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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한북정맥 살리기, 늦지 않았다 지면기사
산줄기 훼손을 막자는 데 이견이 있을까.경기북부 주요 시군을 가로지르는 산줄기인 한북정맥을 취재하며 만난 공무원들도 이구동성으로 한북정맥의 보전 가치를 말했다. 백두대간에서 뻗어나온 고유의 산줄기이자 오염원이 적은 생태자원으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와, 우리와 미래세대가 가까이에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에 지켜야 한다는 현실적인 목소리 등 이유는 모두 그럴싸했다.그러나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는다. 한북정맥을 살리자는 대의에 공감하면서도 저마다 '피치 못할 사정'을 앞세운다. 산줄기를 살리는 데 만만치 않은 예산이 투입된다는 것부터 백두대간처럼 보호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얘기까지. 듣다 보면 보전을 해야 한다는 이유보다 '한북정맥 살리기를 포기했다'는 속내를 둘러대기 위한 핑곗거리 찾기에 급급한 듯싶다. 산림청과 환경부는 물론, 2008년 한북정맥을 살리겠노라 공언했다 지금껏 무위에 그친 경기도도 마찬가지다.그러는 사이 한북정맥의 신음은 깊어진다.도로·골프장·산업시설에서 나아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형 신도시들이 정맥을 도려내고 올라섰다. 이제는 훼손정도와 규모를 판가름하기 어려운 '복합훼손지'마저 등장해 그 비율이 한북정맥 전 능선구간의 16.5%에 달할 정도다. 이대로 방치하면 한북정맥 파괴는 시간문제다. 훼손지 확대를 막고, 당장 실행 가능한 보전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산림청과 환경부, 경기도가 한북정맥 보호를 위해 중지를 모으기를 제안한다. 정부 부처마다 산개한 산줄기 보전·복원 사업을 정맥 중심으로 한데 엮고, 공간정보 등 체계를 세운다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20여 년 전 '백두대간보호법'이 제정된 배경에 부처 간 협업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한북정맥을 비롯한 정맥들의 법·제도 보호책 마련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치유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면 그 어떤 핑계도 소용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조수현 사회부 기자 joeloach@kyeongin.com조수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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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슬로건이 주는 힘 지면기사
'Throw away Living(쓰고 버리세요)!'1955년 미국 라이프지에 실린 한 광고에는 해당 캐치프레이즈(슬로건)와 함께 3명의 한 가족이 수많은 플라스틱 용기를 천장에 흩뿌리는 사진이 실렸다. 썩는 기간만 500년 이상으로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이 처음 '1회용'으로 써질 수 있다는 점을 선전한 광고였다.광고 의도대로 플라스틱 사용량은 급증, 미국인들의 소비량도 함께 폭발했다. 마음껏 쓰고 버리라는 슬로건처럼 1960년대 이후 미국인들의 인식에 플라스틱은 더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시적 소모품으로 바뀌었다.해당 광고는 아직도 역사상 가장 성공한 마케팅의 사례로 꼽히지만, 지금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네이밍과 슬로건은 기업의 생과 사를 결정짓기도 했다.스타벅스는 원래 허먼 멘빌의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고래잡이배의 이름인 '피쿼드'를 회사 이름으로 신청하려 했다. 그러나 오줌(Pee)과 교도소(Quad)가 연상돼 부정적 이미지를 초래할 수 있다는 내부 비판을 받아들여 해당 배의 일등 항해사 이름인 '스타벅'으로 과감히 교체를 결정했다.경기북부특별자치도라는 이름에 '평화누리'가 갑자기 끼어들며 추진 동력까지 잃어가고 있다.'경기북부의 발전을 이끌 것'이란 행정구역의 의도는 사라진 채 '북한과의 연상', '종교시설 연상'이란 비판과 의혹만 남기는 중이다.이름과 그 명칭이 내뿜는 의미는 대상의 정체성을 결정하며 한번 각인된 시민들의 인식은 변화하기 어렵다. 경기도는 '정식 명칭이 아니다'라는 해명으로 침묵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물음을 해소하는 대응이 더 중요한 상황이다. /고건 정치부 기자 gogosing@kyeongin.com고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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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추워도 됩니다 지면기사
