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전호근 칼럼] 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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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 소년이 온다 지면기사

    계엄선포에 평화로운 일상 산산조각 최고권력자의 어이없는 불장난 분노 45년만 반복된 비극, 희극으로 재현 한강 ‘소년이 온다’ 기시감 어른거려 올겨울, 내 안의 소년도 광장에 설 것 ‘시민 여러분, 도청으로 나와주십시오. 지금 계엄군이 시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함께 나와서 싸워주십시오. 그 목소리가 멀어진 지 십 분이 채 되지 않아 군인들의 소리가 들렸다. 그런 소리를 그녀는 처음 들었다. 박자를 맞춘 군홧발 소리, 보도가 갈라지고 벽이 무너질 것 같은 장갑차 소리, 그녀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 [이재우 칼럼] 미래 시그널을 제대로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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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칼럼] 미래 시그널을 제대로 읽자! 지면기사

    미래 읽기에는 트렌드 등 개념 중요 특히 ‘초고령화’는 대표 메가트렌드 지속적 사회·경제 전반 영향 원인 장기 전망엔 위크시그널 등 활용도 국가 등 합리적·체계적인 대비 가능 얼마 전 업무차 방문한 부산 해운대는 금요일 오후인데도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길을 걷다 보니 타로 집과 점집이 곳곳에 늘어서 있었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깜짝 놀랐다. 해운대는 관광지이므로 사람들이 재미 삼아 가볍게 운세를 보거나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 점을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연말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내년의 운세를 보거나, 미래를 전망하는

  • [박석무 칼럼] 수신(修身) 제가(齊家)가 그리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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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칼럼] 수신(修身) 제가(齊家)가 그리운 세상 지면기사

    ‘수신’과 가루(家累) 돌보는 ‘제가’ 요즘같은 때 참으로 중요하다 느껴 오늘날 대통령의 ‘제가’에 관한 일 국민 공분사며 공정·상식서 벗어나 YS·DJ라도 따라가야 하지 않겠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너무도 자주 언급되고 항다반으로 사용하는 말이어서 더러는 그 중요성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 진가를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요즘처럼 국가 지도자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며, 지도자의 아내에 대한 문제가 온 세상에 들끓고 있는 때를 맞다 보니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는 ‘수신’

  • [윤인수 칼럼] ‘현실의 법정’과 ‘민심과 역사의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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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현실의 법정’과 ‘민심과 역사의 법정’ 지면기사

    이재명 징역선고에 정치권 강제 퇴장 위기 野, 정치 검찰에 부역한 정치 판결로 단정 與 ‘공동운명체’ 민주당 공세에 속수무책 최종판결에 이르는 사법부 재판속도 중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4개 재판의 12개 판결 중 첫 판결이다. 25일엔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 재판이 열린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및 성남FC 불법후원금 사건 재판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재판은 지난한 1심 진행 양상을 보면 차기 대선 전 대법원 확

  • [방민호 칼럼] 포항의 문학인 한흑구의 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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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칼럼] 포항의 문학인 한흑구의 한 삶 지면기사

    일제강점기 미국서 영문·신문학 공부 美 군정청 통역관하다 포항으로 떠나 출세·성공 버리고 평화로운 삶 선택 산문시처럼 시적인 구성을 가졌던 그의 수필 그토록 아름다웠던 이유 아침 일찍 포항으로 가는 KTX에 올랐다. 오랜만이었다. 경북매일신문이 버티고 있고, 포항 사람 이대환 작가가 오래 살아온 곳이었다. 바로 며칠 전 포스코 공장에 불이 났다고 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그곳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포항 아니라 이 나라에서 포항의 그 공장은 무시될 수 없다. 이번의 포항행은 한흑구라는 문학인 때문이었다.

  • [전호근 칼럼] 선한 의지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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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 선한 의지의 가치 지면기사

    근대 윤리학 서막 연 임마누엘 칸트 선한 의지, 행위 그 자체만으로 선해인류 평화 기원한 그의 철학과 달리 무력함 증언하듯 지구촌 곳곳에 전란 그럼에도 '선한 의지' 가치 줄지 않아 1724년 4월22일, 프로이센의 항구도시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는 살아서 한 번도 자신의 고향을 벗어난 적이 없었으며 죽어서도 그곳에 묻혔다. 그는 평생 책과 논문을 쓴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그는 혼란을 종식시킨 위대한 정치가도 아니었으며 새로운 것을 발명하거나 생명을 구하는 약을 만들지도 않았지만, 그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을 때 도시 전체가 조종을 울렸다. 독자들이 짐작하듯 그는 바로 임마누엘 칸트다."이 세상 어디에서든 아무 제한 없이 선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선한 의지뿐이다. 선한 의지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만으로 무언가를 원하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선하다. 비록 이 선한 의지가 자신의 의도를 실현할 능력을 전혀 지니지 못하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선한 의지만 남는다 하더라도 선한 의지는 자신 안에 완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보석처럼 빛난다. 유익함이나 무익함은 선한 의지의 가치에 아무것도 더하거나 뺄 수 없다."근대 윤리학의 서막을 알리는 이 문장은 칸트가 정언명령에 앞서 인간이 윤리적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자질인 선한 의지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밝히는 대목이다. 그는 '도덕형이상학 서설'에서 선한 의지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의지 자체가 선하기 때문에 가치를 지닌다고 이야기한다. 칸트는 종교적 신앙이나 공동체의 관습 등 기존의 권위가 모두 무너져 가던 혼란의 시대를 살면서 개인의 덕성이나 경향성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따르기만 하면 윤리적으로 올바른 행위를 할 수 있는 법칙이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정언명령이라는 도덕률을 창안했다.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행위에 앞서 세 가지 단계의 판단을 거친다. 첫째,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인간은 누구나 하

