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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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불신만 키우는 궁색한 해명 지면기사
'하남시, 아이들 노는 수영장 '여과기 고장' 한 달간 숨겼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하남시는 바로 반박자료를 냈다. 반박자료를 통해 시는 수영장 여과기(정화시스템)가 미가동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시의 해명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는 수영장 물을 어떻게 갈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른 유리잔류염소, 수소이온농도, 탁도, 과망간산칼륨, 대장균, 비소 등에 대한 허용기준치만 적시돼 있다.하지만 휴일 다음 날 새 수돗물을 받아 놓고 수질검사를 한 시의 꼼수는 미사강변도시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서울 암사아리수정수센터의 아리수를 떠다가 수질검사를 했던 것에 불과하다.특히, 수영장·물놀이장 개장 전날인 7월 20일 정화시설 시험가동 중 혼탁수 유입사실을 파악하고도 개장을 미루고 보수 공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21일 개장을 강행한 이유도 없었다.그리고 7월 31일(유입관 CCTV 촬영 관 균열 발견), 8월 7일(유입관 보수 및 유입수 확인), 8월 14일(시험가동) 등 수영장·물놀이장 휴일인 화요일에만 작업한 이유도 확인할 수 없다.'수영조의 욕수는 1일 3회 이상 여과기를 통과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여과기를 작동하지 않은 채 수영장을 운영한 사실 자체만으로 엄연히 법 위반 사항에 해당된다.뿐만 아니라 유류잔류염소측정기 등을 운영업체에 지급해 관리했다고 하지만, 수영장 담수만 700t이 넘고 인파가 몰릴 땐 4천 명이 넘어 안전요원만으로 원활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류잔류염소측정기로 수질관리가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이처럼 수영장·물놀이장 개장 전 및 개장 초기 수영장을 운영하는 데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수영장·물놀이장 운영을 강행했다는 사실은 실수(과실)였다고 하기엔 타당치 않다. 오히려 고의적이거나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성호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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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이재명표 혁신이 경계해야 할 것들 지면기사
이재명 경기지사의 취임 두 달째. 경기도에는 혁신 바람, 아니 혁신 태풍이 불고 있다. 공공건설 원가공개 등 투명 행정에 대한 시동이 걸렸고, 쪼개기 수의계약 등 이미 한차례 감사가 진행됐던 사안들도 다시 책상 위에 올라 새로운 심판을 기다리는 중이다. 인수위는 아예 지난 민선 6기 행정의 불법 사항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감사를 정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그간 경기도 행정의 문제점을 다시 되짚고 깨끗하게 거듭나자는 이 지사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과거 김문수 전 지사 시절 도청 곳곳에 붙었던 '청렴영생 부패즉사'라는 문구가 오버랩 되듯, 최근 경기도 공직사회에서는 '걸리면 죽는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내부를 겨냥한 혁신의 칼이 이 지사를 두고 불거진 이슈 덮기라는 공무원들 사이의 비판도 있지만, 적폐를 청산하자는 취지와 외침은 주권자인 경기도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민의 표심도 이런 개혁과 혁신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공직사회도 적당한 긴장감이 청렴도를 높인다는 데는 공감한다. 다만 우려되는 점도, 경계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소통과 권위주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찬반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을 통해 절충안도 나온다. 반대여론이 소수라할지언정, 그것도 도민의 이야기다.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적폐로 지목되고 몰린다면, 그것 또한 또 다른 폐단이 될 수 있다. 신중하게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는 혁신정책이 보다 많은 도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작은 문제지만 도청 공무원 명찰패용도 이 연장 선상에 있다. 일반도민은 보안문제 등으로 도청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목적과 방문지를 밝히고 출입증을 받고 직원의 안내를 받는다. 공무원 이름 몰라서 주권자인 민원인이 애로를 겪을 일은 거의 없다. 명찰 패용은 주권자가 아닌 상급자에게 편리한 권위주의적 제도가 아닐까. 똑같은 도민인 도청 공무원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김태성 정치부 차장 mr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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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이제 국회가 답할 때다 지면기사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다. 대한민국은 벌겋게 달아올랐다.올해 폭염은 한반도의 기상 기록에 '역대', '최초', '최고' 등의 단어를 새겼다.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지난 1일 오후 4시 36분께 양평의 기온은 40.1℃를 찍었다. 경기도 내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수원도 오후 1시 34분께 39.3℃를 기록하면서 1964년 1월 1일 관측 이후 최고기온을 경신했고, 이천(39.4℃)과 동두천(38.7℃), 파주(37.6℃) 등도 역대 최고 기온을 새로 썼다.같은 날 서울은 낮 최고 기온이 38.8℃를 보였다. 1907년 기상청이 서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11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그야말로 살인적인 더위였다. 아니 실제로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으니 '재난'이 옳은 표현이다. 지난 5월 20일부터 8월 3일까지 열사병, 열탈진, 열실신, 열부종 등 온열질환을 호소한 국민은 2천967명이다. 35명은 목숨까지 잃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누진제 폐지 청원까지 등장했다.