춥지 않을 줄 알았다. 20년을 경기도 포천의 혹한에 살았으니 인천의 초겨울 추위쯤이야. 영상과 영하를 오가는 애매한 날씨에 채비를 덜 하고 취재에 나섰다.지난해 11월 부평의 한 공원에서 그녀를 만났다.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44살의 여성은 "카페라도 들어가자"는 내 제안에 "괜찮다"며 손사래쳤다. 나름의 배려 멘트였다. 나는 추위를 타지 않으니 인터뷰 시간쯤은 버틸 수 있었다.그녀가 이혼한 전 남편에게 10년 동안 받지 못한 양육비는 9천여만원. 열 번의 겨울을 거치며 서러움과 억울함 그리고 미안함에 이런 추위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몸이 됐구나 싶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인천지검 앞에서 1인 시위도 벌인다는 그였다. 문제는 나였다. 인터뷰가 길어지자 손은 얼어갔고 코에선 콧물이 나오기 시작했다.원래도 악필인데, 꽁꽁 언 손 때문에 메모장에는 정체불명의 지렁이가 기어다녔다. '화룡점정'으로 그해 첫눈까지 내렸다. 겨우 인터뷰를 마치고 차로 돌아와 잠시 몸을 녹였다. 그제서야 아이들과 친정 부모님에게 미안하다며 흘린 눈물이 다시금 떠올랐다.우리가 다시 만난 건 3월 말이다. 양육비를 미지급한 혐의로 기소된 남편의 형사재판 선고 날이었다. 흩날리던 눈이 어느새 꽃이 됐다. 그녀는 두 손을 꼭 모으고 "제발"을 외쳤다.재판장은 실형을 선고했다. 비록 징역 3개월이었지만, 양육비 미지급 부양 의무자에 대한 첫 실형 선고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이때도 그녀는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법정 밖으로 나와 지난 겨울을 회상했다. "우리 진짜 추운 날 만났었는데, 이제 꽃이 폈네요." "기자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여전히 어떤 부모는 이런 추위를 버티고 있다. 손발이 얼고 콧물이 흘러도 그저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견딜 뿐이다. 어찌어찌 찾아온 봄꽃은 남들보다 더 빨리 질 것이다. 머지 않은 날, 이들이 온전히 겨울바람을 느끼고, 꽃을 눈에 담길 바란다./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mc0502@kyeongin.com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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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기레기'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 지면기사
고등학생 시절, 동아리시간에 교내 신문부에서 글을 쓰며 기자를 꿈꿨다. 당시 교내 신문 '기자발언대'에서 '기레기'라는 신조어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의 성급한 취재 방식으로 언론이 한창 대중에게 질타받고 있을 시기였다. 글은 '모든 언론이 그렇지만은 않으니 기레기라고 부르진 말아주십사'하는 호소이자, 그런 기자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그로부터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 세월호 참사를 취재하는 기자가 됐다. 10년 전 다짐한 기억이 남아 있어 참사 유가족과의 만남에서 어느 때보다도 긴장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방심했다.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취재를 떠나기 전, 독일인들의 생각을 묻고자 지인을 통해 이메일로 기사 취지와 함께 질문지를 보냈더니 돌아온 답장은 "단순 배 사고와 유대인 참사를 비교하면 안된다. 제대로 된 답변을 해줄 수 없다"는 말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깨달았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 배 사고가 아니라는 기자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단호한 답변에 대한 답장으로 뒤늦은 설명을 추가했지만 그에게는 취재를 이어가지 못했다. '기레기가 된 건 아닌가'하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그래서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앞에서 만난 독일인 노부부에겐 설명하기 위해 애썼다. 취재에 응한 노부부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과 독일의 반성 문화를 장황하게 늘어놓다 별안간 기자에게 "한국인 기자의 생각은 어떻냐"고 물었다. 갑작스러운 역질문을 하는 노부부의 눈빛에 '기자의 생각'에 대한 기대감이 잔뜩 묻어있었다.아직도 인터넷엔 기레기를 욕하는 댓글이 넘쳐난다. 그런데 기레기라는 단어는 역설적이게도 대중이 기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의 기대에 부합하려면 기자는 부단히 생각하고 설명해야 한다. 기자의 언어로 감히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말이다. 10년 전 순수하고도 추상적이었던 다짐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영지 정치부 기자 bbangzi@kyeongin.com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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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유치원 교사에게도 교권보호 바람이 닿길 지면기사
