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데스크칼럼] 비와 바람 사이를 걷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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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비와 바람 사이를 걷던 날 지면기사

    지난 주부터 회사 인근 단골 커피숍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어주기 시작했다. 연말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정말 시간이 쏜살처럼 흘렀다.작년 이맘때쯤, 새해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못했던 둘레길 걷기를 다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단계적이라도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4단계 방역 지침이 내려지면서 사라졌다. 추석이 지나서야 2차 백신을 맞고 나니 그동안 밀려있던 일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둘레길 걷기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인근 커피숍에서 캐럴을 틀어주기 시작했다새해가 얼마 남지 않아… 시간은 쏜살 같다 걷기에 대한 관심은 10여 년 전쯤 우연히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갖게 됐다. 그때만 해도 국내외 둘레길과 순례길을 다녀온 이들이 기행문 형식의 책을 쓰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걷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싶어 관련 책들을 뒤적이고 있을 때 만난 글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중 한 대목이다. "냉혹한 현실에 매번 울 뻔했고 근육과 허파는 전력을 다해야 했다. 언제나 내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야 PCT는 내리막길을 보여주곤 했다. (중략) 내리막길은 또 어떤가. 잠깐은 천국 같다.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그렇게 내려가다 보면 이번에는 그 내리막길이 엄청난 형벌처럼 느껴지고 급기야 지쳐버려서 다시 오르막길이 나오길 기도했다." 이 글을 읽고 내가 살고 있던 삶과 누군가 걸었던 긴 길의 여정이 정말 많이 닮았다는 것에 충격과 위안을 받았다.화자(話者)인 셰릴 스트레이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 캐나다 국경 너머까지 아홉 개의 산맥을 따라 펼쳐지는 4천285㎞의 도보 여행길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the Pacific Crest Trail)을 걸은 경험을 쓴 '와일드(Wild)'의 저자다. 무기력과 상실감에 빠져 있던 20대 후반의 여성이 자신을 찾기 위해 4천여㎞를 혼자 걸은 이야기는 리즈 위더스푼이 주인공을 맡아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 [데스크칼럼] 서해5도가 인천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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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서해5도가 인천이라고? 지면기사

    인천 옹진군 백령도는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이다. 백령도를 비롯해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 5개 섬을 '서해 5도'라고 한다. 서해 5도에 전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시기는 2010년이다. 그해 3월26일 백령도 근해에서 해군 제2함대사 소속 '천안함'이 침몰해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이 전사했다. 좌초설 등 침몰 원인을 놓고 다양한 가설과 추론이 쏟아져 나왔는데, 민·군 합동조사단은 북한에서 제조한 감응어뢰의 강력한 수중 폭발로 천안함 선체가 절단돼 침몰한 것으로 판단했다. 같은 해 11월23일에는 연평도에서 포격전이 일어났다. 1953년 7월 휴전협정 이후 북한이 우리 민간인 구역을 공격한 첫 사건이다. 우리 피해만 보면,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 등 4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쳤다.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는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됐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서해 5도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애국자"라고 주민들을 치켜세웠고, 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겠다며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을 만들었다.서해 5도가 다시 국민들의 관심을 받은 건 그로부터 6년 후인 2016년이다. 그해 6월5일 연평도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우리 어민들이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서해 5도 어장이 중국어선에 뚫렸다는 지적이 나왔고,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한 정부와 해경의 소극적인 대응에 질타가 쏟아졌다. 정부는 단속 전담팀 상시 배치 등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9월에는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사건이 발생해 서해 5도 해역이 다시 주목받았다.이처럼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만 반짝 관심을 받는 곳이 서해 5도라는 섬들이다. 시간이 지나면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평상시엔 잊힌 섬이 된다. 연평도포격 등 대형사건 터질때만 반짝 관심평상시엔 잊힌 섬… 흔한 홈페이지조차 없어 서해 5도는 제대로 된 온라인 플랫폼(홈페이지)조차 없다. 네이버에서 '연평도'

