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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이유 지면기사
그땐 안 되고 지금은 된 이유가 무엇일까.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말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건 지난해 11월부터다. 당시 정부와 지자체는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을 인지했지만 소극적 태도로 대처했다. 올해 2월과 4월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20~30대 3명이 절명하지 않았더라면 대책이 나왔을까 싶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좀 더 일찍 귀를 기울였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정부와 정치권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라고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린 건 지난 4월17일 미추홀구에서 30대 여성인 세 번째 사망자가 나왔을 때다. 지난 4월14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불과 사흘 만에 세 번째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당정은 조속히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까지 약 한 달 보름이나 걸렸다. 국회의 전세사기 특별법 의결 전날(5월24일)에도 귀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미추홀구에서 있었다.GM부평노동자 창원 파견후 정신건강 심각절반이 불안·5명중 1명 '극단적 선택' 생각 이처럼 올해 들어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20~30대 청년 3명과 40대 남성 1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청년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장소는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의 전셋집이다. 이들이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전세보증금 6천500만~9천만원의 전셋집은 마지막 안식처가 됐다. 힘들게 일해 모은 돈에 은행 빚까지 끌어다 마련한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이자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언제 길거리로 내쫓길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거란 암담함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주식이나 코인은 투자에 따른 위험이 있지만, 전세보증금은 이익을 얻기 위해 투자한 돈도 아니다. 당연히 돌려받을 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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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천대 제물포캠퍼스, 효과적 활용 방안 찾아야 지면기사
한 달 정도였다. 인천대가 개교 이후 30여 년간 보금자리였던 제물포를 떠나, 송도국제도시로 캠퍼스를 이전하기 위한 시간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인천대 30년사와 당시 경인일보 기사에 따르면 캠퍼스 이사 작업은 2009년 8월1일 시작돼 하순까지 5t트럭 1천605대가 투입됐다. 연인원 6천800여 명이 동원돼 이사가 진행됐다. 이사 비용으로만 22억7천여만원이 쓰였다. 이사 작업이 끝난 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인천대 위치변경계획을 인가(8월25일)하면서 캠퍼스 이전은 마무리됐다. 9월 송도캠퍼스에선 인천대 이전을 축하하고 학교 발전을 기원하는 개교 3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인천대가 떠난 공간은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란 이름으로 여전히 시민 곁에 남았다. 하지만 10년 넘게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찾은 제물포 캠퍼스는 용도를 잃고 현관이 쇠사슬로 잠긴 건물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13층 높이의 제물포 캠퍼스 본관 건물은 오래도록 관리가 안 된 흔적이 많았다.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돼 있었고, 몇몇 기둥은 부서진 콘크리트 사이로 철근이 보이기도 했다. 건물 주변엔 '이 지역을 통행하는 사람이나 차량은 안전에 유의하길 바란다'는 안내문이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송도캠퍼스 본관 사진을 배경으로 '탐구형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 국립인천대학교'라고 쓰인 중앙 현관의 홍보판 문구는 공허해 보였다. 캠퍼스 내 건물 곳곳에선 '교내 시설은 노후 시설로 운동, 산책, 기타 행위로 인한 사고 발생이 우려되오니 시설 이용을 삼가 달라', '인적·물적 피해 및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여럿이었다. 달리기를 하는 시민, 공놀이를 즐기는 시민,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시민들은 이런 안내문이 붙은 건물들 사이를 오갔다. 이전 10년 넘도록 용도 잃은채 제역할 못해市 "소유권은 대학측, 움직임 지켜볼 필요"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 22만㎡엔 건물 18개 동 가운데 활용 중인 건물은 10% 미만이다. 사용 중인 건물도 일부는 1주일에 한 두 번 정도만 활용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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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최기선 시장과 인천경제자유구역 20년 지면기사
