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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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폭염·지진 그리고 자치분권 지면기사
자연재해·재난 발생땐 지자체는 중앙정부만 바라봐중앙집권적 위기대응 시스템 한계로 골든타임 놓쳐권한·책임 지방 부여로 주민 안전 대응력 높여야'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해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추석은 풍족하고 넉넉함을 기원하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 추석연휴기간에도 거리 곳곳에서 주민의 삶과 민심을 만났다. 한마디로 주민의 삶은 팍팍하고, 민심은 "먹고살기 힘든데 지진까지 겹쳐 불안하다"는 한숨이 커졌다. 특히 역대 최강의 폭염을 견뎌낸 안부 인사에도 불구하고 추석 연휴를 목전에 두었던 12일 밤, 경북 경주에서 사상 초유의 강진이 발생해 흉흉한 민심에 쐐기를 박았다.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은 여러 과제를 남겼다. '폭염의 일상화'. 즉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현재와 같은 폭염은 가까운 미래에도 일상이 될 것이다. 이제는 폭염에 익숙해지고 동시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태풍이나 홍수처럼 자연재난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폭염에 대한 규정이 없다 보니 체계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자체에서는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폭염은 물러갔지만 폭염의 여파는 전기료 누진 폭탄논란과 함께 장바구니 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7~9월 사용분에 한해 누진제 기준 구간을 50㎾h씩 올려 전기료 경감 효과를 내겠다지만 솔직히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6단계, 최대 11.7배의 누진제다. 주민들은 실제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누진제 개편이 이루어져 올 겨울부터 당장 적용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여름철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반짝 '할인쇼'로 끝날지 지켜보고 있다. 추석연휴에 만난 주민들은 여름 내내 전기세 누진세 때문에 열 받다가 이제 가을이 되니까 물가는 오르는데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배추 한 포기 1만원, 시금치 한단에 7천~8천원, 제대로 된 무는 5천~6천원. 이게 지금 우리나라 채소 물가의 현실이다. 김치가 '금치'에서 올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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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갑다 건축, 모여라 도시! 지면기사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근래에는 어린이날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뛰노는 어린이들을 보기 드물다.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이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은 다른 나라 또래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학교와 학원에 떼밀리듯 부지런히 오간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나는 누구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미래의 주인이 될 어린이와 청소년이 입시와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최근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창의체험'을 하게 하고, 진학이 아닌 진로를 고민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제시되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창의체험 관련 의무교육과 재량학습이 늘고 있다. 성적이 아닌 적성과 인성에 맞춘 교육프로그램으로써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다음 달 15~16일 인천 송도글로벌캠퍼스에서 '2016 어린이 건축 창의교실'이 열린다. 어린이 건축 창의교실은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도와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워 준다. 인문학, 과학, 수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건축과의 만남이 이뤄진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놀이와 마인드맵을 이용해 낯설고 어려울 수 있는 건축물 스케치와 입체 표현을 자기 손으로 직접 해보게 하는 것이다. 건축학 교수와 건축사들이 곁에서 돕는다. 모둠별 주제에 따라 도시를 탐사하고, 행사를 치르는 송도국제도시의 주요 건축물을 관찰·분석해 자신만의 창의적 도시를 디자인하고 발표하는 워크숍도 준비했다.또 중구 개항장 답사를 통해 올바른 우리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을 어린이의 시각으로 편집해 새롭게 구성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모둠별로 친환경 재료를 활용해 IFEZ를 만들고, 모둠과 모둠의 작품 사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도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한다. 생소하지만 기억에 남을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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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범칙금과 과태료의 차이 지면기사
