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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 인천고법 설치, 인천 여야 정치권 힘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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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인천고법 설치, 인천 여야 정치권 힘 모아야 지면기사

    인천시민이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서울고등법원으로 가야 한다. 인천에 고등법원이 없는 탓이다. 섬 지역이 많은 인천 특성상 원정 재판에 최대 이틀이 소요되기도 한다.인천시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당시 지역 법조계를 중심으로 공론화가 이뤄졌고 선거철이 맞물려 정치권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출발점은 '서울고법 원외재판부' 설치 요구였다. 인천지방법원에 서울고법 재판부를 설치해 인천시민들이 이곳에서 항소심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19년 3월에서야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가 설치됐지만, 민사·가사사건의 항소심을 담당하는 합의부만 운영돼 형사·행정 합의부 사건 항소심은 여전히 서울에서 진행된다. 근본적 해결책은 인천고등법원 설치였다. 지역사회에서 인천고법을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커졌다. 제21대 국회 출범과 함께 인천고법 설치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고 관련 법안도 발의됐지만 지난 4년간 노력의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인천지역 항소심 사건은 2019년 1천844건, 2020년 1천946건, 2021년 2천471건, 2022년 2천713건 등 꾸준히 증가 추세다. 인구 10만명당 항소심은 58.9건으로 부산(49.2건), 광주(48.6건), 수원(49.2건), 대전(44.7건), 대구(37.7건)를 뛰어넘었다. 인천에서 항소심 접수 후 재판 시작까지 평균 306일이 걸려 타지역(평균 220일)보다 3개월가량 지연되고 있다. 전국 광역시 중 인구수는 두 번째로 많지만 인천만 유일하게 고등법원이 없다.22대 국회에서 인천고법 설치 법안이 상임위원회에 다시 상정됐다. 지난 24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세종지방법원 설치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됐지만 인천고법 법안은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더 이상 인천고법 설치를 외면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인천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여야 가릴 것 없이 힘을 모아 정쟁이 아닌 인천의 발전을 위한 해답을 도출할 때다. /조경욱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imjay@kyeon

  • [노트북] 용기에도 기한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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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용기에도 기한이 필요할까 지면기사

    재희(가명)씨가 보낸 메일에는 학대의 흔적이 차곡차곡 정리돼 있었다. 중학교 때 입소했던 도내 한 청소년쉼터의 조직도, 정당한 몫을 받지 못한 채 지속했던 노동의 사진, 함께 생활했던 친구들과 지금 시점에 나눈 자조 섞인 대화 등. 재희씨는 쉼터에서 머무르는 7년 동안 세로 40㎝, 지름 2㎝ 크기의 의자 다리로 원장에게 수시로 맞았다고 했다.재희씨가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없었던 건 체념 때문이었다고 한다. 쉼터에 오고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자원봉사를 위해 쉼터를 방문했던 한 대학생에게 처음으로 도움을 구했으나, 역으로 원장에게 소식이 들어가 다시 맞았다고 했다. 이후로도 쉼터를 도망쳤다 붙잡혀오거나 스스로 돌아왔던 학생들을 향해 직접적인 폭력이 반복됐다. 그녀에게 쉼터는 항상 '돌아가야 하는 곳'으로 각인됐다.그러나 틈이 생기자 재희씨의 몸은 본능적으로 튀어나갔다. 원가정에 갔다가 쉼터로 복귀했던 어느 명절날이었다. 재희씨는 집에 갔다가 저녁 늦게 쉼터로 돌아왔고, 집에 가기 위해 싸놓았던 짐이 옆에 놓여 있었다. 명절이라는 사실이 주는 평온함 때문인지 함께 머무르며 서로를 감시하기도 했던 언니들은 재희씨를 둔 채 위층으로 올라간 때였다. 직전까지도 이곳을 벗어날 생각이 없었던 재희씨는 작은 틈이 생긴 순간 쉼터의 문을 열고 '이십분동안 멈추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렸다.그럼에도 재희씨의 경험이 학대에 해당하는 지 여부는 공적으로 다퉈보기 어렵게 됐다. 아동학대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이 되는 날부터 7년이기 때문이다. 신문고에 글을 올리고,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본인의 경험을 정리해 올린 때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후였다."지금도 어딘가에서 붙잡혀 원장실로 끌려가는 꿈을 계속 꿔요." 쉼터에서 나온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 원장을 경찰에 고소하고 커뮤니티에 글을 올릴 결심을 한 이유를 묻는 물음에 재희씨는 이렇게 답했다. /목은수 사회부 기자 wood@kyeongin.com목은수 사회부 기자

