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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논단]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유엔의 무능·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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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유엔의 무능·무력 지면기사

    '인권유린' 국제사회 개입 이미 늦어'인류, 전쟁·내전 위협서 해방 고민'아인슈타인·프로이트 편지 90여년국제연맹, 국제연합으로 바뀌었지만이번사태에 쓸모없어 보이는건 여전지난 2월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쿠데타를 일으킨 근거가 어처구니없다. 2020년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전체 선출 의석의 83.2%를 차지하였으며, 상하원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두었다. 반면 군부 정당인 연방단결발전당(USDP)은 초라한 결과를 받았던 바, 이를 부정선거로 규정한 군부가 아웅산 수치 등의 정치인들을 구금하고 1년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다. 미얀마의 깨어있는 시민들이 쿠데타에 적극적으로 항거하는 모습은 지금 우리가 생생하게 목도하고 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4월13일까지 군경에 714명이 살해당했고, 3천54명이 구금되거나 재판에 넘겨졌으며 717명이 도피 중이라고 한다.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을 접할 때면 분노와 슬픔이 몰아친다. 가령 한 살배기 영아가 오른쪽 눈에 고무탄을 맞은 사진을 보았을 때 그러했다. 집 근처에서 놀다가 미얀마군이 가한 무차별 총격에 당했다고 한다. 전투기가 카렌족 마을을 공습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경악하기도 했다. 쿠데타 규탄시위를 이끌던 청년 웨이 모 나잉이 구금된 뒤 처참하게 고문당한 사진을 보았을 때는 섬뜩했다. 미얀마 군경에 끌려간 뒤 고문으로 사망하는 사례는 계속 전해지고 있다. 띤잔 축제기간(물 축제, 4월13~16일)을 흥겹게 즐기는 미얀마군의 영상이 보도되기도 하였다. 그네들이 희생자의 시신에서 장기를 꺼내는가 하면, 시신을 돌려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는 증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상황이 이 지경인데 유엔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나. 미얀마 시민들은 국제사회에 R2P를 요청해 왔다. R2P(responsibility to protect)란 주권국가 안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에 국제사회가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 지난 3월

  • [월요논단]선거는 오만함 바로잡는 균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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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선거는 오만함 바로잡는 균형추 지면기사

    민주당, 4·7재보선 서울·부산서 참패오만·내로남불, 지지층마저 등돌려무엇보다 위선에 더 화가난듯 냉담대선 앞두고 '이대론 안된다'는 경고겸손·진정성·능력 갖춘 변화 필요 선거제도는 생각할수록 절묘하다. 민주주의가 고안한 제도 가운데 백미가 아닐까 싶다.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다. 시민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한다.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회수한다.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었다고 판단되면 즉각 복원력을 행사한다. 시민은 평소에는 말이 없다. 헌데 침묵한다고 해서 생각까지 없는 건 아니다. 오만과 위선, 실정을 말없이 카운트한다. 그러다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총알처럼 쏘아댄다.4·7 재보궐 선거도 균형추 역할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참패했다. 서울에서 국민의힘 오세훈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에 18.32%p 차이로 압승했다. 또 박형준은 김영춘을 28.3%p 이상 따돌리고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예상을 뛰어넘는 선거 결과는 집권여당에 대한 성난 민심을 반영한다. 마치 투표 날만 기다렸다는 듯 화난 민심은 투표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보궐선거 역대 최고 투표율로 심판했다.민주당은 행정부와 국회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도 죄다 민주당 차지다. 선거가 치러진 서울에서 조직력은 압도적이다. 서울지역 국회 49개 지역구 가운데 41곳, 25개 구청장 가운데 24곳, 시의원 109명 가운데 101명을 독식하고 있다. 그런데도 4연승(2016 총선, 2017 대선, 2018 지방선거, 2020 총선) 행렬에 종지부를 찍었다. 민심을 가볍게 여긴 결과 국민의힘에게 큰 차이로 패했다.4·7 재보궐 선거 결과를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9일 민주당 초선 의원 81명은 입장문을 내고 지도부를 직격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며 지도부를 탓했다. 고영인 의원은 "그동안 단합을 위해 자중했는데 오히려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회재 의원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소신 있는 목소리를 충분히 개진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며

