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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경제적 자유 뒤에 숨은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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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경제적 자유 뒤에 숨은 리스크 지면기사

    한 달 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값진 경험(손실의 쓴맛)을 했다는 칼럼을 쓴 뒤 꽤 많은 선배 지인에게 연락을 받았다. "실패를 교훈 삼아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라"거나 "본전 찾으려다 다 잃는다"는 상반된 조언부터 "(손실보고)남은 돈 빨리 찾아서 소고기 사먹자"는 농담 섞인 위로까지.다행히 이후 추가 손실은 없었지만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엄청난 가격 하락 요인이 생겨 투자금 전액을 빼 둔(매도) 상태다. 역대 최고 인플레이션 우려와 동시에 최근 가상화폐 가격을 무섭게 끌어올리던 일론 머스크가 갑자기 자사(테슬라)에 도입했던 비트코인 결제를 환경적 이유로 철회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악재가 겹쳤다. 가상화폐 시장 변동성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예측 또한 불가해 매우 위험하다.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와 달리 기업 팬더멘털(기초체력)과 실적 등을 기반으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최근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기업 분석 없이 이미 정보로서 가치를 잃은 뉴스 기사에만 의존하거나 '카더라'에 이끌려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주식 투자는 도박판이라 불리는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그런데도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경제적 자유'. 가상화폐로 대박을 내 자본 전액을 수십억원으로 불려 퇴사하겠다거나 조만간 받을 청년내일채움공제 자금을 몽땅 알트코인에 쏟아부어 조기 명퇴한다는 등 일확천금으로 경제적 구속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경제적 자유. 달콤한 말이지만 높은 수익 기대감 뒤엔 항상 섬뜩한 리스크가 뒤따른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모든 투자전문가가 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투자는 수익이 아닌 '리스크 관리'라는 것.코로나19 팬데믹과 내 집 마련의 꿈을 짓밟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어쩔 수 없이 가상화폐 가격만 종일 들여다보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적어도 일확천금 노리다 패가망신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

  • [노트북]도를 넘은 '무개념 주차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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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도를 넘은 '무개념 주차 횡포' 지면기사

    약속을 마치고 늦은 시각 집으로 들어가면 아무리 둘러봐도 주차공간을 찾을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이면 다른 차량이 지나가는데 방해되지 않는 통행로 가장자리를 찾아 주차해 놓고 집에 들어간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할 때면 아파트 경비원분들이 차량 앞유리에 붙인 주차 위반 스티커를 보게 된다. 예상한 일이었기 때문에 스티커를 어느 정도 떼고 출근길에 나선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겪는 일이다.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우리나라 도시의 대표적 주거형태로 자리 잡고, 각 가정이 보유한 차량이 늘어나면서 공동주택에서의 주차문제는 일상이 됐다. 우리나라의 자가용 등록 대수는 지난해 기준 1천930만대다. 국민 3명 중 1명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예전과 다르게 2대 이상의 차량을 가지고 있는 가정을 흔히 볼 수 있다.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내 주차장에서의 '무개념 주차'를 고발하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대중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일상이 된 주차문제인데 사람들이 이토록 격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차량 운전자들의 주차 행태가 도를 넘어서다. 이들은 다른 차량이 지나가지 못하게 통행로에 이중 주차를 해놓는다거나, 경차 전용 주차공간에 2개 면을 차지하며 주차하는 등 도무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의 선을 넘고 있다. 이에 더해 불법 주차 스티커를 붙인 경비원들에게 화를 내며 욕설을 하고, 차량에 협박성 메모를 남기는 등의 '적반하장'식 태도는 대중들을 더욱 격분하게 한다.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주차문제는 점점 심화하고 있지만, 관리사무소 등 관리 주체가 이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행정부처, 정치권 등이 공동주택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도 마련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 [노트북]시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인천 공공의료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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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시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인천 공공의료정책 지면기사

    "지역의료기관 역할을 못하고 있는 인천적십자병원에 대해 인천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소통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최근 인천시의 공공의료정책을 두고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인천시의회 등 각계각층에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열악했던 인천의 공공의료체계가 여실히 드러났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인천시의 적극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주된 얘기다. 인천은 인구 100만명당 의료기관 수가 7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적고 공공의료기관 비율이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 남부권의 지역 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하던 인천적십자병원까지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극심한 경영난으로 응급실까지 폐쇄된 인천적십자병원의 상황이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병상 이용률은 2019년에 46.7%까지 떨어졌고, 부채는 368억원에 달하는 등 대부분 지표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인천시가 인천적십자병원을 제2의료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문제는 인천시다. 인천시가 추진 중인 공공의료정책이 시민들에게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시가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위해 추진 중인 4가지 전략 중 '인천의료원 기능 강화' 정도만 가시적 성과를 보일 뿐 나머지 '제2의료원 설립',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 '영종도 국립대병원 유치' 등 3가지 전략은 좀처럼 진척이 없다. 경북권역에 밀려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에 실패했을 때는 소극 행정의 결과라는 비판까지 제기됐을 정도다.인천시는 열악한 공공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하지만, 시민들의 눈엔 만족스럽지 못한 게 현실이다. 민선 7기 인천시가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킬 시간도 이제 1년여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는 '노력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결과로 말해야 할 때다. /공승배 인천 정치팀 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 정치팀 기자

