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 노란봉투법 폐기에 부쳐
    칼럼

    [오늘의 창] 노란봉투법 폐기에 부쳐 지면기사

    노동조합 및 노조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룰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20여 년의 노력을 수포로 돌리며 결국 폐기됐다. '내 책임도, 네 책임도 아닌 채' 원청과 하청사이 탁구공처럼 튕겨져야 했던 하청노동자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권리법이 폐기됐다. '저출산은 노동의 문제'라고 주장해온 기자 시각에서는 이 법의 폐기가 곧 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다른 언어로 들렸다.'산아제한정책'을 경험한 60대 중반이상의 부모 세대는 졸업하면 쉽게 취직했고, 가장의 벌이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때 회사 직원은 미화직원까지도 모두 그 회사 사장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정직원이었다. 1997년 IMF를 거치면서 노동유연성을 빌미로 비정규직이 생겼다. 근로계약을 한 회사와 업장이 달라지면서 업장에서 그들은 유령과 같은 처지가 됐다. 차별은 소외를 낳고 소외는 비관을 낳고 비관은 미래를 죽였다. 사회 전체에 퍼진 그 비관이 바로 저출산의 원인이고, 우리를 양극단으로 밀어넣는 원인이다.노란봉투법은 바로 그 고리를 끊어내자는 작은 몸부림이었다. 적어도 근로 환경은, 그 근로를 주는 업장의 사장과 직접 교섭할 권리를 달라는 목소리였다. 하청노동자로 일하지만 나는 유령이 아니라고 인정해 달라는 절규였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법이 "노사관계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너무 심각하기에 정부로서는 도저히 공포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헌법은 근로자의 기본권, 사용자의 재산권, 영업의 자유를 조화롭게 보장해 노사관계에서의 사회적 균형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 법은 그 균형을 부수고 있다"고 했다.반대로 묻고 싶다. 헌법32조는 근로조건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수준일 것임을 요구하고 있다.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은 존엄성을 보장받는 수준인가.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4명이 해당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행복하다면 '내 한몸 지키기도 힘들어 후세는 못낳겠다'는 푸념이 나오겠나. 한국노총 지도부 출신 이정식 장관이 답해줬으면 좋겠다.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sj@kyeongin.com

  • [오늘의 창] 하버프론트 터미널과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칼럼

    [오늘의 창] 하버프론트 터미널과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지면기사

    지난달 출장차 싱가포르 하버프론트 터미널을 방문했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바탐섬을 잇는 카페리가 운항하는 터미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상 깊었던 점은 터미널에 배를 타려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곳에 있는 음식점이나 쇼핑몰을 이용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도 많았다는 것이다.인천항에도 인천과 중국 10개 도시를 잇는 카페리가 운항하는 터미널이 있다. 2020년 6월 개장한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인해 3년 넘게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가 올해 8월부터 다시 승객들이 이용하기 시작했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싱가포르 하버프론트 터미널과는 다르게 아직 사람이 많지 않다. 10개 노선 중 4개 노선만 승객을 태우고 운영을 재개한 데다, 기존 승객 수요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을 찾는 일반 시민들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이 크다. 인천항만공사는 이곳을 새로운 관광 코스로 만들기 위해 전망대 역할을 하는 유리병 등대를 만들고, 옥상에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까지 가는 대중교통편도 마땅치 않고, 너무 외곽에 위치한 탓에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고 있다. 여객 운항이 중단된 시기 이곳은 직원들만 머무는 시설이 돼버렸다. 편의점이나 식당가 등은 문을 닫았고, 이용할 편의시설이 없는 탓에 사람들이 더 찾아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인천은 해양도시다. 이러한 명성에 걸맞지 않게 도심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장소는 드물다. 이 때문에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은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소중한 장소다. 이 같은 곳이 싱가포르 하버프론트 터미널처럼 사람들로 붐비기를 바란다면 인천항만공사, 인천시 등 관계기관이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초라한 결과의 원인을 외부 환경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 [오늘의 창] '전세사기… 돕는 사람들' 다음서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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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전세사기… 돕는 사람들' 다음서 사라진 이유 지면기사

