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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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시민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부천시 지면기사
“Excuse me.” 재작년의 어느 여름날 해질 무렵, 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한 외국인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중동역 앞에서 모병원 가는 방법을 물어온 그녀에게 길을 가르쳐 주며, 유모차를 끌고 가기에는 길이 불편해 보이기에 택시 타기를 권했으나 그녀는 괜찮다며 유모차를 밀고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러나 그 곳을 다니며 울퉁불퉁한 인도 때문에 종종 발이 걸려 넘어질 뻔 했던 기억이 떠올라 유모차까지 밀며 잘 갈 수 있을지 염려가 되었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유모차를 밀고 힘들게 인도를 걷는 아기 엄마들의 모습이 유독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이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는지, 시민들의 이와 같은 불편 사항을 인식한 부천시는 낙후된 인도 정비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더불어 시민들의 염원이었던 주차장, 공원 확보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주·인·공 사업을 시작했다.주차장 문제는 많은 도시의 문제지만 특히 부천시에서는 지난해 11월 원미구의 한 주택가에서 주차 시비가 큰 사건으로 번져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구도심 지역의 주차장 확보율은 70% 정도로 꽤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따라 부천시는 주차장 확보율 70% 미만인 구도심 지역을 우선적으로 기계식 주차장 이용 활성화와 일방통행 도로 운영을 통한 노상주차장 추가 확보 등으로 주차장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 공한지를 확보하고 종교시설, 학교 등의 주차장을 탄력적으로 공동 이용하는 사업을 추진해 2017년까지 80%, 2021년까지 100% 주차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인도 정비사업은 워커블(walkable) 시티가 주목받고 있는 현대 사회의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요즘, 많은 사람이 차를 집에 두고 자전거와 걷기 등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도 정비사업은 앞서 언급한 아기 엄마들의 불편 해소를 목적으로 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조성된 지 20년이 넘은 중동신도시와 구도심 쪽의 상태는 심각해 46%의 인도가 노후 및 파손, 요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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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생 면담 후 느낌 지면기사
대학교 재학생과 신입생들을 면접했다. 장래 희망은 두 경우 대개는 졸업 후 취직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취업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거나, 미취업 상황에 대비한 실질대책이 없이 그냥 취업될 때까지 기다린다거나, 어찌 됐건 최대한 취업을 위해 노력 할 거라는 생각뿐이다. 그러나 올해 취업이 결정될 시기의 4학년들 상당수는 취업을 못하고 있다. 교과목을 열심히 공부해도 취업이 뜻대로 잘 안 된다는 사실은 교수나 학생 모두를 맥 빠지게 한다. 그러면 취업이 안 되는 상황에서 대학 교육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혹시 취업이 될지도 모르니까’라면 그래도 아주 틀린 답변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성장을 위하여’라면 참 안타까운 답변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성인으로서 당연히 경제적 자립을 이뤄야 하거늘….취업이 안 될 경우 창업이 유일한 대안인데,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창업은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 아니면 천재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원하는 취업시장은 갈수록 적어지고, 수명이 80세가 넘는 지금 세상에 언젠가는 누구나 다 창업을 해야 생계가 유지되는 시대가 됐다.학생들도 취업이 점차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으나 창업을 생각조차 못 하는 원인은 교육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내가 받은 교육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이 되어서 시험 잘 보고, 좋은 학교와 직장에 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교육이었다. 하지만 이제 창업에는 말 잘 듣는 착한 성품이 어울리지 않는다. 기존의 생각, 개념을 뒤집어야 하고 남들이 다 이것이라고 말할 때 저것이라 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이나 지식보다는 도전적 용기가 더 필요한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총장의 고민은 ‘졸업생’보다는 ‘졸업 안 하는 학생’들이 벤처 창업의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제 창업에서는 졸업장이란 자격증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이나 기존의 교육제도는 ‘도전을 잘하라’, ‘거역하라’, ‘네 멋대로 해보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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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병신년(丙申年) 병신(病身) 짓 하지 않으려면… 지면기사
