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국회의원 국민소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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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지면기사

    민주정의 발원지인 고대 아테네 시민들은 새해 초에 열리는 민회에서 공직자 추방 선거 실시 여부를 결정했다. 선출된 권력자들이 독재할 기미가 보이면 선거를 결정하고, 투표를 통해 추방 여부를 확정했다. 추방이 확정되면 국경 밖으로 10년간 추방된다. 추방 후보의 이름을 도자기 파편에 적어냈다 해서 도편추방제다. 선출직 권력자들의 독재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였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권력자들은 정적들을 도편추방제로 제거했다. 살라미스 해전 승리로 페르시아로 부터 그리스 전체를 구한 테미스토클레스도 권력 다툼 끝에 도편 추방됐을 정도다.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유권자의 통제는 민주주의에서 큰 숙제다. 뽑아 놓고 보니 반민주적 행태를 보이거나, 범법을 자행하거나, 인격 파탄자이거나, 무능한데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헌법이 국회에 탄핵소추권을 보장한 이유다. 국회는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법관, 검사를 탄핵소추 할 수 있고,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맡는다. 최고위 선출직인 대통령과 고위 임명직들이 헌법상 의무에서 일탈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의기구인 국회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그런데 정작 선출직인 국회의원 300명은 유권자의 통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국회 제명과 선거법 등 범법으로 인한 유죄판결 이외에는, 유권자가 중간 심판이 불가능하다. 반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 등 지방선출직들이 주민소환제의 대상이다. 실제 2007년 하남시의원 2명이 주민소환 투표로 직을 잃었고, 단체장들은 중대한 행정과실이 발생할 때 마다 주민소환 압박에 시달린다. 오직 국회의원들만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다 누리는 탓에 막장 국회가 됐다는 개탄도 있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총선공약이라며 경쟁적으로 국회의원 국민소환법 제정안을 내놓았다. 부동산 관련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한 슈퍼 여당과 자매당의 뜻이 일치한 만큼 마음만 먹으면 국회 통과는 문제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제안한 헌법개정안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담았다. 지난해엔 국민 80% 이상이 국민소환제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미래통합당도 딴지

  • [참성단]원피스와 반바지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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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원피스와 반바지 출근 지면기사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주 국회 본회의장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등원했다. 카메라가 그에게로 집중됐다. 네티즌 사이에 '술집 도우미'에 '새끼 마담'이란 비난이 나왔다. 지난 2003년 흰색 셔츠에 노타이 차림새로 등원한 유시민 전 의원을 연상케 하는 소동이다. 초선인 류 의원의 인지도가 급상승해 상한가다.그는 방송에 나와 "시민을 대변하는 국회는 어떤 옷이든 입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료 의원들의 응원메시지가 이어진다. 국회 밖은 반응이 갈린다. 대체로 중·장년과 청년세대가 다른 목소리다. 이번에도 중년세대는 '꼰대'로 몰리는 양상이다.'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유래한 골프는 복장이 까다롭다. 재킷 차림이 아니면 클럽하우스 출입을 막는 수도권 골프장이 있다. 남성들의 반바지 라운딩이 허용된 게 얼마 전이다. 무릎까지 내려와야 하고 목이 긴 양말을 착용해야 한다. 수년 전 경비행기 사고로 숨진 '필드의 신사' 페인 스튜어트가 표준 모델이다.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반바지 예찬론자로 불린다. 그는 2년 전 여름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해 화제를 모았다. '반바지 시정'이란 명칭이 붙었다. 한동안 시청에서 반바지 복장이 흔했다. 지난해는 직원들이 참여하는 반바지 패션쇼가 열렸다. '발상의 전환', '반바지가 단정하지 못하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 등 긍정 반응이 잇따랐다. 그래도 전국을 돌며 당원들 표심을 공략 중인 염 시장이 반바지 차림으로 나서지는 못할 듯하다.류 의원 소동에 공직사회도 출렁인다. 반바지 논란이다. 지난해 경기도는 7~8월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여론 조사결과 도민 81%, 도청 직원 79%가 찬성했다. 첫날인 지난해 7월 1일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 공무원들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하지만 올 여름, 반바지가 사라졌다고 한다. 지루한 장마에 무더위가 덜하니 필요성이 덜하다. 여기에 보수적인 공직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줬을 듯하다. 때로는 말이 아니라 눈초리가 더 무서운 법이다.40줄에 선 조카가 대학생 때 붉은 머리 염색을 했다. 공