    사회부 기자들이 연재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을 인상 깊게 읽고 있다. 변호사, 공인중개사사무소, 심리상담사를 비롯해 수천 가구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지역사회의 평범한 이웃을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전세사기 피해자이면서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이도 있다.전세사기는 미추홀구처럼 특정 지역의 빌라 등 특정 공동주택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피해자대책위원회 또한 지역성이 강하다. 이들은 피해 회복 활동과 정책·제도 개선 요구는 물론 사기 피해 공동주택 관리 문제까지 다룬다. 피해자가 아닌 또 다른 이웃이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로 연대하고 있어 하나의 '지역 공동체'를 형성했다.경인일보 사회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언론사 중 가장 먼저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구성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후 1년 넘게 지역의 시선 혹은 지역 공동체 관점에서 전세사기 문제를 보도하고 있다. 총 기사수를 따져보니 하루에 한 건 이상 다뤘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을 집중 조명한 보도도 유일무이하다. 경인일보가 특화한 전세사기 기사를 최근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다음은 뉴스 검색 결과 기준(기본값)을 '검색 제휴 언론사'(1천100여 개)에서 '콘텐츠 제휴 언론사'(150여 개)로 변경했다. 대부분 지역언론사는 다음의 콘텐츠 제휴 언론사가 아니며, 경인일보도 마찬가지다. 다음에서 검색 결과 옵션을 '전체'로 바꾸는 매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경인일보 전세사기 뉴스를 검색할 수 있다. 포털 다음에서 기사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다음은 '이용자 선택권 강화'를 위해 뉴스 검색 방식을 바꿨다고 했지만, 그 방식이 '지역 뉴스 사막화'를 부추기고 있다. 다음에서 사라진 '경인일보 전세사기 보도'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목소리와 시선을 담은 전세사기 지역 뉴스가 사라진 자리엔 '사건'과 '정치 공방'에 관한 뉴스만 남았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피해자들의 호소가

  • [오늘의 창] 야간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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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야간개장 지면기사

    1976년 봄 용인에 동물원과 사파리, 식물원 등을 갖춘 자연농원이 개장했다. '한국판 디즈니랜드'로 불린 자연농원은 한동안 국내 유일의 테마파크로 입지를 다지며 어린이들을 설레게 했다. 1988년에는 과천에 서울랜드가 등장했다. 자연농원의 20% 정도에 불과한 작은 면적에도 서울랜드는 테마를 세분화하고 놀이콘텐츠를 집중 배치해 자연농원의 아성을 위협했다. 하지만 둘의 경쟁구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1989년 여름, 접근성이 뛰어난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개장하면서다.롯데월드는 무엇보다 시설 대부분이 실내에 있어 연중 날씨 영향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 같은 특징으로 당시 롯데월드는 일 년 내내 늦은 밤까지 야간개장을 할 수 있었고, 세계 최고를 다투는 실내테마파크로 탄탄히 자리매김했다.해방 후 미 군정부터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부터 야간 통행금지의 역사가 유구한 한국인들 본능에 '야간 나들이'는 특별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요즘은 경복궁과 덕수궁, 독립기념관 등에서도 야간개장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파가 몰리는 관광시설일지라도 무조건 야간개장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과 같은 안보관광시설이 그렇다. 애기봉은 과거 성탄 트리 점등과 확성기 이념방송 등 분단을 상징하는 장소였다. 공원으로 탈바꿈하긴 했어도, 여전히 출입하려면 예약 후 신분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이 군 당국과 협의 끝에 지난 10월28일부터 야간개장을 시작했다. 해넘이와 문화공연, 흔들다리 야경을 경험한 방문객들의 호응이 뜨겁다. 김포시는 최근 애기봉 야간개장 말고도 아라뱃길 경인항의 모호한 명칭 변경도 추진 중이다. 이 모든 게 '군사 접경도시', '인천 끝자락에 있는 도시', '강화 가는 길목' 등 외부에 어정쩡하게 알려진 도시 정체성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야간개장이든 명칭 변경이든 여러모로 바람직한 시도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 [오늘의 창] 협력 위해 묻고 제안할수 있는 장(場)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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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협력 위해 묻고 제안할수 있는 장(場)돼야 지면기사

