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경인칼럼] '적대적 공생'과 '적대적 공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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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적대적 공생'과 '적대적 공멸' 지면기사

    윤 대통령, 기자회견서 원론적 입장표명 그쳐 국내정치 혼란, 국제환경에서 예측불가 예고 정국, 언제까지 혼돈의 소용돌이로 갈 것인가 민심과 동떨어진 여당, 보수 앞날 암울하게해 정국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의 주요 논점은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씨의 통화 및 연락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납득할 수 있는 해명과 김건희 여사의 특검에 대한 입장 등이었다. 그 밖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요구했던 사항에 대해 향후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가 등이었다.윤 대통령은 특검은 위헌이고, 야당의 정치선동이며,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임기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 받아든 레임덕에 가까운 지지율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김 여사 특검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기자회견에서 12번에 걸친 사과를 하면서 자세를 낮췄지만 사과의 이유와 대상도 모호했다. 인적쇄신이나 개각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다. 시국의 엄중함과 민심의 분노의 임계점에 대한 성찰이 사과에 배어나오지 않았다. 그 반영이 특검에 대한 시각이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이유이며, 정국 반전의 모멘텀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문제는 향후 정치의 흐름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 이미 시동을 건 대통령 하야, 임기단축 전제 개헌, 정권퇴진 등을 공세적으로 강화하고 나서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곧 다가올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을 것이다.향후 정권의 변화와 쇄신은 비상한 형태로 구현되지 않으면 정권은 급전직하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은 걸 명태균 사태의 진앙'으로 진단한 것으로 보이는 언급을 했다. 윤 대통령의 인식이 여전히 안이하고 한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단적으로 방증하고 있다. 국정운영의 기조도 변치 않는 상태가 이어지고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 등이 반복되면 '탄핵'은 민주당이 정치적 부담을 느

  • [경인칼럼] 디아스포라,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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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디아스포라, 인천 지면기사

    대규모 민족이동 기원 일컫는 '디아스포라'인천, 韓 근대이민 출발지로서 특별한 좌표 재외동포 재통합으로 미래 나아가기 위해이스라엘처럼 한국인 '귀환의 법칙' 고려를BC 598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신흥 강국인 칼데아 제국(신바빌로니아)의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유다 왕국을 공격한다. 이듬해 3월 예루살렘을 함락시킨 그는 유다의 왕과 백성들을 칼데아의 수도 바빌론으로 끌고 갔다. 이후 두 차례나 더 가해진 공격으로 수많은 유다 사람들이 또 포로가 되어 바빌론으로 향했다. 그리고 해방될 때까지 60년간 4만5천여명으로 추정되는 억류민들이 메시아를 기다렸다.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유다 백성들의 강제 이주와 억류를 역사는 '바빌론의 유수(幽囚)'라고 부른다. 오늘날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일컫는 대규모 민족이동의 기원이다.파종(播種)과 이산(離散)의 뜻을 가진 '디아스포라'가 비단 유대인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16세기 중반부터 19세기까지 자행된 노예무역을 통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강제 이주하게 된 아프리카인들의 슬픈 역사가 있고, 19세기부터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 등지로 퍼져나가 각 지역에 차이나타운과 같은 중국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된 차이니즈 디아스포라가 존재한다. 아이리시 디아스포라는 19세기 중반의 대기근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1845년부터 7년간 이어진 최악의 기근으로 100만명의 아일랜드인이 굶어 죽거나 질병으로 사망했고, 그만큼의 생존자들이 이민선에 올라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지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어느 민족의 디아스포라인들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역사가 아닌 게 있겠냐마는 한민족의 디아스포라야말로 참으로 눈물겹다. 구한말 국운이 기운 조국을 떠나 만주로, 연해주로, 다시 중앙아시아로 내몰리며 '차오셴쭈(조선족)'와 '까레이스키(고려인)'로 모진 세월을 살아냈다. 징용과 경제적인 이유로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패전 이후에도 '자이니치(在日)'로 남아 차별과 모멸을 견뎌왔다. 해방 이후 '코메리칸(한국계 미국인)'의 꿈

  • [경인칼럼] 아라뱃길에서 생각하는 길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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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아라뱃길에서 생각하는 길의 역설 지면기사

