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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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좋은 것, 비싼 것, 귀찮은 것, 불편한 것 지면기사
고급차·주택 등 '좋은 것' 정의하던 세태이젠 필요한 것만 쓰는 것이 미덕인 시대필카·연필등 불편하지만 손에 익은 것들비우고 취하는 선택… 삶·가치관 달라져지난해 클래식 기타 교습 자격증을 취득한 선배는 대학 동아리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심지어 군 복무 때조차 오른손 손톱을 짧게 깎은 적이 없다고 했다. 손톱이 길어야 풍부한 기타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요즘은 나이 때문인지 손톱이 예전처럼 단단하지 않다며 손톱 강화제까지 바를 정도로 관리에 정성을 쏟는다. 선배에게 클래식 기타는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혹시나 은퇴 후 기타교습소를 차리게 된다면 오른손 손톱은 노후대책에 필요한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다. 살면서 마음에 두고 챙기는 '좋은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언제부턴가 막연하게 좋은 집, 고급 승용차, 최신형 가전제품이 삶에 있어 '좋은 것'이라고 여겨왔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작가가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에서 "제발 '좋은 것'과 '비싼 것'을 혼동하지 말라"는 대목을 읽고 마음속으로 뜨끔한 적이 있다.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으니 비싼 것만 찾는다"고 일침을 가한다. 싫은 것, 나쁜 것, 불편한 것을 분명하고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하나씩 제거해나가면 삶은 어느 순간 좋아진다고 했다.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도 같은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집안의 생활용품이나 옷가지 등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캠핑 등 여가활동에서 필요한 장비나 용품을 최소화하면서 적지만, 더 좋은 것을 추구한다. 미니멀리즘의 선구자인 독일 출신의 유명한 산업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는 "미니멀리즘이란 무조건 줄이는 게 아니라 '나쁜 것'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한때는 물건을 정리해 수납을 잘하는 것이 살림을 잘하는 것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쌓아두지 않고 필요한 것만 사용하는 '비움', '덜어냄'이 미덕인 시대가 되고 있다. 정리의 기본은 '버리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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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골리앗 이긴 아·태 환경장관 포럼 유치 지면기사
광역도시 중심 '국제행사' 부산·인천 제쳐수원화성·글로벌기업 견학·각종 이벤트등수원시만의 '차별화된 강점 부각 전략' 주효염시장, 20여년 동안 꾸준한 환경활동 '한몫'"골리앗을 이겼습니다! 시민 여러분 덕분입니다", "광역도시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국제 행사를 중앙정부가 기초지자체에 맡겨준 일대사건."염태영 수원시장이 SNS를 통해 수원시가 부산과 인천을 제치고 41개국 환경장관 등이 참여하는 '제4차 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 포럼'을 유치 확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 말이다.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 포럼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관하는 유엔환경총회의 지역별 준비 회의다. 아·태 지역 41개국 정부, 국제기구, 민간단체 대표 등 500여 명이 모여 환경 현안을 논의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로 유치를 희망하는 도시들의 경쟁이 늘 치열했다.지난 10일 오후 2시 최종 프레젠테이션 발표가 있는 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염 시장은 입술이 바짝 말라 보였다. 발표 3일 전부터 시나리오를 직접 여러 번 수정하며 준비한 내용을 남김없이 설명해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을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정"이라며, 좋은 꿈을 꿨냐는 질문에 "나중에 이야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1차 관문을 통과한 인천시와 부산시, 그리고 수원시 간의 경쟁은 말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인천과 부산은 국제행사 유치 경험과 관련 인프라가 풍부하지만, 기초단체인 수원시는 '국제회의의 인프라와 접근성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인천은 가톨릭환경연대,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인천녹색연합 등은 논평을 통해 "인천은 천혜의 생태환경을 품고, 각종 환경 현안과 지속가능 발전 관련 의제를 제기하고 논의하기에 적합한 도시"라며 전면 지원에 나섰고, 부산도 시의회는 물론 지역사회가 혼연일체가 됐다.여기에 지난 8월 환경부 실사단이 방문했을 때 개최 장소로 신청한 수원컨벤션센터는 개관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은 데다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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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네이버, 슬쩍 빠져나가기는 안된다 지면기사