    의왕시가 지난 10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2024년도 주요사업 설명회'를 열면서 시의원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이소영 국회의원실의 김명진 보좌관,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단 정무수석인 김영기 의원을 초청했다.이날 행사는 주요 간부 공무원들도 나서서 취재진의 참여를 크게 요구한 만큼 설명회 시작 전부터 끝난 후까지 자리를 지켰다. 지역 핫이슈인 '오매기지구 도시개발사업'에 관한 협력을 국회의원 측에 요구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컸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내년도 사업을 7개 비전으로 나눠 세부사업의 추진계획을 설명한 보고회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시 집행부는 도의회 2명의 지역구 의원과 1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참석시키지 못하는 등 많은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또 '쾌적한 친환경 명품도시'를 위한 각종 사업들을 수십 분에 걸쳐 소개했는데, 오히려 내년도 주요사업에서 국·도비 지원이 필요한 사업을 중점적으로 드러내 국회와 도의회, 시의회 등으로부터 빠른 피드백을 받아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국회의원 측에서 볼 때 의왕을 방문했다가 여의도로 복귀하는 시간이 회의 시간보다 2.5배는 더 소요됐을 것이다.시의회 역시 아쉬움이 컸다. 시 집행부의 대략적인 업무 보고 이후 발언 기회가 주어졌는데, 모처럼 타 기관 인사들도 참석한 만큼 정부 또는 도를 상대로 시정 협력 차원의 질문 또는 제안을 하는데 주력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평소 월간회의·업무보고에서 하는 질의·응답, 지적사항 등이 이뤄지면서 시 집행부의 약점 찾기에 몰두했다. 그나마 김명진 보좌관과 김영기 도의원이 국·도비 지원 방안을 찾기 위한 활동에 나서기도 했지만 시간이 짧았다.차기 회의는 격식도 중요하겠지만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협력이 필요하면 제안할 수 있는 자리가 돼야한다. 실질적으로 시민을 위한 좀 더 깊이 있는 여러 방안 등을 주고받는 실효성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송수은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 [오늘의 창]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인천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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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인천서점 지면기사

    "제가 느끼기에는 (의원님이)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하시는 것 같은데(웃음), 그런 대안이 나올 수 있는지, 한번 더 면밀히 검토해 보겠고…."지난 15일 인천시 문화체육관광국에 대한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나온 의원 질의에 대한 인천시 담당 국장 A씨의 답변 일부다.유경희(민·부평구2) 의원이 인천시가 인천아트플랫폼 운영 방향 개편을 추진하며 공론화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고, 예술인·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자 담당 국장은 "소명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니. 시의원 지적을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矛盾)처럼 표현했다.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에 나선 시의원의 공론화 요구에 지방자치단체 고위 공무원이 웃으며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질문'이라는 식으로 되받아치는 사례는 흔치 않다.공교롭게도 이날 A국장의 말실수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워낙 유동인구가 적다 보니까 저희가 코로나 때문에 상당 부분 감면을 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2천500평 되는 인천아트플랫폼의 유일한 카페였는데, 그것도 지금 운영을 못하고 문을 닫은 걸로…."인천아트플랫폼에 입점한 북 카페인 '인천서점'이 지난 10일 문을 닫은 이유를 묻는 박판순(국·비례) 의원 질문에 A국장은 이같이 답했다.하지만 실제 인천서점을 운영한 업주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는 국장의 설명과는 차이가 있었다. 실제 이유는 경영난보다는 계약기간 종료에 따른 폐업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11월 12일이 계약 만료일인데, 계약 만료일에 앞서 이틀 일찍 문을 닫았다는 것이 전 인천서점 대표의 설명이다.인천서점 대표는 "공교롭게 인천아트플랫폼과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리는 시점에서 계약 기간이 만료됐고 개인 사정이 겹쳐 인천서점이 문을 닫게 된 것이지 경영난이 이유는 아니었다"면서 "올해 말 끝나는 인천문화재단의 인천아트플랫폼 위수탁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성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sh96@kye

