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절문근사:  간절하게 묻고 가까이에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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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절문근사: 간절하게 묻고 가까이에서 생각한다 지면기사

    고전을 공부하다 보면 현실과 괴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공자왈 맹자왈의 그 주옥같은 말이 일상의 풍경에서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목격할 때는 더욱 그렇다. 물론 나 자신을 포함해서 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다 보니 어떨 때는 이런 괴리감을 당연시하기도 한다. 공자왈은 그저 책 속에서나 가능한 성현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고선 그와는 전혀 다른 현실에 빠져든다. 이것이 고전 공부하다 만나게 되는 병폐이다.그러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고전의 말이 너무 고원하여 그저 영원히 실현 불가능한 좋은 이야기이거나 아니면 현실을 사는 사람들이 너무 찌들어서 좋은 줄 알면서도 감당하기 힘들 거나 아니면 그 둘 다 해당할 수도 있다. 이런 괴리감을 해결하기에 좋은 방법이 있는데 그 역시 고전의 말씀이다. 절문근사(切問近思)!고전을 접할 때 그 내용에 대해 교조적이거나 맹목적으로 다가가게 되면 점점 더 자기와는 거리가 멀어져 괴리감은 더 커지고 고착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고전의 글을 나의 삶 속에서 내 수준에 맞게 양질을 조절해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의 자기 행위를 떠나서 글을 보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아주 가까이에서부터 고전의 글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것이 근사(近思)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 진정이 담긴 물음이 생기는데 그것이 절문(切問)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 [수요광장] 만원의 자발적 성금, 나눔의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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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 만원의 자발적 성금, 나눔의 씨앗이다 지면기사

    세상은 점점 살기 좋아진다지만주변을 둘러보면 도움의 손길을기다리는 사람들 적잖이 많아어려움 처한 이들에게 관심 갖고아픔을 함께 나누며 배려하는따뜻함이 번지는 세밑됐으면…“제 앞에 안 떨어진 불은 뜨거운 줄 모른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어렵고 괴로운 남의 일을 알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엊그제 늦은 저녁에 용인 기흥 쪽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다급한 목소리로 사고 개황을 알려주면서 “현장에 적십자봉사원 40여명을 동원하고 급식차를 보낸다”는 담당 팀장의 보고였습니다. 진화작업은 새벽녘에서야 끝났습니다. 올 한 해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도, 고양 터미널 화재 때도, 김포 물류창고 화재 때도 그랬습니다. 재난현장에 적십자봉사원은 제일 먼저 나와 봉사활동을 펼치고 맨 마지막에 철수 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 마음이 우러나서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 덕분에 주변은 온기(溫氣)가 감돕니다. 대가나 자신의 이해에 상관없이 몸과 마음을 다해 헌신하는 적십자봉사원들의 가치를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봉사를 한다는 것은 혜택을 받는 사람도 기쁜 일이지만 봉사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봉사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주고받는 이들의 훈훈한 교감 때문입니다. 이들은 언제나 지역사회에 희망 에너지를 전파합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자원봉사 역량을 키워나갑니다. 요즈음 회자(膾炙)되는 말에 ‘박사보다 더 고귀한 학위’가 있다고 합니다. 학사, 석사, 박사보다 더 높은 학위는 밥 한 끼를 기꺼이 사는 마음을 가진 ‘밥사’가 좋고 그보다는 힘들 때 고민을 함께 들어주며 술 한 잔 사 주는 ‘술사’가 더 높다고 합니다. 욕망보다는 가진 것에 만족하며 매사에 고마움을 느끼는 ‘감사(感謝)’가 한 단계 더 값지다고 합니다. 또한 그 보다는 남과 나누면서 더불어 희망의 세상을 만드는 ‘봉사(奉仕)’가 가장 높고 귀한 학위라고 합니다. 변해가는 인심의 세태를 보면 왠지 그저 우스갯소리 같

