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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 '수원 연극' 오랜 역사에 걸맞게 고민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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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수원 연극' 오랜 역사에 걸맞게 고민 필요한 때 지면기사

    수원 연극의 역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경기도 연극이 탄생한 곳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지역의 많은 이들이 연극을 보고 즐겼다.특히 연극계가 활발하던 1980년대에는 문화가 집중된 서울로 굳이 가지 않아도 수원에서 좋은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그게 얼마나 큰 이점인지는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현재 수원의 연극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은 작은 극단과 그곳에 속한 (시민)배우들이다. 그들이 시간과 열정을 쏟아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음에도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소극장 울림터'는 수원에서 유일한 민간 소극장으로 지역의 극단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이곳을 운영하는 극단 메카네 역시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적은 인원으로 돌아가는 극단들은 작품 올리기도 빠듯해 홍보에 많은 돈을 들일 수도 없다. 그래서인지 수원시에서 임시로 운영했던 수원시민소극장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관계자들이 많다.오히려 지금이 문화적으로 각박할 수 있다는 한 배우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경제논리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이 시대 문화예술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 한번 쯤은 되돌아보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의 극단이 자생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자체에서 제작지원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것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안타깝고 슬프다.배우·무대·관객·희곡. 연극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이 가운데 지역의 극단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무대와 관객이다. 이들이 공연할 기회를 열어주고, 관객들이 좀 더 쉽게 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연극계를 받치고 있는 작은 극단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오랜 역사에 걸맞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구민주 문체부 기자 kumj@kyeongin.com구민주 문체부 기자

  • [노트북] 살아남은 아동에게도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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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살아남은 아동에게도 관심을 지면기사

    "두살배기 아이를 입양한 뒤 의식불명에 빠뜨린 양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학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지난달 10일 기사가 쏟아졌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양부 A씨는 지난달 8일 아동 B양 뺨을 수차례 때려 뇌출혈을 일으켰다. A씨는 B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직후에도 태연하게 친척 집을 방문했다. 양모 C씨도 마찬가지다. C씨는 B양이 축 늘어진 채 구토를 했지만 '잠을 자는 줄 알았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B양을 품에 안고 친척 집을 찾았다. 결국 B양은 뇌출혈 발생 7시간 이후에야 병원에 이송됐고, 한 달 넘게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 있다. 여기까지가 '화성 입양아 학대' 사건에 대해 알려진 이야기다. 당시 비극적인 소식이 언론에 공개되며 또 한 번 떠들썩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살아남은 아동에 대해선 모두가 무관심했다. 아동의 건강상태는 어떤지, 의료비 지원과 친권 파양 등 의문을 품을법했지만, 목소리를 내고 분개하는 건 관련 협회, 전문가들뿐이었다.이번 사건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아동학대사건이 벌어지면 사회는 '죽음'과 '사건'에만 주목해왔다. 여느 때처럼 엽기적인 학대행위를 한 부모는 공분을 샀고 언론은 이들의 가학적 행위에만 집중했다. 정부는 그 사이 또 다른 대책을 내놓는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성급한 대책은 종종 악순환의 고리를 낳기도 했다. 학대 가해자 '처벌'에만 초점을 둔 탓인데, 실제로 가해자가 처벌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사건에 대한 관심은 싸늘하게 식는다. 우선 급한 불이 꺼지면 아동학대사건은 또 그렇게 점차 잊혀진다.아동학대를 끊어내기 위해선 '사건'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 한 가정에서 벌어진 끔찍한 범죄로만 치부할 이야기가 아니란 뜻이다. 학대 가해자 처벌을 넘어 아동을 돌볼 수 없었던 가정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살아남은 아동이 늦게나마 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촘촘한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살아남은 아동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시은 사회부 기자 see@kyeongin.com이시은 사회부 기자

  • [노트북] 나는 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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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나는 집이 없다 지면기사

