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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 단어를 고르는 직업
    칼럼

    [노트북] 단어를 고르는 직업 지면기사

    취재를 하다 보면 같은 사건을 다른 단어로 정의하는 경우를 자주 만난다. 올해 초 경기도에서 '권리중심일자리사업'을 수행하던 기관 34곳 중 4곳이 탈락했다. 최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목표로 만들어진 일자리사업으로 관련 예산이 늘어나는 등 사업이 확장되는 와중이었다.도는 이 사건을 수행기관의 '탈락'이라고 부른다. 공모사업 특성상 정해진 티오(TO) 보다 지원기관이 많아 몇몇 기관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단체는 이를 '해고'라 부른다. 그리곤 비장애인이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을 수 없는 것처럼 회계부정 등 심각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그 사이에서 기자인 나는 어떤 단어를 사용할지 골몰한다. '일반시민'을 독자로 상정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원칙은 생각을 더 복잡하게 만들곤 한다. 한참을 고민하다 나의 어휘력을 탓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면 한숨을 쉬곤 했다. 그리곤 되뇌었다. "제대로 못 쓸 바에 그냥 쓰지를 말자."그런데 해결의 실마리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탈락한 수행기관을 찾으면서다.혜영씨는 50여년 만에 첫 직장을 얻었다. 마스크를 만드는 단순노동 일자리도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다며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어느 순간 구직 자체를 포기했던 혜영씨에게 이곳은 자신의 장애를 이해하고 세상이 넓어지는 통로였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그냥 저에게 장애가 있다고만 생각했지, 최중증 장애인이라는 개념도 몰랐어요. 여기서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교육을 받으면서 나의 장애를 이해하게 됐고 비로소 우물 밖으로 나온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자부심의 기반에는 센터가 연차를 사용할 수 있고 고용보험을 들 수 있는 직장이라는 사실이 있었다. 센터 탈락이 혜영씨에게 해고가 되는 이유였다.그제야 기자의 일은 단어를 고르는 것보다 단어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탈락과 해고 모두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일 테다. 중요한 건 단어의 의미는 머릿속이 아닌 만남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목은수 사회부 기자

  • [노트북] 상식이 남아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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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상식이 남아 있는 사회 지면기사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안산갑 후보가 출마지인 '안산'에 대해서 막말을 했던 사실이 회자된 일이 있다. 양 후보는 경쟁자였던 전해철 후보에게는 '바퀴벌레·고름'이라며 폄훼도 서슴지 않았다. 막말뿐 아니다. 자녀 이름으로 11억원대 편법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외에도 4·10 총선 기간 언론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놓쳤던 후보자들의 인품과 편법, 성범죄자·다단계 가해자 변호 정황 등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우리는 매순간 '선택'을 한다. 내 자유의지로 결정한 선택들이 모여 내가 되기에 공직 후보자의 선택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말과 행동으로 드러난 과거가 후보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자, 인식의 표출이기 때문이다. 출마지가 될 줄 알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지역 혐오 발언, 편법 대출로 막대한 부를 취하고 싶었던 솔직했던 욕망. 파렴치한도 변호받을 권리가 있기에 상부의 지시로 변호했을뿐이라는 해명.이런 해명은 낯설지가 않다. 기업들이 기업 논리에 기대 노동자를 대하는 사회적 책무를 가벼이 여길 때, 정부가 세월호·이태원 등 참사 책임자 처벌에 적극적이지 않을 때, 직장인들이 어긋난 직업 윤리인 줄 알면서 따를 때, 그들이 속한 다수 집단에서는 어긋남이 없었을 행위였기에 너무 쉽게 '악행'을 행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를 향한 공감이 무뎌진 사회는 결국 뒤탈이 생길 수밖에 없다.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무능력은 악행을 저지를 동기가 없었어도 결과적으로 악행이 될 수 있다(한나아렌트). 대세에 따르는 것, 남들도 하고 있으니 그렇게 했다는 해명은 평범한 사람조차 악인(惡人)이 된다는 의미다. 다른 선택을 하고, 남들이 하지 못하는 말을 한다는 건 매우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을 알고 있다. '누구나 이러는데, 나 하나만 반대한다고 달라질까'라는 생각 속에서도, 우리는 '상식'에 감동한다. 22대 총선에서는 나의 '상식'을 대신 실행해 줄 인물을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직 상식은 남아있으니까. /오수진 정치2부(서울) 기자 nuri@kyeong