  • [발언대] ‘오성공원’ 조성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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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오성공원’ 조성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지면기사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오성산은 172m의 꽤 높은 산이었으나, 현재는 산봉우리의 3분의 2 정도가 없어지고 조롱박 모양의 평평한 암석지만 남은 상태인데, 이곳의 약 88만㎡ 지역이 오성공원이다. 이는 인천국제공항 2단계 공사로 설치되는 활주로의 항공기 이·착륙 안전과 3, 4 활주로 매립토사 확보를 목적으로 서울지방항공청과 중구청의 허가를 받아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인천공항공사에서 제거한 것이며, 그 당시 토사 절취가 완료된 후 공원으로 조성하여 시민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허가조건이 붙어 있었다. 그 후 경제자유구역 종합개발계획에 따른 중복투자 문제로 공원조성 사업추진이 지연되다가, 작년 8월 3일 이곳이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됨에 따라 공원조성계획이 수립되었다. 오성공원이 절취 훼손 후 8년만에 재개된 것이다.그런 오성공원 사업이 시작 단계인 조성계획 작성 때부터 법적 시한에 쫓겨 벼랑에 내몰렸다가, 지난 9월 21일 공원조성계획이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고시됨에 따라 기사회생하면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게 된 것이다. 첫 번째는 공원의 자동 실효를 피하게 된 것이다. 9월 31일까지 결정·고시가 없으면 다음 날 해제되는 ‘공원녹지법(약칭)’ 제17조 때문인데 공원 실효일을 10일 앞두고 있었다. 자칫 법적요건 미충족으로 공원이 실효되었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시민이었을 것이다. 천만 다행한 일이다. 두 번째는 지방자치단체가 조성·관리하는 공원이 아닌 공항공사의 비용과 책임으로 추진되는 민간공원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사업기간이 최초안보다 4년 단축된 2016년부터 2023년까지이고, 사업비는 450억원 증액된 870억원이다. 또한 공원 관리비용은 매년 30억원 정도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이 역시 공항공사에서 부담하게 된다. ‘공원녹지법’ 제16조에 따라 공항공사 제안을 인천시가 받아들인 결과다. 그동안 인천시는 국가 관문에 위치한 오성공원을 ‘국가 대표급 공원’으로 조성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공항공사는 최소 비용·최대 효과의 경제성을 주장함에 따라 그 의견 차가 커 평행선을 달려왔다. 이에 따라

  • [자치단상] 지방자치 잘 꾸려 가기위한 ‘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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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단상] 지방자치 잘 꾸려 가기위한 ‘분권’ 지면기사

    ‘자치 전문가는 시민’… 다양한 양성 시스템 운영‘시흥 아카데미’ 진정한 협치로 공동체 회복 노력4년간 리더 1천여명 배출 ‘시정 파트너’로 맹활약2015년 시흥의 핵심 화두는 ‘지방자치’였다. 또한 ‘분권’은 지방자치를 잘하기 위한 밀접한 관계라는 점에서 시흥시장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지난 1년 동안 가장 힘주어 했던 말이기도 하다.시흥시는 ‘자치’를 잘하는 지방정부로 거듭나기 위해 ‘자치 전문가는 바로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시민리더 양성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 스스로가 자신이 사는 지역의 문제를 찾아내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시민이 제대로 주인노릇을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11년부터 시작한 ‘시흥아카데미’는 시정 철학인 ‘생명’, ‘참여’, ‘분권’을 기치로 시민사회와 공유·공감하고 학습하면서, 이를 통해 양성된 시민리더들이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성과를 내면서 지방자치와 분권의 플랫폼으로서 시민사회와의 협치를 보여주는 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역동적인 시민사회 환경 속에서 공동체의 고민과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력과 시민사회의 협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시민과 전문가, 공무원이 학습을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정책을 제안하여 토론과 합의를 거쳐 실행으로까지 연결 시키는 진정한 협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 바로 시흥아카데미이다.시흥아카데미는 공동체에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있는 시흥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생명학교’를 운영했다. 시민들은 도심 속 녹색공간을 조성하여 함께 땅을 일구는 등 습득한 지식을 시민사회에 다시 환원하며 공동체 회복을 위해 스스로 움직였다.또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구성하여 지역자원의 장점과 단점을 활용한 자치경영을 구현했으며 이를 통해 시민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비전도 보여 주었다. 우리 지역을 시민의 시각으로 설계하고, 시민을 위한 도시를 바라지해 나가는 ‘참여학교’도 운영되었다. 시민들은 이를 통해 우리 마을을 이루는 주체로서 학습한 재능을 기부하고, 도시문화 가치

