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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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기권 없는 투표로 3류정치 감당해야 지면기사
與 힘 실어주면 정권 불통·독주 날개 달수도野 찍자니 범법 혐의 받는 사람 비호하는 꼴'정권심판' vs '야당심판' 잔혹한 밸런스게임높은 투표율로… 현명한 국민이 대답할 차례'착하지만 무능력 vs 악마지만 똑똑.' MZ세대들이 즐기는 밸런스게임에 자주 나오는 질문이란다. 게임이 아니면 금방 답하기 힘든 묵직한 질문이다. 밸런스게임은 어떤 선택을 해도 웃고 넘기는 오락성이 미덕이다. 극단적으로 대칭적인 질문 자체가 가정이니, 답도 심각하게 고민할 이유가 없어 가능한 게임이다. 같은 질문이 실제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선택의 양상은 복잡하고 다양해진다. 단숨에 선택하거나 고민하며 선택을 미루는 사람들이 있을 테고 아예 선택을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내일이 22대 국회의원선거일이다. 지난주 사전투표한 31.3%를 제외한 남은 유권자들이 본투표에 나선다. 유권자에게 이번 총선은 역대급 밸런스게임이다. 선택지는 '정권심판 vs 야당심판'이다. 심판이 주제이니 정당들의 선거 캠페인엔 상대의 죄명과 혐의가 빼곡하다. 야당은 여당이 승리하면 무능한 정권이 나라를 망칠 거라 주장한다. 여당은 야당이 승리하면 법적 도덕적 파산자들이 국민을 지배할 것이라 반격한다. 여야의 주장대로라면 여당이 이기면 나라가 망하고, 야당이 승리하면 국민이 망한다.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해도 대한민국은 망한다니 연역의 결론이 황당하다.민주주의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 수레바퀴로 굴러가고 좌익과 우익 두 날개로 비행한다. 바퀴 하나가 고장나면 수레는 좌우로 제자리를 맴돌고, 한쪽 날개가 상하면 좌우로 한없이 선회한다. 크기와 강도가 다른 두 바퀴 보다 부실해도 크기가 비슷한 두 바퀴가 낫다. 그래야 느리게나마 수레를 굴릴 수 있다. 국민은 역대 선거에서 정교하진 않아도 수레를 굴릴 수 있는 정도로 바퀴의 크기를 엇비슷하게 조율해왔다. 지난 총선에서 두 바퀴의 균형이 깨지자 대선에서 부실한 바퀴를 보강해주는 지혜를 발휘한 유권자들이다.본투표를 하루 앞둔 유권자들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여당을 지지하자니 정권의 무능을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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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칼럼] 위태로운 미래 지면기사
교육부, 대대적으로 무전공제 확대입학생들 2년동안 교양과목만 수강정부, 올해 R&D 예산 14.7% 삭감연구의지 꺾어 기초학문 붕괴 가속미래세대 미래 빼앗을 권리 있을까교육부의 전공 선택권 확대 정책, 정부 R&D 예산 대폭 삭감은 기초학문의 몰락을 심화시키고 있다. 대학교에서 기초학문은 자연과학대학, 문과대학, 사회과학대학 등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학문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연과학대학의 물리학과, 문과대학의 철학과, 사회과학대학의 경제학 등은 대표적인 기초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에 대학교 및 학과 평가가 진행되면서 학부제가 대대적으로 확대되었다. 입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학부제를 시행하였지만, 부침을 겪었다가 대부분 학과제로 되돌아갔다. 최근에 교육부는 다시 무전공제를 대대적으로 확대하려고 한다.학부제나 무전공제는 대학교 1·2학년을 마치고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이다. 무전공제는 학생들이 1~2년 동안 전공 없이 교양 위주의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전공을 결정하는 제도이다. 교육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이란 명목으로 전국 대학 정원의 약 30% 정도를 무전공으로 뽑으면 정부예산 약 1조원을 각 대학에 지원한다고 한다. 한 대학당 약 75억원이 넘는 국고가 지원되기 때문에 사립대학은 이 돈을 따기 위해서 무전공 확대에 목을 매고 있다. 15년 동안 대학등록금 동결, 입학 정원 축소, 물가상승 때문에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은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무전공 확대는 대학의 자율적인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사립대학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무전공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무전공의 확대는 전자공학, 컴퓨터 공학, 인공지능, 반도체, 경영 등의 인기 학과로 학생 쏠림을 유발한다. 사실 무전공제는 거의 2년 정도의 시간을 허비하는 제도이다. 입학생들은 2년 동안 전공 없이 가벼운 교양 과목만 수강하게 되어 전공 지식이 부족한 교양인을 양성한다. 융합학과 역시 공대 위주의 교양인을 양성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공과대학은 여러 정부 부처의 인력 양성사업과 기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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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다산 선생의 묘제(墓祭) 지면기사
