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노트북] 길을 잃었을 때
    칼럼

    [노트북] 길을 잃었을 때 지면기사

    기사를 쓰다 보면 자주 길을 잃는다. 분명 A라는 주제를 다룬 기사였는데 정신차려 보면 B를 쓰고 있어 당황했던 적이 종종 있다. 그때마다 길의 방향을 다시 잡아준 게 회사 선배들이다. '선배들이 보기 전 왜 혼자 잘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을 하긴 하지만 그들의 도움 덕분에 길을 헤맸을지언정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기사를 쓸 때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도 종종 길을 잃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부모님이나 은사 등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나아갈 곳을 설정할 수 있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삶의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인물은 저마다 한 명씩은 있을 것이다.지난달 중순 10대 소녀가 인천 어느 한 교회에서 사망했다. 사인은 폐색전증. 폐의 혈관이 혈전이나 공기에 의해 막히는 질환으로 장기간 묶여 있거나 외상을 입었을 때 발생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아이는 학대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 소녀는 아버지의 예상치 못한 죽음 이후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이로 인해 가족 간에도 지속적인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아이를 가족 대신 맡아주겠다고 한 게 인천 C교회의 교인 D씨였다. 소녀는 지난 3월 D씨를 따라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에서 생활했다.고작 3개월 사이 아이는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상황 속에서 사망했다. D씨는 아이의 죽음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판단돼 아동학대 살인죄로 조사받고 있다. D씨 외 교인 2명도 사건에 연루돼 조사 중이다. 다만 교회는 소녀의 죽음을 두고 "학대는 없었고 다 아이를 위해 한 행동들"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소녀가 심적으로 무너져 길을 잃었을 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길라잡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비극으로 끝난 아이의 죽음 앞에 씁쓸한 여운만 남는다. 먼 타지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 소녀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빈다. /이상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eewoo@kyeongin.com이상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노트북] 백팔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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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백팔번뇌 지면기사

    '백팔번뇌'. 17대 국회에서 제각기 다른 언행을 일삼던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로 인해 18대 총선에서 참패하게 된 것을 비꼬아 말하는 '여의도 용어'다. 108가지 번뇌라는 불교 용어지만 여의도에서는 다르게 쓰인다. 그들은 중구난방 움직이다 지탄을 받고 다음 총선에서 사라졌다. 22대 국회가 시작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6월, 유독 백팔번뇌의 경고가 여의도에서 들리고 있다.먼저 국민의힘은 109석을 예상했지만, 한 석이 줄어 108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겨우 1석' 차이지만 차기 보수 대권주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에 1석이 돌아가면서 양당의 희비는 컸다. 또 108석이라는 숫자는 오묘했다. 앞서 말한 여의도의 기억처럼 지도부의 전략 부재가 거듭되며 여당에 고뇌를 안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3년인데 우군은 당장의 상황을 타개할 리더십과 대책이 없어 번뇌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170석을 가져간 민주당에서도 백팔번뇌의 교훈은 내부에서 나온다. 총선에서 승기를 쥔 야당은 70여명의 초선의원을 국회에 입성시켰다. 하지만 국민 뜻을 받든다는 이유로 상임위원회에서 입법 독주를 이어가고,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일부 의원들의 선을 넘나드는 발언은 과거의 오명을 떠올리게 한다.열린우리당의 백팔번뇌, 그 후 20년이 지났다. 당시 국회에 입성했던 초선들은 중진의 거물급 인사가 됐고, 운동권 시대가 저물고 민주주의가 자리잡은 2024년은 미래 의제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하지만 여야 모두에게서 개혁을 꿈꾸는 비장한 눈빛과 초심을 다짐하는 웅장함은 찾아보기 어렵다.국회 기자들은 개혁을 추구하는 젊은(초선)의원들을 '소장파' 또는 '소신파'라 부르고 있다. '일을 하기 위해 국회에 왔다'는 초선들에게 백팔번뇌의 기억은 여의도의 멸칭만은 아니다. 거침없고 소신있는 행보로 주목받았던 소장파들이 22대 국회에서 백팔번뇌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되길 바란다. /오수진 정치2부(서울) 기자 nuri@kyeongin.com오수진 정치2부