'이건 인천이라는 한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인 대사업입니다. 여의도 면적의 여섯 배가 되는 매립지를 만들어 최첨단 정보통신 도시를 건설하는 일입니다. 한국 최대의 공항과 항만을 거느린 세계 전진기지의 첫 삽을 뜨는 날인데, 대통령이 꼭 오셔야 합니다. 그렇게 대통령의 참석이 성사되고 무사히 기공식을 마쳤다. 그곳은 암석과 바다, 갯벌 그리고 황무지만이 있는 허허벌판이었지만 나는 그 공간에 새롭게 탄생할 도시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1994년 9월10일, 김영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 송도신도시(현 송도국제도시) 조성사업을 위한 기공식이 열렸다. 2018년 작고한 최기선 전 인천시장은 송도신도시 기공식에 대통령을 참석시키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을 설득해야 했다. 최 전 시장의 자서전 '최기선 인천시대를 열다'에는 송도신도시 건설사업에 대한 그의 간절함과 의지가 술회 돼 있다.최 전 시장은 송도·청라·영종을 아우르는 인천경제자유구역 탄생의 주역이자 설계자였다. 간척지 위에 세워질 인천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확신은 사업을 추진하는데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최 전 시장은 회고했다.밀물과 썰물이 오가던 송도 갯벌은 현재 그의 바람대로 인천의 성장동력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수많은 첨단 기업들의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로 20년을 맞는 인천경제자유구역(2003년 8월11일 국내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은 그간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하며 인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1994년 물막이 공사를 시작해 조성한 당시 송도신도시 면적은 17.6㎢, 이 알토란 같은 땅을 밑천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탄생했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총면적은 122.42㎢ 규모로, 송도(53.36㎢), 영종(51.26㎢), 청라(17.80㎢) 등 3개 지구로 확대됐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여기에 더해 강화 남단, 수도권매립지, 인천항 내항 등으로 경제자유구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누적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144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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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죄르지 리게티 탄생 100주년 지면기사
오는 28일은 20세기 후반, 가장 진보적이고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 중 한 명이었던 죄르지 리게티(1923~2006)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이 위대한 음악가를 기리는 행사가 올해 국내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수열이 지휘하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오는 27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경기 필 마스터피스 시리즈 Ⅶ'의 첫 작품으로 리게티의 출세작이며 대표작인 '아트모스페르'(1961)를 연주한다. 리게티의 탄생일에 열리는 연주회에서 선보이는 의미 있는 선곡이다. 지난 4월 초에 열린 2023 통영국제음악제도 리게티를 조명했다. 세계 최정상의 현대음악 연주 단체로 꼽히는 앙상블 모데른은 리게티의 '아방튀르'(1962)와 '누벨 아방튀르'(1965)를 한국 초연했다.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도 지난 4월 피에르 로랑 에마르와 리게티의 피아노협주곡(1988)을 연주했다. 또한, 오는 6월에 열릴 '2023 교향악 축제'에서도 정치용이 지휘하는 KBS 교향악단은 박종화와 함께 피아노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경기필, 27·28일 대표작 '의미있는 연주회'오스트리아 망명 후 서방 음악가들과 교류 리게티는 루마니아에서 유대계 헝가리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리게티는 어린 시절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부다페스트대학(수리·물리 계열)에 합격하지만, 학교 측은 유대인인 리게티의 합격을 번복했다. 과학자의 꿈을 포기한 리게티는 18세인 1941년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공부했다. 이내 부다페스트의 프란츠 리스트 음악원에 합격한 리게티는 작곡을 공부했다. 1949년 졸업 후 모교의 교수로 있다가 1956년 헝가리 의거 때 오스트리아로 망명했다.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 음악계의 관심은 나치 독재로 인해 중단된 음악 전통을 계승하는 것에 쏠려 있었다. 계승 대상은 여럿이었지만, 주된 흐름은 쇤베르크의 '12음 기법'(음렬음악)이었다. 독일 다름슈타트는 이런 흐름의 진원지였다.오스트리아 빈으로 망명한 리게티는 본격적으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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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선거 부패와 돈의 효율성 지면기사
