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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창] 치킨게임 된 '고덕·토평대교', 지명위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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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치킨게임 된 '고덕·토평대교', 지명위 혜안이 필요하다 지면기사

    "또다시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 된 건가요?"이달 초 국토지리정보원이 국가지명위원회를 열고 한강 33번째 다리 명칭을 '고덕·토평대교'로 발표하자 경기 구리시와 서울 강동구는 한껏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두 지자체가 단독 지명 분쟁으로 치열한 갈등 양상을 보이며 치킨게임의 그림자가 엄습하자, 지명위가 '양념 반-후라이드 반' 식의 작명 센스(?)를 보인 탓이다.구리시와 강동구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의 청구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고덕토평대교는 세종∼포천고속도로(안성∼구리 간) 14공구에서 건설 중인 총길이 1.73㎞ 길이 교량이다. 구리시 토평동과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을 연결해 올해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하지만 건설 초기단계부터 삐걱댄 구리시와 강동구는 줄곧 평행선을 달려왔다. 구리시는 연결된 다리의 87% 이상이 구리시 관내 행정구역인 만큼 '구리대교'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강동구는 서울시가 분담금을 냈으니 '고덕대교'로 불려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사실 양측의 분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두 지역은 이미 한강 31번째 다리인 구리암사대교(강동구 암사동~구리시 아천동·2006년 9월 착공, 2014년 11월 개통)의 명칭을 결정할 당시에도 각각 '암사대교', '구리대교' 명명 마찰을 빚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공동 지명의 단초를 만들었다.하지만 이 같은 공동지명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먼저 운전자들의 혼선과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또 그간 한강 위에 건설된 30여개의 타 교량들이 모두 단일 명칭으로 지어진 만큼, 사실상 단일 명칭으로 통용돼 반쪽짜리 다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실제 공동지명인 구리암사대교는 개통 이후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당수의 언론매체에서 '암사대교'로 표기된 채 각종 뉴스와 정보들이 전달돼 사실상 '암사대교'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구리시는 지난 7월 국가지명위원회 1차 회의 이후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기존의 구리·암사대교를

  • [오늘의 창] 의정부시의 두번째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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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의정부시의 두번째 공론장 지면기사

    의정부시가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는 중요한 정책 결정에 시민의 의견을 묻는 공론장을 준비하고 있다. 시가 갈등 해결을 위해 공론장을 여는 것은 지난해 자원회수시설(소각장) 문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호원동에 위치한 예비군훈련장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긴 하지만, 주변이 모두 개발되면서 주민 불편을 야기해 이전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설비다. 전임 시장 때 자일동으로의 이전이 논의되자 자일동 주민들이 반대에 나서고, 가능동이 대안으로 떠오르자 가능동 주민들이 화들짝 놀라 현수막을 붙였던 기피시설 아닌 기피시설이기도 하다. 최근 국방부가 짓는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은 대부분 사격장을 지하화해 예전처럼 소음이나 안전 문제가 크지 않다고는 하나, 곁에 사는 주민 입장에선 영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시가 가진 계획대로라면 오는 12월엔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숙의의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금은 그 토론회를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운영위원회가 자료를 준비하고 방식을 정하는 시간이다.'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모든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원칙은 시가 여는 공론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장치다. 실제 시는 이 원칙을 준수해 지난해 소각장 공론장을 진행했고, 당시 참여했던 시민 모두는 선진적인 행정에 박수를 보낸 바 있다. 공론장이라는 매우 민주적인 방법은 가장 대표적인 기피시설인 소각장마저 주민의 동의 속에 추진할 수 있게 했고, 그때의 경험은 지금까지도 시의 자랑이자 시민의 자부심으로 남아있다.호원동 예비군훈련장을 어디로 이전하면 좋을까? 국방부가 제시하는 조건과 지역 실정에 맞는 몇 가지 대안을 두고 시민들은 어떤 결론을 낼까?이번 예비군훈련장 공론장이 시민의 집단지성에 힘입어 합리적으로 정책을 결정한 또 하나의 역사가 되길 바란다. 나보다 우리를 생각했던 의정부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이번에도 발휘되길 기대해 본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차장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차장

