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노트북] 경인 프로팀선수 명단에 없는 '카타르 월드컵' 지면기사
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한국 축구 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월드컵에 나설 최종 대표팀 명단에 어떤 선수가 이름을 올리느냐다. 4년에 한 번 있는 세계 최고의 축구대회인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영예다.하지만 경인지역 연고 프로축구팀에 소속된 선수들 가운데 확실하게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로 거론되는 이들은 아직 없다.수원 삼성 공격수인 김건희가 올해 1월 있었던 아이슬란드와 몰도바와의 친선 경기와 2월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 시리아전 등 A매치 3경기에 출전하며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관심을 끄는 듯했지만 이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또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다 올해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르고 있는 이승우의 발탁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이승우는 1일 기준, K리그1에서 22경기에 출전해 10골과 2도움을 기록하며 수원FC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아직 이승우를 발탁하지 않았다. 지난달 발표된 EAFF E-1 챔피언십 대회(동아시안컵) 명단에서도 이승우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이승우가 카타르행 비행기를 탈 가능성은 낮다.이 외에도 수원FC 박민규와 이기혁이 최근 대표팀에 소집되기는 했지만 확고한 주전은 아니다.아직 월드컵 대표팀 명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수는 남아있지만 벤투의 중용을 받은 경인지역 연고 프로축구팀 선수가 전무하기 때문에 월드컵 대표팀 발탁의 기대감을 높이기는 어렵다.세계인의 축제가 될 카타르 월드컵에 경인지역 연고 프로축구팀 소속 선수가 1명도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지역언론사 기자 입장에서는 아쉽다. /김형욱 문화체육레저팀 기자 uk@kyeongin.com김형욱 문화체육레저팀 기자
-
[노트북]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면기사
대학방송국 시절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잊히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 2016년 무더운 여름 거리로 나섰던 이화여대 학생들이다. '평생교육 단과대'를 설립한다는 학교의 일방적인 결정에 반발한 재학생, 졸업생들은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시위가 46시간째 진행되던 때, 1천600명의 경찰병력이 학내에 진입해 농성하던 학생들을 끌어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단과대 설립은 백지화됐고 총장은 사퇴했다.비슷한 때 내가 다니던 대학 역시 학사구조개편으로 내홍을 겪었다. 다른 목표를 가진 과들을 하나로 만들겠다고 학생들에게 일방통보하는가 하면, 3년 된 학과를 없앤다는 사실을 메신저로 알렸다. 학생들은 집회와 릴레이 단식을 진행하고 대규모 학생총회를 여는 등 크게 반발했지만 결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당시 만났던 총학생회장은 '무력감'을 토로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의 벽이 있었어요. 우리가 옳은 말을 하더라도 학생들에게는 결정권이 없어요. 결정권은 결국 본부와 총장님에게 있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이뤄낼 수 없었죠."대학 구조조정·통폐합 때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일방적 결정에 반발한 학생들은 거리로 나선다. 메신저를 통해 통폐합 사실을 전하거나 모든 게 결정된 뒤 간담회를 여는 대학의 소통 방식도 비슷하다. 학생들이 총장추천위원회 등 학교의 중대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해외 대학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학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알지만 형식적인 소통 역시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아쉽기만 하다.지난 27일 수원대와의 통합을 반대하며 도청 앞에 선 수원과학대 학생들을 보니 2016년 여름이 스쳐 지나갔다. 당시 내가 제작했던 다큐멘터리의 이름은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다.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주인으로서 학생이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에 던진 물음이었지만 대학은 아직 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이자현 사회교육부 기자 naturelee@kyeongin.com이자현 사회교육부 기자