선거 부패는 '선거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부정한 이익의 수수, 금전, 물품, 기타 공사의 이익 등을 포괄한 이익의 수수행위'로 정의된다. 여기엔 후보자 추천과 관련한 금품제공행위, 선거 운동 대가 제공행위, 투표 대가 제공행위 등이 포함된다. 선거 부패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고 한다. 은밀성이 대표적이다. 인간적이고 정치적인 의리에 기초한 사회적 연결망을 중심으로 평소 잘 아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은밀하게 이뤄진다. 현금을 선호하고,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때문에 적발은 물론, 적발되더라도 유죄 입증이 어렵다.조직적이라는 특성도 있다. 후보자 개인의 조직이나 후보자 소속 정당이 개입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다수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더욱 조직적 개입 없이는 어렵다는 것이다. 보충성을 띤다는 특성도 손꼽힌다. 선거부패로 인해 동원된 재원을 당사자가 공직에 재임하는 동안 이를 반드시 회수한다는 것이다. 부패가 또 다른 부패를 만드는 순환적 구조를 갖게 된다. 이는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구용역 보고서 내용의 일부다. 정의와 특성 등을 들여다보면, 선거 부패를 '돈 선거'로 치환해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돈 쓰는 선거의 논리'(1997)라는 논문엔 선거에 참여한 후보자들이 돈 선거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가 설명돼 있다. 논문은 '돈 쓰는 선거의 기본 원리는 결국 돈을 쓰는 것이 당선의 확률을 높일 것이라는 후보자들의 주관적 혹은 경험적 믿음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실이건 혹은 추정되는 믿음이든, 돈을 더 쓰게 되면 그만큼 자신에 대한 지지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혹은 적어도 상대방의 돈 공세에 밀려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돈의 효율성'이 돈 선거의 중요한 이유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상황과 지금을 직접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돈 선거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현금선호·은밀' 적발돼도 유죄입증 어려워'선거부정 방지법' 30년 지났지만 계속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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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도어스테핑 언제 합니까? 지면기사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출근길 질의응답)을 잠정 중단한 지 3개월하고 20일이 지났다. 지난해 11월21일 'MBC 기자-비서관 공개 설전' 사태 여파로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한 이후 오늘(13일)이 딱 113일째 되는 날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 취재환경도 꽤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달 윤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의 동선을 침범한다'는 이유로 청사 1층에 내려와 리모델링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도어스테핑 재개에 대해 기대가 있었으나 아직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은 채 '금기어'가 돼 있는 상태다. '다시 해야 한다', '별 도움 안 된다'는 주장이 엇갈리지만, 윤 대통령이 시작한 출근길 질의응답 시간은 누구도 시행하지 않았던 소통의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윤 정부는 '국민 속으로'를 실천하기 위해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긴 최초의 정권이다. 출근길 문답이 진행되면서 기자들도 대통령의 속마음을 알 수 있고, 즉흥적인 답변에서 국정의 기조를 읽을 수 있었다. 여러 부침 속에 무려 61번의 도어스테핑을 진행했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국정의 방향성과 국가 경제·안보 문제, 글로벌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과거 청와대의 취재 환경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MBC기자와 설전 사태후 113일째 잠정중단임시벽 설치… 尹 '국민속으로' 다짐과 달라 그러나 지금, 그 자리엔 임시 벽이 쳐져 있고 얇은 나무 합판 가림막이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고 하니 화분과 조화 벽을 임시로 설치해 놓고 있다. 예전에는 통로 사이로 가끔 대통령의 동선과 오가는 내외빈의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볼 수 없는 단절된 공간이 돼 버린 것이다.이건 윤 대통령이 처음 얘기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다짐과 다른 것이다. 일부 언론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 치더라도 이런 빌미로 국민과 소통하는 통로를 막는 것은 언어도단이고, 이렇게 오랜 시간 내버려둬서는 더 치사한 일이다.윤 대통령 자신도 도어스테핑을 정착시키고 전통으로 만들려는 강한 의지를 여러 번 보인 바 있다.