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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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태풍, 매미 지면기사
사람들은 매미를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낸 뒤 빛을 보는 곤충이라고 말한다. 6년여의 시간을 땅속에서 보낸 뒤에야 날개를 펴고 바깥으로 나와 길어야 겨우 보름을 울다가 수명을 다해서다. 그마저도 새에게 먹히거나 인간에게 잡히면 결실을 맺는 시간은 더욱 짧다.찰나의 비상을 위해 수년이라는 세월을 견디는 매미는 그래서 다른 곤충들보다 조금 더 경외로운 존재로 여겨지는 듯하다.어릴 적 내 눈에 비친 매미는 안타까운 곤충이었다. 오랜 세월을 견딘 만큼이나 그 이상의 시간을 누리는 삶이어야 소위 말하는 괜찮은 삶이 아니겠나.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불행히도 주변에 매미들이 많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결실의 순간을 기다리며 버티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멀쩡히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정치를 하겠다며 도전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친구가 있는가 하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직종을 바꿨다가 또다시 취업시장에 내몰린 친구도 있다. 둘에게 돌아온 당장의 결과는 좌절과 실패였으나 다시 일어설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하니 한편으론 다행이다.비단 내 주변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테다. 지난 선거에서 출사표를 던졌던 정치인들도 인내하며 버티는 삶을 보내고 있다.지선에서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소수정당의 한 후보는 물류센터에서 '상탑(컨베이어 벨트에 물건 올리기)' 작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고 또 다른 후보는 중앙당사 홍보팀 당직자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모두들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가 아닌 자리에서 악착같다. 존재를 증명해내기 위해 몸을 최대한 웅크려 숨죽이는 모습은 모순되게도 필사적으로 느껴진다.수많은 매미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자고 제안한다면 주제 넘는 짓일 게다. 각자가 그리는 하늘도 다르다.태풍과 함께 매미 울음소리도 멎었다. 버티는 삶의 결실을 위하여, 돌아올 여름엔 매미가 더 오래 울었으면 싶다. /명종원 정치부 기자 light@kyeongin.com명종원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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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다시 쓴 이유 지면기사
지난해부터 '자살보도 권고기준'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대상은 기자로서 첫발을 내딛는 '수습기자'. 강의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정확히는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다.자살보도 권고기준은 기자에게 '되도록 자살사건은 보도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자살사건을 보도하는 것보다 아예 기사화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크다는 이유다.하지만, 자살보도가 꼭 필요한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개인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원인에 사회적 문제가 얽혀 있을 때가 그렇다. 강의에선 주로 '송파 세 모녀 사건'을 언급한다. 당시 언론은 세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에만 매몰하지 않고, 극심한 생활고를 겪은 이들 모녀가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이유를 발굴해 보도했다. 이는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졌다. 자살보도가 가진 힘이다.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8년 만에 언론은 또 다른 세 모녀의 죽음을 맞닥뜨렸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을 앞서 경험한 언론은 이 비극에 '수원 세 모녀 사건'이란 이름을 붙이고 속보 경쟁에 나섰다. 정부와 지자체도 불과 며칠 만에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후속 대책을 쏟아냈다. 찝찝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진단보다 처방이 먼저 이뤄진 느낌이었다. 질병에 신음하고,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외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던 이들 모녀는 정작 지자체에 복지급여조차 신청한 적이 없었다. 