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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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군 면제와 평발 지면기사
'공포의 삼겹살' 김형곤은 1980년대 '유머일번지'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탱자 가라사대' 등의 풍자 개그로 대중스타가 됐다. 2006년 3월 화장실에서 쓰러져 46세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의료계는 무리한 운동으로 120㎏이던 체중을 90㎏까지 감량한 게 화를 부른 것 같다고 했다.그가 스무 살 되던 해 징집영장이 나오자 살을 찌워 군(軍)에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한동안 죽기 살기로 먹어댔다. 평소에도 과체중이던 몸이 110㎏을 웃도는 뚱보가 됐다. 역시나 신체검사에서 바라던 면제 처분을 받았다. 돼지처럼 먹고 마시고, 잠만 잔 보람이 있었다. 사람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던가.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판정관의 면제사유는 엉뚱한 데 있었다. 평발 때문이란다. 그가 TV 대담 프로그램에서 밝힌 유머러스한 군 면제 사연이다.비만과 평발(편평족), 시력 관련 병역판정 신체검사 기준이 완화됐다. 뱃살이 파도를 치고, 돋보기를 쓰는 지독한 근시라도 군 생활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평발도 완전무장을 하고 구보를 뛰어야 한다. 호랑이에 독수리, 코브라 뱀으로 온몸을 도배했어도 현역 판정을 받게 됐다. 국방부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 규칙'을 입법 예고했다. 진단 및 치료 기술의 발달 등 의료환경 변화에 따라 신체등급의 판정 기준을 개선해 병역 판정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였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입영 문턱을 확 낮춘 찐 사정은 자원부족 때문이다. 지금 기준은 2015년 현역병 입영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잣대로는 적정 병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예측에 따라 5년만에 2014년 이전 기준으로 되돌리게 됐다.당장 군 전력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관심 병사만 늘게 생겼다고 걱정한다. 예비 당사자들은 불만에, 실망스런 반응이다. '이참에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해 직업군인들이 병역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 평등 말만 하지 말고 여성들도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불과 수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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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여당의 말폭탄 지면기사
이런 일이 앞으로 또 있을까 싶다. 여당이 스크럼을 짜고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작금의 현상은 전무후무하다. 아무래도 윤석열 총장의 캐릭터를 오판한 탓이 크다. 예전 총장들 중엔 개인비리를 흘리기만 해도, 임명권자의 불신임으로 받아들여 자진사퇴했다. 그런데 윤 총장은 인사권을 빼앗기고,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하고, 처가를 향한 재수사와 기소에도 버틴다. 정치권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검찰총장이다.그래서일까, 윤 총장을 향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쏟아내는 말폭탄의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황운하 의원은 역사와 왕조시대를 소환해 "역사의 법정에서 '대역죄인'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을러댔다. 김용민 의원은 윤 총장을 '대한민국의 트럼프'라고 조롱했다. 김남국 의원은 "대권 욕심에 눈이 멀어 검찰조직과 대한민국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가세한다. 검찰이 업무용으로 수집했다는 판사세평을, 김태년 원내대표는 '검찰의 불법사찰'이자 '직권남용·불법행위'로 단정했다. 김두관 의원은 윤 총장을 아예 전두환급으로 격하했다.여당 의원들이 말폭탄에 담은 핵심적인 메시지는 '정치검사 윤석열'인 듯하다. 그래서 대역 죄인이자 트럼프이며, 대권 욕심에 불법사찰을 자행한 전두환 같은 사람이라는 얘기다. 윤 총장이 정말 미워서 한 말이고, 정치적 수사일테다. 하지만 과장이 과도하고 논리가 뜬금없으면, 메시지 전달은 실패한다. 황운하 의원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현실의 법정에 서야 할 피고인이고, 김남국 의원이 윤석열 정국에 판사 참전을 요청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더욱 그렇다. 북한이 정부나 대통령을 비난하는 막말 담화를 쏟아내 봐야, 말 같지 않고 말 주인이 북한이라 무시당하는 이치와 같다.