  • [노트북] 목요일의 아침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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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목요일의 아침밥 지면기사

    이른 아침부터 대학가 후문 쪽에 자리한 특별한 식당으로 향했다. 소문을 듣고 무작정 찾아간 곳이었다. '혹시 취재 요청을 거절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식당이 위치한 골목에는 다른 식당과 상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택들이 모여 있는 골목이었다. 이름도 알 수 없어 건물 1층에 있는 이용원 이름을 지도앱에 검색해 위치를 파악했다. 건물 앞 작은 안내판에 쓰여진 '아침만 제공!' 글자를 보고 나서야 목적지를 잘 찾아온 것을 알 수 있었다.대학생들에게 매주 목요일마다 아침밥을 천원에 제공하는 특별한 식당이었다. 치솟는 물가에 점심 한 끼 사먹기도 부담스러운 요즘, 따뜻한 밥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개인이 공간을 마련해 시작한 밥집이었다. 대학교 식당에서도 '1천원의 아침밥'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량이 한정돼 티케팅 수준으로 경쟁이 치열했다.식당을 운영하는 정경미씨는 "어서 오세요"라고 반겼다. 주방에선 음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갓 지은 밥과 국에선 모락모락 김이 났다. 정씨는 이른 아침 고생했다며 따뜻한 커피를 내줬다.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부터 인하대 후문에서 도시락 나눔을 해왔다는 그는 무료로 학생들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하려고 했다. 식당을 방문한 대학생들이 제발 "돈을 받아달라"며 요청해 기부금 형식으로 1천원을 받기로 했다.정씨는 인근 교회에서 월세를 지원받고, 사비와 자원봉사자의 기부금으로 식재료를 샀다. 인테리어사업을 하는 남편과 함께 식당 내부를 꾸몄다.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지인들에게 얻었다. 혹시라도 주변 상권에 피해가 갈까 가게 위치도 식당 골목과는 먼 곳으로 정했다. 점심식사가 아닌 아침을 제공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식재료 값이 많이 올랐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다행히 식당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작은 소망은 4월부터 더 자주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다. 정씨는 오늘도 따뜻한 아침밥을 짓고 있다. /백효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100@kyeongin.com백효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노트북] 문해력과 교육격차, 그리고 책상머리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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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문해력과 교육격차, 그리고 책상머리 공약 지면기사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문해력이 일선 교육현장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문해력이 있어야 타인과 제대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문해력은 인간을 세상과 연결하는 가장 기초적인 능력인 셈이다.스마트폰 대중화로 유튜브, 숏폼 등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문해력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국제학업성취도(PISA) 지표에 따르면 2022년 한국 학생들의 '읽기' 분야 평균 점수는 515점으로 2009년(539점)보다 크게 떨어졌다. 문해력 저하는 교육격차도 불러온다. 같은 지표에서 읽기분야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2009년 5.8%에서 2022년 14.7%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이에 일선 교육 현장에선 문해력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대개 책을 읽고 서로 의견을 나눠야 문해력을 늘릴 수 있는데,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책 대신 스마트폰이 익숙하다 보니 교육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읽기 따라잡기' 프로그램 등 전문성이 있는 교사가 학생과 1대 1로 만나 지도하는 교육이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인력, 예산문제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이 같은 문제는 다문화 가정에서 더욱 심하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한국어·한국문화 적응은 느린 편인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또래들과 한국어로 의사소통할 기회가 줄면서 언어 발달도 뒤처졌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한국 가정의 자녀보다 언어 발달이 1~2년은 더 느리다는 게 다문화가정 센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이처럼 현장에서 느끼는 교육 문제는 구체적이지만 이번 22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교육 공약들은 대개 인프라 확충에만 머물러 있다. 교육특구지정, 미래교육도시 선포 등이 대표적이다. 과밀학급이 심한 지역은 학교 설립, 교육열이 심한 지역은 사교육비 경감 등도 단골 공약이다.교육 현장과 유권자들은 이런 책상머리 공약이 아닌 맞춤형·현장형 공약을 필요로 한다. 총선을 17일 남긴 지금, 후보들의 정성스러운 벼락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한 경제부 기자

  • [노트북] 선거철에 하는 뻔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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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선거철에 하는 뻔한 요구 지면기사

