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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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왜, '문화다양성'이어야만 하는가 지면기사
국내 거주 외국인 5%이내도 안돼'다문화 사회' 진입 목전에 둔 한국여전히 다문화 본래의미와 반대로'차이를 전제로 차별 합리화' 시켜'문화다양성 조례' 제정 시급하다대한민국은 다문화사회인가? 결론적으로 아니다. 다문화사회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과 사회적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의아하게 생각할 분들이 계실 듯하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고 그들과의 교류 또한 빈번해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재한 외국인의 숫자가 2019년 252만명으로 최고치를 달성한 이후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출입국의 제한으로 2020년 10월 208만명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한국인 전체인구에서 외국인 거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국제사회가 정한 5%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사회적 여건도 마련되어야 한다. 인구의 구성 비율만으로 다문화사회 진입 여부가 판정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여건도 조성되어야 한다. 외국인 거주자들이 한국의 문화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이다. 그러니 단순히 20명 가운데 1명이 살아야 다문화사회인 것이 아니라 그 1명의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다문화사회라는 말이다.그런데 '한국사회에서의 다문화'란 서로의 문화적 다양성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사회가 사용하고 있는 다문화'는 아시아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가정을 한정한 용어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주여성의 가정은 용어적으로도 비아시아계 '국제가정'과 아시아계 '다문화가정'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니 다문화사회의 환경적 요건이 제도적으로 갖추어진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인식은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서 원만하게 작동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문화다양성'을 '다문화'를 대체하는 용어로 사용하자는 제안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상생활에서 '차이'와 '다름'의 의미가 명확하게 구별되지는 않지만, 한국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용어로 본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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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행복하자 지면기사
인간은 실존적이며 공동체적 존재나의 내면이 충만해야만 행복하다단 다른이가 불편·비참하지 않아야헬레니즘 시대 철학·정치적 삶 반추무너진 사회 기층권력… 복원 절실산다는 데 뭐 특별한 것이 있으랴. 잘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죽음이 다가왔을 때 웃으면서 "참 좋은 세상이었다"라고 말하면서 떠나갈 수 있다면 그게 제일 훌륭한 삶이 아닌가. 그걸 우리는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행복이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데, 문제는 행복이 뭔지를 모른다는 데 있다. 전례 없이 풍요로운 삶을 살았던 고대 헬레니즘 시대에 철학자들은 삶의 목표를 행복에 두었다. 그들이 말하는 행복은 물질적 풍요나 권력을 소유하는 삶이 아니었다. 행복(eudaimonia)이란 그리스 말은 나의 영혼(daimon)이 좋은 상태(eu)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무엇이 좋은 상태이며, 영혼이란 것은 또 뭔가? 영혼이 무슨 실체처럼, 또는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있어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나의 생각과 의식,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궁극적인 어떤 형상을 영혼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영혼의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명상하기도 했고, 절제와 금욕을 추구하기도 했다. 행복하기 위해 스스로 절제하고 욕심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니, 얼핏 보면 참 모순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들은 사람다운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이며, 그러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가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키케로 같은 사람은 "영혼을 갈고 닦는 것이 철학"이라고 말한다. 철학이 무슨 특별한 지식이 아니라 영혼을 갈무리하는 앎과 행동이었다. 