의정부 화재·메르스 사태 등황당·기막힌 일 많았던 한해안전의식·기본원칙 준수 교훈위기 이용하는 정치인들 답답우리 사회 ‘부끄러운 자화상’2016년 공동체 정신 깨달아야한 해를 돌이켜 보면 황당하고 기막힌 일이 많았다. 지난 1월 4명이 죽고 128명이 다친 의정부 화재의 주 원인은 신고 13분 만에 도착한 소방차가 불법주차로 인해 화재 현장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3월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피습 당했고, 4월에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교육하는 일본 교과서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때 정치권은 계파싸움과 막말논란으로 세월을 보냈다. 6월부터는 메르스 확산으로 수 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고, 9월에는 남북 군사 대치 상황이 비등점에 다다르면서 20·30대의 대북관이 주목을 받았다. 10월에는 내년 4월에 있을 총선 공천권과 관련해 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과 야당의 계파 갈등 등이 극에 달했다. 11월은 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12월에는 민주노총 폭력시위와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조계사 피신이 이슈가 됐다. 일련의 사건들을 돌이켜보면서 우리 사회는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첫째, 올 한해 사건·사고는 우리에게 평소에 준비돼 있어야 대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 불의에 그리고 부지불식(不知不識) 간에 벌어지는 각종 참사는 사고초기 짧은 시간에 집중해 해결해야 한다. 세월호도 그렇고 의정부 화재도 그랬다. 사건·사고가 의례 그러려니 하고 여기는 순간 시간이 지나면서 참사가 됐다. 그리고 그 시간을 줄여주는 것은 평소의 안전의식과 기본원칙 준수였다. 그것을 소홀히 한 우리는 올초 의정부 화재를 비롯해 단순 사건·사고로 끝낼 일을 참사로 겪은 것 같아 안타깝다. 둘째, 올 한해 우리는 사소한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 것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할 것 같다. 잘 알지도 못하고, 실체도 없고, 그래서 실현도 불가능 한 것을 온 국민과 언론이 매달려 갈등을 빚은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그 난리를 쳤지만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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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2015년 인천 가계금융 조사결과에 대하여 지면기사
가구당 총자산 전국 10위… 7개 광역시 중 꼴찌수준‘하락세’ 가구당 순자산 규모, 한 단계 또 밀려부채규모 큰데 반해 마땅한 대책없어 미래 더 걱정매년 연말쯤에는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16개 광역시도별 가구당 평균 자산, 부채와 소득이 포함되어 있다. 각 광역시도로서는 타 시도와 가계의 금융과 복지 수준을 비교하는 성적표에 해당한다. 지난 12월 21일 발표된 자료를 보니 인천의 성적이 참 걱정이다. 2015년 3월말 현재 인천의 가구당 총자산은 2억7천330만원이다. 전국 평균 3억4천246만원의 79.8%. 인근 서울(4억8천354만원)의 절반 정도(56.5%)로 16개 광역시도 중 10위다. 7개 광역시 중에서는 광주와 함께 꼴찌 수준이다. 9개 지방에 끼워 넣어도 중간에도 못 미친다. 가구당 부채는 6천250만원으로 16개 광역시도중 3위.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의 경우 인천은 가구당 2억1천80만원으로 전국 평균 2억8천65만원의 75.1%(서울 3억8천988만원의 54.1%)이다. 16개 시도중 14위다. 인천보다 순자산 규모가 작은 곳은 7대 광역시와 9개 도를 통틀어 전라남·북도 밖에 없다.문제는 우선, 좀체 성적이 오르지 못하는 점이다. 이 조사가 시작된 2012년만 해도 인천의 가구당 총자산 순위는 전국 7위였다. 실물자산이 6위, 금융자산이 8위를 기록했었다. 그러던 것이 2013년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이 모두 11위권으로 밀려나더니 금년에도 각각 11위, 10위로 나타났다. 그나마 금융자산의 순위가 올랐지만 한 단계에 그치고 있다. 가구당 순자산규모도 2012년 8위에서 2013년, 2014년 연속 13위를 기록하고도 올해는 한 단계 더 떨어졌다. 최근 개선되고 있는 가구당 소득에 기대를 걸자 해도 녹록지 않다. 2011년 16개 시도중 7위를 차지하였던 인천의 가구소득이 2012년 9위, 2013년 11위로 떨어지다 2014년에 들어서는 8위로 올랐다. 중간수준으로 보이지만 가구당 평균 4천389만원은 전국 4천767만원의 92.1%, 서울 5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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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 겨울 자작나무 숲 지면기사