  • [노트북]대중제 골프장,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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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대중제 골프장,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지면기사

    지난 12일 경기도 내 대중제 골프장들의 음식가격을 취재하기 위해 들렀던 한 골프장의 음식가격에 고개를 내저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음식가격은 시중 음식점 보다 2∼3배 가량 높게 매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거지 해장국은 1만7천원, 소고기 미역국은 1만6천원이다. 맥주는 400㎖에 1만2천원, 소주는 1만1천원이었다.골프장들의 공시지가가 낮아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용 가격은 서울 강남의 음식점보다도 높았다.다른 골프장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또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그린피와 카트피, 캐디피 등 이용 금액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영향 탓인지 대중제 골프장들의 전국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0.4%를 기록해 전년보다 7.0%p 상승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수도권 지역 대중제 골프장은 전년대비 8.4%p 상승한 41.4%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대중제 골프장은 지난 2000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정부가 골프 대중화를 위해 대중제 골프장에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했다. 상황이 이렇자 회원제 골프장에서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을 도모하는 골프장들도 생겨났다.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하면 중과세율이 일반세율로 대폭 인하돼 기존 과세표준액의 4%에서 0.2∼0.4%로 줄어든다. 또 개별소비세와 체육진흥기금이 감면되는 등 세제 혜택이 상당하다.최근 회원제와 대중제 골프장의 이용 가격에 대한 차이가 사라지면서 대중제 골프장들의 높은 가격 정책에 대한 원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30대 골프장 이용객들이 늘면서 더 이상 특권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도 동시에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지만, 대중화라는 취지에 맞는 골프장 운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골퍼들이 이참에 불매운동으로 골프 대신 등산이나 다른 운동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

  • [노트북]부천 특고압 논란 또다시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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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부천 특고압 논란 또다시 재점화 지면기사

    부천 특고압 논란이 또다시 재점화하고 있다. 부천시와 한국전력공사가 최근 협약식을 여는 등 수년간 이어져 온 특고압 논란이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하지만 특고압 신설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부천 상동 일대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전은 지난 2018년부터 광명시 영서변전소에서 인천 부평구 신부평변전소까지 17.4㎞ 구간에 34만5천V의 초고압 송전선로를 매설하는 공사를 추진 중이다. 전체 구간 가운데 부천 상동부터 인천 부평구 삼산동까지 2.5㎞ 구간에도 특고압이 지난다.부천지역 학부모 등은 지난 2018년 상인초등학교 앞에서 특고압 매설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까지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시위에 참석한 이들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특고압 매설은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최근 기자가 상인초등학교 등굣길에 만난 학부모 10명 중 절반 이상은 지금도 특고압 매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이런 상황에서 한전은 지난달 31일 부천시청에서 '한전 전력구 상생 협력 협약식'을 열었고, 마치 주민 합의가 이뤄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협약식에 특고압 주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참석한 것을 주민 동의가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주민 동의는 의무사항도 아니고, 주민 대표들이 협약식에 참석해 대의적인 성격에서 주민 동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정작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인데, 한전의 이 같은 입장은 학부모들의 분노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한전은 전기사용에 불편이 없도록 좋은 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신뢰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기업의 자세를 기대해 본다. /이상훈 지역사회부(부천)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지역사회부(부천) 기자

  • [노트북]자가주택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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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자가주택 단상 지면기사

