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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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정은경의 '국무회의 참석' 지면기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죽다 살아났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맸다. 그는 백신 예방접종을 부정하는 등 현대의학에 냉소적이었단다. 팬데믹이 한창인데도 "손만 잘 씻으면 된다"며 면담자들과 악수하고 다녔다. 회복된 이후 태도가 싹 달라졌다. 의료진을 영웅으로 치켜세웠고, 총리 업무 복귀 연설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봉쇄조치 유지를 천명했다.코로나19와의 세계대전, 최일선에 방역전문가들이 있다. 정략적 이해에 민감한 정치인들도 방역전문가들의 전문적 권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스웨덴은 방역대책으로 전국민 집단면역을 시도했다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집단면역 시도 탓에 유럽 최고의 사망률을 기록한 때문이다. 하지만 스웨덴 정부와 국민은 집단면역 정책을 지휘한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을 교체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6월 일부 실패를 인정했지만 "옳은 길을 택했다"고 반박했고, 방역대책은 여전히 느슨하다. 스웨덴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장기전으로 보고, 텡넬 청장의 '방역과 일상의 균형' 정책을 신뢰한다.방역전문가들의 뚝심은 미국에서도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FDA(식품의약국)의 딥스테이트(숨은 권력)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실험을 지연시킨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 전에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는 언론보도도 터졌다. 대선을 의식한 정략이다. 방역행정가들은 즉각 대응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안전성과 효능 검증 없는 코로나19 백신 긴급승인은 없다고 천명했다. 스티브 한 FDA 국장은 "FDA 내에 딥스테이트로 여길 어떤 것도 본 적 없다"고 정면으로 부인했다.대한민국에도 방역전문 행정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있다. 그의 성실하고 솔직한 일일브리핑은 코로나 국면에서 거의 유일하게 국민적 신뢰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지금의 대유행을 경고했다. 당시 정부가 그녀의 견해를 존중하고 대대적인 대책을 수립했으면 어땠을까 싶다.정 본부장을 국무회의 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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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마녀사냥엔 마녀가 없다 지면기사
마녀사냥의 광풍에 휩싸인 유럽인들은 '말레우스 말레피카룸(Malleus maleficarum)'이라는 신학서적을 마녀사냥 지침서로 활용했다고 한다.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 쯤으로 해석된다는데, 이 책에 실린 마녀 감별법이 기가 막히다.먼저 '물의 길'이다. 마녀 혐의자를 물에 빠트린다. 가라앉으면 무죄이고 떠오르면 유죄이다. 떠오르지 않아도 죽고, 떠올라도 유죄이니 화형당해 죽는다. '불의 길'도 있다. 불에 달군 쇠판 위를 걷게 해서 사망하면 무죄이고, 살아나면 유죄이다. 아무튼 죽는다. 물에도 불에도 죽지 않으니 마녀라는 논리인데, 그런 마녀들이 화형에 꼼짝없이 죽어나갔으니, 결국 유죄판결을 받는 마녀들도 죽음으로 무죄를 증명한 셈이다. 이정도면 희생자들이 마녀인지, 이 책을 쓴 가톨릭 수도사들과 마녀사냥꾼들이 마귀인지 헷갈린다.마녀사냥은 의심과 지목만으로 인간, 인간성을 말살하니 야만적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마녀사냥'에 대한 두번째 주석은 '특정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돼 있다. 문명사회는 마녀사냥을 혐오하고 금기한다. 인간의 양심과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군가를 '공적(公敵)'으로 지목할 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최근 여권 인사와 여당 의원들 사이에 '공적'을 지목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최근 국회에서 야당 도지사 2명과 야당의원 4명을 지목해 "친일청산을 반대하고 민족반역자를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패역의 무리"라고 했다. 또 미래통합당을 통째로 지목해 "친일 비호세력과 결별하지 않는 미래통합당은 토착왜구와 한 몸"이라고 단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경쟁적으로 코로나 2차 유행의 책임자로 보수당을 지목한다. "종교의 탈을 쓴 일부 극우세력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바이러스 테러범을 방조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끌어내려야 한다."여권은 통합당에 대한 친일 프레임과 코로나 프레임 공세로 대정부 비판여론을 흩어버리고 추락하던 지지율도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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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폴로늄' 암살과 러시아 지면기사