그래서 철학은 영성수련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지닌 부자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행복한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말하고, 행복산업과 행복심리학이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삶을 해치는 각종 지표에서 한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1위국이다. 자살률,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반대로 출산율과 자유에 대한 의식,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도 등은 늘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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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이준석 태풍과 인천의 대선 어젠다 지면기사
취업·주택·출산 막힌 '생존의 절박'30대 야당 대표 등장은 시대의 산물인천의 과제는 산업 경제와 일자리경인고속도 지하화로 상부 혁신밸리시민에 일할 기회 미래·희망 담겨야격동의 시간이다. 30대 이준석 당 대표의 등장은 한국 정치사에 획기적인 일이다. 1984년생으로 알려진 북한의 김정은보다 더 젊은 30대 제1야당 대표의 등장은 시대가 만든 산물이다. 우리 주변에는 소득의 양극화, 비정규직, 청년실업, 저출산, 고령화 등 위기와 불안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으로 여당과 정부가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동안 청년세대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과거의 잣대로 청년세대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는 이념의 문제보다 생존의 문제가 절박하다. 취업과 주택, 결혼과 출산의 통로가 막혀 있다.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부동산 정책도 암호화폐도 마찬가지이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바뀐 부동산 정책도 언제나 결론은 세금이었다. 그렇다면 거듭된 정책실패의 책임은 기획재정부의 모피아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고도성장 시대의 경제기획원은 희망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기획이나 발전계획이 보이질 않는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금융규제와 증세를 내세웠다. 모피아가 득세할수록 정책은 실패를 반복했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이준석 현상은 제20대 대선과 민선 8기 지방선거의 승리가 국민에게 과연 어떤 희망을 줄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미 대선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인천을 방문하고 있다. 예비후보들에게 인천의 현안과 미래를 각인시키기에 좋은 시간이다.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재임 중 광역시·도를 1년에 2회 이상 방문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면 인천을 찾는 대통령 후보들과 참모들에게 현안 해결방안과 미래상에 대해 최선을 다해 각인시켜야 한다.그렇다면 제20대 대통령 후보들에게 요구할 인천의 어젠다는 무엇인가. 인천의 대선 어젠다로서 시사점을 주는 것이 '2040 인천도시기본계획(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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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환경을 살리는 길 지면기사
올해 환경의 날 주제 '생태계 복원'지구 지키는 산림 탄소중립 전략은나무 베고 어린나무 심는게 아니라자연이 만들어 준 체계 잘 보존하고나무 많이 심어 숲 조성해 나가는 것지난 6월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었다. 세계 환경의 날은 1972년 6월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하나뿐인 지구(Onnly, One Earth)'를 주제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를 통해 국제사회가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하며 제정되었다. 해마다 대륙별로 돌아가며 한 나라를 정해 지구환경보전을 위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021년 올해는 '생태계 복원(Ecosystem Restoration)'을 주제로 남아시아의 파키스탄이 개최국이다. 파키스탄은 100억그루 나무심기를 목표로 생태계 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탄소중립을 잇따라 선언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흐름에 발맞춰 '그린뉴딜'을 발표하고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해 추진해 나가고 있다.이러한 국제적인 흐름 속에서 최근 우리나라 산림청의 탄소중립정책이 환경단체와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산림청은 탄소흡수를 늘리기 위해 30살에서 40살 된 나무를 베고 어린나무(10~20㎝) 30억그루를 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 대해 그동안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산림청이 제시한 근거에 대한 타당성과 무리한 대규모 벌채로 인한 산사태 위험, 생물다양성 감소 등 여러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산림청의 정책은 숲을 단순히 탄소를 저장하고 목재를 제공하는 기능으로만 본 것이 아닌가 싶다. 