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스파이 천국의 간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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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스파이 천국의 간첩법 지면기사

    고려말 문신 문익점 덕분에 신생 조선의 백성은 방한(防寒)혁명을 누렸다. 문익점의 목화재배법과 물레제작 기술 덕분에 겨울에 따뜻한 옷을 입게 된 것이다. 조선왕조는 망국의 신하에게 시호를 내렸고, 현대의 후손들은 '붓두껍 목화씨' 전설에 착안해 '역사적 산업스파이'로 추앙한다. 산업혁명의 발명품 수력방적기는 영국의 해외유출금지 품목이었다. 영국인 새무얼 슬레이터가 방적기 제조기술을 암기해 미국에 건너가 방적 공장을 지었다. 영국은 반역자라며 이를 갈았지만 미국은 미국 산업혁명의 아버지라 칭송했다.최무선의 화약과 화포는 문익점의 목화와 물레에 필적하는 발명품이다. 화약은 원나라의 금수(禁輸) 품목이었다. 최무선은 원나라의 문헌과 기술자에게 얻은 정보로 화약을 제조하고 화포를 제작해 왜구를 소탕했다. 원나라 군사 정보를 수집한 결과이니 문익점 버금가는 '역사적 스파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조선은 화포의 나라가 됐다.조선이 일본의 조총 제작 기술을 가져왔다면 임진왜란은 부산포에서 끝났을지 모른다. 소련은 맨해튼 프로젝트에 심어 둔 스파이 클라우스 푹스가 빼내 준 핵개발 기술로 1949년에 두번 째 핵무장국이 됐다. 소련의 핵무장이 지체됐다면 유일한 핵무장국 미국을 의식한 스탈린이 김일성의 남침을 승인했을까 의문이다. 1950년 6월 25일의 역사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스파이의 실존적 의미는 상대적이다. 적에겐 간첩이지만 우리편이면 영웅이다. 적의 스파이는 발본색원하고 우리 정보망은 사수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거꾸로다. 방산기업의 잠수함 설계도면이 대만에 통째로 넘어가고, 정보사령부 요원은 동료인 '블랙요원' 명단을 중국에 팔아먹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을 훔쳐 중국 지방정부와 반도체 기업을 세운 삼성전자 전직 임원이 검찰에 송치됐다. 삼성전자가 4조원을 투입해 개발한 공정이다. 올 한해 발생한 일이다. 외국인 스파이 보다 검은머리 외국 스파이가 더 치명적이다.물러터진 '간첩법(형법 98조)'이 도마에 올랐다. 국정원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간첩의 정의와 행위를 확대한 법 개정

  • [참성단] 경기도 장애인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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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경기도 장애인 오케스트라 지면기사

    2011년 10월 27일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 하트체임버 오케스트라의 공연 도중 갑자기 조명이 꺼졌다. 잠시 후 어둠을 뚫고 영화 '오즈의 마법사' 주제곡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의 선율이 흘렀다. 19명의 시각장애 연주자는 서로의 호흡과 악기소리에 집중했고, 청중도 눈을 감고 음악과 온전히 일체됐다. 암전(暗轉)공연, 어쩌면 악보도 없고 지휘자도 없는 시각장애 오케스트라이기에 가능했던 실험이었는지 모른다. "브라비(Bravi)!" 객석은 환호와 네 번의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했고, 하트체임버는 3곡의 앙코르 연주로 화답했다.기적의 하모니는 2024 파리패럴림픽 '문화 올림피아드' 행사에서도 이어졌다. 이번엔 하트하트 오케스트라가 파리 샹젤리제 부근 살가보 극장 무대에 올랐다. 자폐·지적장애 등 발달장애 연주자 36명은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 서곡'·카미유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등을 연주했다. 앙코르곡 프랑스 대표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과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는 청중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2006년 창단한 하트하트는 한국뿐 아니라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 등 해외 무대까지 장벽이 없다.경기도가 장애인 오케스트라 '꿈의 심포니아'를 창단한다는 뉴스가 반갑다. 전국 최초 '인재 양성형' 시스템으로 연습 수당은 물론 전문 연주자의 1대 1 집중 교육도 이뤄진다. 10월 10일까지 단원을 모집하고 오디션을 통해 11월 중 선발할 계획이다. 9일 창단 발표식에서 "장애인들에게 기회의 통로를 만들어 꿈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김동연 지사의 진정성에 기대를 건다.하트체임버의 한 단원은 "악기를 구입하기 위해 안마사 일을 했다"고 고백한다. 장애인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와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지 가늠조차 안 된다. 몇 주에 걸쳐 악보를 완벽하게 외우고, 한음 한음 맞춰가며 연습을 반복하는 '정공법'으로 연주를 완성한다. 조금 오래 걸리면 어떤가. 알레그로(A