스파이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메뉴는 요인(要人) 암살이다. 특수 요원이 표적물에 접근해 총으로 저격하거나 독극물을 투입하는 과정이 정밀하게 묘사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단골 메뉴다. 2006년 러시아 출신 전직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살해사건은 영화보다 흥미롭다. 영국으로 망명한 후 푸틴 정권을 비판하는 활동을 하던 리트비넨코는 그 해 11월 FSB 동료를 만난 후 사망했다. 그가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찻잔에서 '폴로늄'이라는 인공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사건 개입을 부인한다.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2일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발작하다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와 동행한 측근은 '나발니가 여객기 탑승 전 공항에서 입에 댄 것은 차(茶)밖에 없었다'며 독살(毒殺) 기도 가능성을 주장했다. 정부 공작 세력이 나발니에게 독극물을 주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나발니는 지난해 7월에도 모스크바의 한 구치소에서 성분 불명의 화학물질에 중독돼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켜 입원해야 했다. 당시 그는 푸틴 대통령이 유력한 무소속 후보들의 입후보를 막아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 시위 선동 혐의로 체포됐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최강의 정적으로 평가받는 러시아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다. 러시아는 반체제 인사와 배신자에 대한 무자비한 응징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배신자를 망명지까지 추적해 살해함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대체로 치명적인 독극물을 사용하나 여의치 않으면 무차별 총격을 가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11월에는 야권 지도자인 보리스 넴초프가 총격으로 숨졌다. 연인과 함께 모스크바 강 다리를 걷던 그는 차량을 탄 괴한들이 쏜 총에 4발을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반(反)푸틴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테러 배후에 러시아 정보부 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독극물 표적이었다고 한다. 암살 사건에 대해 러시아는 이중 태도를 보인다. 심중은 의도적으로 드러내지만, 물증은 끝까지 부인하는 것이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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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독일의 실험, 한국의 손가락질 지면기사
어제 국내 언론에 소개된 독일 한 의과대학의 실험이 눈길을 끌었다. 라이프치히 할레 의과대학 연구진이 실내 콘서트가 가능한 방역조건을 살펴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2천200명의 건강한 자원자들을 모아 방역조건을 달리한 세차례 실험 콘서트를 진행했다. 첫번째는 거리두기 없이 코로나 대유행 이전과 같은 상태로, 두번째는 그룹별로 지정된 출입구를 정해줬고, 세번째는 절반으로 줄인 관람객을 사방 1.5m 간격으로 앉혔다. 마스크를 착용한 자원자 전원이 추적기를 달고 형광소독제를 발라 이동 경로와 접촉 물체를 기록으로 남겼다.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댄 이 실험의 목적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마비된 이벤트 산업을, 코로나 종식 전에 재개할 수 있는 최적의 방역조건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방역행정이 아니라, 가능한 조건을 탐색하는 실험에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독일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실험 결과에 따라 대형 콘서트는 계속 금지될 수도, 개최 가능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은 대중을 설득할 근거로 정치가 아니라 과학을 선택한다.전 국민이 수도권 팬데믹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대구 팬데믹보다 충격적인 코로나19 2차 대유행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미 두달 전 여름철 2차 대유행을 예고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6월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감염자가 누적되면서 큰 유행이 가을철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시일내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밝혔다. 이태원발 n차 감염자의 전국 확산과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방역지침 완화에 대한 우려였지만, 정치권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방역 전문가들의 경고는 잊혀졌고 수도권 팬데믹의 책임자를 지목하는 손가락질만 난무한다.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목사의 책임은 명백하지만, 팬데믹 원인의 전부라 할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통합당 책임론의 근거는 과학이 아니라 정략이다. 집회 허가 판사를 향한 비난에도 법적 타당성에 대한 논의과정은 면도칼에 잘려 나갔다.2차 재난지원금을 풀어 국민을 소비현장에 내모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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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장관들의 자화자찬 지면기사
