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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창]'중고차 우범지대 인천' 방치…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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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중고차 우범지대 인천' 방치… 언제까지 지면기사

    경인일보는 인천·경기 지역을 기반으로 취재·보도 활동하는 데 '중고차 사기'는 예외였다. 언제부터인가 강원, 영남, 호남 지역 등지의 시민들이 인천에서 중고차 사기를 당해 억울하다는 제보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사기 유형은 대부분 비슷했다. 인터넷에 '미끼 매물'을 올리고, 이 매물을 보고 인천까지 찾아온 이들에게 다른 고가의 차량을 강매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판 차량도 정상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노인,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타깃으로 한 범죄도 적지 않았다. 일부는 감금,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경인일보가 '중고차 우범지대 인천 기획'을 취재, 보도한 이유다.중고차 범죄는 '알면서도 당한다'는 점에서 보이스피싱과 유사하다.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사기 범행을 시도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사회 불안 요인으로 반드시 근절해야 할 범죄다. 그런데 중고차 범죄와 관련해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 기관 대응은 소극적이다. 보이스피싱을 막아보겠다고 홍보 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통장 신규 개설 규제', '지연 이체 제도 도입'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한 것과 비교하면 정부가 중고차 범죄가 만연된 현상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고 답답하다.중고차 범죄로 도시 이미지도 추락한다. '인천 중고차는 믿고 거른다', '인천 중고 딜러 90% 이상이 사기꾼' 등과 같은 말이 인터넷 게시판에 돌고 있다. 이로 인해 '선량한 딜러'들이 겪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 정직하게 일해도 고객들이 의심을 거두지 않고, 인천에서 중고차 딜러를 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주변 시선이 억울하고 답답하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인천의 중고차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인천시도 중고차 범죄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정부는 지난 1996년 자동차 매매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며 '자율 경쟁'을 유도했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중고차 매매 시장은 사업자 난립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대형 매매단지가 몰린 인천에서 적지

  • [오늘의 창]드라마 같은 삶 문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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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드라마 같은 삶 문선민 지면기사

    악착같이 뛰었다. 죽기 살기로 달리고 또 달렸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 그가 '깜짝 선발' 기용됐다. 문선민은 멕시코 수비 진영을 종횡무진 누볐다. 빠른 발로 측면을 계속 두드렸다. 공을 빼앗기면 이를 악물고 쫓아가 상대를 괴롭혔다. 거친 몸싸움도 불사했다. 넘어지는 찰나에도 집요하리만큼 공을 향해 발끝을 뻗어보고야 만다. 수비 가담도 인상적이었다. 공이 우리 진영으로 넘어오면 눈 깜짝할 새 달려와 수비진을 돕는다. 방송 해설가는 "저게 압박축구"라고 그를 추켜세웠다. 문선민의 투혼은 경기 초반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그렇다면, 문선민의 축구 인생이야말로 진짜 한 편의 드라마다. 고교 졸업 후 그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절박했던 문선민은 마지막이란 각오로 전 세계 축구 유망주를 대상으로 한 스포츠 브랜드 오디션에 참가한다. 무려 7만 5천여 명이 경쟁한 이 무대에서 극적으로 최종 8인에 선정된 그는 히딩크 감독 등의 눈에 띄어 스웨덴 3부리그에서 뛸 기회를 얻는다.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 스웨덴 명문팀에서도 뛴 문선민은 지난해 인천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입성했다. 올 시즌 국내 선수 최다인 6골(K리그1)을 기록 중이다.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개막 전 스웨덴전을 대비해 문선민을 '깜짝 발탁'했다. 당시 생애 첫 월드컵 엔트리 발탁 소식을 접한 문선민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보면서 축구 선수 꿈을 키웠다"며 "투지 있는 플레이로 감독님의 눈도장을 찍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결국 해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창단 15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국가대표를 배출하는 영광을 얻었다. 스웨덴전 활약이 기대됐던 문선민은 정작 벤치를 지켰다. 더군다나 태극전사들이 허무하게 패하자 인천 팬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나마 멕시코전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나 다행이다. 남은 독일전 활약도 기대해 본다. /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isj@k

  • [오늘의 창]승자독식 정치학에 대해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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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승자독식 정치학에 대해 고민할 때 지면기사