  • [참성단]짖지 않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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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짖지 않는 개 지면기사

    한자는 다양한 언어유희가 가능한 표의문자다. 파자(破字) 유희가 대표적이다. 조선 중종 때 일어난 기묘사화는 '주초위왕(走肖爲王)'으로 압축된다. 주초(走肖)는 조(趙)의 파자인데, 즉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역모사건이다. 훈구파가 사림파의 영수인 조광조를 제거하기 위해 나뭇잎에 꿀로 '주초위왕'이라고 쓴 뒤 벌레가 갉아먹게 만들어 역모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실험에선 벌레가 꿀만 먹고 글자를 새기지 못했다고 한다. 야사인데 정사보다 명징하다.동음이의어로 본래의 뜻을 완전히 전복시키는 풍자도 한자에선 무궁무진하다. 최근 법조인 사이에서 돌고 있다는 '대한문국(大韓文國) 법률 용어집'이 화제다. 백성의 나라 민국(民國)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성을 딴 문국(文國)이라니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내용은 더 가관이다. 사법부(死法腐):법이 죽어 썩고 있다, 법원(法遠):법과는 거리가 멀다, 헌법(獻法): 법을 권력 앞에 갖다바침, 법무부(法無腐):법이 있으나마나 할 정도로 썩었음, 법무부 장관(法無腐 壯觀): 법이 있으나마나 할 정도로 썩어버린 꼴이 볼만하다….정권에겐 불편하고 편파적일지 몰라도 최근 검찰과 법원 발 사건, 사고, 사태와 관련해선 의미심장한 시국풍자다. 지난 주말 검찰인사로 '추(秋)미애' 법무부장관 사람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인 윤석열 검찰총장은 측근들이 추풍(秋風)에 모조리 날아가고 사면추가(四面秋歌) 신세가 됐다. 그런데 최근 추 장관의 무리한 수사권지휘와 검찰인사로 중도적인 민심의 의구심은 짙어지고, 표적이 된 윤 총장은 도리어 대선주자로 주목받는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추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은 시중의 부정적 여론, 윤 총장에 대한 동정 여론을 '오캄의 빗자루'(대니얼 데닛,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로 모아 '검찰 개혁'이라는 양탄자 밑에 쓸어넣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검찰이 정권에 불리한 사건을 외면한다고 보고 있다. 셜록 홈즈는 주인이 심장마비로 급사했는데도 짖지 않은 개를 단서로 면식범의 범죄를 추리했다(코난 도일 '바스커빌가의 개'). 검찰은

  • [참성단]인천 야구 영웅 김진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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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인천 야구 영웅 김진영 감독 지면기사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리그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전환점이다. MBC 청룡 이종두 선수의 개막전 역전홈런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군사정부의 우민화 정책이란 비판에도 관중이 몰렸고, 프로스포츠 시대를 활짝 열었다. 실업야구 수준인 첫해에는 믿지 못할 기록이 쏟아졌다. 백인천 감독 겸 선수의 타율 4할2푼1리는 여전히 경이롭다. 홈런 타자 김봉연에, 투·타 겸업 오리궁뎅이 김성한까지. 시합이 진행되는 시간엔 짜장면 배달이 멈췄다고 당시 언론은 전한다.모두가 즐겁지는 않았다. 꼴찌팀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극성 팬들을 피해 다녀야 했다. 첫 희생양은 삼미슈퍼스타즈였다. 연패가 이어지자 구단은 박현식 감독을 경질하고 김진영 감독으로 교체했다. 그 해 15승68패를 기록한 삼미는 다음 해 믿기 힘든 반전에 성공한다.일본에서 온 '너구리' 장명부는 현란한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30승을 거뒀다. 임호균 투수가 12승을 보태 그해 56승 가운데 47승을 합작했다. 전반기 2위, 후반기 2위에 올랐다. 김진영 감독은 청룡과 경기에서 격하게 항의하다 구속됐다. 프로야구사에 전무후무한 일이다.슈퍼스타의 위용은 그해뿐이었다. 이듬해 다시 꼴찌팀이 됐고, 구단은 매각됐다. 5시즌 통산 1승을 거둔 비운의 투수 감사용은 드라마 주인공이 됐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이다. 삼미는 청보 핀토스가 됐고, 태평양 돌핀스로 진화했다. 연고지를 떠나버린 수원 유니콘스와 목동 돔구장 히어로즈는 후계로 보지 않는다. 슈퍼스타가 얼룩말로 변신하면서 김 감독은 물러났다. 1990년 롯데 자이언츠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해 8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다. 야구 영웅은 이후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지난 3일 김 감독이 미국 플로리다 자택에서 별세했다. 1935년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라 인천고를 3번이나 우승시켰다. 국가대표 유격수를 지낸 인천이 낳은 최고 야구스타였다. 감독직을 물러난 뒤 미국으로 떠났다. 고인의 아들은 '미스터 인천' 김경기 선수다. 아버지보다 한 뼘 더 큰 키와 덩치로 태평양 돌핀스 타선을 이끌었다. 현재는 공중파

