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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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소설이 된 정치 지면기사
그제 국회 법사위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발언으로 발칵 뒤집어졌다.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이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올해 1월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와서 4월에 법무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추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추 장관이 "소설을 쓰시네"라며 끼어들어서다.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상기시키는 질문에 불쾌해진 추 장관이 질문 자체를 '소설'로 폄하하고 조롱하며 맞받아친 것이다.'소설 쓰고 앉아 있네(혹은 자빠졌네)'라는 표현은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관용적 표현이다. 아무 생각 없이 허무맹랑한 소리를 지어낸다는 비난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목숨 걸고 소설을 쓰는 작가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표현이다. 황석영에게 소설은 최소한 "엉덩이로 쓰는" 중노동이다. 김연수는 권위있는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길 만큼 고통스러운 소설 쓰기를 계속하라고 등을 떼민다"며 "큰일 났다"고 했다.소설이 허구라 해서 소설 쓰기를 거짓말하기 쯤으로 폄하하는 관용적 태도도 소설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소설의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등장인물, 사건, 배경의 개연성으로 현실적인 보편성을 갖는다. 소설은 허구이되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진실로 독자를 안내한다. 문학의 효용이다.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팔아 한 편의 소설을 창작하는 작가들에게 '소설 쓰고 앉아 있네'라는 표현은 모욕적이다.추 장관은 법리에 따라 사실을 밝히는 국가 법무를 총괄하는 장관이다. 윤 의원의 질문이 불쾌해도 소설이냐 아니냐는 시비를 일으킬 일이 아니다. 검찰 수사 중인 아들의 의혹이 법리에 따라 사실대로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 그만이다.그런데 정작 법무부와 검찰을 중심으로 소설 논란의 대상이 된 사건들로, 추 장관의 "소설 쓰시네" 발언은 계속 회자될 듯싶다. 지금 시중에선 채널A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사건과, KBS의 오보파동으로 초래된 '권언유착'의혹 중에 '무엇이 소설이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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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스파이 전쟁 지면기사
007 제임스 본드 영향이 컸다. '스파이(spy)' 하면 낭만이 풍긴다. 잘생긴 얼굴에 세련된 매너. 여기에 풍부한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좌중을 압도하며 아낌없이 돈을 뿌리는 여유까지.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스파이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냉전시대 미국 CIA와 소련 KGB 스파이의 주된 활동은 군사·외교에 관한 정보수집이었다. 소련 붕괴 후 중국이 강자로 떠오르자 산업경쟁력이 중요해졌다. 첨단 기술 보호가 국가 안보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현대의 산업사회에서 정보가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정보를 빼내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다. 첨단 기술 정보 자체가 엄청난 자산이기 때문이다. 국가나 기업은 상대 국가와 경쟁 회사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수많은 산업 스파이들이 세계 각국에서 암약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기밀 도난으로 입는 손실은 천문학적이라 계산조차 하기 힘들다. 세계 최고인 우리의 반도체 기술 역시 스파이의 주요 타깃이다.트럼프 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중국을 군사경제의 적으로 간주해 왔다. 집권 후엔 "중국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기술을 빼내기 위해 온갖 스파이 짓을 하는 적"이라며 '시노포비아 (sinophobia·중국공포증)'를 확산시켰다. 본인이 직접 미·중 무역전쟁을 주도하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 양국 간의 갈등을 고조시켰다. 물론 트럼프의 이런 행동에 중국정부와 화웨이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는 강경조치를 취했다. 휴스턴에는 미 항공우주국 우주센터(NASA)와 바이오 등 첨단 연구소들이 집중돼 산업스파이가 가장 많이 암약했던 곳이다. 미국은 휴스턴 총영사관을 중국 공산당의 거대한 스파이 센터로 의심해 왔다. 그렇다고 미국과 중국이 역사적인 수교를 한 1979년 개설된 최초의 주미 총영사관을 하루아침에 폐쇄한 건 충격이다.