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임대주택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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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임대주택 후폭풍 지면기사

    "이 정부 들어 집값을 이렇게 올려놓고 임대주택 건설계획만 논하는 것을 보는 국민은 속이 썩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통령의 임대주택 발언에 대한 비판이다. 청원인은 "수도권 집값이 2~3배 오르고, 젊은이들이 '영끌 대출'로 집을 산다"며 "여기에 대한 대책이 임대주택이라면 나라를 사회주의로 만들고 싶은 것이냐. 왜 누구나 임대주택에 살아야 하느냐"고 주장했다.문재인 대통령이 동탄 공공임대 주택을 찾은 뒤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 11일 문 대통령의 임대주택 방문을 연출하기 위해 인테리어 보수비용 4천290만원 등 4억5천여만원을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당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자료라고 한다. 행사대행용역 비용만 4억1천만원이다.해당 임대주택 거주자들도 불만이다. 한 주민은 온라인 공공임대주택 커뮤니티에 대통령이 방문할 주택을 급하게 꾸미느라 새벽까지도 드릴 소리가 들렸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단지 입주민들 주택은 하자보수 처리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하자가 많으니 고칠 게 많았고, 그럴싸하게 포장해 국민 앞에 '보여주기 쇼'를 했다는 거다.청와대는 대통령의 '13평, 4인 가족' 발언은 왜곡됐다고 했으나 여진은 멈추지 않는다. 한 청원인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부터 개인 자산 모두를 코로나19로 애쓰는 의사와 병상 확보, 백신 수입을 위해 기부하고 13평 임대주택에 살며 솔선수범하길 간곡히 청원한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이 폭등하고 전·월세가 자취를 감췄는데도 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은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 같다"고 했다.방문 현장에서 대통령을 수행한 변 내정자도 덩달아 구설에 올랐다. 실패를 거듭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들어 야당은 '기대할 게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쓰레기차 피하니 X차 만나게 됐다"고 혹평한다. 그가 사장으로 있던 LH 직원은 내정 소식이 알려진 뒤 SNS에 '우리는 쾌재를 불렀다'는 자극적인 제목으

  • [참성단]누가 '개미지옥'에 빠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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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누가 '개미지옥'에 빠졌을까 지면기사

    명주잠자리는 우리 산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곤충이다. 고운 이름은 비단천(명주) 처럼 맑고 투명한 날개 덕분이다. 이런 명주잠자리의 유충 이름이 개미귀신이라니 반전이다. 다른 잠자리 유충들은 물속에서 모기 애벌레인 장구벌레를 잡아먹는다. 반면 개미귀신은 개미를 잡아먹기 위해 수변지대 근처 모래밭에 깔때기 모양의 함정을 파는데 이름이 개미지옥이다. 함정에 굴러떨어진 개미는 탈출하려 기를 쓰지만 시지프스의 돌처럼 되떨어지는 모래 탓에 결국은 개미귀신의 먹이가 된다. 개미지옥이라는 이름값이 부족하지 않다.연초 취임한 추미애 법무장관이 인사를 통해 측근 검사들을 해산했을 때 윤석열 검찰총장은 고립무원의 개미지옥에 갇혔다. 이 정도면 자진사퇴가 관행인데 그는 버텼다. 개미지옥은 더 깊어졌다. 채널A사건과 범죄자 김봉현 옥중편지를 근거로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했다. 그래도 윤석열은 개미지옥 탈출을 포기하지 않았다.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했다. 추미애는 버티는 윤석열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징계위에 회부했고, 모두 윤석열의 최후를 예상했다.어제 새벽 법무부 징계위가 윤석열에게 정직 2개월을 결정하자,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고 추미애는 사의를 밝혔다. 개미지옥의 윤석열이 죽은 건지 산 건지 애매하다. 지난 1년간 그를 잡으려던 추 장관과 여당의 집요한 모래 공세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되돌아보면 개미지옥 상황이 이상하긴 했다. 대검찰청에 윤석열 지지화환이 쇄도했고, 검사들은 윤석열 구하기에 나섰고, 법무부 감찰위원 전원은 징계불가를 권고했고, 법원은 윤석열 직무정지를 풀어줬다. 개미지옥이 깊어질수록 윤석열 지지율은 치솟았다. '정직 2개월'은 오히려 여권의 윤석열 사태 출구전략으로 해석될 지경이다.그렇다고 개미지옥 싸움이 끝난 것도 아니다. 윤석열은 이미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공방의 당사자는 검찰총장과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개미지옥 전쟁 2라운드다. 이렇게 되면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가 누구고 개미귀신이 누구인지 헷갈린다.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 개미귀신이 개미사냥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 [참성단]김종인의 대국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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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김종인의 대국민 사과 지면기사