  • [노트북] 늦은 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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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늦은 때는 있다 지면기사

    "한국 비정규직·이주노동자가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청문회를 통해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유가족이 지난 3일 국회를 찾았다. 평소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온 우원식 국회의장이 아리셀 유가족들과 면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한 유가족 대표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의 국회 청문회를 요청하며 전 국민에게 한국 비정규직·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귀족 기업' 아리셀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여성·이주노동자 등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했다. 당연한 것일지 모르지만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위험의 외주화·이주화' 구조를 아리셀은 적절히 활용했다. 비슷한 기업들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 개정도 이뤄졌지만, 2024년 현재에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소수 노동자'에게는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모든 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숙련된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하청·실습생 등에게 안전 장비도 없이 업무를 떠넘기고 있다. 그러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이렇듯 책임자 부재 현실은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에게 또 한번 상처가 된다.국회는 매번 약속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인공지능이나 기후변화로 뜨고 지는 직업이 생겨나듯, '버려질 위기의 노동자'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그 사이 규제 내 보호받지 못할 노동자도 늘어날 것이다.국회에 등장한 '기후 위기 시계' 처럼 미래의 노동 현장도 노동자를 지키겠다는 비상한 각오가 동반돼야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국회의 약속'이 뒤늦게 과거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만 그칠 것이 아닌, 변화하는 미래 노동 현장을 위한 제도까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오수진 정치2부(서울) 기자 nuri@kyeongin.com오수진 정치2부(서울) 기자

  • [노트북] 빛바랜 나혜석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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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빛바랜 나혜석의 도시 지면기사

    나혜석이라는 이름을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들어봤다. 새 학기, 미술 시간이 아닌 체육 시간. 운동장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던 때였다. 친해진 지 얼마 안 돼 조금 어색한 가영이가 "우리 (중)학교는 화가 나혜석이 나온 데야"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게 누구냐고 되물으면 무식해 보일 거 같았다. 당시만 해도 수원역과 남문에서 친구들을 만나던 때라 인계동 나혜석 거리는 낯설었다.이제 나혜석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미술 작품뿐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통찰을 비롯해 역사 그 자체가 된 굴곡진 삶까지. 2000년대 초반 재조명 움직임을 거쳐, 2010년대 중반 페미니즘 리부트와 맞물려 흐름을 탔다. 그렇게 나혜석은 수원시에도, 여성들에게도 자부심 가득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1% 아니, 99%가 부족하다. 나혜석을 끄집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딱 거기까지다. 조선 최초의 여성 유학생,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최초' 타이틀만 돌림노래처럼 반복된다. 보도 위 타일은 깨지고 비석 속 글씨는 알아보기 힘든, 유흥가 한복판에 자리한 나혜석 거리의 모습은 이런 현실을 은유한다. 다만, 거리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일차원적인 소리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혈세는 더 가치 있는 데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눈여겨봐야 할 사연들이 프랑스에 남아 있었다. 파리에 거주하는 한경미 감독은 정부·지자체의 아무런 지원 없이 홀로 취재에 나서 나혜석의 파리 유학 시기가 담긴 사진을 발굴했다. 그런가 하면 1947년의 나혜석을 기억하는 인물이 여전히 정정한 모습으로 보 쉬르 센에 살고 있다. 이응노 선생의 아내, 박인경(98) 화백이다. 과거 나혜석이 하숙했던 르 베지네에 자리한 푸셰씨의 집은 아직 평범한 가정집이다. 이곳은 유명 예술가가 살았다는 문패를 걸 자격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보다 다양한 관점으로 새롭게 연구해야 할 것도, 오늘날 우리가 토론하거나 기념해야 할 것도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나혜석의 도시'가 잊고 있는 영광스런 몫이다. /유혜연 문화체육부 기자 pi@kyeongin