  • [월요논단]모든 혐오를 멈춰라. Stop Asian H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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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모든 혐오를 멈춰라. Stop Asian Hate! 지면기사

    아시아인에 대한 범죄 폭발적 증가트럼프 행정부 반이민정책 도화선코로나로 中에 대한 분노 극에 달해중국인과 유사한 한국인 표적으로美상황 걱정속 우리 현실 직시해야거짓말처럼 4월이 왔다. 앞다투어 피어날 꽃을 생각하면 설렐 법도 한데 새로운 달을 맞이함에도 우울증은 가라앉지 않는다. 연일 미국에서 발생되고 있는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 때문이다.지난달 16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총기사건은 미국 내 아시아인들에 대한 혐오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으로 한국인 4명을 포함한 8명의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중 7명이 여성이며 이 가운데 아시아계 여성이 6명이었다. 총기사건 이후 애틀랜타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를 멈춰야 한다는 시위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시위대는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를 멈춰라", "아시아인들은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코로나19 발생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는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우한에서 '코로나19' 발생이 알려지면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에 대한 경계심과 증오가 백인중심의 국가들로 확산된 듯하다.이렇듯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행정부의 반이민정책이 도화선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행정부는 'Alien'으로 규정했고, 트럼프는 이주민을 향하여 '살인자', '범죄자'의 프레임을 씌웠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쫓아내야 한다(the hell out of our country)"라는 연설을 최소 43회 이상 하였다. 트럼프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 '쿵 플루(Kung-flu: 중국 무술 쿵푸와 플루의 합성어)'로 지칭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거부감은 극에 달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트럼프행정부의 반이민정책과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은 중국에 대한 분노와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키웠고 코로나19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극에 달하게 되었다.세계 최대강국인 미국이지만 의료복지에 취약한 점도 아시아인에 대한 분노를

  • [월요논단]구린내를 막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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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구린내를 막기 위해 지면기사

    공동체적 기반없이는 이익 불가능엄청난 재산 챙긴 유사 집단 많기에LH 사태·취업 불공정 등에 '분노'공정함·공공성 제자리 찾기위해선담론·언론·정치·법 체제 만들어야지금이 변화의 시기이며,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야 할 전환의 시간임은 명확하다. 코로나19 사태가 그것을 알려주지만 촛불혁명이나 민주화 요구,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징후는 이를 언어로 표현하라고 재촉한다. 무엇을 지켜야 하며 무엇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결코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역사에서 보듯이 한 때의 성공에 취해 다가올 새로움을 자리매김할 원리와 규범을 찾지 못할 때, 그 작은 성취가 오히려 더 큰 실패로 몰아가게 만든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공공성 내지 공정성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민감하다. 많은 시민이 이것에 민감하다는 것은 곧 이 원리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시대정신이라는 뜻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대학 입시 및 취업에서의 공정성 시비, 의료 공공성 논의 등은 대표적인 경우다. 현재의 부동산 파동과 LH(한국토주택공사)의 부정에 분노하는 것도 역시 이런 민감함 때문이다.이런 논란과 민감함은 사실 해방 이후의 역사를 돌아보면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다. 과거 지대와 권력을 독점하던 부류가 얼마나 독단적으로 부를 축적해왔는지 돌아보면 이런 요구는 늦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곳곳에 이런 특권과 기득권 세력이 짬짬이로, 그들만의 정보와 권한으로 부당하게 이익을 가로채 온 경우가 너무도 많았다. 국회의원, 고위관료, 법조인, 언론인 등은 물론 심지어 자격증 하나라도 가지고 있으면 이를 이용해 자기 이익을 챙겨온 것이 우리 사회였다. 이제 집단사익의 부정한 축적을 막는 제도와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촛불시위에 의해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던 독점적 특권 집단의 불공정한 관행과 사익 추구를 막는 법과 제도, 그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촛불시위의 힘으로 집권한 이 정권이 지속적으로 그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기에 지금 이런 파국과 위기를 맞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여전히 이 불공정한 시스템을

  • [월요논단]인천형 자치경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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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인천형 자치경찰제 지면기사

