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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인칼럼]전국이 '투기 먹잇감'인 나라
    칼럼

    [경인칼럼]전국이 '투기 먹잇감'인 나라 지면기사

    공직자들의 지분투자는 '비밀의 동지' 전제그래서 LH사태 '공공·공정 훼손' 중대범죄광명·시흥 이어 '용인 SK예정지'도 투기 정황역대정부 알고도 방치·이용 현재도 진행형사촌이라도 땅은 함께 사는 게 아니라고 한다. 훗날 다툼이 생기기 마련이다. 절친끼리 토지를 사들였다가 원수지간이 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함께 부자 되자며 의기투합했으나 시일이 지나면 이해가 갈리게 된다. 여윳돈은 장기투자도 무방하나, 빌린 자금은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에 사정이 급해진다. 나대지로 팔자는 쪽과 개발행위를 해 가치를 높이자는 주장이 맞선다. 누군가와 함께 땅을 산다는 것은 '분쟁의 지뢰밭'을 공유하는 것에 다름없다.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토지를 공동매입하고 지분을 쪼갠 건 어지간한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눈을 피해야 하는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자는 비밀유지가 전제돼야 하고, 공평하게 이익을 나눌 수 있다는 공동체 의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 이미 드러난 대로 함께 사들인 토지를 1천㎡ 크기로 쪼개기를 한 직원들은 오랜 세월 고락을 함께한 동지들이다.사태 초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투기를 두고 '몰랐을 수 있다, 얻어걸린 경우가 아닌가 싶다'고 해 공분을 샀다. 그러니까 전문가들도 인정한 수법을 '소의 뒷걸음질'에 빗댄 거다. 야당은 물론 여권도 '내 편 감싸기에 정무 감각을 잃은 어이없는 발언'이라 혹평했다. '국민 얼굴에 침을 뱉었다'는 말까지 들었는데, 따지고 보면 그의 말이 틀린 소리만은 아닌 듯하다.LH 사태를 조사 중인 정부 합동조사단이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폭로한 투기 의심 직원 14명 외에 수십 명이 추가로 적발됐다고 한다. 3기 신도시에 대한 투기 의심 사례를 보면 광명·시흥이 전체의 70%를 넘는 압도적 점유율을 보인다. 가장 늦게 지정된 막내 동네에 '지분 쪼개기와 희귀목 심기' 고수들이 몰려든 까닭은 뭔가.광명·시흥 17.4㎢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 분당신도시와 맞먹는

  • [수요광장]위선 사회 벗어나기
    칼럼

    [수요광장]위선 사회 벗어나기 지면기사

    대한민국 지도자들을 보고 있으면조선시대 양반들이 부·욕구 채우듯내로남불 위선으로 의혹이 넘친다 거짓의 징벌은 감당못하게 커져야그렇게 비판하는, 나는 떳떳했나?위선(hypocrisy)은 미덕이나 선을 표면적, 외관상으로 보여주나 실제적, 내면적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것을 말한다(위키백과사전). 선으로 위장하는 것이 위선이다. 위선의 예는 많다.4단계 계급사회인 조선시대의 많은 양반들은 힘든 노동을 하지 않고도 중인(향리, 기술직), 상민(농민, 수공업자), 천민(노비, 기생), 여성들의 노동력과 성을 착취하거나 이용하고 폭행해서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며 욕구를 채우려고 했을 것이다.자신들의 위선을 감추기 위해 사서삼경 논어 공자를 논하며 자신들의 성욕은 충분히 관리되고 있는 척 했을 것이다.'청산리 벽계수야 쉬이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망공산할제 쉬어감이 어떠하리'.조선시대 천민신분 기생 황진이는 이런 양반들의 위선을 농락하고 풍자하여 양반들의 본모습을 드러내 백성들에게 통쾌함과 희망을 주었다고 한다.그럼에도 장원에 급제하고도 벼슬을 마다하고 기철학과 자연과학을 연구했던 화담 서경덕은 황진이의 유혹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황진이는 서경덕에 존경을 표하고 이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했음을 깨닫고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설이 있다.다음은 해리포터와 친구 론이 비밀의 방에 잡혀있는 론의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도망가려는 교수님에게 도움을 청하며 나온 대사이다. 위선은 사기의 일종임이 잘 드러나 있다."책에 나온 얘기는 뭐죠?", "책은 오해를 낳기도 해.", "직접 쓰셨잖아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렴. 내가 그런 일을 했다고 해야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지.", "교수님은 사기꾼이에요. 다른 마법사들의 공로를 가로챘어요.", "할 줄 아는 게 있기나 하세요?"서울시장 선거와 부산시장 선거가 한창이다. 국민의힘 소속 후보 중 한 사람은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아내의 보상가 36억원 땅이 포함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보금자리주택개발 사업이 승인되었고, 이는 국장 전