  • [참성단]'탐정 시대'에 대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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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탐정 시대'에 대한 우려 지면기사

    탐정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셜록 홈즈다. 영국 작가 코난 도일이 1887년 '주홍색 연구'로 시작한 추리 소설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파이프 담배를 태우며 박물학적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단번에 추리해내는 홈즈에 영국 독자들은 열광했다. 코난 도일이 1894년 홈즈가 사망하는 '마지막 사건'으로 시리즈를 끝내자, 영국 전역에서 추모 물결이 일고, 홈즈를 살려내라는 청원이 쏟아졌단다. 심지어 모친마저 "셜록은 왜 죽인거냐"고 따지고 나서는 바람에, 코난 도일은 홈즈를 살려내 시리즈를 이어가야 했을 정도다.어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탐정업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1977년 제정된 신용정보법의 탐정 명칭 및 탐정업 금지조항이 삭제된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이제 거리 곳곳에 '탐정 사무소' 간판이 내걸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 미제사건을 해결해 정의를 실현하는 셜록 홈즈와 같은 명탐정의 시대가 열릴까. 그건 아니다.현행법상 탐정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수사나 재판 중인 민·형사 사건의 증거 수집, 피의자 소재 파악은 관련법에 따라 제재받는다. 국가가 소추권을 독점한 법체계에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탐정을 고용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할 자료를 수집하면, 탐정은 변호사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걸릴 수 있고 의뢰인은 교사범으로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대신 탐정에게 실종가족 찾기, 소송자료 수집 대행, 보험사기 조사 서비스 의뢰는 가능해진다. 그래서 경찰만 좋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피해 당사자에겐 절실하지만, 경찰에겐 골치 아픈 민원이었던 소소한 사건들을 탐정들이 감당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의 특성상 탐정업은 퇴직 경찰의 노후 대책이 될 수 있어 경찰의 오래된 숙원이 풀렸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사기나 불륜 피해자들에게는 공권력의 서비스로 해결해야 할 사건을, 비용과 시간을 들여 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상한 시장이 열린 셈이다.탐정 자격증 발행을 민간단체가 하는 것도 문제다. 공신력을 담보하기 힘들다. 기왕의 흥신소들이 탐정 사무소로 변신하는 부작용도 생각해야

  • [참성단]논리와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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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논리와 억지 지면기사

    문재인 정부 들어 좌우 진영의 대립은 치유 불가능 수준으로 악화됐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는 좌우익 소통과 공존의 논리 대신, '새는 한 날개로도 날 수 있다'는 억지가 자연스러운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정치권의 논리 실종과 억지 만연이 심각하다. 맞는 말은 맞다고 하는 논리적인 대화가 이어져야 타협이 가능해지고 결론에 합의할 수 있는데, 작금의 정치는 비논리적 억지로 맞는 말도 틀렸다거나 불순하다고 낙인찍고 상대를 진영에 가두고는 끝내기 다반사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사례가 한도 끝도 없이 쏟아진다.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후배 검사들을 격려했다. 그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언론의 해석은 분분했지만, 말 자체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여당의 한 의원이 "윤 총장이 사실상 반정부 투쟁선언을 했다"고 맞받아쳤다. '민주주의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일'이 '반정부 투쟁선언'이라면, 현 정부가 그런 정부라는 얘기인지 아리송해진다. '맞는 말인데 뜬금 없다'는 반응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을까.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그제 서울·부산 시장의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인지를 묻는 야당의원의 질문에 "수사 중인 사건의 죄명을 규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역시 수사 중인 검언유착 의혹을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사실상 검언유착 범죄로 단정했다. 같은 정부의 장관들이 법리를 두고 다른 언행을 하니 법 집행의 논리가 무너진다.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면 안된다는 맞는 말을 했다가 '동지'들의 비판에 발언을 번복해야 했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중권이 절친인 조국 전 장관에게 등을 돌린 이유도 '조만대장경'의 앞장과 뒷장의 논리가 일관성을 상실한데 대한 실망과 좌절 때문일 것으로 짐작한다.정부 여당의 사례만 든건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자여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 [참성단]기상청은 '중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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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기상청은 '중계청' 지면기사