  • [노트북]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질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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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질 수 없는 것 지면기사

    3개월 전부터 새벽수영을 다니고 있다. 수영의 장점은 많다. 누구나 도구 없이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라 부담이 없다. 더운 날씨에 상쾌하게 운동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수친'(수영 친구)도 수영이 좋은 이유다. 나에게도 수친이 생겼다. 이름도 모르지만 수영복 색깔로 그를 알아챈다. "내일 모레면 60살"이라는 말에 나이만 짐작해볼 뿐이다. 강습이 끝나면 샤워장으로 가면서 얼마나 수영이 늘었는지 서로 공유한다. 수영에 대한 열정만으로 맺어진 우정이다.즐겁기만 했던 수영강습 시간이 불편해진 건 얼마 전부터다. 연이은 아침 일정에 일주일 만에 강습을 간 날이었다. 배영을 하려고 물에 떠 있는데 자세를 고쳐주던 강사가 "살이 많이 탔다. 강습을 빠지고 놀러 갔다 왔느냐"며 웃었다. 맨살이 드러나는 수영복 차림이어서였을까. 순간 불쾌함이 온몸으로 번졌다. 그 수업시간에만 "수영을 해도 살은 안 빠지는 것 같다", "결혼은 언제 하실 생각이냐" 등등 여러 발언들이 이어졌다.순간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쳤다. 2년 전 매일 아침 사건사고를 챙기러 경찰서로 향하는 게 수습기자의 일이었다. 안면을 튼 경찰들 몇명과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 아버지뻘인 그들은 나와 동기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라"며 농담을 했다. 더 심한 발언도 있었지만, 굳이 열거하고 싶지 않다. 당시 선배 기자가 공식적으로 해당 경찰관들의 상관에게 항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이후에도 불쾌한 말을 듣는 일은 종종 생겼다. 이런 일에는 직업이 '기자'라는 것도 별 소용이 없는 듯했다.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들을 때마다 매번 심장이 쿵 내려앉아 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리곤 죄책감이 밀려온다. 왜 그 자리에서 불쾌한 티를 내지 못했을까.'성희롱'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애초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잘못은 발언자에게 있지, 듣는 사람에겐 없다. 더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 글을 쓴다. /백효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100@kyeongin.com백효은

  • [노트북] 모두를 위한 소년체전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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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모두를 위한 소년체전은 언제쯤 지면기사

    햇빛이 피부를 쏘아붙인다는 표현이 적합하겠다. 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취재차 찾은 5월 말 목포는 벌써 한여름이었다. 30도에 육박하는 기온 탓에 그늘 밖은 전쟁터였다.날씨보다도 이글거렸던 건 출발선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던 학생 선수들의 눈빛이었다. 이날을 위해 놀지도 못하고 실컷 자지도 못하며 훈련에 매진했을 학생 선수들. 여유롭게 관망하던 나도 괜스레 초조해졌다.짧으면 10초, 길면 1분 안팎에서 정해지는 결과에 선수들의 표정은 갈렸다. 여중부 400m 계주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한 여자 학생 선수는 자기 때문인 것 같아 서럽게 울었다. 반대로 남중부 400m 계주에선 경기도와 경북 대표팀 모두 43초57로 결승선을 동시에 통과했는데, 두 팀 모두 동메달을 주겠다는 소식을 듣자 양팀 선수들은 어깨동무를 하며 환호했다.앞으로 펼쳐볼 인생의 페이지가 더 많은 어린 선수들이지만 이날 메달의 유무, 색은 이들에겐 전부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를 해소하려면 성적 지상주의에서 탈피해야 하지만 아직도 체육회와 교육청 저변에선 성적 지상주의가 보다 우위에서 작용하고 있다.일례로 소년체전은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종합 순위를 매기지 않지만, 시도체육회는 매년 자체적으로 비공식 메달 집계를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경기도는 이번 대회가 끝나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 89개를 획득하며 비공인 종합우승을 했다고 알렸다. 이런 구조 속에선 학생들에게 거는 기대도, 학생들이 떠안는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메달을 획득한 일부 선수만을 위한 대회가 아니라 출전 선수 모두를 위한 대회로 탈바꿈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제도는 지난 관행에 멈춰 있지만, 그럼에도 학생 선수들은 보다 성숙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철인3종 2관왕을 달성한 강우현(의정부 부용중 3학년)의 한 마디가 마음 깊이 와닿는다. "우승하면서 정말 기뻤지만, 뒤에 들어오는 선수들 생각이 났습니다. 이들을 챙겨야 한다는 마음에 우승 직후 너무 신난 표정을 짓지는 않았고 나중에 다 함께 기뻐했습니다." /김동한 문화체육부 기자 dong@