지방신문3사 뉴스 모바일 노출하겠다 약속지역언론·민주주의 살리겠다는것인지 의심'타언론사 기준 미달' 공돌리기 딱좋다는 뜻 지역 외면·차별문제 해결 모든역량 쏟을것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지역 언론을 '찬밥' 취급하던 네이버가 갑자기 방향을 트는 분위기다. 들리는 얘기로는 기존에 PC 콘텐츠 제휴를 맺어 놓고도 거들떠도 안 봤던 부산일보·매일신문(대구)·강원일보와 새롭게 모바일 제휴를 맺고 독자들이 뉴스를 '구독'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아직 정식으로 발표를 하거나 계약을 맺은 건 아니어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들 3사를 모바일 뉴스 '채널'에 입점시키기로 했다는 소식은 네이버 측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조만간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에서 이들 3개 지역신문을 '구독'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그동안 지역 언론사들은 물론이고 지역 정치권과 언론학자,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네이버에서 지역 언론사 뉴스를 '구독'할 수 없다. 이는 심각한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며 강하게 네이버를 비판해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를 놓고 보면 네이버가 지역신문 3사를 '채널' 입점시켜 주겠다는 것은 싸움을 통해 얻어낸 귀중한 성과인 듯 보인다. 비록 일부 언론사라도 모바일에 지역 뉴스가 노출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니, 성과가 맞기는 맞다. 하지만 걱정이 된다. 네이버의 이런 변화가 진심으로 지역 언론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살리겠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이뤄진 것인가 하는 의심 때문이다. 앞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이들 지역신문 3사에 대해 '모바일에서도 콘텐츠 제휴사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네이버는 이들 3사가 마땅치 않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모바일 제휴를 맺어야 할 상황이 됐다. 그런 결론이 나오는 사이에 지역 언론사와 정치권 등의 파상공세가 계속 확산됐고, 네이버의 지역 언론 차별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떠올랐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뭔가 보여줘야 할' 상황이 닥친 것이다. 딱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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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길 바닥 똥 지면기사
'신문 교재 활용' 문해력 높이는 효과 커다양한 주제·지역소식 '살아있는 교과서'모바일·인터넷 '짧은 글' 의사소통 한계실질문맹 벗어나려면 시간·비용 들여야"홍길동의 길동이 '길똥'으로 발음된다고 해서 '길바닥 똥'이란 뜻이 아니다." 언론계 대선배가 오래전 한 칼럼에서 쓰신 표현이다. 글(한자 포함)을 제대로 이해 못 하면 엉뚱한 소리를 한다는 얘기다.'인문학 이야기', '공부 기술' 저자인 조승연 작가는 한 강연에서 "인터넷에서 정보나 자료를 검색하고 분석·종합하는 실력을 높이려면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부터 길러야 한다"고 했다. 검색창에 첫 문장만 보여주는 수십 개, 수백 개의 자료에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선택할 수 있어야 '검색의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승연 작가는 "인터넷상의 정보가 발달할수록 독서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지적 빈부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 노동 인력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1994년부터 1998년까지 22개 국가를 대상으로 국제성인문해조사(IALS : International Adult Literacy Surveys)를 실시한 적이 있다. 문해(文解)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말한다. 문해력이 떨어지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직무 지식을 익히거나 재취업하기도 어렵다.조사 결과 문해력이 가장 낮은 나라는 대한민국으로 나타났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을 학계에선 '실질 문맹'이라고 한다. 모르는 단어는 없지만, 읽고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몇 년 전 국내 한 여론조사 기관이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실질 문맹률은 7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낫 놓고 기역 자는 알아도 낫의 설명서를 주면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10명 중 7.5명에 이른다는 얘기다.실질 문맹의 대표적 실험이 의약품 설명서를 보여주고 투약해야 하는 약의 양이나 최대 복용 기간이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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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친일·반일·극일 지면기사