    안양에 정착한 1995년 처음 살았던 동네 이름은 '희성촌'이었다. 행정동은 비산2동이었지만 마을 앞에는 '희성촌'이라고 적힌 비석이 세워져 있었고, 동네 사람들 모두 그곳을 '희성촌'이라고 불렀다. 언덕배기였던 희성촌은 고등학생이 되던 해 허물려 지금은 '비산e-편한세상'이 됐다.이사한 곳은 가까운 비산1동 '비산시장'이었다. 전통시장을 끼고 있었던 이 동네서 15년 넘게 살았는데, 2019년 비산시장은 허물렸다. 그 자리엔 삼성 래미안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희성촌도 비산시장도, 내 성장기가 담긴 마을 모두가 사라지고 지금은 높다란 아파트가 들어섰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려 해도 찾아갈 동네가 없다.성장기 내내 가족은 전셋집에 거주했다. 여러 차례 집을 옮겼고 대개 4층짜리 빌라거나 2층 주택이었다. 집 주인이었다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해 부동산 가격 상승의 달콤함을 맛봤겠지만 세입자였던 가족에겐 언감생심이었다. 서울의 오래된 위성도시 안양이 짓고 허물고 새로 짓기를 반복한 역사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역사랑 포개진다.짓고 허물고 새로 짓기를 반복하며 집을 소유한 사람은 시세차익 내지는 인플레이션에 준하는 자산 상승효과를 거뒀지만, 세입자 입장에선 짓고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은 이사를 가야 할 이유에 불과했다. 수십 년 같은 동네에 살았던 사람 몇을 아는데 집을 소유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자산이 천지 차이로 변했다.어느덧 서른 중반에 다다르니 부모님 세대가 아니라 내 세대의 집 소유 열망이 이해가 된다. 집 한 채라도 있으면 큰 노력 없이도 시간에 따라 자산이 형성되는 반면, 처음 세입자로 시작한 사람은 자가 소유자로 올라서기가 힘들다. 임대주택 정책의 홍수다.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값만 받는 식으로 임대료를 낮춰 수십 년 동안 거주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정책까지 나왔다.수십 년을 임대주택서 살 수는 있을 것이나 수십 년이 지나 주택 소유자와의 자산 격차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무주택자도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해주는 '사다리'를 만들어 주는 게 정책의 역할은 아닐까.

  • [노트북]조류인플루엔자와 응답 없는 농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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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조류인플루엔자와 응답 없는 농식품부 지면기사

    화성 산안농장을 취재할 때다. 현장을 함께 방문한 사진부 선배는 산안농장 닭 사육장을 보면서 기존의 산란계 농장들과 어떻게 다른지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공장식 농장들은 성인 남성이 허리를 굽히고 출입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다시 일어서면 천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낮은데 산안농장은 층고가 높다', '사육장 한 동의 크기가 양돈 농장 사육장만하다', '지붕에 구멍이 있어 환풍이 된다. 환풍시설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수십 차례 현장을 누비며 카메라에 양계농장을 담았던 선배만이 볼 수 있는 농장의 모습이었다.이런 시설들을 꼼꼼히 갖춘 산안농장도 조류인플루엔자(AI)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 따라 AI 발생지역 3㎞ 이내 농장들은 예방적으로 살처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산안농장은 물론 인근의 영세 산란계 농장들도 모두 살아있는 닭들을 죽여야 했다. 이처럼 경기도 내에서 예방적으로 죽인 가금류는 896만2천마리에 달한다. 전체 살처분된 가금류 중 61%다.살처분된 산안농장에도 병아리는 다시 들어왔지만, 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다시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비극을 막고자 산안농장 유재호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 간담회에서 유 대표는 "농식품부와 소통하고 싶어 여러 차례 면담을 시도했다. 국회의원실을 통해서 약속을 잡고 세종시로 갔다. 정말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부담이 커서 살처분 반대 운동에 한계가 왔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갔는데 많이 낙담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유 대표에게 어떤 단체의 어떤 사람은 배제하면 안 되는지, 언론에 알리지는 않았는지 물었다고 한다. 하루 반 만에 만날 수 있었던 농식품부 관계자는 "검토하겠다, 보고하겠다, 전달하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논의하는 자리는 없었다. 이 간담회에서도 농식품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경기도 내 산란계 농장 대표들은 농식품부와 대화를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남국성 정치부 기자 nam@kyeongin.com남국성 정치부 기자

  • [노트북]돌아봐야 할 보호 외국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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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돌아봐야 할 보호 외국인의 삶 지면기사

