서일까? 엉터리 주장이라는 것이 명백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개같은 날들'이란 의미는 한국으로부터 온 것일 수도 있다. 그것도 수세기를 걸쳐 오면서 아주 더운 여름날 동양의학에 따라 몸의 열을 식히고 여름에 기를 보충하기위한 방법으로 말이다. 근래 들어 부쩍 나의 절친한 친구들이 함께 영어로 '도그(dog-개)'를 먹으러 가고 싶은지 물어왔다. 당연히 영어로 들어도 그것이 길에서도 사먹을 수 있는 핫도그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데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친구들이 조심스럽게 주저하며 얘기하는 것은 보통 있는 일이다. 그러나 사실 나는 몇 차례 이미 개고기를 먹은 바 있으며 그걸 먹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어려서부터 늘 집에서 친구와 가족과도 같았던 개들과 살아온 내가 이렇게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서 오히려 내 한국인 친구들과 외국인 친구들은 더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다. 지금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어렸던 시기의 개의 이름은 푈자였다. 북실북실한 털로 덮인 따듯한 배를 베고 누워 함께 잠이 들었던 나의 첫번째 친구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다른 동물들 역시 사랑하고 내 어린 시절엔 토끼며 새들이며 그밖에도 다양한 다른 동물들과 한집에 살았다. 내가 키우던 그 동물들을 무척 사랑했지만 그렇다고 나는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않았다.그러나 거의 모든 종류의 동물을 먹으면서 단지 개고기를 먹는 것을 야만인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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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공무원 교사가 되어야 하나 지면기사
필자는 어렸을 때 매달 25일을 그리도 기다렸다. 그날은 평소 잘 먹어보지 못하는 생과자를 먹게 되는 행복한 날이기 때문이다. 매달 25일은 평생 공무원이셨던 아버님의 월급날이었다. 아버님 월급날만 되면 온 식구들이 밤늦게까지 눈 빠지게 아버님을 기다렸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자식들은 아버님이 사오시는 생과자를, 어머님은 아버님의 월급봉투를 기다리셨다.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면 여간 손해가 아니었기에 어떤 때는 밤 12시 까지 두 눈을 비벼가면서 기다린 적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리도 기다리던 아버님이 오셔서 생과자를 풀어놓으면 5명이나 되는 자식들은 우르르 달려들어 정신없이 먹어댔다. 그러나 어머님은 누런 월급봉투에서 꺼낸 몇 푼 안 되는 돈을 세어 보시곤 항시 한숨만 내쉬시고, 멋쩍으신 아버님은 우리 자식들에게 너희들은 절대 공무원하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도 우리 5남매 중 필자를 포함하여 3명이 아직도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피할 수 없는 집안의 팔자라는 생각이 든다. 한 때는 기피직업이었던 공무원이 이제는 선망의 직업이 되었으니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필자가 지난 4월 전라북도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자녀들이 어떠한 직업을 갖기를 바라는 지 조사하였다. 조사결과 아들과 딸의 선호 직업은 각각 달랐는데 아들의 경우는 공무원이, 딸은 교사가 가장 많았다. 먼저 아들의 경우 공무원이 22.7%로 가장 선호되고 있는 직업이며, 이어서 의사가 10.1%로 두 번째, 사업가가 9.9%로 세 번째로 많이 지적되었다. 이밖에 교수(9.4%), 외교관(7.6%), 법조인(5.3%), 과학기술자(4.6%), 회사원(4.1%), 교사(3.8%), 언론인(3.0%) 순으로 많이 지적되었다. 딸의 경우는 4명중 1명꼴인 26.6%가 교사를 가장 선호하였으며, 공무원이 15.0%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밖에 약사(8.0%), 간호사(6.0%), 은행원(4.0%), 디자이너(4.0%), 교수(3.8%), 외교관(3.5%) 순으로 많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2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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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길 지면기사
루드비히 반 베토벤(1770~1827)은 그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쓴 1802년에 하나의 악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1803년에 서양음악사의 전환기를 장식할 곡을 창조한다. 이 곡의 원고 첫장에는 겸손하게 필기된 작곡가의 이름 위에 '보나파르트 헌정'이라고 굵은 글씨로 표기됐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작곡품이 초연될 3개월 전인 1804년 5월, 프랑스 혁명의 집정이었던 나폴레옹이 자기 자신을 황제로 공포하고 나서자, 여기에 배신감을 느낀 베토벤은 원고 위의 보나파르트의 이름을 종이가 찢어지도록 긁어 지웠다고 한다. 결국 이 곡은 1806년 '영웅 교향곡(Eroica Symphony), 위대한 인간의 기억을 기념하며'라는 곡명으로 출판됐다. 에로이카(Eroica)는 이탈리아어로 '영웅적' 이라는 뜻을 지니는 단어다.