-
[노트북] 아찔한 입석의 기억 지면기사
대학생 때였다. 매일 약 2시간 거리를 통학하는 나에게 '광역버스'는 빼놓을 수 없는 교통수단이었다.수강신청 실패로 1교시 수업이 많았던 학기에는 학교 가는 아침이 늘 지옥이었다. 광역버스는 일반 버스보다 배차간격이 긴 편이다. 눈앞에 버스가 도착했을 때, 버스좌석이 전부 차 있는데도 '이 버스 놓치면 큰일 난다'는 생각에 몸부터 욱여넣었던 기억이 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서 손잡이도 없이 서서 탔다. 사고가 안 나서 다행이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찔한 기억이다.국토교통부는 2014년 7월16일자로 고속도로·고속화도로를 경유하는 광역버스의 입석 승차를 금지했다. 광역버스에서 좌석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 입석 승차는 불법이라는 뜻이다. 2022년인 지금, 출퇴근길 광역버스에선 '불법'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감차'에 있다. 광역버스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지자 운행 대수를 줄였다. 소득 감소 등의 이유로 운수종사자 역시 많이 감소했는데, 광역버스 운행 대수를 늘리고 싶어도 버스 기사가 없어 못 늘리고 있다는 게 인천시와 버스 업체들의 설명이다.인천시는 우선 급한 불부터 끄기로 했다.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평일 출퇴근시간대에 한정해 광역버스 노선에 전세버스를 투입할 방침이다. 광역버스 업체들을 대상으로 '최소 1대 이상 증차'를 요구하겠다는 구상도 세웠는데, 이는 사실상 업체들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 단기간에 증차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이들 대책은 말 그대로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당장 오는 12월까지로 예정된 전세버스 투입이 끝난 이후의 대책 역시 명확하지 않다. 인천시 역시 이를 인지하고 국토부, 경기도 등과 수시로 만나며 다각도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광역버스 입석 문제는 단순히 불편한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민의 '안전'이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정부와 인천시, 그리고 광역버스 업체들 모두 책임감을 갖고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 /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yoopear
-
[노트북] 이재준 수원FC 구단주님 지면기사
지난 10일 인천공항 입국장에 때아닌 구름 인파가 몰렸다. 손흥민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선수단이 국내에서 열리는 프리시즌 경기를 치르기 위해 한국땅을 밟은 날이었다. 앞서 한국에서 일정을 소화하던 손흥민이 단짝 공격수 해리 케인 등 동료들을 '깜짝 마중' 나온 장면만큼, 이날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행렬 선두에 모습을 드러낸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이었다.선수들과 한데 입국한 것도 모자라 이날 토트넘의 엠블럼이 진하게 박힌 폴로 티셔츠 차림의 레비가 선수단과 함께 태극기를 펼쳐놓고 사진을 찍자 그에게 박한 평가를 하던 축구 팬조차 '친근하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평소 선수 영입 시기마다 큰돈을 쓰지 않아 속칭 '짠돌이'라는 말을 듣곤 했던 그였다. 선수 투자에 미온적인 구단주가 전면에 나서지 않아 '실질적 구단주' 역할까지 겸하는 레비로선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적어도 국내 토트넘 팬들의 눈도장을 찍기엔 더할 나위 없는 행보였다.토트넘이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스페인의 세비야와 프리시즌 2차전을 가진 지난 16일 경기 시작 전, 한 '구단주'의 이름이 경기장을 찾은 내빈 가운데 호명됐다. 이재준 수원시장 겸 수원FC 구단주였다. 수원FC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상위권 도약을 위해 강원FC와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치르는 그 시각이었다. 이 시장이 구단주로서 수원FC 경기를 현장에서 꼭 챙기란 법은 물론 없다. 지난 10일 수원FC가 서울FC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 때, 이 시장은 첫 '직관'으로 그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자식 같은 선수들이 주요 경기를 치르는 와중에 차로 10분 거리인 다른 경기장에만 모습을 보인 건 이해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수원FC는 수원 시민들의 염원으로 탄생한 시민구단 아닌가. 공교롭게도 구단주가 자리를 비운 이날, 수원은 강원에 역전패했다. 임기 내 이 시장은 팀의 구단주로서 숱한 경기를 남겨뒀다. 이 시장이 지겹도록 경기장을 찾아 이를 시정홍보의 마중물로 삼은들 어떤가. '수원FC 구단주'다운 모습을 기대한다.