하지만 중국도 곧바로 청두 미 영사관을 폐쇄했다. 분위기가 영 꺼림직하다. 폼페이오 미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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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천박한 도시 서울' 지면기사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산타워에 갔다. 밤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야경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여러 나라 여러 도시의 야경을 보았지만 이런 야경은 처음이었다. 불꽃놀이에서 채 타오르지 못한 불꽃이 바닥에 그대로 떨어져 있는 듯했다. 외국인들이 서울의 야경을 왜 으뜸으로 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서울의 야경을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의 국력이 어느 정도인지 서울에 살지 않는 나 역시 자랑스러웠다.물론 낮의 서울은 다를 것이다. 그 곳이 어디든 도시는 늘 비정하고 차가운 곳이다. 그래서 문학과 영화, 음악의 단골 소재로 사용된다. 찰스 디킨스는 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서 런던과 파리를 그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오우삼 감독은 뉴욕과 홍콩의 이면을 영화 속에 담았다. 잿빛 하늘, 메마른 공기, 번잡한 거리, 냉담한 이웃 등 도대체 정을 느끼기가 어려운 게 도시다. 그렇다고 도시가 무조건 나쁘기만 한 곳은 아니다. 각종 편의시설로 인해 도시민들은 온갖 특권을 누린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정신없고 끔찍한 삶에 넌더리를 내면서도 대도시로 모여들고 이런 것들에 익숙한 나머지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서울도 그런 곳이다. 조용필이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만든 노래 '서울 서울 서울'은 우리의 서울을 이렇게 노래한다. '해 질 무렵 거리에 나가 차를 마시면/내 가슴에 아름다운 냇물이 흐르네/이별이란 헤어짐이 아니었구나/추억 속에서 다시 만나는 그대/(중략)/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서울 서울 서울 그리움이 남는 곳/서울 서울 서울 사랑으로 남으리 워 워 워 Never forget oh my lover Seoul'.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서울을 '천박한 도시'에 비유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부산을 "초라한 도시"라고 해 논란을 일으킨 지 몇 달이 지나지도 않았다. 파문이 커지자 "서울의 집값 문제 및 재산 가치로만 평가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급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정말 그런 뜻이었다면 이 대표의 눈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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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수돗물 포비아 지면기사
수돗물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힌다. BC 312년 로마의 재무관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가 설계한 '아피아 수로' 이후, 인류의 평균 수명은 30년이 연장됐다. 그는 주변의 샘물과 호수의 물을 관을 통해 끌어와 공동 목욕탕과 분수대에 공급했다. 로마시민이 얼마나 흡족해 했을지 눈에 선하다. 수도가 없었다면 고대 로마제국의 영광도 없었을 것이다. 로마 황제들은 도로만큼이나 상수도 설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로마시대 수도관의 총 길이는 578㎞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때문에 150만명이 살고 있던 로마에 물이 넘쳤다.가정에서 수도가 사용된 건 1613년 영국 런던에 민간기업 '뉴리버 수도회사'에 의해서다. 비록 일부 지역이었지만 수도관을 깔고 템스 강의 물을 끌어다 급수를 시작했다. 위생상태는 그리 신통치 않아서 1848년 콜레라가 두 차례 발생, 2만5천명이 목숨을 잃으며 '수돗물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했다. 이때 존 스노가 전염병의 주요 원인이 수인성 병원균이란 걸 밝히면서 전 세계 도시에는 상하수도 시스템 설치가 본격화됐다. 최초 고도정수처리공정은 1907년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됐다.국내 최초의 정수장은 1908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 세워진 뚝섬 정수장이다. 미국인 콜브란과 보스트윅이 고종으로부터 상수도 사업권을 따내 건설했다. 인천에 상수도가 보급된 건 1910년 12월 1일이었다. 노량진에서 넘어온 물은 송현배수지로 합류됐고 이곳에서 인천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1883년 개항 전만 해도 전동, 용동, 화수동, 송림동 등엔 큰 우물이 있어 지역 주민들의 식수 확보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개항 후 인구가 증가하고 신포동 일대에 일본, 중국, 영국 조계지가 조성되며 상수도의 필요성이 높아졌다.인천 서구 한 빌라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이후 파문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구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파동으로 곤욕을 치른 곳이라 인천 시민이 받은 충격은 컸다. 물만 보면 공포를 호소한다. 1년 만에 수돗물 파동이 재발할 거라고는 인천시도 상상을 못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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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지렁이와 유충 지면기사