    "빨간당을 뽑아야 해, 파란당을 뽑아야 해?"며칠 전 한 지인이 내게 물었다. 지금 정치부에 있지 않냐며, 어느 당이 더 괜찮은지 알려달라는 말도 함께였다. 진지한 물음은 아니었다. 선거를 앞두고 가볍게 던져진 대화 요소 중 하나였지만, 나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다.자연스러운 흐름으로는 "후보자의 면면과 공약을 보고 결정하라"고 대답하는 게 맞다. 국민을 대표해 나랏일, 지역의 일을 할 사람을 뽑는 게 선거가 아닌가. 의아하게도 선뜻 그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선거구 획정은 선거일을 불과 40일가량 앞두고 끝났다. 선거가 20일 밖에 남지 않은 현재 시점에 후보자들은 공약을 내세우기보다는 단일화와 입당·창당, '친윤·친명' 등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지역은 출마선언도 채 다 이뤄지지 않았다.유권자들은 자연스레 공약과 후보자 개인보다는 정당을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이뤄지고 있는 여러 여론조사만 하더라도 거대양당에 기울어진 현 정치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이번 총선은 정책이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1~22일 총선 후보자 등록에 이어 28일부터는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이 기간에는 후보들이 정책 현안을 내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정권심판론' '야당심판론'을 강조하며 정당에 기댄 목소리만이 선거판을 가득 메우지 않을까 우려된다.선거 때마다 매번 하는 요구지만 다시 한 번 부탁해본다. 지금부터라도 후보들은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고, 정책을 무기로 선거운동에 나서주길 바란다. 후보들이 케케묵은 공약이 아닌 현실적이고 참신한 공약으로 선거에 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정책과 공약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는 게 국회의원 선거의 본질이다. "후보자의 면면과 공약을 보라"는 대답이 자연스러운 선거가 되길 기원한다./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yoopearl@kyeongin.com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 [노트북] 새로 쓰는 지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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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새로 쓰는 지역주의 지면기사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 주민공동체 '과천풀뿌리'는 선거철마다 자신들이 누구인지 먼저 설명하기 바빴다. 2014년부터 세 번의 지방선거에서 내내 '진짜 주민후보'라며 무소속 후보들을 배출해왔다. 수십명 수기투표로 어엿한 공천 절차도 매번 거쳤고, 형형색색 옷을 맞춰 입은 봉사원들은 개인 차량까지 동원해 선거운동에 나섰다. 초심자의 행운이랄까. 첫 선거에서 시의원 2명이 당선된 뒤로는 시의원이든 시장이든 낙선의 연속이었다. 눈물의 10년 분투기를 뒤로하고도 과천풀뿌리는 오는 2026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고 있다.'직접행동영등포당'은 아예 주민들의 당(黨)을 차리겠다며 선거관리위원회부터 찾았다. 처음부터 당 조직을 표방했던 건 아니다. 10여년 동안 마을공동체 사업에 참여하는 마을법인으로 활동해왔으나, 2018년 새로운 구청장이 들어오면서는 더는 사업에 선정될 수 없었다. 구심을 잃은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직접 세력이 되는 것뿐이었다. 지방선거를 한 해 앞둔 2021년 창당 서류를 접수했다. 출마는 무산됐어도 선거법을 요리조리 피해 홍보 현수막도 걸고 골목에서 명함도 돌렸다. 오해한 주민들의 신고마저 접수돼 '적당히만 해달라'는 선관위 전화를 받기도 했다.출발점도, 걸어온 길도 다르지만 세간의 의아함에 두 단체가 내놓는 답변은 궤를 같이한다. 구자동 과천풀뿌리 공동대표는 "우리 지역 현안을 여기 살고 있는 우리가 정하겠다는 게 그렇게 의아한 일인지, 지역 일은 지역주민들이 가장 잘 알지 않을까요?"라며 반문했고, 이용희 직접행동영등포당 대표는 "정책 결정 구조에 정작 직접 영향을 받는 주민들은 빠져 있다"며 "구청장이 되어서 주민참여 비중을 대폭 늘리는 게 활동 최종 목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우리 동네 일은 우리가 충분히 알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결정할 기회라도 달라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현장에서도 터부시되던 목소리에 의외의 국가기관이 눈길 가는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지역정당 창당을 금지하는 정당법은 위헌"이라며 청구된