만화는 대사를 말풍선에 가둔다. 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정권 전체가 들고 일어난 현 정국이 만화 같고, 만화 같은 정국에 여권 인사들의 말풍선이 가득하다. 추미애 장관과 여당이 정치검사로 낙인찍는 말풍선을 쏟아낼 때마다, 윤 총장의 차기 대선 지지도가 올라가니 이 또한 만화 같다.총장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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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데스크]수험생 좋은 결과 기원 '간절한 마음' 지면기사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사찰을 걷다 석탑 하단에 놓여 있는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흰 휴지로 정성스럽게 감싸 살포시 놓아둔 꽃은 어느 불자의 소원이 가득 담긴 마음일 것으로 다가왔습니다. 부처님께 기도하고도 석탑에 꽃을 놓으며 기원하는 이의 마음은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능을 앞둔 학부모의 마음일 수도 있고 가족들의 건강을 소망하는 어머니의 마음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올 한해는 코로나19로 전에 없던 일상이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들 중에서도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은 더욱더 힘든 한 해를 겪어야 했을 것입니다. 오늘(3일)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입니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상황 속에서 마음조이며 시험을 준비해온 고3 수험생들 모두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한 송이 꽃을 석탑에 놓아둔 이의 마음처럼 우리 모두 수험생들을 위해 기원해 주면 좋겠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글·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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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국토의 막내 '서해5도' 지면기사
"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튀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중략)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청마 유치환이 읊은 '울릉도'다. 문학 속에서 섬(島)은 대개 소외와 고립의 상징으로 은유되고 그리움과 동경의 발원이자 대상이다. 하지만 청마 시절 서정의 끄트머리엔, 뭍에서 떨어진(落) 바람에 형편없었던 낙도(落島) 사람들의 팍팍한 삶이 매달려 있었다.이제는 섬을 향한 관념적 서정도 메마르고, 섬사람들의 생활도 훨씬 나아졌다. 섬과 뭍을 꼼꼼하게 이어주는 연륙교 덕분이다. 지난해 개통된 전남 신안군의 '천사(千四)대교'가 압권이다. 목포와 연륙교로 연결된 압해도와 암태도를 이어 붙였다. 암태도엔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 자라도가 연륙교로 매달려 있었다. 5천800억원 짜리 천사대교로 연륙된 섬들은 수백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고, 1만명이 채 안 되는 섬사람들의 삶은 달라졌다.전라남도뿐 아니다. 부산 경남에도 수많은 연륙교가 섬을 육지로 만들었다. 1조4천억원 짜리 거가대교는 거제도를 부산 생활권으로 만들었고, 부산 가덕도는 신공항 혜택까지 받을 모양이다. 연륙교의 대부분이 전남과 부산·경남에 집중된 걸 보면, 정권을 탄생시킨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결과인 듯 하나 단정할 순 없는 노릇이다. 울릉도에도 2025년에 공항이 생긴다니, 청마의 애틋한 시정(詩情)이 여객기 소음에 묻힐 날도 머지않았다.청마가 애달파한 국토의 막내라면, 이젠 서해 5도(백령·대청·소청·연평·우도)가 유일하지 싶다. 북방한계선 바다에 흩어진 서해 5도는 정서적으로 행정적으로 여전히 낙도다.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이 침몰당했고, 연평도는 북한 포사격으로 불바다가 됐으며, 중국 해적어선들이 어장을 독차지한 서해 5도 국민의 삶은 전쟁이다. 그런데 보상이 없다. 백령도 공항은 지지부진하고, 연평도 포격피해 보상 특별정책자금 9천억원은 절반도 못썼다. 연평도 주민이 온라인 쇼핑을 하려면 전국에서 가장 비싼 배송비를 지불해야 한다."조기를 담북잡아 기폭을 올리고/ 온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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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K리그 멤버 수원FC 지면기사