  • [데스크칼럼] 대선, 곶감 그리고 개발제한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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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대선, 곶감 그리고 개발제한구역 지면기사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할 시기가 됐다.", "그린벨트를 푼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주민의 불편을 덜기 위해 합리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30년 가까이 국민의 사유재산을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묶어 사유재산을 침해한 건 용납할 수 없다." 1997년, 15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며 나선 후보들의 토론회 과정에서 언급된 개발제한구역 관련 내용들이다. 당시 김대중, 이인제, 이회창 등 주요 정당 후보가 각자의 생각과 대안을 이야기한 건데,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당시의 국민적 불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1971년 처음 지정된 개발제한구역은 30년 가까이 지난 그 당시까지 해제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해당 지역에서의 개발행위는 엄격히 제한됐다. 구청 공무원들의 오토바이 순찰 속에서 주민들은 농사에 필요한 작은 건물은커녕, 집이 부서져도 고칠 수 없었다. 작은 닭장조차 철거 대상이었다. 새마을운동 당시 집에 그대로 살아야 했던 이도 있었다. 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개발제한구역에 적용되던 '구역불변의 원칙'을 환경평가와 광역도시계획 등을 근거로 한 '구역의 합리적 조정과 활용'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2000년)돼 토지매수청구권 제도 등 주민 재산권 보장과 생활불편 해소, 도시의 계획적인 성장 등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주민들 "정부 쉽게 해제, 곶감 빼먹듯 한다"지정만 해놓고 관리·역할엔 소홀해선 안돼 그리고 20여년이 지났다. 최근 만난 개발제한구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하는 짧은 생각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싱크대나 샤워시설 같은 농사 과정에서 필요한 시설에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불편이 여전하다", "개발제한구역이 천형(天刑)'이라던 옛 어른들의 이야기가 지금도 유효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작은 이면도로를 기준으로 일반주거지역으로 풀린

  • [데스크칼럼] 뚱뚱한 환자, 뚱뚱한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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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뚱뚱한 환자, 뚱뚱한 의사 지면기사

    지금보다 몸무게가 훨씬 더 많이 나갔을 때의 일이다. 코골이와 비염이 심해 인천 연수구의 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이비인후과 원장은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자고 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20여 가지의 성분을 침에 묻혀 등에 찌른 뒤 피부에 나타나는 반응을 살폈다. 원장은 "풀 알레르기가 있다"며 "성묘나 산에 가지 말라"고 했다. "번데기를 먹으면 귀가 간지럽고 재채기한다"고 했더니 "그럼 먹지 마세요"라고 했다.알레르기 진단이 끝나자 원장은 "코골이 증상이 알레르기보다는 비만 때문"이라는 말을 꺼냈다. 뚱뚱한 사람에게 비만이라는 단어는 심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의미로 들리기 때문에 무척 예민하다. 그런데 비만이란 말을 그렇게 쉽게 꺼내다니. 원장은 "환자분이 뚱뚱해서 코골이가 심해졌다. 수술하면 한 일이년은 편할 수 있지만, 살을 빼지 않으면 완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코골이·비염이 심해 병원에 갔던적이 있다의사는 '비만이 원인' 살을 빼야 완치 진단 원장을 처음 볼 때 마치 거울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받은 상황에서 '비만', '뚱뚱'이란 표현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자기도 뚱뚱하면서…"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럼 원장님도 코골이가 심하시겠네요." 그러자 원장은 고개를 반쯤 올리더니 무슨 얘기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원장님도 뚱뚱하시니 저랑 증상이 같지 않겠어요." 나름대로 생각해 낸 세련된 복수였다. 옆에 서 있던 간호사가 '풋'하는 소리를 냈다. 무척 공감하는 눈치였다.원장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더니 간호사에게 "환자분하고 나하고 누가 더 뚱뚱하냐"고 물었다. 원장은 간호사의 대답을 듣지 못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원장은 "일반적으로 코골이는 콧속의 살이 비대해지면서 호흡에 불편을 주기 때문에 특히 수면 중에는 코로 호흡하지 못해 입으로만 호흡하면서 목젖이 늘어나 코골이가 더 심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렌즈가 달린 얇고 기다란 호스를 자기 콧속으로 집어넣었다. 원장은 "잘 보세