    '최첨단 범죄예방시설' 우선 도입市의 주민참여 조직과 연계 통한범죄예방·재난대비 로드맵 재정비공공질서 반하는 행위 '엄격 대응'공항 등 특성맞게 업무구체화 필요7월1일. 75년 만에 자치경찰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하지만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을 둘러싼 마지막 진통이 있다. 일부 시·도에서는 경찰관 직장협의회가 조례안에 반대하는 피케팅을 하였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청 표준안이 아니라 시·도에서 독자적으로 자치경찰 조례를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쟁점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자치경찰사무의 범위, 둘째, 자치경찰사무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지원 문제다. 표준 조례안은 자치경찰사무의 사항 및 범위는 별표로 정하도록 하고, 개정을 할 경우 시·도지사가 시·도 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자치입법권을 침해하는가 여부다. 일부 시·도가 자치입법권의 침해를 들어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임의적 규정을 도입하자 갈등이 표출되었다.학문적으로도 자치입법권의 범주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 중이다. 지방자치법 제28조의 '법령의 범위 안'에 대한 해석의 문제다. 일반적으로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수익적 행정에는 법령에 근거가 없어도 조례의 제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규제를 가하는 침익적 행정의 경우 법령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 지방자치법도 주민의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시·도지사의 시·도 경찰청장에 대한 의무적 의견 청취 규정은 자치입법권의 문제이자 경찰청장의 의견을 그대로 조례에 반영해야 하는가의 해석의 문제이기도 하다. 만약 의무적 청취가 경찰청장의 원안을 모두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라면 자치입법권의 침해 여지가 있다. 그러나 시·도 경찰청장의 의견 취지와 구체적 협의 사항을 토대로 이를 합리적으로 반영한다면 자치입법권의 침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그렇다면 의무적 청

  • [월요논단]선(善)한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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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선(善)한 영향력 지면기사

    그림책속 '다정 아저씨' 긴 머리카락백혈병 소아암 치료 아이들에 전달사장도 감동 받고 머리기르기 시작한 개인의 선한 지향 강력한 힘 지녀어려움 극복 새로운 희망 꿈꾸게 해도서관 아침은 둥지에 쓸 나뭇가지를 물고 오가는 까치의 분주함과 '따닥따닥, 따르르르르…'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작은 새싹들도 땅을 뚫고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바람과 여기저기 자연이 들려주는 봄소식에 무엇이든 새로 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들뜬다.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봄은 왔다.봄소식 속에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전국적으로 등교 수업이 확대되었고, 휴관에 들어갔던 공공도서관들도 방역수칙을 지키며 문을 열기 시작했다. 분명 예전과 같은 봄은 아니지만 힘을 내어 보고, 희망하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 시간이다.언 땅을 녹이는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주변을 돌아보고 돌보며 우리 모두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따뜻한 소식들을 전해 듣게 된다. 선한 지향으로 마음을 나누며 결식아동들을 보듬어주는 식당에서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은 우리 사회 전역에 봄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결식아동들에게 지급되는 급식카드로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한끼 식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기 시작한 한 파스타 집에서 시작된 '선한영향력가게'는 최근 전국적으로 1천여개의 가게들에서 동참하고 있다. 작은 용기가 큰 날갯짓으로 전국에 봄꽃처럼 따뜻한 꽃을 피우고 있다.그 외에도 누군가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미담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한 치킨집 앞에서 5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들고 서성이던 형제에게 치킨을 무료로 제공한 이야기, 마트를 운영하시는 분이 판매된 물건으로 어느 가장의 극단적인 선택을 예상해 미연에 자살을 방지한 일 등의 따뜻한 이야기들이 온라인상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돈쭐 내주자'라며 선한 행동을 한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는 운동이 함께 일어나고 있다. 선한 행동들이 마중물이 되었

  • [월요논단]사사카와 재단 장학생의 논리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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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사사카와 재단 장학생의 논리와 의리 지면기사