  • [발언대] 경찰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피해자는 결국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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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경찰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피해자는 결국 국민 지면기사

    얼마 전 ‘매 맞는 경찰’이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 영등포구라는 뉴스보도가 있었다. 한 변호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찰관이 폭력피해에 노출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그 파급효과는 경찰관 개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상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공권력이 실추되고, 경찰관의 직무만족도에도 직·간접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범죄자 및 일반 국민에 대한 경찰 서비스 질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또한 공권력에 대한 저항행위를 통해 발생한 공무상 상해는 경찰관의 보복폭력의 원인이 되어 시민의 법집행기구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리고, 그 결과 다시 더 많은 저항행위를 유발하여 ‘폭력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고 한다.공권력 경시풍조의 원인은 일제점령기와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정권유지의 하수인 역할을 하면서 공권력을 남용해 국민 인권을 침해하였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아직까지 국민들 의식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깔려있다. 그러나 최일선에서 공권력으로서의 경찰력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공공기관에 부여되고 그 행사는 반드시 법령에 근거를 두고 행하여지는 것인 만큼 공권력 경시는 법질서를 경시하는 것과 다름이 없고 나아가 법질서에 대한 저항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현장 증거수집 경찰을 폭행하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국회 인권포럼과 입법조사처는 경찰관을 포함한 특정직 공무원들의 인권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법·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책토론회를 여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위험을 무릅쓰는 경찰관들이 공무수행 현장에서 폭언이나 폭행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계속 겪는다면 이는 경찰관 개인의 고통만이 아닌 국가 공권력 실추로 이어지고 국민이 정말로 보호를 필요로 할 때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경찰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함에 있어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적 기준과 절차 요건을 강화하고, 국민은 공권력을 인정하고 경찰

  • [기고] ‘착한 싸움’ 62일 국회앞 출근길 1인시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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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착한 싸움’ 62일 국회앞 출근길 1인시위 마치며 지면기사

    ‘참 이상하고 나쁜 도로, 더 이상하고 나쁜 국토부’ 피켓을 들고 홀로 국회 앞에 서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4개월 전의 일입니다.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항상 국회 앞을 지키고 서 있던 지난 62일 동안 저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많은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총 사업비로 1조가 넘는 돈을 국비로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계약의 전반적 중요 사항이 들어있는 실시협약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직권남용을 비판했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내지 못하고 있는 국회의 직무유기를 비판했습니다. 또한 국토부가 민주적 절차를 지키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고양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한 약속을 까맣게 저버리고 실시설계를 8월 7일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갑자기 승인해 버린 갑질 횡포를 비판했고, 이에 맞서기 위한 서울 문산 민자고속도로 실시설계 승인 무효를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국토부와 민자사업자의 갑질에 맞서, 국정감사 및 예산 심의 과정에서 ‘나쁜 도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준다면 그것이 고양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작한 1인 시위였습니다.국토부의 갑질에 맞설 수 있는 최대의 압박 카드는 ‘예산 삭감’이었지요. 하지만 국토부의 원안대로 6천900억원이 통과된 지금,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비빌 언덕이 되어줄 것이라는 희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62일 동안 국회의원들의 출근길을 지키고 서서 고양시민들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며 ‘착한 싸움’을 이어왔지만, 12월 9일 정기국회가 마감되면 내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국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주인 없는 빈집’에 대고 1인 시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 62일째 이어온 1인 시위는 끝이 났습니다.하지만 고양시민들의 목소리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고양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과 문제 제기는 계속될 것이며 국토부와 민자사업자의 갑질에 맞서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를 통해 ‘나쁜 도로’를 ‘상생 도로’로 만들어나가는 노력 역시 지속될 것입니다. 협의체에 종전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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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의 소리] 겨울철 선박 고장, 유비무환 자세로 대비 지면기사

