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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사람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책과 사람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지면기사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을 전후한 시기에는, 초등학교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자유교양경시대회'라는 게 열렸다. 문교부에서 필독도서를 선정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읽게 한 뒤, 그 책 속의 내용을 가지고 시험을 치러서 우수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였다. 독서 분위기의 진작이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그 연례행사는 돌이켜 볼 때마다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학교 이름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어찌나 심했는지, 담임선생에 의해 선발된 학생들은 운동회 매스게임에도 빠지는 특혜 아닌 특혜를 받으며 밤 10시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책장에 밑줄을 그으며 여러 권의 책을 통째로 달달달 외워야 했다.내 경우에는 '김유신전', '이순신전' 같은 위인전과 '신유복전', '박씨부인전', '흥부전', '춘향전' 같은 고대소설, 그리고 일연의 '삼국유사'를 읽어야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외에 뜬금없이 단테의 '신곡'도 포함되어 있었다. 덕분에 그 유명한 기독교 고전을 일찌감치 접하긴 했지만, 거기에 대응되는 불교관련 서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책 선정 과정에서 외압에 의해 종교적 편향이 가해진 게 아닐까 싶다.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시험방식에 있었는데, 독후감을 쓰는 게 아니라 수십 개의 단답형 문항들을 가지고 일종의 모의고사를 보아야 했던 것이다. 이를 테면 흥부의 몇 번째 박에서는 어떤 물건들이 나왔는지, '신곡'의 '지옥편'에서 지옥의 몇 번째 계곡에서는 어떤 인물이 어떤 벌을 받고 있는지 '맞혀야' 하는 것이었다. 달리 말해 학생들은 본의 아니게 늦게까지 책상 앞에 붙들려 앉은 채 그 방대한 내용을 원시적으로 암기하는 고역을 치러야 했는데, 정작 본인들로서도 왜 그런 것들을 외워야 하는지 그 이유를 도통 알 수 없었다.때문에 초등학교 시절의 독서 기억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다. 하기야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국민교육헌장'을 강제로 암기시키던 시절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와 유사한 상황이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고 있

  • 소규모 학교 통폐합 논란

    소규모 학교 통폐합 논란 지면기사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5월 17일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하여 학교의 적정 규모에 관한 기준을 신설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는 입법예고를 하였다. 입법예고에 의하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정하고 있는 초·중·고등학교의 적정규모 최소 학급수는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학년별 1학급을 원칙으로 6학급,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는 교원의 평균수업시수 및 교육과정의 단위별 수업시간을 고려하여 중학교 6학급, 고등학교 9학급이다. 그리고 초·중·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최소 20명 이상 되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강원·전남·전북지역 등 농산어촌이 주를 이루는 도의 경우에 해당지역 학교의 절반 내외가 통폐합 대상이 된다고 한 언론보도는 전하고 있다.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농어촌 인구의 감소에 따라 농어촌 지역 학생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1980년대 초반부터 추진되어 왔다.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소규모 학교가 경제적으로나 교육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학생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효과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규모 학교를 유지하자는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의 경제나 규모의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규모 학교의 유지는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체육활동, 합창이나 합주와 같은 음악활동, 학예회와 같은 교육활동은 어느 정도 수의 학생들이 있어야 가능하고, 도덕성이나 사회성의 발달도 친구들끼리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많다는 점을 찬성의 논거로 내세운다. 교육 여건도 규모의 경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서 통폐합 이전보다 좋아질 뿐만 아니라, 교원들도 일정수 이상 유지되어 누가 가고 누가 오느냐, 즉 교원인사에 의하여 학교의 교육활동이 급격하게 좌지우지되는 일이 없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소규모학교 통폐합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듯이 일정 수의 학생과 학급을 기준으로 그것에 미달하는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은 어느 정도