  • [이재우 칼럼] 기초과학 지원이 미래 혁신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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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칼럼] 기초과학 지원이 미래 혁신의 열쇠 지면기사

    노키아, 삼성·애플에 밀려 퇴출첨단 디지털 시장은 혁신이 필수올해 가장 주목 받는건 인공지능예산 삭감 기초과학 연구 붕괴직전후속 세대 투자 노벨상 꿈 꿀 자격여러분도 알다시피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 품목 중 하나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막대한 매출을 올리며 새로운 반도체 산업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이를 소홀히 한 기업들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한국의 가전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자동차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가전, 자동차 외에도 한국의 여러 산업 제품은 세계적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기 쉽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제지업과 고무 회사에서 전자 통신장비 업체로 변신하여 휴대전화 시장에서 한때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스마트 폰 시대로 넘어가면서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결국 퇴출당했다. 이처럼 첨단 디지털 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끊임없는 혁신이 필수적이다.올해 가장 주목받은 디지털 기술은 단연 인공지능이다. 노벨 물리학상은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원리를 발견한 학자들에게, 노벨화학상은 단백질 접힘 구조를 예측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폴드'를 개발한 팀에게 수여되었다. 인공지능도 암흑기를 겪은 바 있다. 첫번째 암흑기는 1974년부터 1980년까지로 정부의 연구비가 끊기고 인재가 떠나갔다. 두번째 암흑기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였으며 이 기간에도 연구자들은 연구비가 끊겼고, 대학원생들마저 떠났다. 그러나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튼 교수는 그 암흑기에도 연구를 멈추지 않고 '백프로퍼게이션 알고리즘'을 개발해 인공지능 연구의 혁신을 일구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노벨상을 받은 이유는 "캐나다 정부가 기초과학 연구를 꾸준히 지원했기

  • [윤상철 칼럼] 역사의 정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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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철 칼럼] 역사의 정치화 지면기사

    역사는 늘 민족주의적 신화로 덧칠고종 '개혁군주'·'매국노' 상반 평가 '日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 대학교수이러한 역사적 쟁점 우리 주변 산적재해석, 수용·합의로 공동체 통합을정치적 사안들이 사법영역에서 판가름되는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가 논란이다. 그러나 정치계급 내부의 담합이나 법치주의의 파괴에 비하면 지연된 사법화가 더 문제로 인식되곤 한다. 이에 비해 '역사의 정치화'는 그 과정이나 결과에 있어서 사회적 부가가치를 낳는다고 보기 어렵다.역사는 늘 국가주의적 혹은 민족주의적 신화로 덧칠되기 마련이다. 역사적 사실이 과장, 축소, 은폐되기도 하고, 왜곡된 '이름 짓기'가 행해진다. 물론 역사의 신화화는 민족적, 국가적 자긍심과 가능성을 높이는 시도이다. 그러나 역사적 변형이 현재의 정치적 관점을 정당화하거나 현재의 정파적 정당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즉 정치화의 결과물이라면 지극히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대한제국의 고종은 '비운의 개혁군주'와 '매국노'라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한다. 이러한 평가들은 조선의 가혹한 수탈체제를 거론하지 않고, 해방 후 왕정복고는 거론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일본총독부에 의해 실시된 토지조사사업은 일본인들의 토지 수탈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었다는 근거 박약한 평가도 있다. 조선의 쌀 수출에 대해서도 자본주의적 무역거래였다는 주장과 일방적 수탈이었다는 주장이 공존한다. 우리 독립군의 일본군에 대한 압도적 승전으로 알려진 청산리전투와 봉오동 전투도 객관적으로 검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더 원천적으로 일본식민지시기를 기존의 일제시대나 왜정시대가 아닌 이른바 '일제 강점기'로 부르는 의미는 무엇일까? 일본에 의한 병탄 이전에 갑신정 변과 갑오경장을 거치면서 근대적 개혁엘리트세력이 왕조권력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고, 임오군란 이후 군대해산을 거치면서 국가의 군사력이 해체되어버리고, 백성들은 왕조권력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 정작 한일합방 당시에는 일제의 무단체제에 저항할 아무런 잠재력도 없었던 점을 은폐하고 있다

