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프로야구 무관중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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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프로야구 무관중 개막 지면기사

    2015년 4월 30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15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무관중 경기였다. 당시 볼티모어지역의 대규모 폭동 사태로 흑인 소년이 사망한 사건이 원인이었다. 경기 도중 폭동사태 우려로 내려진 부득이한 조치였던 것. 당시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른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팬이 없다면 프로 스포츠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준 경기였다.프로 스포츠에 관객이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보통 '무관중 경기'는 물의를 빚은 구단에 내려지는 최후의 조치다. 국내 프로 스포츠 첫 무관중 경기는 2007년 축구 K3 리그인 서울 유나이티드가 받았다. 당시 서울은 대구의 한국 파워트레인과의 홈경기 중 응원단과 선수들 간의 폭력사태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무관중 경기'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국제경기에서도 가끔 무관중경기가 치러진다.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의 월드컵 예선전이 그런 경우다. 북한은 2005년 이란과의 월드컵 예선 홈경기에서 심판 판정 항의와 오물 투척, 상대 선수단 위협 등으로 제3국 내 무관중 경기라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어제 프로야구 개막전이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부득이한 조치였다. 5개 구장에서 열렸는데 그 어디에도 팬들의 함성이 없었다. 홈런과 안타가 터져도, 절묘한 수비가 펼쳐져도 관중석에선 함성이 들리지 않았다.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선수의 '언택트 세리모니'는 마치 무언극의 배우를 보는 것처럼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TV 중계 역시 스포츠 캐스터들이 아무리 분위기를 띄우려고 해도 흥이 나지 않았다.하지만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있는 탓에 무관중이라도 경기가 펼쳐진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우리의 일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비록 무관중이지만,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을 보니 비로소 우리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모레부터는 K리그 프로축구도 무관중으로 경기가 열린다. 이 모두 국민이 솔선수범해서 코로나19를 슬기

  • [참성단]5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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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5월에… 지면기사

    5월은 '눈으로 듣는 음악' '귀로 듣는 그림'의 계절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5월을 노래한 시가 많다. 당장 괴테의 '5월의 노래'가 떠오른다.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넘쳐 터지는 가슴의 기쁨/대지여, 태양이여/행복이여 환희여/사랑이여 사랑이여/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금빛 아름다움/그 기막힌 은혜는 신선한 들에 꽃 위에 넘친다.'햇빛에 반짝이는 신록의 잎사귀들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살아있는 것들이 뿜어내는 고귀한 생명력. 눈이 부신다. 피천득은 5월을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다. 우리도 눈매가 한없이 푸르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5월이 오면 윌리엄 워즈워스의 '무지개'가 떠오르는 것도 그래서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내 가슴은 뛰노니,/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바라기는 나의 하루하루가/자연의 경건함으로 이어지기를.'지금은 무지개를 보기가 밤하늘의 별을 보기만큼 어렵지만, 그때는 무지개가 별만큼이나 흔했다. 그래서 소중한지도 몰랐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시구를 읊조리며 "이게 말이 되느냐"며 친구들과 얼마나 킥킥거리며 웃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보니 그 말은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런 5월을 맞이할지는 몰랐다. 원래 5월은 도약하는 달이다.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한 것도 가정의 화목을 바탕으로 큰 꿈을 성취하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금 5월은 어떤가. 가슴은 메마름으로 석고처럼 굳어있고, 마치 한 마리 부패한 생선처럼 희망도 행복도 변질해 가고 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5월은 슬픈 달이 돼버렸다. 모두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탓이다.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푸른 빛을 볼 수 있는 한 뼘의 정

  • [참성단]19세 소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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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19세 소형준 지면기사

    2006년 4월 12일 잠실구장. 인천 동산고를 갓 졸업한 한화의 신인 류현진은 LG전에 등판해 7.1이닝 3안타 10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한 데뷔 선발승을 기록한다. 그의 나이 19세. 야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LG 팬들은 소년티를 벗어나지 못한 류현진의 역투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래서 이날의 '충격의 패배'를 기억하는 LG 팬들이 의외로 많다. 류현진은 그해 201.2이닝을 던져 204개의 탈삼진과 18승으로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MVP와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이런 '슈퍼 루키'의 탄생은 구단은 물론, 팬들에겐 엄청난 축복이 아닐 수 없다.수원 kt 위즈 팬들은 14년 전 류현진으로 인해 한화 팬들이 맛봤던 기쁨을 어쩌면 올해 똑같이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수원 유신고를 졸업한 19세 소형준 때문이다. 189㎝ 92㎏의 듬직한 체구. 100m 떨어진 곳에서 그를 본다면 류현진인지 소형준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다른 점이 있다면 류현진은 좌완, 소형준은 우완이라는 것. 신인 투수가 데뷔 첫해 선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kt 5선발을 꿰어찬 소형준은 류현진이 그랬듯, 올해 KBO 신인 선수 중 유일하게 선발로 개막전을 치르는 선수가 됐다.코로나19로 모든 스포츠 경기가 중단되면서 우리는 그의 역투를 못 볼뻔했다. 다행히 사태가 진정되면서 시범 경기가 시작됐고, 지난 22일 한화전에 등판한 19세 소형준은 눈부신 역투를 펼치면서 6.1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날 한화 선수들이 친 안타는 고작 5개. 비록 시범경기지만 한화 선수들은 최고 150㎞ 강속구에 투심패스트볼과 커브, 간간이 던지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19세 루키에게 꼼짝없이 당했다. 2015년 프랜차이즈 스타 투수 박세웅을 롯데로 보내야 했던 kt 위즈 팬들의 아픔을 19세 소형준은 깨끗이 치유해 줄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많은 슈퍼 루키의 출현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어디 한두 군데 이상이 생겨