2016시즌 K리그에서 수원 삼성과 수원FC가 맞붙었다. 이른바 '수원 더비'다. 서울FC와의 '슈퍼 매치'에 구름 관중이 몰리는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과 새내기 수원FC 더비는 일방적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매 경기 치열했다. 수원 FC는 전반기 1-2, 0-1로 연패했으나 후반기 첫 경기에서 5-4로 첫 승을 거뒀다. 비록 마지막 경기를 2-3으로 내줬으나 4게임 모두 1점 차 박빙이었다. 전력차이를 비웃는 라이벌전의 묘미다.프로축구단 수원FC가 2021시즌 K리그에서 팬들과 다시 만난다. 수원FC는 지난 2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남FC와의 K리그2 플레이오프에서 1대1로 비겼다. 무승부일 경우 정규리그 우선 순위팀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리그 규정에 따라 수원FC가 극적으로 승격했다.후반 인저리 타임에 극장 골이 터지는 드라마 장면이 연출됐다. 수원은 전반 27분 상대 수비수 최준의 오른발슛이 굴절되면서 선제골을 허용했다. 파상 공세가 번번이 막히고 오히려 수차례 결정적 위기를 넘긴 수원은 후반 시간이 다 지나고도 만회 골을 넣지 못해 패색이 짙었다. 주심이 시계를 보는 순간 상대 진영에서 크로스 볼을 다투던 수원의 정선호 선수가 넘어졌고, VAR 판독 결과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올 시즌 리그 득점왕 안병준이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오른쪽 골네트를 갈랐다. 5년 만에 1부리그로 승격하는 순간이었다.수원FC는 2003년 수원시 소속 실업팀으로 창단한 수원시청축구단이 전신(前身)이다. 2008년 재단법인으로 재출범해 2012년 프로로 전환했다. 2015년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꺾고 1부리그인 K리그 클래식 승격에 성공했다. 2016년 10승 9무 19패로 리그 최하위로 밀리면서 다시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팬들은 벌써 2021시즌 삼성 블루윙즈와 수원FC가 맞서게 될 '수원 더비' 장면을 그려본다. 영국 맨체스터시의 맨유와 맨시티 더비와 같은 명물 라이벌전을 기대하는 거다. 김도균 감독의 지휘 아래 강팀으로 도약한 수원의 전력은 1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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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중국의 '김치 침공' 지면기사
김장철이 한창이다. 전통적인 겨울맞이 통과의례인 김장문화는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한국 문화의 정수이다. 지난 22일은 제1회 '김치의 날'이었다. 올 2월 김치산업 진흥법 개정으로 탄생한 법정기념일이다. 김치 소재 하나하나(11월)가 모여 22가지(22일)의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를 담았다는데, 김장철이 한창인 때니 금상첨화다. 첫 기념일인 만큼 대형 김장축제도 있을 법했지만, 코로나19 탓인지 밋밋하게 넘어간 건 아쉽다.한국인과 김치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방금 무쳐낸 겉절이로 입맛을 돋우고 묵은지 김치찌개로 미각을 충전한다. 배추김치는 기본이고, 각종 무 김치에 갓김치, 파김치 등 재료와 숙성 정도에 따라 염장한 모든 채소는 김치가 될 자격이 있다. 한국인에게 김치는 영혼이다. 즐기지 않아도 김치 빠진 식탁은 미완성이니, 김치는 한국인의 영혼이다. 누구도 김치에서 소외되면 안 된다. 동네 전체가 김장 품앗이를 하고, 어려운 이웃에 김장김치를 나누어 주는 이유다. 김장 품앗이로 이룬 김치 공동체다.어제 중국 환구시보 뉴스가 기막히다. 중국이 김치산업 국제표준국이 됐다는 것이다. 중국이 상임이사국인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지난 24일 중국이 제안한 김치제조 국제표준을 승인했다는데, 한국을 조롱하는 부연 설명이 뼈 아프다. 한국은 김치무역 적자국이며, 한국 김치 소비량의 35%를 차지하는 수입 김치의 99%가 중국 김치라며 '김치 종주국의 굴욕'이라고 보도했다.국내 반응은 대체로 차분하다. 민간기구인 ISO의 인증이 김치무역을 규제할 국가간 표준도 아니고, 표준 명칭도 '김치(kimchi)'가 아닌 '파오차이(paocai)'라서다. 파오차이(泡菜)는 절임 채소를 통칭하는 단어다. 한국 김치를 '파오차이'로 부르던 그대로 국제표준으로 올려놓고 김치 표준 운운한 것이다. 한국 김치는 중국이 파오차이로 둔갑시킬 수 없는 정체성이 뚜렷한 음식이다. 하지만 한복, 판소리, 아리랑을 자국의 변방문화로 종속시키려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도발이 김치에까지 이른 점은 경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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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축구 영웅' 마라도나 지면기사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 후반 6분, 잉글랜드 문전에서 골키퍼 피터 쉴튼과 공중볼 경합을 벌인 마라도나 선수가 선제 헤딩골을 넣었다. 쉴튼은 신장 185㎝, 마라도나는 165㎝. 더구나 골키퍼는 손을 쓸 수 있어 헤딩슛은 불가능해 보였다. 비디오 판독 결과 마라도나가 손을 쓴 장면이 확인됐다. 세계를 뒤흔든 '신의 손' 사건이다.'악마의 골'을 넣은 마라도나는 5분 뒤 중앙선부터 수비수 6명을 따돌리고 질주한 끝에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네트를 흔들었다. 