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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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동학개미운동' 지면기사
'톰 소여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이 투기를 좋아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독하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 그의 투기심리를 부추겼다. 광산에도 투자했고, 도박에도 손을 댔다. 주식투자로 큰 빚을 지기도 했다. '톰 소여 모험'이 대 히트하면서 인세로 큰돈을 손에 쥐었지만, 모두 주식으로 날렸다. 처음엔 일확천금을, 후엔 원금을 찾기 위해 발버둥 쳤으나 실패했다. 전형적인 개미투자가들이 그렇듯 말로는 주식투자는 할 게 못 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일확천금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동학 개미운동'이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외국인의 매물을 힘겹게 받아내는 개인 투자자들의 모습이 마치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을 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매도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개인들이 매수하고 있다. 3월 들어서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4조7천669억원(우선주 포함) 어치를 매도했는데 개인들이 4조5천113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이는 삼성전자라는 세계적인 기업에 투자한다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장이 무너져도 삼성전자만큼은 굳건할 것이란 믿음에서 비롯됐다.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크게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가 제자리를 되찾는 과정을 보면서 터득한 학습효과다. 하지만 개인 투자가들은 빚을 내 주식을 산다는 것이 문제다. 18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융자잔고는 594만여주로 지난달 말 415만여주보다 70% 가까이 증가했다.1894년 12월 5일 동학군의 마지막 전투인 공주 우금치에서 동학군은 분당 400발을 발사하는 개틀링 기관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에 2만여명이 사살됐다. 죽창으로 최신식 무기와 대적했으니 결과는 뻔하다. 아무리 개인이 주식운용을 잘해도 총알(자금)이 풍부한 외국인들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외국인들은 매도로 마련한 현금을 본국으로 보내지 않고 비축하고 있다고 한다. 저점에서 다시 들어오겠다는 뜻이다. 반면에 '지금이 바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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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백신 지면기사
두창, 마마로 불리는 천연두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기원전 1160년경 사망한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5세도 천연두가 원인이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당시 유럽에 천연두가 창궐했다. 이들이 옮겨간 바이러스에 아메리카 원주민의 3분의 1이 사망했다. 운 좋게 살아도 시력 상실, 곰보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았다.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였다.1768년 영국의사 존 휴스턴은 우두(牛痘)에 의해 감염된 사람이 천연두에 면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1796년 '면역학의 아버지' 에드워드 제너는 이를 바탕으로 소젖 짜는 여인들이 미약하게나마 우두를 앓자 그 물집의 고름으로 천연두 예방 물질을 개발했다. 수천 년간 인류의 적이던 천연두가 극복되는 순간이었다. 천연두는 1959년을 끝으로 새로운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1980년 WHO는 천연두의 지구 상 박멸을 선언했다.인류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3만 개의 질병이 존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류가 홍역, 장티푸스, 파상풍, 콜레라 등의 감염병 공포에서 벗어난 건 순전히 백신 덕분이다. 백신이란 이름은 파스퇴르에 의해 명명됐다. 자신이 만든 약에 '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차(vacca)'를 빌려 '백신(vaccine)'이라 하고 투약을 '예방접종(vaccination)'이라 불렀다. 이처럼 백신은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데 가장 크게 이바지한 의학 성과로 꼽힌다.백신 개발은 돈과 직결된다. 세계 유수의 제약사들은 여기에 회사의 운명을 건다. 하지만 소아마비 백신을 만든 의학자 조너스 소크는 달랐다. 원숭이 신장 조직과 200여 후보 물질로 실험한 끝에 1955년 '소크 백신'을 개발했다. 제약회사들이 돈으로 유혹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백신 제조법을 무료로 공개했다. 부모와 아이들이 받는 고통을 돈과 바꿀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기자들이 백신 특허권에 관해 묻자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라고 했던 말은 지금 들어도 감동이다.코로나 19 종식을 위해선 백신이 유일한 수단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백신 개발이 미·중간 경쟁으로 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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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푸틴의 장기집권 플랜 지면기사