  • [참성단]평양의 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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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평양의 사재기 지면기사

    1994년 3월 1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회담에서 북한의 박영수 협상대표가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 것"이라고 폭언을 하고 회담장에서 뛰쳐나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른바 '서울 불바다론'. 그의 말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재기하려는 사람들로 가게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그 해 6월에는 북한이 IAEA(국제원자력기구) 탈퇴를 선언하자 또 한 번 사재기 바람이 불었다.이처럼 북한이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때마다 사재기 바람이 불고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북핵과 분단국가라는 지정학적 요인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용어가 그래서 생겼다. 하지만 그 후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일어도 사재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1999년 6월 15일 제1연평해전,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이 터져도,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가 포격을 당해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사재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사망소식에도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 등 유통 시장은 평소 때와 다름없었다. 수없이 반복된 '학습효과' 탓이다.'김정은 신변 이상설'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평양에서 생필품 사재기 바람이 불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나왔다. 기사를 작성한 애나 파이필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북한 전문기자다. 서방 언론인들 가운데 북한 정보에 가장 정통한다는 평을 듣는다. 십여 차례 이상의 북한 현지취재를 통해 북한정권의 향방을 꾸준히 추적했다.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프리뷰 간)의 저자이기도 하다.기사에 따르면 평양 엘리트들 사이에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과일과 채소, 쌀, 술 심지어 전자제품까지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의 기사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발끈했다. 북한과 우호적인 러시아의 타스 통신 역시 "평양 시민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는 평양 통신원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기사 중 관심을 끄는 건 '과거에도 북한 지도자의 사망설이 있었지만, 이번 루

  • [참성단]31번 확진자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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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31번 확진자 미스터리 지면기사

    국내 코로나19 사태는 31번 확진자 발생 전후로 완전히 양상이 달라졌다.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2월 16일 30번 확진자 발생할 때까지 코로나19는 폐쇄국가 중국에 국한된 감염병이란 인식이 강했다. 의사협회 등 전문가 집단이 중국에 대한 국경봉쇄를 강조해도, 정부가 바이러스 발생지 후베이성만 봉쇄한 것도 미미한 확진자 발생빈도에서 비롯된 자신감이었을 것이다. 방역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다.정세균 총리는 2월 13일 신촌 일대 상가를 마스크 없이 돌면서 상점 주인들에게 "그동안 돈 많이 벌어 놓은 걸로 버텨야지", "손님이 적으시니 편하시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비난을 샀다. 부적절한 농담이었지만, 코로나 조기 종식에 대한 자신감은 그만큼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월 18일 대구 첫 확진자인 31번 확진자가 발생했고, 신천지교회가 등장했고, 세상이 완전히 변했다.신천지교회 교인 1만여명을 전수조사하자 1주일만에 확진자가 1천명 대에 진입했고, 2주 뒤엔 5천명을 돌파했다. 방역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경증환자가 음압병실에 입원하고, 중증환자가 입원대기 중 집에서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구는 한국의 우한이 됐다. 세계 각국이 한국에 국경을 닫았고, 중국의 각 성(省)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 대란에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소상공인은 가게 문을 닫고, 경제는 마비됐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전대미문의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31번 확진자는 코로나 대재앙의 소용돌이 한 복판에 서 있었다. 대구 신천지교회 집단감염의 슈퍼전파자로 의심받았다. 병원의 검진 권고에도 불구하고 교회 등 다중집합시설을 방문한 데다 동선을 숨긴 행위는 도마에 올랐다. 본인은 보건소에서 검진을 거부당했다고 항변했지만 반향은 적었다. 그녀가 입원 67일만인 지난 24일 완치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그녀의 감염경로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신천지교회 내부가 의심되지만 추측에 머문다.다만 당국이 국경 검역이 느슨했던 시기에 코로나19가 은밀하게 확산된 건 분명해 보인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과