세 모녀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찾아야 적합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다시 쓴 이유다."자살보도는 심리부검과 같다."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수습기자들에게 꼭 하는 말이다. 거짓말쟁이가 될 수 없기에 수원 세 모녀의 죽음에 다시 질문하고, 의문을 품고, 궁금증을 가졌다. 부족하게나마 다시 쓴 일련의 기사가 '○○ 세 모녀' 사건의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배재흥 사회교육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교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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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복지 신청주의 한계 지면기사
2014년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세 모녀가 현금 70만원과 쪽지를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수원시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한 다세대주택에서 거주하던 세 모녀가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두 사건은 우리나라 복지체계를 다시 돌아보게끔 일깨웠지만, 8년 동안 많은 이웃이 외로운 죽음을 택했다. 2018년 남편과 사별 후 4살배기 딸과 세상을 떠난 증평 모녀 사건, 같은 해 구미의 한 원룸에서는 사망한 20대 젊은 아빠와 아기가 뒤늦게 발견됐다.외롭고 쓸쓸한 죽음이 세상에 드러날 때마다 세상은 탄식과 함께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 지자체도 마찬가지였다. 정치권은 앞다퉈 SNS를 통해 사건을 전하며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외쳤다. 지자체는 제도 개선에 나섰고, 실제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공과금 등을 체납한 위기 가구를 발굴하는 '복지 발굴주의'가 가동됐다. 송파 세 모녀 사건과 달리 수원 세 모녀는 누군가가 찾지 않도록 스스로 모습을 감췄다. 8년 만에 또 다른 사각지대가 발견됐고 복지체계의 허점을 다시 마주했다. 그 이후 과정은 과거와 유사하다. 두 사건 모두 근본 원인은 하나였다. '복지 신청주의의 한계'. 복지 발굴주의가 제시됐지만 관련 공무원 수는 턱없이 부족하고 수원 세 모녀처럼 스스로 숨어버리면 이들을 추적할 권한이 없다고 지자체는 토로한다. 취약계층 안전망을 촘촘하게 짜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내가 얼마나 가난하고 힘든지, 수많은 서류로 증명해야만 복지제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 신청주의를 바꿔야 한다. 또 다른 죽음 앞에서 뒷북치기에 사회는 이미 많은 이웃을 떠나보냈다. 제도를 바꿀 권한이 있는 이들은 말로, 글로 안타까워할 시간에 쓸쓸한 죽음을 막을 근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신현정 정치부 기자 god@kyeongin.com신현정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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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트램과 용인경전철 지면기사
"트램은 경전철과 모노레일의 사례를 답습할 게 분명합니다."교통·도시계획 분야 전문가 대부분은 트램을 얘기하면서 경전철과 모노레일 사례를 빼놓지 않는다. 용인경전철은 기술 부족과 수요 예측 실패 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용인경전철은 사업성 확보의 주요 기준 중 하나인 예상 수요가 하루 15만명이었으나 최근 집계 결과, 4만여명이었다. 결국 1조32억원을 투입해 만든 용인경전철 운영비는 현재 지자체가 떠안으며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멈춰서고 있는 트램 사업을 지켜보면서 전문가들은 인천도 예외는 아니라고 말한다. 트램을 상용화하기 위한 기술력이 미완성된 것은 물론, 경제성 부족과 제도 기반 부족 등이 주된 이유다. 트램사업이 우선 추진된 곳의 사례를 살펴보면, 기본·실시설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트램의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하기 위해 구간 설계를 변경하거나 열차 증량을 검토하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현재 인천에서는 부평연안부두선을 포함해 송도트램(달빛축제공원역~달빛축제공원역 23.6㎞), 주안송도선(주안역~인천대입구역 14.73㎞), 영종트램(공항신도시~영종하늘도시 10.95㎞), 제물포 연안부두선(6.99㎞) 등 5개 노선을 트램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중 인천시는 부평과 연안부두를 잇는 부평연안부두선 건설사업을 2022년도 제3차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신청하는 등 트램사업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인천시가 트램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는 구도심 활성화와 친환경성이다. 