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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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돼지 살처분 지면기사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가축 살처분(殺處分)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트라우마 예방 및 치료 제도 개선을 정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2017년 공무원과 수의사 268명을 대상으로 '가축 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를 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 4명 중 1명은 중증 우울증이 우려된다고 했다.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르면 국가·지자체는 가축 살처분 참여자로부터 신청을 받아 심리적, 정신적 치료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인권위는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사건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회피반응'을 보여 스스로 치료를 신청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지난 8일과 11일, 강원도 화천의 축산농가 돼지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농가의 돼지 1천200여마리가 살처분됐다. '굴착기 굉음과 함께 새끼돼지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굴착기 2대는 농장 구석에 구덩이를 파 돼지를 담을 대형 용기(FRP) 10개를 묻고 있었고, 1대는 돼지를 줄에 묶어 용기 안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방송이 전하는 끔찍한 현장 상황이다.가축 살처분은 잔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죽을 까닭을 모르는 동물은 괴성을 지르며 살겠다고 발버둥 친다. 멀쩡한 생명줄을 끊고 무더기로 땅에 묻어야 하는 인간 역시 생지옥을 경험한다. 일부는 정신적 충격을 이겨내지 못해 정신질환자가 되기도 한다.1년 만에 재현한 악몽에 축산농가들은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연천·포천·파주 지역 농가들은 얼마 전 재개한 새끼돼지 입식을 중단하게 됐다. ASF 바이러스는 겨울에도 내성이 강하다. 원치 않는 개점휴업이 언제 그칠지 기약도 없게 됐다.인간계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돼지들에는 ASF 바이러스가 창궐해 인수(人獸) 협공을 하고 있다. 둘 다 뚜렷한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 겨울철에 더 활성화하고 전파력도 강해지는 특성을 지녔다. 지난해 중국에서 1억마리, 국내에서 45만마리의 돼지가 희생됐다. 바이러스 전파자로 찍힌 야생멧돼지는 씨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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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북한 열병식 유감 지면기사
북한 공산주의 독재체제의 특징으로 사회주의 대가정론이 있다. 지도자를 아버지, 당을 어머니, 인민을 자녀로 여겨 나라 전체를 하나의 가정이라는 유기적 결합체로 결속시킨다. 가정에서 아버지인 수령의 말씀은 신성하며, 어머니인 당을 지켜야 하고, 자녀인 인민들은 부모에게 순종해야 한다. 가정의 질서를 깨는 반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유교적 체취가 물씬한 사회주의 대가정론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의 요람인 셈이니, 북한 공산당의 가부장적 유교문화 차용이 절묘하다.지난 10일 0시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는 "건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무병무탈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사죄도 했다. 악성비루스와 자연재해로 고생한 인민의 건강을 걱정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눈물을 쏟는 아버지의 모습에 열병식에 도열한 자녀들, 당간부·군인·평양시민들도 주룩주룩 눈물을 흘렸다.눈물로 자녀들과 일체가 된 김 위원장은 이내 환한 미소로 신무기 열병식을 박수로 맞는다. 공개된 신무기들의 위용은 대단했다. 2017년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으로 핵무장국 지위를 굳힌 북한이다. 이번 열병식에서 핵탄두를 탑재한 발사체가 주목받았다. ICBM은 2017년 성공한 화성15형 보다 대형화됐고,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북극성-4A도 등장했다. 핵탄두 여러개를 실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무기들이다. 아버지 김 위원장은 "그 어떤 군사적 위협도 충분히 통제 관리할 수 있는 억제력을 갖추었다"고 선언했고, 자녀들은 열광했다.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보냈다. 지금 남녘 동포들은 북한 해군이 사살한 김 위원장의 '사랑하는 남녘 동포' 시신을 찾아 바다를 헤매고 있다. 이제 남녘동포들은 김 위원장의 연설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읽는 무리와, 열병식의 IC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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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BTS와 병역특례 지면기사