    6·13 지방선거에서 9명의 하남시의원 당선자 중 7명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차지하며 완승을 거뒀다. 반면, 현재 제7대 하남시의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2명만 시의회에 재입성, 소수 정당으로 명맥만 겨우 유지하게 됐다.당연히 시의장은 민주당 몫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누가 의장이 될 것이라는 하마평까지 나오고 있지만, 부의장을 비롯해 제8대 하남시의회에 처음 구성될 예정인 상임위원회의 위원장 자리 2곳은 오리무중이다.지역 정가에서는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도 민주당 시의원들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실 하남시의회는 지금까지 승자독식 정치학이 뿌리 깊게 자리를 잡으면서 이러한 예상은 당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7대 하남시의회는 한국당이 시의장과 부의장을 독식했고 제6대 하남시의회는 반대로 민주당이 의장, 부의장을 모두 차지하는 등 20년 동안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미명 아래 승자인 다수가 소수를 배제시키는 수단이 돼 왔었다.지금 하남시는 인구수가 24만을 넘어 40만 자족 도시를 바라보면서 도약을 위한 과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맞춰 하남시의회도 시의원이 7명에서 9명으로 늘어나게 됐고 특히, 상임위원회도 구성되는 한층 전문성을 보여 줄 때가 됐다.새롭게 구성된 제8대 하남시의회가 예전처럼 전리품 나눠먹기식의 승자독식 정치학을 유지하기보다는 의회의 집행부 견제·감시라는 본연의 의무를 다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특히, 상생협력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사실 시의회를 시장 당선인과 같은 정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함으로써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의회 내에서의 균형 기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청와대가 지방권력 부정부패에 대대적 감찰을 예고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여당 내에서도 새로운 권력이 지방을 잘 운영하며 칭찬을 받지만 못하면 더욱 매서운 회초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moon23@kye

  • [오늘의 창]기대되는 이재명, 아쉬운 남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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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기대되는 이재명, 아쉬운 남경필 지면기사

    지방선거가 끝나고 한국갤럽이 여론조사를 했다. 당선자 중 가장 기대되는 인물과 낙선자 중 가장 낙선이 아쉬운 사람을 묻는 조사였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일명 '경기대첩'에서 맞붙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당선자가 기대되는 당선자 중 1위를, 낙선이 아쉬운 정치인은 남경필 현 경기지사가 1위였다. 남·북 및 북·미 대화 등으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질 뻔한 지방선거를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만든 것도, 선거 이후에 가장 기대되는 행보가 예상되는 이도 바로 이 두 사람이다.두 사람 모두 차기 진보와 보수 진영의 잠룡이다. 이재명 당선자는 역대 경기지사 중 유일한 풀뿌리 정치인 출신으로, 이미 지방자치와 한국 정치에 새로운 족적을 남겼다. 지방선거 이후 대선 블루칩으로 떠오른 건 자명한 사실이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 명암이 엇갈렸지만, 남경필 지사 역시 보수 혁신과 재건을 책임질 인사로 거론되면서 낙선 후에도 분주할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결과로 무게감이 달라지긴 했으나, 각 진영에서의 이들 위치는 과거와 별로 변함이 없어 보인다. 두 사람의 치열한 경쟁이 비단 이번만이 아닐 것이란 예감이 든다. 선거를 통해 두 사람 모두 과제와 교훈을 얻었다. 이재명 당선자는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거셌던 네거티브를 뚫고 도민의 선택을 받았다. 비방과 의혹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억울한 점도 있었겠지만, 맹목적 비판이 아닌 합리적 비판에 대한 대응은 좀 더 수용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도 들었다. 이재명 만이 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적폐청산과 개혁을 위한 출발선에서, 그는 다시 한번 참을 인(忍)을 새겨야 한다. 그래야 그가 외쳤던 새로운 경기도가 완성되고, 이재명 당선자도 기대되는 정치인임과 동시에 신뢰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남경필 지사는 그동안 자신이 외쳐왔던 보수 개혁을 위해 투신해야 한다. 낙선을 아쉬워하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의 좌우균형을 찾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그래야 아쉬운 일이 그나마 덜 생긴다. /김태성 정치부 차장 mrkim@kyeongin.com김태성 정치부 차장

  • [오늘의 창]정치 축제가 몰고 올 후폭풍을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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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정치 축제가 몰고 올 후폭풍을 경계하자 지면기사