  • 대북정책 일관성 상호주의서 찾아야

    대북정책 일관성 상호주의서 찾아야 지면기사

    오는 5월 29일 제19대 국회가 출범한다. 임기 개시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국회의원 300명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분위기이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의 거취가 아직도 논란중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 절차의 공정성에 대해 많이 보도되고 있는데, 일부 언론들은 일부 비례대표 당선자의 북한정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집중 보도하고 있다.북한 이슈는 한국 사회를 나누는 주요한 이념적 기준이다. 북한은 직간접적으로 남한 정치의 큰 축이 되어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소위 남남갈등은 김대중 정부 시기에 심화되어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내기에서 강한 바람은 실패하고 따뜻한 햇볕이 성공했다는 이솝우화를 근거로 김대중 정부는 따뜻한 대북정책을 추진하였다.따뜻한 대북정책은 다른 이솝우화로 비판되기도 한다. 숲은 도끼자루가 필요한 나무꾼에게 나무 한 그루를 선의로 주었지만, 나무꾼은 그 도끼로 숲의 많은 나무를 베었다는 이야기이다. 즉 대북지원은 남침 능력만 강화시켰다는 주장이다.적대적인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지속적인 관용이 있어야 한다. 3년의 전면전과 60년의 냉전을 겪고 있는 남북한이 상대의 마음을 단기간에 얻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마음보다 행동이 협력적이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상호협력을 실현시키는 방법은 상호주의가 거의 유일하다. 적대적인 상대에게 무조건 강경하거나 무조건 유화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상호협력에 도움 되지 않는다. 대신에 상대의 행동과 유사하게 대응하는 것이 상호협력을 실현시킨다. 만일 상대가 나의 행동대로 행동한다면, 나의 협력은 곧 상호협력이고, 나의 적대는 곧 상호적대이다. 상호적대보다 상호협력이 더 나은 상황에서는 내가 협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대북정책 기조가 승공(勝共)이었던 20여년 전, 필자가 남북한 공영(共榮)을 위한 상호주의 대북정책을 제안했을 때 비판이 있었다. 북한에게 호의적 행동을 먼저 행한 후 그 다음부터는 북한의 행동과 동일한 선택을 하는 상호주의는 대북 유화 정책이라고 비판되었다. 그러던 대북 상호주의는 대북정책

  • '양치기 정부'와 신뢰사회

    '양치기 정부'와 신뢰사회 지면기사

    많은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선거 때나 조금 신경을 쓰지 평상시에는 정치이야기가 나오면 TV나 라디오를 꺼버린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정치인을 싸움이나 하고 모두 '썩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는 정치 자체를 외면해 버린 탓이다. 2008년 시사주간지인 시사저널이 '미디어 오늘'에 의뢰해 발표한 직업별 신뢰도 여론조사를 보면 33개 직업군 가운데 소방관과 간호사가 1, 2위를 차지했고, 정치인은 꼴찌(33위)를 했다.왜 국민들은 정치인을 믿지 않을까? 무엇이 정치인들로 하여금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게 한 것일까? 만일 한 국가에서 그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치인이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했다면 그 국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신뢰(Trust)'에서 신뢰는 한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관습, 도덕, 협동심과 같은 사회적 자본이 경제에서 매우 중요하며, 신뢰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상대방을 잘 믿지 못하기 때문에 협력이 어렵거나 협력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용은 결국 사회 또는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게 된다는 것이다. 2012년 5월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가? 우리 국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정부가 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가? 광우병 파동 당시인 2008년 5월 정부는 주요 일간지에 '국민의 건강보다 더 귀한 것은 없습니다. 정부가 책임지고 확실히 지키겠습니다'라고 광고를 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는 이 광고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1.즉각 수입 중단 2.이미 수입된 쇠고기 전수조사 3.검역단 파견 현지실사 4.학교 및 군대급식 중지를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자 정부는 미국에 검역단을 파견했을 뿐이다. 청와대는 "현재 미국에서 광우병 걸린 쇠고기가 우리에게 들어올

  • 사바나 원칙

    사바나 원칙 지면기사

    대체적으로 남자는 왜 여자의 유방이 더 큰 쪽을 선호하는가. 얼마 전에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변을 들었다.애초에 인간 여성의 유방이 다른 영장류의 경우보다 더 발달한 것은, 인류의 조상이 일어서서 걷기 시작하면서, 수컷을 유혹하던 암컷 엉덩이의 역할을 유방이 대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그러나 남자가 풍만한 가슴을 가진 여자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가슴이 작은 여자도 자기 아이가 먹을 모유는 가슴이 큰 여자들만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던 중 1990년 말에 한 과학자가, 풍만한 무거운 가슴이 작은 가슴에 비해 나이가 들면서 훨씬 눈에 띄게 처진다는 사실을 관찰해냈다. 작은 가슴은 나이가 들어도 모양이 크게 변하지 않는데, 이 때문에 남자는 여자가 작은 가슴보다는 풍만한 가슴을 가졌을 때 그 여자가 젊은지 늙었는지를 판별하기가 훨씬 쉽다고 볼 수 있다.그리고 여자가 젊을수록 남자의 씨를 퍼뜨릴 수 있는 번식 능력이 더 월등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남자는 자연스레 가슴이 풍만한 여자에게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고 가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최근에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진화심리학의 '사바나 원칙'이라는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사바나 원칙에 따르면, 인류는 수십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왔는데 1 만 년 전에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수렵채집을 하며 살아가던 시기부터 진화가 멈추었다고 한다. 그 후로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도 급속하게 변화하는 것을 진화가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두뇌는 석기시대의 두뇌라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여전히 석기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탓에, 우리는 사실상 과학적 발명품들은 물론이고 경찰이나 법정이라는 것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 채,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는 것과 번식에 성공하여 자기 유전자를 퍼뜨리려는 심리적 기제를 여전히 지닌 채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게 진화심리학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그리하여 진화심리학은 사람들이 텔레비전 앞에 몰려드는 이유, 남자들이