    위안부피해자 매춘부라는 '램지어'그를 옹호하는 적잖은 국내학자들재단이 출연 亞연구기금 받는 현실관우 사당앞에서 맹세하는 상인이어떻게 타락하는지 보여주는 사태실크로드를 여행하면서 만리장성의 서쪽 끝 관문인 자위관(嘉 關)에 들렀던 바 있다. 성내에 자리한 관우 사당이 흥미로웠다. 어째서 하필 관우냐고 묻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성문 밖으로 나가면 이제 상인들은 믿을 사람이 그들 무리밖에 없다. 그러니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만 했다. 관우는 의리의 상징이 아닌가. 그래서 관우의 상을 앞에 두고 서로에 대한 의리를 맹세했던 것이다." 중국 무역 상인들의 거점이었던 베트남 호이안에서도 관우 사당을 둘러볼 수 있다. 그네들이 모임터로 활용했던 광조회관(廣肇會館)에 위풍도 당당하게 관우 사당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호이안에 관우 사당이 들어섰던 까닭도 자위관에서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관우의 신격(神格)을 두고 굳게 맹세하였던 상인들의 의리는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러한 생각이 떠올랐던 것은 선인들의 가르침이 작동하였던 탓이리라. 선인들은 군자가 의리를 앞세우는 반면 소인은 이익을 좇을 따름이라고 대조해 놓았는바, 중국 상인들의 활동은 이익을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들이 공유하였던 의리란 다만 자위(自衛)와 이익 배분을 위하여 그네들 사이에서만 통용되었던 약조 수준에 머물렀을 터이다.요즘 세태에서는 눈앞의 이익을 보고 의리를 잊는(見利忘義) 것이 당연한 듯 치부될 터이나, 군자는 이익을 보면 먼저 의리를 생각한다고 했다(見利思義). 나는 군자의 표상을 안중근에게서 확인한다. 그는 '견리사의(見利思義) 위기수명(見危授命)'이라 쓰고 나서 단지(斷指)한 손바닥으로 낙관 삼은 작품을 남겼다. 과연 그는 의리를 먼저 생각하고 위태로움 앞에서 목숨까지 바쳤는바, 위태로움이란 인간이 한낱 금수로 전락하고만 형국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하여 태연하게 살인, 약탈, 전쟁을 저지르는 새로운 문명의 폐해는 인간의 도리

  • [월요논단]가덕도 앞바다에서 이순신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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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가덕도 앞바다에서 이순신을 떠올린다 지면기사

    '신공항' 예타면제로 특별법 처리부산시장 보선 앞두고 여야 '담합'표 앞에서 절차·혈세운용 무관심이순신, 따뜻했지만 '일에는 엄격'대통령도 특별법 고집 꾸짖었다면난중일기를 다시 펼쳤다. 이순신은 임진년 1월부터 일기를 썼다. 그에게는 일기, 활, 어머니가 전부였다. "공무를 마친 뒤 활을 쏘았다." 일기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글이다. 더러는 부하들과도 함께 쐈다. 이순신에게 활쏘기는 유희가 아니었다. 시위를 당기며 정신을 가다듬고, 전쟁에 집중했다. 전쟁은 4월14일 부산포에서 시작됐다. 출전에 앞서 부하 장수들과 결의를 다졌다. "모두 격분하여 목숨을 바치기로 했으니 실로 의사들이라 할 만하다."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 가덕도를 방문해 신공항 추진을 독려했다. 말 많던 가덕도 특별법이 통과되기 전날이다. 정부 핵심 인사들도 대거 함께했다. 경제부총리, 국토부·행안부 장관,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 20여명이다. 갑판 위에서 문 대통령은 "국토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했다. 가덕도는 적지가 아니라는 국토부 보고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변창흠 장관은 "송구하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음날 특별법은 통과됐다.가덕도 앞바다는 임진왜란 당시 전쟁터였다. 430년이란 시차를 두고 이순신과 문재인은 바다에서 결의를 다졌다. 이순신은 왜적을 향해, 문재인은 부산 시민을 의식했다. 이순신은 왜군에 맞서 목숨을 걸자고 했고, 문재인은 가덕도 신공항을 독려했다. 결의라는 형식은 같았지만 내용은 달랐다. 난중일기를 읽다 가덕도를 찾은 문 대통령의 행보를 떠올린 이유다.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국토부는 안정성·시공성·경제성 등 7가지 항목에서 문제를 지적했다. 사실상 반대다. 사업비 또한 28조6천억원으로 부산시가 주장하는 7조5천억원보다 네 배 많다. 김경수 지사는 "언론이 터무니없이 부풀렸다"고 했다. 국토부와 정치인 중 누가 전문가일까. 그런데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특별법이 처리됐다.가덕도 특별법은 특혜법이다. 통상적이라면 여러 후보지 중에서 객관적 검