민원부서인 지구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운전 중 무인단속 카메라에 찍혔다며 고지서를 들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과태료와 범칙금 용어정립이 되지 않은 시민들은 어떤 처분을 받는 것이 나은지 헷갈려 한다.먼저 범칙금이란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운전자가 통고 처분에 의해 국고에 납부해야 할 금전을 말하며, 이를 내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 절차가 진행됨'을 말한다. 여기서 통고처분이란 소위 말하는 '교통스티커, 딱지'라 불리는 것으로, 운전자가 확인됐을 경우 부과되는 금전적 처분을 말하며 그 위반행위가 중할 때는 벌점도 가해진다그럼 과태료란 무엇일까. 운전자가 누구인지 확인이 안 될 때, 차량을 운전하다 무인단속 카메라에 단속은 되었으나 운전자가 밝혀지지 않을 때 가해지는 처분으로 쉽게 말해 돈만 내면 되는 것을 말한다.다시 말해, 위에서 언급한 과태료와 범칙금의 차이는 '운전자가 밝혀졌는지 여부'와 '벌점의 부과 여부'다. 예를 들어 20㎞/h를 초과하는 속도위반으로 무인단속에 적발됐다고 하자. 이때는 1)운전자가 밝혀졌을 때는 범칙금 6만원에 벌점 15점, 2)운전자가 밝혀지지 않았을 때는 과태료 7만원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는다.여기서 특히 중요한 사실, 운전자가 확인되어 범칙금 고지서 소위 말해 교통스티커를 발부받았을 경우 일정기한 내에 범칙금을 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찰서장의 청구로 법원에서 즉결심판에 처해지므로 일이 복잡해지게 된다. 그러나 과태료의 경우 납부기한이 지나면 차량이 압류되고 금액이 가산되는 차이가 있다.흔한 질문 하나, '그럼 범칙금과 과태료는 전과에 남는 것인가요?'두 가지 모두 형벌에 속하지 않으므로 전과에는 남지 않으나 범칙금은 즉결심판과 면허정지를 받게 되고, 과태료는 금전 부담이 있으므로 신속히 내는 게 유리하다.이미 단속돼 내야 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전에 도로상황을 잘 살펴 안전운전하는 습관을 지닌다면 도로교통법 위반 사범의 감소와 나아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교통사망 사고까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김연주 일산경찰서 대화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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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한가위에 느껴보는 가족공동체 지면기사
최근 번거로운 전통 차례상 대신성묘겸 간단한 묘사 대신 하기도생활패턴 달라지니 명절 풍속도바뀔 수 있겠지만 조상 기리고부모 공경하며 자식 사랑하는근본가치 흔들릴까 걱정이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는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일상에 복귀한다. 추석을 앞두고 오랜만에 고향 선산의 선대 묘소 10여 위를 차례로 찾아 성묘하였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아버님은 문중 선산에 새로 마련한 납골 묘원에 모셨는데 봉분없이 비석으로만 표시된 묘소를 찾아 꽃과 술잔을 올리고 참배하였다. 수풀 우거진 언덕길을 더듬어 윗대 산소를 차례로 참배하다 보면 혈족의 강줄기 속에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조상님의 은덕과 보살핌 및 이 시대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추석 당일 장남인 필자는 제주가 되어 도포를 차려입고 지방을 써 붙이고 추석 차례를 주제한다. 맏며느리인 처가 여러 날 시장을 보고 전통식으로 정성껏 장만한 제수를 차리고 아들과 동생 가족 더불어 단란하게 차례를 올린다. 대학원생인 아들은 제 어머니가 여러 날 장을 보아 전통식 상차림으로 제수를 마련하는 것이 힘들어 보였는지 생선 지짐과 야채전 대신 자기가 피자를 만들어 제상에 올리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제수를 진열하는 전통적 조율이시(棗栗梨枾) 홍동백서(紅東白西)의 상차림 예법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옛 성인도 시절 풍속을 따른다 하였으니 상차림의 옛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없겠으나 돌아가신 아버님은 생전에 손자들과 피자를 가끔 드셨으니 싫어하지 않으시겠지만 수십년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피자 구경도 못 하셨을 터이니 어떠실까? 조상은 내 존재의 뿌리이니 이를 기리는 차례는 돌아가신 이를 존중하고 정성과 예를 다함이 근본이라 산 자의 편리보다 조상님의 입장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답변해 본다.요즈음 명절 스트레스 증후군이 회자된다. 명절 연휴가 지난 후 정신건강 의학과를 찾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이 많고 최근 몇 년간 추석 지난 다음 달에는 평균 이혼 건수가 10% 가까이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고등교육을 받고 취업하여 부부가 대등한 맞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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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 가을 산길 지면기사
맨 앞에 아버지가 가고 나는 아버지 뒤를 따라가고 오리는 내 뒤를 따라오고 모처럼 산길에서 만나 함께 길을 가지만 도시락도 들고 가지만 아무도 말이 없다 아버지는 옛날에도 말씀이 없으셨다 나도 아버지 닮아 말이 없고 오리도 말이 없다 가을 산길 이승훈(1942~)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인생은 어디서 출발했는가? 길에서 만나고 길에서 이별하며 길에서 길을 물으면서 살아가는, 당신은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통하는 길을 통해 인생이라는 길에서 길로 나아가며 다시 그 길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 길의 주체는 당신이지만 길을 있게 한 것은 아버지이므로 "아버지가 가고 나는 아버지 뒤를 따라가"는 피동적 주체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뒤뚱거리는 '오리'가 '맨 앞에' 닮아 있는 오리를 따라가는 것과 같다. 이 같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놓여 진 길들이 있지만 이러한 길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와 같이 유사하지만 다르며, 다르지만 연결되어 있다. 아버지와 같이 말없이 익어가는 '가을 산길'에 서면 '나도 아버지 닮아 말이 없고' 묵묵히 아버지가 된 당신도 가족이라는 무리를 이끄는 한 마리 오리와 같이 아픔을 슬픔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저 아버지가 먼저 간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어갈 뿐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이승훈(1942~)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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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관의 날씨이야기] 기후변화와 농업 지면기사