    '누구든지 보호시설을 형 집행법상의 수용자를 수용하는 시설로 이용해서는 아니 된다'.외국인보호규칙 제3조는 보호소, 보호시설은 수형자와 미결수용자 등을 수용하는 수용시설과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3월 한 달 동안 만난 보호 외국인들이 말하는 보호소는 수용시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같은 보호복을 입고, 정해진 음식을 배급받으며 하루 내내 보호실에 갇혀 지내는 삶은 흡사 교도소의 모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더욱이 보호 외국인 대부분은 출국을 권고하는 명령 대신 곧바로 보호소에 보호되는 강제퇴거 명령을 받는다. 그들 중에는 난민신청으로 돌아갈 본국이 없거나, 코로나19 확산에 비행편을 구하지 못하는 보호 외국인도 있다. 이 경우 언제 보호소를 나갈 수 있을지 가늠조차 못 한 채 1년 이상 보호소에서 지내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불안정한 삶이 보호소의 삶보다 낫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사실 이 같은 보호소의 인권문제는 과거부터 계속돼 왔다. 그러나 법무부는 개선에 소극적이었고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더 큰 문제는 국가가 이들을 '보호'라는 명분 아래 무기한 구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용자도 정해진 형량을 채우면 나올 수 있지만, 난민 신청 등으로 돌아갈 곳이 없는 보호 외국인은 국가가 무기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인권 침해를 저질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제기구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최소 기간에 최후의 수단으로 구금할 것을 권고했지만, 우리 사회는 변하지 않고 있다.보호 외국인의 무기한 구금을 가능케 한 출입국관리법 제63조가 '위헌'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도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앞두고 있다. 헌재는 과거 출입국관리법상 보호는 주권국가 기능 수행 등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지만, 난민 등 돌아갈 곳이 없는 이들마저 일률적으로 보호소에 가둬 기본권을 침해하는 게 진정 주권국가 기능에 필요한지는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신현정 사회부 기자 god@kyeongin.com신현정 사회부 기자

  • [노트북]"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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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 지면기사

    "미얀마에서 과거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에서 겪었던 아픔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큰 도움이 되진 않더라도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지난달 27일 오후 6시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에서 열린 미얀마 희생자 추모 집회에 참석한 한 대학생의 말이다. 이날 집회는 전국 곳곳에서 열렸으나 미얀마인들에게 의미가 남다른 지역을 찾아 대구에서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인천 부평은 미얀마에서 온 이주민이 대거 정착해서 사는 곳이다. 미얀마 불교사원이 있고 한국에 유학 중인 학생, 노동자, 활동가 등 재한 미얀마인들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가 활성화한 곳이다. 최근 미얀마 군부에 의해 공개 수배된 소모뚜 미얀마군부독재타도위원회 위원장도 이곳에서 자국의 동료들과 함께 미얀마 전통 음식점, 소매점 등 협동조합형 기업 '브더욱 글로리'를 운영하고 있다. 정치적 난민인 그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소모뚜 위원장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요청한 미얀마인 비자 발급 연장 제안도 최근 수용되면서 2만5천여명의 미얀마인들은 안전하게 한국에 머무를 수 있게 됐다. 소모뚜 위원장은 "진정한 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 군부 쿠데타에 맞서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미얀마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모여 미얀마의 민주화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SNS를 통해 한국 시민들이 지지하는 모습을 미얀마 시민들과 공유하는데, 다들 '먼 곳에서 지지해주니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워한다"고 말했다.소모뚜씨의 바람대로 지역사회에선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며 구금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등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인천시의회와 부평·계양구의회는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지역 종교단체선 후원금을 모금해 미얀마인들에게 전달했다. 최근엔 기초자치단체인 부평구도 미얀마를 도울 방안을 찾기 위해 나섰다. 한국에서 보내는 지지와 연대가 미얀마의 봄을 앞당기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 /박현주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 [노트북]수원시청역 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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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수원시청역 사거리 지면기사

    지난 2일 저녁 수원시청역 사거리는 또다시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이번에도 '지반침하'에 따른 도로 균열을 보수하는 작업이다. 올해만 4번 진행된 이런 보수공사로 수원시청역 사거리 도로는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수원시청역 사거리 지반침하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이 지역은 분당선 복선 전철 5공구 구간으로 지난 2015년 4월 공사가 끝났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6년 4월부터 수원시청역과 매탄권선역 인근 도로에서 지하철 공사 때 다짐 불량으로 잇달아 지반침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8년엔 4월·8월·10월 연달아 3번이나 발생했다. 지반침하는 자칫 잘못되면 대형 싱크홀로 악화해 참사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런 우려에 수원시와 현대건설은 지난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순까지 GPR(Ground Penetrating Radar·지표 투과 레이더)을 이용한 동공탐사를 통해 지반침하 발생이 예상되는 4곳을 찾아낸 뒤 골재를 치환해서 다시 포장했다. 당시 보강공사가 끝난 뒤엔 이 같은 지반침하가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에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시는 올해 첫 지반침하가 발생했던 지난 2월 1.5~2m 깊이 구간에 대한 지반 탐사를 마쳤다. 여기서 위험 동공 5개를 포함해 총 10개의 동공을 발견해 보강공사를 진행했다. 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정기적인 탐사·보수를 계획하고 있다. 1년마다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안을 구상하겠다는 것이다.일각에선 2m정도 깊이가 아닌 전체 지반을 대상으로 탐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구멍이 생기면 메우는 식의 보강이 아니라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 재발의 씨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보강공사는 곤란하다. 참사로 이어지기 전에 정확한 재발방지책이 필요한 때다. /김동필 사회부 기자 phiil@kyeongin.com김동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