    1949년 서울 종로에 국립중앙관상대가 설치됐다. 기상청의 효시다. '관상대'라는 명칭은 조선 시대 천문대 및 기상청 역할을 한 관상감에서 유래한다. 1982년 중앙관상대가 중앙기상대로 변경됐고, 1990년 기상청으로 바뀌었다. 1998년에는 서울 동작구로 이전했다.1970~80년대 지상파 방송 기상예보는 국민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김동완 통보관은 웬만한 가수, 탤런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저녁 9시뉴스 말미 시그널뮤직과 함께 등장하는 그를 보며 국민들은 일상을 마감했다. 온화한 인상에 자상한 설명으로 20년 넘게 믿음과 사랑을 받았다.막바지 장맛비와 함께 기상청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계청'에 '오보청' 이란 조롱이 넘친다. 예보로는 맑다는데 몇 시간 뒤 비가 오기도 하고, 한때 소나기가 폭우로 돌변한다. '무속인에게 물어보는 게 더 정확하겠다'는 비아냥이 나온다.기상청은 올여름 장마를 전망하면서 7월 말 물러난 뒤 열대야를 동반한 무더위가 이어지겠다고 밝혔다. 엊그제 기상청은 중부지방 장마가 8월 10일께나 끝날 것이라고 수정했다. 장마 기간은 무려 48일로 예상돼 사상 최장기록(49일)을 갈아치울 기세다. 중부지방에 10명 넘는 인명피해를 낸 집중호우도 예상을 벗어났다. 예보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달 초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 지역에 호우가 예상됐다. 하지만 2일 오전 경기 남부와 충북 등지에 폭우가 내렸다. 1일 오전까지도 폭우가 내리는 지역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실제 인명피해가 난 지역은 예상하지 못했다.기상청은 예년과 달라진 기상환경 때문에 예보와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시베리아 기압대가 맹위를 떨치면서 북태평양 기압의 북상을 막아 장마가 길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슈퍼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 기상 전문가 집단이 왜 이리 자주 틀리는지 궁금하고 답답하다.폭우가 내린 중부지방에 또 물 폭탄이 예고됐다. 습기 가득한 구름대에 태풍 '하구핏'이 가세하기 때문이다. 수해를 최소화하려면 정확한 예측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만큼은 척척

  • [참성단]뭄바이 빈민촌의 집단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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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뭄바이 빈민촌의 집단면역 지면기사

    최근 인도에서 전해진 뉴스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세계 각국 방역당국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인도 경제 중심지 뭄바이의 3개 빈민촌인 다히사르, 쳄브루, 마퉁가 주민 6천936명을 대상으로 혈청조사를 해봤더니, 무려 57%의 주민이 코로나19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진원지로 악명 높던 뭄바이 빈민촌이 집단면역 지역으로 변신해 코로나19 안전지대로 주목받는 기적적인 상황이 놀랍다.집단면역은 전염병 유행 집단에서 많은 비율(약 60%)의 구성원이 병원체에 면역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집단 전체의 방역이 완성된다는 의학적 개념이다. 방법은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력을 늘리거나, 최대한 많은 인구의 감염을 통해 자연치유자가 느는 것 외엔 없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스웨덴이 초반 감염을 방치하는 집단면역 방역대책을 시행했다 혼쭐이 났다. 집단면역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사망자를 간과한 것이다. 이후 전 세계는 오로지 백신 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뭄바이 빈민촌의 집단면역이 신기한 건 빈민촌 이외의 지역민의 항체 보유율 16%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뭄바이 빈민촌의 주거환경은 악명이 높다. 슬럼가인 다라비는 여의도 반 만한 1.7㎢의 면적에 100만명이 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뭄바이 중산층 지역뿐 아니라 선진국일수록 항체 보유율은 떨어진다. 미국 뉴욕 주민이 21.2%, 스웨덴 스톡홀름 주민이 14% 정도다. K-방역을 자랑하는 우리는 지난달 9일 발표한 조사 결과 3천55명 중 단 1명, 0.03%였다. 코로나19 면역력 0 지대라는 얘기다.생각해보면 예전엔 아이들이 거칠게 자랄수록 건강하다는 속설이 있었다. 흙을 집어먹고, 누런 콧물을 흘리고, 콩나물 교실에 빽빽이 앉아 공부했어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컸다. 뭄바이 빈민촌의 기적이 실상은 우리가 과거에 무심하게 지나쳤던 기적들 아닌가 싶다. 진화론의 관점에서도 백신 말고는 대책이 없는 위생적인 인류와, 다수의 희생을 무릅쓰고 집단면역을 형성한 뭄바이 빈민들 중 어느 쪽이 자연선택의 승자