  • [데스크칼럼] 하나의 처방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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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하나의 처방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지면기사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다. 성남에서 왔다는 한 산모는 자신이 만삭일 때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가 "정말 그 안(뱃속)에 아이가 있어요?"라고 물어보더란다. 그 산모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는 듯이 한 얘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놀랐다. 임산부가 낯설고 신기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오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을 의미하는 이 날은 임신과 출산을 사회적으로 배려하고 출산, 양육의 어려움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정해진 법정기념일이다.하지만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고가 연일 이어지면서 이제는 대중적으로 그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도 다소 무뎌진 느낌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신도시 개발 등으로 지속적인 외부 인구 유입이 이어지고 있어 흔히 말하는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체감되기도 한다. 출생자보다 사망자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저출산 원인 집값·사교육비 잡기 노력연장하지만 2012년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1.3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해 기준 0.84명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천300명으로 전년 대비 10%(3만300명)가 감소한 것이고, 40대 초반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출산율이 떨어진 것이다.사태는 심각해지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지난해 사망자 수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섰지만 출생아 수도 사상 처음으로 30만명대 이하로 하락해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현상이 벌어졌다.정부는 그간 저출산 지원 예산을 2017년 20조원에서 매년 늘려 지난해 40조원을 투입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예산만을 늘려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그렇다고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출산에 노력하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운 슬로건이 효과를 거둘까. 단연코 그렇지 않다.저출산 문제는 주식시장과 닮아

  • [데스크칼럼] 수원시-6개 프로구단, 팬심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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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수원시-6개 프로구단, 팬심을 잡아라! 지면기사

    수원시가 기초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4대 프로스포츠 구단을 모두 보유하며 올해 프로스포츠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지속으로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원시는 프로야구를 비롯 프로축구, 프로배구, 프로농구까지 4대 프로스포츠 구단들을 보유하면서 다양한 팬층을 확보했다.특히 12일 경북 상주체육관에서 열린 '2021 MG새마을금고 KBL 컵대회'에는 올해부터 수원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kt가 안양 KGC 인삼공사와 경기를 치렀다. 한때 아마추어 팀끼리 맞수였던 수원시와 안양시가 프로스포츠 구단으로 재대결한 양상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당시 수원시와 안양시는 아마추어 엘리트 체육의 대제전인 경기도체육대회에서 종합우승 자리를 놓고 라이벌을 형성한 구도였다. 양 자치단체 시민들의 응원 대결도 볼만했다. 컵대회인 만큼 장소가 수원, 안양이 아닌 상주에서 대결을 펼쳤지만,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수원과 안양에서 양 팀의 대결은 팬들의 열기를 심어주기에 충분할 듯싶다. 게다가 프로농구는 삼성 썬더스가 지난 2001년부터 연고지를 수원에서 서울로 이전하면서 20년 만에 프로농구 수원 시대를 열게 됐다. 기초단체 최초 '4개 프로스포츠' 연고 보유관심·협조속 구단은 소통으로 팬 끌어안아야 프로야구도 kt wiz가 창단 후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kt는 정규리그 3위로 구단 최초로 가을 야구에 진출했고, 올해 KBO 리그에도 선두를 유지하며 사상 첫 우승을 가시권에 뒀다. 아직 우승을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탄탄한 공격과 마운드의 조화가 팀 승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어 우승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프로축구는 수원 삼성과 수원FC가 '수원 더비' 열풍을 일으키며 축구 팬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미 'K리그 명문 구단'으로 정평이 난 수원 삼성은 최근 9경기 무승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지만, 전통의 구단답게 난관을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수원FC는 시민구단이면서도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후반기 들어 상승세를 보인 수원FC는 강등권이 아닌 파이널 A그룹까지 오르며

  • [데스크칼럼] 주량(酒量)이 어떻게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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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주량(酒量)이 어떻게 되시나요? 지면기사