온몸에는 별들이 쉬었다 간 자국 바람이 강렬하게 포옹했던 체온으로 가득한 겨울 자작나무 숲우듬지로부터 가지와 가지 사이 서서히 흘러내리는 불꽃같은 빛을 따라 이파리에 매달린 애벌레가 일광욕을 즐기고 참새 떼는 빛을 쪼며 흥겨워하고 눈처럼 흰 생명의 빛으로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추위를 견디는 겨울 자작나무 숲 허형만(1945~)시간을 수평적이라고 한다면 공간은 수직적이다. 끊임없이 지나가는 시간은 고정된 공간 속에서 시간의 단위로 현전한다. 이 시간에 있지 못한 사람들은 이 공간에 없는 사람인바, 이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점에서 시공간은 언제나 동행자다. 누군가에게는 절실히 살고 싶었던 오늘이며,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죽고 싶은 오늘을 산다. 그런 한해가 석양으로 물들고 있다. ‘겨울 자작나무 숲’을 보면 지나온 시간의 “온몸에는 별들이 쉬었다 간 자국”을 만나게 된다. “바람이 강렬하게 포옹했던 체온”을 느껴보라. “우듬지로부터 가지와 가지 사이”로 “흘러내리는 불꽃같은 빛”과 “눈처럼 흰 생명의 빛으로” 희망이 오고 있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추위를 견디는” 시간은 분명히 갈등과 충돌이 해소된 장소로서 ‘인간들의 숲’이 된다. 그렇다면 2015년을 아름답게 저물게 할 수 있으련만./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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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하의 만화세상] 엄마와 딸, 다시 엄마와 딸로 이어지는 상처의 고리 지면기사
일본 만화에는 ‘에세이 만화’라는 구분이 있다. 명칭 그대로 장르의 틀 안에서 서사가 진행되는 ‘장르 만화’와 다른, 작가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를 ‘에세이 만화’라고 부른다. 1990년대 이후 주로 일본의 장르 만화가 번역, 소개되다가 최근 몇년 사이에 에세이 만화도 번역되는 중인데, 에세이 만화는 만화잡지뿐만 아니라 일반 잡지에도 연재되고 있다. 에세이 만화는 여성 작가와 여성 독자들의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마스다 미리도 여성 만화가다. 마스다 미리 만화가 히트하자, 다른 에세이 만화들도 출간되는데, 마스다 미리의 만화만큼 알려지지는 않았다. 에세이 만화는 음식이나 여행·패션·뷰티처럼 세부 주제에 집중하는 만화와 삶의 전반적 이야기를 담아내는 만화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세부 주제를 설명하는 만화보다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처럼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며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공감형 만화가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마스다 미리 만화가 여성의 일상에 대한 에세이 만화였다면, ‘그래도, 우리 엄마’는 ‘엄마와 딸’로 묶인 여성에 대해 생각하게 해 보는 에세이 만화다.다케시마 나미 ‘그래도, 우리 엄마’는 2014년 1월에 일본에서 출간된 ‘저는 나쁜 엄마입니다(私がダメ母だったわけ)’를 6월에 (발 빠르게) 번역한 책이다. 우리나라에는 통 안 알려졌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솔직한 만화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이 무척 낯을 가리지만, 낯가리는 걸 티 내지 않으려 애를 쓰는 사람이라 소개한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기 전에 엄청 긴장하고, 타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심지어 전화도 제대로 걸지 못한다 고백한다. 그리고 32년간 성실하고 착한 딸이었지만, 아이를 키우며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고 고백하고 이 만화가 ‘나쁜엄마 극복기’라고 설명한다. 아이를 낳아 육아를 시작하는데, 순간순간 아이에게 짜증을 낸다. 힘들어 짜증을 낼 수 있다고 다들 말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짜증이 뭔가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틀림없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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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안철수 탈당과 반복적인 야당 분열의 원인 지면기사
야권 지지층 다양하지만 개혁방향성 상당한 이견대선·총선 ‘단순다수제 중심’ 소수정당 매우 불리現선거제도 변화없다면 野 통합·연대 가능성 커안철수 의원이 드디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내년 초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정치권과 일반 국민 모두가 이 사건이 내년 20대 총선, 나아가 한국 정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있다. 실제로 안철수 신당이 어느 정도의 세력을 키울 수 있을지, 이러한 야당 분열이 20대 총선에서 야권에 유리하게 혹은 불리하게 작용할지, 그리고 나아가 이것이 2017년 대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서 판단하기 어렵다. 