    화재 사고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각종 통계 및 조사에 따르면 ‘작은 소화기’라고 한다. 이렇듯 사고로부터 나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스스로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비하는 것이다.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천565건의 선박 사고가 발생했고 이 중 1천29건이 어선 관련 사고였다. 10t 미만의 선박 사고는 649건으로 전체 사고 중 63%의 비중을 차지했다. 10t 미만의 선박 사고가 많은 것은 생계형 어선이 많고 승선인원이 적은 탓에 항해·조업 장비를 점검하는데 소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기상변화가 심한 겨울철 바다는 소형선박이 기관고장 등으로 표류할 경우 강풍과 높은 파도 등으로 전복이나 좌초 등 2차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겨울철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선박과 장비에 대한 사전점검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첫째, 선박 내부 기관과 호스 등의 동파 방지를 위해 자동차 엔진처럼 부동액을 주입하면 된다. 파이프와 펌프류는 내부 수분을 배출해줘야 동결로 인한 동파와 2차 고장을 막을 수 있다. 둘째, 선박 엔진의 수명과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엔진오일을 교체할 땐 10여 분 가량 작동시킨 뒤 엔진오일을 넣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기존 오일은 깨끗하게 배출되고 새 오일은 각 부분에 고루 퍼져 엔진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셋째, 연료유 필터 등의 사전 점검을 통해 이물질 또는 수분이 혼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해양경찰은 오늘도 바다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조난선박과 익수자를 구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비무환’의 자세로 선박에 대한 수시 점검과 예방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안전한 바다를 만드는데 동참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현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장비관리과장

  • [월요논단] 소리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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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소리의 원인 지면기사

    인간의 도리 어긋나고 있기에저마다 살기도 바쁜 형편인데사람들이 광장에 모여소리 내는 것은 세상의 이치소리 없애겠다고 서슬푸른 칼을휘두르기전 근본부터 반성해야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당나라 말기에 ‘의산 이상은(義山 李商隱, 813~858)’이란 시인이 있었다. 당쟁에 휘말려 관료로서는 불행하였고 45세를 일기로 사망하였으나 전통적인 시작(詩作) 방식을 거부하고 개인적인 감정을 미적으로 승화하면서 깊은 인간애를 추구한 특출한 시인이었다. 시인으로서 그의 명성은 생존 시에 이미 공고한 것이었으며 그의 반역적 성향은 이후 세대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품 중에 ‘낙씨정에 묵으며(宿駱氏亭)’라는 시가 있다. 일곱 자로 된 4행시, 칠언절구인데 시재가 둔하여 아름다운 우리말로 번역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의미를 단순히 해석해도 그 아름다움과 깃든 뜻이 심오하다. 대나무로 둘러싸인 연못은 티 하나 없고 물가 난간도 깨끗한데(竹塢無塵水檻淸) 그리움은 아득히 첩첩한 성에 막히었네(相思초遞隔重城). 흐린 가을 날씨는 흩어지지 않으니 서리는 늦어지는데(秋陰不散霜飛晩) 마른 연잎을 남겨두어 빗소리를 듣노라(留得枯荷聽雨聲). 얼핏 보기에는 쓸쓸한 정취가 두드러진다. 늦은 가을, 그리움에 사무쳐 빗소리를 듣는 슬픔이 애절하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애상이 아니다. 여기에는 제 때 오지 않는 시운(時運)과 이에 대응하는 인간의 책무가 엄연하다. 첫 행의 의미는 깨끗함이다. 죽오(竹塢)란 대나무가 마치 방죽처럼 연못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물을 모아두었다는 의미의 수함(水檻) 또한 연못으로 사람들은 이곳을 티 없이 깨끗하게 정돈해 두었다. 옛사람들이 연못을 가까이 했던 것은 늘 자신을 비춰보고 반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단정하게 가꾼 연못가에 나와 앉으니 그리운 것, 보고 싶은 것이 떠오른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감정은 첩첩한 중성에 갇혀 나가지 못한다. 그리움이나 사랑은 사적으로 해석되기 쉽지만 인간의 솔직한 본성이다. 그리움이나 사랑이 쉬 전달되지 못하고 막히는 세상은 좋은 세상