1978년 미국에서 햄버거에 얽힌 황당한 '괴담'이 나돈 적이 있다. 맥도날드의 햄버거 패티가 쇠고기가 아닌 지렁이 고기로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진 것이다. 이로 인해 이 회사의 햄버거 판매량은 순식간에 30%나 떨어졌다. 사실 이 소문은 터무니없기 그지 없었다. 무엇보다 이 회사가 햄버거 패티에 쇠고기 대신 지렁이를 넣을 이유가 없었다. 당시 쇠고기는 1파운드에 약 1달러였고, 지렁이는 5~8달러였다. 지렁이가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었다면 모를까 쇠고기보다 훨씬 비싼데다가 대량 공급받기도 어려운 지렁이를 갈아 햄버거 패티를 만들 리 없었던 것이다.그런데도 소문이 사그라들지 않자 회사는 사실관계를 알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TV, 신문 광고를 통해 '우리 회사는 쇠고기만 쓴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매장들도 앞다퉈 '우리 매장 햄버거에는 지렁이 고기가 들어있지 않습니다'라고 써붙였다. 하지만 바닥을 향하던 매출 그래프는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맥도날드가 햄버거에 지렁이가 없다고 강변할 수록 오히려 소비자들은 '지렁이가 든 햄버거'를 떠올리며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햄버거 괴담과 현재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수돗물 유충 사태는 약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정부가 유충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지만 생수와 정수기 필터 등의 수요가 급증하는 것에서 보듯 시민들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충을 먹었을 때 많은 양이 아니라면 몸 속에서 소화가 되기 때문에 해가 되지는 않는다"는 전문가의 진단은 오히려 혐오감을 부추기는 모양새다.'햄버거에 지렁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정공법식' 마케팅이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맥도날드는 '지렁이'란 단어는 입밖으로도 내지 않는 대신 감자튀김과 밀크셰이크에 마케팅을 집중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소비자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려 햄버거와 지렁이의 연결고리를 끊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나 자치단체가 맥도날드식 전략을 택해서는 안된다. 햄버거는 안 사먹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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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레임덕 지면기사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면 많이 온 것인지도 모른다. 대부분 임기 반환점을 도는 3년 차 초입에 꺾였다. 레임덕 말이다. 김대중 정부는 정현준, 이용호, 진승현 게이트가 터졌다. 노무현 정부는 행담도 개발의혹, 부동산값 폭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의 형이 포함된 '영포라인'과 민간인 사찰이, 박근혜 정부는 성완종 리스트와 비선 실세 파동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모두 3년 차에 일어난 일들이다.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4월 개헌 발의 국회연설문에 "임기 3년이 지나면 당정관계 레임덕이 옵니다."라는 문구를 직접 써넣었다. 심지어 '임기 3년 차의 저주'라는 표현도 썼다. 인기 하락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노 대통령의 고뇌가 절절하게 묻어난다. 레임덕이 오면 인사는 실패하고 정책은 꼬이며 여권은 분열하기 시작한다. 불안한 대통령의 표정을 읽은 각료들에게 대통령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내리막길이다. 레임덕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노 대통령에 비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3년 차가 지났는데도 지난 4월 총선 후 지지율은 70%를 넘어섰다. 지지율만큼 문 대통령의 파워도 꺾일줄 몰랐다.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민주당은 '여의도 출장소'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미묘한 징후가 감지된다.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그린벨트 문제와 관련해) 당정이 입장을 정리했다"는 발표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총리, 김부겸 전 의원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당정이 입장 정리를 했다면 사실상 문 대통령의 재가가 난 셈이다. 그런데 20일 문 대통령이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보존한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이다. 3개월 전이었다면 생각도 못 할 광경이다.레임덕은 대통령이 정책의 일관성 없이 뒤뚱거리는 오리처럼 흔들린다는 의미다. 국정 장악력이 떨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동산 대책에 문 대통령의 말이 먹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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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28년 만의 '택배 없는 날' 지면기사
