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간병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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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간병살인 지면기사

    지난 4일 밤 80대 아버지와 50대 아들이 한강에 뛰어들었다가 구조됐다. “아침에 아내이자 어머니를 살해했습니다.” 뜻밖의 자백이었다. 이들이 살던 고양의 아파트에는 80대 여성이 숨져있었다. 부자가 삶을 포기하려 한 배경에는 10년 간병의 고통과 경제난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수원에서 70대 남성이 말기 암을 앓고 있는 60대 아내를 숨지게 했다. 대신 간병할 사람도 없고 치료비도 감당이 안 됐다고 토로했다. 십수 년간 홀로 병간호를 해온 남편은 술을 먹고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지난 2022년 5월 인천에서

  • [참성단] 낡은 헌법, 망가진 헌법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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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낡은 헌법, 망가진 헌법기관들 지면기사

    1989년 9월 8일 헌법재판소는 참정권을 제한하는 국회의원선거법 33·34조(선거기탁금)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헌법의 의미를 규정한 명판례를 남겼다. “헌법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제정된 국민생활의 최고 도덕규범이며 정치생활의 가치규범으로서 정치와 사회질서의 지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사회에서는 헌법의 규범을 준수하고 그 권위를 보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어 “국민은 이러한 헌법적 약속을 알고 있으며 이 상식으로 정치와 사회를 보고 비판하는 높은 의식수준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기초적인 원리와 현

  • [참성단] 미등록 이주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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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미등록 이주아동 지면기사

    “엄마, 나는 왜 친구들과 소풍을 못 가요?” 미등록 이주아동 우진이(가명·12·오산)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한 돌발 질문이다. 엄마 미샤(가명·36·네팔)씨는 난처했다. 우진이는 ‘외국인 등록번호’가 없어서 여행자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이유를 말하기 전에 엄마가 왜 불법체류자가 됐는지부터 설명해야 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는 우진이는 더 많은 질문을 하고 미샤씨는 대답을 주저하는 일이 많아졌다. 경인일보 기획보도 ‘자국 없는 아이들’(3월 4일 자 1·3면)의 사연이다. 평범한 일상이 허락되지 않는 회색지대가 있다. 태어나 보니 법

  • [참성단] 독립운동가에게 부친 소년의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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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독립운동가에게 부친 소년의 엽서 지면기사

    자기 손으로 헌법을 만들었으되 어처구니없게도 우리나라 사법살인의 1호 피해자가 된 죽산 조봉암(1899~1959)은 고향 강화도에서의 3·1 만세운동을 아주 특별하게 기억했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 ‘내가 걸어온 길’에서 강화도에서는 어느 작은 부락 하나 빠지지 않고 만세운동을 벌였고, 그게 1개월이나 지속되었다고 썼다. 죽산 자신도 이때의 만세운동으로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했다. 강화도의 만세운동은 3월을 넘어 4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당시 우리나라 어느 곳 하나 조용한 곳이 없었지만 강화처럼 이렇게 너른 곳에서 한 달여나 만세

  • [참성단] 병역명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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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병역명문가 지면기사

    이름 모를 산야에서 스러져간 호국영령, 아버지를 따라 만주로 건너가 무공을 세운 전사, 형제를 잃은 아픔에도 자원입대해 복무한 상이군경…. 나라의 숱한 위기 때마다 묵묵히 병역의무를 수행한 이들이 있다.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일을 가장 숭고하다고 여기는 ‘병역명문가’다. 병역명문가는 3대 이상 가족이 모두 현역 복무를 마친 가문을 말한다. 3대째 남성이 없는 경우, 여성이 군 의무복무 기간을 마쳤다면 신청 가능하다. 6·25전쟁에 참전한 국민방위군, 학도의용군, 역무원 등도 대상이다. 한국광복군, 독립군 등 국가보훈부에서 인정한 독

  • [참성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후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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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후변론 지면기사

    “저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제가 더 이상 의회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결론지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저는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어야 합니다. 미국은 현재 우리가 대내외적으로 가진 문제를 고려해 임기를 모두 마칠 수 있는 대통령과 의회가 필요합니다. 저는 내일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1974년 8월 8일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하야 성명을 발표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은폐하려는 모든 시도가 허사가 되고 미국 의회가 탄핵안을 발의하자 사임 백기를 든 것이다. 굴욕적인 하야의 의연한 연설이었다. 입법·사법

  • [참성단] 부천 ‘온(溫)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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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부천 ‘온(溫)스토어’ 지면기사

    부천시의 캐릭터는 손 모양의 ‘부천핸썹(Bucheon Hands up)’이다. ‘풋 유어 핸즈 업(Put Your Hands Up·손을 올리세요)’을 빠르게 외치면 ‘부천핸썹’으로 들리는 데서 힌트를 얻었다. 애칭 ‘핸썹이’로 불린다. ‘핸썹이’의 좌우명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이다. 실제로 부천에서는 시와 시민의 손바닥이 마주치듯이 복지연대가 활발하다. 지역 실정에 밝은 시민들이 어려운 이웃을 발견하면 관이 도움을 주는 상생 맞손이다. “라면 한 개만 외상으로 주실 수 있나요.” 실직한 20대 청년의 SOS는 절박했다.

  • [참성단] 달항아리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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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달항아리 경매 지면기사

    달항아리는 17~18세기에 출현한 조선백자다. 통상 둥근 모양에 높이 40㎝를 넘으면 달항아리로 분류한다. 은은한 유백색에 유려한 곡선, 꾸밈없는 소박한 모습으로 고려청자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도자기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처음으로 조선백자 달항아리의 미적 가치에 주목한 이는 일본의 근대 도예운동가이자 미술평론가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1961)다. 잡지 ‘시라카바(白樺)’의 동인으로 활동하던 중 조각가 아사카와 노리타카(淺川伯敎·1884~1964)에게 조선 도자기 한 점을 선물로 받으면서 조선백자의 아름다움에

  • [참성단] 반도체 도시들의 정치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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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반도체 도시들의 정치동맹 지면기사

    미국 현지 시간 2021년 11월 23일.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생큐 삼성”을 연거푸 외쳤다. 삼성전자는 이날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위한 170억 달러(2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애벗 주지사는 “텍사스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역사적 발표”라고 극찬했다. 백악관도 “삼성의 텍사스 투자 발표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립서비스에 10억 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추가했다. 삼성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22년 5월 국내외 45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7월엔 2천억 달러를 투자해

  • [참성단] 길원옥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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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길원옥의 평화 지면기사

    “길원옥 할머니의 길을 따라 반전평화와 인권이 지켜지는 세상을 만들자!” 고(故) 길원옥 할머니를 떠나보내는 날에도 수요시위는 어김없이 열렸다. 지난 19일 서울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는 길 할머니의 영정사진과 촛불이 놓였다. 긴 줄의 추모객들은 헌화하며 고인을 기렸다. 추모공연 ‘노래가 된 할머니’는 곡절 많은 삶을 위로했다. “이젠 고단했던 이 세상의 일들을 내려놓고 편히 쉬세요.”, “할머니의 고요하고 따뜻해 보였던 미소를 기억합니다. 그 마음을 닮겠습니다.” 이어지는 추모사와 연대 메시지에 참가자들은 눈시울이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