당시 외신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골과 가장 추한 골이 동시에 나왔다"고 평했다. 잉글랜드는 게리 리네커가 만회 골을 넣었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결승에서 서독을 3대 2로 누르고 FIFA 컵을 차지했다. 대회 5골을 넣은 마라도나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25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외신이 전했다. 앞서 지난 3일 두부 외상 후에 출혈이 생겨 뇌수술을 받고, 1주일만인 11일 퇴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즉각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마라도나는 펠레와 함께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힌다. 펠레는 '축구 황제'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었지만, 그는 '축구 악동'이라 불렸다. 거침없는 언행과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과 미움이 엇갈렸다.1960년 10월 30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3남 4녀의 첫째로 태어났다. 빈민가에서 성장했으나 천부적 축구 재능을 인정받아 16살 때 프로에 데뷔했다. 아르헨티나의 명문 보카 주니어스를 거쳐 FC 바르셀로나, SSC 나폴리, 세비야 FC에서 뛰었다. 마라도나를 영입한 이탈리아 나폴리팀은 1987년 사상 첫 리그 정상에 올랐다. 1989년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 1990년 리그 우승 등 전성기를 보냈다.현역 은퇴 이후 대체로 불운했다. 약물 복용과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모국의 국가대표팀과 프로팀 감독을 지냈으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취재 기자에게 총을 쏴 유죄 판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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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그래미' 노크한 'BTS' 지면기사
코로나19와 후진 정치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방탄소년단(BTS)은 해피 바이러스다. BTS가 어제 또 한 번 낭보를 전해왔다. '그래미 어워즈' 후보로 선정된 것이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그래미 어워드는 알려진 대로 가장 권위있는 음악시상식이다. 클래식부터 대중음악을 망라하는 시상분야도 압도적일 뿐 아니라, 2만장 이상의 음반과 트랙이 참여할 만큼 수상 경쟁도 치열하다. 시카고 교향악단 지휘자인 게오르그 솔티가 클래식 음반으로 31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받아 최다 수상의 영예를 지키고 있지만, 아무래도 그래미의 백미는 대중음악 분야 시상이다.전세계 대중음악 뮤지션들이 그래미의 축음기 트로피를 염원하는 건, 철저히 음악성만 따져 수상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우선 심사위원인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1만3천여명들 자체가 아티스트, 제작자, 녹음전문가 등 쟁쟁한 음악 전문가들이다. 팬들의 투표와 지지에 바탕한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나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는 질적으로 다른 이유다. 그래미 수상은 동시대의 뮤지션들의 인정을 받은 아티스트로 공인받는 통과의례인 셈이다.BTS가 지난 9월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뒤 그래미상 수상을 희망하는 소감을 밝힌 것도, 그래미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미도 아카데미 영화상과 마찬가지로 백인과 미국 중심 시상으로 '화이트'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영국 백인 아델이 미국 흑인 비욘세를 누르고 수상했을 땐 '너무 하얀 그래미'라는 팬들의 비난이 일었고, 일부 흑인 아티스트들은 그래미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AP, 로이터의 대서특필은 BTS의 그래미 후보 선정이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지 보여준다. 특히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본상 후보에 지명됐어야 했다며 "BTS가 주요 그래미상 후보를 강탈당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본상이 아닌 팝 분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그친 걸 비판한 것이다.