  • 세계화시대 핵심 덕목으로서의 글로벌 소양

    세계화시대 핵심 덕목으로서의 글로벌 소양 지면기사

    우리 사회의 안팎에서 현재 진행되는 다양한 변화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 세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경남 창원에서 지난 4월 열린 교육도시 세계연합총회는 40여개 국에서 시장 등을 포함하여 300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참석하였는데 지방의 세계화를 체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요즈음 우리 젊은이들은 스파게티와 와플을 즐겨먹고, 잉글랜드에서 뛰는 박지성 선수나 이청용 선수에게 열광하며, 외국인과 스스럼없이 소통한다. 외국의 젊은이들도 우리 음식인 비빔밥에 반하고, K-팝 등 한류에 열광한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프리드만이 지적하였듯이, 경제적 차원에서 지구는 이미 평평해졌으며, 자본의 흐름 앞에 국경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는 곧 앞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활동하게 될 게임의 무대 역시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경을 모르는 또 다른 불청객이 있으니 바로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빈곤, 불평등과 같은 글로벌 차원의 위기 요소들이다. 빈곤이나 불평등은 자국 내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으며, 환경 위기는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이렇게 인적 교류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문화, 환경 등에서 바야흐로 우리 시대의 거대한 흐름인 세계화는 가장 중요한 변화인 동시에 기회와 위기를 함께 만들어내는 야누스적 현상이다. 따라서 우리 젊은이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복잡하게 진행되는 세계화를 이해하고, 그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소양(global literacy)일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새로운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 한편, 세계 여러 나라와 더불어 글로벌 위기를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며 인류의 지속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소양을 갖출 필요가 있다.첫째, 우리 젊은이들이 무엇보다도 외국어 의사소통능력을 증대시켜야 한다. 개방과 교류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외국어에 의한 의사소통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어의 위상을

  • 선거분석 유감

    선거분석 유감 지면기사

    지난 4월 23일부터 제18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진행되고 있다. 언론들은 지난 4·11선거의 결과를 갖고 연말 대선에 대해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첫째, 4·11선거의 결과를 '황금분할'로 표현하고 있는데, 오는 대통령선거는 어떤 결과가 되어야 황금분할인가? 대다수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선거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루소가 말한 '일반의지'와 같은 유권자의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4천만 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서로 조율해서 의도대로 황금분할을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하다. 선거결과는 유권자 모두의 뜻을 합산한 결과일 뿐이다.둘째, 특정 정당이 승리하고 다른 특정 정당이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들이 선거 후 많아졌는데, 오는 대통령선거 결과도 그렇게 잘 알 수 있는가? 미리 예측하는 것은 지나간 일을 끼워 맞추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패배할 줄 그렇게 잘 알았더라면 왜 선거 전 미리 분명히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패배한 정당의 지도부는 반문할 것이다.선거 전 명확히 언급되지 않던 요인들이 선거 후에는 승리 요인 아니면 패인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잘못된 원인 분석이 많다. 사후 합리화뿐 아니라 틀린 선거 전망도 있었다. 특정 지역을 야도(野道)로 단정한 주장이나 엄청난 비용으로 실시된 설문조사가 그러한 예이다. 모두 전문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셋째, 선거 후 유권자 표심을 '홍동황서(紅東黃西)'의 컬러지도로 나타내고 있는데, 대통령선거에서도 동쪽은 붉은 색이고 서쪽은 노란 색일까?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그러한 지도가 유용하다. 왜냐하면 특정 지역에서 이긴 후보가 그 지역의 선거인단을 다 갖기 때문이다.이와 달리 우리 대통령선거에서는 두 후보가 각각 60%와 40%의 득표율을 얻는다면 그 비율대로 표도 나눠 가진다. 4·11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강원과 울산에서 100% 의석을 가져갔지만 정당득표율은 절반에 불과했다. 반면에 서울에서 새누리당은 의석을 3분의1만 차지했지만 정당득표율은 절반에 가까웠다. 따라서 4·11선거로 대통령선거를 전망할 때의 지도

  • '불편한 진실'