영웅의 의미를 사전에서는 '위험과 불우에 처한 또한 약자의 입장에서 전인류의 안녕을 위해 용기와 희생정신을 발휘하여 정의로운 일을 하는 자' 라고 되어있다. 이 뜻은 원래 군사적인 용감한 행위와 관련돼 사용됐으나 근대에는 도덕적 고결함과 관련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하나 사실 어느 인물이 사회에서 영웅적 지위로 우상화되기 위해서는 위의 면모 뿐 아니라 뛰어난 능력과 통찰력 있는 시대정신까지 갖춰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 영웅이 완벽하길 기대한다.그렇다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과연 영웅이 되고 싶어서 개인의 철저한 계획아래 실현하는 경우가 있는가? 나폴레옹이 프랑스 혁명을 이룩해 영웅이 된 것은 결코 아니다. 프랑스혁명은 그가 나타나기 전 벌써 진행중이었다. 미라보, 라파예트 등 각자 다른 사상을 가진 혁명가들에 의한 연쇄적 사건들이 축적되고 있었으며, 1799년 혁명 막판에 나타난 나폴레옹 장군은 쿠데타를 성공시켜 혁명의 절정을 찍는다.이상가들에 의해 시작된 프랑스혁명은 한 실용주의자의 혁신에 의해 추진력을 가지게 됐으며 '말하는 시대'는 '일하는 시대'로 교체됐다. 특별한 당파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 국민의 공공이익을 존중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는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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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죄는 반드시 들킨다 지면기사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다'라는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은 그냥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리에 가까울 정도로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말임에 분명하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헌법에 의해 권력은 십년에 이르지 못하고, 5년에 그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권불5년이다'라고 본다면 권력의 무상함은 옛날의 일과 다르다. 상왕의 권력이라던 '영일대군', 최고 권력자의 멘토라던 '방통대군', 차관급이면서도 왕의 지위에 가까운 권력을 지녔기에 '왕차관'이라던 권력자들이 연달아 구속되어 감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세간의 이야기가 이렇게 맞아떨어지는 것인지 참으로 신통하기만 하다.부패했기 때문에 천년의 제국 로마도 힘없이 망해버렸고, 500년의 조선왕조도 부패했기 때문에 망하고 말았다. 부패하면 나라도 망한다던 말도 역시 맞는 말임에 틀림없다. 권불5년인데, 천년 만년 가리라고 위세당당하게 권력을 쥐락펴락하던 그들의 신세가 너무나 허망하게만 보인다. 국가를 대표하여 자원외교를 펼치면서 세계를 누비던 권력, 4대 종편을 허가해 주면서 언론매체를 장악했던 권력, 모든 인사는 왕차관을 거쳐야만 이루어진다던 그런 권력, 그들은 모두 '뇌물'이라는 사슬에 걸려 막강한 권력의 힘을 잃고 옥창의 별빛을 바라보고만 있게 되었다.한국의 역사는 '뇌물'과 무관한 때가 많지 않았다. 청와대 안방에서 뇌물을 챙겼다고 임기가 끝나자 두 전직 대통령(전씨·노씨)이 뇌물죄로 처벌받은 것을 비롯하여, 대통령 주변의 실세들이 처벌되었던 것이 한두번이 아닌데, 왜 그런 범죄는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인가. 아버지와 아들은 천륜의 관계다. 대통령의 아들도 뇌물죄만 확인되면 천륜도 어쩌지 못하고 구속시킬 수밖에 없는데, 여타의 친인척이나 실세들이라고 빠져나갈 어떤 길이 있겠는가.'세상에 완전 범죄는 없다'는 말도 우리가 경험한 바로는 진리에 가까운 말이다. 공직자들의 청렴만이 나라를 바르고 깨끗하게 다스릴 수 있다고 그렇게도 역설했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그의 '목민심서'에서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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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단 한 번 있는 일 지면기사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딱 한 번만 일어날 법한 사건이 있다. 그렇다고 태어나고 죽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인생에서 벌어지는 아주 특별한 일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일은 보통 전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얼마나 그 경험이 다르고 또 좋았는지 깨닫게 되곤 한다.2002년 한일월드컵은 나에게 있어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대단한 이벤트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매 순간 한국의 곳곳이 믿을 수 없는 경이로운 분위기로 넘쳐났다. 한국에서 또다시 그런 희열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그 두근거림의 경험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아무튼 2002년의 여름은 지금으로부터 이미 10년 전 일이 됐고, 그 이후 지금껏 있어왔던 국제 행사들에서 그런 경이로운 순간을 볼 순 없었다.