    우리나라에서 주량(酒量)이 어느 정도냐고 물으면 소주를 기준으로 답한다. 소주 한 병, 한 병 반, 두 병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야 소주 한 병에 맥주 두 병 정도라고 얘기한다. 소주로 주량을 가늠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기 때문이다. 물론 1987년 소주(25도)와 2021년 소주(16.9도)로 따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30여 년 전 소주 한 병의 주량은 지금으로 소주 두 병 정도의 질(質)적인 차이가 나지 않을까. 어쨌든 주량은 일반적으로 그 시대에 주로 소비되는 술로 세어 따지는 게 맞다. "소싯적, 왕년,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주량은 인정하지 말자. 1·2·3차… 자정 훌쩍 넘긴 기억 '가물가물'방역탓에 농도 짙은 술로 속도전 다음날 녹초 회사에서 퇴근하는 오후 6시30분에서 7시쯤 1차를 시작해 2차, 3차 자리를 거치면 자정을 훌쩍 넘기곤 했던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급기야 코로나19 방역 4단계에 접어들면서 식당 영업시간이 오후 9시로 제한됐다. 현재로서는 직장인이 술자리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은 퇴근 후 3시간도 채 안 된다. 방역강화로 식당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음주 방식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어쩔 줄 모르더니 2·3단계 방역이 장기화하면서 슬슬 적응하기 시작하다 4단계가 한 달쯤 지나니 나름 술기운을 높이는 비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다. 술집 선정 기준부터 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퇴근 후 좀 멀더라도 즐겨 찾는 식당이나 안주가 맛있는 술집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무조건 회사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한다. 맛이나 분위기를 따지는 것은 사치다. 한 잔이라도 더 마시기 위해서는 한 걸음, 일분일초라도 아껴야 한다.식사와 곁들여 시작되는 1차 자리의 술의 알코올 농도도 세졌다. 일단 첫 잔은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부터 만들어 놓고 시작한다. 짧은 시간 충분한 취기에 이르려면 무리수를 두는 수밖에 없다. 술 마시는 속도도 코로나 발생 이전과 사뭇 다르다.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듯이 쉴새 없이 술잔을 부딪친다. 심

  • [데스크칼럼] 국민의힘 가슴 도려내는 결기없이 정권교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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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국민의힘 가슴 도려내는 결기없이 정권교체 어려워 지면기사

    산사의 한 스님으로부터 '먹물 참회'에 대한 법문을 들은 적이 있다. 투명한 물 한 잔이 갓 태어난 아기의 마음이라고 할 때, 살아가면서 욕심과 근심에 거짓말도 하게 되고 나쁜 짓을 하게 되면, 그 크기만큼 먹물이 떨어져 새까맣게 변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스님의 얘기인데, 나이 들어 유년시절과 청년기를 보내면서 방황하고, 때론 가출해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면서 어느새 돌이킬 수 없는 '먹물 인생'이 됐단다. 새까매진 물잔(삶)을 깨끗하게 하려면 그냥 버릴 수도 있지만 새 물을 계속 부어 정화할 수도 있다. 이후 출가한 스님은 긴 세월 켜켜이 쌓인 업장을 녹이는 일에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제 번뇌와 미혹의 괴로움에서도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이 됐다.국민의힘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지금 야당이지만 우리 정당사에 여당으로 가장 오래 유지한 수권 능력이 있는 정당이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대선 때 기업으로부터 차떼기로 돈을 받아 대선을 치른 사실이 알려져 '멸문지화'를 당하며 사실상 당을 해체한 적이 있다. 당시 당 쇄신파를 중심으로 혁신에 나서면서 당사를 팔고, 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하고 서울 시유지에 천막당사를 지어 풍찬노숙했다. 국민과 역사 앞에 석고대죄하고 죗값을 치른 것이다. 길지 않은 시간에 업보를 털어내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탄생이었다. 막말·급 나누기… 갈수록 경선판 '난장판'윤·최, '대세' 선점 꼼수 부린다면 화 자초 그러나 잃어버린 10년으로 정권을 교체했지만 이도 잠깐. 권력의 뒤에선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계파싸움과 내분이 이어졌고, 결국 오만과 독선적 권력에 취해 국민의 눈에서 멀어졌고 무능 정권으로 낙인 찍혀 사상 유례없는 '탄핵'을 맞았다.탄핵 후 그들은 참회했는가. 국민 속으로 들어갈 만큼 지난 잘못을 씻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궤멸의 길로 가고 있으나 인지하지 못하고 4번의 선거에서 판판이 깨질 때 국민에게 감동을 줄 만큼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속된 말로 목숨 걸고 현 정권의 불의에