  • [노트북] 텔레그램으로 뛰어든 여성들
    칼럼

    [노트북] 텔레그램으로 뛰어든 여성들 지면기사

    26일 저녁 9시 한 온라인 화상회의의 링크가 X(엑스·구 트위터)에 공유됐다. 이어 10시, 11시에도 링크가 공유됐고, 이날 진행된 3차례의 화상회의 모두 링크가 공유된 지 1~2분도 지나지 않아 정원 100명이 곧장 찼다. 이 화상회의는 2016년 소라넷 폐쇄를 이끌어낸 단체 'DSO'에서 활동하던 한샛별(활동명)씨가 진행하는 강의였다. 각종 디지털 성범죄 현장에 잠입했을 때 지켜야 할 요령, 피해자를 보호하면서 사건을 공론화하는 방법 등에 대해 안내했다.최근 SNS '텔레그램'에서 딥페이크(Deepfake,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기술)를 이용한 성착취물이 제작·유포된다는 의혹이 SNS에서 퍼지고 있다. 경인지역은 물론 전국 지역별, 대학과 초·중·고 학교별로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이른바 '겹지인방'이 확인됐다. 이러한 내용들은 대부분 개인이 직접 텔레그램 대화방에 접속해 알아낸 것이다. 지금도 여성들은 성착취가 이뤄지고 있는 지역, 학교 기반 대화방 목록을 공유하고 피해자를 발굴하고 있다. 이들은 행여나 자신의 얼굴, 음성이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활용될까 두려워 SNS에 각종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다.한샛별씨는 무엇보다 '자신을 지키며 활동할 것'을 당부했다. 직접 성착취물을 마주하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직접 범죄 현장에 찾아가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텔레그램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적극적인 수사가 어렵다며 방관한 국가 탓이다. 최근 인하대 재학생도 경찰에 자신이 디지털 성범죄의 대상이 됐다고 알렸지만, 결국 본인이 직접 대화방에 잠입해 증거를 수집해야 했다.디지털 성범죄는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부작용도, 일부 집단의 일탈 행위도 아니다. 여성의 '몸'을 성적 도구로만 바라보고 이를 착취, 모욕하려는 기득권의 어긋난 욕망과 이를 방관한 결과물이다. 신속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가 미성년자들도 위협하고 있는 만큼, 피해자 보호가 급선무다

  • [노트북] FC안양의 K리그1 승격을 기원하며
    칼럼

    [노트북] FC안양의 K리그1 승격을 기원하며 지면기사

    2024시즌 프로축구 K리그2 FC안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1일 기준 K리그2(2부리그)에서 24경기를 치러 승점 46(14승 4무 6패)을 기록해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2위 전남 드래곤즈가 승점 42(12승 6무 7패)를 기록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고 수원 삼성이 승점 40(11승 7무 7패)으로 3위에 자리하며 FC안양의 자리를 노리는 상황이다.FC안양은 이제 리그에서 12경기를 남겨뒀다. 프로축구 세계의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두 달 정도만 잘 버텨 우승하면 역사적인 첫 K리그1(1부리그) 승격을 이루게 된다. FC안양은 지난 2022년 수원 삼성과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패하며 K리그1 승격의 문턱에서 좌절감을 맛본 적이 있다. 이번에는 프로축구 최상위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감을 높인다.FC안양의 선전은 한 구단의 K리그1 승격 도전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로 시민구단도 K리그 무대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구단인 FC안양의 구단 운영비 대부분은 안양시가 지원한다. 그렇다 보니 기업구단들에 비해 공격적인 투자가 쉽지 않다. 실력 있는 선수를 영입하려면 많은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우수 선수 영입이 곧 좋은 성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FC안양은 기업구단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그렇기에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올 시즌 K리그2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FC안양의 질주는 대단한 것이다.여기에 FC안양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시장의 구단에 대한 높은 애정도 현재 팀의 상승세에 한몫한다. '축구광'인 최 시장은 FC안양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최 시장은 시즌 초에 열리는 FC안양의 해외 전지 훈련장을 직접 찾는다. 또 홈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그의 모습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축구계에서는 최 시장의 FC안양에 대한 관심도가 '진심'이라고 이미 오래전부터 소문이 났다.시민구단의 구단주인 해당 연고 지역 지자체장이 모두 최 시장처럼 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개막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 [노트북] 올 여름은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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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올 여름은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야 지면기사