젊은 시절 블라디미르 푸틴은 '위험 불감증' 환자였다고 한다. 구소련 KGB에 들어가 강도 높은 훈련과 고도의 심리전을 배워서인지 위험을 모르고 매사에 자신감이 있었다. KGB 비밀 파일에 푸틴의 단점을 '겁 없음'이라 적을 정도로 모든 게 거침이 없었다. 이런 강한 추진력은 푸틴의 큰 재산이었다. 1996년 대통령 총무실 부실장으로 크렘린에 입성한 지 불과 4년 만에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 자리를 꿰찼다.대통령이 된 푸틴이 가장 먼저 한 건 강한 러시아를 만드는 것이었다. 구소련 붕괴 후 바닥까지 떨어진 경제를 회복하고 강대국으로의 복귀는 푸틴의 지상과제였다. 이런 푸틴의 모습에 국민은 열광했다. 실제 2000~2008년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4배,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원유의 탓도 있지만 외환보유액도 크게 늘었고 주가도 폭등했다.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1차 임기를 마친 푸틴은 70~80%의 높은 국민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정치적 제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제1 부총리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줬다. 하지만 이는 연임을 회피하기 위한 합법적 꼼수였다. 2012년 대통령으로 복귀한 푸틴은 임기를 6년으로 늘려 3선을 하고 2018년 4선에 성공해 오는 2024년까지 재임할 수 있다.나는 새를 떨어뜨릴 만큼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푸틴이지만 그래도 장기집권을 위해서는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푸틴이 추진 중인 헌법 개정안이 지난주 러시아 상·하원 심의를 통과했다. 개헌안은 오는 2024년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의 재선 출마를 위해 기존 임기들을 백지화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다음 달 개헌안이 국민투표로 통과하면 푸틴은 두 차례 더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고 임기가 6년이니 2036년 그의 나이 83살까지 집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푸틴은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말이 이래서 나왔다.그동안 러시아는 레닌, 스탈린, 흐루쇼프, 브레즈네프, 옐친 등 절대권력의 지도자들이 이끌어왔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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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0%대 금리시대 지면기사
이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골칫거리였다. 구약성서 신명기에 '이웃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지 말라'는 구절이 나올 정도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상거래 가운데 가장 혐오스러운 것은 '금리를 취할 목적으로 대출해주는 행위'로 보았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는 이자를 '가장 큰 죄악 15개 항목' 중 하나로 규정했다. 농경생활시대부터 존재한 이자를 아예 금지하기보다 고리대금으로 인한 부의 편중 심화를 경계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최초의 성문법전인 고대바빌로니아 함무라비에는 곡식 이자율의 최고한도를 연 33.33%로, 기원전 로마 12표법에 모든 대출 이자율을 연 8.33% 수준으로 정한 것만 봐도 그렇다.금리에 대한 최고의 문헌으로 평가받는 리처드 실라의 '금리의 역사'(리딩리더 간)를 보면, 고대 바빌로니아와 그리스, 로마시대에 문화가 번성하는 시기에는 이자율이 낮고, 쇠퇴하거나 망하는 시기에는 이자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적고 있다. 또 시간적 차원에서 볼 때 금리의 흐름에는 일정한 추세와 반복적 변동 패턴이 있으며 이런 현상은 한 국가와 전체 문명의 흥망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자율이 낮으면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이자율이 높을 때에 비해 더 많이 지출한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일본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보통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특징으로 저성장·저물가·저금리를 꼽는다. 1990년대 초 일본 경제는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불황에 빠졌다. 처음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고작 0.8%에 그쳤다.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를 기록했고, 국채금리는 오히려 마이너스권에 머물렀다. 