    정당이나 정치지도자에게 대국민사과는 괴로운 일이다. 여론의 지지를 먹고 사는 처지에 전 국민을 향해 머리를 조아릴 형국이라면, 민심은 이미 돌아설 대로 돌아섰을테니 그렇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홍걸, 홍업 두 아들의 뇌물수수죄에 연달아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여론에 놀라서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한데 이어, 친형인 이상득의 불법정치자금 범죄에도 사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에 고개를 숙였다.사과는 잘하면 전화위복이 되고 못하면 더 큰 낭패를 당한다. 사과하고도 더 큰 비난을 받는 연예인들이 부지기수고 망한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다. 형용 모순에 가까운 '사과의 기술', '사과의 정석'이 회자되는 이유다. 기술과 정석이라지만 '문제 발생 즉시 사과하라', '진정으로 사과하라', '상대가 용서할 때까지 사과하라' 등등 사과의 사전적 뜻풀이에 가깝다. 정치인의 사과가 빛이 바래는 이유는 지연 사과, 대리 사과, 빈말 사과인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선거를 전후한 당리당략형 사과는 신물 날 정도다.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구속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잘못은 집권당의 잘못이라며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광주를 찾아 5·18 희생자 묘역에 무릎 꿇고 "죄송하다"고 울먹이며 사죄한 장면에 비견할 만큼 감동적인 명문이다. 아쉬운 건 일독할 만한 명문장들이 사과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 점이다. 사과문은 '2020년 12월15일 국민의힘'으로 끝나는데,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과에 반대하거나 불평한다. 여당의 비아냥이 아니더라도, 김종인 개인의 사과인지 제1야당의 공식 사과인지 국민들은 헷갈린다.김 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결단한 건 범죄가 소명된 당 출신 전직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하고 신생을 위해서일 것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도 제1야당의 신생은 절실하다. 지방, 중앙, 입법권력을 독점한 1당 독주 정권은 두 날개로 날아야 할 민주주의에 위협적이다. 좌익의 건강을 위해

  • [참성단]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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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지면기사

    '약탈자'란 뜻의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서인도의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주 신설 법안을 막으려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 정치적 의미로 쓰였다. 이후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고의 방해하는 행위를 뜻하게 됐다.'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이름을 알린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내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갈아치웠다. 장장 12시간 47분이다. 이전 기록은 2016년 테러방지법 입법 반대토론 때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운 12시간 31분이었다. 윤 의원은 대공수사권을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넘기는 국정원법 개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연단에 섰다.'철의 의원'으로도 불리는 그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마이크를 내려놔야 했다. 앞선 토론자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역상의 이유로 발언을 강제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동료 의원은 "윤 의원의 의지가 강해 돌발 변수가 없었다면 연설은 더 길어졌을 것"이라고 한다.민주당은 당초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여당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자당 의원들에게 맞불 토론에 나서도록 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초선의원 전원이 참여하기로 하자 태도를 바꿨다. 민주당이 상정한 '토론종결 동의'는 찬성 180표로 통과됐다. 국회법상 재적 의원 5분의3(180명) 이상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를 끝낼 수 있다.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표결에 의해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은 무제한 토론을 강제로 끝낸 뒤 곧바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전체 의석수의 60% 이상을 점유한 절대 다수당의 위력시위다.국회에서 처음 필리버스터를 시도한 인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1964년 야당 의원 시절, 동료인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의 구속을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을 실행했다. 원고도 없이 5시간 15분 발언해 김 의원의 구속동의안을 무산시켰다. 김 대통령

  • [참성단]조두순 출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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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조두순 출소 풍경 지면기사