"용변을 볼 때마다 다른 교사들에게 '저 화장실에 있으니 오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해야 하는 게 믿어지시나요? 저를 비롯해 대부분의 유치원 교사들은 상황이 주어진 대로 그냥 근무하는 것에 익숙해졌는데, 생각해 보니 정말 하나도 존중받지 못하고 있었더라고요."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가 공립유치원 교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고자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한 유치원 교사와 직접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개방된 화장실에서 유아용 변기로 용변을 보고 하루 종일 유아용 책걸상을 사용하는 등 고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대화하는 동안 이 교사의 얼굴에선 그동안 이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허탈감이 묻어났다. 유치원 교사들이 교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기는 지난해 9월께다. 당시 '서이초 교사' 사건을 계기로 각종 교권 보호 대책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그런데 학교 민원기동대 파견, 교권보호위원회 운영 강화, 문제 학생 즉시 분리 조치 등 초·중등 교사에 대한 각종 안전망이 마련된 것과 비교해 유치원 교사들을 위한 방안은 피해 교사 상담, 보결 전담 교사 지원 등에 그쳤다.유치원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무리한 요구나 악성 민원에 노출되더라도 원아가 어리다는 이유로 분리 조치가 사실상 어렵다. 인천지역 유치원 중 교사들의 교권 침해 사안에 대응하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자체 설치한 비율은 2%도 채 되지 않고, 인천시교육청이 운영 중인 교권보호위원회에도 유치원 관련 위원은 한 명도 없다. 유치원 교사들은 교권 침해를 당해도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은 셈이다.흔히 유치원 교사들은 교원 사회에서 '소수 집단'이라고 불린다. 그래서인지 교권 보호 방안이나 처우 개선을 논의할 때 유치원은 '무풍지대'나 다름없을 때가 많다. 유치원 교사들의 근무 환경은 유아교육의 질로도 연결된다. 이제라도 유치원 교사들의 인권·교권 보호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김희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hy@kyeongin.com김희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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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열 번째 봄 지면기사
"너네 수학여행 못 갈 수도 있어."고등학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치르던 어느 날, 쉬는 시간에 들려온 소식이었다. 중간고사 마지막 날이었던 터라 피곤함도 몰려오고 온전히 시험을 마쳐야 할 생각에 심란한 마음을 애써 누른 채 시험에 집중했다."애들이 다 구조됐대", "구조된 게 아니라 아직 배 안에 있다던데", "다음주면 수학여행인데 우리 어떡해". 시시각각 달라지던 소식에 교실은 소란스러울 뿐이었다. 시험을 마치고 배가 가라앉는 모습을 마주하니 수학여행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그 후 적어도 1년 동안은 온 국민의 시선이 진도 앞바다에 있었다.충격은 어느덧 무뎌졌고, 기억은 흐려져만 갔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진상규명, 관계자 엄벌을 외치던 목소리는 서서히 묻혔고 또래인 나도 중간고사를 보던 그때만을 회상할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는 펜스에 가려진 채 7년째 우두커니 서있다. 곳곳에 구멍이 나고, 모자이크처럼 철판이 덧붙여지고, 붉게 녹슨 채로.원자폭탄의 상흔을 안고 있는 히로시마는 당시 피폭당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원폭돔, 관광객과 시민들이 공존하는 평화공원, 조용히 앉아서 기도하고 싶은 추모객을 위해 마련한 추도관까지 '추모'와 '기억'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갖췄다. 어쩌면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부러웠다.진도에서 만난 유가족 김지은씨는 사람들이 언제나 소풍을 즐기면서도 기도하고 싶을 때 기도하러 오는 공간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해양수산부도 세월호를 원형보전하면서 4·16기억관, 생명공원을 조성하는 국립세월호생명기억관 건립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완공까지 5년이 더 남았다.10년 전 같이 수학여행을 떠나려던 또래가 성인이 되고, 30대가 되고서야 온전히 희생자들에게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이제는 더 이상 미뤄지지 않고 '일상 속의 추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하지 않을까. /이영선 정치부 기자 zero@kyeongin.com이영선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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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4·16생명안전공원과 안산 마을 공동체 지면기사