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가 한국 전역을 하나로 엮을만한 행사로, 모두에게 정열을 발산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한국이 세계적인 국제 스포츠행사 주최국으로 당당히 등극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엉성한 마케팅뿐만 아니라 한국의 F1국제자동차경주대회 주최 진영의 내부 갈등 등으로 기대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호응도는 놀라울 것도 없었다.그러고 보니 이 시점에서 여수세계박람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중앙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오랫동안 꾸준한 홍보를 해오며 전 세계의 집약적인 첨단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된 행사가 하나 있다. 여수 엑스포 뒤에 선 정부와 기업의 지원으로 이 행사가 잘못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행사가 시작된 뒤 7주가 지나오면서 매번 접하는 언론 매체들의 주된 반응은 문제만 많은 엑스포로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는 행사라는 것이다.행사 조직위원회가 보여준 많은 실수들은 당연히 수치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에는 언제나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나의 엑스포는 그야말로 인생에 단 한번 볼 수 있는 전 세계적인 행사로,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훌륭한 행사다. 만약 지금 한국에 있다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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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오해와 진실 지면기사
지난 6월 26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금년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일부 교사단체와 학부모단체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를 전후하여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대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150명 정도의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일제고사'로 매도하고 평가 참여여부는 선택권이라고 주장하며 평가를 거부하고 일부 단체에서 마련한 체험학습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 수는 전수평가가 시작된 2008년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반대하는 단체들의 목소리도 약해지고 있지만,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그런데 그러한 논란이 시험거부라는 물리적 행동보다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갖는 부작용의 해소를 위한 노력과 토론으로 이어진다면 바람직할 것이다.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평가대상 해당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들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을 학업성취도 변화추이를 파악한다거나 교육과정 개선자료로 활용한다거나 교수·학습방법 및 장학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삼는 것에 한정한다면 표집평가를 실시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일견 타당한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행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이전에 실시했던 표집평가와는 달리 그 목적이 확대되었다. 개별 학부모들이 알고자 하는 그들 자녀의 학업성취 수준을 전국적 수준에서 정확하게 파악하여 제공하고, 개별 학교가 교육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를 드러냄으로써 단위학교로 하여금 책무이행에 보다 노력을 경주하도록 하는 것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에 추가하고 있다. 특히, 국가가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책임지고 완성하게 하는 국가의 교육적 책무 이행 정도의 파악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중요한 목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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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내세우기 보다 다원·법치주의 실천해야 지면기사