그러나 이들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이 '꼭' 트램이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지 않다. 구도심 교통 편익을 확대하고 신도시와 구도심 간 발전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트램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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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휴가 후유증 지면기사
8월 하순,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휴가 후유증을 호소하곤 한다. 여름 휴가를 다녀온 뒤 자주 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피곤함에 시달리거나, 무기력하게 업무에 집중이 안 된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약 일주일 남짓한 기간을 뻔하고 지루한 돈벌이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만끽했으니, 휴가 후유증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휴가 후유증을 극복할 방법이야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대개 시간이 흐르면 극복하고 다시 업무로, 일상으로 회귀한다.이렇듯 일상적인 후유증이 있는가 하면 좀처럼 극복하기 힘든 부정적인 후유증도 있다. 실연의 아픔과 같은 정신적 피해부터 폭행 등 물리적 피해까지 다양하다. 대개 시간이 흘러도 가슴 한구석에 응어리처럼 남아 때때로 괴롭히곤 하는 그런 종류의 후유증이다.'실패에서 배운다'는 말로 대표되는 긍정적인 후유증도 있다. 학창시절 유행했던 오답 노트가 대표적이다. 틀린 문제는 다시 보기 힘들었지만 틀린 문제를 오답 노트로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되새김할 수 있었다. 때론 부정적인 후유증이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이를 극복하기도 한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불거진 '심심한 사과'가 대표적이다. 한 SNS에서 업체의 '심심한 사과' 표현에 한 네티즌이 '하나도 안 심심하다'라고 불쾌감을 표현한 게 발단이었다. 여기에 '사흘'과 '금일' 등 과거 사례도 공유되면서 문해력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부정적 후유증 중 하나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알아간다면 이 또한 긍정적인 일일테다.'당당치킨'으로 업계가 시끌벅적하다. 마트 기획상품으로 지나칠 수도 있었겠지만, 오픈런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끈 건 지난날 치킨업계의 '3만원' 발언의 후유증으로 볼 수 있다. 불신과 고통이 섞여 혼란한 후유증만 남았지만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기대해 본다. /김동필 경제산업부 기자 phiil@kyeongin.com김동필 경제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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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부끄러워하지 말아주세요 지면기사
최근 장애 여성들이 직접 쓴 에세이집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습니다'를 통해 만 51세 임은주씨를 만났다. 여느 여성처럼 '멋쟁이 할머니'로 늙겠다는 은주씨에겐 장애가 있다. 어릴 적 소아마비가 근육마비로 이어져 장애인이 됐다. 6남매 중 유일하게 짊어진 장애 때문에 사랑 대신 눈총을 받아 학교도 못 다니고 부모에게 '사랑하는 딸'보다는 '다리병신'이라 불리며 자랐지만, 은주씨는 엄마가 죽던 날 슬퍼 울었고 지금도 딸들 중 자신과 가장 닮은 엄마 사진을 종종 꺼내 본다.그래도 은주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여자와 결혼하겠다"던 남편과 행복하게 산다. 물론 "그 남자도 장애인 아니냐. 결혼하면 집엔 찾아오지 말라"며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은주씨 아버지와 "한 집안 장애인 한 명도 힘든데 둘이나? 안 된다"는 남편 집안 모두 결혼을 반대했다. 가족들 선택으로 오랜 기간 복지시설에 살고, 가족들 결정에 남편이 정관수술을 해 아이를 못 낳지만 은주씨는 자신은 물론 아내의 장애도 부끄러워 않는 남편에게 큰 힘과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산다. 누군가 '둘이 어떤 사이냐'고 물으면 "잉꼬부부예요"라고 답하는 남편에게 은주씨는 "창피하다"면서도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한다.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지난 10일 방송분에서 주인공 영우는 극 중 연애 중인 준호에게 그의 누나가 "부모님에게 말 안 할거지? 