    12월12일 조두순이 안산 자택으로 돌아왔다. 나영이(가명)에게 금수 같은 죄를 저지른 대가로 12년 징역형을 모두 마친 이날 아침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출소한 것이다. 그가 도착한 자택 골목은 아수라장이 됐다. 항의하는 주민, 유튜버, 경찰이 조두순을 중심으로 한데 엉켜 큰 소란이 일었다. 이날 0시 기준 1일 확진자 950명은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대였지만, 그를 향한 적대감이 코로나 공포보다 컸던 셈이다.조두순을 향한 국민적 적대감은 죄와 벌의 격차 때문이다. 죄는 입에 올리기조차 혐오스럽다. 인두겁을 쓰고 할 짓이 아니었다. 벌은 인자했다. 강간으로 5년, 살인으로 2년 징역형을 살았던 전과 17범이 가중 처벌은 커녕, 술에 취했다는 진술만으로 무기징역에서 12년으로 감경받았다. 조두순 여론에 놀란 정치권은 지난해부터 조두순 관련법을 무더기로 쏟아냈지만, 그의 처벌을 늘릴 수는 없었다.그 바람에 여론이 조두순을 사회적 감옥에 재수감하는 형국이 됐다. 조두순의 정상적인 사회복귀는 힘들 것이다. 전자발찌 보다는 시민의 시선 때문이다. 국민들, 특히 안산 시민들이 한사코 그를 격리하려는 이유는 재범의 우려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조두순을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나 사이코패스로 진단한다. 이들은 충동적이며 교활하고 죄책감이 없다. 오스트리아 연쇄살인범 잭 운터베거는 첫 번째 살인으로 복역하던 중 세상을 감쪽같이 속인 연극으로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출소 후 소설가, 기자로 명성을 누리면서도 오스트리아 미국에서 여성들을 연쇄적으로 살해했다. 범죄 충동은 마약과 같다.조두순도 나이만 먹고 그냥 나왔다. 그는 죗값을 치렀다고 생각할 수 있다. 68살 먹은 출소자에 대한 사회적 적대감이 부당하다며 적대감을 느낄 수 있다. 사이코패스 범죄 충동을 부추길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조두순 동네 주민들은 공포에 시달리고, 유튜버들은 조두순 특수를 겨냥해 어떤 기행도 마다치 않을 기세다. 그가 출소할 때 걸친 롱패딩 제조업체는 언론에 로고를 모자이크 처리해달라고 읍소한다. 더 곤란한 건 법정형을 다 마친 출소자

  • [참성단]자영업자의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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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자영업자의 국민청원 지면기사

    '가는 날이 2단계', '코로나보다 화병(火病)에 먼저 간다', '마른하늘에 500명'. 수원에서 한우구이 식당을 하는 40대가 페북에 코로나 관련 유행어라며 올린 글의 일부분이다. 자영업자의 힘겨운 버티기 실태와 정부의 방역 대책에 대한 비판을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냈다. 읽다 보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도 없게 된다.그는 지난 여름 SNS에 글을 올려 멀쩡히 다니던 공기업을 그만두고 자영업의 길을 택했던 사실을 밝히면서 "후배들아 사표 절대 내지 마라, 내라고 해도 끝까지 버티라"고 충고했다. 얼마 전 수도권이 2.5단계로 격상된 날에는 "저녁 전에 발표해줘서 고맙다. 밥을 먹은 후였다면 체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연말이면 보너스를 얼마나 줄지 고민했는데, 직원 13명의 급여를 걱정하는 날이 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라고 푸념했다.청와대 게시판에 '코로나 전쟁에 왜 자영업자만 일방적 총알받이가 되나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랐다. 며칠 만에 참여인원이 10만명을 넘어섰다.자영업자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코로나 규제방향을 보면 90% 이상 자영업자만 희생을 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합 금지할 때 그 엄청난 마이너스를 왜 자영업자한테만 책임을 다 지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했다.청원인은 자영업자가 원하는 건 코로나로 집합금지가 되면 대출 원리금 상환도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대료도 그 기간엔 받지 말도록 해야 하며 각종 공과금도 사용하지 못한 만큼 줄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제 대출도 막히고 집도 줄이고 가진 거 다 팔아가면서 10개월을 버텨왔다"며 "제발 부탁 드립니다. 마지막 생명줄마저 끊어지기 전에 절규하며 호소합니다"라고 끝맺음했다. 최근 모 식당업주는 "지난 추석 때 3단계로 격상해 짧고 굵게 끝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방역과 경제를 다 잡겠다며 냉·온탕을 오가는 바람에 자영업자들만 피해가 커졌다고 비판했다.코로나로 모두가 힘들어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더 나빠 보인다는데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텅

  • [참성단]'백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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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백신 전쟁' 지면기사