  • [참성단] 소설의 계절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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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소설의 계절 가을 지면기사

    이례적인 긴 폭염으로 한여름 같은 가을이 왔다. 그래도 가을은 가장 독서 친화적인 계절이다. 가을에 읽어야 할 소설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가들이 첫손에 꼽는 소설들이 있다.'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체코의 작가 보후밀 흐라발(1914~1997)의 소설이다. 모순형용(oxymoron)에 가깝지만 작품 내용에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소설은 폐지 압축공인 주인공 한탸의 독백으로 이어지는 130쪽 분량의 짧은 작품이다. 한탸가 살고 있는 사회는 전쟁과 폭력으로 가득한 비정상적 세계다. 2차 세계대전 동안 그는 프로이센 왕실 도서관의 책을 파쇄했고, 전쟁 후에는 나치나 전체주의적 사회주의에 반하는 금서들을 파쇄했다. 그는 책들을 파쇄하면서 엄청난 독서로 큰 교양을 쌓는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현대화한 작업 방식으로 인해 직장에서 밀려나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책을 파쇄하는 시끄러운 일을 하면서도 세상과 거리를 두는 고독을 즐기던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세계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책들과 운명을 함께하기로 결심하고 자신을 압축기 속으로 밀어 넣는다.W.G. 제발트(1944∼2001)는 독일 출신 영국 작가다. '토성의 고리'는 다크투어리즘 형식의 작품으로 자연사적(自然死的) 글쓰기가 돋보인다. 토성의 위성들은 기조력으로 모두 파괴되고 남은 파편들이다. 토성의 고리는 얼음 결정체와 각종 입자들로 이뤄져 있는데,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다 없어진다는 무상의 철학을 보여준다. 한때 번성했던 대도시 로우스토프트는 대공황 이후 쇠퇴한 도시가 됐다. 그런가 하면 도서관에서 발견한 화보집에서 썩어가는 시신들과 침몰하는 전함 등 1차 세계대전의 상흔들을 목격한다. 역사적 현장인 워털루에서 역사의 어두운 이면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그 외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독자를 즐거운 혼란에 빠뜨리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든지 실제의 일상어로만 작품을 썼던 단편소설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등은 소설가들에게는 소설교과서 같은 작품들이다. 모처럼 찾

  • [참성단] 벌초(伐草)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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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벌초(伐草) 단상 지면기사