  • [오늘의 창] 삶에 찌든 이들에게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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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삶에 찌든 이들에게 미소를 지면기사

    '어려운 경기, 30년 전 가격으로 쭉~ 고기도 더 드립니다. 많이 드시고 행복하세요'.화성 동탄신도시 내 한 음식점에 내걸린 현수막 문구인데, 주변을 지나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직접 제주도에 가지 않아도 제주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이 고깃집은 대략 1년여 전부터 5천원 받던 소주와 맥주를 단돈 1천500원에 판매 중이다.최근에는 기존 1인분 150g이던 고기를 200g으로 늘렸지만, 가격은 전혀 인상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무료 셀프 코너에 있는 채소와 밑반찬 등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행사와 관련)다른 지점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요즘 경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진행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채소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5% 올랐다. 품목별로 배추(53.6%), 무(41.6%), 상추(31.5%)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치솟은 채소 가격은 전체 물가 상승까지 부추겼다. 같은 달 기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년6개월 만에 1%대로 진입했지만, 채소 등 농산물 물가가 올라 전체 물가를 0.14%나 끌어올렸다.이런 분위기 탓에 식당 인심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상황이다. 밑반찬 가짓수는 물론 각종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재료를 저렴한 대체품으로 바꾸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국내 굴지의 대기업마저 실적 부진 등으로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어 경기침체의 여파가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최근 들어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아 외식비 부담을 호소하는 주변 지인들이 늘고 있다. 동탄신도시에 있는 음식점은 30년 전 가격을 받는다 해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팍팍한 삶에 지친 이들이 잠시라도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곳들이 더 많이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이상훈 경제부 차장 sh2018@kyeongin.com이상훈 경제부 차장

  • [오늘의 창] 지금 할 일? 시행규칙 따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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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지금 할 일? 시행규칙 따져보기 지면기사

    눈가리고 아웅이다. 민간소각시설이 있는 한 지자체는 서울시 생활폐기물이 경기도와 인천시로 오고 있다는 기사에 대해 '우리 지자체에는 생활폐기물이 안 온다. 그것은 사업장생활계폐기물이다'라고 항변했다. 지자체마다 폐기물을 덜어내는 방법이 각기 다르지만, 취재하는 동안 확인한 지자체 중에는 종량제폐기물을 걷어다 봉투를 뜯어 비닐류, 플라스틱류 등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을 골라내고 그 나머지를 소각장으로 버렸다. 이 '나머지' 폐기물은 '사업장생활계폐기물'이란 이름을 얻는다. 이 지자체는 타 지자체 생활폐기물이 들어올까봐 별도 코드번호를 갖고 있는 생활폐기물은 허가 내주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폐기물중간처분업 소각전문' 허가를 갖고 있는 민간소각장들은 사업장생활계폐기물은 소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종량제 봉투로는 소각 못하고, 일부를 덜어낸 '사업장생활계폐기물'로 형태를 바꾼 다음에는 소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서울시민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린 쓰레기가 재활용처리장을 다녀오면 서울시민 게 아니라는 말인가. 눈가리고 아웅이다. 문제의 핵심은 '발생지 처리 원칙'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만든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은 내 책임이고, 개인이 처리 못한 쓰레기를 처리하는 최종책임은 내가 뽑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그렇기에 지자체장은 님비를 넘어 소각장을 만들어 내야 할 의무가 부과되는 것이다.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켜내는데 최선을 다하되, 그럼에도 안되는 것들은 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향할 수 있게 무거운 책임을 지워야 한다. 허가를 내줬는가, 안내줬는가, 폐기물을 법 체계에서 무엇으로 분류하는가가 아니라 서울시 쓰레기가 경기도와 인천시로 올 때 서울시민에게 그 대가를 충분히 지웠는가가 문제다. 지금 지자체가 할 일은 반입협력금을 3년 유예한 시행규칙이 시행되기 전, '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가, 서울 바깥 경기도와 인천 시민이 느끼는 불공정을 풀어내려 노력하고 있는가를 따져보고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sj@kyeon