  • [기고]'수수방관'과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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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수수방관'과 '신의 한 수' 지면기사

    어느덧 3월에 접어들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부는 거리에서 주머니에 시린 손을 넣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의복에 주머니가 없던 옛날에는 긴 소매에 손을 넣어서 추위를 달랬다고 한다. 이로부터 나온 말이 '수수방관(袖手傍觀)'이다. 큰일이 발생하였으나 해결하려 하지는 않고 소매에 손을 넣은 채 바라만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지난 몇 년 간 수원화성 군 공항 이전을 두고 국방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의 태도를 보면 절로 떠오르는 말이다.그동안 평택지역에서 활동하면서 평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경기도민으로서 내가 오래전부터 주목하던 사안이 있는데, 바로 경기남부권 국제공항 유치의 필요성이다.국방부는 2017년 수원화성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옹지구를 선정하였고, 수원시는 군 공항 이전과 민간국제공항 건설을 통합 추진 중에 있다.지난해 경인일보에서 화성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제공항 공동유치 시 찬성 48.2%, 반대 41.2%로 화성시민들 또한 통합국제공항 건설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국토교통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 문제는 진척되지 못하고 공회전만 되풀이하고 있다.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중심부인 경기남부(수원, 화성, 용인, 평택, 이천 등)는 인구 750만명의 대도시권으로, 글로벌 기업들에 의한 세계적 규모의 IT·반도체 단지에서 생산되는 고부가가치 항공물류가 대거 포진해 있다.산업단지와 공항이 밀접하게 위치한다면 우리나라 IT·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요즘처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항공사들도 흑자의 주역이 될 수 있다.국제공항 건설 및 운영은 5만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가져와 한국형 뉴딜정책에 기여함은 물론, 공항물류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져 기업의 경쟁력도 강화한다. 더군다나 종전부지와 예비이전 후보지 주변 지역에 각종 주민편의시설과 복합문화단지 등이 조성되어 경기남부권 전체의 지역경제 활성화도 전망된다.또한 국제공항 유치로

  • 미스터 달팽이 2021년 3월 23일자(이공명)
    만화

    미스터 달팽이 2021년 3월 23일자(이공명) 지면기사

  • [이남식 칼럼]메타버스에서의 자산관리
    기명칼럼

    [이남식 칼럼]메타버스에서의 자산관리 지면기사

    새로운 메타버스시대 따라가려면실감콘텐츠관련분야 기술개발 시급코로나로 예술·엔터테인먼트 산업신기술과 융합되는 시기 더 빨라져한류콘텐츠에 도입 영향력 키워야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 경제가 확산되면서 온라인거래플랫폼 기업인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을 통하여 기업가치가 1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수혜를 누리게 되었다. 아직까지 엄청난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 코로나라는 변수가 없었더라면 과연 이러한 뉴욕증시의 상장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지금까지 막연히 미래에 가능할 것이라 여기던 많은 일들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함께 공존하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현실세계와는 평행인 또 다른 디지털 트윈의 세계이거나 또는 완전히 다른 지배법칙 (또는 세계관)을 가지는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 새로운 고민거리는 바로 무한 복제가 가능하며 원본과 복사본을 구별할 수 없는 디지털의 세상 속에서 어떻게 원본의 권리를 보존하며 아이덴티티를 지켜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동안 디지털권리관리(DRM·Digital Rights Management)를 위하여 출판자 또는 저작권자가 그들이 배포한 디지털 자료나 하드웨어의 사용을 제어하고 이를 의도한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을 개발하여 왔지만 콘텐츠와는 독립적으로 복사를 방지하거나 사용기간을 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하여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NFT)은 디지털 파일에 대한 소유권을 블록체인상에 저장함으로써 위조 및 변조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영구 보존하고, 그 소유권을 탈중앙화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그동안의 암호화폐는 본질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 실체에 대한 논란이 많았으나, NFT의 경우에는 게임, 음악 그리고 가상공간에서 거래되는 모든 아이템의 거래에 사용될 수 있으므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예술경매시장을 뒤흔