세월호 10주기를 앞두고 4년만에 정부자 4·16 세월호참사 희생자가족협의회 추모사업부서장을 다시 만났다. 그때도, 지금도 인터뷰 목적은 4·16생명안전공원이다. 4년이란 시간의 흔적은 서로의 얼굴에 정직히 드러났다. 정 부서장은 그때보다 볼살이 홀쭉해졌고, 흰머리가 드문드문 보였다. 그도 내게서 이젠 대학생티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이날 질문은 4년 전과 동일했다. '공원 조성을 일부 시민이 반대하는데 알고 있나', '꼭 화랑유원지에 조성해야 하는 이유는', '착공이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는데 가협의 입장은'. 질문하는 직업으로서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 물을 때 가장 뻘쭘하지만, 이보다 더 발전된 질문을 던질 순 없었다. 공원은 2019년 2월 화랑유원지 내 조성되기로 결정됐지만, 아직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KDI 적정성 검토 검사를 받는 등 여러 차례 행정적 절차로 지연됐다.여전히 공터로 남아있는 4·16생명안전공원 부지가 보여주듯 10년 동안 추모와 애도, 안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변화는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2022년 10·29 이태원참사와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반복되는 재난에 우리가 요구했던 안전 시스템은 오히려 애초부터 불가능한 행정이었는지 자조하게 된다.이런 상황에도 안산 마을 공동체는 10년 동안 연대와 화합의 씨앗을 심어나가고 있다. 참사 직후 희생자 가족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봉사를 자발적으로 해왔던 이들 공동체의 활동이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주민 화합을 위해 마을 문화제를 연다거나, 노인 돌봄과 은둔 가구 발굴 활동들이 대표적이다. 희생자 가족들로 조직된 4·16가족협의회 봉사단과 같이 지역사회 봉사도 하고 있다.공업도시, 계획도시, 이주민의 도시 안산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의 도시가 됐다. 10년 동안 있었던 슬픔과 아픔, 분노와 갈등을 잊고 안전과 희망의 도시로 가기 위해 시민사회가 먼저 부단히 나아가고 있다. 세월호 이후의 세월호를 위해 이젠 정부도, 지자체도 호흡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김동한 경제부 기자 dong@kyeongin.com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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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마지막 골든타임 지면기사
전세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이 빅데이터로 분석한 2021~2022년 체결 경기도 전세거래 가운데 현재(2023년 8월)와 비교했을 때 두 시점 모두 전세가율 100% 이상인 '완전한 깡통전세' 물건만 1만6천550건이었고, 그 보증금을 합치면 2조9천269억1천58만원에 달했다.이 물건 전부에서 전세 사기나 피해가 발생할 거란 의미는 아니지만, 일부에서 여전히 수년 전 전세 거래임에도 뒤늦게 발견되는 피해 때문에 임차인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수원에선 지난해 전세 사기로 기소돼 올해 초 1심 판결을 받고 이미 구속 상태인 한 임대인의 전세 물건 관련 새로운 고소장이 최근에야 쏟아져 나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같은 임대인을 두고 어떤 피해 임차인은 이미 형사 고소 후 항소심을 기다리는 반면, 다른 피해 임차인은 이 같은 사실조차 몰랐다가 최근에야 새로운 피해를 의심하며 경찰에 신고하는 기이한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 사건 일당의 피의자 중 한 명은 이미 불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다른 유사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도피하기도 했다.다행히 반가운 소식도 있다. 경기도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전세 피해를 예방할 대책 마련에 나선 점이다. 경인일보 기획보도를 계기로 지난 3월 연 토론회에서 나온 방안들을 실현시키고자 오는 5월 후속 토론회를 연다. 도출될 방안이 현실화되면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의 적지 않은 전세 임차인들이 혹시라도 맞닥뜨릴 사기나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것으로 기대된다.전세 사기나 피해 우려가 있는 전세 물건들은 아직도 경기도내 셀 수 없이 쌓여있다. 수사기관은 당장 눈앞에 닥친 사건 해결에 그치지 말고 그와 연관된 다른 가능성도 열어 다른 유관기관과 가능한 정보 공유 등 모든 협력을 마다치 않아야 한다. 행정기관도 어느 정도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또 다른 전세피해를 막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김준석 사회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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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저마다의 이유가 있지만 지면기사