  • [참성단]얼빠진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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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얼빠진 軍 지면기사

    군기 빠진 오합지졸 군대를 '당나라 군대'라고 한다.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그 연원은 확실치 않다. 당이 어떤 나라인가. 태종 이세민의 나라다. 건국 초기만 해도 중국 왕조 가운데 가장 강성했던 국가였다. 동쪽으로는 요동을 서쪽으론 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고구려의 아들 고선지 장군이 파미르 고원을 넘어 서역까지 동서 비단길을 연 것도, 나침반, 제지술 등 화려한 문물을 서방에 전한 것도 당이었다. 그런데 '당나라 군대'라니.대부분 왕조가 그렇듯, 당나라도 후기로 가면서 군역 제도의 결함과 그에 따른 지휘관의 비리와 지도층의 부패로 군이 오합지졸이 된 것은 분명하다. 8세기 전후 양귀비와 염문을 뿌린 당 현종 때부터 전력이 급속히 약화하면서 중반에 이르자 토번(티베트)과 돌궐(위구르) 등의 침략에 당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토번의 공격에 수도 장안을 내준 적도 있었다. '자치통감'에 당나라군이 전쟁에 나갔다 하면 '연전연패'했다는 기록도 있다. 특히 '안사의 난'을 전후해 당 왕조가 부패와 무능으로 급속히 쇠락하면서 당군은 오합지졸이 됐다. '당나라 군대'라는 말이 이때 나왔다는 말이 있다.요즘 우리 군의 기강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하는 소리가 높다. 군기 문란에 기강해이까지 마치 "당나라 군대 같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경기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 병사가 야전삽으로 여군 중대장을 폭행하는가 하면, 충청도의 육군 부대에서 남성 부사관들이 상관인 남성 장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군사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육군 전방부대에서는 카카오톡 단체 방에서 암구호를 공유한 사병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군 시설에 민간인이 무단침입한 것도 한 두건이 아니다. 최근엔 대령이 최고등급 보안구역에 마이크를 설치해 3개월간 엿듣다 적발된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다.오죽하면 점잖기로 소문난 정경두 국방장관이 "불합리한 부대 지휘에 의한 장병 인권침해, 상관 모욕, 디지털 성범죄 및 성추행, 사이버 도박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장관 지휘 서신을 내렸을 정도다. 이

  • [참성단]2인자 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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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2인자 김여정 지면기사

    2018년 2월 9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함께 비행기 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고개와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 턱 끝을 살짝 들어 올린 채 미소를 유지하는 표정을 2박 3일간의 방한 기간 내내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의식적으로 자신이 한 조직의 우두머리임을 행동으로 나타내는 '알파 전략'을 쓴다고 지적했다. 오랜 시간 훈련됐거나 당당함을 표출하려는 의도된 전략이라는 것이다.다음날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은 방명록에 '평양과 서울이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서 더 가까워지고 통일 번영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합니다.'는 글을 남겼는데, 가로 선의 기울기가 오른쪽으로 갈수록 가파르게 올라가는 독특한 문체가 화제가 됐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의 글씨체 모두 오른쪽 위 방향으로 기울어진 게 특징으로 그녀 역시 이 글씨체를 사용하면서 '백두혈통'임을 과시하는 듯했다. 특히 초성으로 쓰인 자음이 유독 컸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평범한 사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남들 위에 서 있다는 심리의 표출"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김여정은 고전적인 머리 모양에 수수한 옷차림의 짧은 방한 기간 중이었지만 우리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김여정이 우리의 관심을 다시 끌게 된 건 지난 3월 3일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담화문이었다. 전날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에 대해 내놓은 담화문은 김여정 명의로 나온 것으로 그 내용이 충격이었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등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거칠게 드러내 우리를 놀라게 했다.김정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12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김여정이 북한 2인자의 자리를 굳혔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세계에서 최고로 고립된 폐쇄 국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해도 확진자

  • [참성단]강남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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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강남 스타일 지면기사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또 한번 강남이 뜨고(?) 있다. 서울 강남갑 선거구에서 탈북자 출신의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후보가 당선되면서부터다. 4·15 총선 다음날인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청원이 강남을 다시 주목받게 한 도화선이 됐다. '서울 강남구 재건축지역에 탈북자 새터민 아파트 의무비율로 법제화해 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이다. 청원인은 "냉전시대의 수구적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넘어 태구민씨를 선택해 준 강남구민들의 높은 정치의식과 시대정신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같이 요구한 뒤 "강남구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을 기반으로 생각해볼 때 분명 반대는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남 주민에 대한 경외감이 한없이 묻어나는 글이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 읽혀지지가 않는다. 오히려 태 후보를 국회로 보낸 것을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가 강하다. 청원인의 의도가 그렇다면 청원 의제는 기막힌 패러독스가 아닐 수 없다.사실 국내에서 부동산 시세가 가장 높은 지역에 새터민 아파트를 의무화하라는 제안을 지역 부동산 자산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안 봐도 뻔하다. 청원인이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터인데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강남 유권자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야유가 아닌가 싶다.태 후보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종부세 부과 주택의 가격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후보도 부동산규제완화를 약속했지만 여권의 부동산 정책을 못마땅해 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프레임이나 사상, 이방인에 대한 인식 등 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했던 요소들이 '부동산'이란 현실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 셈이다. 청원 이후에 강남지역 아파트 브랜드를 북한식으로 희화화한 패러디가 유행하고 있는 것도 새터민 아파트 청원과 맥을 같이하지 않을까 싶다. '푸르디요', '인민이 편한 세상', '내래미안', '간나이파크' 등이다. 해당 청원은 22일 현재 13만명 이상의 동의