보통 금리가 낮아지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다시 물가가 오르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은행에만 돈을 맡겼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저금리가 지갑을 더 닫게 한 것이다. 코로나 19 전 세계 확산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75%로 인하하면서 우리도 '0%대 금리시대'가 열렸다.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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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경기아트센터'의 심리방역 지면기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파랗게 질렸다. 일상은 멈췄고 사람들은 갇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격리의 불안은 바이러스 감염만큼 무섭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에 우울증(코로나 블루)을 동반한 최악의 습격자인 셈이다. '코로나 블루'에 걸리면 우울증, 불안, 분노, 무기력, 대인기피 등 감정적 증상에 두통, 불면,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 두근거림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 바이러스 방역과 함께 심리적 방역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서울시는 최근 심리방역을 위한 마음 백신 7종을 제안해 관심을 끌었다. 스스로 격려하는 격려백신, 타인을 돕는 긍정백신, 위생수칙을 지키는 실천백신, 가짜뉴스를 무시하는 지식백신, 언젠가 끝이 온다는 희망백신, 바이러스 유증상시 행동지침을 숙지하는 정보백신, 심신의 균형과, 가정과 일의 균형을 지키는 균형백신이 그것인데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집대성한 심리백신인 만큼 응용해 볼 만하다.최근 경기아트센터(구 경기도문화의전당)가 실행해 호평을 받은 무관객 생중계 공연은, 당국에서 심리방역의 대안으로 눈여겨 볼 만하다. 경기아트센터는 지난 12일 도립극단의 작품 '브라보 엄사장'을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에 생중계했다. 당일 연극중계를 시청한 접속자는 700여명. 연극 공연장인 아트센터 소극장 관객석이 500석인 점을 감안하면 만원사례 공연이고, 이후 누적 접속자가 7천500여명에 이른다니 앙코르 공연도 연일 매진사례인 셈이다.요한 하위징아는 놀이를 인간의 본성으로 보아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용어를 창안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학명에 빗대어 인간 본성을 규정한 다양한 작명이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할 심리방역은 인간의 놀이 본성을 십분 감안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종편채널의 '미스터 트롯'은 관객 없이도 전국민이 결승전에 열광했다. 잠시나마 코로나 블루를 잊은 순간이었을 것이다.연극의 3대 요소인 관객 없이 배우와 무대만으로 국민을 놀이판에 불러낼 수 있다면, 각종 프로 스포츠의 무관중 경기도 강행해 볼 만하다. SNS매체가 대세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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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공매도 지면기사
2013년 4월 16일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셀트리온을 세계 굴지의 생명공학회사로 키우려 했지만, 공매도 세력의 극성으로 기업을 경영할 의욕을 잃었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지난 2년간 공매도 금지기간을 제외한 432거래일 가운데 412일(95.4%)간 공매도가 이뤄졌으며 비중이 10%를 넘는 날도 62일에 달했다"고 하소연했다.공매도(空賣渡)는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가격이 내리면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수익을 올리는 투자방식으로 우리 시장엔 1969년 도입됐다. 당시 셀트리온에 대한 온갖 루머는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려 이익을 보려는 불순한 공매도 세력 때문이었다. 실제 이 기간에 분식회계, 서 회장 도주, 임상시험 실패 등 소문이 무성했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셀트리온 주식을 갖고 있던 개미투자가에게 공매도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하지만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 오히려 상승장에서 주가 폭등을 차단하고, 하락장에서는 거래 유동성을 늘린다는 순기능을 가진다. 문제가 있다면 외국인(62.8%)과 기관투자가(36.1%)의 전유물이라는 점이다. 개인이 주식을 빌리기란 쉽지 않고 어렵게 주식을 빌린다 해도 신용도가 낮아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공매도제도가 개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주가는 국정 성패의 지표가 되곤 한다. 어느 정부건 주가폭락은 큰 부담이다. 선거가 코앞이라면 더 그렇다. 이때마다 '공매도 금지'는 늘 주요 현안이 됐다. 코로나 19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금융위원회가 6개월간 공매도 전면 금지를 오늘부터 적용해 실시키로 했다. 공매도 금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 10월부터 5월까지, 유럽재정위기가 불거진 2011년 8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주식은 '사는 것보다 파는 게 더 중요하다'는 증시 격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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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워렌 버핏과 삼성 폴더폰 지면기사