일본, 한국 백색국가 제외 '무모한 도발'우리민족은 日에 절대 안지는 DNA존재외교전략 다시 짜고 눈에는 눈으로 응수승리 위해선 해방이전 세대 모셔야 할때자고 일어나기가 무섭다. 삼복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열대야 때문이 아니다. 이보다 더한 핫이슈들이 대한민국을 연일 강타하고 있어서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열강들이 한반도를 향한 공격들이 쏟아지고, 몸을 가눌 겨를도 없이 북한은 방사포든 단거리 미사일이든 동해에 하루걸러 쏘아대 새벽잠을 설치게 하고 있다. 지난해 남북 정상이 역사적 첫 판문점 만남을 가진데 이어 불과 몇 달 전 현직 미국 대통령과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첫 조우할 때는 드디어 한반도의 봄이 오는가 하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나마 나라 살림이 팍팍하고 경기순환이 안돼 서민들의 삶이 하루하루 고달파도 남북 평화시대를 여는 성장통으로 감내해야 한다는 국민적 정서가 뒷받침됐다.하지만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2일 일본이 수출처리절차를 간소화하는 27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중 유독 한국만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각의 결정을 강행했다. 사실상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일본의 이런 무모한 도발 이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베는 미국 트럼프와 러시아 푸틴, 중국 시진핑과 수차례 회담, 방문, 초빙 등 여러 외교적 방식으로 열강 정상들과 접촉하면서 사전에 교감한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외교는 타이밍이고 명분이라는 점에서 아베가 이런 사전 물밑외교를 벌이는 동안 우리는 알고도 대응이 미약했던 것인지 미처 대응을 못한 것인지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드러날 일이다. 아베가 트럼프와 골프라운딩 중 지나친 트럼프 챙기기에 몰두하다 벙커에서 넘어지는 해프닝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교활한 일본이 뭔가 계략을 획책하고 있다는 꼼수를 알아차렸어야 했다.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여행하기 좋은 가까운 이웃나라, 옛날에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했던 나라 정도로 일본에 대해 무덤덤했던 해방 이후 세대들의 일본 역사관이 바뀌고 있다. 특히 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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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염태영 수원시장의 광폭 행보 지면기사
6월 전국시장군수구청장協 대표회장 취임사회관계장관회의 첫 참석 지방분권 전도사복지제도 개선, 중앙·광역단체에 쓴소리도"기다리지 말고 행동하자" 사뭇 다른 결기#장면 1. 지난달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대표회장·염태영 수원시장)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5년이 넘었지만 실제로 자치분권은 후퇴하고 있다"며 기초지방정부 위기극복을 위한 5대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 ▲재정분권 추진 ▲복지대타협 실현 ▲지방소멸 위기대응 ▲지방분권형 개헌 등을 담았다.#장면 2. 지난달 26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제10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하고 기획재정부 장관 등 사회관계부처 장관, 청와대 사회수석 비서 등이 참석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는 범부처적으로 주요 사회정책현안을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회의다. 최초로 기초자치단체를 대표해 회의에 참석한 염태영 시장은 정부의 책임성 강화와 지자체 중심의 제도 설계, 지자체에 운영 자율권을 이양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장면 3. 지난 2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제외 발표를 하자 염 시장은 "이참에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국가를 만들어야겠다, 우리 시민들을 믿고 우리의 백년대계 미래비전을 만들겠다"며 '강대국 건설 백년대계론'을 주창하기도 했다.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난 6월 12일 226개 기초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회 대표회장을 맡으면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초 지방정부를 대표해 지방분권, 재정분권 등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 피력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 전국자치분권개헌추진본부 공동대표 등을 맡아 '지방분권 전도사'로도 불린다.독배(毒杯)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복지 문제다. 지방 정부들의 무분별한 현금 복지정책에 대한 검토와 중앙-광역-기초 지방정부 간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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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인천 송도국제도시 마지막 땅 11공구 지면기사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에 목맬 이유 없고저층 제조시설 많아 중·고밀도 개발 필요좋든 싫든 2·4·5·7공구 변화시킬 수 없듯과거실패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라는 책이 올해 2월 나왔다. 