-
[노트북] 조금 다르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지면기사
성격유형검사(MBTI)가 아직도 열풍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 유행하던 이 검사는 최근에도 성격을 정의할 때 쓰이고 있다.그중 판단기능을 다루는 부분은 사고(Thinking)형과 감정(Feeling)형으로 나뉜다. 사고(T)형은 논리적이고 현실적이며 감정(F)형은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에게 호되게 혼난 친구가 "상사가 나를 못살게 군다"고 당신에게 말했다. 그럼 F형은 그 부장을 같이 욕해주겠지만, T형은 아는 노무사를 소개해줄 것이다.T형인 나도 '공감능력제로'라고 불리며 여자친구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뭇매를 맞곤 했다. 뭇 T형들이 모두 공감능력제로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F형보다는 공감을 못 하는 이들로 MBTI 신봉자들 속 빅데이터에 남아있는 듯하다.그런 T형에게도 장점은 있다. 문제를 직시하고 빠르게 대책을 찾아낸다는 점이다. 학교를 갓 졸업한 친구들이 취업과 연애를 못 하고 있다며, 결혼은 또 어떻게 하냐며 곡소리를 낼 때면 못내 이런저런 방안을 찾아보는 척하고 있다.이런 20~30대에게 한국은행 수장이 지난 13일 금리 인상을 발표하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지금 세대는 연 3% 금리로 돈을 빌렸다면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거로 생각했겠지만, 지금 경제 상황으로 볼 때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다"며 "이런 위험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이 말은 대책일까 공감일까. 그의 당부가 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한 부부에게, 은행의 도움으로 창업을 시작한 청년에게 도움이 됐을까. 당장 대책 마련이 어렵다면 차라리 진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면 어땠을까. MBTI에서 판단기능을 다루는 부분은 사고(T)형과 감정(F)형으로 나뉜다고 했다. 갑자기 한국은행 총재의 MBTI가 궁금해졌다. /변민철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기자 bmc0502@kyeongin.com변민철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기자
-
[노트북] 말아톤 그리고 우영우 지면기사
장애를 주제로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통상 '연민'의 감정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사회적 차별과 편견 속에서 주인공이 고통을 겪다 주변의 도움으로 역경을 이겨내는 스토리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마련이지만 장애인은 도움이 필요하고, 스스로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2005년 개봉해 자폐 장애를 이겨내고 철인3종경기까지 완주한 배형진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말아톤'이 대표적이다."양해 말씀드립니다. 저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장애인을 연민의 존재로 비췄던 미디어의 변화가 생긴 걸까.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인을 조금 특이하지만, 사회 안에서 '이해'해야 하는 대상으로 묘사한다.주인공 우영우가 자폐를 앓고 있어 사회성이 떨어진다 생각해 무시한 직장 상사가 "내가 우 변호사를 너무 편견을 갖고 판단했어. 미안해요"라며 사과하고, 발달장애 증상 중 하나로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반향어에 대해 "저랑 대화할 땐 참지 않고 말해도 괜찮아요"라고 공감해주는 직장 동료. 앞선 대사들처럼 장애는 더 이상 숨기고 극복하는 '장벽'이 아닌 다른 점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환경의 변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미디어는 말하고 있다. 방영 첫회 0.9%였던 드라마 시청률이 2주 만에 10배 이상 올라 9.1%를 기록한 것으로 보아 대중들도 이러한 인식 변화에 동감하는 분위기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 정부의 장애인 인식 개선 사업 등 누군가는 이런 행동과 정책들이 과연 장애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이런 조그마한 목소리들이 모여 사회가 장애인을 품을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고 우영우는 당당히 증명하고 있다. /고건 정치부 기자 gogosing@kyeongin.com고건 정치부 기자
-
[노트북] 韓 어선 발목만 잡는 TAC, 中 동참 촉구해야 지면기사