  • [박신영의 영화로 보는 역사] 인간의 본성을 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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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영의 영화로 보는 역사] 인간의 본성을 보려면 지면기사

    1940년 여름, 독일군이 프랑스 북부를 점령한다. 파리 근처 소도시 뷔시에도 점령군이 밀려온다. 포고령에 따라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집을 독일군 숙소로 제공해야 한다. 남편을 전쟁터로 보낸 루실이 시어머니와 살고 있는 대저택에는 독일장교 브루노가 묵게 된다. 루실은 브루노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에 귀가, 곧이어 마음이 열린다. 둘은 비밀스런 사랑을 나눈다. 브루노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스윗 프랑세즈’를 작곡한다.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제목을 오해했다. ‘스윗’은 ‘sweet’이 아니라 ‘조곡’을 의미하는 ‘suite’이라는 것을 모르고, 잘생긴 남자 배우가 등장하는 달콤한 로맨스 영화를 기대하며 극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전쟁 배경 로맨스 영화가 아니었다. 다루는 전쟁 자체가 달랐다. 영화는 독일과 프랑스라는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프랑스라는 한 국가 내부의 전쟁을, 독일 침략 이전부터 존재했던 계급 갈등을 주로 보여준다. 지주는 전쟁을 틈타 소작인을 더욱 착취하여 이익을 추구한다. 귀족은 자신의 특권만 보장해준다면 적군에게 협조하고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점령군 본부에 밀고장을 써서 서로를 고발한다. 밀고장 처리가 주 임무인 브루노는 루실에게 밀고장을 보여준다. 그중에는 ‘공산주의자’를 고발하는 것도 있었다. 아니, 반세기전 프랑스에서도 ‘빨갱이’라는 공격이 자행되었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 역사적 내력은 이렇다. 1918년, 1차대전 종전 후 프랑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국가에 기여한 바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했다. 특히 그들은 전쟁기간 동안 국가 전쟁 물자를 수주하여 성장한 재벌들에 비판적이었다. 이는 적극적인 노동 운동으로 이어졌다. 그중 기념비적 성취는 1936년 6월의 총파업이다. 이로 인해 평균 10% 임금 인상, 주당 40시간 노동제, 노사분쟁 중재와 조정을 위한 기구 설치, 모든 노동자에게 2주간 유급 휴가 부여를 주 내용으로 담은 역사적인 ‘마티뇽 협약’이 체결된다. 프랑스 기업가들은 반동 운동에 나섰다. 대혁명 시기의 망명 귀족들처럼. 그들

  • [시인의 연인] 연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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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연인] 연탄재 지면기사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더니……제 몸 허옇게 태워,사람들 밥 짓다가 스러졌구나부처님 마음으로아직도 미아6동 산동네,온통 끌어안고 있구나한 토막 숯의 마음조차죄 벗어 던진 채. 이은봉(1953~)모든 것은 생성과 소멸 사이에 있다. 생성은 소멸로 이동하며, 소멸은 생성을 파괴한다. 이 가운데 소멸이 생성을 거부하거나, 배반하는 것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에서 생명이 태어나는 것 같이, 한편에서는 늙고 병들고 사라져가면서도 ‘소신공양’처럼 “제 몸 허옇게 태워” 또 다른 생명을 있게 한다. 골목에 버려진 ‘연탄재’는 “사람들 밥 짓다가” 그 생명이 꺼져서도 하얀 얼굴로 “미아6동 산동네”를 환하게 밝힌다. 이것이야 말로 인간의 죄업과 고뇌를 고통으로 녹여 열반에 들어가신 ‘부처님 마음’ 아니겠는가. 우리도 물질에 스며있는 ‘한 토막 숯의 마음’을 안다면 불길에 눈 녹듯 “죄 벗어 던진 채”로 한 해를 저물게 할 수 있으련만./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