논란이 커지자 산림청은 지난 3일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 중 최근 논란이 된 쟁점들에 대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논의해 정책을 수정·보완하겠다고 발표했다.숲을 파괴하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하는 정책에 일침을 가하는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 '시애틀 추장(수잔 제퍼스 글·그림. 한마당)'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70년 전인 1850년경, 아메리카 북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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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기후위기 극복, 과학 중심주의와 결별할 수 있어야 지면기사
지금같은 수준으로 탄소배출 지속땐 지구는 곧 산업화 前보다 1.5도↑ 전망개항기 조선지식인의 부국강병 과학사회진화론 도구적 이성 단적드러내지금은 달라져… 한국서 첫P4G 기대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탄소 배출이 지속된다면 2028년부터 2034년 사이에 지구 기온이 산업화 시기 이전보다 1.5도 상승하게 되리라고 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며칠 전 접한 언론 기사가 떠올랐다. '제주도 크기의 2배에 달하는 빙산이 남극에서 분리', 빙산 분리는 기후 변화 탓이 아니라는 전문가의 의견이 덧붙여지기는 했지만, 기후 재난을 둘러싼 우려를 다독이기에 전문가의 의견은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시 말해 기후가 재난 수준으로 치닫는 까닭에 빙산이 분리된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환경문제 측면에서 한국은 낙후된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바닷속 미세플라스틱 오염 정도는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해 있으며, 2020년 기준 세계 환경위기시각이 9시47분인데 비해 우리는 9시56분을 가리키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덧붙이건대 환경위기시계는 12시에 가까울수록 환경 파괴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을 나타내며, 2017년 한국의 환경위기시각은 9시9분이었다. 한국의 환경 상황이 그만큼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환경민주주의는 세계 71개국 가운데 35위라고 한다.이즈음에 이르러 개항기에 벌어졌던 조선 지식인들의 반복되었던 노력을 떠올리게 된다. 서구 열강의 등장에 위협을 느낀 지식인들은 서구 국가가 부강한 까닭을 따져 물었다. 그리고는 저들의 학문이 과학이라는 데서 답을 찾았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만물을 내는 것은 천지이지만, 천지자연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의 재력(才力)"인 바, 여기서의 재주와 능력이 과학이며, 과학을 키워야 우리도 부강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출된 것이다.('한성순보', 1884)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권 상실의 전 단계인 을사늑약(1905)을 겪고 난 뒤에서 비슷한 주장이 반복되고 있는 대목에서 확인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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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지역을 키우는 8할은 도서관? 지면기사
과감하게 뜯어고쳐 특색있게 꾸며책·도서관 매개 DNA 바꾸는 '전주'日 다케오시도 친근공간으로 특화지역 심장역할 랜드마크 될 수 있어지자체들 앞다퉈 건립하는 이유다책과 도서관은 지방도시에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너도나도 활자매체 시대가 저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책은 사유공간을 넓혀주고 도서관은 모두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한다.지난 주말 별렀던 '전주 꽃심도서관'에 다녀왔다. '꽃심도서관'은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그리고 책만 읽는다는 고정관념부터 확 바꿨다. 흥미로운 책 놀이터였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유아, 청소년, 성인들까지 책과 함께 뒹구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전주시가 도서관을 새롭게 주목한 건 책과 도서관이 지닌 잠재력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순천시가 '기적의 도서관'을 계기로 활력을 찾았듯 전주시 또한 도서관을 통해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다.전주시 인구는 65만명으로 지방도시치곤 비교적 크다. 그렇다고 지방도시마다 겪는 정체는 피할 수 없다. 전주시는 성장 동력으로 도서관을 택했다. 대부분 지자체가 기업유치에 열을 올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역발상이다. 획일적 성장 방식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고민의 결과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라며 회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우선 청사 로비부터 과감하게 도서관으로 뜯어고쳤다. 