    인천과 김포, 서구를 남북으로 갈라놓은아라뱃길과 도로 회랑지대 연결할 수밖에유지비 매년 300억·교량 등 건설 혈세낭비후손들 '애물단지' 돈들여 만든 조상 탓할것길은 거대한 역설이다. 우리는 길이 멀리 떨어진 장소나 도시를 이어준다고 생각한다. 연결이란 대부분 경우 미덕이다. 오지에서 길은 숙원 사업이며, 길이 많아서 교통혼란을 겪고 있는 도시에서도 길은 절실하다. 정치가들의 약속 가운데 상당수는 길을 내주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길을 내는 사업이 시작된다. 그런데 철도나 도로는 시작점과 종점을 통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키지만 동시에 본래 하나로 되어 있던 공간을 분할하고 단절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길은 만드는 과정부터 문제의 연속이다. 도로부지를 수용하고 보상하는 갈등을 거쳐야 한다. 오랜 공사 끝에 도로가 개통되면, 도로 주변의 주민들에게 도로는 일상을 분절하는 거대한 장벽이 되어 나타난다. 특히 철도와 고속도로 주변은 불모지대처럼 바뀐다. 도심을 통과하는 고속도로나 고가도로 주변은 이동이 어려운 도심의 오지, 낙후한 지구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또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와 같은 자동차전용도로로 한강변을 차단당한 서울시민들이 '토끼굴'을 찾아다녀야 하듯이 철도나 고속도로에 다니던 길을 빼앗긴 주민들은 먼 우회로로 다니거나 토끼처럼 땅굴을 찾아다녀야 한다.모든 도로는 그 자체로 위험 시설이다. 해마다 많은 사고가 일어나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다. 그뿐 아니다. 야생동물들도 산간지대를 통과하는 도로 위에서 수없이 죽어간다. '13인의 아해가 도로'한다는 시인 이상의 '오감도'는 현대인의 분열증적 심리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위험스런 질주를 속성으로 하는 '도로'의 공간적 성격도 잘 드러내고 있다.그렇다면 길로 연결된 도시들은 행복할까? 120여 년 전 경인철도가 부설되면서 제물포의 상권은 급격하게 몰락했다. 대불호텔과 같은 외국인 숙박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이 몰락하고 한양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시작됐다. 한국고속철도(KTX)도 그렇다. 고속철도로 전국 주요도시

  • [경인칼럼] 알고 보면 재미있는 문화적 상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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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알고 보면 재미있는 문화적 상징들 지면기사

    애플, 사과 베어먹은 로고 '튜링' 오마주 유력구글, '구골'서 차용 수많은 정보 제공 의미한국 대통령 상징 봉황·오엽 무궁화 장식은이승만, 龍 꺼렸고 예수의 기적 '오병이어' 뜻상징은 추상적인 관념이나 개념을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과 문화도 온갖 상징들에 둘러싸여 있다.대개는 그 상징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지만, 상징의 유래나 이면을 알기는 어렵다. 상징이 상징하는 바와 기원을 알게 되면 해당 대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깊어진 이해만큼 문화와 일상을 더 즐기고 누릴 수 있다.애플은 삼성 갤럭시와 함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브랜드다. 애플 스마트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말끔한 외양과 한 입 베어 먹은 사과다. 애플은 왜 온전한 사과가 아니라 한 입 베어 먹은 불완전한 사과 이미지를 기업 로고로 채택했을까?여기에 여러 속설이 있다. 가난하게 살면서 사과농장에서 일했던 스티브 잡스가 농부생활을 청산하고 돈을 많이 벌어보자는 각오를 다진 것이라는 설, 한 입 베어 문다는 바이트(bite)로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바이트(byte)를 연상하도록 디자이너가 언어적 기지를 발휘한 것이라는 설, 그리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과 함께 컴퓨터의 아버지로 통하는 튜링에 대한 오마주의 표시라는 설이다. 앨런 튜링은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잘 알려졌듯 수학의 천재였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정보부에서 일하면서 암호 해독에 탁월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동성애 금지법에 걸려 곤경에 처하자 튜링은 독극물을 주입한 사과를 먹고 생을 마감했다. 애플의 로고는 튜링에 대한 존경 곧 오마주의 표시라는 것이다. 한때 컴퓨터가 '튜링 머신'으로 불렸던 것을 보면 후자의 설명이 가장 유력해 보이기도 한다.'개구쟁이 스머프'는 벨기에 작가 페요(Peyo)의 만화를 원작으로 1981년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문화평론가 마크 슈미트는 스머프 마을을 아나키즘이나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꿈꾸는 원시공동체 사회로 해석하기도