언론의 갈증,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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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오래 전 콘텐츠의 화려한 복귀 지면기사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3년 콘텐츠 산업 전망 키워드로 '콘고지신'을 선정해 발표했다. '콘고지신'은 콘텐츠(Contents)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합성어로, 과거의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이 올해 콘텐츠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만화 '슬램덩크'의 붐을 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예측은 아주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하겠다.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개봉(1월4일)에 맞춰 새해 첫 주 베스트셀러에 '슬램덩크 챔프'가 순위권에 들더니, 슬램덩크 신장재편판을 거쳐 영화제작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은 '슬램덩크 리소스'까지 베스트셀러에 안착했다. 흥행한 영화라고 할지라도 제작 과정 자체를 책으로 내는 것도 드물고, 이렇게 흥행하는 것도 드물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순위가 집계되지 않는 각종 굿즈까지 감안하면 지금 화제가 되는 단 하나의 콘텐츠는 슬램덩크 외에 다른 선택지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최근 콘고지신과 관련한 기사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과거 콘텐츠가 사랑받는 배경을 분석하면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끌렸던 설명은 '불황'이 과거의 향수를 부른다는 것이다. 슬램덩크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한국에 정식 소개된 첫 일본 만화 중 하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에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한국에 소개된 작품이라는 사실이 어쩌면 지금의 슬램덩크 열풍을 만들어낸 간접적인 배경 아닐까 싶다. 3040세대에게는 그야말로 큰 걱정 없던 청소년기에 풍요로운 가정에서 생활하던 시절, 만화방에서 빌려보든, 학교에서 돌려봤든 간에 당시를 추억하게 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슬램덩크였다.과거 아이템 활용한 '콘고지신' 올해 키워드슬램덩크·타이타닉 등 향수 불러오며 열풍사실 콘고지신이라는 말 자체는 신조어지만 콘고지신이 포함하는 '레트로 문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우리 생활 곳곳에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디저트 시장에서 '할매니얼(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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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동연은 대안이 돼야 한다 지면기사
정치가 험하다. 공개적으로 욕만 안 했지, '이판사판'이다. 정치판에서의 적은 연일 미사일 공세로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도, 힘을 빌미로 각종 보복을 하겠다고 으스대는 주변 강대국도 아니다. 여당에겐 야당이 야당에겐 정부와 여당이 곧 주적이자 없어져야 할 파렴치한 존재다. 물론 현대사 들어 우리 정치가 이러지 않을 때가 언제였냐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정치에도 '진화'라는 것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정치란 게 진화는커녕 쓸모 없는 존재여서 차라리 퇴화하고 있다는 게 정확한 진단이 아닐까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의 꽃인 선거만 다가오면 정치는 더 쓸모가 없어진다. 열린 게 입이고, 남발하는 게 심판이다. 그나마 분수를 알아서인지 차라리 '차악(次惡)'을 선택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게 정치인들이다.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이 제1야당의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 이를 계기로 정치판 싸움은 최근 더욱 막장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적 제거', '검찰 독재', '조리돌림'이라는 말을 써가며 군사정권보다 더한 전대미문의 폭거라고 비판한다. 이 모든 게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정부와 검찰의 작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부정부패', '토착비리'라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라고 압박한다. 여권 중진 의원은 "파렴치한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를 정치탄압이라고 우기는 모습이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비판했다. '초유' 논쟁은 덤이다. 민주당이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라고 반발하자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범죄 혐의자를 대표로 뽑은 것이야말로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라고 했는데 어찌됐든 둘 다 맞는 말 같다. 제1야당 대표 구속영장 놓고 여야 거친싸움국민들 뉴스인지 드라마·예능인지 헷갈려 국민들은 헷갈린다. 지금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상황이 뉴스인지 드라마나 예능인지, 구분이 안간다. 분명한 것은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콘텐츠보다 자극적이고 흥미롭다. 