후손들과 무관·선생 학문과 사상탁월한 경세가 애민정신 숭앙하는후학들 모여 올리는 '특별한 제사'공정·청렴하지 않은 공직자 많아묘소앞에서 '공렴' 배워 실천해야계절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4월 봄이 오자, 산야에는 복사꽃이 만발했다. 해마다 피어나는 복사꽃, 그 꽃이 피면 우리는 다산 선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836년 음력 2월22일(양력 4월7일), 복숭아꽃이 만발한 그 날 선생은 75세를 일기로 이승을 하직하고 말았다. 그러니 오는 7일은 선생이 세상을 떠난 188주년의 기일(忌日)이다. 선생은 15세의 4월7일, 16세의 홍씨부인과 결혼식을 올렸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75세의 4월7일은 선생이 회혼(回婚)을 맞는 날이었다. 회혼례를 치르려고 가족·친척·제자들이 모여들던 그 날 아침 8시쯤 눈을 감았으니 회혼례의 음식들은 제수(祭需)로 변했다.결혼 60주년을 맞은 선생은 깊은 감회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병고에 시달리며 죽음을 기다리던 선생, 그 3일 전인 4월4일, 몽롱하던 정신이 총총하게 돌아와 '회근시(回근詩)'라는 제목으로 시 한 수를 읊었다. "60년 풍상의 세월 눈 깜짝할 사이 흘러가/복사꽃 활짝 핀 봄 결혼하던 그해 같네/살아 이별 죽어 이별이 늙음 재촉했으나/슬픔 짧고 기쁨 길었으니 임금님 은혜 감사해라…." 500권 이상의 방대한 저서를 남긴 대학자가 죽기 3일 전에 읊은 시의 한 구절이다. 말하자면 선생의 절필(絶筆)시였다. 결혼하던 무렵에 피었던 복사꽃, 죽음에 임박한 그때에도 복사꽃은 만발했다. 꽃대궐 속에서 다산은 운명했다. 그러면서 그의 인생을 정리한 한 대목은 참으로 멋지다. '슬픔 짧고 기쁨 길었으니 임금님 은혜 감사해라(戚短歡長感主恩)'라는 표현에서 긍정적인 일생으로 평가했으니, 그의 인생관은 또 얼마나 크고 넓은 관대한 삶이었던가.두 번이나 감옥에 갇혀 국문을 받느라 죽음 직전의 고통에 시달렸고, 모략 중상에 걸려 18년의 긴 유배 생활로 찌든 삶을 살았건만, 슬픔은 짧고 기쁨은 긴 인생이었다니, '유림의 대업(儒林大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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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수 칼럼] 오는 총선에 딥페이크나 생성형 AI 등의 대비책은 지면기사
전문가도 식별하기 힘들게 발전선거에 악용되면 중차대한 범죄유권자 판단 악영향… 결과 왜곡SW공급망·모바일 기기·IoT 등사이버공격·해킹 막을 대책 필요올해는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 여러 곳에서도 주요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구글, 메타, 틱톡, 애플, MS 등 세계적인 테크들이 '생성형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딥페이크' 확산을 막기 위해 사용 제한에 주의를 기울이고, 국내 주요 포털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 AI로 만들어진 이미지에 태그를 붙이거나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자동 감시하는 대응책을 개발하는 등의 여러 조치도 취하고 있으나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손도 거의 못대고 있는 실정이다.딥페이크(deepfake)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과 가짜(fake)를 합친 용어로, 영상이나 사진 등의 매체를 통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나 말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가리킨다. 이는 일반적으로 인물의 얼굴을 합성하여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하거나, 원래 없던 상황을 만들어내는 등의 조작기술도 의미하며, 유권자의 판단력을 혼란스럽게 함으로써 개인 정체성을 왜곡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전문가도 쉬이 식별하기 힘든 수준까지 발전했으며, 총선에 악용된다면 민주주의의 중차대한 범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지난 총선에선 사전투표에서 부정선거에 대한 이의제기를 한 사례가 있었으나, 오는 총선에선 후보자나 지인이 경쟁 후보자에 대해 가짜뉴스인 딥페이크를 숏폼으로 SNS에 전파하는 데에 우려스러움도 있다. 연초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딥페이크를 활용한 선거운동은 더 이상 금지되었지만, 유권자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이 영역의 어딘가를 거짓으로 만든다면, 후보자의 정체성이 침해돼 유권자의 판단에 악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왜곡시킬 수도 있다.총선에 생성형 AI에 대한 염려스러움과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자.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생성형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갖춘 시스템으로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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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 다투기만 하기에는 너무 좋은 봄날이다 지면기사