자화자찬(自畵自讚)은 자신이 한 일을 자기 스스로 칭찬하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다. 자기가 그린 그림을 자신이 스스로 칭찬한다는 뜻이다. 자기가 말하고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한다는 자화자찬(自話自讚)으로 아는 경우가 있다. 중국의 유명 서화를 보면 쓰거나 그린 사람의 낙관이 아닌 소유자의 낙관을 볼 수 있다. 황제나 유명인사의 낙관이 많으면 가격을 후하게 쳐준다고 한다. 그림의 여백(餘白)에 칭송하는 글을 써넣는 데 이를 찬(讚)이라 한다. 따라서 자화자찬은 스스로 자기 얼굴을 그리고 자기 업적을 자랑삼아 얼굴 두껍게 썼다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겸손이나 겸양과는 정반대인 개념이다.코로나 19와 관련,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재정 투입으로 가장 선방하는 성과를 올린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국가채무 급증 현상을 강력하게 옹호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다. 그는 급증하는 국가채무와 관련해서는 "OECD 회원국들의 평균 비중 110%에 비하면 약 3분의 1(43.5%)로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재정 여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했다. 원고지 22장 분량의 글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여러 재정투입 사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반성하는 내용을 담지 않았다. '또다시 자화자찬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부동산) 정책은 종합적으로 다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집값 논란이 많은데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원 질의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 역시 자화자찬이라는 말이 나왔다.자신감으로 충만한 마음을 갖는 것이 꼭 나쁘지는 않다. 다만 다른 사람을 보잘것없이 여기거나 자아도취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마저 합리화해 자기 혼자만의 생각으로 결정하는 독단(獨斷)으로 흐를 수 있다.정부 고위 인사 가운데 자찬론자가 여럿 보인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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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공화당원들의 트럼프 저격 지면기사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종신독재관 취임은 누구의 독재도 허용하지 않았던 로마 공화정 역사에 전례 없는 정치사변이었다. 원로원내 공화정 세력이 반발했다. 그 중엔 카이사르의 총애를 받던 브루투스도 있었다. BC 44년 3월15일 원로원에 출석한 카이사르는 브루투스 일당의 칼날을 23번이나 받고 숨진다.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로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컸다." 브루투스의 변명이다.조 바이든의 대선 출정식인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국판 브루투스가 속출하고 있다. 공화당원들이 잇따라 조 바이든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17일(이하 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는 "난 오래 공화당원이지만 당적은 나라에 대한 책임감 보다 후순위"라며 "트럼프가 4년 더 하면 나라가 결딴난다"고 트럼프를 저격했다. 미국판 브루투스의 변명이다. 18일엔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고 매케인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이 조 바이든 지지영상에 등장했다.민주당 유력 인사들의 독설도 넘쳤다. 버니 샌더스는 코로나19 시국에서도 골프 친 트럼프를 네로 황제에 비유했고, 미셸 오바마는 "우리가 (백악관에서) 얻는 것은 혼돈과 분열, 완전한 공감 부족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민초들도 동참했다. 코로나로 아버지를 잃은 크리스틴 우르퀴자는 "건강했던 아버지의 유일한 기저 질환은 트럼프를 믿었다는 것이고 목숨으로 대가를 치렀다"고 울분을 토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망가지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공화당원들의 저격은 뼈 아픈 대목일 것이다.트럼프도 24일부터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다. 이미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을 백악관에서 할 뜻을 밝혀 여론의 주목을 끌었다. 연방정부 공무원의 연방정부 건물내 정치활동을 금지한 '해치 법' 위반이라고 한다. 트럼프에겐 법 위반이나 당내 반발보다 골수 트럼프 마니아들의 결집이 더 중요한 듯하다. 백악관을 사수하겠다는 대통령의 재선 도전선언은 지지자들에게 절박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볼턴을 비롯해 측근들의 잇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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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김원웅'과 '전광훈' 지면기사