    '불편한 진실' 지면기사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자유선진당 5석 그리고 무소속이 3석을 차지했다. 18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친박연대가 얻었던 의석이 모두 167석이었으니 15석이나 줄었지만 선거 몇 달 전 120석도 어렵다는 말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완승이나 다름없다. 반면 18대 때 81석이었던 민주통합당은 46석을 늘려 127석을 차지했지만 당초 제1당은 물론 과반수 의석까지 노렸던 것을 생각하면 참패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어쨌든 새누리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새누리당은 결코 이길 수 없었던 선거를 이긴 것이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결코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 왜 그랬을까? '反한나라 非민주당'은 최근 선거에서 수차례 반복되어 유권자들의 귀에 못이 박이게 들어온 말이다. 이명박 정권 4년의 실정과 부정부패의 대명사인 한나라당에 대해 반대하지만 내부 분열과 정치적 추진력이 고갈돼 대안세력이 되지 못하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안철수 교수의 지지를 받은 박원순 시민단체대표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유권자의 선택지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은 총선을 앞두고 변화를 모색했다. 한나라당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하고, 당의 상징색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꾸는 과감한 변신을 꾀했다. 과거 새누리당의 전신이었던 한나라당, 신한국당이 선거 때면 어김없이 써먹었던 '색깔론'을 생각하면 이는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실 내용이 바뀐 것은 별로 없다. 제도나 기구도 그대로이고 당헌 당규도 큰 변화가 없다. 사람들도 개혁적인 새로운 인물들로 바뀌었다기보다 친이 중심에서 친박 중심으로 이동한 것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새누리당으로 바뀐 것이다. 그것 뿐이다. 사람과 제도가 거의 그대로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침대는

  • 작은 수레와 큰 수레

    작은 수레와 큰 수레 지면기사

    선거철이 되면 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근래 들어 새로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철저히 이기적인 존재다.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사실은 좋은 평판을 얻어 장차 다른 곳에서 부수적인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이라고 한다.심지어 부모가 자식들을 위해 희생적인 사랑을 베푸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식들이 생존할 수 있게 도움으로써 자신의 유전자가 계속 복제되게 하려는 바람의 결과라는 것이다. 요컨대 인간에게 비상호적 이타주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우리가 늘 보다시피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헌신하겠다고 공언한다. 우리는 그들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투표를 하는 것과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 사이에는 흡사한 점이 있다. 진화심리학은 충실한 남편과 비열한 남자를 분명히 나눠놓고 있다.여자들은 장기적 짝짓기 전략을 추구하는 남자와 단기적 짝짓기 전략을 추구하는 남자들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여자는 미혼모가 될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럴 경우 그녀와 자식들의 생존확률은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남자들은 정조를 지키는 아내와 바람을 피우는 아내를 구별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뻐꾸기처럼 자기 둥지 속에 다른 사람의 씨가 들어앉아 있는데도 그런 줄도 모르고 그 아이를 키우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장기적으로 동행할 수 있는 충실한 남편과 절개를 믿을 수 있는 아내를 선택해야만 이용당하거나 기만당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기심이 인간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마당에 이는 실로 어려운 일이다. 물론 우리 주위에는 그런 이기적 본성을 경계하고 넘어서려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서 묵묵히 실천하고 수행하는 사람들이다.다시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머릿속에는 오직 자신의 생존만을 최우선의 목표로 생각하는 파충류 뇌라는 게 있는데, 부처의 가르침은 사실 그 파충류 뇌의 준동을 제어하려는 노력과 깊은 관계가 있

  • '놀토'의 진정한 의미 살리려면…

    '놀토'의 진정한 의미 살리려면… 지면기사

    주 5일 수업제인 '놀토'가 전면적으로 시행된 지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놀토는 정규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다. 학생들은 놀토에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의 장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방문할 수도 있다. 물론 학생들은 스스로 모자란 공부를 보충할 수도 있다. 놀토는 지난 해 7월1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까지 확대된 주 5일 근무제의 시행이라는 우리 사회의 근로환경의 변화 추세에 부응하여 학교에도 도입된 것이지만, 교육적으로도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무엇보다도 놀토는 주로 학교에 한정되었던 교육의 장을 지역사회로 확장함으로써 교실에서의 교과학습에 매몰되어 있던 아이들에게 체험적 교육활동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놀토는 학생들이 학교라는 제한된 교육공간을 벗어나서 다양한 장소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도 있고, 문화나 예술, 체육활동에 참여하면서 지·덕·체의 균형잡힌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가정의 교육적 기능 회복이란 측면에서도 놀토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가족 구성원들은 이전에 비하여 더 늘어난 대화와 소통, 경험의 공유를 통하여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상호 이해를 통해 세대간의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을 하면서 가족의 교육적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하지만 놀토의 이러한 교육적 의미를 살리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기관들이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놀토는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지역사회가 여가 활용에 대한 주민들의 다양한 필요와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과도기적으로 학교가 여전히 안전한 공간으로서 대체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는 있다. 그런데, 학교가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없는 일이다.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기관이 나서야 한다. 그래서 놀토에는 학생들은 학교 '안'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 체험 활동을 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