"올봄에도 꽃게가 잘 잡히긴 했죠. 하지만 금어기에 들어간 사이 중국 어선들이 통째로 꽃게를 쓸어가는 걸 손 놓고 봐야 하니 씁쓸합니다."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꽃게잡이에 순풍이 불었음에도 서해 어민들의 목소리는 밝지 않았다. 4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꽃게들이 많이 잡혔지만 크기가 크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그나마 큰 꽃게들이 잡히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어기(6월21일~8월21일)가 시작되면서 어민들은 아쉬운 마음을 그물망과 함께 접어둔 채 조업을 멈췄다.서해 어민들은 매년 꽃게 총어획허용량(TAC·Total Allowable Catch)이라는 규제도 받는다.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 관리를 위해 1999년부터 시작된 제도다. 이에 따라 연평도와 서해 특정해역 등 지정된 조업구역에서 정해진 양의 꽃게를 잡아야 한다. 과도한 어획으로 꽃게의 씨가 마르는 것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제도인 건 틀림없다.문제는 우리 어민들만 어업권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어선들은 금어기도, TAC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 수역까지 들어와 꽃게를 싹쓸이해간다. 유엔식량농업기구 통계를 보면 1987~2016년 사이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한국 어선과 중국 어선이 잡아들인 꽃게의 연평균 어획량은 2만5천t과 2만4천t으로 대동소이하다. 30년간 계속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우리 해경의 단속만으로 막아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중국 수역과 한국 수역을 오가는 꽃게의 이동 습성상 우리 수역에서만 TAC를 적용하는 것이 수산자원 관리로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해에서 어업 활동을 하는 인접국들, 특히 중국이 TAC를 도입해야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해 꽃게 자원을 보호하고 두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조업을 멈추는 우리 어민들의 어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중국이 TAC에 동참하도록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산업부 dal@kyeongin.com한달수 인천본사 경제산업부
-
[노트북] 문화와 정치 지면기사
문화예술 분야라고 해서 정치의 입김에서 자유로울리 없다. 실력에 상관없이 이해관계만 따지거나, 정책의 성격에 따라 사업이나 창작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모습을 적잖이 봐왔다. 정치가 문화예술이 성장하는 데 뒷받침이 되는 디딤돌이나 거름 역할이 아니라, 앞에서 이를 끌고 가며 필요에 따라 휘두르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인지 올해 선거를 앞두고도 혹시나 새로운 수장이 문화에 관심이 없어 예산이나 지원 규모를 축소 시키지는 않을까하는 현장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꽤 들었다.정치 성향과는 무관하게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 씨가 밝힌 문화정책에 대한 소신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문화적으로 풍족해야 잘 사는 것"이라며 "문화의 향유는 시민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또 "문화의 소비와 체험을 위해 멀리까지 가야 한다면 불행한 것"이라며 "리스크가 큰 문화산업에 공공이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지난 몇 년간 봐온 경기도의 문화예술에 대한 시각은 '지향점'을 잃은 느낌이었다. 생색내기 좋은 하나의 호혜적 도구로 이용되며 알맹이를 잃어버렸다. 신 씨의 주장에 수긍했던 이유이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수준 높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더 많이 누리게 할 것인지, 이를 보여줄 예술가들이 좀 더 많은 기회를 얻게 할 방법은 무엇인지, 우리 주변의 문화 시설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지 등에 대한 여러 고민은 뒷전이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현실의 기저에는 문화예술에 왜 투자하고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는 정치 논리와 맞닿아 있을지 모른다. 케케묵은 이야기 같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나오는 걸 보면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한 달. 새로운 출발점에 선 정치가 문화예술에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나타날지 자못 궁금해진다. /구민주 문화체육레저팀 기자 kumj@kyeongin.com구민주 문화체육레저팀 기자