CJ대한통운 김해터미널 대리점에서 일하던 서모(47) 씨가 이달 초 숨졌다. 그는 지난달 하순 가슴 통증을 인지한 다음 날 병원에 갔다.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이후 의식을 회복했지만 끝내 심정지 판정을 받았다. 유가족과 회사 노조는 고인이 아침 7시부터 하루 12~17시간, 주 6일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3개월간 월 6천700~7천600개 물량을 배달했다고 한다.택배연대노조는 최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연이은 택배 노동자 사망에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해 작업 물량이 평균 30~40% 늘었다. 수많은 택배 노동자가 과도한 업무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한다. 상반기에만 택배 노동자 3명이 숨졌다.이들은 일요일과 공휴일만 쉰다. 주당 78~90시간을 일한다. 근로기준법상 법정 노동 시간인 주 52시간을 훨씬 초과한다. 택배 노동자는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다. 노동자가 아니라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택배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2.7시간, 월평균 근무일은 25.6일이었다.쿠팡 등 주요 택배사 노동자들이 8월 14일 공식적으로 하루를 쉰다. 한진이 1992년 택배사업을 한 후 처음으로 '택배 없는 날'이 지정된 것이다. 토요일인 광복절 대체 휴일이 지정되면 최대 4일까지 늘어난다. 노동계는 지난해부터 택배 노동자의 '쉴 권리'를 요구해 왔다.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환영했다. "기사님들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길 바란다"며 "택배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택배 노동자는 K-코로나 방역의 숨은 주역이다. 밀려드는 배송 물량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여럿 앞에서 시민에게 봉변을 당해도 꿋꿋하게 일어섰다. 노조는 오히려 '휴일을 지지해준 국민께 감사하다'고 했다.이참에 근로기준법에 맞는 근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하루 쉬면 그만큼 물량이 쌓이는 것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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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신발의 정치학 지면기사
신발은 종종 정치적인 항의의 표시로 사용되곤 한다. 2008년 12월에 이라크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부시 대통령에게 이집트 알바그다디야 TV 알 자이디 기자는 욕을 섞어가며 신고 있던 신발 한 짝을 부시에게 던졌다. 곧이어 "이건 과부들과 고아, 이라크에서 죽은 사람이 주는 것"이라며 나머지 한 짝도 던졌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첫 번째 신발은 부시가 머리를 숙이는 바람에 빗나갔고 두 번째 신발은 옆에 있던 이라크 총리가 막으면서 소란은 진정됐다.2012년 2월 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접경 에레즈 지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 재개를 독려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방문하려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탄 차량에도 흥분한 팔레스타인 시위대들이 신발을 던졌다. 반 총장이 그동안 이스라엘에 편향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긴급하게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에 대해 반 총장에게 머리를 숙여 진심으로 사과했다.중동인들은 신발을 더럽고 부정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신발 투척을 용서받지 못할 무례이자 명예훼손 행위로 여긴다. 신발을 던지는 건 상대방을 밑바닥만도 못한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1년 이집트 혁명 당시, 분노한 군중이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지며 항의와 분노를 표출한 것도, 2009년 6월 오바마 대통령이 구두를 신은 채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를 걸면서 구두 밑창을 보였다가 큰 곤욕을 치른 것도 그래서다. 지난 16일 정 모씨가 국회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벗어 던졌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가짜 평화를 외치고 경제를 망가뜨리면서 반성도 없고 국민들을 치욕스럽게 만들어 (대통령도) 모멸감을 느끼라고 던졌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대한 항의 집회에서는 500여 명이 신발을 하늘에 던지는 신발 투척 퍼포먼스를 가졌다. 정 씨의 구두 투척에 영장까지 청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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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히트상품 배정대 지면기사