김건희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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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투명한 보물창고 지면기사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은 물건이 있고 새로운 것이 가치를 인정받을 때가 있다. 고려청자, 조선백자,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라이카 카메라, 로마의 콜로세움 등은 세계적으로 역사·기술·예술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반면 스마트 휴대전화기, 자동차, 컴퓨터 같은 제품은 최고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가치를 인정받는다. 명품처럼 만들어진 때와 상관없이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롤렉스 시계, 에르메스, 샤넬, 디오르 등의 인기 제품은 리셀 플랫폼에서 발매 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인류가 귀중히 여기고 사랑한 것 중에는 인문적인 요소와 장인(匠人)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감각적이고 첨단 기술이 탑재된 제품에 대한 소비시장이 커지고 있다.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에서는 신세대 감각을 갖춘 젊은 인재를 선호한다. 언뜻 보면 트렌드 산업이 전통적 산업구조를 흩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트렌드 업계는 물론 세계적인 유력 언론사, 출판사, 다국적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직원을 채용하고 제품 생산과 마케팅에 인류학 연구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출판·언론 대중 관계 경험·지혜 쌓여있는곳꼰대문화 보다 중요한건 '사람에 대한 이해' 20세기 초 현대적 의미의 분과학문으로 성립한 인류학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류학은 기업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포함해 문화·예술 분야의 콘텐츠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유력 언론은 인류학 전공자들을 주요 부서에 배치하는 추세다. 나라와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와 역사, 민속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발달로 지구 어느 곳에서나 모든 나라의 언론 매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언론이 사용한 단어나 특정표현으로 인해 관련 국가나 민족의 감정을 건드려 분쟁이 일어나고, 테러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인류학의 관심과 필요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21세기에 들어서면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 넷플릭스,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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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천에 사는 40대 아버지의 하소연 지면기사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는 걸어서 족히 40분은 걸렸다. 버스가 하루에 서너 번 다니던 시골이었다. 그나마 등·하교 시간대는 운행하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다. 언제부턴가 그 버스도 다니지 않았다. 마을 어르신들의 푸념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학교 사물함도 없던 시절이었다.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지고 먼 길을 걷고 또 걸어야 했다. 한여름엔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학교 근처에 사는 녀석들이 제일 부러웠다. 촌구석에 사는 내 처지를 원망했다. 중학교는 더 멀었다. 그래서 꾀를 냈다. 원치 않던 보습학원에 보내달라고 졸랐다. 하굣길 힘을 덜 심산이었다. 학원차량이 집 근처까지 데려다 줘서다. 고등학교는 시내에 있어 더 멀었다. 학창시절 등·하굣길이 그렇게 멀고 험했다.최근 설 연휴에 한 40대 아버지의 제보를 받았다. 중학교 졸업반 딸아이를 둔 윤모(43)씨는 인천 일반계 고등학교 배정 결과에 분통을 터뜨렸다. 사연은 이랬다. 최근 추첨을 통해 그의 딸이 배정된 학교는 인천 부평구의 한 여고였다. 통학하는 데 1시간이나 걸리는 학교였다. 계양구 동양동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인천도시철도 1호선 귤현역에서 전철로 갈아타 부평역까지 가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한 포털에서 윤씨 딸의 등·하굣길 대중교통 노선을 검색해 봤다. 한 번만 갈아타면 되는 버스 노선들을 일러줬다. 이 역시 1시간은 족히 걸렸다.근거리 통학은 학교 배정의 가장 큰 기준이 된다. 명색이 인구 300만 광역시인 인천에서 어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버스~전철~버스 1시간 걸리는 딸 등하굣길부평·계양구 학군 묶여 12순위 배정 '분통' 인천 일반계 고등학교는 1~3학군으로 나뉜다. 중학교 졸업반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학군의 모든 고교를 지망해야 한다. 입학원서에 많게는 20개 넘게 학교를 적어낸다. 학교 배정은 각 지망 순위별 추첨을 통해 이뤄진다. 지원한 학교의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몰려 추첨에서 탈락하면 후순위 학교로 배정받는다.윤씨 딸은 부평구와 계양구가 하나로 묶인 2학군에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