  • [박석무 칼럼] 지도자의 말은 온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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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칼럼] 지도자의 말은 온유해야 지면기사

    '반자유'·'반통일'·'반국가 세력'들국가보안법 적용 엄벌 처할 대상유능한 검찰 동원 왜 처벌 안하나비판자들 공산주의로 몰아선 안돼상식·공정 부응 정치복원 바랄뿐"사회 내부에 암약하는 반국가 세력", "반자유·반통일·검은 선동세력" 등의 말들이 근래 지도자의 언어에 등장하고 있다.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하여 폭력과 여론몰이, 그리고 선전·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분열을 꾀할 것"이라며 "혼란과 분열을 차단하고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북한을 경계하자는 말이겠지만, 단속과 척결의 대상이 내부 비판 세력을 겨누고 있다는 점에서 '공안 분위기'의 조성이자 '북풍몰이'의 일환이라는 지적까지 있으니, 말이 너무 무섭기만 하다. 지난해의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을 언급하여 권력의 비판 세력에 대한 적대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었다.이런 말들을 듣고 보면 50년 전의 유신독재 시대를 회상하지 않을 수 없다. 1972년 가을, 독재자는 영구집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유신헌법을 선포하고 그에 대한 털끝만큼의 비판이 있으면, 그런 비판 세력은 무조건 '반국가 세력' 및 '반국가 단체'라는 딱지를 붙여 혹독한 탄압을 가했다.내가 겪은 경험을 기억한다. 유신 선포 직후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함성'이라는 유인물을 제작하여 몇 군데에 뿌렸다. 내용은 반민주의 유신을 비판한 글이었다. 악법을 비판한 내용만으로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리기가 어렵자, 몇몇 학생들이 데모나 한번 하자고 모여서 논의한 사건과 결부시켜 '반국가 단체 구성 예비음모'라는 죄명으로 모두를 구속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나는 그때 교사 신분으로 유인물의 제작은 물론 학생들의 식당 모임 자체도 모르는 사실인데, 엄청난 고문으로 허위 자백한 학생들의 진술만으로 '함성'지 제작을 지령하고, 학생들 모임도 지시한 수괴로 둔갑하여 구속되고 말았다. 1심 재판은 모

  • [윤인수 칼럼] 15개월 남은 수도권 쓰레기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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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15개월 남은 수도권 쓰레기 시한폭탄 지면기사

    2025년 수도권매립지 폐쇄 앞두고 대책 전무 소각장 신증설 계획마저 주민 반대로 표류중민간 처리 확대 시 소각재 매립도 물건너가정부가 특별위원회·예산으로 일도양단해야서울시 자치구청들이 생활폐기물을 경기, 인천의 민간소각장에서 태우고 있다. 송파구 등 7개 구청이 지난 3년간 경기, 인천에서 태운 쓰레기가 5만t을 훌쩍 넘는다. 서울시에 4개 뿐인 공공소각장으로는 다 처리할 수 없어 남은 쓰레기다. 안고 있을 수 없으니 내보내야 한다. 경기, 인천 공공소각장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니 민간업체에 입찰로 맡긴다.공공소각장은 행정과 민간의 감시를 받는다. 쓰레기 반입량과 종류를 따진다. 반출 지역은 12월부터 반입지역에 '반입협력금'을 지불해야 한다. 쓰레기를 대신 태워주니 감사하다는 성의 표시다. 그런데 민간소각장은 감시도 규제도 없고 처리비용만 주면 된다. 용산구는 공공시설인 마포소각장이 거부한 폐합성수지를 인천 서구의 민간소각장에서 태웠다. 환경부는 민간소각장 처리에는 반입협력금 지불도 유예했다. 서울 자치구들에게 당분간 양껏 경기, 인천 민간소각장을 이용하라는 얘기다.2020년 8월 이 칼럼에서 '현실로 다가오는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경고했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 폐쇄를 앞두고 대책이 전무한 실정에 분개했다. 당시엔 5년 후의 위기였지만, 이제 15개월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대책은 없다. 2021년과 올해 대체매립지를 공모하는 시늉을 냈지만 세차례의 공모에 응한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환경부와 경기·인천·서울 4자협의체는 4차 공모를 실시한다지만, 자기 지역에 매립지를 신청할 간 큰 단체장은 없다고 봐야 한다.소각장도 마찬가지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폐쇄를 전제로 지역내 소각장 신증설 계획을 수립했다. 환경부도 쓰레기 감축 및 쓰레기 발생지 처리 정책의 일환으로 지자체에 소각장 신증설을 강요했다. 2026년부터 생활쓰레기 직매립을 금지하고 소각재만 묻도록 했다. 수도권매립지 연장 사용을 위한 명분 축적용이었다. 수도권매립지 존폐에 대한 인천시와 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