너무도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의견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단지 개인적 의견일 뿐 객관적인 자료와 분석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현재로서 가능한 것은 이러한 야당 분열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를 분석해 보고 그 정치적 의미를 논의하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현 여당은 상대적으로 커다란 변동 없이 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현 야당은 지속적으로 분열과 통합을 반복해 왔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이러한 분열의 원인을 정치인들의 성향 차이, 정당의 내부 구조, 혹은 야당이 직면한 어려움 등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주요 원인이라면 왜 현 여당은 분열하지 않는 지 설명하기 쉽지 않다. 현재의 여당은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을 모태로 하고 있어 야당 못지않게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모여 있으며, 8년에 걸쳐 야당을 지낸 바 있기 때문이다.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인이 아니라 유권자, 즉 정당 지지자들의 이질성에서 찾을 수 있다. 현 여당 지지자들에 비해 현 야당 지지자들은 훨씬 더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세대 간 차이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유권자가 야당을 더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안정적으로 야당에 표를 던지는 유권자 층은 젊은 유권자가 아니라 50대 이상의 호남 거주 혹은 호남 출신 유권자이다. 그에 비해 젊은 층의 지지 유형은 매우 유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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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 2016년, 우리 문학의 성장을 위하여 지면기사
문학은 인간사회 모든 영역이낮은 차원에서 높은 곳으로나아가 더 큰 행복을 구현하는것내년엔 상업주의적 욕망 탈피가치와 위상 회복해야 한다는걸스스로 깨닫고 실천하는게 중요 최근 우리의 정치 지형은 진보 보수의 이분법이 무색할 만큼 명료한 질서보다는 지극한 혼돈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확실한 것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성장과 함께 분배를, 집중보다는 분권을, 수직적 권력보다는 수평적 활력을 선택하면서 한국 사회를 이끌어갔던 어떤 열망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 대신 전세난이나 실업난 같은 경제적 어려움과 예전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간 듯한 억압적 인상이 겹치면서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불안 요인에 시달리게 되었다. 여하튼 최근 우리 사회의 국면은 이러한 정치적, 사회적 난경들을 타개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새로운 지성적 움직임을 깊이 요청하고 있다. 문학이라는 영역 또한 이러한 요청에서 예외가 되지 않을 것이다.사실 문학에서의 퇴행 국면 역시 진작부터 있어왔다. 일찍이 한국문학사에서 매우 연면한 흐름을 이어온 미적 범주 가운데 하나는 일종의 참여적 열정이었다. 그런데 당대 정치권력과 날카로운 대척점을 형성하면서 저항의 미적 실천을 추구했던 이러한 흐름이 일정하게 퇴조하면서, 우리 문학은 사회 변화에 대한 회의와 내면으로의 경사가 첨예한 주류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이 공동체 단위의 대안적 지표까지 될 수 없었던 까닭은, 그것이 감각적 현존에는 충실하면서도 일종의 보편성까지 환기하는 데는 그 철학적 기반이 허약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개체성을 통해 구체적 보편성을 적시(摘示)하는 것과 파편적 개체성이 그저 단순하게 공존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극명하게 깨닫게 된다.근본적으로 문학은 인간 사회의 모든 영역이 낮은 차원에서 높은 차원으로 나아가 보다 더 큰 행복을 구현하려는 노력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세계를 열망하고 또 발견해온 문학적 실례들은 참으로 많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례를 지난 문학사에서 찾아내어 현재의 동력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의 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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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부 ‘수도권정비계획법 완화’ 환영 지면기사