    최근 난생 처음 주택청약을 넣어본 경험이 과거 2년간 고시원에 살았던 기억을 불러냈다.얇은 벽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새벽 4시30분부터 두어 시간 울려대던 모닝콜, 자정이 넘도록 끝날 기미가 없던 술에 절은 고함과 술자리, 바닥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퀴퀴한 하수구 냄새까지.학교 졸업과 함께 고시원을 탈출하면서 다시는 고시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뒤 이내 다시 고시원에 들어갔다. 땅값 비싸다는 서울 강남의 한 회사에 취업하면서다. 달리 선택권이 없어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 짐과 몸을 욱여넣었다.그때였을 거다. 한 평 남짓 내 공간에 설렜던 감정은 증오로 바뀌었다. 바삐 사느라 잊고 있던 분노는 청약을 넣으면서 되살아났다. 별생각 없이 지원한 84㎡(25평) 집 가격은 9억원이 훌쩍 넘었고 소위 대출로 '영끌'을 해도 나머지 절반은 내 돈이 있어야 살 수 있었다. 사회초년생에게 로또만큼 어렵다는 청약은 돼도 문제였던 거다. 당첨될까 초조했던 집 없는 자의 속내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무주택자면 기본으로 살 수 있게 하겠다.", "돈 조금 보태면 누구나 자기 집에 살 수 있게 하겠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이 우리 사회를 잠식시키는 요새, 정치권에서 나오는 소리다. 기회를 잡겠다는 이와 만회하겠다는 이들의 목소리는 제법 시끄럽다. 경기도 기본주택과 정부 누구나 집 얘기다.차분히 들여다보면 둘은 같은 얘기다. 그런데도 목 터져라 떠드는 속내가 의뭉하다. 여느 때처럼 집이 선전 수단으로 전락할까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대선이 코앞이라 더 그렇다.이맘때면 정치는 익숙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정치는 우리에게 필요한 옷과 음식과 집, 좋은 '의식주'를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가 훑고 간 자리엔 언제나 씁쓸함이 남는다. 집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곳에 산다. /명종원 정치부 기자 light@kyeongin.com명종원 정치부 기자

  • [노트북] 무책임한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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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무책임한 책임 지면기사

    지난 4월, 한 20대 청년이 일터에서 숨을 거뒀다. 청년의 몸무게보다 몇 배나 더 무거운 300㎏에 달하는 철판이 청년의 몸을 덮친 것이다. 이 청년의 이름은 이선호. 학비를 벌고자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꽃다운 스물셋 청춘이었다.2018년 3월,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에서 무빙워크를 수리하던 21살 청년이 기계에 몸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청년은 고등학교 재학 중 승강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에 나선 고졸 취업자였다.두 청년의 죽음을 취재한 나는, 책임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한없이 가벼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두 청년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었다. 원청 측은 이들의 죽음에 하나같이 '책임'이라는 단어를 썼다. "책임을 통감한다"거나 "잘못이 있는 부분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식이었다.어디 이뿐이겠는가. 책임이라는 단어는 마치 요술봉 같다. 최근 광주광역시의 한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는 철거 중인 건물이 도로 쪽으로 넘어지면서 승객을 태운 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원청 측은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참 아이러니하다. 위에 언급한 사례 모두는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인 책임을 다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사고다. 그래서 어리석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책임은 다하지 않고,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니 말이다.그렇다면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지면 그걸로 끝인 걸까. 공허한 메아리 같은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면 이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한국에서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882명이라고 한다. 이들의 죽음 뒤에도 분명 책임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을 것이다. 그래도 변화는 없었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무책임할 수 있는 것인가./배재흥 기획콘텐츠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기획콘텐츠팀 기자

  • [노트북] 행정의 언어 현장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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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행정의 언어 현장의 언어 지면기사

    지난해 여름 경기도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호우 경보와 산사태 경보가 날을 바꿔가며 발령됐고 도내 시·군들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기사로만 접했던 지난해 집중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한 건 9개월 뒤인 지난달 26일이었다. 이천시 호법면의 마을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줬다. 한 주민은 뒷산에서 흘러 내려온 나무와 토사가 집안까지 들이닥치자 앞마당마저 무너지는 건 아닌가 싶어 우산을 쓰고 하루 종일 바라봤다고 한다. 삼거리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본인의 밭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겨울에는 손 하나 까딱 못하다가 올 봄 농사 때문에 포클레인을 불러 어떻게 정리했는지 상세히 설명해줬다.마을 뒷산도 산사태가 할퀴고 간 흔적이 역력했다. 산길 위로는 골마다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뒤엉겨 있었고 아래로는 생활 쓰레기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 몸 만한 돌이 쌓여 있는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편에서는 작업자들이 이중으로 쌓인 돌 사이사이를 시멘트로 메우고 있었다. 작업장 인근에는 '2020년 산사태 재해복구공사'라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가 나무 기둥에 묶여 있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집중 호우 피해를 입은 산림지역 215곳을 복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까지 공사를 마친 곳은 33곳으로 이 마을 뒷산을 포함해 많은 지역들이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도는 전체 공정률이 60%로 이달 안까지 복구를 완료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의 폭우가 과거가 아닌 현재인 이들에겐 '공정률 60%'는 가닿지 않는 이야기다. 코앞으로 다가온 장마에 이들은 또다시 피해가 반복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달 정도 공사를 진행하는 것 같던데 위쪽만 하고 아래쪽까지는 복구를 안 하더라고. 땜질 처방이지. 몸이 아픈데 그냥 파스 하나 붙인 거야." /남국성 정치부 기자 nam@kyeongin.com남국성 정치부 기자

  • [노트북] 아동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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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아동은 미래다 지면기사