오늘날 정치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정확히 대변하거나 국가 전달보다정치인의 논리·이익추구 경향 강해선출된 의원 싸운만큼 대변 안해줘'아름다운 봄' 모두가 평온해 보자외할아버지는 만년 야당이셨다고 했다. 매일같이 '동아일보'가 배달되었다.내 고향은 예산 하고도 북문리, 교통 편이 마땅찮은 그곳에는 우체부가 하루하루 신문을 배달해 주어야 했다. 우표를 붙인 띠를 두른 신문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하기는 이런 신문 배달은 우리 대학 다닐 때까지 있었다. 친구네 학교 학보가 배달해 오기를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다.외할아버지는 부지런한 분이셨는데, 세상에는 늘 불만이 많으셨던 것 같다. 해방 되고 나서 면장도 지내신 적 있으셨다는데, 언제인지는 확실치 않고, 6·25 전쟁 때는 인민군, 좌익을 피해 외할머니 친정 쪽으로 피신을 하시기도 했단다. 만년 야당이라는 것과 6·25 때 피신을 하셨다는 것이 어느 때까지 잘 연결이 안 되어 내 딴에는 애를 먹기도 했다.외할아버지는 우리 어머니를 포함하여 자녀를 5녀 1남을 두셨다. 외숙모가 예산 분이셨는데, 외숙모의 부친, 그러니까 우리 외할아버지 사돈되시는 어른은 여당이라셨다던가? 두 분이 다 바둑을 좋아하셔서 자주 북문리에 오셨다는데, 정치 이야기 끝에 다툼이 일어 일어나 가시곤 했단다.아버지는 옛날 여당이셨고, 나는 늘 야당이었는데, 내 형제들, 그러니까 두 동생은 또 하나는 여당, 하나는 야당이었다. 아버지가 대장암 투병 끝에 돌아가신 지 지금 일 년 하고 딱 두 달이 되었는데, 그 사이에, 홀로 남으신 어머니와 나, 그리고 두 동생의 정치색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여기서 굳이 밝히지 않으련다. 아무튼 아버지가 아프시기 시작한 그 언저리부터 지금까지의 그 사이에 어떤 변화들이 있었던 것만큼은 틀림없다.며칠 꽃샘추위였던 듯, 한 주가 시작되는 오늘은 날이 활짝 갰다. 꽃나무들이 흰 꽃봉오리를 다투어 내밀고 있다. 철이 바뀌었다고들 한다. 꽃은 다 피었을 때보다 피려 할 때가 더 아름답다 했다.투표 날이 가까워지면서 신문도, 뉴스도, 유튜브도 뜨겁게 달궈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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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선거판 지면기사
野 공천갈등 노골적, 與 인재영입 실패 등정치 아닌 싸우자는 총선, 상식·이성 상실그래도 당당한 정당에 부끄러움은 국민몫20% 육박 중도층이 정치 개혁 '최종 병기'4·10 국회의원 선거가 목전이다. 여야의 지역구 대진표가 거의 확정됐다. 준연동형 선거제에 기대 난립한 위성정당과 군소정당들의 비례대표 공천만 남았다. 윤곽이 드러난 선거판은 낯설고 기이하다. 단언컨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선거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제를 선택할 때 '이상한 나라의 선거'는 조짐을 보였다. 한 국가의 선거제도가 제1당 대표의 고뇌에 찬 결단으로 결정됐다. 이 대표는 국민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의 룰은 한 개인이 사과로 양해받아 결정할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불가능해야 맞다.합법적인 위성정당 창당이 가능한 위선적인 선거제도의 최대 수혜자가 조국혁신당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는 초현실적이다. 전적으로 조국 전 장관의 팬덤에 기대 창당한 정당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조국에게 자녀 입시부정과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에 징역 2년을 선고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다. 예전의 상식이라면 공공영역에서 물러나 근신해야 할 사람이 법정구속을 면하자마자 총선판에 뛰어들어 당당하게 지지를 요청한다. 엽기적인 상황인데, 지지하는 여론이 작지 않으니 당황스럽다.전통에 빛나는 여야 정당이 자초한 위화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갈등은 지나치게 노골적이었다. 비명계 의원들은 컷오프되고, 하위평가자로 낙인찍혀 경선에서 줄줄이 날아갔다. 그 자리에 친명 인사들이 착륙했다. 이 대표가 약속한대로 '이재명의 민주당'이 됐다. 이 대표가 아무리 공천혁명이라 항변해도, 여론은 눈대중만으로도 불공정을 직감했다. 공천 갈등 국면에서 무너진 민주당 지지율이 증거다.여당이 이번처럼 인재영입에 실패한 적이 없다. 집권 2년도 정권의 정당이다. 정권과 여당의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야 정상이다. 쇄신의 호기다. 결과는 무감동이다. 현역들이 대부분 공천받았다. 야당을 탈당한 인사들로 열세지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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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 청년세대의 포기는 정당한 선택인가? 지면기사