널 행복하게 해주는 여자 데려와야지, 보살펴야 하는 여자 말고"라고 한 말을 듣고 "사귀지 않는 게 좋겠다"고 준호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도 천재적 능력을 보여 일반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과 다르다'는 논란까지 빚은 영우도 은주씨처럼 남들이 부끄러워하는 장애인인 것이다.그래도 자신을 부끄러워 않는 준호를 만난 영우, 또 그러한 남편과 결혼한 은주씨 모두 행복하게 산다. 우리가 주변 은주씨들의 작은 행동 하나, 말 한마디 부끄러워 않고 사랑해준다면 이들은 얼마든지 행복하게 산다. /김준석 사회교육부 기자 joonsk@ky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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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인천 도서지역 주민과 신속 재판 권리 보장 지면기사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대한민국 헌법 제27조 3항의 내용이다. 국민들이 빠르게 재판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춰 사법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천 시민들은 인천지방법원에서 이 같은 사법서비스를 받고 있다.하지만 인천 시민 중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인천 옹진군 백령도, 연평도 등 도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다. 이들이 민사·형사·가사 사건 등의 재판을 받기 위해선 다른 사람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육지와 다리로 연결돼있는 섬은 사정이 낫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의 예를 들어보자. 백령도 주민들은 우선 인천을 가는 데만 뱃길로 3~4시간이 걸린다. 이마저도 기상 상황이 좋지 않으면 여객선이 결항해 예정된 재판에 출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 번으로 끝날 수 있는 단순한 사건의 재판을 받는 것조차 도서 지역 주민들에겐 너무나도 험난하다.도서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시민들이 기뻐할 만한 소식 하나가 최근 들려왔다. 인천지법은 백령도에 영상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 다음달부터 민사재판의 변론기일이나 형사재판의 증인 신문 등을 펼칠 예정이다. 인천지법이 지난해 5월 영상재판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이후 도서 지역에 영상재판 시설을 갖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섬에 나가지 않아도 주민들이 빠르게 재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셈이다. 인천에는 총 168개의 섬이 있는데, 이중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유인도는 40개라고 한다. 인천지법이 이번 백령도를 시작으로 영상재판 시설 설치를 점차 확대해 도서 지역에 사는 모든 주민이 빠르고 편리하게 사법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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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경기도의회 광야에서 40일 지면기사
40일 만에 11대 경기도의회가 원 구성을 마쳤다. 여야 동수 균형추를 맞춘 도의회 교섭단체 양당 대표단이 임기 시작 전부터 머리를 맞대고 협상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은 고난의 여정이었다. 도의회 국민의힘은 가만히 앉아서 자당 후보를 도의회 수장으로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최소 5표가 타당 후보에게 넘어갔다. '따 놓은 당상'을 헌납한 꼴이다. 의장 선거는 무기명 수기 방식이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역선택은 없다. 1차 투표부터 국민의힘의 패배 기미가 보였다. 후보별로 민주당은 70표, 국민의힘은 60표를 얻었다. 전체 의원 수가 156명이니 나머지 26표는 전부 무효. 국민의힘 출신 감표 위원은 발언 기회를 얻어 양당 의원들에게 '또박또박 정자체'를 호소하다 대세가 기울었다는 점을 직감한 듯 의장 직무대행에게 정회를 요구했다. 이튿날 국민의힘 도의원들은 대표단에 의장 선거 패배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명서에 명시된 도의원들의 수는 '40명'이었는데, 이 숫자는 국민의힘 전체 도의원 78명의 과반이다. 가볍지 않은 무게의 목소리에 기자들이 귀를 기울였다. 알고 보니 '40'은 완벽한 숫자였다. 고대인들은 동서남북을 뜻하는 4와 하나 빠짐없이 채워진 10이 합쳐진 수로 여겼다고 한다. 성경에서도 그렇다. 노아 홍수도, 예수가 광야에서 단식한 기간도 모두 40일이다. 40일간 진통 끝에 출범한 11대 경기도의회 본회의에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나란히 출석했다. 도정 책임자와 도 교육 책임자는 신임 의장을 향해 90도로 인사하고, 뒤돌아서 의석을 채운 도의원들에게 같은 자세로 흐트러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도민을 대표하는 도의회를 향한 존경의 표시다. 도의회가 드디어 도민의 공복에게 인사를 받았다. 전날 도의원들은 신임 의장과 함께 선서도 했다. 선서엔 도의원들에게 부여된 역할이 한 문장으로 축약돼있다. 전문은 이렇다. '나는 법령을 준수하고 도민의 권익신장과 복리증진 및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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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착한 가게의 희생, 관심가져야 할 때 지면기사