  • [월요논단]4만5천명의 이주노동자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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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4만5천명의 이주노동자를 기다리며 지면기사

    어느덧 이웃이 된 이주노동자들우리가 못챙겨 안타까운 소식도정부 '비닐하우스내 컨테이너등숙소제공땐 고용허가 불허' 방침인력 절대 필요한 농어촌은 '답답'지난 12일 설을 쇠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라고도 가겠다고도 못했지만 우리는 명절을 맞아 서로의 노고를 물었고,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나누면서 지난 세월의 힘겨움을 어루만졌다. 고향마을에서 만나는 모두가 위무의 대상들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누구의 누구인지를 잘 알았기 때문이기에 그러했다. 그런데 이제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낯선 이웃들이 늘어만 간다. 더 정겨운 사람들로 가득할 것 같은 시골의 고향마을도 낯선 이웃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 이웃이 바로 이주노동자들이다.이러한 현실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가 무리 없이 작동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에도 산업기술인력의 경우 3만7천484명(2018년 기준)이 부족한 실태라고 한다. 농어촌의 경우도 인력의 부족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농축산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2만7천539명에 달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살고 있는지 짐작이 된다.농업을 비롯하여 어업과 축산업은 먹거리를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산업분야다. 그런데 절대 인력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인구는 지난 10년 250만명 이상이 감축된 224만명(2019년 현재)이라고 하며 어촌의 현실도 농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용인시 모현읍의 시설재배 농가는 이주노동자의 기여도가 8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그러니 전국 어디든 우리의 이웃이 된 이주민들을 언제라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출신의 이주노동자 '속헹'씨의 사망 소식이 그간 살피지 못하였던 것들을 돌아보게 하였다. 우리의 이웃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세밀히 살피지 못한 탓이었다. 포천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캄보디아 누온 속헹씨의 죽음'이란 제목의 기사는 한국의 겨울 추위를 경험하지 못했을 이주노동자의

  • [월요논단]위기를 기회로
    칼럼

    [월요논단]위기를 기회로 지면기사

    코로나, 알 수 없는 미래 선택 재촉잘못된 특권 철폐와 재벌구조 개혁집단이익에 매몰된 기득권 청산…일부교회 반공동체적 신앙 폐기 등사회 문제·모순점 수정 할 기회 줘위기는 갈림길을 의미한다. 그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은 정반대로 달라질 것이다. 그런 까닭에 위기는 어려움 자체가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위기는 이 선택 앞에서 우리를 끊임없이 재촉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공공장소의 개방 범위, 영업시간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든 결정해야 한다. 대면과 비대면의 범위를 결정하는 일은 학교와 종교 행사에 대한 결정으로 이어지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선택은 누구에게는 재정적 피해를 넘어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가지만, 누구에게는 오히려 이익이 증대되는 역설적 현상도 생긴다.위기의 순간은 가려진 비밀의 장막을 걷으면서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위기가 기회인 까닭은 이 불편한 순간이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신의 실존적 진실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지만, 거대 담론의 관점에서 이 사태를 통해 사회와 생태계 위기에 직면한 우리의 현실과 그로 인한 문명의 전환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되돌아보거나 가족이 무엇인지, 일상의 삶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기도 하기에 위기는 위험을 넘어 삶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그런 관점에서 이 사태는 우리 사회의 문제와 모순을 수정할 중요한 기회를 주고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비중이 높은 자영업을 돌아보면서, 그들에 대한 단기적인 지원과 함께 장기적으로 편중된 경제구조를 개혁할 기회가 온 것이다. 지대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는 구조를 수정할 수도 있으며 잘못된 특권을 철폐할 기회이기도 하다. 기업이 아니라 재벌 구조를 개혁하고, 편협한 집단 이익에 매몰된 기득권을 청산할 기회이기도 하다.최근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반공동체적인 행태를 보이는 종교를 돌아보면 그들이 빠져있는 근본주의적이며 맹목적 신앙을 폐기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방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