  • [포토데스크]맑은 물살 가르는 '청둥오리 가족'
    칼럼

    [포토데스크]맑은 물살 가르는 '청둥오리 가족' 지면기사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입니다. 생명의 근원인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유엔이 정한 날이지요. 저수지 맑은 물에서 청둥오리들이 먹이활동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너무나 소중한 물을 길이 보존해 후대에 물려줘야 합니다. 물은 만물의 근원이자 생명, 그 자체이니까요. 글·사진/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 [시인의 꽃]낙화유수
    칼럼

    [시인의 꽃]낙화유수 지면기사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담 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 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고파서 먹었으니 어쩔 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 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 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 나는 잊었다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함성호(1963~)꽃은 피어나기 위해 떨어지고 떨어지기 위해 피어난다. 3~4월에 개화하는 목련꽃을 보라. 그것은 작년에 '네가 죽어도' 올해 '나는 죽지 않고' 하얀 맹세로 피어나 있는 것이니. 이 봄도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고' 있다.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고 싶다면' 상대방에게 순간순간 충실해야 만이 후회로 남지 않는 것이다. '변치 말자던 약속'도 그 순간만은 진실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지금, 순간 속에' 있다가 가는 것일 뿐. 함께 하는 동안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시들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지금에 충실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변한다는 것만이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처럼. '자연에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목련에게서 변할 수 없는 사랑의 이치를 발견하게 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참성단]'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참성단

    [참성단]'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지면기사

    42.195㎞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은 체력뿐 아니라 강인한 정신이 겸비돼야 한다. 레이스 내내 선수들은 완주와 포기 사이에서 갈등한다. 아테네 병사가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달려온 거리가 더 길었다면 올림픽 종목이 될 수 없었을 것이란 우스개가 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만으로 박수를 받는 유일한 스포츠 종목이다.마라톤은 우리 민족에도 특별하다. 나라 잃은 암울한 시기 손기정은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 민족 영웅이 됐다. 2시간 30분대를 깬 세계신기록이었으나 일장기를 단 비운의 주인공이다. 서윤복은 194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2시간 25분 39초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동양인으로서 처음인데, 손기정이 그의 감독이었다.이후 침체기를 겪은 한국 마라톤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가 우승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이어 이봉주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마라톤 강국의 계보를 이었다. 지난 2000년 그가 세운 2시간 7분 20초의 한국신기록은 21년째 난공불락이다.이봉주는 평발에 짝발(왼발 253.9㎜, 오른발 249.5㎜)이란 치명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마흔 살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165㎝ 단신에 왜소한 몸체, 친근한 인상으로 '국민 마라토너'로 사랑받았다. IMF 사태 때 박세리와 함께 희망과 용기가 됐다. 은퇴 이후엔 방송인으로 변신,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존재를 알렸다.국민 마라토너가 예기치 않은 시련을 맞았다. 1년 전부터 원인 불명의 근육 긴장 이상증을 앓고 있는 근황이 전해지면서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병명은 난치병으로 분류되는 '근육 긴장 이상증'이라고 한다. 의지와 무관하게 근육이 꼬이거나 목이 뒤틀리면서 돌아가는 등 통증을 동반한 근육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얼마 전 방송에서 그의 불편한 거동을 본 시청자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고향인 충남 천안에서는 '이봉주 선수 도와주기 운동'에 나섰다. 시와 체육회가 후원회를 결성하고 그의 이름을 건 전국 마라톤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한다.그는 '병마와 싸워