하지만 아시아 뮤지션에겐 철옹성이던 그래미의 문화적, 인종적 장벽을 허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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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노무현 국제공항' 지면기사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총리실 검증을 명분으로 김해 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하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로 밀어붙일 때만 해도, 논란의 주제는 여당의 선거 '포퓰리즘'이었다. 그런데 난데 없이 국민의힘 부산 출신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발의를 선수치고 나서면서 '야당 무용론'으로 번지더니,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대구·광주신공항 특별법까지 제안하고 나섰다. 오거돈의 성추행으로 인한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문지른 '선거 램프'에서 신공항들이 쏟아져 나오는 나비효과라니, 넋이 나갈 지경이다.지도에서 가덕도를 아무리 유심히 살펴봐도 동남권 관문공항의 입지로는 부족해 보인다. 접근성에서 김해 신공항을 이길 도리가 없다. 부산 시민 상당수도 김해 공항 이용이 수월한 형편이다. 입지상 부산 남부공항이나 다름 없다. 가덕도 신공항이 가능하다면, 경기남부 신공항은 벌써 개항했어야 한다. 경기남부 대도시와 충청권 중소도시의 배후 인구 730만명의 수요와 인천·김포공항 보조 기능만으로도 공항신설 조건은 차고 넘친다.역대 정권이 순전히 표를 구걸하려고 설치한 지방 국제공항이 즐비하다. 하지만 애초에 항공수요는 도외시한 정치공항들이니 유령 공항으로 전락한 게 태반이다. 항공사들은 취항을 사양했고, 빈 공항은 예산만 잡아먹었다. 지금은 사정이 좀 나아졌지만 무안공항 활주로에 고추 말리던 시절도 있었다. 정치공항에 대한 야유와 조롱이 쏟아졌다. 백미는 유령공항에 대통령 이름 붙이기다. '노태우공항'(청주공항), '김영삼공항'(양양공항), '김대중공항'(무안공항)은 국민혈세를 표로 바꾼 실책에 대한 은유다. '김중권공항'(울진공항), '유학성공항'(예천공항)도 있다.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가덕도 신공항 명칭을 '노무현 국제공항'으로 짓자고 제안했다. 좋은 생각이다. 진보진영에겐 '성인' 반열에 오른 노무현 전 대통령 이름을 붙일 정도라면, 가덕도 신공항의 성공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반증일 테다. 반대로 천영우 전 청와대경제수석 말대로 멸치나 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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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연평도 포격' 10주년 지면기사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께, 북한군이 연평도에 포탄 170여 발을 퍼부었다. 검은 연기와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섬마을은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했다. 해병대는 즉각 대응사격을 가했고, 국군은 서해 5도에 이어 전군에 '진돗개 하나'를 확대 발령했다. 해병대원 2명이 전사했고, 중경상 16명, 민간인 사망자 2명, 중경상 3명의 인명 피해와 각종 시설·가옥이 파괴됐다.고(故) 서정우 하사는 이날 휴가를 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G20 행사 등으로 미뤄졌던 군 생활 마지막 휴가를 떠나는 길이었다. 전역을 꼭 30일 남긴 시점이었다. 배에 오르기 전 포격이 시작됐다. 서 하사는 동료들과 함께 부대로 복귀하던 중 북한의 포격으로 전사했다. 현장에는 그의 해병대 모표가 박힌 소나무가 남았다. 쓰고 있던 모자에 부착된 모표가 포격의 충격으로 떨어지면서 소나무에 꽂혔다고 한다.'연평도 포격'은 휴전 협정 이후 북한군이 대한민국 영토를 직접 타격해 민간인이 사망한 초유의 사건이다. 국제 사회가 공분했으나 북한은 정당한 군사 대응이었으며 오히려 책임은 남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국군과 미군의 육·해·공군 연합 호국훈련을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위협을 실행하는 구실로 삼은 거다.연평도 포격은 같은 해 3월 천안함 폭침과 함께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후계 세습을 굳히기 위해 저지른 만행이다. 당시 북한은 김 위원장을 '포병 술의 대가'로 선전했다. 포격을 지휘한 김격식 4군단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인민무력부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 공격한 북의 태도는 10년이 지나도 변한 게 없다. 최근에는 민간인인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의 권력교체기를 맞아 북이 기습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경고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를 뒤흔들 카드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에서다.포격 직후 이명박 정부는 북에 대한 대규모 응징작전을 구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클린턴 국무장관의 설득에 밀려 실행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