제7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애국가 4절을 모두 제창했다. 마스크에 가렸지만 광복절에 임해 국가를 완창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의연했다. 하지만 곧 무참한 상황이 벌어졌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기념사를 통해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파 파묘법 통과도 촉구했다. 보수세력과 친일세력을 동격으로 표현하기도 했다.이후 친일 논란이 점화됐다. 제주, 경북 광복절 기념식은 야당 지사들이 광복회장 기념사를 비판하면서 소란이 일었다. 김 회장의 기념사가 일방적이라는 통합당의 비판도 나왔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김 회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옹호 논리는 단순하다. '김원웅 기념사'에 동의하면 반일이요, 비판하면 친일이다. 김 회장은 거침이 없다. "백선엽은 사형감"이라고 단언했다. 10년 전 정계를 은퇴한 '김원웅'이 대통령을 제치고 광복절 주인공이 되더니 정국을 주도하는 형국이다.전광훈 목사가 광장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건 미스터리에 가깝다. 전 목사는 2019년 1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으로 대중 앞에 등장했다. 결정적으로 그 해 여름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규탄 집회를 주도하면서 정치적 스타가 됐다. 조국을 지지하는 서초동 집회에 대응하는 광화문 집회를 성공시키면서, 광장 보수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대통령을 향한 근거 없는 주장 등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는 등 보수진영의 정치적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그러다 이번 광복절 정부규탄집회를 강행했다가 코로나19 방역 민심을 제대로 건드렸다. 광복절 직전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 수도권 대확산 기세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위해 방역협조를 회피한 증거와 정황들이 드러나자, 그를 재구속하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그런데 통합당은 그의 방역 비협조를 비판하면서도, 광화문 집회의 정권 비판여론은 의미 있다고 한다. 전광훈은 부담스러운데 그가 모은 광장 인파를 외면하지 못하는 것이다.김원웅과 전광훈이 주도하고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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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사라진 삼복 더위 지면기사
여름철 폭염의 절정은 '삼복(三伏)'이다. 초복·중복·말복은 10일 간격인데, 올해처럼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인 해가 있다. 월복(越伏)이라 한다.중국 진나라에서 유래한 삼복 절기는 동양 철학 사상인 '오행설'에 바탕을 둔다. 설에 따르면 여름철은 '화(火)'의 기운, 가을철은 '금(金)'의 기운에 해당한다. 금 기운이 대지로 나오려다가 아직 화의 기운이 강렬하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하는 기간이 '삼복'이라는 것이다. '엎드릴 복(伏)' 자를 쓰는 까닭이다.어린 시절, 어느 복날에 친척들과 함께 개천가로 천렵을 갔다. 형들이 끄는 손수레에는 냉동 삼겹살과 생닭 몇 마리, 수박, 참외 등 먹거리가 채워졌다. 다리 밑 응달에 솥을 걸어 닭죽을 끓이고, 돌판에 삼겹살을 구웠다. 물놀이를 하다 지치면 쉬고, 먹기도 하면서 냇가에서 놀았다.스무 명 넘는 일가족이 종일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 모두가 힘든 시절, 친족이 정을 나누는 유쾌한 연례행사였다. 난간도 없는 콘크리트 다리는 부서지고 넓고 높은 새 교량이 만들어졌다. 즐거웠던 동심(童心)의 추억만 희미하게 아른거린다.복달임은 복날 더위를 피하려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정(山亭)을 찾아가 노는 풍습이다. 궁중에서는 신하들에게 빙과(氷菓)를 주고, 궁 안에 있는 장빙고에서 얼음을 나눠 주었다 한다. 민간에서는 더위를 막고 보신을 위해 계삼탕(鷄蔘湯)과 구탕(狗湯)을 먹는다. 금이 화에 굴하는 것을 흉하다 하여 복날을 흉일이라고 믿고, 씨앗뿌리기, 여행, 혼인, 병의 치료 등을 삼갔다고 한다.말복(15일)이 지났다. 올해는 월복인데도 중부지방에 이렇다 할 더위가 없었다. 54일 장마에 햇볕보기가 힘든 이상기후에 비 피해가 잇따랐다. 중부지방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반짝 특수를 기대한 피서지와 식당은 비명이다. 복날 삼계탕집에 줄 서는 광경이 사라졌다. 중복과 말복은 주말과 겹쳤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삼복 다 지나 폭염이 시작됐다. 그런데 낭패다. 이제 햇볕 좀 보나 하는 찰라에 코로나19 수도권 대유행 공포가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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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홍콩시민들의 '애국 투자' 지면기사