    지난달 용인의 한 지역아동센터를 찾은 적이 있다. 건축물관리법 개정으로 화재안전성능보강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센터 생활복지사가 '월세도 후원으로 낸다'는 말을 꺼냈다. 지역아동센터를 취재하면 항상 딸려오는 게 '후원'이다.지역아동센터 어린이통학차량 개조를 취재할 때도 경기도 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 차량 대부분은 처음부터 기업 후원으로 마련됐던 것"이라고 했다. 민간이 후원했던 차량이니 개조도 후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이었다. 사랑의열매가 센터 어린이통학차량 개조 모금사업을 진행하면서 민간의 후원으로 개조비를 마련한 곳도 있었다. 화재안전성능보강을 하기엔 지역아동센터의 어려움이 커 지원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토교통부는 "민간 건축물에 국비까지 들여 건축물 가치를 올려주는데, 추가 지원은 어렵다"고 딱 잘라 말했다. 지역아동센터를 둘러싼 정부의 이 같은 태도가 정말 옳은 것일까.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에 규정된 아동복지시설로, 지역사회 아동을 돌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다. 경기도에 791개소, 2만1천여명의 아동들이 센터를 이용한다. 저소득층 자녀는 물론 다자녀 가정들도 이용하고 프로그램도 알차다. 그러나 현실은 매달 월세를 걱정하고 법이 바뀌면서 지원이 필요한데, 지원은 없어 후원을 기다려야 한다. 돌봄에 대한 고민보다 돈을 걱정해야 하는 게 지역아동센터의 현실이다. 지역아동센터는 근거 법에 따라 지자체가 공유재산을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그림의 떡'이다. 전국 지역아동센터 중 무상임대 비율은 약 30%, 절반이 넘는 50.9%가 민간 건물을 전·월세로 임차해 아동을 돌본다.왜 지역아동센터가 민간시설에서 운영되는지, 왜 아동을 돌보는 센터 예산은 항상 부족한지 고민해야 한다. '아동은 미래다'라고 얘기하기 전에 우리는 과연 아동을 위한 지원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신현정 사회부 기자 god@kyeongin.com신현정 사회부 기자

  • [노트북] 경기도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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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경기도 블랙홀 지면기사

    올해 한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 의왕이다. 의왕 근처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내게 이런 광경은 생경하기만 하다. 의왕은 가기 힘든 동네였다. 의왕역 근처에는 친구들과 만날 장소가 부족했고 이 때문에 만남 장소는 늘 안양역이나 범계역같이 역 주변 번화가가 되곤 했다.의왕 아파트값 상승 이유는 바로 철도다. 인덕원~동탄선부터 GTX까지 각종 철도 호재는 의왕 아파트 미래 가치의 보증수표가 됐다. 4차 철도 구축망 계획을 경기도 지도와 포개 보면 핏줄 같이 뻗은 철도 노선이 복잡하게 얽힌 미래 경기도의 모습이 나타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도 부동산 불패 신화의 가장 든든한 후원군을 바로 이 철도가 담당한다.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임인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경기·인천·서울을 엮은 '메가시티'를 제안했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은 물론이고 도쿄를 중심으로 한 일본, 상하이와 같은 현대 메가시티 모두 인접 도시와 묶어 광역도시를 만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수년 전엔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정치인의 자충수 정도로 여겨졌던 메가시티 구상이 4차 철도망 계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언(空言)처럼 들리지만은 않는다.수도권 외 지역에선 경기도를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높은 수준의 정주 여건을 찾아, 일자리와 학교를 찾아 수도권으로 온 인구를 모두 빨아들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블랙홀의 중력을 형성하는 동력도 바로 철도다. 철도를 통해 경기도의 중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지만 실은 서울 중심부로 더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블랙홀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서울과 경기도의 차이는 더욱 흐릿해졌다.다음 철도 계획이 완성되는 2030년까지 경기도 블랙홀은 더욱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그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은 인구일 뿐 아니라 지역성일지도 모른다.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경제부 기자

  • [노트북]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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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입양 지면기사