결실의 계절 가을. 최근 국내산 농산물 속에 수입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구아바, 망고와 같은 과일들이 선보이고 있다. 이는 아열대·열대 작물 재배가 국내에서도 가능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반도에서 '아열대'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이며 이때부터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주장이 시작됐다. 실제 지난 100년간(1911~2010) 우리나라 대도시의 평균기온은 1.8도 올랐으며, 세계 평균 0.75도에 비해 상승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5월부터 폭염 특보가 발표되고, 올여름 전국 폭염 일수가 22.4일을 기록하여 1973년 이래 최고 2위를 경신하는 등 한반도의 기온상승은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다. 또한, 아열대는 비가 적은 곳이 많은데 이와 비교하면 작년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던 한반도는 남 이야기 같지가 않다.한반도의 기후변화는 타 산업보다 기후에 의존적인 농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는 각종 국내산 작물의 재배 남방 한계선을 북상시킨 것인데 대구, 경북이 주산지인 사과는 포천, 연천 등 경기 북부, 제주 한라봉은 충북 충주, 복숭아는 경기, 강원으로 올라갔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은 재배한계선 북상에 그치지 않고 그 빈자리를 수입에 의존했던 아열대성 과일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싼 난방비로 인해 실험단계였던 아·열대성 과일들의 국내토착화 성공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바나나가 열려 화제가 되었던 제주도에서는 아메리카 열대지역이 원산지인 파파야를 재배하는데, 겨울에도 하우스 온도가 유지돼 추가난방이 불필요할 정도라고 한다. 각 지자체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새 소득작목으로 열대과일 발굴과 육성에 주력하고 있어 국내 농업의 전반적인 구조가 변화했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아직은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라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기후 지역이라는 것은 구분이 어렵고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한반도를 아열대라고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반도의 기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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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경기도 대학유치사업 이대로 좋은 것인가? 지면기사
비수도권과의 갈등으로 인해수정법이 유지·강화 된다면수도권 경쟁력 약화시키는 단초큰 틀에서 대학유치 재검토 필요사업 포기로 지방대와 연합 등새로운 상생발전 방안 바람직얼마 전 남양주시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던 양정 역세권개발사업의 최대 핵심현안인 서강대 유치사업이 서강대 이사회의 반대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이사회에서는 확실한 재정지원방안과 대학구성원의 동의를 전제로 반대하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책이 수립된다면 다시 논의될 여지는 있어 보인다. 시흥시의 배곧신도시에 유치하기로 했던 서울대의 경우도 최종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답보상태에 있다. 이뿐 아니라 이화여대, 건국대, 광운대, 서울과기대 등 서울에 소재하고 있는 많은 대학이 경기북부에 일부 대학이나 학과를 이전하기로 했던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서울에 있는 대학이 경기도에 이전하기로 한 계획을 취소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학이전에 따른 재정지원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비싼 땅값이나 대학이전에 따른 기반시설 구축이나 지원방안 등이 대학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취소하곤 했다. 이에 따른 피해는 모두 주민들의 몫이다. 이 시점에서 대학유치의 득실을 다시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현재 대학사정은 대학유치를 계획했던 시기와 많이 달라졌다. 대학 학령인구의 감소로 2023년까지 대학 정원을 약 16만명 가량 줄게 되어 100~150개의 대학이 사라져야 할 운명이다. 대학의 정원축소를 피할 길이 없다. 당연히 수도권에 있는 대학의 입학정원도 교육부의 구조조정원칙에 의해 축소해야 한다. 정원축소를 하면 시설과 공간이 남아도는데 과연 비싼 돈 들여 분교를 설립할지 궁금하다. 또한 대학교육이 오프라인를 통한 강의보다는 온라인 교육이 강화될 전망이고, 인공지능의 발달로 지식을 습득할 다양한 방안이 생겨 대학입지는 대대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런 여건변화를 감안하면 서울 소재 대학의 경기도 분교설립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반해 지방대의 경기도 이전은 잘 진행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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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혼구유언: 중매하는 이가 말을 할 것이다 지면기사