정부도 폭염이 재난임을 인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관련해 "폭염도 재난으로 취급해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에 포함시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가정의 전기 요금 경감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대통령의 의지를 받든 당정도 지난 7일 협의를 통해 전기요금 누진제를 7월과 8월 두 달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폭염에 전기요금 폭탄으로 당장의 호주머니 사정을 걱정해야 했던 서민들로선 가뭄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그러나 말 그대로 '단비'다. 앞으로도 해마다 폭염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만큼 내년이 되면 또다시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부는 2015년과 2016년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한 사례가 있다. 특히 2016년에는 이례적인 폭염으로 누진제를 개편해 기존의 6단계 11.7배수의 누진 구조를 3단계 3배수로 완화하고 요금을 낮췄다. 2년 뒤인 올해 또 폭염이 찾아오자 다시 대책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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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박남춘과 박원순의 여름나기 지면기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부터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서 옥탑방 살이를 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시작되면서 에어컨 하나 없는 옥탑방 온도는 한낮 40도를 오르내린다고 한다. 방 2개짜리 9평(30.24㎡) 남짓한 공간에서 그는 한 달간 머무르며 시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시정을 고민하고 상대적으로 낙후한 강북 도심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박 시장이 살고 있는 옥탑방으로 선풍기를 선물로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박원순 시장의 이런 옥탑방 살이를 두고 요즘 정치권과 SNS 등에서는 논란이 뜨겁다. 소통이 아니라 '쇼통'이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고, 에어컨이 있는 서울시 집무실에서 더 참신한 정책을 하라는 시민들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부정적 여론에 박 시장은 "난 여기 놀러 온 게 아니다. 서민 체험하러 온 것도 아니다. 난 여기 일하러 왔다"면서 "시원한 에어컨 대신 뜨거운 시민 속에서 보니 잘 안 보이던 것들, 놓치고 넘어갔을 것들이 보인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차라리 쇼라도 하라"고 맞받아쳤다. 자신의 옥탑방 생활을 지지하는 SNS 댓글을 인용해 "부탁인데 일도, 책임감도, 애민사상도, 아무것도 없으면 쇼라도 해라. 뭔 배짱이냐"라는 내용을 소개했다. 박원순 시장과 같은 당 출신의 박남춘 인천시장은 최근 직원들로부터 폭염 대책을 보고받고 난데없는 감사관실 직원들을 호출했다고 한다. 매년 시와 각 기초자치단체가 수립하고 있는 무더위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해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25명의 감사관실 직원들이 투입된 이번 현장 점검에서 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인천지역 무더위 쉼터 대부분은 주말과 야간에 운영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고, 일부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폭염 대책을 최근 들어 수립하는 등 늑장대응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와 함께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 무더위 쉼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인천시는 이 같은 지적에 따라 동구에 있는 송림체육관을 24시간 무더위 쉼터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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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님비시설을 이용한 돈벌이 인가 지면기사
님비(NIMBY) 현상은 'Not in my backyard'를 줄인 말인데, 그대로 뜻을 옮기자면 '내 뒷마당에서는 안 돼'라는 뜻이다. 즉 장애인 시설이나 쓰레기 처리장, 화장장, 교도소와 같이 지역 주민들이 싫어할 시설이나 땅값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시설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현상을 말한다.그러나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수원시 음식물자원화시설' 인근 지역의 화성시민들이 오해를 사고 있다."님비네"라는 말을 듣는다.그 이면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수원시가 210억원을 투입해 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는 해당 시설은 1996년부터 가동돼왔으며 십수년째 '악취'를 내 뿜고 있다.그러나 이 시설 인근 750m 떨어진 화성시민들은 그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았다.지난달 22일 수원시와 운영사가 '음식물자원화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자리가 만남의 최초였다.당시 주최 측은 설명회에서 이 시설이 확충되면 악취 민원도 없고 매우 우수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도 악취 등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설명을 들은 화성시민들은 이들을 향해 "그렇게 좋으면 수원시 광교에 설치하라"고 말했다. 또 "십수년째 피해를 주고도 그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그랬다. 사과는커녕 증설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가했다.더욱이 이 같은 고통 뒤에 누군가는 엄청난 이익을 얻었다. 해당 시설을 운영해온 서울식품은 올해 1분기 178억6천300만원의 매출액을 달성,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3.8%, 당기순이익은 68% 증가한 기업이 됐다.그에 반해 지역사회 환원사업은 사실상 전무했다. 수원시가 이런 기업에 3년간 수의계약이라는 또 다른 특혜를 줬다.과연 그게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 운영비도 57억원에서 61억원으로 올려줬다. 200억원 가까이 들여 시설도 고쳐준다. 왜일까. /김영래 사회부 차장 yrk@kyeongin.com김영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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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지방분권을 위한 염태영과 황명선의 도전 지면기사
