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 대통령의 역할
    오늘의 창

    [오늘의 창] 대통령의 역할 지면기사

    22대 국회에서 '정치가 실종됐다'는 표현은 새롭지도 않다. 특히 채상병의 죽음과 수사 외압의혹에 대한 국민적 비판의식을 총선에서 확인한 야당과 임기가 3년이나 남은 대통령을 향한 칼날을 온몸으로 막아서는 여당의 대립은 그 틈이 더 벌어지면 벌어졌지 줄어들 여지가 별로 없다.누가 실종된 정치를 찾을 수 있는가.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강조한 '존경받을 만한 대통령'이 그 대답이 될 수 있다. 그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를 여는 의회민주주의포럼'에서 첫번째 강의를 맡아 대통령의 권한은 '강한 국회에 의해 제한돼 있음'을 주지시키고, 그렇기에 대통령의 역할은 '야당들과 지혜롭고 다정하게 일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그렇기에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돼야 한다"면서 "왕이 없는 사회에서 도덕의 기초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양한 여론으로 토론하는 국회, 헌법과 법률로 제한된 대통령의 권한, 다양한 여론을 조율하는 조정자로서의 대통령이라는 이상적 정치가 작동하려면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믿어줄 만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의미다.지금 우리 정치의 난제는 '도덕의 기초를 제공해야 할' 대통령이 그 역할을 위배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의혹은 '임성근 구명로비의혹'으로 전환됐다. 임성근-이종호-VIP로 연결되는 고리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이종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데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소환 조사를 김 여사의 편의대로 진행하도록 내버려뒀다. 국회가 요구하는 청문회에도 '위헌·위법사안에 타협은 없다'며 출석하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의혹 해소가 필요한데도 도덕·공정·해명에 대한 국민적 갈증을 해소할 만한 대응은 없다.국민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겠다"던 인물을 대통령으로 세웠다. 대통령이 무너뜨린 상식은 사회

  • [오늘의 창]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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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을 바라며 지면기사

    최근 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 인천SSG랜더스필드(인천 문학야구장)를 찾았다가 매우 생소한 광경을 보게 됐다. 매점에서 여러 개의 컵라면을 산 사람들이 종이 박스가 아닌 청록색 플라스틱 쟁반에 음식을 들고 가고, 맥주를 일회용 컵이 아닌 다회용컵에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다.이는 인천시가 야구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추진한 사업으로 생겨난 모습이다. 인천시는 올해 KBO 야구 시즌이 끝날 때까지 문학야구장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에 다회용기를 공급하기로 했다. 야구팬들이 반납한 다회용컵은 깨끗이 세척된 뒤 매장에 다시 공급된다.처음 이 모습을 봤을 때는 '관람객들이 다회용기 잘 반납할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다. 관람객들은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다회용기 반납함'에 쟁반이나 컵을 자연스레 반납했다. 함께 야구장에 방문한 지인도 "쓰레기통 옆에 반납함을 설치해서 사람들이 불편하게 생각 안 하는 것 같다. 야구장에 올 때마다 쓰레기가 많이 생겼는데, 이러한 사업은 매우 좋아 보인다"고 웃으며 말했다.야구장은 경기를 보러 오는 공간이지만, '먹으러' 가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야외에서 음식을 먹다 보니, 발생하는 쓰레기도 정말 많다. 환경부에서 최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야구장에서 사용한 일회용 컵이 262만개에 달한다. 이마저도 전년보다는 매우 줄어든 수치다. 전국의 스포츠 시설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36%는 야구장에서 나온다는 통계도 있다. 평소 야구장을 자주 찾으면서 쓰레기통을 보면 불쾌한 경우가 많았다. 페트병이나 일회용 컵은 산처럼 쌓여 있는 데다, 분리수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 많았다.올해 프로야구 전반기 관중은 약 568만 명으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많은 사람이 찾는 인기 스포츠인 만큼, 지금이라도 하나씩 일회용품을 줄여가는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인천시민으로서 인천시가 먼저 다회용기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도 매우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야구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주엽 인천