    추석을 앞둔 몇 주말은 전국 도로가 추석 연휴 못지 않은 교통정체로 몸살을 앓는다. 언론은 벌초(伐草) 행렬 때문이라고 보도한다. 실제로 이맘때면 전국 곳곳에서 예초기 굉음이 요란하다. 추석을 알리는 전령사다. 그런데 도로를 꽉 메운 차량행렬이 벌초 행렬인지, 행락 행렬인지는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니 추정 보도에 가깝다.벌초는 조상 묘와 묘역의 잡초를 말끔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유교에서 조상과 후손은 상호 존재 이유다. 조상이 있기에 후손이 존재하고, 후손으로 인해 조상은 잊히지 않고 영생한다. 이를 확인하는 유교적 영생 의식이 제사이고, 벌초는 제사 전에 성역을 정화하는 통과의례다. 잡풀이 무성한 산소는 불효나 멸문의 증거로 여겨지기 십상이다.시대와 세태의 변화를 따라 벌초 문화도 급변했다. 지금도 후손들이 모여 문중의 묘역을 벌초하는 일이 흔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닐 테다. 화장률이 90%를 넘는 장례문화로 벌초가 생략되는 추세다. 화장 후 공·사립 납골당과 묘원에 유골을 안장하니 벌초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제주도만의 추석 문화였던 벌초방학도 2010년을 전후로 흐지부지 사라졌다.가족납골묘로 산소를 대신하는 문중도 늘었다. 고향을 지키는 굽은 소나무의 자태는 여전해도, 선산을 지켜온 문중의 어른들은 타계했거나 벌초할 기력이 없다. 그래도 전국의 산야 양지 바른 땅을 차지한 산소가 부지기수다. 객지의 후손들은 조상 묘 관리에 애를 먹는다. 덕분에 벌초 대행업체들이 특수를 누린다. 지역농협, 산림조합, 민간업체에 벌초 대행을 의뢰하는 건수가 해마다 폭증한단다. 귀성열차 예매 대란 대신 벌초 대행 대란이 추석 신풍속이 될 날도 머지않다.문화는 당대의 사유의 총합이니 시대를 따라 변한다. 불교 국가였던 고려에선 흔했던 화장 문화가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선 매장 문화로 바뀐 뒤 지금 다시 화장문화가 대세가 됐다. 제례 문화도 이와 같을 테니, MZ가 주류인 시대에는 벌초는 사라지고, 제사도 지방(紙榜)과 향 대신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선친을 소환하는 방식으로 변할지 모른다.의식(儀式)이 변한다고 의식(意

  • [참성단] 안전부스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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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안전부스를 아시나요 지면기사

    수원의 대표 상권인 일명 '인계박스' 골목에 연두색 안전(안심)부스가 서있다. 9월 4일 저녁, 문 열린 부스로 들어가 닫힘 버튼을 누르니 수원시 도시안전통합센터에서 즉각 반응한다. "관제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관제요원의 음성이 들린다. CCTV로 부스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는 관제요원의 안내를 받아 경찰이나 119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월 새벽 2시께 만남을 강요하는 남성에게 위협받던 여성이 무사히 구조되기도 했다. 부스 안에는 자동심장충격기(AED)와 소화기 두 대도 비치되어 있다. 수원시는 인계동을 포함해 곡반정동·지동·세류3동·매산동·매탄3동 각 1개, 영통3동 2개 등 총 8개의 안전부스를 운영 중이다.다른 지역의 안전부스는 어떨까. 성남 판교의 한 백화점 앞 보도에 설치된 안전부스는 한눈에 봐도 낡았다. 먼지가 수북하고 담배꽁초들이 널브러진 흡연박스 신세가 됐다. 녹슨 CCTV와 불 꺼진 비상벨은 아무리 눌러도 대답이 없다. 2017년 한 민간업체가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설치했다는데 분당구청은 관리권한도 없단다.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카페거리의 안전부스 역시 이름값을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비상전화기는 먹통이고 내부는 담배냄새에 찌들어있다.스토킹 범죄와 묻지마 사건이 횡행한다. 2012년 여의도 흉기 난동,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2023년 분당 서현역 칼부림 사건은 사회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올 들어 7월 서울 은평구 아파트 단지에서 30대 남성이 일본도로 이웃 주민을 살해하고, 8월에는 안산에서 10대가 같은 학원을 다니는 또래 여학생을 흉기로 찌르고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갈수록 흉악해지는 범죄에 타인에 대한 경계심은 당연하다.안전부스는 2015년 경기도 광주 경화여고 인근에 국내 최초로 설치돼 서울·부산·제주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쓸모가 약해진 공중전화 부스 활용과 강력범죄 예방이라는 '착한 컬래버'는 공감을 끌어냈다. 하지만 시행 9년 만에 대다수 안전부스는 홍보 부족과 관리 부실로 외면받는 모양새다. 부스