이번 주 월요일 부산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강도가 70년대 이후 관측 이래 가장 컸다고 한다. 예전 기록을 찾아보면 이보다 크다고 여길만한 지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관측기계가 정착된 이후의 기록으로 이야기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원주민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인간의 생명이나 재산 등의 안전과 관련한 문제는 그 기준을 잡을 때 방만하게 하면 위험하다. 70년대 이후 최고라고 해서 그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반도의 지진에 관한 강도의 기준을 높여야한다는 의미이다.주역에 지진(地震)에 관한 진괘(震卦)가 있는데 천지가 진동(震動)하는 재난이 찾아왔을 때의 상황과 대처에 관한 괘이다. 먼저 사람은 두려워할 것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야 그 두려움을 무사히 지난 뒤에 웃으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몸에는 아직 지진의 피해가 없더라도 이웃에서 지진이 나면 그것을 경계로 지혜로운 사람의 말을 듣고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갖추어놓고 대비하라고 하였다. 이것을 혼구유언(婚구有言)이라 하였다. 이웃에 오면 얼마 후 나에게도 오는 것이 지진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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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핵과 사드의 정치학 지면기사
한·미, '사드=북핵 방어용' 논리로 중·러 설득 실패김정은 무모한 도발 막을 수 있는 '中 영향력' 여전전략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대외적 위기 대처해야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사드 배치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여야 영수회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한미의 사드 배치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의 정치학은 군사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1차 방정식이 아니다. 군사와 안보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군사적 관점은 재래식, 비대칭 등의 군사력 비교에 근거한다. 그러나 안보는 정치·경제·외교·군사의 모든 면을 고려해야 하는 개념이다. 1차원적인 군사적 관점에서 사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주의의 상징이라는 정치외교적 관점은 북핵 못지않게 중요한 개념이다. 강 대 강의 군사적 대치의 심화는 미·중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한반도의 긴장 수위는 임계점을 향해 치닫게 될 것이다. 사드가 북핵 방어용이라는 한·미 정부의 논리는 시진핑과 푸틴을 설득하지 못했다. 중국은 사드가 미국과 중국의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에 의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깬다고 보고 있다. 한·미가 아무리 사드를 북핵과 미사일 방어용이라고 해도 중국은 미국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위해 미사일 방어체계(MD)를 구축하려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 반대를 '대안없는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새삼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박 대통령의 사드 관련 중·러 등과의 정상회담에서 보인 태도는 전략적이지 못하다. 스스로 운신의 공간을 좁히는 전략적 우를 범할 개연성을 높일 뿐이다. 굳이 우리가 나서서 사드 배치를 주장할 필요가 없다. 중국의 인식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군사·외교·경제 등 한국의 전략적·안보적 이해에 부합한다.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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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핑계행정 아닐까? 지면기사
인천시는 지난달 15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의 새 명칭 공모를 마쳤다. 회관 측은 송도에 위치한 '아트센터 인천'과의 차별화 등을 위해 명칭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인천시는 약 6천억 원을 투입해 차별화된 문화시설을 짓고 있다. 이미 주상복합, 특급호텔, 오피스텔, 호수를 완성했고, 아트포레, 예술인 주거, 인공해변도 추가추진 중이며, 일대를 문화·예술가 도시로 만들고 있다. '거대한 문화인천 프로젝트'다. 그런데 명칭을 두고 말이 많다. 인천시는 적당한 이름이 응모되지 않자 시상식 현장 즉석에서 '아트센터 인천'이란 명칭을 확정했다. 이미 마포, 밀양 등 타 지자체와 엘지, 두산 등 기업이 쓰는 '○○아트센터'라는 이름을 흉내 낸 것이다. 서울 것을 본떠 '예술의 전당 인천' '세종문화회관 인천'이라고 한 것과 똑같다. 인천시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다. 문화·예술분야는 독창성, 창의력이 생명 아니던가. 그런데 명칭부터 흉내 내서 되겠나.논란이 일자 정창일 시의원은 재선정을 요구했다. 그러자 인천시는 BI, 즉 로고작업이 완료됐다며 거부했다. 그런데 그 BI는 검정색, 줄무늬, 알파벳, 이니셜 등을 활용한 것으로 다른 기업에서 사용하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 표절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독창적이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변경요구에 복지부동하던 인천시가 변경에 나섰다. 그런데 '아트센터 인천'이 아닌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의 이름을 바꾸겠다고 한다. 이 회관의 영문은 'Incheon Culture & Arts Center'다. 즉 'Arts Center Incheon'과 똑같은 것이다.황흥구 문화위원장은 아트센터 인천을 변경하라고 했더니 왜 애꿎은 문화예술회관을 변경하느냐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 둘의 영어표기가 같다는 것은 그동안 시민들도 계속 지적했던 바다.이처럼 시민, 시의회, 언론에서 한목소리로 합리적인 지적을 한다면 즉시 수용하고 올바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 정도행정이다. 여론을 수렴해 행정방향을 수정하는 것은 소통행정이자 칭찬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