90년대 초, 바둑 기사 이창호 9단은 국내·외 기전에서 연간 90승을 달성했다. 스승인 조훈현 9단을 넘어선 청출어람이다. 승패의 갈림길에도 표정 변화가 없어 돌부처란 별명을 얻었다. 반집 승부를 정확히 가려내 신산(神算)이라 불렸다. 1975년생인 그는 1994년 군 입대 대상이었다. 국보급 기사가 국위를 선양하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국민 청원이 시작됐다. 치열한 찬반 공방 끝에 병역특례대상이 돼 공익근무를 했다. 정부가 바둑을 체육특기자 종목에 넣는 묘책을 낸 것이다.방탄소년단(BTS) 단원들의 병역면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면서다. K-팝의 주역인 BTS에 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찬성론자들 주장이다. 반면 형평과 공정에 어긋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정치권은 또 오지랖이다. 여당 의원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국민에게 주어진 사명이지만, 모두가 반드시 총을 들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국민이 보기에 편치 못하고 본인도 원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는다.대한민국 국민은 병역에 민감하다. 병역 기피자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사회에서 매장되기 때문이다. 도박과 음주운전, 심지어 마약을 한 연예인이 화려하게 부활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에겐 세월이 약이다. 하지만 병역은 다르다.가수 유승준은 2002년 미국 시민권 취득을 통한 병역 기피 의혹으로 국내 입국을 금지당하고 추방됐다. 이 사건으로 그는 슈퍼스타에서 조국을 배신한 자, 국민을 속인 사기꾼으로 낙인찍혔다. 법정소송을 통해 입국의 길이 열렸으나 18년이 지난 현재까지 타국을 떠돌고 있다. 국민 정서를 우려한 외교 당국이 입국비자를 발급하지 않기 때문이다.병역 면제 논란은 고무줄 잣대에 있다. 1973년 시작된 병역특례제도는 수차례 바뀌고 땜질 돼 누더기가 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운동선수와 순수예술인에 대한 특례규정만 있을 뿐 대중문화예술인은 제외돼 있다. BTS 단원들에 대한 특례대상 적용이 어려운 이유다.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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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라면 형제' 명칭 유감 지면기사
요즘 유행하는 먹방 콘텐츠를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라면 요리가 수두룩하다. 문어나 대게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라면은 해안 도시 맛집들의 단골메뉴가 됐고, 먹방 유튜버들은 라면에 초호화 식재료를 더한 새로운 메뉴들을 쏟아내고 있다. 영화 '기생충'으로 유행했던 '한우 채끝살 짜파구리' 열풍도 시들해졌을 만큼, 라면 요리의 무한 변신은 발빠르고 호화롭다.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세계 1위이다. 남녀노소 없이 라면을 끼니로 먹는 것도 모자라 야식의 대명사로 만들어 놓았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건넨 "라면 먹을래요"라는 대사는 단순한 식품을 넘어선 라면의 문화적 위상을 잘 보여준다. 바야흐로 한국인은 라면으로 미각의 평등을 이룬 시대에 사는 듯 싶다.하지만 한국인의 집단심리 한구석엔 라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숨어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라면의 미덕은 싼 가격, 간편한 조리, 신속한 섭취다. 어쩐지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돈과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의 식품이라는 인상이다. 실제로 그랬다. 삼양라면이 처음 출시된 1963년은 산업화가 막 시작된 시기다. 서민들은 라면으로 간단하게 때우고 신속하게 일터로 복귀했고, 빈곤층에겐 라면이 구황식품이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지만, 5천년 역사에 밥심이 제대로 느낀 시대는 드물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인에게 '밥심' 못지 않은 '(라)면심'이 있었다.'라면=빈곤'이라는 인식의 대표적인 피해자(?)가 '86 서울 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임춘애다. 스타탄생 스토리의 클라이맥스 "라면만 먹고 뛰었어요"라는 언론 보도였다. 그녀가 한 말도 아니고 사실도 아니었다. 가난했지만 17년 동안 라면만 먹고 뛸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라면 소녀'라는 낙인은 아시안 게임 육상 3관왕을 대신해 지금껏 회자된다.엄마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이다가 불이 나 중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들이 의식을 회복했다는 뉴스가 고맙고 반갑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형제를 지칭하는 '라면 형제',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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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이슬람식 장례 지면기사