    정치권의 축제가 끝났다.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승리를 위해 달려온 수개월 간의 여정은 승자와 패자를 남긴 채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했다. 승자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보다 패자의 아픔을 보듬고, 패자는 승자를 헐뜯기보다 승자의 기쁨을 함께하는 아량이 필요하다.선거 후 정치권의 뒷정리도 더없이 중요하다. 정치권의 한순간 한순간이 곧 민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흔히 지방선거의 끝은 '정치 과잉'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한다.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이뤄지면서 가장 큰 관심이 정치 쪽으로 쏠리는 탓이다. 당장 선거가 끝났으니 정당별로는 책임론이 거세게 일 것이고, 당내에서는 계파 간 갈등과 분열 등이 첨예해질 것은 자명하다.여기에 정치권의 이합집산, '줄서기'로 대변되는 관료사회 권력 추의 이동, 기존 권력의 누수 등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곧 '생산성 낮은 정치'로 이어지고, 부정적 단면의 극성은 민생경제의 파탄을 가져올 어두운 그림자를 키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국회 차원의 불확실성도 우려를 낳는다. 무엇보다 반환점을 돈 하반기 국회는 선거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하반기 국회 의장단 구성과 전당대회를 통한 각 정당 대표 선출이 기다린다. 이 기간 국회는 공백 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사실상 '깡통국회'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여야 간 대치도 부정적 측면을 키울 수 있다. 지방선거 이전부터 극을 달렸던 여야 간 대립과 국회 파행 장기화가 선거 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반기 국회에서 실타래를 풀지 못한 방송법 개정안과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 규제프리존 특별법안 등을 둘러싼 첨예한 대치가 불가피해서다. 이 가운데 상가임대차 보호법·주택 임대차 보호법·소비자 집단소송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는 결국 민생 경제를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정국일수록 경제계는 몸을 움츠릴 것이고, 그 여파로 경제의 혈관이 좁아지면서 국민의 주머니는 더없이 가벼워지

  • [오늘의 창]대개천하(大蓋天下), 인개천하(仁蓋天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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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대개천하(大蓋天下), 인개천하(仁蓋天下) 지면기사

    도량이 천하를 덮고(대개천하·大蓋天下), 어짊이 천하를 덮어야(인개천하·仁蓋天下) 천하를 받아들이고,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중국 주나라의 태공망이 쓴 것으로 전해지는 육도삼략(六韜三略)의 핵심으로, 마음이 크고, 인심을 베풀어야만 민심을 얻고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이다. 당시 주나라 문왕은 태공망에게 "어떻게 천하를 다스려야 하냐"고 물었고, 태공망은 주저 없이 6가지 비법(?)을 말하며, 대개천하와 인개천하를 으뜸으로 전했다고 한다. 태공망은 일자 바늘로 세월을 낚았던 강태공이다. 이렇듯 넓고, 어진 마음은 오래전부터 지도자의 필수 덕목으로 꼽힌다.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혼탁하게 진행되고 있다. 상호비방, 각종 비리폭로를 넘어 가정문제까지 들춰내며 상대 후보와 유권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안산의 경우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추모공원 건립 문제를 놓고 심각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일부 후보들은 안산시를 위한 개발계획과 복지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도 상대 후보의 의견을 대놓고 비하하는 등의 감정싸움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후보자 간 대립은 결국 주민들 간 마찰을 만들고,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만 안타깝게 할 뿐이다. 특히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안산지역 내 많은 인사들 간 치열한 선거전으로 인해 선거 이후 봉합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생길 정도다.당선인에게 바란다. 선거 이후 패한 후보는 물론 반대했던 인사들, 주민 모두 조속히 감싸 안아야 한다. 선거기간 쌓인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힘들었던 기간만큼 대립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화랑유원지 세월호 추모공원 건립 문제를 비롯 무수히 많이 제시됐던 공약들에 대해 상대 후보와 주민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후 진행해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넓고, 어진 마음으로 안산시를 멋지게 이끌어 주길 바란다. /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kimdh@kyeongin.com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 [오늘의 창]'여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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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여우비' 지면기사

    '여우비'는 옛 이야기에서 여우를 사랑한 구름이 여우가 시집가자 너무 슬퍼 우는 비를 말한다. 맑은 날에 잠깐 내리는 비를 가르쳐 '여우비'라 한다.요즘 안양시청에는 때아닌 '여우비'가 종종 출몰(?)해 민원인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양시청을 자주 찾는 민원인들이 공통으로 취하는 행동이 있다. 바로 청사에 들어올 때는 고개를 숙이며 뛰고, 나갈 때는 하늘을 한번 쳐다보며 뛰는 것. 시 역시 민원인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시청사 입·출구마다 안내 표시판을 세워 놓고 있다. 이는 안양시가 전국 최초로 미세먼지 절감 대책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인공 비 살 수 시범운영 때문이다. 시는 지난 5월부터 시청사 건물 옥상에 미스트나 인공 비 발생 시설을 별도 설치해 지상으로 인공 비를 뿌리고 있다. 인공 비는 건물 동서남북 4개면 모두에서 미세먼지 농도 수준이 '나쁨'을 기록할 때 1시간씩 매일 3회에 걸쳐 내리고 있다. 시는 다음달 말까지 인공 비 살 수를 시범 운영한 다음 데이터를 축적해 시뮬레이션 작업을 할 예정이다. 시는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 나온 결과치를 토대로 만약 인공 비가 미세먼지 절감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학교 등 교육시설을 비롯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운영 장소를 확대할 계획이다.요즘 환경부의 대기환경 발표를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대기오염농도 수준이 '나쁨'이거나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길거리를 지나는 보행자나 공원에서 운동하는 시민들, 학교에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대다수가 입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기초단체장 이상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깨끗한 도시'를 만들겠다며 앞다퉈 미세먼지 문제를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선거 공약을 면밀히 살펴보면 나무 심기, 경유차 조기 폐차 유도 등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추진해야 하는 중장기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바로 앞에 닥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안양시의 '여우비