  • [노트북]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칼럼

    [노트북]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지면기사

    기자가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목소리를 들어줘야 할 소수자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사회가 허용하는 다양성의 울타리는 높은 인권 감수성을 지닌 올바른 다수자가 상상하는 범위 내에 있기 마련이다. 빈곤층, 성 소수자, 이주민…. 흔하게 사용하는 다양성이란 단어는 기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보다도 좁은 셈이다.괜스레 고민을 떠올린 건 기획 취재를 하다 헷갈리는 순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람이 아닌 이들, 이른바 '부르주아 소수자'를 마주하면서다. 난치병과 함께 살아가는 어느 중산층 가정, 그리고 '돈 많은 페미니스트의 걱정'이라는 거대 담론. '먹고사니즘'이라는 필터로는 걸러지지 않는 존재다.물론 당연히 부자도 소수자일 수 있다. 문제는 그 속에서 사회적인 의미를 어떻게 찾아내느냐다. '돈만 있으면 되지 뭐가 문제야…'. 쉬운 방법은 약자성을 찾는 것이다. 가족 간병을 취재하며 만난 한 중산층 가정은 경제적 위치와 무관하게 '시간 빈곤'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반면 어느 '돈 많은 페미니스트의 걱정'에서 뻗어간 취재는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성 소수자에 대한 포용성이 높은 동시에 보수의 경제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은 대체 어느 정당에 투표해야 할까. 그럼 반대로 왜 '여자 이준석'은 없을까. 여기서 시작한 문제의식이 '20대 무당(無黨)'이라는 현상으로 수렴했다. 정치적 발언을 꺼리고,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문제적 정체성'. 거대 양당은 물론 개혁신당도 정의당도, 저널리즘도 풀지 못하는 난제다.어쩌면 난제를 대하는 태도에 실마리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애초에 소수자의 범위는 없었던 거다. 다양성은 정도(正道)를 '찾아가는 일'에 있지, 그 정도가 무엇인지 '규정해버리는' 순간 망가지고 만다. 결국, 각자의 자리에서 머리를 싸매고 정도를 고민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 아닐까. 싱겁지만, 싱거워야만 하는 결론이다. /유혜연 문화체육부 기자 pi@kyeongin.com유혜연 문화체육부 기자

  • [노트북] 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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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오T.T 지면기사