  • [참성단]글쓰기의 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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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글쓰기의 괴로움 지면기사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 경찰이 변명이라고 내놓은 이 한 줄의 문장에는 독재의 교만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권력의 교활함이, 한 청년의 죽음이 묻어난다.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에서 청년 박종철은 극심한 공포 속에서 고문을 받다가 사망했다. 처음에 정부와 경찰은 은폐를 시도했다. 하지만 처음 사체를 본 의사, 사체 보존명령을 내린 검사, 국과수 부검의, 그리고 기자의 노력으로 사건 전모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나마 정의가 살아 있어 가능했다.만일 그때 모두 박종철의 죽음을 외면했다면, 사건의 진상 파악은 물론이고 민주화도 매우 더디게 찾아왔을 것이다. 경찰은 처음엔 관련자가 2명이라고 사건을 축소했었다. 하지만 언론이 5명이 가담한 것을 밝혀내면서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독재의 두려움으로 떨던 국민들이 마침내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터트린 것이다. 그리고 6월 29일 대통령 직접선거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 구금된 민주화 인사들의 석방을 내용으로 하는 6·29 선언이 발표됐다. 감옥에 갔던 양심수들이 사회에 속속 복귀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현재 권력의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요즘 그들이 주류를 이루는 우리 국회를 보면 과연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가 라는 의구심이 든다. 절차와 토론이 철저히 무시된다. 감사원장을 공격하는 집권당 의원들을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군사독재 정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불리한 일이면 침묵으로 일관하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4 ·15 총선 석 달이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윤미향 사태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수사할 기미조차 없다. 언론도 이를 지적하지 않는다.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글로 독자들을 설득하기가 점점 어렵다는 뜻도 된다. 그러니 글 쓰는 이들이 괴로울 수밖에 없다. 이유야 많겠지만,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만일 지금 '박종철 사건'과 유사한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 [참성단]'부적합 (unfit) 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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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부적합 (unfit) 한 인물' 지면기사

    한번 뱉은 말은 평생 뒤를 따라다닌다. 10년 전, 20년 전 무심코 내뱉은 말이 버튼 하나로 재생되는 세상이다. 아무리 변명을 해도 통하질 않는다. 그래서 말할 때는 열 번을 생각해야 한다. 어른들이 자식에게 늘 좋은 말만 하라는 것도 그런 이유다. '좋은 말은 덕으로 오고 나쁜 말은 화로 온다'는 것을 그분들은 이미 경험으로 터득했다.말은 칼이다. 잘못 뱉은 말은 상대방을 여지없이 베고 만다. 그 아픔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래서 말은 많이 할수록 위험하다. '교묘한 말은 덕을 어지럽힌다(巧言亂德)'고 공자는 말했다. 노자는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知者弗言, 言者弗知)'고 말했다. 한마디 거짓말을 주워담기 위해 열 마디의 말을 보태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았다. 요즘 정치권에서 아무 말이나 마구 쏟아내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그중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말이 압권이다. 장삼이사가 모이면 추 장관의 말을 두고 쑥덕거린다. 질문하는 국회의원에게 "소설 쓰시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 두둑한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지 국민은 궁금하다. 수없이 많은 설화(舌禍)를 일으켜도 청와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채롭다. 오죽하면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추 장관이 말로 가리는데 청와대가 막을 이유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가 자신의 SNS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으로 (자리에) unfit(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신 변호사는 추 장관의 안하무인격이며 편향된 태도, 저급한 용어 사용 등을 이유로 들면서 "공정한 국가 사법질서의 한 축을 이끌어 나가야 할 법무부 장관으로서 그는 도저히 적합하다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에 대한 평가야 신 변호사의 개인적 견해니 논외로 쳐도, 우리 주변, 특히 21대 국회의원 중 '부적합 인물'들이 너무 많다. 우리가 이들에게 고귀한 '공인의 품격'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