    "지구가 고장 났다."수많은 취재의 결론이 하나로 귀결되고 있다. 탄천 인근 아파트에 못 보던 벌레들이 갑자기 폭증한 것도, 광교산 아래 집에서 십여 년 넘게 살아온 주민이 산사태의 공포에 떨어야 하는 것도, 갑자기 불어난 오산천에 하수도가 역류해 반지하 집이 침수된 것도 전문가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기후 변화'라는 공통된 답을 내놓는다.그러고 보면 올해 여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알던 여름이 아니다. 이전에도 이 정도 폭염과 호우는 있었지만, 두 개를 하루에 동시에 겪어 본 적은 없었다. 어릴 적 태국에 여행을 가서 신기하게 보았던 스콜이 이제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무쌍한 날씨는 단순히 우산을 챙기지 못해 갑자기 비를 맞는 찝찝함으로 그치질 않는다.기후는 사회다. 질병관리청 웹 사이트에는 매일 온열 질환자 수가 갱신된다. 지난달 많아야 하루에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온열 질환자 수는 8월이 되자 어느덧 세 자릿수로 늘었다. 경기도는 아직 여름이 한참 남았음에도 벌써 누적 환자 수가 300명을 넘어가고 있다. 불과 3년 전인 2021년의 전체 누적 환자 수 기록은 깨진 지 오래다.기후는 경제다. 도내 곳곳에는 폐사한 가축과 농작물 피해 소식도 계속 들려온다. 도는 지난해 폭염 피해로 가축들이 폐사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393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지난 한 해 동안 가축 재해 보험 지급액은 366억5천500여만원에 달했다. 최근 5개년 중 최고 금액이다. 농작물 재해 보험 지급액 역시 지난해 272억6천500여만원으로 3년새 꾸준히 상승해 왔다.기후는 정치다. 지난 6일 정부는 처음으로 폭염 현장 상황관리관을 전국에 파견해 대처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지난 4월엔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에서 거대 양당 후보들의 기후 관련 공약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결국 기후는 현실이다. 이제는 그동안 문제없이 기능하던 시설물과 매뉴얼이라도 재점검하고 보강해야 한다. 홍수 피해를 막는 제방의 높이와 강도도, 폭염에 대응하는 야외 작업 기준도 다시 살펴볼 때다. 전에 알고

  • [노트북] 죽음의 동물원, 비극의 고리를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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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죽음의 동물원, 비극의 고리를 끊어라 지면기사

    3월26일 성남의 한 도로에 타조 '타돌이'가 나타났다. 10차선 도로를 내달리고 차들과 나란히 터널을 통과하는 장면이 사진과 영상에 담겨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도심 속 난데없는 타조의 등장에 사람들은 신기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무사귀환을 응원했다. 다행히 타돌이는 1시간가량 질주를 마치고 생포돼 자신이 탈출했던 체험형 동물원으로 돌아갔다.6월4일 부천의 한 실내동물원을 지난 1월에 이어 6개월 만에 다시 찾았다. 이 동물원 '정글존'에 사는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의 생활환경은 나아졌을까.하지만 작은 기대는 금방 무너졌다. 반달가슴곰은 무기력한 채 같은 자리에서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정형행동'을 반복했다. 여전히 이들의 비좁은 정글을 채운 건 콘크리트 바닥과 인공 조형물뿐이었다.경인일보가 기획취재팀을 꾸려 찾은 독일, 네덜란드의 동물원은 좁은 철창 우리로 규격화된 국내 동물원의 모습과 달랐다. 무엇보다 동물복지, 종 보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눈에 띄었다.독일 뮌헨 헬라브룬 동물원은 10년 새 보유 동물 종 숫자를 750여 종에서 520종가량으로 줄였고, 네덜란드 뷔르거 동물원은 동물이 최대한 야생 환경에 맞춰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열대 우림존'의 비중을 키우고 있었다.이들은 기존 동물원의 전시 기능을 최소화해 받아들이면서도, 오늘날 동물원이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역할을 부단히 찾았다. 동물원을 향한 시민들의 애정도 남달랐다. 헬라브룬 동물원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개선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한참 뜸을 들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외려 자부심을 드러냈다. 앞서 국내 동물원에서 만난 시민들이 전시된 동물을 보고 양가감정을 갖는 것과 대조적이었다.낡고 협소한 우리에서 평생을 살거나, 탈출을 감행하고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국내 동물원의 이야기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빤하지만 이는 법과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한 탓이다. 허가된 동물원만 등록 가능하도록 '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됐지만 기존 운영