    최근 경제 뉴스에서 부쩍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인상(引上)'이다. 가격이란 단어와 결합해 흔히 사용되는데, 경제면에 허구한날 나오고 있다.특히 올해엔 구독료 인상 행렬이 돋보인다. 광고 없이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구글이 월 구독료를 기존 1만450원에서 1만4천900원으로 42.6% 올린 여파다. 지난달 18일부터는 월 8천960원을 냈던 장기가입자(2020년 9월 이전 가입자)도 월 구독료가 1만4천900원으로 동일하게 올랐다. 기존보다 무려 71.5% 치솟았다. 국내 이동통신 3사 제휴 상품 가격도 줄지어 인상 중이다.사실 유튜브 가격 인상은 다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과 견줘도 인상폭이 높은 편에 속한다.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월 구독료를 9천900원에서 1만3천900원으로 40% 인상했다. CJ ENM이 운영하는 티빙 또한 지난달 1일 연간 구독권을 기존 대비 20%가량 상향했다.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는 유튜브가 다른 플랫폼 못지 않게 가격을 올린 셈이다.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의 합성어) 속 해외 OTT 업체가 국내에 납부하는 세금은 많지 않다.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낸 법인세는 155억9천만원이다. 지난해 매출의 4% 수준에 그친다. 같은 해 넷플릭스가 낸 법인세는 36억원으로 매출액의 0.4%다. 국내 기업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이 같은 상황 속 방송통신위원회는 '통합미디어법' 입법을 추진 중이다. 법적 사각지대에 있는 OTT를 제도권 안으로 포섭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유튜브 등 해외 OTT가 협력할 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8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은 국내 OTT 4사 대표 간담회에서 미디어 통합법 구상을 밝혔다. 가격인상 자제도 당부했다. 다만, 이 자리에 유튜브 등 해외 OTT 업체 관계자는 없었다. OTT 시장 경쟁에서 국내 OTT 업체만 짐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무게가 실린다. 해외 독점기업이 폭리를 취할 수 없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 [노트북] 고교 학교생활기록부, 더 세심하게 관리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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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고교 학교생활기록부, 더 세심하게 관리돼야 지면기사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는 대학교 입시에 사용되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매우 중요한 '기록'이다. 학생의 교과 활동 내용이 잘못 기재됐다면 올바른 내용으로 정정돼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용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가 다른 학생의 것과 바뀌어 기재돼 학부모가 학교에 정정을 요청한 일이 있었다. 이에 학교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해당 내용을 들여다봤지만, 이 사안과 관련된 자료가 객관적인 자료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학교생활기록부 정정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만 애가 타고 있는 셈이다. 학부모는 담당 교사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오류를 인정한 상황에서 조속하게 정정이 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물론 학교생활기록부가 아무런 근거 없이 손쉽게 정정돼서도 안될 일이다. 그러나 이번 용인 사례의 경우는 담당 교사가 오류를 인정한 데다 용인교육지원청에서도 다른 학생의 내용이 기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학교생활기록부는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 따라 정정내용에 관한 증빙자료를 첨부해 자료의 객관성 여부, 정정 사유, 정정내용 등에 대해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야 정정할 수 있다.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서 끝끝내 정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학교생활기록부는 잘못 기재된 '기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이런 일은 전국의 모든 고교에서 발생할 수 있다. 교육 당국은 학교생활기록부를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은 물론 기재 오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피해를 보는 학생과 학부모는 계속 나온다. 대학 입시라는 힘든 파도를 넘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생활기록부 오류 정정까지 신경 써야 하는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김형욱 사회부 기자 uk@kyeongin.com김형욱 사회부 기자

  • [노트북] '님과 함께'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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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님과 함께' 하려면 지면기사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1970년대 초 발표된 가수 남진의 히트곡 '님과 함께'의 도입부다. 양평군만큼 경기도 내에서 이 도입부가 잘 연상되는 곳이 있을까. 초목이 우거지고 남한강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곳곳엔 가사 그대로 그림 같은 집들이 즐비하다.그러나 정작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랑하는 우리님'이 안녕하신지 묻는다면 즉답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님의 재산은 각종 규제로 묶여 있으며 님의 자녀는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새벽 기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것이 당연해졌기 때문이다.이 원인은 50년 전인 1974년, 팔당댐이 만들어지고 상수원보호구역이 지정되면서부터다. 이후 양평은 각종 규제가 중첩되며 대기업이나 대학교는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중소기업 또한 10%의 건폐율을 적용받다 올해 군의 제안으로 인해 반백 년 만에 간신히 20%로 늘었을 뿐이다.강산이 다섯 번 변하는 동안 양평의 풍광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생활권인 양평읍에만 다세대 주택들과 조금의 인프라가 갖추어졌을뿐, 동부권 면들은 인구 감소로 인해 대중교통 배차간격마저 줄어드는 현실이다.그간 '규제 철폐'를 외치던 목소리도 오늘날엔 거의 줄어들었다. 규제지역의 정치인들은 무엇인가를 바꾸려 해도 7~8명으론 법안도 제대로 제출 못한다는 현실만 인식하고 말았다.양평이 지속되려면 규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관광특화 등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과 그 일자리가 만들어질 동안 다음 세대가 이곳을 떠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사회적 지원 등이 그것이다. 이것이 뒷받침된다면 지역이 '한 백년' 이상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다행히 민선8기는 '관광'과 '다음 세대'에 초점을 맞추며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출산지원금 및 신혼부부 전세이자 지원, 출퇴근 교통비 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이제 일자리다. 봄의 씨앗을 뿌려 겨울이면 행복한 양평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장태복 지역사회부(양평) 기자 jkb@kyeongin.com장태복 지역사회부(양평) 기자