  • [노트북] 티파니에서 아침을
    칼럼

    [노트북] 티파니에서 아침을 지면기사

    '올드머니(Old Money)'.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패션계 키워드다. 오래된 돈, 즉 세대를 거듭해 부를 축적해온 상류층의 패션 스타일을 지칭한다. 루이비통, 발렌시아가, 구찌 등 명품의 빅로고를 통해 대놓고 부를 과시하는 게 아닌, 로고 노출은 피하되 고급 원단으로 은은하게 부를 표현하는 것을 '올드머니 룩'이라 부른다. '조용한 럭셔리'로도 통용된다.올드머니 룩을 연상하면 문득 해외 고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떠오른다. 올림머리에 선글라스와 진주 목걸이로 우아함을 더한 오드리 헵번의 멋이 돋보여서다. 해당 영화는 검은색 드레스와 검은 장갑을 착용한 홀리(오드리 헵번 분)가 보석 가게 티파니 앞에서 빵을 든 장면으로 유명하다. 영화 속 한껏 차려입은 홀리는 한 손엔 크루아상, 한 손엔 커피를 든 채 티파니 매장 쇼윈도 앞에 선다. 쇼윈도엔 값비싼 다이아몬드가 진열돼 있다. 홀리는 다이몬드를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 크루아상과 커피를 먹으면서.최근 경기도내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둘러보면 대다수가 쇼윈도 속 다이아몬드를 바라만 보는 홀리와도 비슷한 모습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가 부담으로 다가와서다. 에르메스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연초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국내 기업 제품마저도 가격이 수차례 오른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보복소비'도 옛말이 된 상황에서 소비자 물가는 끝도 없이 오르고만 있다.이 같은 상황 속 백화점에서 소비자가 갈 만한 곳은 F&B(식음료) 매장 정도다. 유명 맛집이 들어선 백화점엔 수시로 긴줄이 생긴다. 맛집으로 통용되는 빵집엔 '오픈런 현상'도 나타난다. 경제 불황 속 '한 끼라도 제대로 먹자'라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렇게 홀리처럼 한껏 멋을 낸 도내 멋쟁이들은 백화점을 간다. 고물가 속 윈도우 쇼핑을 하고 허기를 달래러. /윤혜경 경제부 기자 hyegyung@kyeongin.com윤혜경 경제부 기자

  • [노트북] 수원FC의 시설 개선, 이제는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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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수원FC의 시설 개선, 이제는 이뤄져야 지면기사

    '9천557명'.지난 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수원FC와 전북 현대의 2024시즌 2라운드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 수다.이는 수원FC 구단 최다 유료 관중 기록이다. 1만명에 가까운 축구팬들이 들어찬 수원종합운동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후반 1분 이승우의 선제골이 터진 순간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수원FC는 K리그 강호인 전북을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선전했다.지역 라이벌이던 수원 삼성의 K리그2 강등으로 수원FC는 2024시즌 경기도를 대표하는 유일한 K리그1 구단이 됐다.관중 수도 나날이 증가하고 어느새 1부리그에 잔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민구단 수원FC의 위상은 창단 초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하지만 홈 경기장을 포함한 구단의 시설은 현재 구단의 위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노후한 수원종합운동장은 중장기적으로 리모델링이나 신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경기장 환경이 개선돼야 관중들의 지속적 유입이 가능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경기장뿐만 아니라 전용 훈련 공간을 포함한 클럽하우스 건립도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 명색이 프로구단이지만, 마음대로 훈련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구단이 수원FC다. 수원FC 구단 직원들의 간절한 소망 중 하나도 바로 구단 전용 훈련 공간의 확보다. 이웃 수원 삼성의 경우 식당과 훈련장을 갖춘 클럽하우스를 보유하고 있다.결국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주체는 수원시다. 당장 클럽하우스 건물을 짓기가 어렵다면 수원 관내에 수원FC를 위한 훈련장이라도 확보해 주는 것이 수원시가 해야 할 일이다.수원FC 구단의 시설 개선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계속 제기돼 왔던 문제다. 그러나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이제는 수원시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김형욱 문화체육부 기자 uk@kyeongin.com김형욱 문화체육부 기자

  • [노트북] 활자 노동자와 '성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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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활자 노동자와 '성 노동자' 지면기사