워렌 버핏은 11세 때 100달러로 주식을 사 스물네 살에 2천500만달러로 불린 '투자의 귀재'다. '굴뚝 기업'을 선호했던 버핏은 IT 기업 등 모르는 분야는 쳐다보지 않았다. IT기업이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부어도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한 번의 투자 실수로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것도 이유였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주가 MS의 사업내용을 친히 알려주며 주식 매입을 권유하자, 설명해준 게 미안하다며 딱 100주를 매수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2005년 버핏이 삼성전자를 찾은 적이 있다. 그때도 불확실성 때문에 IT 기업은 투자대상이 아니라며 "삼성전자 매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그런 버핏이 2011년 IBM 최대주주로 변신했다. 언론의 질문공세가 쏟아지자 "IBM은 IT 회사가 아닌 IT를 지원하는 회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버핏은 2017년 대주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아마존이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다. 아마존에 좀 더 일찍 투자하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며 사과했다. IT를 외면했던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것이다. 그랬던 그도 현재 애플 주식 5.5% 720억 달러(약 90조원) 어치를 소유하고 있다.버핏의 주식투자 비결은 단순하다. 첫째 철저하게 기업가치에 우선순위를 둘 것, 둘째 모르는 곳엔 절대 투자하지 말 것, 셋째 단기매매를 하지 말 것, 넷째 반드시 최고경영자의 성품과 자질을 볼 것. 버핏은 지금도 62년 전 우리 돈 3천500만원에 사들인 미국 네브래스카주 시골 마을 오마하의 고택에 살고 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오마하의 현인(賢人)'. 매년 5월 열리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 총회엔 그를 보기 위해 5만여 명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룬다.버핏이 10년간 사용하던 폴더폰을 최근 아이폰 11로 교체했다고 한다. 그가 사용한 폴더폰은 2010년 생산된 20달러짜리 삼성전자 SCH-U320 음성통화폰. 2년 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버핏에게 아이폰 X를 선물하면서 "버핏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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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가장 확실한 백신은 '내 몸' 지면기사
지역 문화계 원로가 안부 전화를 주셨다. "신문도 끊고 방송도 안 본다"고 했다. 코로나19 뉴스를 읽고 들어봐야 우울할 뿐이니 아예 딱 끊었다는 것이다. "잘하셨다"고 했다. 걱정이 깊어져 우울증이 생기면 면역력만 떨어진다. 단골 내과의사는 "의학적 대응이 마련될 때까지는 안 걸려야 하고 걸려도 몸이 견디도록 하는 게 최선"이란다. "그러려면 면역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고기 많이 먹고 물 자주 마시고 푹 자라"고 신신당부했다.인체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즉각 면역체계를 가동하고 기동타격에 나선다. 면역 사령관은 백혈구다. 백혈구 휘하의 호중구, 대식세포는 악성 세균, 진균과 전투를 벌인다. 전투의 결과가 염증과 발열이다. 전투는 대부분 승리로 끝나지만, 패배하면 염증과 발열이 인체에 치명상을 입힌다. 역시 백혈구에 속한 NK세포와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발견해 죽이는 자살특공대다.그런데 세균과 바이러스, 특히 바이러스는 교활하기 짝이 없다. 인체의 면역세포를 회피하려 수시로 변신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면역세포를 감염시키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중국 전통극 변검처럼 순식간에 변장해 면역세포들의 검문검색을 통과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인플루엔자처럼 변신에 능해 사스, 메르스에 이어 이번엔 코로나19로 인류를 위협 중이다.코로나19 대유행의 예고편처럼 여겨져 각광받았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판데믹'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100년 전 수억명을 감염시켜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 같은 감염병 대유행의 재발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메시지가 맞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미 터져버린 시한폭탄이고, 바이러스의 변신 능력을 감안하면 언제 터질지 모를 팬데믹 시한폭탄이 줄줄이 대기 중인 셈이다.하지만 확실한 사실도 있다. 코로나19도 무증상 감염자도 있고, 감염된 줄도 모르고 자연치유된 사람들도 있을 게 분명하다. 바이러스의 현란한 공세에 인체가 신비한 면역력으로 맞서고 있다는 증거다. 우선 바이러스 침입을 막는 것이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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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블랙 먼데이 지면기사