시간이 흐르자 고인 물에 물고기 깃들 듯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꽃심도서관' 3층 '우주로 1216'은 12세에서 16세까지만 이용이 제한된다. 어린이도, 그렇다고 성인도 아닌 어정쩡한 1216세대만을 위한 전용공간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해방구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독서, 놀이, 강의, 대화를 통해 마음껏 창의력을 키운다. 개관 이후 수많은 이들이 다녀갔다. 전주시는 '꽃심도서관'을 성공 사례로 나머지 10개 시립도서관도 리뉴얼 중이다. 모든 도서관을 책과 친숙한 놀이터로 바꾸는 게 목표다.테마 도서관도 특색 있다. 호수, 길, 정원, 예술, 시를 주제로 한 도서관이다. 호수를 끼고 길이 270m 도서관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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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모든 차별은 위법이다" 지면기사
일본인 39% '한국, 부정적으로 평가'나도 일본인 긍정적으로 보진 않아그러나 모든 것을 판단하는건 아냐개별적 다름 인정통해 전체를 봐야하여, 어떤 차별도 없는 세상 꿈꾼다차별적 시선에서 기인된 혐오와 증오가 범죄로 드러난 구체적 사례가 아시안을 향한 애틀랜타의 총격사건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자들을 애도하였고 'Stop Asian Hate'의 구호를 외쳤다. 이러한 노력 때문이었는지 다행스럽게도 연쇄 총격범에게 증오범죄를 적용하여 사형을 구형하였다는 소식이다.그런데 아시안으로서 위안도 잠시였다. 아시안으로서의 한국인은 또 가슴 먹먹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일본에서 발생한 'Korean-Japanese' 혐오범죄다. 재일동포 어머니를 둔 중학생에게 모욕적인 글을 올린 혐한 블로거에게 일본 법원이 130만엔의 배상을 판결하는 사건의 경위는 이러했다.사건의 피해자인 나카네는 "난 추악한 조선인이 아니다"라며 혐한에 맞섰고 3년여의 세월이 지나 승소판결을 받았다. 사건의 발생은 2018년 나카네(당시 중학교 3학년)가 평화시위에 참여한 것이 기사화되면서였다. 일본 남성(60대)이 기사를 인용하면서 온라인에 '자이니치라는 악성 외래 기생 생물종', '겉모습도 속도 추악한 조선인' 등 혐오 발언을 하였다. 당사자였던 나카네는 이 남성을 모욕죄로 고소했으나 형사재판에서 9천엔의 약식 명령이 내려지는 데에 그쳤다. 나카네는 다시 2019년 명예훼손, 모욕, 차별에 의한 인격권 침해를 주장하며 300만엔의 위자료 소송을 제기하였고, 사건 발생 3년 만에 승소하게 되었다. 민사소송 1심에서는 91만엔의 위자료 지불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했고 2심에서 130만엔의 배상판결을 받았다.나카네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악성 외래 기생 생물종이 아니라, 외모도 속도 추악한 조선인이 아니라, 가족에게 사랑받고,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인간"이라고 주장하였다. 나카네는 어머니께서 "내가 조선 사람이라 미안해"라고 했다면서 "우리 가족에게 이 사건은 평생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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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변혁의 시작 지면기사
촛불시위는 反불공정·기득권 외침힘모아줬음에도 개혁 입법 변죽만與 스스로 보수본색 시민 요구 배반이제는 공동선의 새정치세력 필요보수양당 과점 넘어설 제도개혁을지금으로 봐서는 촛불 시위 이래의 개혁 시도는 실패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한 번의 보궐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4년 전 청산하려 했던 수많은 적폐에 순응하고 그때 사라졌어야 할 부패한 수구 정치와 타협하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시대정신에 부응하지 못하고 기성권력의 저항 때문에 필요한 개혁을 머뭇거린 무능함에 대한 경고를 읽지 못할 때 그 권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금 민주당은 스스로의 보수 본색을 드러내면서 시민들이 요구했던 개혁을 배반하고 있다. 변죽만 울리던 검찰개혁은 실종되었으며, 우리 사회를 위기로 몰아가는 수구 언론의 작태에 대해서는 개혁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 평가에서 3년 연속 아시아 최고의 언론자유지수를 얻었음에도, 그 신뢰도에서는 세계주요국가에서 5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는 것이 한국 언론의 현실이다. 언론이 품어내는 역기능은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을 만큼 흘러넘친다. 그럼에도 그것을 제어하려는 움직임은 전무하다.각종 개혁 입법들은 변죽만 울리고 끝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오히려 재해사망에 면죄부를 줄 정도다. 기업의 반자본주의적 행태에 대한 개혁, 고질적인 교육 문제, 경제 불평등을 개선할 어떤 개혁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LH 사태나 폭등하는 부동산 문제를 모르고 있었기에 시민들이 분노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히 해야 할 최소한의 공정성을 위한 개혁을 이 정권이 모른척하고 있기에 그에 분노한 것이 아닌가.그런데 뜬금없이 이름난 정치학자란 사람이 어처구니없는 정치 분석으로 우리 사회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지난 5월7일 최장집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 진단과 전망' 강연에서 촛불시위의 결과가 그동안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붕괴시키고, 우리 사회를 위기에 빠트렸다고 발언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 민주주의를 떠받쳐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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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능력주의의 폐해 지면기사