    나는 증명할 수 있었다. '성 노동'은 노동이 될 수 없음을, 성매매가 합법인 일부 유럽 국가 사례는 노동자성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보통의 직업군과 결코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음을…. '성 노동'은 형용 모순이었다.그래서 그녀들의 말에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틀린 주장'에는 반박할 태세로 파주 용주골로 갔다. 고작 잘난 척하려 왕복 180㎞ 거리를 계속 오간 건 아니었다. 적당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들이 '불쌍한' 사회적 약자임을 보여줄 만한 진술을 이끌어내 글로 남겨야 했다.그녀들에게 벌어지는 일을 기록하려던 건 대단한 정의감과는 거리가 멀다. 월급받는 이의 의무일 뿐이었다. 다만, 의문은 품고 있었다. 그간 '불쌍하지 않은' 사회적 약자는 언론에서 일하는 활자 노동자의 주요 취재 대상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기사의 흥행 공식은 다분히 신파적이다. 다수 대중의 관심은 '피해자다움'이 깃든 서사를 마주하고서 발화점에 달한다. 들끓는 분노는 그제야 부당함으로 튀어 연대로 승화한다. 정치권이 분주해지는 것도 이때쯤이다. 하지만 발화점이 높은 데 자리한 어느 사회적 약자의 인생, 가해자가 뚜렷하지 않은 누군가의 고통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으로 치부됐다.현장에서 말문이 막힌 건 스스럼없는 그녀들의 답변을 듣고서다. 불쌍함은 비웃고, 부당함을 욕했다. 전형적인 피해자가 아닌 이들의 목소리는 기존 언론 문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실제 삶을 눈앞에 두고서 나는 감히 고담준론을 떠벌리지 못했다. 부끄러움은 활자 노동자의 몫이었다.'나는, 우리는 성 노동자입니다'는 이렇게 쓰였다. 기획기사는 마무리됐지만, 사건에는 마침표가 찍히지 못했다. 그사이 복잡한 문제는 '어린이'와 '여성'의 파이 싸움으로 호도되기 시작했다. 강제 철거의 폭력성은 그 뒤에 숨었다. 3월5일 오전 9시30분, 파주 문화극장 앞에서는 용주골에 연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맞불 집회를 벌였다. 부당함이 여전하다. 활자 노동자의 일도, '성 노동자'의 일도, 노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혜연 문화체

  • [노트북] 다섯 문장 뒤에 있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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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다섯 문장 뒤에 있는 이야기들 지면기사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축구선수 손흥민을 길러낸 부친 손웅정이 자서전에서 말한 내용이다. 사회부에서 사건 기사를 쓰며 늘 들던 생각이었다. 짧은 5문장 기사 속엔 혐의와 사건 개요, 조사 결과 외에 다른 내용이 들어갈 공간은 없었다. 그러나 그저 그렇게 늘 쓰던 대로 비슷한 사건이겠거니 하며 생각하지 않고 쓰다 보면 그저 그런 기사로만 써져 세상에 나온다.한 아파트의 방화 사건을 취재하러 남양주에 갔을 때였다. 저녁 늦은 시간 해는 이미 저물었지만, 아파트 내부에 매캐한 냄새는 남아있었다. 불을 지른 이는 꼭대기 층에 살던 20대 청년이었다. 그는 집에 불을 낸 채 사망했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했고, 피의자가 사망해 사건은 더 진행되지 않았다. 기사도 짤막하고 흔한 방화 사건으로 나간 채 마무리됐다.그러나 개운치 않은 생각이 남아 그를 아는 이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해당 아파트에서 수년을 살았던 그를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그의 삶은 대단히 복잡했다. 가정환경과 우울증, 생활고 등 기사로만 접했던 은둔형 외톨이 청년, 밤마다 음악 소리를 크게 틀어놓는 기행을 벌인 그였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는 이는 없었다.아파트 방화 사건이 세간의 이슈를 타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고민했다. 그의 마지막 행동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적어도 그 청년에게 안전망 하나쯤 마련됐었다면 하는 씁쓸한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정부는 올해 경기도 내 6개 지자체에 지원하던 청소년 안전망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은둔·고립 청소년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안전망에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대책도 마련했지만, 지자체와 경찰, 청소년 단체 등이 촘촘히 구성해 가던 컨트롤 타워와 그물망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종종 그 청년이 있던 아파트를 생각한다. 5문장 뒤 가려진 그의 삶은 계속 조명돼야 한다. /김지원 사회부 기자 zone@kyeongin.com김지원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