성년이 지난 지방자치이지만 아직도 2할 자치라는 말이 나온다. 권력과 권한이 지방에 집중돼, 실제 지방자치의 역할이 극히 적음을 빗댄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분권형 국가'를 이야기하며 지방분권에 힘을 실어줬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이행된 분권은 찾아보기 힘들다. 중앙정치권의 시큰둥한 모습도 여전하다. 지방을 아직 중앙의 하부조직으로만 생각하듯,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이슈를 중앙으로 끌고 가려는 경향도 있다.얼마 전 민선 7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방분권 완성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 선거에도 출마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염 시장은 대표적 분권론자 중 한 명이다. 수원시를 특례시로 만들어 행정과 재정의 자주성을 높이겠다는 그의 공언도, 이 같은 신념에서 비롯됐다.수원과 2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논산의 황명선 시장은 염 시장과 돈독한 사이다. 민주당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의 전·현직 회장으로 지방분권에 대한 신념도 같다. 황 시장은 최근 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주당이 지방분권형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장이 당의 최고위원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출마의 변이다. 두 사람 모두 중앙정치 일색인 대한민국에서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지역의 주인이 지방정부가 되는 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목소리가 중앙에 알려지고, 역할도 강해져야 한다. 권력은 나눠야 폐해를 줄일 수 있고 더욱 효율적이며 그래야 지방도 살고, 중앙도 산다.지방분권의 동력이 늦어진 데는 지방의 책임도 있다. 분권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지방의 채널을 통해 지역의 목소리를 내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 염 시장과 황 시장 모두 험난한 지방선거를 치르고 또 다른 출마의 길을 나섰다. 지방분권을 대표하는 주역들의 앞길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경진 사회부 차장 lkj@kyeongin.com이경진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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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경고등은 꺼지지 않았다 지면기사
올 초 한국지엠 철수설은 인천을 뒤흔들었다. 지역 경제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 60여 곳이 참여하는 '한국지엠 조기 정상화 및 인천 경제살리기 범시민위원회'가 구성돼 정부와 인천시, 산업은행 등에 한국지엠의 조속한 정상화를 건의했다. 4천여 명이 참여한 궐기대회에선 "한국지엠의 경영위기로 자동차 산업과 인천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부각하기도 했다. 인천의 자동차부품업계가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은 인천 경제계와 지역사회가 함께 한국지엠 문제 해결에 나선 요인 중 하나였다. 인천지역 자동차부품 협력업체는 520여 곳으로 3만9천500여 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된ㅑ다. 이들의 가족까지 감안하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은 16만명 규모로 커진다. 인천 지역사회의 이 같은 열성적인 활동은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정부와 미국 GM 간 회생 합의에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 인천 자동차부품 업계에 켜진 경고등도 꺼진 듯했다.인천의 올 상반기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판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독 자동차부품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13개월 연속이다. 국내 완성차 회사들의 해외 현지 신차 출시와 차량 생산 대수가 줄어든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설명은 상황을 더욱 암울하게 한다.최저임금과 원자재 가격 등 비용의 지속 상승은 생산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발 보호무역 움직임도 더 강력해지고 있다. 인천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는 "미국의 수입 자동차 부품에 대한 고관세 적용은 우리에게 폭탄이 될 것"이라고 했다.국내외 환경이 모두 녹록지 않다. 자동차부품 산업은 인천 내 제조업 중 부가가치와 종사자 비중이 큰 주력산업이다. 핵심 기술 역량을 키우게 되면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는 항공·로봇 분야로의 고도화 가능성도 충분하다. 인천 자동차부품 산업의 새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 등 정책 당국도 업계의 목소리와 상황을 세심하게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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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연탄 한 장 지면기사