  • [참성단] '철밥통' 걷어차는 MZ 공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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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철밥통' 걷어차는 MZ 공직자 지면기사

    공직을 '철밥통'이라 부른지 꽤 오래됐다. 중국 국영기업체 직원을 일컫는 '톄판완(鐵飯碗·철밥그릇)'에서 유래했다는데, 우리 공직에도 찰떡 같은 은어다. 공직자는 본인의 독직, 비리 아니면 해고될 염려가 없다. 국가가 망할리도, 세금이 마를리도 없어서다. 1997년 IMF 위기 때 민간의 밥그릇이 죄다 요절나도 철밥통은 끄떡 없었다. 대신 무자격 철밥통에겐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다. '철밥통'은 선망과 경멸 사이에 걸쳐있다.저연차 MZ 공직자들이 철밥통을 걷어차고 있단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사표를 던진 10년 차 이하 경찰관이 2022년 155명에서 지난해 301명으로 배로 늘었다. 10년 차 이하 의원면직 소방관도 2022년 98명에서 지난해 125명으로 증가했다. 교총도 3일 지난해 10년 차 미만 교사 퇴직자가 576명으로 5년 내 최고치라고 발표했다. 한결 같이 격무에 낮은 처우를 원인으로 꼽았다.전국공무원노조 산하 2030청년위원회, 즉 MZ노조원들이 지난 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철밥통 부수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재직 5년 미만 청년 공무원 퇴직자가 지난해 1만3천500명을 넘었다"며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감당하는 업무에 비해 월급은 너무 초라하다"며 "철밥통에 밥이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시선에 따라 논란이 분분할 테다. 병장 월급이 200만원을 돌파한 마당에 저연차 공직자들의 저임금 구조는 시대착오일 수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려 목숨을 거는 소방관, 경찰관, 군인들의 박봉에 국민의 양심은 늘 민망했다. 반면에 전세대 백수시대에 철밥통을 걷어차는 MZ들에게 혀를 차는 여론도 있을 테다. 공권력이 권위를 잃으면서 공직이 조롱과 모욕의 배설구로 전락한 세태가 원인일 수도 있고, 공직을 그저 직업의 하나로 여기는 MZ의 사고방식 때문일 수도 있다.MZ 공직자들의 퇴직 러시는 구체제와 신세대간의 사회·경제·문화적 태도와 철학이 충돌한 결과로 보인다.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구체제에 '조용한 퇴직'으로 맞서는 신세대다.

  • [참성단] 브랜드가 된 올림픽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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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브랜드가 된 올림픽 스타 지면기사

    2024 파리올림픽이 낳은 스타 중의 스타는 수원 출신 탁구요정 신유빈이다. 15일 동안 14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 바나나, 주먹밥, 납작복숭아, 에너지젤을 수시로 섭취했는데, 먹방 아닌 먹방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스타성에 민감한 CF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신유빈의 바나나맛 우유 광고는 공개되자마자 연일 화제다. 2004년생인 신유빈이 2004년 당시 광고를 패러디하며 추억을 소환했다. "훈련 중에 출출해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엄마 나를 위해 채워 넣으셨나 보다." CM송도 직접 불렀다. 얼음주머니를 머리에 얹은 채 행복한 미소를 짓고, 메달 세리머니에 '바나나 플릭'까지 신유빈의 매력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최초의 한국 올림픽선수 모델이 1993년 화장품 CF에 발탁된 원조 요정 현정화였다. 한 세대를 격한 현정화-신유빈의 평행이론이 신유빈의 올림픽 금메달로 실현되면 금상첨화이겠다.스타 브랜드 평판도 올림픽 영웅들이 휩쓸었다. 8월 빅데이터 분석 결과, 역시 1위는 신유빈이다. 임영웅(2위)과 손흥민(10위)도 제쳤다. 3위 사격 김예지, 4위 양궁 김우진, 5위 펜싱 오상욱이 뒤를 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반한 김예지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화보 모델로 나서 걸크러시의 면모를 과시했다. 3관왕 수면쿵야 김우진은 뉴스·예능 등 연일 방송계의 러브콜을 받았고, 그랜드슬램 검객 오상욱도 잡지 화보와 맥주 CF로 비주얼을 인증했다.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은 작심 발언으로 구태의연한 체육행정에 스매시를 날렸다. 배드민턴협회는 선수들의 연봉·용품·후원까지 제약했다.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족쇄가 채워진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안 선수가 CF를 고사했던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선수를 제도 안에 가두고 통제하려는 행정은 고리타분하다. 세상은 변했다. 협회는 이제라도 관습을 타파하고 선수들에게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올림픽 스타들은 개인 자체가 브랜드이고 인플루언서다. 포상금·연금 이상의 경제적 보상은 물론 SNS를 타고 사회적 영향력은 더욱 확장됐다. 올림픽 스타들은 후배 양성과 이