검은색 양복에 흰 장갑을 낀 남성들이 관(棺)을 메고 흥겨운 춤을 춘다. 제복 차림 지휘자가 이끄는 운구 행렬에 악단과 유가족이 뒤따른다. 빠른 리듬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춤사위가 이어지는 장례식이 진행된다. 유튜브를 통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관짝 춤' 동영상 장면이다. 우리네 정서로 상상조차 못하는 괴이한 장례의식은 아프리카 가나의 전통 풍습이다.가나 출신의 방송인 샘 오취리는 종편방송에 나와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모국의 장례문화를 설명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의 마지막 길을, 우울하지 않은 즐거운 기분으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관짝 춤은 의정부고 학생들이 '관짝 소년단'이란 이름으로 패러디하면서 유명세를 더했다.지난달 29일 타계한 쿠웨이트의 알자비르 알사바 국왕(91)이 일반 공동묘지에 묻혔다. 장례식은 간소했고, 묘의 크기도 일반 묘와 비슷했다. 국왕 시신은 지난달 30일 국기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철제 파이프로 만든 들것에 실려 공동묘지로 옮겨졌다.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에서 열린 추모 행사도 간단히 끝났다. 국가를 대표해 행정부를 총괄하고 군 지휘권을 가진 최고 권력자의 장례식이라고 믿기 어렵다.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의 장례식도 모스크에서 간단한 추모 의식을 가진 뒤 바로 공동묘지에 안장되는 '1일장'으로 치러졌다. 여러 나라에서 온 조문 인사들은 소박한 장례식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고 당시 외신은 전했다.간소한 장례식은 전체 이슬람교 신자의 90%를 차지하는 수니파 국가에서 보편화 돼 있다고 한다. 이슬람 전통은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같은 수준의 장례를 치르는 것이다. 무덤 크기도 왕족이나 일반인이나 비슷하다. 이슬람교는 "인간은 누구나 신 앞에 평등하며, 장례식은 흙에서 나온 인간이 흙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과정이기 때문에 검소하게 치러야 한다"고 가르친다.장례는 고인과 이별하는 고유의 의식이다. 장사(葬事)는 사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의례와 방식이 다르다. 빈소에서 곡소리가 아닌 춤과 노래 소리가 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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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가황(歌皇) 나훈아 지면기사
우리나라 가요 트로트는 일제 강점기 엔카(일본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뽕짝이라 불리기도 한다. 4/4 박자를 베이스로, '쿵짝 쿵짝' 리듬이 이어진다. 전통 가요라지만 그리 오랜 역사는 아닌 것이다.추석 연휴, 전국이 트로트로 뜨거웠다. 연휴 첫날 KBS2 TV 채널로 방영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전국 시청률 29%를 기록했다. 고향인 부산에서는 37%를 넘기도 했다. 후속작 '나훈아 스페셜' 역시 시청률 18%를 넘어섰다고 한다.나훈아는 2시간30분 동안 스물아홉 곡을 쏟아냈다. 민소매 셔츠에 찢어진 청바지 차림으로 '청춘을 돌려다오'를 열창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으로 진행됐으나 무대는 더 풍성했고, 스케일은 웅장했다. 거대한 배와 기차, 하늘을 날고 바다로 빠지는 역동적인 연출로 관객이 없는 허전함을 채웠다.만 73세 나훈아는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청춘의 몸을 보여줬다. 나이를 잊은 가창력과 쇼맨십, 화려한 무대 연출에 중·노년층뿐 아니라 청년층도 환호했다. '고향 역', '홍시', '사랑', '무시로', '18세 순이', '잡초', '영영' 등 히트곡에 신곡 '테스형'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공연 중간 툭툭 던진 메시지가 국민 마음을 흔들었다. "국민 때문에 목숨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본 적 없다"며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고 했다. "KBS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을 위한 방송이지요? 두고 보세요. KBS는 앞으로 거듭날 겁니다"라고 했다. 가황(歌皇)다운 묵직한 울림을 줬다는 반응들이다.감동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정치권은 또 찬물을 끼얹는다. 야권은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고 해석했다. 여권은 아전인수격이라며 '오독 하지 마라'고 되받는다.나훈아는 50년 넘게 한우물만 판 장인이다. 