한국인들 희망 중산층 인식 왜곡돼OECD기준과 큰 괴리 상류층 열망계층상승 기대감 좌절 잘못된 판단가능한 삶의 기회 스스로 포기 절망과도한 불평등 인식 부조화 극복 못해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나라에서 '삼포세대(三抛世代)'란 기이한 말이 등장한 지도 이미 10여 년이 넘어섰다. 2011년에 경향신문은 '불안정한 일자리, 학자금 대출상환, 기약 없는 취업준비, 치솟은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거나 기약없이 미루는 청년층'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나 만일 안정된 일자리가 연봉 5천만원을 넘어서는 대기업 정규직으로, 신혼집은 신축아파트 전세 이상으로, 결혼식 비용은 가전 빼고 7천만원 이상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을 삼포세대로 치부한다면, 2022년 통계청 추산 가구당 중위실질소득이 3천200만원인 이 나라에서 지극히 헛된 꿈을 꾸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좌절하면서 가능한 삶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이 나라는 심각하게 뒤틀린 데다가 사회적 재생산의 전망조차 불투명한 취약국가가 되었다.청년세대를 포함하여 한국인들이 희망하는 중산층의 모습에는 다소 왜곡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OECD의 기준에 따르면 중산층은 중위소득의 75%에서 200%까지의 소득을 가진 집단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4인 가구당 연실질소득이 2천400만원에서 6천400만원에 이르는 집단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계적 구분과 대중들의 인식 간에는 앞서의 삼포세대처럼 큰 괴리가 있다. 2022년 모 증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대체로 4인가구 기준 월소득이 686만원, 월소비 427만원, 순자산 9억4천만원은 되어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실제로 각각 상위 24%, 9.4%, 11% 수준에 이르는 거의 상류층의 하한선으로 보인다. 이른바 '왜곡된 평균'이 한국인들을 우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삼포세대'를 양산하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실제로 중산층이 아닌 상류계층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열패감에 젖어 있다고 볼 수 있다.현재의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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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 정직의 가치 지면기사
공자는 창고출납 꼭 맞았다는 내용정직함 높이 평가·성현의 품성 부합나를 속이지 말라는 '대학'속 무자기남은 출장비 반납 등 실천한 사람들사마천이라면 역사에 기록했을 것수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고전을 읽다 보면 도대체 저자가 왜 이런 기록을 남겼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대목을 자주 만난다. 이를테면 사마천의 '사기' '공자세가'에는 '공자는 어린 시절 가난하고 신분이 낮았지만 성장하여 계씨의 창고지기로 일할 때는 창고의 출납이 꼭 맞았고, 사직리(司職吏)가 되어 가축을 돌볼 때는 가축이 번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비슷한 기록이 유학의 고전 '맹자'에도 보인다. 맹자는 '공자가 일찍이 위리(委吏)가 되었을 때는 회계를 꼭 맞추었고 승전(乘田)이 되었을 때는 소와 양을 잘 키웠다'고 전하고 있다.그러니까 공자가 젊은 시절 창고지기로 일할 때는 창고의 출납이 꼭 맞았고 가축을 돌볼 때는 가축이 잘 자랐다는 내용인데, 이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맹자가 성현의 면모를 알려주는 실례로 제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사마천은 역사책에까지 기록했을까. 짐작건대 창고의 출납이 꼭 맞는다거나 소와 양이 잘 자랐다는 것은 창고의 물건이나 소와 양에게 먹일 사료를 빼돌리지 않았던 공자의 정직함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고, 그런 평가는 당시에는 자신이 맡은 일을 공자처럼 정직하게 처리하는 사람이 드물었다는 배경이 작용했을 법하다. 그러니까 맹자는 정직함이야말로 성현의 조건에 부합하는 품성이라고 생각했고, 사마천은 한 사람의 정직한 행동은 역사책에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 하겠다.정직과 관련 내가 늘 떠올리는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이 시험 문제를 특정 문제집에서 냈기 때문에 동네 서점에 가서 해당 문제집을 구해서 공부하면 어렵지 않게 백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나와 내 친구들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현의 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소하지만 정직을 지킨 일들은 도처에서 만난다.내가 아는 어느 어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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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칼럼] 한반도 군사 충돌 최악의 미래 시나리오 지면기사