  • [오늘의 창] 국제대회 이후 애틀랜타와 인천의 다른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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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국제대회 이후 애틀랜타와 인천의 다른 행정 지면기사

    최근 업무차 미국 애틀랜타를 방문했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에 애틀랜타올림픽 개·폐회식 장소로 사용된 '센터 파크 스타디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올림픽이 열린지 28년이 지난 현재에도 해당 경기장에선 계속 운동 경기가 열리고 있다. 올림픽이 열린 이듬해부터 애틀랜타 지역 메이저리그팀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홈구장으로 썼고, 현재는 조지아 주립대학교 미식축구팀이 시합하고 있다.올해로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린 지 딱 10년이 됐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인천에 남긴 것은 인천 곳곳에 세워진 경기장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아직 경기장 활용법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개·폐회식이 열렸던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만 해도 콘서트 등 일회성 행사나 단순 공간임대용으로 전락했다. 인천 북부권에도 종합경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건설된 것 치고 현재 상황은 매우 초라하다. 다른 경기장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애초 인천시는 각 경기장 특성에 맞춰 스포츠 테마파크나 공연장, 오토캠핌장 등을 운영하겠다고 계획을 세웠으나 대부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애틀랜타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센터 파크 스타디움을 야구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설계했다. 다른 종목으로 용도를 변경하기 쉽게 지어졌기 때문에 2017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신축 경기장으로 이전할 때에도 곧바로 미식축구 경기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은 다른 경기장들은 애초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는 철거할 계획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현재는 부지가 모두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제대로 된 경기장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애물단지'라는 소리를 듣는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과는 다른 모습이다.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경기장을 10년 동안 방치해 둔 것은 제대로 된 행정이 아니다. 애틀랜타처럼 애초 세운 계획이 제대로 실행됐으면 좋았지만, 인천은 그렇지 못했다. 이제라도 경기장을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 [오늘의 창] 여주에서 '백종원 매직'이 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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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여주에서 '백종원 매직'이 통하려면 지면기사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여주시가 '더본코리아'와 상생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옛 경기실크공장 부지와 건축물을 활용해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원도심을 살린다는 것이 주된 목표지만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 창업·인력 양성 지원, 외식산업과 문화·관광자원을 연계한 지역특화가치 발굴을 지속적으로 협의, 노력하겠다는 합의문 내용을 보면 여주시의 기대가 자못 크다.상장을 앞둔 더본코리아 역시 여주시가 추진하는 플리마켓, 도자기축제, 오곡나루축제 같은 행사에 대한 자문역할도 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을 보면 지역상권 살리기를 위한 협업에 자신들만의 강점을 접목시켜보겠다는 포부와 의욕도 엿보인다.더본코리아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와 상생협약을 체결하거나 협업을 진행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산군 전통시장 활성화, 안동시 지역특산품을 활용한 외식산업 활성화, 강진군 먹거리타운 프로젝트, 상주시 외식산업을 통한 구도심 활성화 사업에다 이제 막 업무협약을 맺은 지자체까지 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부작용도 있었다. 관광객이 늘자 주변 숙박업소의 숙박비가 오르고, 임대료 급등으로 기존 상인들이 내쫓기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일어났다. 영업 방식을 두고 상인들과 더본코리아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인접한 여주 세종전통시장 상인들은 아직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우려보다는 기회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지역상인들과의 합의나 수익 우선의 시장 중심 마인드 같은 백 대표의 원칙을 어느 정도 신뢰하기 때문이다.이번 업무협약으로 여주시가 기대한 원도심 활성화를 이루고 나아가 지역경제 살리기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졌다. 우선 기존 상인들과 건물주, 그리고 주민 간의 소통의 장을 만들 것, 그리고 임대료 인상 규제, 소상공인들을 위한 저리 대출, 경영 컨설팅 지원 등. 이것이 무한경쟁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을 위한 최소한의 화력 지원이 아닐까.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 [오늘의 창] 캄보디아 태권도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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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캄보디아 태권도 영웅 지면기사