한때 돈은 없었을지언정 가오는 '단디' 챙겼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불러도 가지 않았고, 평양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외길 가인(歌人)이기에 한 소절에 감흥이 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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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비대면 추석' 후기 지면기사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났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첫 명절의 키워드는 언택트, 비대면이었다. 연휴를 앞두고 전국 각지의 '고향'에서는 자식들의 귀향을 만류하는 아버지, 어머니들의 호소가 동영상과 현수막으로 넘쳐났다. 언론들은 조선시대에도 전염병이 돌면 차례를 금했다는 문헌과 고증을 찾아내 '비대면 추석' 분위기를 잡았다. 정부는 추석 대이동이 코로나19 대유행을 초래한다는 경고를 연일 쏟아낸 것도 모자라 명절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도 폐지했다. 국립현충원을 비롯해 전국의 공·사립 추모공원도 문을 닫았다.하지만 발 없는 말(言)도 천리를 간다는데, 발 달린 사람들의 이동 욕구를 막을 도리가 없다. 연휴 기간 고속도로 1일 통행량은 지난해보다 15% 정도 줄었다지만, 연휴가 길어 전체 통행량은 비슷했다고 한다. 제주도와 부산에 관광객이, 설악산엔 등반객이, 서해엔 낚시객이 몰렸다. "코로나가 하루 이틀에 없어질 것도 아니고…. 만날 집만 지키고 있을 수 없다"는 외교부 장관 낭군님의 미국행은 코로나도 어쩌지 못하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보여준다. 차벽으로 봉쇄한 개천절 광화문 '재인산성'은 어색하고 기괴했다.연휴의 이완감 때문인가. 정치의 시간도 한가해졌다. 연휴 직전 면죄부를 받은 추미애 법무장관은 '무책임한 세력들에 대한 후속조치'를 예고하고, 야당은 '추안무치'로 받아쳤지만 연휴 덕분에 전쟁으로 번지진 않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는 렘데시비르를 투약받고 대선 유세를 중단했다. 우리 해군은 명절 내내 서해 북방한계선 아래에서 북한 해군에 사살된 공무원의 시신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연휴 중에 숙성된 정쟁과 국제정세 변화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비대면 추석에 집에 갇힌 국민들은 다양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TV 채널을 전전했다. 트로트와 특선영화, 스포츠를 오가던 중에 그나마 '나훈아'가 위로가 됐다. 무관중 비대면의 한계를 역대급 퍼포먼스와 레퍼토리로 극복한 공연은 나훈아 이름 석자에 담긴 무게를 증명했다.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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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불효자는 옵니다' 지면기사
추석(秋夕)은 중추절(仲秋節)·가배(嘉俳)·가위·한가위라고도 한다. 중추절이란 명칭은 가을을 초추·중추·종추로 나누는데, 음력 8월이 중간이라 붙은 이름이다. 한국의 전통 명절인 설날·한식·중추·동지 중 으뜸으로 친다. 문헌상 기원은 삼국시대로 추정된다.정부는 1949년 음력 8월15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1986~1988년에는 추석 당일과 다음날까지 이틀 연휴가 됐다. 1989년 이후 3일 공휴일이 시행돼 현재에 이른다.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추석 연휴 제발 없애주시길 부탁드립니다'란 제목의 청원이 등장했다. '전 국민 이동 벌초 및 추석 명절 모임을 금지해주세요'란 청원은 3만5천563명의 동의를 얻었다. 코로나 19 재확산을 막으려면 연휴를 없애고 성묘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올해 추석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명절이 될 전망이다. '불효자는 옵니다'는 시골 거리 현수막은 암울한 시대 상황을 유쾌한 위트로 담아냈다. 동네 맘 카페에는 '우리 시어머니가 올해는 내려오지 말라고 하셨다'는 글에 '좋아요'와 공감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고 한다.정부는 연휴 기간, 친지 방문·여행 등 이동 자제를 호소한다. 연휴 기간 고속도로 휴게소와 졸음 쉼터 등에 출입구 동선을 분리하고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지루한 귀성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맛보는 간식거리의 유혹도 참아내야 한다. 차 안에서 먹는 어묵과 떡볶이는 따끈하고 쫀쫀한 매장의 그 맛이 아닐 것이다. 대목을 날리게 됐다며 상인들도 울상이다.제주에서는 '추캉스' 족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자 아예 여행을 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제기됐다. 청원인은 "수많은 제주 도민들도 육지 방문 계획을 취소 또는 연기했다"며 "20만명이 한꺼번에 제주도를 찾는 것은 해롭다. 국가 차원에서 금지 조치해달라"고 주장했다.명절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직업과 세대, 지역,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총각 처녀의 결혼이 아니라 '회사 어떠냐'가 금기어가 됐다. 날씨도 사나울 전망이다. 추석 당일인 다음 달 1일 전국이 흐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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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국민의 권리, 국가의 의무 지면기사