저강도 냉전, 남북맞섬 위험성 높여서해5도, 국지전 향후 가능성 상존대청·소청도 등 포격 대상 될수도전작권 없는 한국군 전면대응 한계북한, 이런 점 노려 리스크 극대화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진행 중이고 주요 국가에서 대통령, 수상,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진행됨으로써 2024년은 가장 불확실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의 '저강도 냉전(Mild Cold War)'의 도래는 대만 해협과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이 격화하면서 한국전쟁이 발발했듯이 저강도 냉전이 심화할수록 남북의 충돌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질 것이다. 20세기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도 다시 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니 한민족의 비애다. 미래를 예측할 때 최악의 미래 시나리오를 그려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우리의 행동을 변경함으로써 최악의 미래 시나리오를 비껴갈 수도 있고, 반대로 우리의 행동이 최악의 상태를 고조시켜서 최악의 미래 시나리오를 앞당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남북관계가 나쁘지 않았던 김대중 정부하인 2002년 6월29일에 연평도 북방한계선 부근 해상에서 제2연평해전이 일어나 우리 해군 병사 6명이 전사하였다. 남북관계가 나빠진 이명박 정부하인 2010년 3월26일에 천안함 피격사건이 일어나 우리 병사 46명이 전사하였고, 2010년 11월23일에는 연평도 포격이 일어나 우리 군인 2명, 민간인 2명이 사망하였고 연평도 주민이 인천 본토로 소개되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남북의 관계가 나빠지면 서해 5도 부근에서 국지적 충돌이 발생하였고, 앞으로도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극도로 나빠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반도에 다가올 최악의 군사 충돌 미래 시나리오를 그려 보고 최악의 미래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필자는 그동안 (사)미래학회의 회장을 역임하면서 다양한 미래에 대한 미래 시나리오를 그려 보는 일을 진행해 왔다. 이런 경험으로 앞으로 다가올 한반도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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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대가를 바라지 말고 도와야 지면기사
다산 저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아들·제자들 가르친 지혜 보물단지남의 도움 기대 안 하면 편안·화평보답 원하면 절대로 베푸는일 아냐실천 어렵지만 남 돕는 일 노력해야인간은 삶의 지혜로 살아간다. 올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풍부한 지혜를 지니는 일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인간의 지혜는 생득적으로 타고나는 지혜도 있지만 배움을 통해서 얻는 지혜가 대부분임을 부인할 수 없다. 교육을 통해서, 독서를 통해서 얻어낸 지혜 때문에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조선후기 대학자요 실학자요 대시인이었던 다산 정약용은 우리 선인들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훌륭한 지혜를 지녔던 분으로 알려져 있다. 그분의 지혜를 얻기 위해 나는 오늘도 지혜의 보고인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다산의 책을 읽어본다.그 책은 다산이 1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전라도 강진이라는 곳에서 유배 살며 아들·형님·제자들에게 편지를 통해서 가르쳐준 인간 지혜의 보물단지 같은 책이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내용이 많아 다산의 편지 내용은 바로 우리 인간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책이 되어버렸다. '두 아들에게(寄兩兒)'라는 편지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인간의 삶이라 여기면서,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고, 도와주고 나서는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하는가를 올바르게 가르쳐주고 있다. 편지는 먼저 남이 자기를 도와주지 않을 때에는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하고,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부터 말을 시작했다. "일가친척 중에 긍휼히 여겨 돌보아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고 말하는데 이런 것이 바로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미워하는 말투여서 그게 바로 병통이라고 했다. 남에게서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바로 지혜롭지 못한 생각이라고 했다.그런 병통에서 벗어나려면 바로 남이 도와주기를 바라지 말고 자신이 남을 도와주는 일을 시작하라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남의 도움이나 받고 살라는 법은 애초부터 없다고 잘라 말하고 남을 돕는 일을 통해 올바른 지혜를 발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