  • [오늘의 창] 안도 타다오의 공공화장실과 상상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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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안도 타다오의 공공화장실과 상상플랫폼 지면기사

    최근 국내 극장가에서 예술영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 그 주역 중 하나가 독일 영화감독 빔 벤더스가 연출한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다. 이 영화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야쿠쇼 코지가 맡은 주인공은 도쿄 시내 공공화장실 청소부다. 영화는 일단 공공화장실 청소부의 반복되는 소박한 일상을 보여줄 뿐인데, 위로를 받았다는 국내 관람평이 많다.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도쿄 시부야구 공공화장실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우리로 치면 서울시의 자치구 격인 시부야구는 2020 도쿄올림픽 전후로 안도 타다오 등 유명 건축가와 예술가 16명에게 공공화장실 리모델링을 맡기는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 프로젝트를 홍보하고자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에게 공공화장실이 등장하는 영화 연출을 제안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퍼펙트 데이즈'다.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더럽고 냄새나는 공공화장실을 누구나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환경 개선'이다. 최근에는 애초 사업 목적에 더해 자연스럽게 관광 코스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정상급 건축가와 영화감독을 섭외해 공공화장실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시설로 변신시킨 시부야구 공무원들의 기획력이 놀라울 따름이다.직업병처럼 떠올린 사례는 인천 내항 8부두의 거대한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한 복합시설물 '상상플랫폼'이다. 내항 1·8부두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허물 수도 있었을 '아시아 최대 규모 곡물창고'를 인천시가 우여곡절 끝에 공공시설로 살려냈다.그런데 역사적 상징과 활용도 높은 규모까지 갖춘 귀중한 자원이 너무 쉽게 '소비'되고 있는 것 같다. 1만명 넘는 해외 관광객이 모인 맥강파티나 워터밤 등 대규모 '행사장'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고유성을 갖지 않는 상상플랫폼은 도시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 아직 공식 개관 전이므로, 앞으로 도쿄 공공화장실 같은 상상력의 기획이 나올 여지는 있다. 겉치레만 따라하자는 얘긴 아니다. /박경호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 [오늘의 창] 여주시, 첫 지식산업센터 건립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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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여주시, 첫 지식산업센터 건립 기대 지면기사

    여주시에 첫 지식산업센터 개발을 위한 인허가 업무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한다.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자체 중 아직 지식산업센터가 없는 곳이 여주·가평·양평뿐이란 사실을 알게 된 후 접한 소식이라 반가운 마음이면서도 한편으론 성공여부와 함께 도농복합도시인 여주에 어떤 지식산업센터가 공급될 것인지 궁금해졌다.여주는 중복 규제로 각종 개발이 어려워 농업 등 1차 산업이 중심인 상태로, 제조업을 넘어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지식산업센터 수요 부족으로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로 인한 인구 유출 및 고령화로 지역쇠퇴 문제에 직면해 있다.이번에 오학동에서 개발 중인 지식산업센터는 여주의 산업활동이 가능한 준공업지역에 위치해 아파트 개발이 아닌 토지 용도에 맞춘 기술혁신과 창업촉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지식기반 경제의 발전을 촉진한다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특히 지난 6월28일 지식산업센터 공급사인 '체스터원개발'과 스마트팜 전문기업 '네토그린'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식산업센터는 데이터 분석 기반의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재배환경을 제공하고, 농산물 판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농업 생산성 향상과 기존 농업인 및 귀농을 희망하는 은퇴자,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여주의 편리한 교통 접근성과 청정한 자연환경, 쌀 산업특구의 장점을 살린 스마트 농업의 새로운 실험이 일어나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현재 민선8기 이충우 시장도 '함께 잘사는 도농복합도시 여주'를 위해 추진중인 여주쌀 생산, 관리, 유통, 브랜드 홍보 등 농축산업 관련 주요 공약사업은 11개에 달한다. 이중 '융복합 디지털 스마트농업 교육시스템 구축 및 창업지원' 사업의 이행률은 45%에 그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여주에 첫 지식산업센터가 공급되는 만큼, 시의 각별한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으로 여주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지역 활성화의 중심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차장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차장