    꼭 10년 전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최 기간 특별취재단에 소속돼 '2014 비전 프로그램' 참여 선수들을 전담해 취재했다.'비전 2014 프로그램'은 인천아시안게임 유치 당시 인천시가 공약한 특화사업이다. 아시안게임 인천 유치 결정에 큰 힘을 보탠 스포츠 약소국 지원 사업이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유치가 결정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30개 아시아 스포츠 약소국 선수 700여명에게 전지훈련 초청, 지도자 파견, 장비 등을 지원했다.취재 당시 만난 여러 선수 가운데 캄보디아의 태권도 대표팀으로 참가한 손 세브메이(Sorn Seavmey)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19살 나이로 인천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73㎏급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파란을 일으켰다. 손 세브메이는 캄보디아가 1954년 필리핀 마닐라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한 이후 66년 만에 고국에 첫 금메달을 안기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손 세브메이는 14살때인 2009년부터 '비전 2014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유망주였다. 인천 전지훈련, 스포츠 장비 등을 지원받았다. 당시 캄보디아 총리를 비롯한 정부 각료들이 공항으로 나와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금의환향한 손 세브메이를 맞았다. 캄보디아에선 '제2의 손 세브메이'를 바라는 부모들의 태권도 사교육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인천이 키운 '캄보디아의 김연아'라 할 수 있겠다.인천아시안게임 10주년이 지역사회에서 너무 잠잠하게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호들갑스러울 필요도 없겠으나, '비전 2014 프로그램'처럼 그때 인천이 아주 잘했던 것들은 기념하고 넘어가면 좋았을 것 같다.손 세브메이는 어떻게 지낼까. 인스타그램 계정을 검색하니 곧바로 나온다. 여전히 현역 선수이자 수많은 팔로어가 있는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의 인스타그램 '하이라이트'에는 한국 여행 사진만 따로 모아 놓은 섹션이 있다. 지금도 그 나름대로 한국에 애정을 쏟고 있다. 인천도 그를 기억해줬으면 어땠을까. /박경호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문화

  • [오늘의 창] 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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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벌초 지면기사

    추석시즌이면 차례상만큼이나 스트레스와 갈등을 유발하는 연례행사가 벌초다. 사전적 의미로 조상을 모신 묘에 자란 잡초를 정리하는 작업, 성리학이 보급된 조선시대에는 조상들의 묘에 잡풀이 무성한 것만으로도 불효로 인식했다고 한다. 유교문화의 관혼상제와 밀접하다는 뜻이다.벌초는 위험하다. 총알처럼 튀어 오르는 돌이나 날카로운 도구에 의한 부상은 부지기수고, 독 오른 말벌과 뱀의 위협이 도사린다. 무거운 예초기를 짊어진 채 가파르고 험한 산길을 타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실족이나 탈진, 고립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전원주택 앞마당의 평화로운 잔디깎이와는 거리가 멀고, 군부대 진지공사의 노동강도에 가까운 고된 작업이다.이렇다 보니 벌초의 책임을 놓고 집안 갈등이 벌어진다. 누구네만 왜 매번 빠지느냐부터 누구네는 몇 명이 왔는데 누구네는 한 명만 왔다느니, 누군 손 하나 까딱 안 했다느니, 누구네가 문중에서 벌초비용을 지원받고는 입을 닫았다느니 말들이 많아진다. 감당해야 할 봉분 수가 많을수록 갈등은 빈번하다. 상다리가 휘어지는 것에 비례하는 차례상 갈등과 다를 게 없다. 요즘 세대는 차례와 벌초의 취지를 조금 다르게 해석한다. 겪어본 적 없는 조상께 막연하게 예를 표하기보다는 나와 실질적으로 가까웠던 가족을 추모하고, 지금 나와 가까운 가족의 얼굴을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보는 계기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래서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과도한 책임감에 괴로워하지 않는다. 고인이 생전 선호하던 음식으로 차례상 차림이 다양해지고 전문업체에 벌초작업을 의뢰하거나 봉안당으로 옮겨 모시는 등의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이 늘고 있다.자손끼리 싸우고 다치고 기진맥진해가며 자신에게 예를 차리길 원하는 조상은 없을 것이다. 자손끼리 화목하고 건강하게 지내면서 언제가 됐든 무엇이 됐든 그렇게 잊지 않고 자신을 추억해준다면 행복해할 분들 아닌가. 홍동백서 안 했다고, 풀 좀 덜 깎았다고 노여워할 분들은 아니지 않은가.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 [오늘의 창] 스마트폰이 주는 반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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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스마트폰이 주는 반작용 지면기사