  • [오늘의 창]가끔은 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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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가끔은 느리게… 지면기사

    세상에는 빠른 길 밖에 없는 걸까. 네비게이션을 켜면 빠른 길, 지하철 어플리케이션을 켜도 빠른 시간표가 먼저 나온다. 그래서 조금만 늦어도 화를 낸다고 누군가 말했다.하지만 그 길을 천천히 가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고, 가끔은 천천히 가는 길에서 여유와 힐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사는 듯 싶다. 또 누군가는 진짜 좋은 것은 모르는 듯 아는 듯 천천히 온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빨리 빨리를 외치는 일상에서 느림이라는 것은 때론 죄악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느리다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 말인 즉 지금의 사람들은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중시하게 되면 결과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도 발생할 수 있다. 남이 다 해놓은 것을 자신의 결과물로 치장하는 일도 비일비재해진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그런 일들 말이다. 현실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빠르게 처리해야 할 일은 빠르게 해야겠지만 굳이 빠르지 않아도 되는 일조차 빠르게 한다면 살아가면서 느껴야할 여유마저 빼앗는 셈이 아닐까. 매일 똑같은 일상을 위해 같은 길을 다니다보면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는 빠른길만 있는 건 아니다. 가끔 여유를 갖고 천천히 가다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주변 모습에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 그건 자신에게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오늘 퇴근길 늘 다니던 길을 천천히 가보자.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지금껏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느림의 길에서 찾는 여유라는 '힐링'이 될 것이다. /최규원 경제부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경제부 차장

  • [오늘의 창]한반도 평화, 이제 지루한 성공의 길 택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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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한반도 평화, 이제 지루한 성공의 길 택할 때 지면기사

    지난 주말 사이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쳤다. 24일 진행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이어 몇 시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 26일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다시 불씨가 살아난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소식 등 불과 며칠 사이 수년간 겪어야 할 일이 한 번에 일어난 것처럼 어안이 벙벙했다.국내 정치권과 언론 또한 롤러코스터에 동승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몇 시간 사이 정 반대의 기사와 논평 등을 쏟아내며 국민들을 더 혼란에 빠뜨렸다. 24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진행하자 언론과 각 정당은 한반도 비핵화의 첫발을 뗐고 북미 정상회담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도와 논평 등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2일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선언하자 일부 야당은 이런 조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외교 참사', '문재인 운전자론 실패',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 교체' 등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언론 또한 '북미정상회담 무산'이란 제목 하에 한반도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보도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 발표 이후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다시 장밋빛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한반도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가 마치 '쇼'나 영화를 관람하듯 이렇게 가볍게 다뤄져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극적 반전', '성사 아니면 실패' 등 이번 사안을 보는 시각이 너무 가볍고 이분법적이다. 주말 사이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여러 소식을 접하며 문득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칼럼집 '파국론에 등을 돌리고'가 떠올랐다. '이분법을 넘어 우리가 걸어야 할 지루한 성공의 길을 토의하다'란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최 교수는 이념의 좌·우를 떠나 파국을 향해 달리는 양분법과 극단론에서 벗어나 느리지만 착실히 우리 사회를 진전시켜 나가자고 주문한다.'한반도 평화'라는 종

  • [오늘의 창]최저임금 논란 해법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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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최저임금 논란 해법 마련 시급 지면기사

    최근 만난 인천 지역 한 중소제조업체 사장은 "해외로 나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사업이 잘돼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게 아니라, 공장 운영이 힘들어 다른 활로를 모색한다는 의미였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부품값도 올라 제품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가격 경쟁력이 걱정이라고 했다. 수출시장에선 물론 내수시장에서조차 수입제품에 밀려 아예 생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다른 업체 사장은 미국시장에 공급했던 몇몇 제품의 '수출 포기'를 선언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시장과 사업주의 어려움, 수용성을 충분히 분석해서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린다는 공약과 관련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지불 능력을 높여주면서 같이 가야 한다. 인상 시에는 속도를 봐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에 무게를 실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이런 당정(黨政)의 속도 조절론을 반영하듯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일부를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포함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삭감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도 이번 개정안이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엔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노사(勞使) 모두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지난 3월 말 가계부채 잔액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고 제조업 가동률, 유가 등 지표에서도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 간 대립이 지속되면 언제든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결국 당정이 나설 수밖에 없다. 현장의 목소리를 기반에 둔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이현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