  • [오늘의 창] 반려동물보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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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반려동물보건소 지면기사

    국가는 국민 삶에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싶은 것들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이게 딱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공공주택과 무상교육 등은 수십 년 전부터 그랬고, 학교급식이나 장기요양 문제 등은 이보다 나중에 시대 요구를 따랐다.공공의 영역으로 동물복지 분야가 들어온 건 비교적 최근이다. 반려동물 보호 및 유실·유기 방지를 위한 동물등록제 도입은 겨우 10년 됐고, 동물학대 유형을 세밀하게 규정한 것도 오래전 일이 아니다. 시대 분위기가 그랬다. 이 무렵 전통시장에서 닭·흑염소 도축시설이 폐쇄되고 이름난 '개시장'이 하나둘 사라졌다.푸바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동물에 사람의 감정을 이입하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2000년대 초중반쯤만 해도 반려동물을 사람과 다름없이 대하는 게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요즘 그런 문화를 존중하지 않다가는 비반려인에게까지 비판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명백한 시대 변화다.이러한 변화에 부응하는 실험이 김포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국 최초로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저렴하게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장인들을 위해 야간진료까지 하는데, 몇 주 치 예약이 마감될 만큼 시민들 반응이 뜨겁다. 축산·방역을 넘어 반려문화까지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김포시의 시도가 성공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타 도시 주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사실은 인터넷상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김병수 김포시장은 취임 초부터 "태어나서 죽은 이후까지 반려동물을 사람과 똑같은 존재로 본다"고 강조해왔다. 올해 김포시에는 반려동물 쉼터와 문화교실, 명예동물보호관 등의 업무를 전담하는 반려문화팀이 생겼다. 김 시장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가 깊고 반려문화를 존중하는 철학이 확고할 뿐이다. 여기에 시민들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더해져 반려동물 진료센터라는 전례 없는 정책이 시작됐다. 성공을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 [오늘의 창] 정당 다르다고 외면하면 안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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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정당 다르다고 외면하면 안되지 않는가 지면기사

    의왕시의회의 한 의원이 지난달 초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중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의원은 뇌졸중 증세로 서울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최근 출근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요즘 시의회의 문제는 당시 기자간담회 분위기서 잘 드러났다. 김태흥 예결위원장 등 야당 의원들의 '1차 추가경정예산안의 만장일치 본회의 통과' 발언과 배치되는 내용을 해당 의원이 주장했다. 그가 발언 중 혀가 말려들어가는 등의 증세를 보이자 김 위원장이 물을 건넸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말을 이어가려 수차례 시도했으나 "억, 억" 소리만 낼 뿐이었다.뇌졸중 전조증상인데 당황해서인지 또 여야 대치로 무관심했던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안타깝게도 10여 초간 도움의 손길은커녕 어느 누구도 부축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본 기자의 가족이 비슷한 증세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던 경험이 떠올라 다른 여당 의원에게 부축과 동시에 해당 의원의 퇴장을 강하게 요청했다. 119구급대가 늦지 않게 도착했지만 해당 의원이 "나는 괜찮다"고 강하게 주장, 그대로 돌아갔다. 해당 의원은 지인의 설득으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 뒤 다시 서울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정치적 성향과 업무적 등으로 대립·대치할 수는 있지만 사람은 존중했으면 한다. 5분 자유발언, 시정연설 등을 할 때면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뜻과 배치되거나 발언시간을 제대로 못지켰다는 이유로 야유를 보내거나 고성을 지르는 풍경을 종종 목격한다. 임시회 등에서 집행부를 상대로 발언권을 얻고 질의를 하는 과정에서 특정 의원의 발언이 자신의 뜻과 다르거나 정당의 입장과 배치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상대의 발언이 마무리된 뒤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방식으로 개선됐으면 한다.존중을 바탕으로 경쟁을 이어간다면 더 좋은 지방의회로 성장시킬 수 있고 아직 2년의 시간(임기)이 있는만큼 인의를 기반으로 한 정책대결을 한다면 유의미하고 성공적인 9대 의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송수은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지역사