인천연구원 허동훈 박사가 쓴 책이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저자는 2000년부터 14년간 인천연구원(당시 인천발전연구원)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청라·영종) 관련 연구를 많이 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장, 에프앤자산평가 고문으로 근무하다가 다시 인천연구원에 들어갔다. 이 책은 에프앤자산평가 고문으로 있을 때 출간했다.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다루고 있다. 특히 저자는 송도국제도시를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이 책은 친절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출범과 개발 과정을 자세하게 서술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주요 프로젝트와 개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할 땐, 국내외 사례를 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저자는 비판적이다. 수익시설(아파트 등)과 비수익시설(오피스 등) 개발을 묶어 민간에 맡기는 '연동 개발 방식' 등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과 애정이 느껴진다.송도 개발에 참여했거나 이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을 것 같다. 갯벌을 메워 땅을 만들고, 서울도 아닌 인천 외곽의 허허벌판에 기업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다. 지금의 송도는 상전벽해라 불릴 만큼 성장했다. 국내 다른 경제자유구역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개발 초기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땅이었다.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며, 돈이 없어서 매립공사 대금을 땅으로 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국비 지원, 규제 완화, 투자 유치 등의 부문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도움이 있었다면 '연동 개발', '헐값 매각', '투자기업에 유리한 협약'이 최소화하지 않았을까.'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에는 공감하는 내용이 많다.첫 번째는 외국인투자기업 유치에 목을 맬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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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경제 위기의 대한민국 지면기사
기업인 하나같이 "경영하기 힘들다" 한숨반도체 호황 옛말… 삼성전자도 실적 부진日 '화이트리스트'서 제외땐 화학 등 타격국가비상상황, 외교적 해법등 역량 모아야우리나라 경제가 안팎으로 힘들다. 국내에선 '기업 운영하기 어렵다'고 하고, 해외에선 미·중 무역 전쟁 후폭풍을 더해 최근에는 일본 경제 보복까지 우리나라가 마치 동네북이 된 느낌이다. 기업인들을 만나봐도 하나같이 '경영하기 힘들다',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차다', '이러다 문 닫겠다' 등 경제에 부정적인 표현이 많다.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은 온통 '힘들고 어렵다'는 말만 들은 것 같다.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도 힘든 시기를 맞았다. 반도체 호황을 누렸던 것도 엊그제 일이 됐다. 31일 공시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 실적은 한마디로 참담한 기분이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대표주자다. 그럼에도 올 2분기에는 양대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문의 부진이 겹치면서 1년 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특히 반도체 사업의 흑자가 3조원대에 그치면서 최근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지난해 50%를 훌쩍 넘었던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겨우 20%를 웃돌면서 수익성도 급격히 나빠졌다.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4~6월) 연결기준 확정 실적으로 매출 56조1천300억원, 영업이익 6조6천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분기(52조3천900억원)보다 7.1%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58조4천800억원)에 비해서는 4.0%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14조8천700억원)에 비해 무려 55.6% 줄었다. 역대 최고기록이었던 지난해 3분기(17조5천700억원)와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에 머문 것이다.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영업이익률은 11.8%로 전분기(11.9%)보다 더 떨어졌다. 지난 2016년 3분기(10.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게다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다운턴(하락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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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백범의 키 지면기사