  • [오늘의 창] 정치병 치료, 진영논리 아닌 사안별 판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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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정치병 치료, 진영논리 아닌 사안별 판단부터 지면기사

    2023년 대한민국은 현재, 극우와 극좌 성향을 가진 일부 국민들 간에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돼 국론분열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이념과 행동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상대를 맹목적으로 공격할 뿐 아니라 증오와 혐오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이러다 보니 어떠한 사건 발생 때마다 사안별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진영논리에만 생각에 갇혀 내편네편만 따지고 있는 실정이다.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이들은 심각한 '정치병'에 걸려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극좌와 극우 세력은 항상 존재하지만 그 수가 중도층을 넘어서면 국론이 분열되는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에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특히 이들의 극단적인 생각을 만류해야 할 지도자인 정치인들은 되레 이들의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게끔 부추기는 발언을 통해 자신과 정당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도구로 악용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그러기에 극좌·극우 성향의 국민들은 스스로 '정치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가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어려울 것 같지만 치료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치에는 선악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자.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바라보면 대화를 할 수 없다. 대화가 단절되면 타협도 없어지게 된다. 더 쉽게 예를 들자면 조정훈 국회의원의 말을 빌려 "아침에 일어나면 진보고, 밤에는 보수다. 어쩔 땐 아침엔 보수고 밤에는 진보다"라는 말 속에 치료법이 있다.진영논리가 아닌 사안별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면 국민의 여론을 먹고 사는 정치인들도 함부로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일을 멈출 것이라 단언한다.우리는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임진왜란 발발 전 조선이 서인과 동인으로 갈라져 정쟁만을 일삼다가 국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 그 피해와 고통은 오롯이 국민이 온몸으로 감내해야 했던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 [오늘의 창]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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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취향 지면기사

    짧지 않은 시간 문화체육부 문화담당 기자로 일하다 최근 정치부로 옮겼다. 인사 명령을 받고 나면 언제나 크고 작은 힘든 일이 생긴다. 꼭 수습기자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사회부 기자로 일하다 문화체육부로 옮길 때도 비슷했다. 그때 무엇보다 가장 어색했던 건 '읽기'와 '듣기'였다. 문화·예술 영역 창작자들이 생산한 글을 눈으로 읽을 때나 그들과 직접 만나 대화할 때 귀로 듣는 언어는 평소 사용해온 말이나 글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창작자의 생각이나 마음을 제대로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었고 거리감이 느껴졌으며 일에 재미를 붙이기도 처음엔 어려웠다.그래도 참고 계속 접하다 보니 '취향'이라는 것이 생겼다.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에 더 끌렸다. 취향이 생기니 하고 싶은 얘기도 조금씩 생겨났다. 물론 좋다고만 할 수 없는 취향이기에 굳이 공개하지는 않았다.정치부에 오니 역시 비슷한 일을 겪는다. '읽기'도 힘들고 '듣기'도 어색하다. 뾰족한 수가 없어 참고 보고 읽고 듣는 수밖에 없어 계속 '정치'와 '시정(市政)'을 배우려 노력 중이다.직전 부서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취향'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시점에서 나의 취향은 '먹고 사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고 싶은 얘기도 곧 생겨나리라 믿는다.다행인 것은 한동안 그렇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치권이 '먹고 사는 이야기'로 크게 한 판 '정책 대결'을 벌이려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가 앞다퉈 '민생'을 외친다.'먹고 사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그런데 모든 이가 먹고사는 데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여서 말하는 이의 '진정성'을 간파하기도 쉽다. 만약 그것이 거짓말이라면 곧 들키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역풍도 뒤따를 것이다. 부디 신중을 기해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 /김성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 [오늘의 창] 안산시 큰 숙제 인구감소, 당론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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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안산시 큰 숙제 인구감소, 당론 중요한가 지면기사