    5월 초, 또 하나의 가슴 아픈 소식이 전국을 강타했다. 화성에서 두살배기 입양아가 아동 학대로 의식을 잃고 중태에 빠진 것이다. 이 아이는 지난 2020년 8월 말 입양됐다. 모두의 축복 속에 꽃길만 걸을 줄 알았지만,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3차례에 걸쳐 양부에게 손과 주먹, 나무재질의 구둣주걱 등으로 폭행을 당했다. 말을 듣지 않고 운다는 이유에서였다. 입양아는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더욱이 이 아동을 학대한 양부모가 사회복지사란 사실이 경인일보 취재결과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사회복지사는 자격증을 따면서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권과 권익을 지키며,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거부하고, 개인 이익보다 공공이익을 앞세운다'는 내용의 선서를 한다. 이런 이유로 입양과정에서 양부모의 사회복지사 신분이 평가의 주요한 비중을 차지했을 수도 있다.또 하나 생각해 볼 문제는 '입양'과정이다. 우리나라 입양은 해외 선진국과 다르다. 우리나라는 입양기관에서 보호하는 아동을 양부모와 결연하는 것 외에도 양부모가 직접 보육시설 등에 있는 특정 아동을 지목한 뒤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하는 것을 허용한다.후자의 방식은 해외 입양선진국에선 엄금한다. '아동중심의 입양'이란 대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아이가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환경에 입양을 보내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해외에선 민·관 모두 공적 심사기구를 통해 입양이 이뤄진다.화성 입양아도 양부모가 직접 데려와 입양에 이르렀다. 얼핏 '직접 선택했으니 더 사랑해주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순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짧은 시간 관찰로 아이를 파악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그러다 생각과 다르면 자칫 참혹한 결과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정부도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입양의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나오지만, 늘 공염불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김동필 사회부 기자 phiil@kyeongin.com김동필 사회부 기자

  • [노트북] 무당(無黨)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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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무당(無黨)의 도시 지면기사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1년 후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교육감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한다. 교육감 후보는 1년 이내 당적이 없어야 하기에.같은 민주당이었던 오범구 시의회 의장은 앞서 지난해 총선을 겪으면서 먼저 탈당했다. 당시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오 의장을 포함한 시의원 3명은 이른바 '의리의 탈당'을 했고, 이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이런저런 이유로 이뤄진 탈당 때문에 의정부시는 31개 시군 중 유일하게, 시와 시민을 대표하는 행정기관의 수장이 모두 무소속인 '무당(無黨)의 도시'가 됐다.정치적으로 무소속 신분은 구속 없이 비교적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정파적 선입견과 거리를 둘 수 있기도 하다. 반면, 다양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 이념·정책적 기반을 보유한 거대한 조직과의 결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다수결의 원칙이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정치 현실에서 소수의 무소속은 외롭다. 정치판처럼 한 사람의 빈자리가 순식간에 채워지는 곳이 또 있을까. 앞선 사람의 헛발질을 기다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이 모여 있는 곳 또한 정치다. 때문에 한 번 탈당을 감행한 정당인이 다시 되돌아간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별한 맨파워가 있지 않는 한.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래를 알 수 없는 안 시장과 시의원 3인방의 결정은 큰 정치적 결단이자 도전이었을 테다. 의정부시 무소속들의 결정이 후회로 남지 않으려면 광야에서 독자생존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치인의 힘의 원천,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 [노트북] '백수'라는 꼬리표는 왜 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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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백수'라는 꼬리표는 왜 부당한가 지면기사

    25살부터 30살까지 무려 6년간 취업준비를 했다. 3년은 학교 고시반에서, 2년은 집 앞 도서관에서, 1년은 공유 오피스에서 오로지 언론사 공부만 했다. 불안감에 밤새 뒤척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도서관에 가면 마땅히 읽을거리가 없었다. 주요 일간지는 성실한 취업준비생들 차지였고 다른 월간지도 어르신들이 이미 읽고 있었다. 남겨진 건 지역에서 창간된 한 인문계간지뿐이었다.300쪽짜리 계간지를 1쪽부터 마지막 쪽까지 필사하며 읽다 보면 '이런 잡지를 대체 누가 읽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독자도 없는 잡지인데 열심히 읽는다고 취업이 될까'하는 회의도 찾아온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해가 졌다. 이런 날은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TV에서만 보던, 그야말로 남 얘기일 줄만 알았던 청년실업 문제가 삶과 자존감을 뒤흔들 때, 나는 비로소 절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지난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넣은 언론사 시험에서 운 좋게 합격했다. 취업준비생 시절 힘겹게 읽은 그 지역 계간지의 한 문장에서 힌트를 얻어 4월 기획기사를 구상했다. 주제는 번아웃과 구직 포기자(니트·NEET)다. 장기간의 무직 경험은 오히려 취재의 무기가 됐다. 청년 무직자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섭외가 비교적 수월했다. 인터뷰 과정은 예전의 나를 보는 듯해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불안과 절망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IMF 이후 최악의 고용 한파에서도 청년들은 씩씩하게 하루를 버티고 있다. 지면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고양이 집사부터 K팝 프로슈머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이토록 젊고 발랄한 청년 무직자들에게 한국 사회는 여전히 '놀고 먹는 백수'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한때 니트였던 사람으로서 이젠 좀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당장 취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도 지치지 말고 조금만 버텨보자고, 청년을 조건 없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제도가 절실하다. /이여진 경제부 기자 aftershock@kyeong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