  • [노트북] 영원한 건 절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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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지면기사

    대학 시절 학회(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학회원 소개 영상을 만든 적이 있다. 영상의 콘셉트는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뮤직비디오. 닫힌 셔터가 즐비한 골목에서 하염없이 걸으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 콘셉트를 패러디하기로 했다.그 즉시 촬영지 물색에 나섰다. 영상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선 '인천'이면서도, '오래되고 낡은' '허름한' '뒷골목' '인적이 드문' 곳이 필요했다. 회의 끝에 찾아낸 장소는 바로 동인천역. 우리가 원한 키워드를 충족하기에 그만한 곳이 없었다. "유레카!"를 외치며 송현자유시장과 중앙시장, 배다리마을 등 동인천 곳곳을 누비며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대학 졸업 후 한동안 인천을 떠나 있었다. 그렇게 수년 후 경인일보에 입사해 취재차 동인천역을 다시 찾았다. 오랜만에 마주한 동인천역은 과거 내 기억 속 모습과 크게 달라져 있지 않았다. 여전히 허름하고, 인적이 드물었다. 시장 상인들은 비라도 내리는 날엔 뭐 하나 부서지고 무너질까 걱정하고 있었고, 젊은이들의 혈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그간 동인천역 일대에는 개발·발전을 위한 움직임이 수차례 있었다. 그러나 추진되는 사업마다 번번이 무산되며 10여년 동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동인천역 일대는 침체의 늪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그나마 민선8기 인천시 들어 다시 동인천역에 대한 움직임이 시작돼 다행이다. 인천시는 인천도시공사와 함께 동인천역 일대를 전면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앞세우고 현재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개발계획 수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동인천역 남쪽에 있는 민자역사도 유치권 관련 소송에서 최근 재판부가 국가철도공단의 손을 들어주며 철거의 길이 열렸다.동인천역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매번 개발사업을 한다는 말만 있고 제대로 진행된 건 하나도 없다"고 푸념했다. 이번엔 과연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동인천역 일대가 '오래되고 낡은' '허름한'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벗어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yoopearl@kyeongin.com유

  • [노트북] 제대로 보아야 하는 기자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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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제대로 보아야 하는 기자의 책임 지면기사

    수습기자 딱지를 떼지도 못할 무렵 노동자 한 명이 추락해 사망한 공사 현장에 취재를 갔다. 현장에 도착해 보고 들은 것을 빠짐없이 선배에게 보고하던 중 한 가지 질문을 받았다. "도착하자마자 굴착기가 작업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진짜 맞아?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공사는 중단해야 해."아뿔싸 나는 그걸 모르고 있었다. 재빨리 다시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목격했던 광경은 가물가물했다. 정말 내가 본 것이 맞았을까. 확신을 하지 못해 결국 내가 본 것이 정확하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아무 정보도 건지지 못한 채 회사로 복귀하는 내내, 몰라서 보지 못했고 봤어도 내가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던 데 따른 분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아는 만큼 보인다. 어느 취재 현장에서나 통용되는 말이겠지만 특히 사고 현장에 갈 땐 더 절실히 와 닿는다. 지난달 시흥에서 고가교가 무너져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 현장에서도 그랬다. 사고 소식을 듣고 시흥으로 달려가던 중 과거 비슷한 사례를 찾아봤다. 고가교가 어떻게 건설되고 어떤 부분이 위험한지, 안전 수칙과 관련 법령들까지 살피고 또 살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이전에 취재하며 알게 된 건설업계 종사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가며 도움을 받았다.그럼에도 현장에 도착하니 여전히 내가 모르는 것이 넘쳐났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그래서 누구에게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는 이전에 비해 또렷해졌다. 휘어진 철골, 부서진 구조물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기고 제대로 보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들여다보았다.지난 17일 경찰은 시흥 고가교 붕괴 사고 현장의 시공사 SK에코플랜트와 시행사 한국수자원공사, 하청업체 등 공사와 관련된 7개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철저한 수사로 하루빨리 사고의 원인과 책임이 명백히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다. 현장을 분명히 목격한 기자에겐 끝까지 물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김지원 사회부 기자 zone@kyeongin.com김지원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