독일어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를 번역한 시대정신은 한 시대의 사회에 공유되고 있는 정신으로 이해된다. 요즘 언론매체를 통해 시대정신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현 시국을 전망하거나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할 때 사용하는 듯하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시대정신의 내용은 사회통합이다.정치적 분열의 역사는 오래된다. 의회민주주의의 태동기에도 당쟁은 있었다. 최초의 근대정당으로 불리는 영국의 토리당과 휘그당 간의 싸움은 걸리버여행기에서도 풍자될 정도로 심각하였다. 비슷한 시기 대륙의 끝 조선에서도 붕당정치는 있었다. 서인과 동인 간의 대립, 그리고 동인에서 갈린 남인과 북인 간의 대립, 그리고 서인에서 갈린 노론과 소론 간의 대립이 비판되었다. 이는 조선인에게 자율적 조정 능력이 없어 식민지배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일제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기도 했다.오늘날 다른 민주국가들에 비해 정당간 차이가 적다는 미국에서조차 민주당과 공화당간 가치 차이는 계속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동서고금을 털어 당파적 정쟁이 전혀 없는 정당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내부의 갈등은 외부와의 경쟁에서 패배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적을 앞에 두고 분열되는 적전분열(敵前分裂)과 반대되는 현상은 오월동주(吳越同舟)이다. 서로 원수관계인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가 풍랑을 만나면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 협력하여 풍랑을 극복한다는 오월동주는 오나라와 월나라 간의 적개심이 풍랑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약해야 가능하다.한국의 경우 국내 분열의 정도가 외국과의 갈등보다 더 클 때가 많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북한, 미국, 중국 등 남한 외부의 문제로 남남갈등이 전개되는 것은 내부 경쟁세력에 대한 불신이 외부 세력에 대한 불신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내부 분열이 심각한 이유는 그 분열이 패거리적이기 때문이다. 패거리적 분열에서는 무엇을 지지하고 비판하느냐는 측면보다 누구를 옹호하고 비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언론매체의 청탁으로 원고를 기고하게 되면 글의 내용보다 기고 매체로 판단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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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죄 지면기사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 여사, 손녀 등과 함께 육사 생도들을 사열하면서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이 지난 9일 SNS 트위터를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지난 6월 8일 육군사관학교 발전기금 200억원을 달성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에서 전 전 대통령은 생도들이 열병 도중 '우로 봐!'라는 구호에 맞춰 경례할 때 거수경례로 답했다. 육사의 설명에 의하면 전 전 대통령은 1천만~5천만원 출연자 자격으로 이 자리에 초청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누군가? 쿠데타와 5·18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한 책임을 물어 '내란 수괴죄', '내란목적 살인죄' 등으로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받았던 사람이다. 대한민국 육군의 미래를 이끌어갈 장교를 교육시키는 육군사관학교에서 젊은 생도들이 충성을 외치며 바라본 사람이 바로 쿠데타와 민간인 학살의 주역이었다. 말이 되는가.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래 나도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저 자리에 서서 후배들의 자랑스런 선배가 되자. 쿠데타면 어떤가. 일단 성공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지 않는가.검찰은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로 사용될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터 불법 매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고발한 이 대통령 등 피고발인 7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아무런 혐의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 시사주간지의 폭로로 촉발된 이명박 대통령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이 이 대통령의 사과를 포함 240여일간의 숱한 논란만을 남긴 채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마무리됐다. 검찰은 다만 청와대가 땅을 구입한 뒤 부담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일부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며 대통령 장남인 이시형씨가 이득을 보도록 행정을 처리한 청와대 직원에게 잘못을 묻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이씨와 대통령실의 지분 비율과 매매대금간 불균형에 대한 내용을 감사원에 통보해 관련 공무원들의 과실이나 비위행위에 대한 감사에 참고토록 조치했다.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이라더니. 2012년 6월 대한민국 육군의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