여중생들 '백범일지' 읽었다는 사실에 대견시시콜콜한 궁금증 못 풀어줘 자괴감 마저그동안 가장 기본적인 정보 빼놓고 있었다 70주기에 학생들 질문이 정신 바짝 들게해백범 김구 선생의 키가 얼마였느냐고 묻는 학생의 질문에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인천에서 기자생활을 25년 가까이하면서 그래도 백범과 인천의 관련성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는 파고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백범은 인천에서 감옥살이를 두 번이나 했다. 그와 어머님의 동상이 인천대공원에 나란히 세워져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그동안 '백범일지'에 나오는 인천 대목을 살피기가 여러 번이다. 그런데 그의 키가 몇이었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질문은 며칠 전 2학년 여중생들과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인천 중구에 있는 그 학교에서는 국어시간에 '백범일지'를 읽었다고 했다.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고, 백범 서거 70주기가 되는 올해 백범이 옥살이한 그 현장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백범이 누구인지 좀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을 써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잘 알지 못했지만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의 최대 문학적 성과라 할 '백범일지'를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대견스러웠다.백범을 향한 그 학생들의 사소하고도 세부적인 시선이 그동안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학생들에게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그런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백범의 키가 컸는지 작았는지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안경을 썼는데 눈은 언제부터 나빠진 것인지, 여자친구는 얼마나 되었고, 자식들은 얼마나 되었는지 등 그야말로 신상과 관련한 시시콜콜한 것들을 알고 싶어 했다. 학생들의 그런 궁금증은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왜 우리는 백범을 공부하면서 그의 키가 얼마인지를 모르고 있었다는 말인가. 자괴감마저 들었다.학생들에게 인천대공원에 있는 백범 김구 동상과 그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 동상을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곽낙원 여사 동상 발밑 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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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두 개의 자아(自我) 지면기사
인간의 뇌, 한쪽은 계획·다른쪽은 방해 '명령'누구나 편안하게 쉬고 싶다는 유혹 휘말려인생의 진정한 실패자는 '희망 포기한 사람'자신위한다면 '이야기하는 자아' 귀기울여야나이가 들수록 TV 리모컨(리모트 컨트롤·remote control)의 유혹을 떨쳐내기가 힘들다. 모처럼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거나 읽고 싶었던 책이라도 찾아보려고 하면, 어디선가 리모컨이 짠하고 나타난다. 재미난 볼거리가 가득 찬 영상세계의 문을 열어주는 리모컨의 유혹은 항상 즐겁다. 요즘처럼 재밌고 다양한 예능· 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케이블TV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단점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거다. '30분만, 딱 한 편만 보고'라고 했다가 어느새 리모컨의 메뉴 단추를 눌러 미처 보지 못한 전편이나 다른 프로그램(대부분 유료임에도)을 찾아내 밤늦도록 누워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리모컨에 곁눈질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한 날도 어김없이 손에는 리모컨이 쥐어져 있다.학자들은 인간의 한쪽에서는 계획을 세우도록 명령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을 방해하도록 하는 두 개의 뇌가 있는데 이를 두고 서로 다른 자아(自我)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운동이나 독서를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자아보다 소파에 누워 재밌는 드라마를 보자고 하는 또 다른 자아의 힘이 더 강력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출신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저서(호모데우스)에서 전자를 '이야기하는 자아', 후자를 '경험하는 자아'라고 설명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매일 운동하기로 하고 막상 운동할 시간이 되면 운동하러 가고 싶지 않아 피자를 주문한 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켜는 것은 '경험하는 자아'가 '이야기하는 자아'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여름휴가에 맞춰 식스팩 복근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거나, 비키니를 입고 해변을 거닐겠다고 마음을 다진 청춘남녀들이 닭가슴살과 식욕을 억제하는 건강식품으로 식단을 조절하고 하루 2~3시간씩 열심히 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