    '2020 코로나 대침공'. 2020년 새해 벽두 세계를 기습 침공한 코로나19에 인류는 속수무책이었다. 인류는 이동을 멈추고 언택트 사회에 갇혔다. 셧다운을 반복한 거대도시들은 활기를 잃었다. 미국은 노마스크(공화당)와 마스크(민주당)의 정치적 내전으로 내상이 심각하다. 지난 1년 6천688만여명이 감염됐고, 154만여명이 사망했다. 우리의 희생도 컸다. 확진자는 4만명에 육박했고, 556명이 사망했다.(질병관리청 12월9일 현황)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얼마나 활보하는지 파악조차 힘들다.다행히 인류는 2020년이 가기 전에 희망의 등대를 밝혔다. 백신을 무기로 코로나19에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지난 8일 90세 영국인 마거릿 키넌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최초로 접종했다. 백신 대량 접종이 개시된 것이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자본을 모았고 까다로운 임상시험 조건을 완화했다. 제약사들은 백신 시장을 겨냥해 속도경쟁을 벌였다. 일찌감치 팬데믹을 예상한 빌 게이츠도 민간에서 백신개발을 독려했다.코로나 침공에 맞선 지구연합 작전 결과 새로운 종류의 백신이 개발됐다. 유전자 백신(mRNA백신)이다. 인체에 유전자를 심어 코로나19와 유사한 단백질을 형성해 면역력을 만든다. 화이자와 모더나사의 백신이다. 비싼 가격과 초저온 유통이 단점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존슨사의 백신은 코로나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심어 면역력을 만든다. 가격이 싸고 유통도 쉽지만 효과는 떨어진다.백신 개발로 코로나19에 대한 인류의 반격이 개시됐지만,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백신 확보 전쟁이다. 개발 전에는 최빈국을 배려해 백신 평등론을 논의하던 선진국들이 백신을 선점하기 위해 난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이자 백신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고, 프랑스는 화이자에 공급계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우리 정부도 뒤늦게 4천400만명 분의 백신 선구매 계획을 밝혔지만, 본격적인 대국민 접종은 내년 하반기 정도로 계획한 모양이다. 외국의 접종 동향을 살펴 백신의 안정성을 검증하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3차 대유행

  • [참성단]K방역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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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K방역의 위기 지면기사

    한해가 저물어가는데도 코로나19 악몽은 절정을 치닫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3차 대유행은 2월 1차, 8월 2차 대유행을 압도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1일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서더니 하순부터는 500명 이상으로 확대되고, 이달 들어서는 600명을 돌파했는데,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연말이면 1천명을 넘어설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2월 대구 1차 대유행과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뒤늦은 봉쇄조치와 방역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았지만, 정부는 신천지교회를 방탄조끼 삼아 1차 대유행 위기를 가까스로 막아냈다. 자발적인 봉쇄를 결단한 대구시민과 의료진들의 헌신으로 이루어낸 기적이었다. 덕분에 4월 총선을 앞둔 정권에게 전대미문의 악재가 전무후무한 호재가 됐다. 슈퍼 여당이 탄생한 것이다. 1차 대유행 이후 K방역은 정권의 소프트파워가 됐다. 국경봉쇄 없이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한 K방역을 칭송한다는 외신이 국내언론을 통해 홍수처럼 쏟아졌다. 정부는 K방역의 요체인 3T, 신속한 검사(Test)·역학조사(Trace)·격리치료(Treat)를 코로나 대응 국제표준인 듯 자찬했다.하지만 3차 대유행으로 3T가 균열이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속항원검사 도입을 지시했다. 가짜 음성 진단을 받은 보균자가 마음 놓고 돌아다닐까봐 정부가 무시했던 검사다. 대통령은 군과 경찰을 역학조사에 투입하라고도 했다.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동나고, 경기도에만 자택 대기 중인 확진자가 400명 가까이 된다. 겨울 대유행 경고에도 불구하고 10월12일 거리두기 2단계를 1단계로 낮추었던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국민은 어처구니없다. 정부의 K방역 지침에 따라 죽을 고생하며 두 차례 대유행을 극복했는데, 3차 대유행이 터지자 진단장비는 허접해지고, 역학조사 인력이 모자라고, 치료병상이 고갈됐다니 말이다. 수십조 코로나 추경이 무색한 일이다.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났다. 자영업자는 생존투쟁형 영업을 위해 규제의 빈틈을 찾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지난달 설문조사에서 국민 절반 정도는 코로나19

  • [참성단]일본의 '우주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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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일본의 '우주 굴기' 지면기사