'의대 증원'을 두고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의 불씨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와 학업을 멈춘 의대생 등을 향해 연일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냈지만 의대 증원안은 변함없다고 못 박았다.현장에서 만난 의료계의 입장도 강경하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목표로 삼은 필수·지역의료를 죽일 거라 한다. 한 아주대 의대생은 "시스템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필수·지역의료 자원이 늘어난다는 건 허상이다. 의대 증원은 필수·지역의료뿐만 아니라 의료계 모두가 죽는 길이다"라고 힘줘 말했다.양측은 '저마다의 이유'를 들고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이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로 대변되는 열악한 필수·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주장한다. 반면 의사 단체는 필수·지역의료의 인프라 부족은 의사 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의사가 필수·지역의료를 선택했을 때 겪는 낮은 수가와 의료사고 법적 부담, 극한의 근무환경 등에 대한 정책 부재 때문이라 말한다.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은 '저마다의 이유' 때문에 극명하게 갈리지만, 확실한 건 이 지난한 갈등 때문에 개선이 절실한 필수·지역의료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더 우려되는 건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갈등을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의정 갈등이 지속된 지 두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 사회는 의대 증원 논의가 무엇에서 시작됐는지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 의대 증원 규모, 전공의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등 갈등의 그림자에 가려진 '필수·지역의료 개선'을 전면으로 끄집어내야 할 때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강경하게 대응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는 접고, 나아진 필수·지역의료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한규준 사회부 기자 kkyu@kyeongin.com한규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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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투표율 최하위 인천, 시민 '한표'가 필요하다 지면기사
제22대 총선이 코앞이다. 5~6일 치러질 사전투표와 10일 본투표까지 끝나면 국민들의 투표권 행사가 마무리된다. 인천의 주민등록 인구는 올해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번 총선부터 인천지역 국회의원 의석수도 14석으로 한 석 늘었다. 1981년 인천시가 경기도에서 분할된 이후 치러진 첫 총선인 지난 12대 총선 당시 인천 의석수가 4석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인천의 국회의원 숫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인천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의미다. 당대표를 비롯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까지 인천에 둥지를 틀면서 인천의 정치적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정치적 영향력은 높아졌는데, 인천 투표율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인천은 63.2%의 투표율을 보였다. 전국 평균 투표율 66.2%와 비교해 3%p 낮다. 인천보다 투표율이 낮은 곳은 제주(62.9%)와 충남(62.4%)뿐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인천의 투표율은 뒤에서 네번째를 기록했고, 19대 총선에서는 전국 '꼴찌'였다.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모두 인천은 늘 투표율 하위권 도시였다.인천은 왜 투표율이 낮을까. 인천시민 상당수는 업(業)을 타지에서 갖는다. 2022년 통계를 보면 인천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청년이 6만8천여명으로 서울에서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청년 5천800명보다 무려 11배 이상 많다. 일자리가 없으니 수도권으로 함께 묶이는 서울·경기에 비해 대중 관심도가 적다. 자연스레 인천의 정치적 이슈는 묻혀왔다. 또 표심의 '바로미터'로 불릴 만큼 전국 각지 출신들이 고르게 분포해 지역색이 엷다. 인천 출신의 대표 정치인이 없는 것도 시민들에게 정치 무관심을 불러일으킨 이유 중 하나다.인천의 대표 정치인은 시민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천의 이슈를 키우고, 현안을 풀어갈 수 있도록 우리가 투표로 응답해야 한다. 그래야 인천에 진심인 정치인들이 커나가고 지역이 발전한다. 먹고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투표를 미루기보다는, 인천에서 먹고사는 게 나아질 수 있도록 인천시민들의 '한 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