  • [오늘의 창] 혐오와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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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혐오와 비난 지면기사

    '혐오'와 '비난'은 대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뜯어보면 조금 다르다. 혐오는 사전적으로 '싫어하고 미워함'이라는 뜻이다. 비난은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 잡아서 나쁘게 말함'이라고 정의돼 있다.혐오는 대상 전체를 바라보는, 비난은 대상의 행위에 대한 시각인 셈이다. 혐오 정서가 확산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쉽다'는 점도 일정 지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정 대상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데에 논리가 끼어들 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혐오와 정반대인 '맹목적인 지지'도 나타난다. 최근 한 트로트 가수의 음주운전이 크게 이슈가 됐다. 음주운전이라는 행위도 잘못됐지만, 이를 감추기 위해 한 행동이 많은 공분을 샀다. 반면에 일부 팬들은 해당 가수를 지지하며 '맹목적인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혐오'와 '맹목적 지지'의 공통점은 '행위'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음주운전을 했어도 지지를 받는다.지난달 음주운전 관련 취재를 진행했다.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소위 '윤창호법' 5년 뒤 변화 등을 취재했다. 이 법안을 만드는 데 노력했던 고(故) 윤창호씨 친구도, 전문가들도 '사회적 분위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운전이라는 행위는 사회적 약속이다. 시속 100㎞ 넘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는 서로 간 약속이 전제되지 않으면 무기나 다름없다. 교통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음주운전은 이 약속을 스스로의 의지로 깨는 것이다. 5년 전 음주운전으로 한 청년이 목숨을 잃었고, 음주운전의 위험성이 부각됐어도 사회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우리 사회가 잘못된 행위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더 확산했으면 한다. 특히 음주운전은 충분히 더 크게 비난받을 만한 행위다. '옳고 그름을 판단해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는 뜻을 가진 비판의 대상도 아니다. 음주운전은 '행위'라는 점에서 혐오의 대상도 아닌 듯하다. /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jw33@kyeongin.com정운

  • [오늘의 창] 돌파구 없는 청년층의 '제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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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돌파구 없는 청년층의 '제로시대' 지면기사

    사회·경제적으로 힘겨웠던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대한민국은 현재 더 힘든 '제로시대'로 접어들었다. 험난한 이 제로시대에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계층은 청년층일 것이다.미래 대한민국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할 청년들은 이제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사회·경제활동을 시작해야 하지만 그들에게 현실은 참혹할 뿐이다.코로나19 감염병이 창궐해 종식되기까지 3년여의 시간 동안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멈췄고, 취업도 힘들어졌다.실제 코로나19 사태 시작과 함께 대학에 입학한 청년들은 제대로 된 교육 한 번을 받지 못한 채 졸업하는 기형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기업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때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신규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이 결과 청년층은 취업시장에서 외면받았고,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청년층은 부동산과 주식, 코인 광풍에 휩쓸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 버렸다.그러다보니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을 꿈도 꾸지 못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지도층은 청년층을 돕는다며 근본적 문제 해결 방안이 아닌 각종 현금지원책을 남발하며, 땜질식 처방만을 일삼고 있다.사회복지학에서는 2000년대를 기점으로 복지 대상자들에게 단순한 물질적 지원에서 자립과 자활로 패러다임을 전환·발전시켰다.혹자는 작금의 청년층 문제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로 30년 뒤에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동의할 수 없다. 함정이 있다. 노동인구 감소로 개인별 취업과 소득은 다소 나아질 수 있겠지만 국내총생산(GDP)은 감소해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다.정부는 청년층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줘야 한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제로시대 보다 더한 마이너스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경고한다.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 [오늘의 창] 더 에이트 쇼, 1층,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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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더 에이트 쇼, 1층, 인천 지면기사