지난 16일 아침 언론보도는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중앙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우리 동두천을 수도권에서 배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수도권에 있으면서도 비수도권 보다 못한 상황에 놓여있는 동두천을 비롯한 경기 동북부의 낙후도시 몇 곳을 비수도권으로 분류하겠다는 것이다.이것은 캠프케이시가 반환되는 만큼의 중요 사안이다. 본인은 시장 취임 이후 줄곧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의 개정을 경기도와 중앙에 수없이 요구했다. 그런데 비수도권 국회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늘상 거부되어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본인이 시장 재직 동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몇 번이나 있을 수 있을까? 1982년 수정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된 수도권 규제는 시 발전을 막는 결정적 장애였다. 공장은 물론 대학교나 연구소 등도 제대로 설립이 불가능해 지역발전을 가로막았다. 그간 학계에서나 기업들이 수도권정책의 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하여 왔다. 선진국 파리나 런던 등 국제 도시도 과거 규제정책에서 모든 규제를 완화해 도시경쟁력을 높이는데 목숨을 걸고 있다. 비수도권에서 주장하는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비수도권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정책 기조는 비현실적이다.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지닌 부문은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가리지 않고 적극 지원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수도권 내 비수도권보다 발전 가능성이 낮고 성장이 뒤처진 지역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동두천 시민 모두는 중앙정부에 감사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에 있는 대학 유치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 수도권정비계획법 테두리를 벗어나기 위해 미군공여지 지원에 관한 법률도 제정했다. 제정된 그 법을 가지고 대학이나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미군공여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중앙부처를 설득하였다. 그 어렵고 힘들었던, 그러나 해야만 했던 그 순간들을 위해 우리 동두천시 공무원들이 얼마나 많은 수고를 감내했는지는 시장인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그러한 노력으로 인해 LNG 발전소,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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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모세의 기적과 119 지면기사
유태인은 지정학적 요인으로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침탈을 당하면서 오랜 세월 노예와 포로 신세를 겪으며 살아온 잡초 같은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구약전서의 출애굽기는 유태민족이 이집트의 지배로부터 탈출해 광야를 거쳐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담고 있는데 민족 지도자 모세가 탈출을 이끌며 ‘모세의 기적’ 또한 이때에 등장한다.최근 언론 등을 통해 ‘모세의 기적’이 언급되는 것은 사실 소방차를 비롯한 긴급 자동차의 통행과 관련한 문제 때문이다. 이는 장애물, 즉 차량 행렬이 활짝 열리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차량 운전자들이 조금씩 양보해 진로를 만들어 준 시민의식을 칭찬하는 것이다. 해방이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평가되었다가 불과 반세기 만에 경제성장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게 되었다. 윤택해진 생활 여건으로 당시에 부의 상징이었던 자동차 소유가 보편화 되면서 증가하는 자동차에 비하여 교통량을 수용할 도로 건설이나 도시 정비는 단기간에 이룰 수 없었기에 도시는 점점 혼잡해졌다. 지금도 출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자동차 행렬로 홍역을 치르기도 하지만 이제는 특별히 정체되는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시 정체가 이어질 정도로 도로는 포화상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통체증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이 좌우되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응급환자가 생겼거나 사고를 당하여 구원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이 있다.4천 년 전에 모세와 유태인을 가로막은 것은 바다였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이다. 촌각을 다투는 순간에 긴급자동차의 사이렌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여 통로를 열어주는 작은 배려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며 이것이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 할 것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실오라기만큼의 가능성에 의지한 가녀린 생명을 의식해 운전자인 나의 불편을 소방차와 구급차에게 조금씩만 양보하는 교통문화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양광호 하남소방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