    안산시의회 의원들의 연구단체인 '인구정책연구모임'은 지난 8월 '인구 감소 실태 및 대응 방안 연구용역'에 대한 중간보고회를 갖고 오는 2040년에 안산시의 인구가 63만명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기준 안산시 인구는 72만8천585명으로 가장 많았던 2014년 77만7천932명보다 5만명 가량 줄었는데, 오는 2040년에는 이보다 두 배인 10만명 더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연구를 통해 나온 것이다.연구용역의 보고서에서는 만 18세 이상 49세 미만 남·여 5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 인구감소현상을 알고 있는 비율은 조사대상의 56.7%였으며 이중 80%가 도시경쟁력 및 경제쇠락 등의 이유로 인구감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또 응답자들은 주거공급과 교통 확충, 일자리 등이 인구 유입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했다.실제로 화성시와 시흥시 등 주변의 지방자치단체는 신도시 개발 등으로 주거를 대거 공급하면서 인구 유입에 대한 재미를 쏠쏠히 봤다.이 기간 안산시는 시장이 계속 바뀌어서 그런지 매번 달라지는 도시개발 정책으로 인구를 계속 인근 지자체로 빼앗겼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산에는 대규모 공공주택지구 개발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장상지구(1만4천579가구), 신길2지구(6천192가구), 안산·군포·의왕지구(1만4천625가구) 등을 통해 4만5천여명에 달하는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개발이 가능하다.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안산시만의 정책이 필요하다. 안산시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담 부서인 도시개발단 신설 등의 조직개편을 내년 1월1일 추진하려 하는데 현재 안산시의회의 반대로 막혀 있다.항상 여야 의원 모두 인구 감소가 안산의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던 만큼 당론을 떠난 한목소리가 가장 필요할 시점이다. /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 [오늘의 창] 영업부장 쿠마몬의 또다른 직함 '행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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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영업부장 쿠마몬의 또다른 직함 '행복부장' 지면기사

    일본 구마모토현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는 지역 홍보의 공로를 인정해 쿠마몬을 인턴사원급에서 단숨에 영업부장으로 초고속 승진시켰다. 이후 지사가 주재하는 간부회의 때마다 쿠마몬을 참석시켰고 다른 지역에 방문해 고위급 인사를 만날 때도 쿠마몬을 대동했다. '상식을 벗어났다', '장난이 도를 넘었다' 등의 비판을 온전히 수장이 감내하면서 직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자유로움이었다. 공조직의 틀을 깬 직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속에서 쿠마몬은 무럭무럭 성장, 지금의 위치에 섰다.구마모토현 주민들에게 쿠마몬은 곧 자부심이다. 지역에 많은 경제적 이득을 안겨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을 널리 알리고 이곳에 사는 주민으로서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줬다는 데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영업부장 외에 행복부장 직함도 가진 쿠마몬의 목표는 '구마모토현민의 행복량 최대화'이다. 여기에 태어나 자라고 또 자식을 낳아 키우고 평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행복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으로 만든다는 게 구마모토현의 최종 지향점이다.경기도는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광역단체다. 그러나 도시 개발로 인해 외부에서 유입된 주민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다른 시·도에 비해 지자체에 대한 소속감과 애향심이 낮은 편이다. 도내 각 지자체는 이를 극복하고 인지도를 끌어올릴 방안 중 하나로 캐릭터 사업에 눈을 뜬지 오래지만, 아직 주목할만한 성과에 이르진 못했다. 대학생들이 평소에 '과잠(학과 점퍼)'을 착용하고, 관중들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는 건 소속감 때문이다. 캐릭터를 훌륭한 홍보 수단 정도로만 삼을 게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존재로 키워야 하는 이유다.아무리 귀여운 캐릭터라 해도 하루아침에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순 없다. 만드는 것보다 가꾸는 게 훨씬 중요하다. 쿠마몬의 뱃살이 두둑한 건 구마모토현의 깨끗한 지하수를 통해 자란 맛좋은 농·수산물을 먹기 때문이란다. 이 같은 발상이 그저 놀랍다. /황성규 지역사회부(용인)차장 homerun@kyeongin.com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