  • 사설

    [사설]외국인노동자 진단검사 강행한 경기도 지면기사

    경기도가 도내 외국인노동자에 대해 행정명령으로 강행한 코로나19 진단검사 의무화 조치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받을 처지가 됐다. 도는 이달 들어 남양주, 평택, 화성, 동두천시 등 외국인노동자가 집중된 지역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잦아지자 지난 8일 외국인노동자 전원에게 22일까지 진단검사를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어 지난 16일에는 진단검사를 받은 외국인만 고용하도록 강제하는 행정명령 발동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차 행정명령은 외국인 차별이자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일자 검토단계에서 폐기됐다.하지만 진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은 유지해 어제 마감했다. 도는 행정명령에 대한 사회적 외교적 반발이 강력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끝까지 관철한 것이다. 주한 외교사절들은 외국인노동자를 특정해 진단검사를 강제한데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소수 약자에 대한 차별이자 혐오로 규정해 외교부에 공식 항의했다. 주한 영국대사관은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중앙사고수습본부까지 나서 철회를 요청했다. 진보정당 의원들도 인권침해이자 차별이라고 가세했다. 도의 행정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경기도의 행정명령을 그대로 뒤따라 한 서울시와 인천시가 신속하게 명령을 철회했다. 인천시는 지난 10일, 서울시는 지난 17일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었다. 서울시는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요청을, 인천시는 인천시인권위원회의 요청을 명령 철회 명분으로 삼았다. 외국인노동자 진단검사 강제라는 행정 편의보다는 인권 감수성을 우려한 국내외 여론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인 조치다.경기도의 진단검사 강행을 이해하기 어렵다. 도는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33만3천644명의 외국인노동자 진단검사를 통해 양성 확진자 304명을 찾아냈다. 행정명령의 결실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이 결과가 33만여명이 집단적인 인권침해와 차별을 당한 피해를 상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행정명령 기간 중 주말마다 몇 군데 안 되는 진단검사소를 찾아 줄을 선 외국인노동자들이 얼마나 참담

  • 사설

    [사설]트라우마 시달리는 어린이집 학대 피해 아동들 지면기사

    인천 서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이 원생들을 집단으로 학대한 사실이 밝혀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보육교사 6명이 지난해 11~12월 자폐증 진단을 받거나 장애 소견이 있는 5명을 포함한 1~6세 원생 10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것이다. 밥을 늦게 먹는다는 이유로 아이를 혼자 두고 교실의 불을 끄고 밖으로 나가는가 하면 억지로 밥과 반찬을 먹게 했다. 원생의 얼굴을 손으로 때리거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는 등 어린이집 폐쇄회로 CCTV에서 확인된 보육교사들의 학대 의심 행위가 200여건에 달해 충격을 줬다.사건이 발생한 지 수개월이 지났으나 피해 아동들의 트라우마가 심각한 상황이다. 한 아동은 새로 다니게 된 유치원 현관 앞에서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발버둥 치면서 우는 등 이상 행동을 한다. 자폐 진단을 받은 아동은 폭력적으로 변하기까지 했다. 낯가림이 없고 호기심이 많아 사람들을 잘 따르고 외출도 좋아했던 아동은 엄마 품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울면서 자학한다고 한다. 피해 아동 엄마들도 아이들이 학대를 당한 후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한다. 자녀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학대 사건이 발생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 상습 집단 아동 학대를 한 원장과 교사 모두를 엄벌에 처해 주세요'란 글이 게재되는 등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요구가 빗발쳤다. 피해 아동 중 지금도 집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많고,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심리 센터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게 청원을 올린 이유다. 여기에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동 학대 사건은 지속해서 나타나고, 빈도가 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책임자와 가해자에 대한 엄벌만 내릴 뿐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동은 물론 부모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학대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져 울기만 하는 아이를 처방전까지 받아 약을 먹여 재우는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다. 피해 원생 부모와 아동에게 씻을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