  • [경인칼럼] 밸류업 발목 잡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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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밸류업 발목 잡는 것은 지면기사

    부담해야 할 경영상 의무와 책임 회피하고많은 보수 챙기는 미등기임원 지배주주들1997년 외환위기때 경제위기 초래한 주범한국판 주주자본주의 온존하면 성장 제한금융투자세(금투세) 시행일이 두 달여 앞이나 아직 설왕설래이다.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서 얻은 일정액 이상의 소득 20∼25%를 징수하는 금융투자 소득세로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에 자본시장 선진화 일환으로 도입되어 작년부터 시행하려다 다시 2025년 1월로 미룬 것이다.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국가재정도 강화할 목적이었다.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의 주식 투자자 수는 1천424만 명으로 대한민국 인구 4명 중 1명이다. 또한 한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30% 이상이라 금투세가 자칫 외국인투자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금투세를 폐지하면 저평가된 국내 기업 주식 가치의 밸류업(Corporate Value-up) 효과도 있어 긍정적이다.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경영권 공격세력의 악용 내지 국부(國富) 유출 우려도 완화할 수 있다. 대만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려다 주가 폭락으로 무산됐었다. 코너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 보인다.재벌 2·3세의 문어발 등기이사 겸직 러시가 눈길을 끈다. 작년 말 기준 상장 대기업 총수 본인은 평균 2.8개, 오너 2·3세들은 2.5개 회사의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다. MZ세대 재벌 2·3세들이 챙기는 보수액도 다른 계열사 월급 사장들보다 훨씬 많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의 올해 총급여액은 90억원이 넘는데 다른 재벌들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한편 한화의 김동관, 동선 형제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 등 1980년대생 재벌 3·4세들은 수백억원씩 들여 자사주 매입에 올인하고 있다. 경영권 세습을 위한 경험 쌓기와 자금확보도 중요하나 시장의 반응은 곱지 않다.그러나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최고경영자보다 훨씬 높은 보수를 받는 지배 주주들에 비하면 이 정도

  • [경인칼럼] 취임 100일, 한동훈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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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취임 100일, 한동훈의 선택은? 지면기사

    현재 권력이 채해병·김건희 여사 특검 등에전향적 태도 보이지 않으면 민심 이반 심화韓, 원외 취약기반 의식말고 승부수 던져야야인 각오로 시국 임하지 않으면 위기 직면11월10일이 윤석열 정권의 임기 반환점이다. 아직은 대통령 권력은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이다. 그러나 임기 내리막길은 사람들의 '권력'을 보는 관점의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정기국회가 끝나고 2025년이면 지방선거 1년을 앞둔 시점이다.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치르면 정국은 벌써 대선 정국이다. 차기 정권을 둘러싼 각 당파와 정치세력의 격돌이 빠른 속도로 가시화될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야권 최강의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이슈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일 수밖에 없다.현재 권력 윤석열, 미래 권력 이재명과 여권의 한동훈이 차기 대선의 기본 변수다. 윤 대통령은 지금의 추세로 볼 때 조기 레임덕이 올 수 있지만 여전히 여권 차기 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강력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의 향배, 여권 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에서 파생될 한 대표의 여권 내 입지에 따라 각 진영의 차기 주자들의 위상이 결판날 것이다. 예상 못할 변수까지 감안하면 대선 때까지 정치의 불확실성은 점차 증대될 것이지만 의외로 대선 구도가 단순화되는 과정을 밟는 이중성을 띠게 될 것이다.역시 문제는 현 단계의 정국 지형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취임 이후 정체 상태고, 지금까지의 경로로 볼 때 국정운영 기조나 정책 방향의 변화, 여당과의 관계 재정립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게다가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블랙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로가 계속된다면 야권의 정권 탈환이 가시화될 수 있다. 보수 진영의 입장에서 윤 대통령의 실패는 차기 대선에서의 권력 상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대와 20대 대선을 복기해 보면 박근혜 탄핵이 문재인 정권으로 이어졌고, 문 정권의 무리한 검찰개혁 등 민심과 동떨어진 조국 사태 옹위 등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창