  • [참성단] '쉬볼레트'와 '쥬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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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쉬볼레트'와 '쥬고엔' 지면기사

    성경 '사사기'에 나와 남을 가르고 타자를 배척하며 반목하는 이야기가 있다. 요르단 강을 사이에 두고 길르앗 사람과 에브라임 사람으로 나뉘어 서로 대립하고 있다. 강 여울목에 길르앗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강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쉬볼레트(Schibbolet)'란 말을 발음해 보라고 한다. 에브라임 사람들은 '쉬볼레트'를 제대로 발음하기 어려워 '쉬볼레트'를 '시볼레트(Sibbolet)'라 했다. 길르앗 사람들은 이 발음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잡아 강어귀에서 무참하게 살육했다. 이렇게 해서 죽은 에브라임 사람만 4만2천명이었다.때는 1923년 9월 1일 11시 58분 도쿄도를 포함한 미나미칸토 지역에 지진이 발생했다. 이른바 관동대지진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민심이 흉흉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불만과 불안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일본 정부는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고 다닌다는 낭설을 유포했고 일본 자경단원들은 '쥬고엔, 고짓센(15엔 50전)', '디이콘'(무) 등을 발음해 보라고 시켰고, 발음이 이상하다 싶으면 조선인으로 간주하고 살육했다. 이때 6천명 이상의 무고한 조선 사람들이 살해됐다.한국전쟁 초기 이승만 정부는 '충용 무쌍한 우리 국군이 한결같이 싸우고 있으며, 적을 격퇴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동요하지 말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라'고 방송했다. 이를 믿은 국민들은 그대로 서울에 남아 인민군의 치하에 남게 됐다. 비도강파(非渡江派), 잔류파(殘溜派)가 된 것이다. 서울 수복 후 한강을 건너 도망친 사람들은 도강파(渡江派)로 행세하며 정부의 발표를 믿고 남은 이들에게 부역 혐의를 씌워 문초하고 잔혹하게 처벌을 가했다. 적반하장의 타자 배제와 갈라치기였다.21세기를 사는 지금 우리도 갈라치기와 타자 배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역감정은 많이 해소됐다고 하지만, 보수와 진보로 나뉜 채 진영의 정치가 지속되고 있다. 채상병 특검에 금융투자소득세 등 지난 1일 오후 여야 대표가 만났어도 민생현안들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정례적인 회담을 갖자고 했을 뿐 구체적 합의에

  • [참성단] '독도 지우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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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독도 지우기' 논란 지면기사