  • [참성단]올드보이의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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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올드보이의 퇴장 지면기사

    "…김영삼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입니다. 저는 김영삼 총재가 앞으로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성공하여 국가의 민주적 발전과 조국의 통일에 큰 기여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말을 덧붙였다. "이제 저는 저에 대한 모든 평가를 역사에 맡기고 조용한 시민 생활로 돌아가겠습니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인 후광(後廣) 김대중의 목소리는 그렇게 떨리고 있었다. 1992년 12월 19일의 일이다.후광이 통곡과 비감을 가슴속으로 깊게 삼키면서 이런 귀거래사를 읊조리며 정계 은퇴선언을 할 때, 많은 국민은 진심으로 동정과 사랑이 담긴 박수를 그에게 보냈다. 이에 화답하듯 후광은 '한국 현대 정치사'를 쓰겠노라고 말했다. 평생 정치적 라이벌이던 두 사람 중 한 명은 대통령이 되었고, 한 명은 정계 은퇴를 발표했으니 많은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 양김(兩金)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2년 7개월 후 후광은 다시 정계로 복귀했다.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여야의 '올드보이' 정치인 상당수가 여의도를 떠나는 처지가 됐으니 말이다. 민생당의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정치 9단'으로 불리던 박지원(4선) 의원, 20대 국회 최다선(8선)인 우리공화당 서청원 의원, 천정배(6선) 등이 21대 총선에 줄줄이 낙선하며 국회 재입성에 실패했다. 여기에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문희상(6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7선) 대표, 미래 통합당의 김무성(6선) 의원 등도 정계를 떠날 것이 확실시 된다.정동영 민생당 의원이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며 정계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이미 손학규 위원장은 선거 다음날 "참담한 결과에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모두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혔다. 셰익스피어의 리차드 3세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제 우리의 불만스런 겨울은 이 '요크'의 태양 덕분

  • [참성단]당선사례(當選謝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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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당선사례(當選謝禮) 지면기사

    선거는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필연이다. 개표가 끝난 아침, 교체된 현수막에 희비가 갈린다.당선자는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에 한없는 감사의 뜻을 표한다. 당선사례다. 현수막은 기본이고, 거리인사를 하거나 차량을 타고 지역구를 돌기도 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 감사인사를 한다. 대체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초심을 지켜 지역과 나라를 위해 바른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오래전에는 막걸리에 고무신을 돌리기도 했다는데, 전설이 됐다. 이제는 마음으로만 감사해야 한다. 자칫 당선이 무효가 되고 전과자 신세가 될 수 있다.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당선자와 측근, 유권자를 향한 선관위의 눈매가 매섭다.낙선자들도 유권자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한다. 낙선사례(落選謝禮)다. 역시 현수막과 SNS가 소통 창구다. "성원해 주셨지만 부족했다"거나 "열심히 해서 다음에 선택을 받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때론 당선자는 보이지 않는데 낙선자가 거리에 나와 눈길을 끈다. 용인 지역에 출마했던 한 야당 후보는 지난 18일 팻말을 들고 지하철역 앞에서 2시간 넘도록 인사를 했다. '송구합니다. 성원 감사합니다'란 푯말을 든 그에게 "안타깝다, 다음에 꼭 승리하라"고 격려하는 시민들이 여럿이었다고 한다. 비록 '정치적 행위'일지 모르나 남들과는 다른 용기와 결기에 공감을 나타낸 것이다.당선사례든 낙선사례든 황당함과 무례함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의도의 입은 여전히 거칠다.여권의 한 당선자는 검찰을 향한 날 선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다. 검찰과의 관계를 보면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벌써 오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참패한 야당은 비대위 구성과 전당대회 개최를 두고 시끄럽다. 팔다리가 잘리는 중상을 입고서도 당내 권력다툼에 자성과 책임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영남권 당선자는 벌써 대권을 들먹이며 '내가 당의 주인'이라고 당을 압박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불손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2년 뒤 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대 지방 동시선거가 치러진다. 다시 2년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