폭염이다. 더 이상의 부연도 필요없는 날씨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불쾌지수도 연일 상승하고 있다.이런 날씨에 문득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이 두 구절이 아마 시인이 표현하고 싶었던 핵심이 아닐까 싶다.자신을 태워 열을 내고 다른 이에게는 그 열로 밥도 짓고, 구들장의 온기가 돼주지만 정작 자신은 재가 돼버린다. 다 타고 남은 재를 사람들은 쓰레기 취급하지만, 눈이 내린 날 길거리에 연탄재를 뿌리면 미끄러지지 않는 길을 만들어주기도 한다.타기 전이나 다 타고 난 후에도 사람들에게는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 바로 연탄이다. 시인은 다시 말한다 '생각하면/삶이란/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이라고. 이 여름 연탄을 태울 일이야 없겠지만 폭염 속에서 일하는 것 자체를 짜증 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이 땡볕과 폭염을 즐길 수야 없겠지만 분명 누군가는 폭염 속에서 일하는 자신보다 더한 극한의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어쩌면 이 폭염도 우리 자신들에게는 행복의 한 조건일 수 있다.벌써 7월도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지만 아직 여름 무더위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무더위에 반사적으로 짜증을 쏟아내기보다 행복의 조건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무더위를 헤쳐나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조건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조건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이 폭염 피할 수 없다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행복의 조건을 찾아보는 것도 피서의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최규원 경제부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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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서울 쓰레기, 왜 인천에 묻나 지면기사
우리나라 폐기물 관리 정책의 기본 원칙은 '발생자 처리'다. 각 자치 시·군·구가 처리 시설을 갖추고 발생 폐기물을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 폐기물관리법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 1992년부터 이런 원칙이 무시된 채 서울·경기의 쓰레기가 인천에서 처리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광역 폐기물 처리시설인 수도권매립지는 지난해 3천684t의 쓰레기를 반입했다. 반입 비율은 서울이 45.5%, 경기가 36.0%이다. 정작 인천은 18.5로 가장 낮다.서울·경기가 자기 집 마당엔 혐오시설을 둘 수 없다며 남의 집에 와서 쓰레기를 버리는 데 쓰레기를 묻을 수 있는 매립면허권(소유권)은 정작 인천시 몫이 아니었다. 환경부와 서울시가 면허권을 갖고 있으면서 도로건설이나 항만건설에 따른 편입부지의 토지 매각 대금을 받아 챙겼고, 면허권자로서 '갑'의 지위를 누려왔다.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깨기 위해 지난 2015년 3개 시·도와 환경부는 4자 합의를 맺어 매립 면허권을 인천시에 이관하고, 매립지관리공사를 인천시에 이양하기로 했다. 하지만 4자 합의는 폐기물 발생자 처리 원칙에 대한 실천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못했다.지난해부터 3개 시·도는 수도권 매립지 사용 종료를 대비한 대체 매립지 발굴 용역을 공동 진행하고 있다. 이 용역은 발생자 처리 원칙을 전제로 진행돼야 한다. 제2의 수도권 매립지를 만들기 위한 용역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서울은 비싼 땅값과 인구 밀집지역의 민원을 핑계로 대체 매립지 확보에 소극적일 게 뻔하다. 이제 돈 몇 푼으로 환경과 맞바꾸는 시대는 지났다.서울시는 올봄 미세먼지를 억제하겠다며 인천·경기 지역의 노후 경유차 진입을 막겠다고 밝혔다. 국경 없는 미세먼지를 잡겠다고 애먼 인천시민들에게만 불편을 끼쳤다.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로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이동하는 연간 9만7천여 대의 서울시 폐기물 차량이 내뿜은 먼지는 안중에도 없으면서 말이다. /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mj@kyeongin.com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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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공항 안내로봇과 '스마트' 지면기사
지난 1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2세대 안내로봇 '에어스타' 시연회를 한다고 해서 가봤다. 로봇에게 "○○ 안내해줘"라고 하니, 알아듣고는 "따라오세요"라며 여객을 안내했다. 안내를 완료한 뒤에는 만족도를 묻더니 '매우 만족'을 터치하자 웃는 얼굴 모양이 나타났다. 한 외국인 여객은 그런 로봇에게 "cute(귀엽다)"라고 하며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인천공항은 '스마트공항'을 기치로 내걸고 안내로봇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안내로봇뿐만 아니라 '안면 인식 출국심사', '홈 체크인·백드롭 터널형 보안검색'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 인천공항의 도전은 일단 호평을 받고 있다. CNN은 지난 4월 아시아지역 공항들을 소개하면서 인천공항의 특징으로 '로봇'을 꼽은 바 있다. "인천공항에서의 재미는 로봇 무리가 여객들을 돕겠다며 공항을 돌아다니는 것을 볼 때 시작된다. 안내데스크나 복잡한 터미널 지도를 찾는 것은 잊어도 된다."인천공항 사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지 해외 항공사에서도 로봇 도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네덜란드 국적항공사인 KLM 네덜란드항공은 여객의 짐을 나르는 자율주행 운반 로봇 '케어-E(Care-E)'를 최근 공개했고, 미국 뉴욕 JFK공항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시범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신기한 것',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혹시라도 공항의 안정적 운영에 지장을 주는 무리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공항 주변에 드론을 띄워 조류를 퇴치한다고 하는데, 굳이 비행금지구역(관제권)에 드론을 띄워 새를 쫓아야 하느냐고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 안내로봇 경우도 여름 극성수기 혼잡한 공항에서 여객 통행에 불편을 줄 수 있고, 혹시나 안전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운영해야 한다./홍현기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hhk@kyeongin.com홍현기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