증시 격언에 '금요일엔 주식을 사지 말라'는 말이 있다. 시장이 쉬는 토·일요일에 감당 못할 일이 벌어지면 월요일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 격언은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전 세계 주가의 대폭락을 경험한 이후 정설처럼 굳어졌다. 그날 뉴욕 다우존스 지수는 무려 22.6%나 폭락했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은 투매에 나섰고, 월가는 패닉에 빠졌다. 앞다퉈 주식을 처분하려는 투자자들로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뉴욕발 충격은 런던 도쿄 싱가포르 홍콩 서울 증시로 확산하면서 하루에 1조7천억달러(약 2천조원)가 사라졌다.그날의 충격에서 우리가 배운 건, 공포가 부른 투매는 비록 단기간에 진정된다 해도 그 뒤를 따르는 시장신뢰 추락으로 당분간 주식이 맥을 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시장의 공포'란 지금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때 최고조에 달한다는 것이다. 가령 영화 '조스'에서 '그놈'이 출몰하기 전에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이 공포를 더 극대화 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날 이후 '블랙먼데이'는 주식시장의 대폭락을 지칭하는 시사용어가 됐다.블랙먼데이가 또 재연됐다. 9일 월요일 뉴욕 다우 지수는 7.79% 급락했고, 국제유가 역시 30%대로 폭락하며 공포가 전 세계에 퍼졌다. 이날 하루 한·중·일 3국에서 감소한 시가총액만 600조원이 넘는다. 문제는 우리가 그날 경험했듯이 당분간 세계 증시가 내림세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경기 침체 우려감도 더 커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에서 '호황은 끝났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다. 이를 반영하듯 안전자산 선호로 금값과 채권 가격은 연일 급등하고, 신흥국 증시에선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는 이미 코로나 19로 그로기 상태에 빠져있다. 내수는 이미 꽁꽁 얼어붙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발 빠르게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하향 조정했다. 물론 지나친 공포는 경계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주식 폭락을 호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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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마스크 지면기사
전 국민이 마스크(Mask)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심란한 시절이다. 마스크는 얼굴을 가리는 도구인 가면이나 탈이다. 모든 문명권에서 일찌감치 사용된 가면에는 고유한 문화적 특성이 담겨있다. 조선 광대에게 탈이라는 은유적 매개가 없었다면, 감히 양반을 조롱하는 춤판을 벌이기 힘들었을 것이다.문화예술 분야에서 가면은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악당을 처단하는 음지의 영웅 배트맨은 박쥐가면을 써야 완전하다. 프로레슬링에서 복면 레슬러는 대부분 악역이다. 김일이 혈투 끝에 복면을 벗겨 반칙왕의 실체를 드러냈을 때 열광했던 유년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인기 프로그램 '복면가왕'은 출연자가 복면을 벗었을 때의 반전이 클수록 시청률이 올라간다. 영화 '마스크'의 주인공은 마스크를 통해 신비한 능력을 얻는다. 선과 악의 상징, 극적 반전, 주술성 등 가면 하나로 표현할 수 있는 문화예술적 영감은 무궁무진하다.독재시절 수 많은 시위대가 마스크를 쓰고 체제에 저항했다. 최루탄의 고통을 피하기 위한 실리적인 목적도 있었지만, 당국의 보복을 피하기 위한 익면(匿面)의 수단이었다. 최근엔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는 세련된 시위대도 있지만, 마스크의 실용성엔 미치지 못한다. 마스크만 쓰고 침묵해도 권력은 불편해 한다. 반면 검·경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들은 대중의 시선을 회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애용한다. 위생용 마스크가 정치, 사회적 가면의 기능을 발휘한 셈이다.약국에서 파는 보건용 마스크가 코로나19 사태로 모처럼 만에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며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마스크가 없어 주5일제 배급이 시행 중이다. 코로나19 초기엔 마스크를 안쓰면 곧 큰일을 당할 것처럼 난리쳤던 정부다. 이젠 웬만하면 벗고 다녀도 된다며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솔선수범한다니 황당하다. 모교 후배들의 조국 퇴진 시위 마스크는 벗으라고 호통 치던 유시민은 "시장 원리가 안 되면 선착순이고, 그것도 불만이 많으면 배급제 말고 무슨 답이 있느냐"고 정부의 마스크 배급제를 옹호하기도 했다.하지만 국민들은 어제도 오늘도 주민등록증을 들고 약국 앞에 줄을