    2015년 6월 4일 '경기도민과 함께하는 울릉도-독도 탐방 및 독도포럼' 참가자 70명의 일원으로 독도 땅을 밟았다. 망망대해 우뚝 솟은 독도는 미지의 성스러운 기운으로 영토 순례자들을 압도했다. 감격과 감흥은 칼럼으로 남았다. "독도는 국민통합의 성소이다. 독도를 방문한 한국인이라면 지역과 계층, 이념과 세대를 초월해 우리 강역의 성스러운 기운으로 자연스럽게 일체감을 느낀다. 황홀한 일체감이다."(2015년 6월 8일자 데스크칼럼 '국민통합의 성소 독도')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독도 지우기 진상조사특위'가 지난달 29일 성남시청을 방문했다. 김병주 위원장은 "성남시청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인 2023년 1월부터 독도 영상을 내보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독도마저 일본에 상납할 셈이냐"고 일갈했다. 2012년부터 시 청사 52곳에서 방영하던 독도 실시간 영상을 2022년 중단한 것을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로 규정한 것이다.신상진 성남시장은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가졌다. 영상송출 중단이 성남시의회 여야의 협의 결과였음을 강조했다. 그리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며 "독도 영상을 송출하지 않는다는 것과 독도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들이받았다. "독도지우기라는 괴담과 선동"의 중단도 촉구했다.지난달 이재명 대표의 병상 지시로 민주당은 독도 지우기 진상조사에 나섰다. 서울 지하철 역사와 용산 전쟁기념관 독도 조형물 철거가 빌미였다.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촉발된 대정부 반일 공세의 연장선에 독도를 세웠다. 그 불똥이 성남시에까지 튀었다. 식민시절을 찬양하는 친일파와 친일정권이 현재에 있을리 없다. '친일'과 '친북'이 정략적 관용어인 점을 감안해도 대통령을 조선총독에, 정권을 친일매국정권에 빗댄 말 폭탄은 너무 과했다.하물며 '독도 지우기'라니,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52년 '평화라인'으로 영토에 포함시킨 이후 '독도'는 대한민국 독립과 극일의 상징으로 국민과 혼으로 연결된 성역이다. "

  • [참성단] 인천 보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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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인천 보물섬 지면기사

    동요 '섬집아기'는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드는 애잔한 풍경을 그렸다. 시인 한승원은 '바다에 떠 있는 섬만 섬이 아니고 혼자 있는 것은 다 섬입니다'라며 외로운 인간 군상을 섬에 은유했다. 심상 위에 떠있는 섬은 호젓하고 고독하기까지 하다.고요하던 인천의 섬마을은 육지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생기가 넘친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서남쪽으로 44㎞, 쾌속선에 몸을 싣고 1시간 10분을 내달리면 손가락바위로 유명한 소이작도에 도착한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난민들이 해적활동을 했다 하여 '해적이 은거한 섬' 이적(伊賊)도라고 불리다가 이작(伊作)도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5개 코스로 구성된 소이작도 갯티길은 산과 바다의 풍광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바다생태마을 포토존 조형물과 오브제 앞에서 추억을 기록하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여행자센터에 들러 차 한 잔의 여유와 둥굴레·고사리·조릿대 등 특산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순우리말 '큰물섬'에서 유래된 덕적도(德積島)는 이름처럼 서해 덕적군도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1920년대 말 한때 '민어파시'가 흥했음을 상징하듯 진리도우선착장 앞 어부상이 맞이한다. 지금은 수산물보다 농산물 생산량이 많은데, 브랜드 '단호박은 진리다'가 이를 증명한다. 진리해변 근처 마을카페 '호박회관'은 핫플레이스다. 해풍이 키운 단호박 양갱·쿠키·컵케이크의 건강한 달달함에 입이 즐겁다.꽃게로 유명한 평화의 섬 연평도, 해바라기 정원이 바다처럼 일렁이는 교동도 난곳마을, 솔향기와 노을이 아름다운 대청도 모래울동, 하늬바람도 쉬어가는 자색 빛의 섬 자월도를 놓치면 서운하다. 또 스토리가 있는 문갑 도시락(島時樂), 살고 싶은 갯벌 주문도, 서해청정섬 소청마을, 덕적도 으름실 특화작물마을, 강화도 생설미마을, 동녘노을빛 사랑 석모도, 영흥도 섬나들이 진두마을·십리포랜드·행복공동체 소장골마을까지 총 15곳의 섬마을이 인천시와 행안부가 손잡은 '특성화 사업'이라는 이름아래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