대한민국 헌법을 다시 읽는다. 헌법 제2장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국민의 권리와 이 권리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밝혀놓았다.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은 '생명'이다. 생명이 없고서야 인권도 없다. 헌법 제66조,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국민 개개인의 생명이 국가와 국가의 원수(元首)이자 대표인 대통령에게 보장받아야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의 나라,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이 된다.대한민국 국민이자 국가공무원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한 영해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됐다. 고인은 소중한 생명을 잃고도 모욕당했다. 북한은 그의 시신을 불태웠고, 대한민국 군 당국은 그를 자진 월북자로 몰아갔다. 북한은 사과 전통문을 통해 시신 소각을 부인하고, 그가 대한민국 국적자임을 밝혔다고 했다. 자진월북 혐의는 무색해졌지만 시신 실종 주장은 믿기 힘들다.단 하나 분명한 건 그가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발견돼 북한 단속정에 사살되기까지 6시간 동안, 국가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만일 그날 우리 군함들이 문제의 해역 북방한계선에 집결해 표류 공무원과 북한 단속정을 향해 일제히 서치라이트를 집중시키고 경고방송만 했더라도 공무원을 향한 사격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친서교환 라인이나, 북한의 사과 전통문 수신 라인을 국민 목숨 구하는 데 쓰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차마 그럴 줄(죽일 줄) 몰랐다는 국방부 장관의 국회 답변은 군대의 언어로 볼 수 없다.주말을 지나면서 통 큰 계몽군주 김정은의 신속한 사과를 정체된 남북관계의 전화위복으로 해석하는 여권 인사들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북한은 시신을 찾으면 돌려 줄테니 자신의 영해에 얼씬거리지도 말라 한다. 헌법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대한민국 국민의 주검이 의문의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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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통합과 분도(分道) 지면기사
조선 시대 기본 행정구역은 8도(道) 체제다. 1895년 23부로 변경됐으나 혼란을 초래하자 도 체제로 복귀했다. 다만 경기·강원·황해를 뺀 나머지 5개 도를 남북으로 나눠 13도가 됐다. 해방 후 남한은 8도(황해도가 경기도로 편입)로 유지되다 현재는 17개 광역자치단체가 됐다.광역지자체는 사람 숫자와 상관관계다. 주민이 늘면 행정수요가 늘고, 임계점을 넘으면 분리하는 식이다. 하지만 호남과 영남에서 인구 100만명 남짓한 지자체가 광역단체로 승격하면서 '정치가 개입했다'는 등 뒷말이 많았다.최근 전국 광역지자체들의 행정 통합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구와 경북이 선두주자다. 지난 21일 학계·기업계·시민단체가 참여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올해 말 주민투표, 내년 6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2년 7월께 통합이 마무리될 것이란 예상이다. 지역에서는 산업 생태계가 붕괴하고 인구가 감소하는 등 위기를 돌파할 묘책이라고 기대한다.광주와 전남도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묶는 '메가시티'를 만들어 제2의 수도권으로 육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그런데, 경기도는 반대 방향이다. 의정부시의회는 이달 초 '경기북도 설치 추진위원회 구성 및 운영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했다. 경기도는 즉각 의정부시에 재의 요구를 지시했고, 시는 이를 의회에 통보했다. 도는 이에 불응할 경우 대법원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광역지자체들의 통합 목적은 인구 500만~800만명 급의 '슈퍼 지자체'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자는 거다. 통합이 실현되면 중복 사업을 피하고 예산을 집중해 규모의 경제를 꾀할 수 있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 재정교부금, 지역내총생산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경기북도 신설 공약은 1980년대 후반 처음 제기됐다. 이후 2010년대까지 여러 차례 제안됐고, 2017년 국회에 '경기북도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분도의 명분과 당위성은 옅어졌다. 이미 의정부에는 도청 북부청사와 교육청, 소방안전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