  • [노트북] 마약 '편견'과의 전쟁
    칼럼

    [노트북] 마약 '편견'과의 전쟁 지면기사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던 무렵 독일로 떠났다. 교환학생 신분으로 6개월 동안 독일의 한 대학교에 파견갈 기회를 얻었다. 베를린에서 기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시골 동네였다.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오는 외국인 학생이 대다수인 기숙사여서 그랬을까. 당시 코로나 규제가 조금씩 완화되고, 백신 접종자가 늘며 분위기가 풀어져서였을까. 기숙사 안에서 공공연히 대마초를 피우는 학생들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았고 심지어는 권유하는 장면까지 목격했다.처음 맡아보는, 담배와는 사뭇 다른 냄새가 대마초 향이라는 것을 알고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충격적이게도 "나도 한번 해볼까?"였다.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경험할 수 있는 사회. 이젠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알아버린 청소년들은 어느새 마약중독자가 되고, 더 값싼 마약을 찾다가 마약판매업에 발을 들인다. 십여년 전엔 대마 투약 혐의가 불거진 유명 연예인의 "마약인줄 몰랐다"는 말이 얼토당토 않았지만, 이젠 그 말이 얼추 개연성을 갖게 됐을 정도다.물론 '호기심'이 마약 투약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회는 적어도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낸 이들이 빠져나올 통로를, 작은 구멍이라도 연결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들은 이 순간에도 끝이 안보이는 싸움을 하고 있다. 마약과의 싸움과 동시에 사회의 편견과 싸우고 있다. 그래서 섭외도 취재도 어느 하나 매끄럽지 못했다. 기자가 다가가면 움츠러들고 피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이들이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반드시 단약에 성공하리라' 하는 스스로의 다짐이자, 살기 위한 용기였을 것이다.마약중독자 자녀를 둔 엄마조차도, 처음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센터를 방문할 때 마약중독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두려웠다고 한다. 이젠 사회가 먼저 용기내 마약중독자들에게 손내밀어야 할 때다. 이들의 용기가 헛되지 않게, 사회가 마약중독자들을 똑바로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 /이영지 정치부 기자 bbangzi@kyeongin.com이영지 정치부 기자

  • [노트북] 죽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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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죽음에 관하여 지면기사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죽고 나서 장례식장의 풍경을 상상해봤다. 당장 오늘 죽음을 맞이했다고 가정하면 가족들과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이 장례식장을 지킬 것이다.조문객들은 술잔을 나누며 망자와의 추억을 꺼내 보거나 오랜만에 한자리에서 만난 지인과 안부를 묻기도 한다. 적어도 마지막 길만큼은 흉보거나 험담하지 않고 좋은 기억만 꺼내주길 바랄 뿐이다.여러 사람의 추억 속에 있는 망자는 아마 점차 잊혀질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선 희미한 반짝임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마지막이 평범하다고 느껴졌다. 성대한 장례는 아닐지언정 소소한 업적이라도 남겨 희미한 반짝임을 많이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얼마 전 제보를 접하고 이런 생각이 싹 바뀌었다. 지난달 21일 인천가족공원에서 영면에 든 무연고자 고(故) 송선옥(가명)씨의 마지막 길은 쓸쓸했다. 그의 마지막 길을 더욱 차갑게 만든 건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공영장례'였다.송씨의 위패 앞에는 대추, 옥춘당, 약과와 함께 배, 사과가 차려졌다. 우연히 이곳을 들른 한 시민 눈에 먼지 쌓인 대추와 옥춘당이 들어왔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유난히 반짝이는 사과와 배가 있었다. 가짜였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과일이 송씨의 마지막 길에 올라왔다.죽은 사람에게 진짜든 가짜든 무엇이 중요하겠냐마는, 텅 빈 장례실에 올라온 초라한 과일이 마음에 두고두고 걸렸다. 기사가 나간 후 해당 공영장례를 지원한 지자체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가짜 과일을 제물(祭物)로 받은 송씨 덕분에 다른 무연고자들에겐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송씨는 이렇게라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희미한 반짝임으로 남았다. 내 기억 속에서도 그렇다. 평범한 죽음이 시시하다고 생각했던 오만함이 부끄러워졌다. 어떻게 기억되느냐가 아닌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mc0502@kyeongin.com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