'막차라도 타야' 불안한 요소 넘쳐정치권, 청년들 대변 '꼰대' 간섭뿐세습·불공정·불평등… 못 깬다면'국가 없는 세계'로 갈 수밖에 없어능력주의 재구축 미루면 미래 불안능력주의. 태어날 때의 신분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우리 헌법은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헌법전문),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31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능력이 헌법에까지 규정된 것은 그것이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능력과 기량을 마음대로 펼치고, 그에 합당한 보상과 예우야말로 사회발전의 핵심요소라는 것이다. 그러나 예일대 로스쿨의 마코비츠 교수는 '능력주의'를 미국인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 핵심적인 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엘리트 세습'(2020)을 통해 능력주의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능력주의는 미국 일부 엘리트들에게 고액의 연봉과 사회적 지위를 부여했다. 하지만 성과를 위해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그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엘리트와 중산층의 교육격차는 이제는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간관리자들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능력주의는 경제적 지위에서 배제된 중산층에게 삶의 좌절감을 주고 있다. 엘리트들에 의해 독점된 부와 기회, 권력과 영예에 대해 미국의 중산층들은 공공연하게 적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능력주의야말로 극단적인 불평등을 만드는 미국의 질병이자 새로운 계급과 세습의 토대가 되었다고 마코비츠는 분석한다. 그렇다면 엘리트는 행복한가. 그들도 능력 증명을 향한 끝없는 경쟁 때문에 불안감에 지쳐있다고 한다. 불안한 승리와 오만에 찬 엘리트들은 중산층이나 서민과 거리를 두고 있다. 당연히 서로 다른 성향과 관행 그리고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미국은 분리되고 있다. 연대의식도 없다. 능력주의가 결혼과 출산의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통계도 제시하고 있다.대학생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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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10년 전 후쿠시마의 비극은 현재 진행형 지면기사
지난 2월 후쿠시마에서 잡힌 우럭기준치 5배 이상 방사성 물질 검출日 '오염수 2051년까지 방류' 결정진짜 심각성 그때부터 시작될지도인간 생명 소중… 반드시 철회돼야만물이 활발하게 꿈틀대고, 싱그러운 생명력이 가득 찬 4월에 끔찍한 소식을 접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125만t을 2022년 10월부터 2051년까지 30년에 걸쳐 태평양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다.지금도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원전 인근 지역은 여전히 방사능 수치가 위험 수준으로 높아 피폭이 우려되고, 10년이나 지났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더 크게 남아 인류와 지구 생태계 전체를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내몰 수 있는 상황이다.10년 전, 2011년 3월11일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화로운 일본 동북지방의 후쿠시마 현 바닷가에 강도 9의 지진이 일어났다. 그 지진은 해일을 일으켰고 해일은 원자력발전소를 덮쳐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고 방호벽이 녹아내려 핵연료가 대기 중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초고농도 방사능 유출로 원자력발전소 반경 30㎞ 이내는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후쿠시마 현 주민들은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고, 원전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심각성을 아이의 시각으로 그린 그림책이 있다. '후쿠시마의 눈물(김정희 글. 오승민 그림. 사계절)'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가까운 후쿠시마현의 작은 마을에서 지진과 해일, 원전사고를 겪으면서 가족 중 누군가가 죽고 삶의 터전을 강제로 떠나야 하는 대재앙을 그렸다.책 속 주인공인 요시코는 원전사고가 났을 때 초등학생이었다. 대재앙으로 언니가 죽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방사능을 피해 대피소 생활을 해야 했다. 도쿄에 있는 삼촌과 고모 집에 잠시 머물 것을 요청했지만 방사능 오염 가능성 때문에 문밖에서 거절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사는 내내 방사능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몸에 이상이 생겼는지를 검사받을 때 의사에게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