김밥 2천원, 짜장면 3천500원, 칼국수 4천원.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이 7%대까지 오르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고 있다. 각종 원재료 값 상승으로 경기지역 짜장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6천241원, 칼국수 한 그릇의 평균가격은 8천103원이다. 이대로 계속 물가가 오른다면 서민음식인 짜장면과 칼국수를 1만원을 주고 먹어야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이런 상황에서도 다른 가게에 비해 50% 가까이 저렴하게 음식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각 지자체가 지정한 '착한가격업소'다. 두 명이 짜장면과 칼국수를 각각 먹어도 1만원이 넘지 않는다. 살인적인 물가 속에서도 과연 수익은 거두는지 걱정이 들 정도다. 이들은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공급하기 위해 물가 상승의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키지 않고 스스로 감내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착한가격업소 홈페이지와 각 시군 홈페이지를 보면 우리 동네의 착한가격 업소의 주소, 메뉴, 가격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하지만 한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착한가격업소 목록이 여전히 2020년에 머물러 있는 등 공공지원도 열악하다. 착한가격업소로 등록된 한 자영업자는 "남들은 물가 상승 대비 음식 가격을 2천~3천원씩 올리는데 우리는 500원 올리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 자칫 손님이 홈페이지를 보고 가격이 다르면 초심을 잃었다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돈쭐'이라는 단어가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이다. '돈'과 '혼쭐내다'의 합성어로 선행을 하는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제품을 많이 구매해 돈을 벌게 해준다는 뜻이다. 어려운 주변 환경에서도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손님들에게 착한 음식을 제공하는 이들이야말로 돈쭐을 한번 맞아야 하지 않을까. /서승택 경제산업부 기자 taxi226@kyeongin.com서승택 경제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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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영화값 인상의 부메랑 지면기사
지난 주말, 수원의 한 CGV에서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 매버릭'을 관람했다. 소위 '탑건2'로 불리는 해당 영화의 개봉일은 지난 6월22일. 개봉일로부터 한 달이 훌쩍 넘은 시점에서야 영화를 본 셈이다. 영화는 흥미로웠다. 어린 시절 본 '탑건(1987년 개봉)'의 장면이 문득문득 떠올라서다. 매버릭(톰 크루즈 분)이 오토바이로 질주하는 모습과 F-14 톰캣 전투기가 등장하는 장면이 그랬다. 전반적인 이야기가 원작과 연결되는 완벽한 속편이었다. 배우들의 열연과 감각적인 미장센이 어우러져 1시간40분이 짧게 느껴졌다. 바로 단체 카톡방에 후기를 남겼다. "탑건2, 돈 안 아깝다!"하나둘 답장이 왔다. 다들 본인의 감상평을 남기던 중, 한 친구가 물었다. "곧 OTT에 VOD 풀릴 것 같은데, 그걸 왜 지금 봤어?" 사실대로 말했다. "관람료가 올라 전과 달리 후기를 봤는데 스크린으로 봐야 한단 평이 많더라고. 그래서 내려가기 전에 봤어." 단톡방에선 공감과 함께 인력감축에 따른 서비스 하락 후기도 쏟아졌다. 최근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3사는 2D 기준 주말 관람료를 1만5천원까지 올렸다. 2년 동안 4천원 인상됐다. 관객들의 영화 선정 기준이 깐깐해진 이유다. 제작비가 2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영화마저도 평점과 후기에 따라 명암이 갈리는 상황이 됐다.고물가 속 급등한 영화 관람료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태도는 냉담하다. 넷플릭스 등 구독료가 월 1만원대인 OTT 사용이 익숙해진 상황에서 단순히 '킬링 타임'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시대는 갔다. 영화관들의 좋은 투자,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부디 관람료 인상 값어치를 해주길 바란다. /윤혜경 경제산업부 기자 hyegyung@kyeongin.com윤혜경 경제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