  • [데스크칼럼] 법률플랫폼 싸움이 시민을 위한 싸움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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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법률플랫폼 싸움이 시민을 위한 싸움이 되길

    '플랫폼 때문에 기존 업계가 자본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 vs '서비스 이용 장벽을 낮출 수 있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변호사 등을 소개하는 법률 플랫폼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에 대한 경인일보 보도(7월 23일자 5면 보도=법률 플랫폼 '로톡' 등장… "자본종속 우려" vs "이용문턱 낮춰")는 이런 맥락에서 시작됐다. 기득권에 대한 다툼으로 비칠 수 있는 사안이었다.취재기자에겐 "기존 업계나 플랫폼 업계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 없는, 사용자 편에 서서 취재를 하라"고 지시됐고, 그렇게 첫 편의 기사가 나왔다.변호사업계는 '변호사 소개 플랫폼은 위법'이라는 입장이었고, 법률 플랫폼 업계는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문턱을 낮춘다'고 맞서면서 '밥 그릇 싸움'은 시작됐다.법률 플랫폼 업계 1위인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의 갈등은 지난 5월 본격화됐다. 당시 변협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변호사를 소개, 홍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국내 스타트업 연합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선 개정안이 플랫폼 산업을 겨냥했다는 취지로 맞받아쳤고 그렇게 논란은 확산됐다.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를 비롯한 변협도 강경했다. 변호사 소개 플랫폼이 사실상 '사무장 로펌'의 위법성을 갖는다는 것이다.이런 갈등속에 지난 5일 변협이 징계 처분에 착수했고 로톡 측도 소송을 불사하겠다며 맞섰다. 변협은 이날 "온라인 법률 플랫폼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며 "위반 경위, 기간, 정도 등에 따라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로톡 가입 변호사가 지난 3일 기준 2천855명이었고, 이들 변호사가 대상이었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도 맞불을 놨다. 로앤컴퍼니는 가입 변호사들이 징계를 받으면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변협에서 로톡 가입 변호사를 무더기로 징계할 경우 사실상 대규모 소송전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로앤컴퍼니측은 3월 말

  • [데스크칼럼] 맹목적인 지역 균형발전 논리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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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맹목적인 지역 균형발전 논리를 경계한다 지면기사

    지난달 9일 인천은 2천500억원 규모의 정부 공모사업인 'K-바이오 랩허브' 구축 도시로 선정됐다. 인천 내부적으론 경사였지만 함께 경합을 벌인 여러 자치단체의 거센 반발도 함께 감내해야 했다. 탈락 자치단체들은 이번 공모를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경쟁으로 규정지었다. 결국 정부가 또 '수도권의 편'을 들어줬고 이는 지역 균형발전 논리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이 탈락 자치단체들의 주된 반발 논리다. 'K-바이오 랩허브' 구축 도시 인천 선정에탈락 지자체들 "수도권 일극주의" 몰아붙여 인천과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대전시의 반발이 컸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선정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공모 방식 자체를 지적했다. 허 시장은 "공모 방식이 경쟁을 통해 우열을 가리는 효과도 있지만, 17개 자치단체를 상대로 공모하는 방식은 과다 출혈이다. 지방은 수도권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공모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전은 30년간 바이오 산업을 키워왔고 500개 바이오벤처가 있는 지역으로, 지역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수도권을 지역과 동등하게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은 국가 균형발전 전략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부산지역은 이번 공모 결과를 '수도권 일극주의'의 폐해로 몰아붙였다. 부산일보는 '바이오 랩허브도 양산 아닌 인천, 어쩌자는 건가'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수도권 일극주의가 도를 넘었다. 이건희 기증관에 이어 바이오 창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K-바이오 랩허브 입지마저 수도권으로 결정되자 전국 지자체에서 정부에 대한 원망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며 이번 공모 결과를 수도권 일극주의 결과로 격하시켰다. 이어 "수도권은 이미 모든 인프라가 갖춰져 어떤 평가를 해도 유리하다. 같은 논리라면 앞으로 있는 공모사업도 죄다 수도권에 돌아가야 한다"고 비판했다.서울·경기와 지역발전·경제적 수준 '큰 차'수도권·비수도권의 '샌드위치 신세'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