    과거에 텔레비전(TV)을 바보상자라고 불렀다. 지금과 달리 TV가 상자 모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이다. 특히 TV를 많이 보면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를 담은 단어였다. TV 중독을 경계하는 단어였다. 지금은 쓰는 사람이 없는 고어(古語)가 됐다.지금 TV를 대신하는 건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다.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것을 봐야만 했던 TV와 달리 스마트폰은 쌍방향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할 수 있는 기능도 더 다양하다.스마트폰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는 장점이 크다. 다만 부정적인 요소도 많다.범죄에 활용된다는 점이다. 최근에 만난 한 청소년은 도박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이 학생은 집에서 PC로 도박을 하기도 했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하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나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은 도박을 즐기기에 좋은 도구다.딥페이크 범죄도 마찬가지다. 얼굴을 활용해 다른 사람의 신체 등과 합성한 성착취물을 공유·배포하는 범죄도 청소년·성인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공유와 배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진다. 이 성착취물을 공유·배포하고, 또 보는 행위가 이뤄지는 도구는 스마트폰이다. 마약범죄에도 SNS와 스마트폰이 활용된다.새로운 기술과 편리함이 주는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반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정부와 관계기관이 고민하고 있다. 대책도 쏟아내고 있다.단속과 처벌 강화는 가장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명쾌한 대책이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에 다다르지 못한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다.당장 효과가 적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실효성 있는 교육을 강화하고, 도박 등 SNS를 활용한 범죄를 터부시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주체는 정부와 시민단체 등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미래세대를 위해,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노력이 모아져야 할 때다. /정운 인

  • [오늘의 창] 안성의 우수한 문화유산 활용, 지금이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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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안성의 우수한 문화유산 활용, 지금이 적기 지면기사

    경기도의 문화재 수장고(收藏庫)로 불리는 안성시의 유서 깊은 문화유산들이 전국을 넘어 세계에 빛을 발할 수 있는 적기를 맞았다. 안성시는 2021년부터 각고의 노력 끝에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대한민국 문화도시는 지역 중심 문화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되는 사업으로 문화도시로 선정될 경우 오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최대 200억원의 국비가 지원된다.문화도시 선정에 따라 추진될 문화사업들은 지역내 전통 및 문화·예술과 안성맞춤랜드와 안성팜랜드, 미리내성지 등을 기반으로 시행되겠지만 이 중 가장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안성시 만이 보유한 문화유산들 일 것이다.안성에는 2024년 8월 현재 국가와 도, 시가 지정한 문화유산의 수가 총 128개에 이른다. 이 수치는 도내 31개 시·군 중에서도 용인시와 고양시 다음으로 많은 숫자이다. 가치가 높은 국가지정만 살펴봐도 국보가 1점, 보물이 16점, 사적과 무형, 등록도 각각 2점씩 보유하고 있다.특히 문화유산의 종류도 다양해 문화적 경쟁력이 높다. 천년고찰이 많은 안성에 걸맞게 칠장사와 청룡사, 석남사 등에는 불교미술인 괘불탱들과 혜소국사비, 인목황후 어필 칠언시, 봉업사지 오층석탑 등 불교 관련 문화유산이 즐비하다.또한 천주교의 성지라 불리는 미리내성지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기념성당이 있으며, 국립 지방교육기관인 안성향교는 물론 안성맞춤의 어원이 된 유기장과 나라의 평안과 태평성대를 기리는 춤인 태평무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종류가 다양하다.다만, 종류가 많은 만큼 이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묶기 위한 스토리텔링 작업이 다소 어렵겠지만 이 부분을 극복해 나간다면 안성의 문화도시 위상은 전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다고 단언한다.'득시무태(得時無怠)',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 안성은 지금이 딱 그 시기다.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