    2013년 개봉한 미국영화 '그래비티(Gravity)'는 지구 600㎞ 상공에서 사고로 미아가 된 우주인의 생환과정을 그렸다. 우주공간에서 바라본 지구의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장면 연출이 인상적이다.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촬영상 등 7개 부문을 쓸어담았다.극 중 "우주에 있으면 무엇이 가장 좋아?"라는 조지 클루니의 말에 산드라 블록은 "고요함"이라고 한다. 둘이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장면에 숨이 멈춘다. 정말 조용한 우주의 장엄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새 우주에 무중력 상태로 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신비롭게 빛나는 푸른 지구의 잔상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일본의 무인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채집한 소행성 토양 시료가 지구에 도착했다. 지난 2014년 지구를 출발한 이후 6년 만의 귀환이다. 하야부사 2호는 송골매란 뜻인 하야부사 1호에 이은 두 번째 소행성 탐사선이다. 2003년 발사된 하야부사 1호는 규소질 소행성인 이토카와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10년 만인 2013년 지구로 돌아왔다.하야부사 2호는 2014년 12월 미쓰비시중공업이 함께 만든 우주로켓 H2A에 실려 발사됐다. 6년 동안 지구와 류구(Ryugu·지구 근접 소행성) 사이를 왕복하면서 52억㎞를 비행했다. 3억4천만㎞ 밖 류구 궤도에 도착해 흙과 암석 시료를 채취했다. 캡슐을 떨어뜨린 하야부사 2호는 다시 우주로 비행한다. 앞으로 11년 동안 100억㎞를 더 비행하며 다른 소행성 탐사에 나선다. 탄소질 소행성의 시료를 지구로 가져온 최초의 탐사선이 됐다.지난해 발사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는 2023년 지구 귀환을 목표로 내년 3월 소행성 궤도를 떠난다. 중국도 달 표면의 샘플을 채취한 뒤 지구로 귀환하는 프로젝트를 착착 진행 중이다.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우주 굴기(굴起)'에 나선 것과 달리 대한민국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이미 운용했어야 할 달 궤도선은 2022년, 착륙선은 2030년으로 미뤄졌다. 우주 개발이 정치 논리에 밀려 오락가락한다.

  • [참성단]국민방위군 유정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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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국민방위군 유정수의 일기 지면기사

    경인일보는 지난 6월부터 국민방위군을 재조명하는 보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 국민방위군의 일기를 입수한 것이 발단이 됐다. 고 유정수(1925~2010)씨가 남긴 일기다. 1950년 12월23일부터 다음해 3월10일 사이에 작성된 76편의 일기는, 60만 국민방위군이 감내한 죽음의 행진을 담은 76장의 다큐멘터리 슬라이드 필름과 같았다.남침을 감행한 북한군은 남한 점령지에서 수십만 청장년을 의용군으로 징발했다. 의용군은 전쟁터의 총알받이나 각종 부역에 동원됐다. 이 사실을 기억하고 있던 남한의 이승만 정부는 중공군의 개입으로 서울을 다시 내주어야 할 형편이 되자, 청장년 소개(疏開) 작전을 펼친다. 북한이 이들을 전쟁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국민방위군 창설과 소집명령의 배경이다. 국민방위군 대다수가 삼남(충청, 경상, 전라도) 이북의 서울·경기지역 청장년들이었다.60만명이 넘는 국민방위군은 사령부 장교들의 인솔에 따라 경상도에 산재한 교육대로 일제히 출발했다. 하지만 국민방위군을 소집한 나라의 관리들이 이들을 먹이고 입힐 예산을 몽땅 횡령했다. 남으로 향하는 이들의 행렬은 순식간에 죽음의 행진으로 돌변했다.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전염병에 걸려 죽은 사망자가 속출했지만 집계 조차 안 됐다.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으로 추산될 뿐이다. 1951년 3월 국민방위군이 사실상 해체될 때까지 단 4개월여만에 벌어진 참상이다.1951년 국민방위군 예산을 폭식한 군 간부 일부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은 없었다. 국방예산 비리 사건으로 일단락한 채 국가의 명령으로 자행된 '죽음의 기록'은 묻힌 채로 지금에 이른 것이다. 피해의 증언은 넘쳤지만, 피해자의 진술과 기록은 없었던 탓이다. '유정수 일기'가, 거시 역사를 드러낸 미시사의 걸작으로 손색없는 이유다.경인일보가 유씨 일기를 공개한 이후 국민방위군 관련 저서와 증언, 기록들이 속속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월 '2차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시작됐다. 2010년 해산한 1차 위원회는 기록의 희소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