예전엔 야구 선수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선수의 인기로 평가한 적이 있었다. 하긴 야구를 잘하니 인기도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잣대로 선수를 평가하면 눈총을 받는다. 연봉 높고 인기 좋은 선수가 반드시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프로야구는 OPS(출루율+장타율),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 wOBA(가중출루율) 등 각종 지표가 선수의 능력을 따지는 기준이 된다. 가령 WAR,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를 보자. 이는 평균적인 선수 대신 어느 특정 선수가 뛰었을 때 몇 승을 더 거뒀느냐를 통계학을 기반으로 한 수학공식으로 산출하는 지표다. 타자의 경우 공격, 주루, 수비 등이 반영된다. 전 같으면 호타준족, 잘 치고 잘 달리면 됐지만, 지금은 수비의 능력도 중요하다. 그래서 어깨가 튼튼해야 한다. 뜬 공을 잡아 홈에 던져 아웃카운트(보살)를 하는지 여부가 이 지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요즘 kt wiz 팬들은 중견수 배정대를 보는 낙으로 산다. 이강철 감독도 그의 활약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잘 치고, 잘 달리고, 잘 잡고, 잘 던져서다. 이 감독 스스로 "올해 kt의 히트상품은 배정대"라고 공언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15일 현재 타율은 3할 2푼 9리로 7위, 76안타로 6위, 도루 8개로 공동 9위, 보살 6개로 당당히 1위다. WAR도 3.03으로 전체 선수 중 5위다. 더 중요한 건 배정대의 연봉이 겨우 4천800만원이라는 점이다. 올해 10개 구단 평균 연봉 1억4천448만원, kt wiz의 평균 연봉 1억40만원에 비해서도 한참 못 미친다. 올 프로야구 최고 연봉자 롯데 이대호 25억원에 비하면 60분의 1 수준이다. "가성비 짱 "이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배정대는 타석에 서 있을 때보다 중견수 수비를 위해 필드에 서 있을 때가 더 아름답다. 시속 300㎞의 속도로 날아와 먹이를 낚아채는 제비처럼 '딱' 소리에 비호처럼 달려 다이빙캐치로 공을 잡아내는 수비 실력은 예술의 경지다. 어깨는 또 어떤가. 보살 1위 실력자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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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한국판 뉴딜 지면기사
1933년 미국경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실업률 25%, 국민총생산(GNP)은 반으로 줄고 국민총소득(GNI)도 20년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해 3월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스퀘어 딜(공평한 분배 정책)'과 윌슨 대통령의 '뉴 프리덤(신 자유 정책)'을 합성한 '뉴딜정책'을 내놨다. 이 안엔 모든 정책이 포함됐다. 막대한 자금을 푼 덕에 초반은 반짝 효과를 봤다. 실업자가 절반으로 줄고 성장률은 10%대를 달성했다. 하지만 1937, 1938년 재차 마이너스 성장의 불황에 빠졌다. 야심 차게 내놨던 '테네시 강 유역 개발' '산업부흥법' '농업조정법'이 실패했기 때문이다.루스벨트의 뉴딜로 대공황이 극복됐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통화학파의 태두인 밀턴 프리드먼은 뉴딜이 미국의 고질병을 덧나게 했다고 혹평했다.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뉴딜보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전쟁 특수'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뉴딜을 폄하할 수는 없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금본위제 폐지, 독점규제, 누진 소득세 도입, 특히 사회안전망 확대는 진보·보수학자를 떠나 뉴딜정책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는다.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기존의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3대 정책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사회안전망 확충' 등 새로운 3대 축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2022년 임기를 마치는 데 사업이 다음 정부까지 이어져야 하는 정책이어서 계속 추진될지는 의문이다.문 대통령의 뉴딜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후보 시절 때부터 "루스벨트는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뉴딜로 황금시대를 열었다"며 '한국형 일자리 뉴딜'을 수차례 제안했다. 하지만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취임 직후부터 30차례 진행한 라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