    넷플릭스 드라마 '더 에이트 쇼'의 중요한 갈등 요인 가운데 하나는 쓰레기다. 어느 날 '1층'(배성우)은 각 방에서 배출하는 쓰레기, 정확히 말하면 배변 봉투를 자신에게 버려달라고 다른 참가자에게 제안한다. 그날부터 '1층'이 머무는 방은 다른 7명이 배출한 폐기물을 받아내는 공식 쓰레기장으로 변한다. 마음 여린 '1층'의 제안과 다른 이들의 '승낙'으로 그렇게 환경미화원이 탄생했다.작품 속에는 '1층'부터 '8층'까지 8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본명 대신 층수를 호칭으로 쓴다. 주최측이 마련해준 방 안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각자 가져갈 상금이 올라가는 것이 이들이 참여한 게임 규칙 가운데 하나다. 그렇게 생긴 상금으로 뭐든지 사서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참가자들 방에는 배설물을 버릴 곳이 없었다.쓰레기 처리를 자처한 '1층'의 희생으로 나머지 참가자들의 삶의 질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반대로 1층에는 늘 악취가 진동했고 파리가 들끓었다. '1층'은 공공의 질서를 위해 불편함을 감내했다. 다른 참가자들이 가졌던 '1층'에 대한 고마움이나 미안함이 사라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드라마 속 '1층'이 처한 상황과 인천의 상황이 묘하게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의든 타의든 인천은 다른 수도권 도시 주민을 위해 오랫동안 '1층' 역할을 해왔다. 인천은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품고 살았다. 아무리 예쁜 이름으로 세탁한다 해도 '수도권(쓰레기)매립지'라는 본질이 숨겨지지 않는다.쓰레기 대체 매립지 공모가 결국 무산됐다. 나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없었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내 쓰레기는 내 집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내 쓰레기를 옆집 쓰레기통에 버리면 이상하지 않은가. 하물며 드라마에서도 쓰레기장 역할은 바뀐다. '3층'(류준열)이 '1층'을 대신한다. '3층'의 대사가 기억난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다 해낼 때 사회는 비로소 안정적으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김성호 인천본사 정

  • [오늘의 창] 안산에 랜드마크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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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안산에 랜드마크가 있나요? 지면기사

    랜드마크란 어떤 지역을 식별하는 데 목표물로서 적당한 사물이다. 특이성 있는 시설이나 건물을 말하며 개념적이고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추상적인 공간도 포함된다. 사람은 도시의 각 부분을 상호 관련시키며 각자의 정신적 이미지를 환경으로부터 만들어 내 어느 도시를 떠올리면 보통 랜드마크부터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 랜드마크가 안산에는 있을까. 시민 대다수에게 물어본다면 오히려 '안산에 랜드마크가 있어요?'라고 되물을 듯 싶다.만약 17년 전 초지역세권 개발이 애초 계획대로 돔구장을 조성해 현재 프로야구 구단이 운영되고 있다면 안산의 랜드마크가 됐을까? 야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이 서울 고척동 하면 바로 서울스카이돔을 떠올리듯 말이다. 이후 2014년 민선 6기가 들어설 당시에 초지역세권은 아트시티를 표방했다. 주거·교육·쇼핑·문화예술 등이 모두 집약된 복합테마타운으로 조성을 추진했다. 고층 타워를 포함해 문화시설, 시민광장, 예술대학 캠퍼스, 쇼핑센터, 스포츠시설, 쉼터 등을 그렸다. 만약 이 개발 사업이 성공했다면 안산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 불렸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민선 7기에서는 해당 부지의 도시개발구역을 해제하고 공유재산 매각을 시도했다. 이 또한 성공했다면 지금 초지역세권은 랜드마크를 표방하기 위해 뭐 어쨌든 개발이 한창일 것이다. 하지만 초지역세권은 여전히 방치돼 현재도 주말농장 용도 정도로 사용되고 있다.민선 8기 이민근 시장도 임기 절반 시점에서 관내 가장 노른자땅으로 불리는 초지역세권 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시장이 이례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정도로 무게를 뒀다.그렇지만 이번에도 안산시의회의 문턱에서부터 고전하고 있다. 의회의 뜻대로 민간사업자의 이익 독점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고 개발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지만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모양새다. 이번엔 언제될지도 모르는 국가 사업인 철도 지하화와 연계의 필요성마저도 검토해야 한다. 이번에도 개발의 타이밍을 놓칠까 우려된다. /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