-
[노트북] 사회의 책임 지면기사
왜소한 체구를 가진 한 여성이 법정에 들어섰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살인 혐의였다. 그는 발달장애 자녀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우리 사회는 왜 여기까지 왔을까. 크고 작은 송사로 법정을 찾는 이들의 분쟁을 접하다 보면, 그들의 범행을 막지 못한 사회 시스템 부재를 떠올리게 된다. 이 지경까지 온 데는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무관심은 무관심을 부르고, 불신이 불신을 낳다 보면 가족도 이웃도 원수가 된다.수원지법은 예외적으로 이 사건 피고인에게 법정 권고 형량보다 낮은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여러 사정을 참작해 이처럼 결정했다. 가정을 보듬지 못한 사회 시스템 부재를 짚으면서도 생명 존중 가치보다 우선되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살인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으며 피고인에 대한 사회적 격리가 불가피하다고 봤다.분쟁을 해결하는 실마리는 대개 본질적인 문제를 돌아보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선고 직후 이 사건 변호인에게 다시 한번 연락했다. 피고인은 법정 권고 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았음에도 항소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는 변호인의 우려와 달리 꼭 다시 한번 재판을 받고 싶다며 먼저 입장을 전해 왔다고 했다. 친모는 이미 1심 재판부에 수십 건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런 그가 법정에서 다시 한번 소명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생활고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미래를 비관해 8년간 홀로 돌봐온 아이를 친모가 숨지게 한 사건이다.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애지중지 길러온 자녀와 함께 세상을 등지려 수차례 결심해왔던 친모. 범행을 저지른 뒤 그가 법정에 서기까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이 사회는 더 이상 '사회'로 존립할 수 있을까. /이시은 사회부 기자 see@kyeongin.com이시은 사회부 기자
-
[노트북] 건물에 핀 꽃 지면기사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6월의 퇴근길이었다. 차들로 가득한 수원 인계동의 한 교차로를 지나자 차량들이 뒤엉키다시피 앞을 막아섰다.경적을 울리는 차들 사이를 간신히 비집고 앞지르려던 찰나 갓길에 줄지어 선 소방차량이 보였다. 응급차량부터 사다리가 실린 대형소방차까지. 언뜻 봐도 '만만찮은 사고가 터졌구나' 싶었다. 교통사고라도 났나 했으나 인도 위에 몰린 사람들의 시선이 건물 위로 향해 있었다. 나 역시 무언가에 이끌리듯 잠시 차를 도로 한편에 세우고 인파 속으로 들어가 위를 쳐다봤다.한 사람이 건물 옥상 난간 끝에 서 있었다. 하늘색 블라우스에 하얀 치마를 입은 젊은 여성이었다. 건물은 예닐곱층쯤 돼 보였다. 건물 옥상에 선 여성은 한 손으로 이마를 부여잡고 난간에 올라 서 있었다. 건물 아래 몰려든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반쯤 정신이 나간 듯한 얼굴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인파의 절반은 소방관이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에어매트를 건물 아래 설치한 채 여성이 생각을 바꾸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오오! 여자 떨어진다", "크크크 안 떨어져, 돈 걸래?" 소방차 앞에 세워져 있던 레커차를 모는 세 명의 사내가 재밌는 볼거리라도 생겼는지 차에서 내려 여성의 행동 하나하나를 해설했다. 여성의 손짓, 표정 변화, 움직임 하나하나마다 설명을 덧붙이는 게 마치 스포츠 경기를 중계 방송하는 듯 들렸다. 침묵으로 여성을 지켜보는 소방관들과 달리 사내들의 경박한 수다는 한동안 이어졌다. 절망에 빠져 슬퍼하는 누군가를 보고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두 모습이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간극이 컸다.한 시간 남짓 그 광경을 지켜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한 사람의 삶의 끝자락, 죽음의 문턱에도 조롱과 즐거움, 증오와 혐오가 있었다. 억겁의 고통 끝에 여성은 간신히 살았지만 그녀가 매일 맞이할 세상은 여전히 지옥일 터다. 그녀는 간호사복을 입고 있었다. /명종원 정치부 기자 light@kyeongin.com명종원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