  • [경인칼럼] 특별과 특례의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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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특별과 특례의 인플레이션 지면기사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특별'자 5곳인천 송도 '특별자치구' 설치법 대표 발의인천 안의 송도냐, 인천 밖의 송도냐 남아모두가 특별해지면 모두가 특별해지지 않아매주 월요일이면 전주에 있는 전북대학교로 향한다. 몸담고 있는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컨소시엄의 참여대학 중 하나다. 새벽 5시, 인천 송도에서 출발하면 화성과 평택을 지나 세종평택로를 달리게 되고 다시 천안논산고속도로를 올라타면 금강 유역에 펼쳐진 논산평야를 가로질러 만경강을 젖줄로 삼는 만경평야와 저 멀리 동진강 하류의 김제평야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일출의 설렘과 일모(日暮)의 경건함을 가고 오는 길마다 느낀다. 그렇게 다닌 지 벌써 1년이 지났다.전라북도의 수부(首府)라지만 늘 조용하고 얌전하던 전주가 떠들썩해진 건 올해 1월18일을 전후해서였다. 전라북도가 전북특별자치도로 명칭이 바뀌는 날이었다. 그 전부터 도로엔 특별자치도 출범을 '경축'하는 수직현수막들이 내걸렸다. 출범일 전날엔 전야제가, 당일엔 출범식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가전제품 양판점까지 '특자도' 출범 기념세일에 나설 정도였다. 전라북도의 128년 생애가 마감되는 날이기도 했지만 시내는 축배를 부딪치는 소리만 요란했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젊은 선생들에게 물어봤다. "뭐가 달라지는지 알아요?" 돌아온 답이 간단했다.사는 곳의 명칭이 바뀌어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사는 곳엔 계속해서 '특별'과 '특례'라는 이름이 덧붙여지고 있다.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특별' 자가 들어가는 데가 이미 5개나 된다. 광역지자체는 아니지만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에겐 특례시라는 명칭이 붙는다. 분도를 추진 중인 경기북부는 벌써부터 경기북부특별자치도다. 통합을 놓고 힘겨루기하고 있는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핵심 쟁점은 대구경북특별시냐, 경북특별자치도냐다. 특례시 명칭을 달기 위해 줄 서 있는 기초지자체들이 화성과 원주시를 포함해 수두룩하다.그런데 이번엔 특별자치구까지 등장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지역구

  • [경인칼럼] 랜디스가 남긴 이야기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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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랜디스가 남긴 이야기와 노래 지면기사

    인천 개항장 의료선교사 '藥大人'으로 불러불과 7년 남짓 활동… 남긴 족적은 '뚜렷'초인적 한국문화연구 업적의 양과 질 상당내동교회 문고 복원으로 기념사업도 희망개항장의 의료선교사 랜디스(Eli B. Landis, 1865~1898)의 활동과 업적에 대한 연구와 함께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인천 사람들은 랜디스를 가난하고 불우한 조선인을 위해 인술을 베풀고 고아원을 설립하여 운영하다 서른 두살의 나이로 요절한 의로운 외국인이라 여겨 그를 '약대인(藥大人)'이라 부르고 그가 진료했던 성누가병원이 있던 언덕을 특별히 '약대인산'이라 불렀다. 인천인물지에도 그를 개항기 인천의 주요 인물로 분류하여 업적을 소개하고 있다.랜디스가 1890년에 내한하여 1898년 4월 과로와 감염병으로 쓰러질 때까지 활동한 기간은 불과 7년 남짓이지만 의료와 사회봉사에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그는 1890년 가을에 제물포에 도착한 날부터 진료를 시작했는데 1892년 3천594명, 1894년에는 4천464명의 환자를 치료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는 인천에서 1891년부터 야간 영어학교에서 3시간씩 영어를 가르쳤으며, 별도로 고아원을 설립하여 아이들을 보살폈다. 랜디스는 성누가병원이라는 이름 대신 '낙선시병원(樂善施病院)'이라 부르자 했는데 선한 일을 즐기고 베풀기를 좋아한다는 그의 소명의식이 담긴 것이었다.랜디스는 한국문화연구 성과도 남겼다. 그는 한국에 도착한 이듬해부터 구어체를 능숙하게 구사하여 한국인과 대화할 수 있었으며, 한자와 한문 지식도 상당했다고 한다. 이 같은 언어능력을 바탕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의 언어와 역사를 비롯하여 불교와 무속, 자연 숭배와 민간신앙, 동학의 이념, 한국의 전래동화와 동요 등과 같은 사상과 문화, 동의보감 번역과 같은 전통의료 등에 대한 연구를 해나갔는데, 코리아 리포지터리, 모닝 캄 등의 영문잡지에 기고 발표된 논문만 24편에 달한다.이 같은 랜디스의 한국학 연구가 불과 3~4년간 진료소와 고아원 운영과 함께 이룬 것이니 한국문화와 한국인을