1972년 10월 비상 계엄령과 국회 해산을 포함한 유신 헌법이 발효됐다. 지식인과 종교인, 언론인들이 저항했고, 정부는 긴급조치로 대응했다. 언론에 대한 강도 높은 통제와 탄압이 자행됐다. 1974년 12월 동아일보에 광고를 내기로 했던 회사들이 무더기로 해약했다. 광고를 채우지 못한 부분을 백지로 내보내거나 전 지면을 기사로 채웠다.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다.계열사인 동아방송에도 영향을 줘 광고 없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공개녹화를 비롯한 일부 프로그램이 연속으로 폐지됐다. 방송시간마저 단축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백지광고 사태는 이후 7개월간 이어져,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시민들은 언론과 언론인이 탄압당하는 현실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자발적인 격려 광고가 쇄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언론을 지키자'라는 제목과 함께 지면 광고를 냈다. 물론 본인의 이름이 아닌 차명이었다. 정권은 언론의 굴종을 강요했지만 꿋꿋했고, 시민이 힘을 보탰다.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 회장이 홍콩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빈과일보는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매체다.그의 체포는 홍콩 당국이 새로 시행된 홍콩보안법을 근거로 한 인신구속 사례다. 중국 본토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온 언론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의 신호로 해석된다.그가 체포되자 시민들은 '애국 투자'로 맞섰다. 그가 체포된 후 홍콩증시에서 빈과일보의 모기업인 '넥스트 디지털' 주가가 연일 치솟았다. 지난 10일 직전 거래일 대비 183% 상승한 0.255홍콩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11일에도 급등세가 이어져 장중 500%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시민들이 빈과일보를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길에 줄을 서는 장면도 목격됐다. 신문 발행 부수를 8배 정도 늘렸으나 전량 매진됐다. 빈과일보의 일일 발행량은 7만 부 정도지만 11일에는 55만 부를 발행했다. 시민들은 빈과일보를 사서 SNS에 릴레이 인증하고 있다. 그가 창업한 의류 기업 '지오다노(Giordano)' 브랜드도 주목받는다.시민은 권력에 맞서는, 불의에 굴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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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최장기 장마와 '4대강 사업' 지면기사
역대 최장기 장마로 난데 없이 '4대강 사업'이 정쟁으로 소환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자 4대강 정비사업으로 대체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준설하고 보를 설치하는 대규모 토목공사였다. 현대 출신 대통령답게 속도전을 펼쳐 착공 2년 만인 2011년 10월 준공했다. 22조2천억원이 들었다.이후 4대강은 정치권의 단골 정쟁거리가 됐다. 이명박 정부 사람들은 수해예방, 수질개선, 수자원 확보, 수변지역 개발 효과가 있는 역사적 치수사업으로 자찬한다. 반면 진보정당과 환경단체들은 역대급 환경파괴사업으로 규정했다. 녹조라떼 논란이 해마다 벌어졌고,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洑) 주변 농민들의 이해도 엇갈렸다. 특히 4대강 사업의 홍수조절능력에 대해서는 여야, 시민단체, 학계가 예측과 추측만으로 논란을 이어왔다. 그러다 이번에 섬진강이 범람하고 낙동강 제방이 무너졌다.야당이 섬진강 범람을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탓으로 돌린 건 문제였다. 사망자가 속출하고 수천 명이 길바닥에 나앉은 판에, 약 올리자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망발인가. 그런데 여당이 4대강 사업을 한 낙동강 제방도 무너졌다고 받아치고,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보의 홍수조절 효과 분석을 지시했다. 야당의 설화는 마법 처럼 여야 정쟁으로 변했다.이번 수해는 대통령 말대로 "4대강 보가 홍수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인 건 맞다. 문제는 누가 할 것이냐이다.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은 감사원이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때마다 각기 다른 4대강 감사결과를 내놓아 공신력을 잃은 상태다. 특히 여당은 원전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에 불만을 품고 최재형 감사원장을 국회에서 조리돌림까지 한 마당이니, 감사원에 일을 맡길 분위기가 아니다.그래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모양이다. 하지만 여야는 섬진강 범람과 낙동강 제방 붕괴의 원인을 단정하고 있다. 고분고분 결과를 수용할 리 없다. 아마 제3국 전문가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