  • [경인칼럼] 소통과 교류가 문화예술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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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소통과 교류가 문화예술의 핵심이다 지면기사

    당대 최고 인물 한자리 모은 노래 '한림별곡'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중심의 '아테네학당''서원아집도' '연강임술첩'도 같은 맥락 그림격의 없이 토론하는 新한류문화 만들어가길역사상의 인물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다면 어떨까. 셰익스피어와 괴테와 톨스토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고흐와 피카소, 베토벤과 모차르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와 헤겔, 석가와 예수와 공자와 무함마드, 아담 스미스와 케인즈와 슘페터와 마르크스와 하이에크, 그리고 이외 각 분야의 대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면 어떨까.상상만 해도 근사할 것 같다. 규모는 작아도 당대 최고의 인물과 최고의 명저들을 한 자리로 불러 모으는 환상적인 상황을 가정한 노래(경기체가)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한림별곡'이다. '한림별곡'의 실제 상황이 18세기 영국에서 있었는데, 이를 연구한 것이 레오 담로슈(Leo Damrosch)의 '더 클럽'이다. '더 클럽'은 18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모임과 교류 그리고 상호영향을 연구한 저작물로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전기 작가 제임스 보즈웰·보수주의 정치이론으로 유명한 에드먼드 버크 등 영국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교류와 이들이 이루어낸 성과를 톺아보고 있다.르네상스 시대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역대급 인물들이 모여 있는 것을 그린 작품이다. 철학자와 예술가와 각 분야의 학자들이 그룹을 이루는 '클럽 문화'는 유럽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20세기 세계 인문학을 주도했던 프랑스 인문학도 이런 클럽 문화와 세미나 전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러시아 출신 학자 알렉상드르 코제브(1902~1968)가 개설한 '헤겔 세미나'는 프랑스 인문학의 산실이었다. 언어와 정신분석학을 결합하여 인간의 욕망과 의식과 주체를 탐구한 자크 라캉이 바로 '코제브 헤겔 세미나'의 멤버이자 수혜자다. 코제브의 헤겔 세미나는 '라캉 세미나'로 이어지는데, 라캉의 후계자이자 사위인 자크 알랭 밀레가 개설한 '라캉

  • [경인칼럼] 베수비오산 기슭에 집 지어라
    칼럼

    [경인칼럼] 베수비오산 기슭에 집 지어라 지면기사

    대졸이상 비경제활동인구 59만1천명이나'취업 대신 창업' 택한 대학생들 증가추세국내 창업 1세대 '헝그리 정신' 핵심 요소사업 닮고 싶은 MZ 기업인 무운장구 빈다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대졸 백수'가 역대 최대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 비경제활동인구는 405만8천명으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7만2천명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들로 일 할 능력이 없거나 일 할 수는 있지만 노동할 의사가 없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대졸 비경제활동인구의 중심은 20대 청년이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 청년(15∼29세) 비경제활동인구는 59만1천명으로 지난해보다 7천명 증가했다. 인구가 줄고 있음에도 대졸 백수가 늘어난 연령대는 청년층이 유일하다. "이러다 나라가 망하는 건 아니냐"며 우려하는 지경이다. 청년 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는 생활고와 주거불안 심화로 귀결돼 사회의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한편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대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금년에 대학생이 창업한 기업수는 전년대비 23.4% 증가한 1천951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상공업체 경영주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최근 본죽으로 잘 알려진 본아이에프의 2030세대 점주 비중이 지난해보다 무려 33%나 증가했다. 2022년 기준 소상공업체 오너경영인 중 2030 비중은 전년대비 4.7% 증가했다. 내수경기가 코로나19때보다 더 나쁜데 용기가 가상하다.MZ세대들의 이병철(삼성), 정주영(현대), 구인회(LG) 등 창업 1세대 기업인들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는 추세이다. 한국의 창업 1세대 기업인 관련 영상들이 유튜브에 올라와 수십만∼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정주영 회장이 사우디에서 12억달러짜리 주베일항만 공사를 수주한 일화나 포스코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박태준 회장의 '우향우' 경영철학 등은 2030세대들에 깊은 감명을 주었다. 관련 동영상에는 '말도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